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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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광기, 죄책감을 벗어나려는 자기합리화, 위선이 한 소녀를 얼마나 비참하게 몰아가는지 알 수 있다. 정작 죄 지은 자들 중에서 아나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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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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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이런 장르가 흥했으면.

첫 번째 이야기인 <콩쥐 살인사건>은 바카미스(バカミス) 장르라고 한다. 어떤 장르인지 찾아보니 일본에서 온 말로 바보란 뜻의 ‘바카’와 미스터리의 일본식 표기인 ‘미스’의 합성어라고. 말 그대로 바보같은 미스터리, 어이없는 미스터리라고 한다. 말도 안 되게 어이없는 의외의 트릭이나 결말이 돋보인다고.

<나무꾼의 대위기>은 광장 밀실 장르라고 하는데, ‘선녀와 나무꾼’,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토대로 했으며 추리하기는 쉬웠다.

<살인귀 vs 식인귀>는 ‘해와 달 오누이 이야기’를 비틀었는데 진짜 잔혹동화 같았다. 인간 내면의 잔혹성이 잘 드러난다고나 할까. 역시 호랑이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연쇄 도살마>는 여우 누이가 토대이며 원래 잔혹한 설화를 인간적인 이야기로 끌어내린 느낌이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중에는 그저 이유 없는 악의만 있는 일도 있을 것 같다.

<스위치>는 ‘혹부리 영감’과 ‘손톱 먹은 쥐’ 이야기를 가져왔다. 과한 욕심은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끌 뿐이다. 갑자기 찾아 온 행운이 과연 행운일까 재앙일까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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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2-04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이야기로 미스터리를 새로 썼군요 그런 것도 하다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쓰는 것도 있었군요 그런 거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귀신을 무서워하는 사람을 보면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희선

꼬마요정 2025-02-05 10:00   좋아요 0 | URL
오오 맞아요!! 귀신보단 사람이 훨씬 무서운 듯요. 어차피 귀신도 산 사람이었던 거니까 생각해보면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생각해요. 우리 전래 동화 비트는 거 좋네요. 요즘 외국 동화는 알아도 우리나라 전래 동화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슬퍼요ㅜㅜ
 

닐스는 이것이 바로 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제서야 모든 것을 깨달았고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여기까지 왔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바람과 바다와 땅, 미움과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던 데 감사하고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삶은 끝없는 초안과 스케치이며,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자 과거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일단 시작된 이야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며, 좋든 싫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따라가야 한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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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드
힐러리 맨틀 지음, 이경아 옮김 / 민음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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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아노 델 피옴보의 그림인 <나사로의 부활>에서 그리스도는 한 손으로는 부활한 자를 가리키고 다른 손은 손가락을 활짝 편 채 위로 들고 있다. 힐러리 맨틀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라운드를 버텨 냈고 이제 5라운드가 남았다는 뜻이리라."라고. 


1956년 영국 북부의 작은 마을인 페더호턴에 주교가 찾아온다. 가난한 아일랜드인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미신을 믿는 마을 사람들이 사는 페더호턴의 신부인 앵윈 신부에게 종교가 '현대적'으로 변모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앵윈 신부는 성당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성상들을 치우고 라틴어로 집전하던 미사를 현지어로 바꿔야 했다. 주교는 이 일들을 돕기 위해 보조신부를 보낸다고 했다.


무신론자이지만 종교 교리를 지키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를 가리고 있던 앵윈 신부는 이제 무엇으로 사람들을 믿음으로 이끌지 고민하게 되고, 그러는 와중에 필로메나 수녀와 함께 성상들을 땅에 묻는다. 그리고 보조신부 플러드가 마을로 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사제관 문을 두드리는 플러드를 맞이한 애그니스는 자신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을 깨닫는다. 앵윈 신부는 자신이 무신론자임을 고백하고, 페르페투아 원장 수녀는 굳게 잠겨 있던 상자를 열어젖힌다. 필로메나 수녀는 자신의 내부에 감도는 어떤 열정을 느끼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어느새 플러드 주위에 몰려들게 된다.


플러드는 오자마자부터 사람들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앵윈 신부는 물론이고 애그니스나 필로메나 수녀, 마을 아이들까지 말이다. 애그니스는 설거지거리를 두고 잠들기도 하고 필로메나 수녀는 그와 밀회를 하기도 했다. 안토니오 수녀도 덩달아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러드는 성상들을 파내기 시작했다. 앵윈 신부와 필로메나 수녀, 애그니스는 함께 성상을 파냈고, 지나가던 매커보이까지 가세하는데....


앵윈 신부가 악마라고 부르는 매커보이는 또한 어떤 존재일까.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고 섣불리 말을 옮기지 않으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는, 눈빛이 서늘한 그는 어쩌면 르네상스인 혹은 플러드가 생각하는 인간은 아닐까.


종교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리 현대적으로 변모한다 해도 종교에 몸담은 이들 스스로가 신을 믿지 않고 그 길을 의심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을 삶의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하지 않는 세상. 사람들은 이제 신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각과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했다. 플러드는 그것을 알려주려 이 마을에 온 것은 아니었을까.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고 진정한 신의 뜻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거나 혹은 신이 아닌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알려 주려고 말이다. 어느 쪽이든 스스로가 선택할 일이지만 말이다. 


플러드(1574-1637)는 16세기에 실존했던 연금술사다. 우주 만물의 이치를 알고자 치열하게 연구했던 이들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앞서 5라운드의 삶이 시작된다 했는데, 1라운드가 한 세기를 나타내는 건 아닐까 했다. 5세기를 거닐며 플러드는 금속이 아닌 인간의 본성을 작업했다. 그리고 그는 삶을 발견한다. 


마지막은 베르고뇨의 성모자 그림에서 성모가 슬픔 속에 내비치는 히죽거림과 만족감이다. 그것이 삶인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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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31 0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을 믿는다고 해도 신이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면 안 될 듯합니다 자신이 스스로 하는 것밖에 없겠지요 구하면 준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주는 거겠습니다 누군가한테 도움을 구해야 도움을 받는 것처럼... 신을 믿지 않는데 신부라니, 그런 건 정말 괴롭겠습니다

꼬마요정 님 설 잘 쇠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고 싶은 거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벌써 일월 마지막 날이네요


희선

꼬마요정 2025-01-31 23:52   좋아요 1 | URL
신을 믿지 않는 신부라니… 저도 참 힘들겠다 생각했어요. 스스로 행해야 신도 기뻐하지 않을까 해요.

희선 님 설 잘 보내셨어요? 저는 덕분에 잘 보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시작되는 2월 행복하세요!!^^
 
돌로 만들어진 남자 아작 YA 12
할란 엘리슨 지음, 이수현 옮김 / 아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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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남자 루디, 그는 흑요석, 돌, 재로 만들어진 것처럼 자신을 쳐다보는 앨리슨에게 엄청난 부탁을 받았다. 사람을 죽이고 배를 가르는 끔찍한 살인마의 마음 속을 '유람'해 달라는 부탁 말이다.


앨리슨은 여섯 주를 넘나들며 살육을 자행한 스패닝을 전기의자에 앉도록 만든 지방검사 차장이었다. 이제 주말이면 그는 사형이 집행될 터였는데, 앨리슨이 다시 검토해보니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의심이 들었다 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을 읽어달라는 것이었다. 


정말 루디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며, 스패닝은 범죄자가 아닌 것일까. 사람은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짧지만 반전이 있으며 인종차별 등이 버무려진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어 놀랐다. 요즘 청소년들은 수위가 높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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