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길상문연화루 - 하 길상문연화루 3
텅핑 지음, 허유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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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양촌에는 홍염각이라는 곳이 있고, 왕팔십은 그 곳에서 일하는 아주 불운한 사람이다. 부모는 어릴 때 다 돌아가시고, 증조모가 여덟 살인 그를 홍염각에 팔십 전을 받고 하인으로 팔아버렸으니 그 때부터 그는 왕팔십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홍염각에서 일 하면서 모은 돈으로 결혼도 했으나 아내는 그가 키가 작고 못 생겼다고 이웃집 남자랑 도망 가 버렸다. 하지만 왕팔십은 그저 묵묵히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또 나쁜 일이 생겨버렸다. 왕팔십의 집 대들보에 여자 옷을 입은 암퇘지가 목이 매달린 채 죽어 있었던 것이다. 딱 마침 그 곳에 있던 우리 이연화는 왕팔십에게 밥을 사 주게 되었고, 그 때 왕팔십의 집이 불타버리게 된다. 불운한 듯한 그이지만, 이번엔 다행이었다, 그가 없을 때 불이 나서. 그리고 백천리가 등장하며 소사가 나타났다. 


소사검은 검은빛이 도는 장검으로 그 검은빛에서 짙은 쪽빛이 은은하게 돌고, 검집에선 어두우면서도 매끄러운 윤기가 흘렀다. 이연화는 검자루에 애자(용의 아홉 아들 중 둘째)가 조각되어 있고 애자의 입에 검수(검자루에 달린 술)를 끼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십오 년 전 이상이가 교완만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 검자루에 한 장이나 되는 붉은 비단을 묶은 뒤 양주 강산소의 청루 지붕 위에서 취여광삼십육 검을 보여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는 이 검이 적비성과의 싸움 때 적비성의 탄 배의 돛대를 부러뜨린 뒤 뱃머리의 쇠사슬 틈으로 떨어졌다가 갑판이 갈라질 때 튕겨나가 망망대해에 가라앉는 것도 보았다. 이연화가 이 검을 손에 쥐었을 때, 전운비의 말을 떠올렸다. "미련 없이 검을 버리는 이도 있지만, 일평생 저버리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신념이 다른 법이지요." 이연화는 자신이 저버린 것들 중 소사검에게 제일 미안했다. 


부러진 창날, 금엽 명패, 붉은 콩, 꼬깃꼬깃 접힌 종이... 이 사건은 근친과 치정이 얽힌 끔찍한 사건이었다. 강절 최고의 무림성지 만성도 총단의 총맹주 봉경과 관련된 추악한 사건은 금원맹의 후신인 어룡우마방의 일품독 청량우와 봉소칠의 사랑, 가짜 소사검, 만성당 제자 소소오가 얽혀 있었고, 일련의 살인들을 목격한 증인의 증언과 태아의 시체, 그리고 진짜 소사검으로 인해 밝혀졌다. 


봉경은 어떻게 이연화에게 소사검을 내 줄 수밖에 없었을까? 아마 이연화가 파사보로 봉경의 혈도를 찍어 그를 무력화 시킨 뒤 백천리 등과 함께 검을 빼앗았겠지. 아니면 상이태검이라는 절세무공으로 그를 제압했든지... 하지만 그 일을 보지 못한 방다병은 믿지 못할 밖에...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이상이가 바로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그가 안타까워졌다.


이제 사건은 막바지로 치달아간다. 봉소칠의 주머니에서 발견한 종이는 청량우의 것이었는데, 종이에 풀을 붙여 만든 육면체로 모서리마다 자르는 선이 그어져 있고, 안 쪽에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연화는 이 물건이 청량우가 구하려던 사람과 관계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리고 방다병은 그 동안의 반항이 부질없게 부마가 되기 위해 전신 스물여덟 곳의 혈도를 짚인 뒤 경덕전으로 끌려간다.  


