[eBook] 패키지 - 정해연 장편 스릴러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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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고 부성애고 다 상관없이 인류애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나보다 약한 존재를 좀 봐주면 안 될까. 그 핏줄이 무엇이길래 어린 아이들을 괴롭히나. 이야기는 재미있게 풀어가지만, 이야기 전체에 깔린 학대당한 아이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누군가의 악의와 누군가의 방관과 누군가의 절망이 약한 존재부터 먹어치워 끔찍한 사건을 만들어낸다. 이런 잘못으로부터 자유로울 어른은 과연 있을까? 싸구려 패키지 여행이라도 즐기는 사람이 행복하면 값진 여행이 될테고, 호화로운 여객선을 타고 세계일주를 한들 불행한 사람에게는 그 값을 다하지 못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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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5-08 0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른은 아이를 지켜야 할 텐데, 때론 아이를 이용하기도 하는군요 제대로 알아보기라도 했다면 좋았을 텐데... 죽은 아이만 불쌍합니다

꼬마요정 님 오월 즐겁게 건강하게 보내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3-05-08 15:31   좋아요 1 | URL
어른들이 참 나빠요. 자기 억울하고 자기 힘든 것만 생각하고 말입니다.ㅠㅠ 정말 죽은 아이만 불쌍하죠... 희선 님도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한 5월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14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류애. 좋은 말씀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꼬마요정 2023-05-14 19:52   좋아요 1 | URL
인류애 저도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아일랜드 소장판 1부 1~4 박스판 세트 - 전4권
윤인완 지음, 양경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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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거랑 느낌이 다르다. 소장판 너무 예쁘다. 반과 미호의 좌충우돌 제주도 생존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볍지만, 그 가벼움이 그들이 가진 삶의 무게를 좀 덜어줬으면 좋겠다. 1부 마지막은 일본의 반성인데, 현실에서도 반성 좀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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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영원의 시계방 초월 2
김희선 지음 / 허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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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계속 간다면, 그래도 어딘가 닿지 못한다면, '그것'은 영원이라 불릴만할까? 더 이상 '시간'이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그 어떤 것, 영원. 어쩌면 그것은 찰나를 가리킬 수도 있고 영겁을 가리킬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환상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간 서점>은 내가 의뢰인으로부터 '천금당' 지금은 '공간서점'으로 바뀐 곳의 지하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아주 오래 전 의뢰인의 아버지가 읽었고, 의뢰인이 언뜻 스쳐갔던 그 책 <공기를 이용하여 우편물과 화물을 빠르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아주 신기하고 묘했다. 5.18을 떠올리게 하는 그 사건을 겪은 아버지는 마음에 빚이 있었고, 엉뚱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냈다. 그 책으로 만든 터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가는 아들은 어쩌면 아버지와 함께할 때 아버지를 더 알지 못했던 것에 늦은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닌지.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면, 어느 때로 갈까? 누군가는 뒤늦게 깨달은 사랑을 전하러 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행동하지 못한 죄책감의 무게를 덜어내러 갈 수도 있겠지. 그렇게 사람은 언제나 선택을 하고, 그 선택들이 모여 무엇을 만들까?


<오리진>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물건인 핸드폰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세상은 가끔 아주 평범하거나 오히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에게 세상을 바꿀 기회를 주곤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는 그 수단으로 핸드폰을 선택했다. 가장 신성한 곳에 있던 그것이 가장 천한 곳에서 어떻게 쓰일까.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달을 멈추다>... 제목부터 좋지 아니한가. 내가 이 책의 이야기들 중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월명사의 향가가 나오니까. 우리가 익히 아는 <도솔가>, <제망매가>가 현재와 과거를 이어준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경덕왕 재위 시절, 기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우박이 내리고, 혜성이 나타나고, 지진이 일어나고, 샘과 우물이 마르고, 호랑이가 궁에 들고, 바람이 크게 불어 나무가 뽑히는 등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멀리 당나라에서는 안국산의 난이 일어나 현종이 도망다니기도 했고. 그런 시대에 월명사는 해가 둘 나타나자, <도솔가>를 지어 모두를 감동시켰고, 누이가 죽자 <제망매가>를 지어 심금을 울렸다. 그는 언제나 사천왕사에 살면서 피리를 잘 불었는데, 일찍이 달밤에 피리를 불며 문 앞의 큰 길을 지나가자 달이 그를 위해 움직임을 멈추었다. 


