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ㅣ 계속읽기 1
페르디낭 알키에 지음, 김민호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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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이해하는 것과 철학자를 이해하는 건 다른 건가 생각하다가 어차피 둘 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철학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체계)도 역사적 맥락도 다 떠나서 철학자의 행보를 알아야 한다고. 알 것 같으면서도 어려우니 ‘철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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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앤 드 마르켄 지음, 송예슬 옮김 / 허블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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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굶주린 존재다. 오로지 먹는 본능만이 남아 인간의 더운 피와 내장을 탐한다. 그들의 굶주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은 좀비가 된 지 오래된데다 왼팔을 잃었다. 그럼에도 좀비 동료들을 기억하고 어떻게든 '살아'간다. 과연 산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무언가를 애타게 갈망하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미래의 어느 날일까, 세상은 좀비들로 가득하고 누군가는 왼팔을 잃고 누군가는 머리를 잃고 누군가는 손가락을 잃었다. 그런데 뇌는 살아남았을까? 그들은 사색하고 잃어가는 것들을 기억한다. 


배고파서 먹었는데도 계속 배가 고프다면 굶주림은 분노가 된다고. 그래서 화자는 먹기를 멈췄다. 먹지 않은 상태여야 굶주림이 납득이 된다고 하면서. 화자는 이 비어있음의 상태 즉 굶주림이 살아있는 무언가를 잡아먹는 폭력으로 채워지는 것을 거부한다. 이 공허함이 폭력으로 채워질 수 없음을 알기에.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고, 이 슬픔은 상실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듭되는 상실을 경험한다. 그리하여 자신을 잃은 좀비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외피는 좀비,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존재인데 어째서 지금 그저 살아있는 사람들 같은 건 왜일까. 어쩌면 지독한 상실은 슬픔과 분노를 부르고 굶주림으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화자는 먹는 것을 멈췄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좀비를 믿지 못했다. 화자는 몸이 분리가 되어도 '너'를 불렀고, 생각했고, 갈망했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각성, 어쩌면 소중한 존재에 대한 애도, 어쩌면 인간성을 간직한 인간이고자 한 존재의 바람일지도.


그렇게 이야기는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다행히도.



*폐가 없는데도, 목이 잘렸는데도 말을 하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우나 뭐 그럴수도 있겠지. 좀비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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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10-16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처럼 끝이 나기는 하는군요 다행이다면 다행이겠습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건 안 좋을 것 같네요 그게 좀비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 있어도 죽은 것처럼 살기도 하니... 좀비는 본능만 남는군요 좀비여도 사람이었던 걸 기억한다면 나을지... 좀비가 가득할 때는 사람으로 죽고 싶을 듯합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6-10-16 22:34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책이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는 저주일까요, 아니면 다른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좀비는 먹는 본능만 남는다고 하는데 그건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살아생전 잃어버렸던 것들을 기억하는 방식일까요? 어떻게든 끝이 난다면 다행입니다.
 
수살귀 - 끝나지 않은 이야기
쌈무이 지음 / 책과삶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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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을 좋아하는 내가 즐겨보는 채널에서 책이 나왔다!! 22가지 으스스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들을 담았는데, 이야기를 듣다가 책으로 읽으니 또다른 느낌이 들었다. 


괴담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이면을 보여주는 구멍 같은 것이다. 범죄나 제도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이 귀신이 되어 우리에게 들려주는 또 다른 삶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솔직히 죽은 뒤의 세상이 이렇다면 정말 끔찍하겠지.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라 사람들은 이승의 삶을 저승에 투영한다. 개개인의 성격이 죽는다고 달라지지 않을 거라면 저쪽 세상 역시 이 세상과 다르지 않겠지.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있는 거대한 벽에 나 있는 작은 틈으로 서로를 엿보고 있는 듯한 이야기들을 보자면 결국 지독한 악의가 아니라면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행한 일을 돌아보게끔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선의 또는 자신의 선의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금기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은 모두가 어우러져 사는 곳이니, 해를 끼치지 않는 생명들을 해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집안에 복을 준다고까지 하면서 말이다. 