경덕전은 황궁과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황제의 부름을 받고 온 사람들이 대기하는 곳이다. 이제 황궁까지 왔다. 첫 사건인 푸른 창의 살인귀부터 목을 매단 돼지 사건까지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결국 이연화가 황궁까지 오도록 이끌었다. 그리고 '극락탑'은 천하를 손에 쥐고 싶어 한 각려초의 비장의 무대이자 마지막 무대가 될 터였다. 


십삼 년 전 어느 날 밤 황제 형징이 궁중에서 술을 마시는 데 신선이 나타나 궁에 피어난 우담화를 안주 삼아 지붕에서 술을 마셨다. 우담화 서른 세 송이가 질 때까지 앉았다가 검을 들고 떠났다고 한다. 흥이 다하자 훌쩍 떠나버린 그 초연함에 황제는 그를 무척이나 동경했다고. 그리고 십삼 년 후인 이 날, 황제 형징이 있는 지붕 위에서 방다병에게 전음입밀로 사건의 진상을 알려준 이는 이연화였다. "닮았구나"라고 중얼거리는 황제는 몰랐다. 그 신선이 이상이였다는 것을,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황제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려주고 그 증거를 제시하여 사건을 해결하기까지 일련의 일들 또한 무시무시했다. 만약 황제가 조금이라도 무도하거나, 자격지심이 있거나 한다면 이연화는 물론이고 방다병과 그 집안의 구족까지 몰락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슬기롭고 총명했으며 대범했다. 황궁 시위 중 가장 강한 어사천룡 양윤춘과 함께 금원맹의 삼맹(염제백왕, 사상청존, 염라심명) 중 한 명인 사상청존을 잡았다. 그는 관리가 되어 있었고, 많은 살인사건의 범인이었다. 이연화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가린 채 사건의 진상을 모두 듣기 위해 그와 대결했는데, 내력이 부족한 이연화였으나 너무나 멋진 장면을 연출해버렸다. 


유가화는 사상청승도 열 개를 동시에 날려 이연화가 열 개를 동시에 막느라 정신 없는 틈을 타 '십성일도참'으로 목을 누를 작정이었다. 하지만 이연화의 검이 허공을 '한 번' 가르자 순식간에 암기 열 개가 튕겨져 나갔다. 이는 그가 휘두른 검이 두번째 암기를 베는 속도가 첫번째 암기를 베는 속도보다 빠르고, 세번째 암기를 베는 속도가 두번째 암기를 베는 속도보다 빠르고, 이렇게 암기를 하나씩 쳐 낼때마다 베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마지막 열번째 암기를 쳐 낼 때는 속도를 가늠할 수 없을만큼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암기 열 개가 찰나의 간격도 없이 동시에 튕겨나갔고, 검신에서 터져나오는 울림 역시 열 번이 아닌 하나의 장음처럼 들렸다. 이는 눈에 보이지도 손에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방다병과 양윤춘이 유가화를 제압하려 했으나, 얼음바늘 같은 검기와 머리카락도 베어낼 것 같은 예리함을 가진 일격에 모두 주춤했다. 그리고 그 일격을 받아낸 것은 이연화였다. 붉은 옷의 여자, 각려초는 회심의 일격이 실패하고도 깔깔거리며 자리를 떠났고, 이연화는 피를 토하면서도 유가화에게 그의 스승이었던 옥접선자 완운낭이 자신의 검에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유가화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황제 앞에서 자신의 죄를 시인한 뒤 학정홍을 마시고 죽었다.


그리고 방다병은 부마가 되었다.


극락탑 사건을 해결한 이연화는 연화루에서 한가로운 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누군가 찾아왔고, 소사검으로 그를 찔렀다.


각려초는 적비성을 사랑했고, 이상이를 미워했다. 그리고 두 남자 모두를 잠시나마 차지했다. 칼에 찔린 채 각려초에게 사로잡힌 이연화는 탈출했고, 적비성을 구했다. 오랜 적이나 서로를 잘 아는 둘은 거리낌없이 서로의 목숨을 내맡겼다. 그리고 금원맹이든 어룡우마방이든 무너졌다. 오래도록 준비한 백천원의 첩자가 속죄와 복수를 위해 치밀하게 짠 계획에 자신들의 힘을 보탠 것이다. 운피구는 각려초의 신임을 얻어 치미전 등 어룡우마방 본진에 기관들을 설치했고, 설공공을 죽였다. 그리고 오명을 쓴 채 죽으려고 했고, 이상이가 나타났다. 


