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월화 2 - 개정판, 완결
조은담 지음, 이랑 그림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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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월화란 꽃이 가진 성질이 참 가혹하다. 일곱 해 동안 심장을 굳게 하고, 굳어진 심장을 되돌리며 기억을 가져가고… 결국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되겠지만, 진짜 잘 살면 좋겠다. 불쌍한 이흔과 하령도 좀 더 풀어주지. 외전 ‘헌화가’ 이야기가 솔깃했다. 검현의 사연도 궁금하고 흰 여우인데 백호란 이름을 가진 그 아이도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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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월화 1 - 개정판
조은담 지음, 이랑 그림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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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빛나는 붉은 꽃은 사람을 홀리고, 하얀 폐월화는 시간을 돌려준다. 일곱 해 동안 서서히 심장을 굳게 하는 독을 지닌 꽃과 해독제는 굽이굽이 사연을 가득 담아야 얻을 수 있겠지. 이슬 대신 눈물을 담아야 빛나는 건지도. 이겸과 여리의 아픈 사랑은 왕권 다툼과 역모의 누명 속에서 과연 이룰 수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살아 남아야 사랑이든 이별이든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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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복수를 합시다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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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한 ‘부끄부끄’는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난 ‘놈’에게 여전히 주눅이 든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짙은 흉터로 남아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앙칼’은 성착취 동영상의 피해자다.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이들은 당연히 ‘복수’하고 싶을테다. 소소하게 남편이 칭찬을 가로채서 복수하고 싶다는 사연부터 바람 난 약혼자를 응징하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억울한 사연들이 복수를 꿈꾼다.

이들이 원하는 복수란 어떤걸까. 자신의 삶을 남이 흔들 때, 우리는 화가 나고 억울하다. 주도권을 찾아 당당하고 싶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거대한 소비사회에서 ‘돈’의 힘은 삶의 존엄성을 가뿐히 뛰어넘은 지 오래니까.

복수가 해답은 아니지만, 복수조차도 사실 어렵다. 부끄부끄 같은 프로그래밍 실력에 앙칼이 가진 재력과 어둠의 인맥 같은 것이 필요하니. 앙칼은 분풀이가 좀 됐을까. 사회가 변하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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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박애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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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옛날 이야기를,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좋아할까? 그 이야기들에 어떤 힘이 담겨 있길래 관심을 가지게 되는걸까? 정명섭 작가님 말처럼 꿈을 노래하기 때문일까? 무엇을 배우기에, 무엇을 원하기에 이야기를 듣고 읽는걸까?


첫 번째 이야기인 <깊고 푸른>은 심청전을 재해석한 SF 소설이다. 눈 먼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쌀 삼백석에 제물이 되어야 했던 청이가 용궁도 다녀오고 연꽃 속에서 깨어나 왕비가 되어 아버지를 찾는다는 그 심청전 말이다. 난 가끔 이 이야기를 보면서 '효'라는 개념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효녀 지은' 이야기도 그렇고 부모를 위해 자신을, 자신의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게 과연 정당할까 싶었다. 부모의 은혜란 게 사람을 죽이더라도 갚아야 할 커다란 무엇인걸까? 효를 다한 청이는 그 마음에 감복한 용왕의 은혜로 살아나 부귀영화도 누리고 아버지의 눈도 찾아주지만, 진짜 삶에서 그렇게 했다간 그냥 죽고, 눈도 못 뜨고 아버지는 눈 먼 채로 쓸쓸하게 생을 마치게 될 확률이 아주 아주 높겠지. 교훈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 하더라도 너무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했더랬다. 그런데 희안하게 판소리 <심청전>을 보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티비에서 방송해줬는데, 다 아는 이야기에 그렇게 좋아하는 이야기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봤더랬다. 아, 이것이 이 이야기의 힘인걸까.