군나르는 만날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이 누구일까. 그리운 누이일까, 그 자신일까, 아니면 '나'일까?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하지만 '나'가 일으킨 날개짓이 통한다면 새로운 평행세계 혹은 세상이 열릴까? 어쩌면 그것은, 전생의 업보를 끊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전생, 현생, 내생은 하나이니까. 육체나 자연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게 단순히 육신에서 벗어나 영혼이 혹은 정신이 자유롭게 떠도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어떤 상태든 깨달은 자는 그 자체로 평정하고 자유로운 것을... 그래서 <도솔가>의 꽃 한 송이가 세상을 바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해진 일이 정해진 대로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저 일어난 것은 아님을. 미타찰에서 만날 '나'는 정해진 수순일지라도 내가 선택한 결과이니까.


<꿈의 귀환>은 상상을 풀어낸 이야기이다. 누구나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세상이 그저 누군가의 꿈은 아닐까? 장자가 한 말도 있지 않은가. 나비의 꿈인지 나의 꿈인지 라고. 그저 생각만 하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풀어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영화 <매트릭스>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깨달으면 알게 되리니.


<악몽>은 <맥베스>의 세 마녀와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전극 장치는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살아가며 시간이 지워주고 재구성하는 '기억'과 전극 장치에 의해 가공되고 지워지는 '기억'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역시 스스로 깨어나야 할 일이겠지.


<가깝게 우리는>은 미래의 우리에게 묻게 되는 윤리 도덕 같은 이야기이다. 인형이든 사이보그든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이고 로봇은 어디까지 로봇일까. 로봇에게도 권리가 있을까. 얼마 전 물류 배달 로봇이 넘어지는 영상을 봤다. 사람들은 그 로봇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로봇도 오래 일하니까 과로해서 쓰러진 것이라고 측은해했다. 로봇에게 '과로'해서 '힘들다'는 감정이 있을까. 완벽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 완벽한 태엽 인형을 만드는 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일까. 미래에는 순수 인간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이다.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통제되는 세상은 한 개인을 지워버릴 수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 거대한 힘은 정부이거나 AI이거나 아니면 둘 다 이거나.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행복해질까. 기술은 중립적이라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달라진다고 하지만, 원래 힘을 가진 이들이 그 기술을 가지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니까 우리는 그들의 의도가 선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걸까. 하지만 한 개인이 치는 발버둥이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지언정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쩌면 바깥이 아닌 내 안을 보아야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둬 둔 나의 진짜 모습은 석탄 광부이지만 바깥에 보이고 싶은 모습은 슈퍼스타 축구 선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가 아니기에 축구 스타는 몰락하고,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것일지도. 하루 일을 마치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사실 가장 원하는 일이었을텐데. 삶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끝없는 우편배달부>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말하는 것일까,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말하는 것일까. 우연히 떨어진 케찹 때문에 감정을 갖게 된 로봇(바이센테니얼 맨)처럼 세상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이유로 급격하게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건 극소수, 깨달은 자라고 불리는 이들일지도. 그리고 또 다시 선택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진실을 알게 되는 건 가혹한 일이고, 선택을 강요하는 일이다. 우리 개개인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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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4-16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 개라는 말씀이지요? 좋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전 이이가 쓴 <무한의 책>을 정말 재미나게 읽었거든요. 기대가 큽니다. ^^

꼬마요정 2023-04-16 22:41   좋아요 1 | URL
저는 참말로 좋았습니다. 특히 <달을 멈추다>가 참 좋았어요. 골드문트 님께도 좋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무한의 책> 좋으셨단 말이지요? 저도 냉큼 집으러 갑니다. 기대 되네요!!^^