결국 모든 인연을 매듭지었다. 이상이가 죽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던 운피구는 가장 늦게, 그리고 참혹한 속죄 끝에 용서 받았다. 적비성은 상이태검과 다시 한 번 겨루고자 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초자금은 드디어 온전한 아내를 얻었으며 이상이에 대한 자격지심을 털어냈다. 


이상이를 흠모하던 방다병은 끝끝내 이연화를 찾아냈고, 속았다고 화를 냈던 시문절은 드디어 이연화를 알게 됐다. 어쩌면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일지도 모른다. 그 옛날 오만하고 도도했던 이상이가 배신에 고통스러워하고, 복수를 다짐하면서도 돈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으며, 강호를 호령하던 사고문 영패마저 팔아야 할만큼 처지가 비참해지고 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명예나 권력보다 자유가 더 소중함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정의를 외치며 누군가를 해치는 것이 부질없음을 말이다. 지난 사건들을 돌아보면 힘 있는 자들이 자신들이 옳다고 믿어 행하는 것들이 때론 추악하기 그지없는 일들이 많지 않았는가.


그토록 잊히고자 했으나 결코 잊히지 않았던 이상이는 도리어 이연화라는 인물까지 잊히지 않도록 만들었다. 부존재(不存在)하는 이 하나가 존재(存在)하는 다수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건 그가 그토록 대단했기 때문일 것이고, 그가 품은 양주만(揚州慢)이 양주만이라는 이름인 것은 남송 때 시인인 강기의 시 '양주만'에 흥망성쇠의 슬픔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흥한 것은 쇠하기 마련이니, 가장 눈부시고 아름다울 때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져 밀려오는 불행을 받아들이고 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 않았나. 가장 순수하고 조화로운 심법, 어쩌면 그것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길이 아니었을까. 


이연화는 정말 미쳐버렸을까?     

이연화가 돌연 진지하게 물었다. "날 죽이는 것 말고 다른 계획은 없어? 가령 금원맹의 부흥이라든가. 은원맹, 철원맹, 금앙교, 금조방 같은 이름으로 말이야. 아니면 깨끗하게 손을 씻은 뒤 청루를 차리고 아내를 얻는다든가."
"왜 아내를 얻어야 하지?" 적비성이 반문했다.
이연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자는 다 그러니까."
적비성이 우습다는 표정으로 이연화를 흘긋 보았다. "너는?"
"나도 아내를 얻었었지. 아내가 재가를 했을 뿐……" 이연화가 고개를 들고 피식 웃었다. "십이 년 전 모두에게 약속했지. 완만이 혼인하는 날 희당을 나눠주겠다고. 완만이 자금과 혼인하던 날, 난 무척 기뻤어. 완만이 더이상 불행하지 않을 테니까."
횡설수설하는 이연화의 얘기를 적비성은 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적비성이 마지막 술 한 모금을 입에 털어넣은 뒤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봤자 여자 하나일 뿐."(376/490) - P376

이연화는 놀라서 사레가 들렸다. "아미타불, 시주님의 그런 생각으로는 평생 아내를 얻을 수 없습니다."(376/490)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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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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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밤의 약국에는 많은 방문객이 있다.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고 비록 꿈이지만 문어도 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소란스럽기도 하고 진저리가 나기도 하지만 또 훈훈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 뿐만 아니라 이 지구에는 많은 존재들이 함께 살아간다. 그런 세상일을 작가는 섬세하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밤이 깊다.
아직 잠들지 못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p.279)

