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 클럽
김지윤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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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관장이다. 어느 날, 부동산 중개인에게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제압한 영상이 이슈가 되자 정도는 망해가는 도장을 살리기 위해 '호신술 클럽'을 만든다. 


호신술을 배우기 위해 도장의 문을 두드리는 원상, 다정, 은성, 해진은 각자의 고통을 끌어안고 있었고, 호신술 클럽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좋은 수업을 진행해도 거기에 돈을 내는 회원이 없다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정도의 무도 정신은 훌륭했고, 가르치는 내용도 몸과 정신에 도움되는 것들이었지만, 원생들은 점점 영어까지 가르치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운영하던 도장을 물려받은 정도는 이 도장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어린 시절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그는 태권도 도장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호신술 클럽을 신설하게 된다.


무도(武道)는 무예와 무술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주짓수를 만나고 몸과 마음이 한층 건강해졌다고 믿는다. 정도 역시 무도를 닦는 사람이기에 건강한 몸과 훌륭한 정신을 가졌더랬다. 어린 시절 가지게 된 트라우마를 벗어나기에 충분하도록 말이다. 퇴직하고 꽈배기 가게를 하는 원상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서울살이를 하는 다정도, 아이돌을 꿈꿨지만 성폭력에 시달린 은성도, 결국 제압했으나 범죄자에게 당하는 모습만 회자되는 해진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호신술의 기본은 '도망'이다. 특히나 흉기를 든 사람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총기가 허용되지 않는데 정말 다행한 일이다. 흉기를 든 사람을 보면 무조건 거리를 벌려야 한다. 소리도 지르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그러다 만약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제서야 배웠던 기술을 써보는 거다. 하지만 사람은 당황하면 얼음이 되어버리기에 훈련이 필요한데, 예전에 스트레스 훈련을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갑자기 닥친 무서운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는 훈련이었다. 보면서 이런 훈련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파링 상황에서도 가끔 동작이 엉키거나 오른쪽 왼쪽이 헷갈릴 때가 있다. 하프가드로 깔리거나 하면 죽을 것 같아서 마구잡이로 움직일 때도 있다. 부끄럽지만 내가 배운 기술은 머리에만 있고 몸으로 구현하는 건 다른 문제인 것이다. 분명 관장님이 가르쳐 줄 땐 쉬워 보이는데 막상 내가 해보면 순서가 틀리거나 동작이 하나씩 빠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관장님처럼 예쁘게 하고 싶어도 삐걱삐걱 좀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익히면서 나는 9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믿는다. 그때보다 훨씬 동작도 예쁘다고 믿는다.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제법 먼 길을 걸어왔다.


그런 시간들이 내 안에 쌓여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힘이 되는 것도 같다. 어떤 기술을 성공했을 때, 서브미션으로 끝나기 전에 탈출했을 때, 수없이 탭을 쳐도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때 내가 한층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잘 안 돼서 좌절 하다가도 그런 기억들로 극복하고 또 재미를 붙이는데,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원상이 길에서 자신을 때렸던 그 남자를 도와줬을 때, 나는 정말 신기했다. 며칠 배웠다고 그걸 바로 쓸 수 있다니!! 원상 님, 당신은 천재로군요. 편의점 알바를 하며 약한 사람을 깔보고 힘을 과시하는 사람을 만난 다정의 용기는 응원했다. 일단 눈을 똑바로 뜨고 지지 않는 용기!! 다정은 그가 주먹을 휘둘러도 막아낼 수 있다고!! 그리고 은성에겐 위로를 주고 싶었다. 호신술을 배워도 그런 일들을 흘려보낼 수도, 던져버릴 수도 없으나 그에겐 호신술 클럽의 동지들이 있었다. 그들의 도움은 은성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경찰관인 해진은 이미 실력자였으나 범죄자를 제압하는 데 애로 사항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그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던 정도와 다른 이들과 함께 호신술을 배우고 그들을 돕는 일은 바로 자신을 돕는 일이기도 했을테다. 그리고 정도 역시 모두를 돕고 모두에게 도움 받는다.


현실이 이렇게 훈훈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이렇게 훈훈한 일을 우리가 만들어가야지 싶었다. 나도 더 열심히 정진해서 혹시나 그런 일이 닥치면 어떻게든 도망치고, 다른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도망칠테다. 그리하여 나쁜 놈들이 모두 아무도 못 괴롭히고 다 잡혀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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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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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책. 밤에 시작하는 바람에 새벽까지 읽었다. 클레어와 이바의 도피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 클라라의 시간과 이바의 시간이 역순으로 흐른 건 마지막을 위해서, 그래서였다.