희선 2023-04-17 0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젊은작가상에 실린 단편 한편밖에 못 봤어요 그 뒤에는 못 봤네요 이 책 괜찮다는 말 보기도 했습니다 핀 에세이 첫번째로 나오기도 했더군요 처음엔 소설인가 했는데, 에세이더군요 김희선 작가는 약사인가 봐요 약과 책 비슷하기도 하죠 읽지 않았지만, 어떤 책에서 약을 처방하기도 하더군요


희선

꼬마요정 2023-04-17 14:44   좋아요 1 | URL
네 김희선 작가는 약사라고 하더라구요. 이 책 저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미있게 봤어요. 그러고보니 희선 님과 이름이 같아요. 앞으로 이 책을 보면 희선 님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목요일 아침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여동생이 수술을 하는데 간병인이 없어서였다. 다행히도 내가 시간을 낼 수 있어 가기로 했는데, 수술을 해보고 가벼우면 당일만 간병하다 밤 비행기로 내려오고 아니면 다음날까지 있기로 했다. 이런 때 엄마 찬스를 쓰는 건데, 우리 집은 엄마 찬스는 쓸 수 없으니. 나와 동생에게는 엄마이자 조카에게는 할머니인 엄마한테 말할까봐 동생은 조카한테 수술하러 간다고 말을 하지 않았기에 제부는 간병하러 서울로 갈 수 없었고, 나는 조카를 돌보는 것보다는 간병하는 게 더 나았으니까.


뭐 꼴랑 하루 짜리니까 아주 편하게 갔다. 병원은 더우니까 반팔에 재킷만 걸치고 책 한 권 들고 갔다가 금요일까지 있었다. 모즈미세술이 생각보다 여러 번 시술을 해야하는 터라 목요일은 내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시술을 한 번 했고, 내가 도착하니 약 먹고 좀 있다 조직검사 결과 보고 또 시술하고, 병실로 올라갔다가 또 내려가서 시술하고 또 올라갔다가 저녁 6시에 또 시술을 했다. 허벅지 쪽이라 걸으면 시술 부위가 터질까봐 휠체어로 이동했는데, 내가 그동안 열심히 운동한 보람이 있구나 느꼈다. 예전에 휠체어 밀 때는 많이 버거웠는데... 이제는 팔 힘이 많이 세져서 아무렇지 않게 휠체어를 미는데, 이렇게 뿌듯할 수가.


오랜만에 동생이랑 둘만 있다보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간병이란 그런 것이지. 병원에 있으면 신기하게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예전엔 그랬었지... 시술을 기다리며 킥킥대고 웃으니 옆에 있던 환자 한 분이 멀찍이로 이동했다. 엄숙한 병원에서 웃으니 좀 그랬던걸까?


예전에 시어머니 계시던 아산병원도 참 미로 같았는데, 동생이 있는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이나 길을 잃으면서도 나랑 동생은 킥킥대며 다녔다. 많이 불안해했는데 나의 길치 능력(?)이 동생에게 웃음을 준 것 같아 좋았다. 그래, 역시 모든 건 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니까. 심지어 남동생은 오지 못하는 대신에 '카드'를 줬다. 그래서 우린 편의점을 털었지. 광고를 보고 써보고 싶었던 '테라브레스'인지 하는 가그린도 샀다. ㅋㅋㅋ 남동생은 아니 무슨 병원에서 가그린을 사!! 라며 웃었다.