먼저 인터넷서점에 들어간다. -> 사야 할 책을 검색한다. -> 그러다가 온갖 링크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실제로는 유한하겠지만 알고 보면 무한한 책들의 미로를 헤맨다. → 그러면서 동시에, 손에 잡히는 대로 장바구니에 담는다. -> 담을 만큼 담은 후, 결제한다. -> 주문한 책들의 목록을 보며, 꼭 사려고 했던 가장 중요한 책은 정작 사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오히려 기뻐하며 다시 인터넷서점에 들어간다. -> 다시 사야 할 책을 검색한다. 또다시, 온갖 링크를 타고 돌아다닌다. -> 아까와 같은 공간이지만 완전히 달라진 책의 미로를 헤맨다. -> 그러면서 또 다시금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다.→ 책값을 결제한다. 이번에도 또, 꼭 사려던 책이 빠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 다시 인터넷서점에 들어간다. -> 위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 → 마침내 무한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 P170

‘나‘는 ‘뇌‘가 아니라 ‘(뇌를 포함한) 몸 전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건 순전히 나의 강아지들 덕분이다. 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마토는 내게 생명의 불가역성, 그 빛나는 유일함을 일깨워줬다. 품에 안은 강아지가 마지막 숨을 내쉬며 서서히 식어갈 때, 난 세상에서 가장 큰 질문에 맞닥뜨렸다. ‘살아 있다는 건 뭘까?‘ 그리고 칸토와 매일 산책하면서 나는, 움직이고 걷고 뛰고 맛보고 냄새 맡고 느끼는 나 자신이 곧 ‘살아 있음‘이라는걸 알았다. 만약 슈퍼컴퓨터가 있어서 거기에 나의 뇌를 온전히 업로딩한다 해도, 그게 결코 ‘나‘일 수 없음을, 이렇게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업로딩된 내가 영원히 살며 세상의 모든 지혜와 우주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해도, 그 존재는 산책하며 나뭇잎의 냄새를 맡을 수 없고 따뜻하고 북실북실한 칸토의 털에 얼굴을 파묻지도 못한다. 뇌(혹은 의식, 누군가는 이것을 영혼이라고 표현하겠지만) 몸을 분리하여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현대의 새로운 종교이며, 죽으면 영혼만은 천국에 올라가 영원히 산다고 믿었던 오래전의 이원론과 다를 바 하나 없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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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7-31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70쪽 인용문!!!ㅋㅋㅋ
저것은 우리의 모습인 거잖아요?ㅋㅋㅋ

꼬마요정 2023-07-31 08:40   좋아요 2 | URL
맞아요!! 무한에 빠진 우리의 모습이죠!! ㅋㅋㅋ 저 부분 읽으면서 어찌나 웃기면서 공감했는지 몰라요 ㅋㅋㅋ 어멋, 이건 나잖아!! 이러면서요 ㅋㅋ 살 책을 안 샀는데 오히려 기뻐하며 다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간다… ㅋㅋㅋㅋ 작가님 맘 내 맘 책나무님 맘 ㅋㅋㅋ 이렇게 책에 깊이 공감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에요 ㅋㅋㅋ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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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그는 어디서든 《불안의 책》을 보기만 하면 얼른 지나쳐 갔다. 두 사람은 이 사건에 대해 말을 나누지 않았다. 이 일은 둘이 헤어질 때까지 앙금이 남아 있던 온갖 사연 가운데 하나였다.
그레고리우스는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이 굉장한 책이 저한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아세요?"
시몽이스가 책의 가격을 계산기에 찍으며 이어서 말했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몽테뉴의 《수상록》을 썼다는 느낌이에요." - P97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프라두의 책에 쓰여 있던 문장 가운데 하나였다.299