그리고 이 <깊고 푸른> 역시 너무 재미있었다. 세상이 멸망하고 난 이후의 세상에서 하늘에는 뚜껑이 있어 진짜 하늘을 보지 못하고, 그래서 빛이 없으니 전등에 의존해야 하고, 그 전등을 켜기 위해 하루종일 폐달을 밟아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 그런 세상. 태양이 없으니 당연히 작물이 자라지 못해 단백질이나 기타 영양소는 인공으로 만든 것을 먹어야 하는 세상. 거기다 빈부격차는 엄청나게 심해서 고위층은 늘 불이 환한 지역에 살고, 나머지는 단백질 공장 등에서 착취 당하며 하루 하루 살아간다. 그런 와중에 저 인당수 밑에 있는 광산에서 마스터 키를 찾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게 되고, 정부에서는 광산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자신들만이 그 곳을 독점하려고 한다. 청이는 아버지를 닮아 뛰어난 기술자인데, 고위 관료 중 하나인 단발머리의 계략에 의해 광산에 들어가서 마스터 키를 찾는 임무를 맡게 된다. 말이 임무이지, 강요이자 협박이었다. 자신이 소모품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짜 그렇다고 느껴지는 순간의 그 허탈감이란...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빵떡 할멈도 우습지만 불쌍했고, 빵집들 이름이 죄다 '바리'란 단어와 '쥬르'란 단어가 들어간다는 게 웃겼고, 한없이 다정할 것 같은 이웃들과 동료들도 자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불이익이 돌아갈 것 같으면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좀 아팠다. 먹는 것으로 사람을 통제하는 게 얼마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인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수룡을 도와 하늘 뚜껑을 열게 되니 작물도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눈도 찾아주게 됐다. 능력자 청이가 앞으로도 쭉 그렇게 당당하고 독립적이고 멋지게 살아가면 좋겠다.


두 번째 이야기인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은 강렬했다. 최강 전투 안드로이드 타르타루가와 용궁주의 클론인 코닐리오의 이야기이다. 결핍된 이들의 연대는 멋졌고, 안드로이드의 감정이란 '오류'가 아닌 '학습'이나 '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용궁주는 많은 수의 클론을 육지에서 키우며 자신의 망가진 장기를 '갈아 끼운다'. 클론의 장기를 적출하여 자신에게 이식한 뒤 클론은 없애 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과연 클론의 생명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일까. 생명윤리는 우리가 늘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면서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 같다. 용궁주의 클론 중 하나인 코닐리오는 '간'을 위한 클론이다. 싱싱한 간을 유지하기 위해 늘 간에 좋은 음식만 먹었고, 술은 단 한 방울도 먹지 않았다. 용궁주가 그렇게 술을 퍼 마시며 간을 망가뜨리는 동안에 말이다. 용궁주는 벌써 두 세기가 넘도록 장기를 갈아치우며 살아 있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자신이 살아야 하는걸까? 자신의 장기를 학대하면서?


코닐리오는 자신이 클론인 것을 알았기에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언니들과 함께 만든 그 버킷리스트를 타르타루가와 하나 하나 이루면서 둘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연대감을 쌓았고 결국 승리했다. 


약자들이 강자와 싸우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런 희생 없이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어릴 때 <별주부전>을 읽으며 용왕에게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낫는다고 했던 의사 물고기를 욕했던 기억이 났다. 토끼는 무슨 죄며, 거북이는 또한 무슨 죄인가. 인간 역시 몸에 좋다면 살아있는 곰의 쓸개즙도 빨아먹고, 죽어가는 노루의 목에 빨대를 꽂고, 살아있는 뱀으로 술을 담그는 데 제발 안 그러면 좋겠다. 제발. 


해와 달 이야기를 재해석한 <밤의 도시> 역시 저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밤만 있는 도시, 남자만 있는 도시... 이런 도시들이 있을 수 있다니 놀랍다. 하긴 미래에 저 광활한 우주에 뭐가 있다한들 다 놀랍겠지.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두 아이의 천진난만하면서도 약간은 무서운 모험담이다. 역시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어른들이 찾지 못하는 것이 쉽게 보이나 보다. 간간이 나오는 호랑이 인간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까지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얼마나 쫄았다고. 이 아이들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란 결말이면 좋겠다.