병원에 있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이란 한끗 차이라는 생각. 죽는 순간 마지막 그 한숨이 뱉어지고 나면.... 끝이다. 분명 살아있었는데 더 이상 살아있지 않는 것이다. 살아있던 그 순간들, 그 때 그럴걸 하고 후회하던 순간들, 내가 꿈꾸던 순간들을 모두 살아본다면 그 삶들의 끝이 좀 쉬울까? 아니면 여전히 발버둥치며 죽는 순간을 유예하려 할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모든 순간을 경험해버린 조부 투바키가 모든 토핑을 올린 베이글을 통해 모든 순간의 허무함을 보여준다. 모든 삶을 알아버린다면 그 삶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지도 모른다. 난 반대로 그 삶들을 살아내야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셍각이 들었다.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지옥이란 지금의 삶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지 않고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당연히 삶은 바뀌지 않으니까. 하지만 조부 투바키는 그 바뀐 선택들까지 다 봤으니 허무하지 않을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아는데 얼마나 허무할까.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정해진 삶을 고스란히 살아야 하잖는가.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다해도 지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내 동생의 간병을 하지 않은 선택을 한 삶을 산다면, 그 삶은 마음이 아주 불편했겠지. 지금의 나는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 몸이 불편한 게 낫다고 생각하니까 내 선택에 만족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선택을 한 나는 이 삶의 내가 아니니까 그 삶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모든 순간에 다 있을 수 있는 건 그래서 불행할 것 같다. 그래서 허무해지고 '없음'의 상태로 가고 싶을지도. 다만, 자신이 그렇다고 해서 모든 순간에 있지 못한 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차라리 모두에게 모든 순간을 경험하게 하지 그랬어... 하긴, 그것도 선택받은 자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니까, 에블린처럼.


결국 거대한 선도, 거대한 악도 삶과 죽음처럼 한끗 차이인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삶과 죽음은 선택할 수 없지만 선과 악은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정도일까. 모든 삶을 경험한 에블린과 조이의 선택이 달랐던 것처럼 말이다.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배우자,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한 여자친구를 가진 건 둘 다 같았지만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선택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가족'이겠지. 결국 모든 것은 '가족'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그 '가족'이라는 건 핏줄로 이어진 가족일 수도 있고,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없듯이 피로 이어진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가족으로 인해 선악을 선택할 수는 있다. 이 무슨 장난 같은 일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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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6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즈미세술? 그게 무슨 수술인가요?
동생분 수술은 잘된 거죠?
요정님 수고가 많았겠어요.

영화 괜찮던가요?
별로 땡기진 않던데...ㅎ

꼬마요정 2023-04-16 21:21   좋아요 2 | URL
모즈미세술은 육종이나 암이 있다고 의심되는 부위를 절제하고, 절제한 부위를 조직검사해서 육종이나 암이 있는지 보고 있으면 또 더 절제하고 이런 식으로 육종이나 암을 제거하는 수술인 것 같았어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아요^^;; 여튼 동생이 육종인 줄 알았는데 경계성 암 진단을 받아서 수술하게 되었는데요, 의사 선생님이 생각해도 너무 잘 되었나봐요. ㅎㅎㅎ 동생도 많이 편안해 하구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야 뭐 동생에게 도움이 되어 좋았어요.ㅎㅎ

영화 진짜 재밌게 봤어요. 보다가 살짝 울기도 하고... 근데 제 주변에 이 영화 재밌다는 사람은 딱 한 명 봤습니다. ㅎㅎㅎ

stella.K 2023-04-17 09:48   좋아요 1 | URL
오, 다행이네요. 잘됐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꼬마요정 2023-04-17 14:4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희선 2023-04-17 0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오래 있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병원에 가면 밖에는 나오지 못하잖아요 그래도 밖에 나갔다 오는 사람이 있기도 하더군요 지금은 좀 달라졌을지... 동생분 많이 아프신 게 아니기를 바랍니다

사람은 모든 걸 살 수 없겠지요 하나라도 잘 살면 좋겠지만, 그것도 잘 하기 어렵기도 하네요


희선

꼬마요정 2023-04-17 14:47   좋아요 1 | URL
맞아요, 병원에 가면 나갈 수가 없으니 참 답답하고 갑갑하죠. 코로나 때문에 손목에 간병인 팔찌를 차고 있었어요. 나가면 코로나 검사를 하고 팔찌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기간이 짧기도 했고 어차피 나갈 일도 없어서 병원에서 놀았습니다. 동생은 많이 좋아졌어요. 고맙습니다^^

모든 삶을 살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 각자의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잘 살고 있는 거라 믿어요^^

그레이스 2023-04-17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병원에서 길을 잃으셨단 말씀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본관과 별관이 지하로 이어져있고, 암튼 오르락 내리락해야 하죠
동생분 빨리 회복되시고, 더이상 아프지 마시길 바래요.