하늘은 높고 입맛이 돌아 살이 찌기 좋은 계절, 밤은 점점 길어지고 물귀신은 집요하니 이 책 읽으면서 긴긴밤을 지내보는 것도 제법 재미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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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얼대는 시체를 ㅣ 사용 중 2
그래프턴 태너 지음, 나원영 옮김 / 워크룸프레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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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이 나오고, 그 식칼로 양복 입은 사람이 종이 더미를 썰고 있다. 제목은 <웅얼대는 시체를>이다. 시체가 웅얼댄다고? 좀비물인가? 아니면 <아메리칸 사이코> 같은 스릴러인가?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책을 펼쳤다.


첫 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알고보니 대중문화 비평서였다.... 그래프턴 태너가 2000년대 미국 대중 문화를 비평한 글을 나원영이 옮긴 것이고, 그 글을 활용해서 나원영이 자신의 글을 덧붙였다. 태너에 따르면 21세기 미국 대중문화는 '시체'다. 문화를 구성하는 두 축이 시간과 인간인데, 시간은 멈추고 인간은 지워졌다고. 시간도 인간도 없는 '시체'가 된 문화가 기계처럼 작동한다고 비평한다.


'유령론'도 흥미로웠다. 난 또 처음에 유령이 나오고 영화 <폴터가이스트>가 나오고 언캐니가 나오고 해서 호러 영화 비평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유령론은 이 '웅얼대는 시체'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고, 베이퍼웨이브 장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크 데리다가 고안했다는 유령론은 과거가 약속한 미래는 실패했으며 그저 과거의 반복을 할 뿐이라고 한다.  레트로 등을 말할 때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일까, 아니면 이제 역사의 진보는 없다는 말일까. 


베이퍼웨이브 장르는 더더욱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디지털 전자음악 장르이면서 주류가 아니고, 언캐니하게 쪼개고 왜곡하기를 반복한다고. 끊임없는 변주가 가능한 재즈와는 다른 성향인 걸까. 잘 모르겠다.


좀비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안드로이드 로봇이라고 말하기도 그런 이 웅얼대는 시체는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문화라는데,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듣고 즐기는 음악이나 영화 등이 과거의 반복일 뿐이고 그 안에는 파편화된 인간마저 사라져 버린 것인지 의아하면서도 으스스하다. 정말 괴기스러운 이야기이니 내가 책을 완전히 잘못 선택한 건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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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09-29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중문화 비평서였군요 그것도 2000년대 미국... 미국이라고 해도 한국과 아주 동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꼬마요정 2026-09-30 16:43   좋아요 0 | URL
요즘은 정말 빠르더라구요. 미국에서 유행하면 곧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예 다른 것들도 있지만요. 책이 대중문화 비평서인 줄도 모르고 읽다가 혼났습니다. ㅎㅎㅎㅎ
 
애플 인 차이나 - 중국에 포획된 애플과 기술패권의 미래
패트릭 맥기 지음, 이준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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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오랜 시간 베일에 쌓인 회사였다. 나는 폭스콘이 단순히 아이폰을 조립하는 회사인 줄 알았더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중국이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국과 대등하게 겨루기 시작하길래 중국이 어마어마하게 투자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한국, 일본, 대만, 미국 등지에서 기술을 훔쳐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애플이 자신들에게 집약된 최첨단의 기술을 중국 공장에 전수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전기차를 바라보니 중국에 테슬라가 있었다. 애플과 테슬라, 두 회사는 닮은 꼴이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세계는 중국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 여겼다. 값싼 임금, 정부의 막대한 지원, 거대한 시장.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미국은 자본주의가 정치 체제에도 변화를 가져올 거라 예상했다. 아마 자유진영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시진핑이 집권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애플은 까다롭고 결벽증이 있는 사람 같다. 불량률 제로에 가까운 품질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생산하길 원했다. 처음에 미국, 한국, 대만 등지에서 제조하여 제품을 생산했으나 공급망이 분산되어 있는 점이 시간 지연을 초래했고, 공급업체가 주도권을 쥐려 하는 일 등이 생기자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플이 찾은 곳이 중국이었다. 애플의 독자적인 방식을 구현하고 애플만을 위한 맞춤 설비를 제작해야 했는데 중국은 엄청난 노동력과 자금과 시장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인권이 없었다.