<부활 행성>은 장화홍련전을 재해석했다. 옛날 이야기나 이 이야기나 계모는 나쁜 년이다. 이 이야기 속 계모가 훨씬 똑똑한 것 같지만, 옛날 이야기 속 계모보다는 덜 사악한 것 같다. 똑같은 죽음이라도 명예는 지켜줬으니까. 어릴 때 읽은 <장화홍련전>에서 장화의 이불 속에 숨겨 둔 피투성이 쥐는 아직도 끔찍하다. 


꿈과 소원을 보여주는 그런 행성이 있다면, 죽은 이에게 사랑한다 한 번이라도 더 말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 위안에 불과할지라도, 그 말을 전하고 그들이 웃는 얼굴을 본다면 앞으로 살아갈 때 얼마나 힘이 될까. 홍련은 통쾌한 복수도 이뤘지만, 엄마와 언니를 만난 것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마지막 이야기는 흥부전을 재해석한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이다. 이 이야기가 제일 고전을 비튼 것 같다. 과연 흥부는 착할까? 


난 늘 궁금했다. 흥부는 가난하고 또 가난한데 어떻게 그렇게 아이를 계속 낳을 수 있는건지. 영양상태가 안 좋으면 임신이 힘들지 않나? 게다가 집은 좁고 애들도 많은데 어떻게 아이 만드는 일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그것도 의문이었다. 어쨌든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 건지, 아니면 진짜 그럴 수 있는 건지는 몰라도 밥주걱으로 뺨을 맞고도 뺨에 붙은 밥풀이 좋았다는 흥부는 엄청난 부자가 된다. 똑같은 '감사수'를 팔아도 흥부는 성공하고 놀부는 실패한다. 왜 일까?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놀부에게는 모자라서일까? 심보가 고와야 복이 온다는 말이 맞는건지, 아니면 흥부가 교묘하고 돈을 버는 기회를 잘 포착하는 건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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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냉면 안전가옥 앤솔로지 1
김유리 외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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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냉면을 좋아한다. 코로나가 있기 전에 남편이랑 나는 여름 휴가 때 서울에 있는 유명한 냉면집들에서 냉면을 먹고는 했다. 그 중에 제일 마음에 든 곳이 '을밀대'와 '필동면옥'이었다. 유명하다는 곳들을 다 가보지는 못해도 나름 다녀 본 결과 이 두 곳은 몇 번이나 갔었다.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에는 맛집을 다니기가 쉽지 않아 슬프게도 아직까지 냉면을 먹지 못하고 있다. 자매품으로 막국수도 좋아한다. 원주에 갔을 때 그냥 들어간 곳이 '남경 막국수'였는데 부산에 돌아와서 우연히 맛있다고 찾아갔던 막국수 집이 원주에 있던 '남경 막국수'의 따님과 사위가 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두 분이 원주로 돌아가서 맛있는 막국수 집 하나를 잃었지만. 


첫 번째 소설, <A,B,C,A,A,A>는 처음엔 화가 나는데 점점 마음이 따뜻해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읽다가 부곡동에 있는 냉면 맛집이라고 나와서 급하게 검색해 보기까지 했다. 검색 결과에 안 나와서 얼마나 실망했는지. 


'나'는 77년생에 165cm의 키에 98kg의 몸무게를 가졌다. 반면에 남자친구인 'A'는 90년생에 188cm의 키에 초콜릿 복근을 가졌다. 'A'가 사귀자고 했고, '나'는 이유도 묻지 않고 그러자고 했다. 그 뒤 그녀는 왜 나와 사귀는지, 나의 어디가 좋은지 묻지 못했다. 어떤 대답을 들어도 비참해질 것 같아서라고 했다. 실패한 연애들 후에 만난 'A'는 진짜 좋은 사람이거나 사기꾼일 것이다. 앞의 연애(B,C)가 실패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나'와 만난 남자들이 하나같이 '나'를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감정 쓰레기통이나 힘든 일을 대신 해치워주는 사람이나 돈을 내 주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나'를 착취하던 사람들... 나쁜 놈들. 하지만 'A'는 무언가 달랐다. 옷을 사라고 돈을 주기도 하고, 어디서 옷을 살 수 있는지 가르쳐 주기도 하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우울한 '나'에게 계획이라는 것도 세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서로가 발전하는 관계. 너무 멋져 보였다.