그레고리우스는 목록에 사랑이 빠졌다고 말했다. 조르즈의 몸이 뻣뻣해졌다. 잠깐 그는 술이 완전히 깬 듯했다.
"아마데우는 사랑을 믿지 않았소. 유치하다고 생각하며 그 단어를 피했지. 그는 사랑에는 욕망과 만족, 편안함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소. 이 모두가 헛된 것이라고 했지. 제일 허무한 건 욕망이고 그다음이 만족이며, 누군가에게서 보호를 받는다는 편안한 느낌도 언젠가는 결국 부서지는 것이라고 했소.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 우리 감정을 다치지 않고 그 일들을 견디어내기는 힘들다는 것이었소. 그래서 신의가 중요하다고 했지. 그는 신의란 감정이 아니고 의지요 결정이며, 영혼의 견해 표명이라고 말했소. 우연한 만남과 감정을 필연으로 바꾸는 그 무엇이라고, 영혼의 숨결이라고 했지. ‘그저 낮은 숨결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영혼의 한 부분이지‘라며.
그는 잘못 생각한 거요. 우리 둘 다 잘못 생각했지. - P305

난 늘 그곳에, 먼 시간의 저편에 있다. 결코 그곳을 떠난 적이 없다. 과거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거나, 그곳에서 출발하며 산다. 이 과거는 단순하고 짧은 일화 형태로 반짝이는 기억이 아니라 현재다. 시간이 몰고 온 수천 가지 변화는, 시간을 초월하는 현재의 이 감각과 비교하면 꿈처럼 덧없고 비현실적이며 환영처럼 우리를 매혹한다.
이 변화들은 고통과 걱정거리를 안고 나에게 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마치 완벽한 자신감과 용기를 지닌 의사라고 믿게 한다. 불안에 떨며 도움을 구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신뢰감은, 그들이 내 앞에 있는 한 나 스스로에게도 이것을 사실로 믿도록 강요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나가자마자 난 소리치고 싶다. 난 여전히 두려움에 떨며 학교 계단에 앉아 있는 소년일 뿐이라고, 내가 하얀 가운을 입고 이렇게 거대한 책상 앞에 앉아 환자들에게 충고를 하는 것은 정말 하찮은 일이고 사실은 거짓이라고, 우리가 같잖은 천박함으로 현재라고 부르는 현상에 속지 말라고………….
우리는 시간상으로만 광범위하게 사는 것이 아니다. 공간적으로도 눈에 보이는 것들을 훨씬 넘어서 살고 있다. 우리는 어떤 장소를 떠나면서 우리의 일부분을 남긴다. 떠나더라도 우리는 그곳에 남는 것이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단조로운 바퀴 소리가 우리가 지나온 생의 특정한 장소로 우리를 데리고가면-그 여정이 아무리 짧더라도-우리는 스스로에게 가까이 가고 우리 자신을 향한 여행을 떠난다. - P338

"난 가끔 오빠의 영혼이 다른 그 무엇보다도 언어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마친 멜로디가 말했다. - P432

"걸인은? 존엄한 걸인이 있을까?"
에사가 물었다.
"그의 인생에서 진실로 불가피한 일, 그가 어쩔 수 없는 일이있었다면 아마 가능할 듯싶군요. 그리고 그가 자기 자신의 편에서 있다면, 스스로를 옳다고 여긴다면 말입니다."
스스로의 편에 서는 것도 존엄에 속한다. 그래야 갈릴레오나루터처럼 공개적인 혹평을 품위 있게 극복할 수 있다. 그들뿐만아니라 자신의 죄를 부정하려는 유혹과 맞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 P512

영혼은 사실이 있는 장소인가, 아니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 이야기의 거짓 그림자에 불과한가? 프라두가 했던 질문이었다.
그레고리우스는 이 물음이 눈빛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눈빛이란 없고, 읽힐 뿐이다. 눈빛은 언제나 ‘해석된 눈빛‘이다. 해석된 눈빛만이 존재한다. - P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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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7-29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리스본 책 읽었던 시간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문장들이 참 좋았었어요.^^

꼬마요정 2023-07-30 10:13   좋아요 1 | URL
그죠… 아마데우의 삶은 슬픈데 문장들은 참 좋았어요.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이와같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ㅎㅎㅎ
 