꼬마요정 2023-04-17 14:48   좋아요 1 | URL
정말 병원이 참 커요ㅠㅠ 처음에 본관으로 오라고 하는데 본관이 어디여.. 이러면서 돌아다녔어요 ㅋㅋㅋ 엘리베이터 못 찾아서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하루쯤 있으니 익숙해지더라구요. 물론 냉큼 퇴원했습니다. ㅎㅎㅎ

동생은 많이 좋아졌어요. 고맙습니다^^
 
조선사이보그전
유진상 지음 / 아작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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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란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이라는 존재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 본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미래의 그 곳에서라면 인간이 될 수 없었을 우리 '종부'가 오히려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보이는 건 나만일까?


미래의 어느 날, 로봇인 G9는 조선시대 중기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인간은 몸이 분해되어 갈 수 없기에 로봇을 보내는데, 보통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선사시대나 고대로 가지만 중세 한글이 어떠한지를 연구하기 위해 보내게 된 것이다. 남자 아이돌을 빼닮은 수려한 외모는 G9의 생존율을 높여준다는데, 그 시대 미(美)의 기준이랑 지금이랑 같은지는 그냥 무시하자. 아마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G9는 연구원 개인의 사심이 잔뜩 들어 간 얼굴을 하고 한복을 입고 과거로 간다. 그 곳에서 자료를 수집한 뒤 먼 미래까지 화석이 되듯 숨어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과거에 도착한 그는 운 좋게 말 많은 양반인 박종수를 만나게 되고, 가진 의학 지식을 윤 의원으로부터 검증 받으면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그 곳에 스며들게 된다. 박종수의 어머니를 치료해주고 불리게 된 이름은 종부. 쥐구라는 발음이 그 시대엔 어려웠나 보다. 로봇이라는 발음 역시. 그는 노보 또는 종부로 불렸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람들을 치료해줬으며, 아이들에게 다정했다. 로봇이라 이성에게 관심이 없던터라 고자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종부는 의지하던 윤 의원이 돌아가시자 손자인 주선을 입양했고, 홍수로 부모를 잃은 윤생원 부부의 아이들인 갑진과 하진을 입양했다. 로봇이었던 그는 감정적인 부분까지 인간과 유사하게 만들어졌으나, 오직 '눈물'만은 가지지 못했다. 로봇이 질질 짜면 뭐하겠냐는 연두의 말이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으나 갈수록 로봇이 질질 짜는 게 어때서...란 생각으로 바뀌게 되는 이유는 무얼까.


종부에게 아이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종부에게 입력된 윤리의식은 아픈 사람은 무조건 치료해주는 것이고,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되고, 임무인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우선순위가 없었는데 어느새 주선과 아이들이 자신의 최우선이 되고, 다정한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지는 건 종부에게 입력된 감정일 뿐일까, 순수하게 우러나오는 감정일까.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의병으로 나선 주선을 찾으러 갔던 종부와 갑진은 진주에서 왜병에게 포로로 잡히고 만다. 입력값이라 왜군조차 환자라면 고쳐주던 종부는 그러한 모습이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의원으로서의 올곧음과 옮은 일을 하는 의지로 비춰지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인간인 아이들은 그 의지를 받들어 올곧게 살아가려 애를 썼다. 로봇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인간은 뜻을 위해 목숨을 던지기도 한다. 그렇게 종부는 조선 시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또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수많은 감정을 경험한다. 그들의 아버지가 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종부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영혼을 가진 그는 앞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면서 어떤 이치들을 깨닫게 될까.


SF와 역사를 절묘하게 섞어 재미있고 가슴 아프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부디 살아남은 이들이 상처를 딛고 보다 행복해지길. 

역사는 생각보다 넓은 강이야.

이제 G9는 역사를 바꾸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나 생각 혹은 인물이 아닌, 수많은 인간이 살아가며 얽히고 맺어지는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G9가 로봇으로서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계속해서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고 때로는 무력하기까지 했다. G9 또한 다른 인간들과 같이 역사라는 강 속에 있는 한 방울의 물에 지나지 않았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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