글을 쓰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 글을 쓰지 않는 사람에 비해 좋은 사람일 확률이 높을까? 부산에서 글쓰기 강습소를 운영하는 '나'는 수강생으로 'A'를 만났다. 대학교 4학년이었던 'A'는 자소서를 잘 쓸 필요가 있었고, 그렇게 '나'와 만났고, 취직을 했고, 짜장면을 먹으며 사귀게 되었다.


냉면을 좋아하지 않아도 내색 없이 '나'를 따라다니며 같이 냉면을 먹었던 'A'. 상대가 좋아하니까 배려해 주고, 상대를 좋아하니까 상대의 관심사에 주의를 기울여 준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던 '나'는 그런 그의 마음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왜 나를 좋아하지?란 질문조차 주저하지만, 분명 함께 한 시간들은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었다. 드디어 왜 나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하게 될 만큼 성장하게 된 '나'는 'A'의 대답에 또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 나도 치유되는 것 같아...


<혼종의 중화냉면>은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얼마 전에 읽은 <파친코>와도 어느 정도 닿아 있다고나 할까. 엄마와 아빠의 국적이 다르면 그 아이는 혼혈이지, 잡종이 아닌데 말이다. 어디에나 혐오가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 일상이 되어 어느 수준까지는 그저 감내하고 살아가는 그들이, 심지어 그들 내에서도 또 다른 혐오가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면서도 놀라웠다. 잡종이라고 놀림받는 사람이 베트남에서 온 라라에게 콘 가이(화냥년의 딸)라고 하는 장면은 악의가 가득했다. 


다들 외로웠겠지. 어딘가 속하지 못하고, 배척당하는 삶이란 것이 힘들고 외롭고 아플테다. 그 아픔을 똑같이 혐오로 풀면 안 되지 않을까.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의 악의 가득한 말에 상처 받으면서도 유를 좋아하는 라라도 안 됐고, 계속되는 엄마의 재혼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얻지 못한 '나'도 안 됐다. 하지만 '나'에게는 '언니'가 있었다. 왕시안.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가족 같은 언니.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 낸 '괴물'이 사람이 없는 북극으로 가고 싶어했던 것처럼, 언니는 남극으로 향하고 있었다. 동생과 언니는 그들 간의 거리를 좁혀갈 수 있을까? 차별과 악의가 없는 세상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중화냉면이 중국 냉면도, 한국 냉면도, 일본 냉면도 될 수 없다고 비아냥대지만 사실 중화냉면은 그냥 그 자체로 중화냉면인 것인데.


<남극낭만담>은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을 오마주했다고 한다. 그래서 급하게 그 책을 찾았는데, 그저 고대 존재(올드원)란 게 있다는 사실만 알기로 했다. 다른 작품부터 읽어야 하니까. 그리고 작가 후기에서 김수정의 <아기 공룡 둘리>의 오마주라는 말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둘리와 둘리를 둘러싼 고길동을 비롯한 많은 이들 사이에는 연민과 애증이 가득하며 뭔가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으니까. 외계 생명체에 의해 실험체가 되어 엄마와 떨어진 둘리와 그를 부양(?)하게 된 고길동은 우리 주변에 보이는 가족 같은 형태이지 않은가. 


남극이란 곳이 주는 장엄함과 고독이 올드원의 고기를 탐하는 미각(?)이랑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 남극의 크레바스로 떨어졌을 땐, 인간의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걸 상징하는 건가 싶었다. 음, 어쩌면 먹고 싶은 음식이란 무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 아무튼 그런 큰 일들을 겪고 우 감독과 세연 씨는 보다 서로를 잘 알게 되었고 어떤 끈으로 연결된 듯 한결 가까워졌다. 미지의 그 곳에서 보는 오로라는 얼마나 인간을 작아보이게 만들까.