애플은 중국 내 제조생태계를 직접 설계하고 육성했다. 미국에서 직접 엔지니어들을 파견하고 기술을 전수하고 감독했다. 애플 엔지니어들의 이혼을 막기 위해 가족 항공권 및 체류 비용도 지급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중국 내 애플의 이름을 단 공장은 하나도 없었지만 애플이 이동할 수 있는 기계설비 등은 엄청났다. 매년 550억 달러씩 투자했다고 한다. 중국은 원래 외국 기업에게 자국 회사와 합작한 형태로 사업을 하길 요구했는데 애플의 경우 중국 내에 회사가 없으니 이 법망도 교묘하게 비켜갈 수 있었다.


애플은 성공했고,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시진핑이 집권했다. 중국은 이제 애플을 외세이면서 인민을 착취하는 기업이라는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애플은 중국에 엄청난 이익이 되고 있었기에 그 사실을 조용히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더더욱 중국에 종속되기 시작했다. 


애플이 기사회생 후 처음 광고를 했을 때 중국에는 달라이 라마를 뺐다고 한다. 그들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중국의 입맛에 맞추기 시작한 처음이었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기술 경쟁을 벌이는 주요 국가가 되었다. 애플은 중국 제조업체에 자신들의 최첨단 기술을 전수했고, 중국 제조업체들은 앞다투어 그 기술을 배웠고, 급격하게 발전했다. 그리고 화웨이를 낳았다. 지금의 기술 강국 중국은 애플이 만든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애플은 중국 공급망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 구조에 갇혔고, 미중 갈등 속에서 아주 불편한 위치에 놓였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라도 하면 애플은 끝장일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이렇게 말했다. "TSMC는 생산이 멈췄을 때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회사이다." 라고.


이 책을 읽다보니 왜 기업들이 중국에서 탈출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애플은 중국 정부를 거스르면 하루에 4시간만 전기를 공급한다든지의 방식으로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거다. 물론 중국 정부는 자신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할테지만. 마치 한한령을 두고 정부는 그런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모든 자원을 한 국가(중국)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애플은 인도 등지로 분산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중국은 애플이 나가려고 하면 반드시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효율성과 비용만 따질 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도 고려해야만 한다. 중국에 포획된 애플은 중국이 대만을 곧 침공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밤잠을 이룰 수 없을테니.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공급망 다변화와 회복탄력성을 위해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애플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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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8-25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 핸드폰관련기업의 굴기는 애플덕이 큽니다.아이폰 부품을 독점줄것처럼 기술을 빠가서저렴한 인건비의 중국기업에 넘긴것이 애플이지요.여기에 한국의 삼성이나 엘쥐 역시 당한바 있습니다.애플은 삼성,sk,마이크론을 경쟁시키며 몌모리값을 후려쳤는데 그업보로 3회사가 모두 메모리값을 대폭 올렸죠.이에 제버릇 못버리고 창신메모리에 접근했다 미국저부와 국회에 엄청까아고 중국에서도 한국보다 더 비싸게 팔겠다고 해서 현재 뒤통수 씨게 맞은 상황이지요.

꼬마요정 2026-08-29 17:37   좋아요 0 | URL
솔직히 상도라는 건 허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공급처들도 함께 성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애플은 자기의 무결점 강박을 위해 협력업체, 공급업체들을 괴롭혀서 결국 파산까지 간 경우도 있으니까요. 사실 애플의 요구를 다 받아줄 곳은 중국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곳엔 정부의 지원이 있고 상하복명에 익숙한 노동력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인권이 없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애플의 최첨단 기술을 중국의 공급망들이 다 흡수해서 이젠 애플을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더라구요. 지금 반도체에 데여서 괜히 삼성이랑 엘지한테 징징거리기도 하는데 별로입니다. 애플이 이제 더이상 최첨단 기술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앞서 나가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중국에 포획된 건 자업자득인데 우리나라가 너무 피해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술이 흐르는 건 막을 수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