[eBook] 길상문연화루 - 중 길상문연화루 2
텅핑 지음, 허유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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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편에서 이연화는 자신의 옛 연인이었던 교완만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가서 둘의 인연을 매듭 지었다. 안 그래도 내력이 바닥나고 있던 이연화였으나, 자신이 사랑했고 상처를 줬던 여인을 위해 양주만으로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다. 모든 것을 용서한 연화였기에 그는 더 이상 이상이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된 교완만은 과거의 인연을 매듭짓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쓸쓸함과 적막감이 감도는 가운데 늦은 오후 햇살이 비치는 연화루 속 이연화의 모습은 뭔가 해탈한 것 같기도 하지만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난장강(무덤을 따로 만들지 못한 시신들을 매장하는 공동묘지)에 길상문연화루가 나타났다. 소원진의 난장강에 있는 '구멍'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해결될 때가 온 것이다. 예전 금원맹의 '황천부(특히 황천진경)'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 구멍에서 일어난 일은 추악한 죄의 대가였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오며 멸시 당한 세월 역시 죄를 지은 대가였을테지. 그리고 속세에 미련이 없는 이연화에게 '관음수루'가 그러했듯 '황천진경' 역시 무의미했다. 


향산수객 옥루춘은 전편에 나왔던 금만당의 절친이었고, 둘째 가는 부자쯤 되는 이였다. 그런 그가 단풍을 보자며 여택으로 친구들을 불러모았다. 모인 이들 역시 강호에서 이름을 날리는 이들로 모용요, 시문절, 관산횡, 동방호, 이두보 였다. 이두보는 이름만 봐도 시를 잘 지을 것 같았는데 과연 그러하였다. 그런데 이 중에 이연화도 끼어 있었으니, 그가 이상이였을 때는 빛나는 태양 같았다면 이연화일 때는 은은한 달빛 같은가 보다. 해가 사라지고 난 뒤 어둠이 깔리면 달이 세상을 지배한다. 해가 있을 때는 모르나 해가 사라지고 나면 달빛의 고마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렇게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는 여전히 잊히지 못하고 있었다. 옥루춘의 연회는 다음 날 옥루춘이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건 현장으로 바뀐다. 


이런 이야기들이 늘 그렇듯, 주인공이 사건을 따라다니는 건지 사건이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이 하고 싶다. "이연화 씨, 코난이세요?" 


옥루춘은 죽일 놈이었고, 원한 맺힌 이들은 그를 응징했다. 하지만 죄는 죄이니, 죄 지은 자들을 백천원으로 보내고, 여인들은 여택을 도관(도교사당)으로 개조한 뒤 그 곳에서 회개하는 것으로 벌을 대신하였다.


사건은 끊이지 않아, 이번에는 강호 최고의 미남자라고 이름 난 위청수가 살해된 뒤 가죽이 벗겨져 그 가죽에 수가 놓인 채 발견되었다. 열흘 전, 강절 지역의 대부호 기춘란의 딸 기여옥과 혼인했는데, 첫날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신부가 발견한 것은 수 놓인 인피 조각이었다. 방다병이 기춘란과 인연이 있어 이연화는 이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러면서 전운비와 만나고, 또 하나의 인연이 매듭을 짓는다. 이상이와의 결투에서 져서 머리를 빗지 못하게 된 전운비는 이제 머리를 묶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시원한 일인가. 


인피 가죽 사건은 역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 지 보여주었다. 전처를 죽여야만 호화롭게 살 수 있었던 그는 결국 죄값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등장하는 각려초와 금원맹. 이연화는 한 발 한 발 그들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백천원의 188개 감옥 중 제5감옥이 습격당해서 마두 5명이 탈출했다. 그리하여 불피백석은 방다병, 이연화, 전운비에게 막부산 감옥이 습격당한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청했다. 막부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청죽산에 들어섰을 무렵, 그들은 기이한 집을 발견한다. 그 전에 이 곳에는 이상이가 여인들을 반하게 한 결투가 있었다. 이 곳 청죽산 아래 무미하(撫眉河)에서 이상이와 화초 기르는 걸 좋아하는 동방청총이 결투를 벌였었다. 이상이가 동방청총이 기른 매화꽃이 열 일곱 송이 이상 달린 매화 가지를 꺾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는데, 동방청총이 거절했고, 두 사람은 매화동산에서 결투를 벌였고, 동방청총은 크게 패했다. 이상이는 매화 가지를 꺾어서 가 버렸고, 동방청총은 매화 동산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 교완만이 매화를 좋아했고, 사고문에는 여협이 열일곱 명 있었다고.  