이바의 사연이 그렇게까지 동정받을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잘못된 한 번의 선택이 어긋난 선택들을 불러왔고, 제대로 된 어른이 한 명만 있었더라도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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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ㅣ 계속읽기 1
페르디낭 알키에 지음, 김민호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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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이해하는 것과 철학자를 이해하는 건 다른 건가 생각하다가 어차피 둘 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철학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체계)도 역사적 맥락도 다 떠나서 철학자의 행보를 알아야 한다고. 알 것 같으면서도 어려우니 ‘철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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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앤 드 마르켄 지음, 송예슬 옮김 / 허블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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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굶주린 존재다. 오로지 먹는 본능만이 남아 인간의 더운 피와 내장을 탐한다. 그들의 굶주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은 좀비가 된 지 오래된데다 왼팔을 잃었다. 그럼에도 좀비 동료들을 기억하고 어떻게든 '살아'간다. 과연 산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무언가를 애타게 갈망하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미래의 어느 날일까, 세상은 좀비들로 가득하고 누군가는 왼팔을 잃고 누군가는 머리를 잃고 누군가는 손가락을 잃었다. 그런데 뇌는 살아남았을까? 그들은 사색하고 잃어가는 것들을 기억한다. 


배고파서 먹었는데도 계속 배가 고프다면 굶주림은 분노가 된다고. 그래서 화자는 먹기를 멈췄다. 먹지 않은 상태여야 굶주림이 납득이 된다고 하면서. 화자는 이 비어있음의 상태 즉 굶주림이 살아있는 무언가를 잡아먹는 폭력으로 채워지는 것을 거부한다. 이 공허함이 폭력으로 채워질 수 없음을 알기에.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고, 이 슬픔은 상실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듭되는 상실을 경험한다. 그리하여 자신을 잃은 좀비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외피는 좀비,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존재인데 어째서 지금 그저 살아있는 사람들 같은 건 왜일까. 어쩌면 지독한 상실은 슬픔과 분노를 부르고 굶주림으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화자는 먹는 것을 멈췄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좀비를 믿지 못했다. 화자는 몸이 분리가 되어도 '너'를 불렀고, 생각했고, 갈망했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각성, 어쩌면 소중한 존재에 대한 애도, 어쩌면 인간성을 간직한 인간이고자 한 존재의 바람일지도.


그렇게 이야기는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다행히도.



*폐가 없는데도, 목이 잘렸는데도 말을 하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우나 뭐 그럴수도 있겠지. 좀비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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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10-16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처럼 끝이 나기는 하는군요 다행이다면 다행이겠습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건 안 좋을 것 같네요 그게 좀비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 있어도 죽은 것처럼 살기도 하니... 좀비는 본능만 남는군요 좀비여도 사람이었던 걸 기억한다면 나을지... 좀비가 가득할 때는 사람으로 죽고 싶을 듯합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6-10-16 22:34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책이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는 저주일까요, 아니면 다른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좀비는 먹는 본능만 남는다고 하는데 그건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살아생전 잃어버렸던 것들을 기억하는 방식일까요? 어떻게든 끝이 난다면 다행입니다.
 
수살귀 - 끝나지 않은 이야기
쌈무이 지음 / 책과삶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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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을 좋아하는 내가 즐겨보는 채널에서 책이 나왔다!! 22가지 으스스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들을 담았는데, 이야기를 듣다가 책으로 읽으니 또다른 느낌이 들었다. 


괴담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이면을 보여주는 구멍 같은 것이다. 범죄나 제도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이 귀신이 되어 우리에게 들려주는 또 다른 삶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솔직히 죽은 뒤의 세상이 이렇다면 정말 끔찍하겠지.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라 사람들은 이승의 삶을 저승에 투영한다. 개개인의 성격이 죽는다고 달라지지 않을 거라면 저쪽 세상 역시 이 세상과 다르지 않겠지.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있는 거대한 벽에 나 있는 작은 틈으로 서로를 엿보고 있는 듯한 이야기들을 보자면 결국 지독한 악의가 아니라면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행한 일을 돌아보게끔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선의 또는 자신의 선의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금기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은 모두가 어우러져 사는 곳이니, 해를 끼치지 않는 생명들을 해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집안에 복을 준다고까지 하면서 말이다. 


하늘은 높고 입맛이 돌아 살이 찌기 좋은 계절, 밤은 점점 길어지고 물귀신은 집요하니 이 책 읽으면서 긴긴밤을 지내보는 것도 제법 재미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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