위의 세 편이 수상작이고 나머지 두 편은 초대작이라고 한다.


초대작 중 한 편인 <목련면옥>은 한 편의 스릴러 공포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검은 어둠보다 짙고, 습지보다 축축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끈끈이에 발이 붙은 것처럼, 떨어진 목련이 짓이겨져 갈색의 더러운 물질이 된 것처럼 기괴한데 궁금했다. 


사채업자를 피해 일자리를 구하던 준민은 우연히 보게 된 목련면옥의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다. 숙식까지 제공하기에 숨어지내기 좋다고 생각했지만 첫날부터 무언가 기괴한 느낌과 이상한 소리에 시달린다. 그리고 가게 자체도 이상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손님이 너무 많은거다. 어째서 사람들이 겨울에도 냉면을 먹으러 오는 건지, 사장이나 수희 아줌마는 '업'이란 이야기를 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옛날 이야기에 무당들이 무구나 제물을 만드는 것들이 많은데 마치 현대에도 그것이 재현된 느낌이다. '돈'이라는 엄청난 신을 모시는 무당들 말이다.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이렇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곽재식 작가의 단편으로 현실을 잘 꼬집어 준다. 나라에서 하는 사업과 도전을 하라면서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잘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리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냉면과 MSG. 기회를 잘 엿보고 말 잘하고 실행력 있는 사람 옆에 있으면 뭐라도 하게 되니 좋은 것 같기는 하다. 어찌보면 사기꾼 같기도 하지만, 자신감 넘쳐 보이고 있어 보이는 모습도 재능은 재능이다. 사업할 때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고. 영란 선배 부럽소. 


조만간 냉면 먹으러 어디든 가야겠다.


*앤솔러지란 말 대신 작품집이나 작품선, 혹은 이야기들이라고 하면 더 좋을텐데.


어른이 되어 가며 알았다. 사람들과의 관계란 당연하다 여겨 온 것을 부정당하는 과정이었다.(43/236) - P43

"내 관점에서 빙저호 탐색에서의 오염 문제는 제국의 식민 지배 같은 건데 말이야. 바다 건너에서 찾아온 방문자가 온갖 오염 물질을 뿌리고는 실험을 하겠다며 동료들을 납치해 가니까."

"어쩜 김 박사님은 사람이 그리도 꼬이셔서."

"달리 말하면 외계에서의 방문이라고 할까? 화성 침공 같은 거 말이야. 이게 나쁜 일만은 아니야. 우 감독 듣기에는 내 성격이 꼬여서 나온 말로 느껴지겠지만 어떤 학자들은 생명의 기원에는 우주 너머에서 지구로 떨어진 운석이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도 한다고. 외부에서의 침략 그건 내부의 변화를 강제하고 진화로 이어지는 큰 동력이야."(113/236) - P113

"좀 답답하네요. 그렇게 도전적인 살업에 도전해 보라고 열심히 홍보를 해 놓고, 막상 정말 도전적인 사업을 하려고 하면 ‘그건 너무 비현실적이다. 실패하면 큰일 나니까.‘라고 못 하게 한다는 게."(204/236) - P204

내 자신이 그 영화 속에서 금붕어를 담고 있는 봉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209/236)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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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5-16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회냉면 가장 좋아해요. 근데 얼마전 갔더니 ₩13,000 ...게다가 회의 양도 현저히 줄어서 ㅠㅠ
요정님은 평양냉면을 좋아하시나보네요.
냉면을 소재로 한 이 책 재밌을거 같아요 ㅎ

꼬마요정 2022-05-16 12:36   좋아요 1 | URL
저는 평양냉면 좋아해요^^ 그런데 13,000원이라구요? ㅜㅜ 냉면 넘나 비싸요ㅠㅠ
물가가 올라서 아무래도 예전 같은 느낌은 아니겠네요. 슬픕니다.
이 책 은근 재미있습니다. 냉면으로 이렇게 삶을 그려내다니, 정말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