그런 사연을 품은 이 곳에 이상한 집이 있었고, 안개독을 피해 그들은 집 안에 있는 지하통로로 도망친다. 그리고 땅 밑에서 강호의 수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 부형양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 곳에 용왕관이 있다고 속아서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각려초의 화피요공(각려초가 연마한 내공심법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수법. 깊이 연마할수록 외모가 아름다워지지만 더 잔인하고 살인을 즐기게 됨)은 실로 놀라웠다. 이 화피요공에 넘어가지 않은 이가 딱 두 사람이었으니, 바로 이상이와 적비성이었다. 


결국 이연화 덕에 각려초의 이번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으나, 이미 이연화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음을,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 할 수도 있음을 말이다.


국화산은 뛰어난 비경을 지녔으나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 곳을 무당파 제자인 육검지가 지나가다 이연화를 만났다.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름을 묻는 육검지에게 연화가 "이.... 그게..." 이러는 걸 육검지가 이극애로 알아들으면서 말이다. 이 곳엔 해골이 가득한 호수와 손님은 없고 핏자국이 가득한데다 이상한 기관들이 있는 객잔이 있었다. 이 마을의 촌장은 의뭉스러웠으며 마을 사람들은 이상했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을까? 논도 밭도 없고, 과일 나무도 없고, 광물도 없고 오로지 국화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 것일까?


괴질을 이용해 사람들을 조종하는 건 끔찍하다. 곤륜파의 금유도는 치료가 가능할까? 곤륜파나 무당파를 피하겠다는 방다병의 다짐이 허튼소리만은 아닌 것 같았다.


채화루는 방다병 집안의 객잔이다. 그 곳에 묵게 된 이연화와 방다병은 또 하나의 사건을 마주한다. 도철 금비녀에 얽힌 사연과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던 서북염왕 여양금과 그가 쓰던 박악검, 구경선경(남쪽 멀리 있는 대희국의 고산에 있는 왕릉)의 지도, 여양금의 하녀 경아와 노주대협 유항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등장한 문경. 상이태검 이상이의 검 중 하나가 소사, 또 다른 하나가 바로 문경이었다.


구경선경에 '약몽'이라는 검이 있는데, 무지갯빛 검광이 태양을 뚫고 그림자가 백 리에 뻗치며, 한 번 휘두르면 온 산하가 긴 꿈에 빠지고 강물도 붉게 변하다고 한다. 그 검을 휘두르면 휘황한 검광이 허공에서 춤을 추는데 그 광경이 그렇게나 황홀하고 아름답다고... 훗날 그 검이 부러지자 수정을 이어붙여 다른 검을 만들었는데, 그 검이 바로 문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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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리커버 특별판, 양장)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옛일을 떠오르게 하는 책들이 있다. 어릴 때 겪었던 일들, 잊지 못할 강렬한 경험들, 그저 그런 일상인데도 잊히지 않는 그런 일들 말이다. 이 책 역시 그런 책들 중 하나이면서, 유독 아픈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듯 해서 마음이 심난했다.


전쟁은 삶을 황폐하게 만들면서 많은 것들을 바꾼다. 어쩌면 '존재' 자체에 회의를 들게 할지도 모른다. 불안과 죽음과 상실의 공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방법을 찾을테고, 여기 두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쟁통에 할머니에게 맡겨져 선악 판단의 기준이나 삶의 방식 같은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야 했던 아이들... 그들은 둘이었기에, 서로에게 의지해서 어린 시절을 살아냈다. 이 아이들은 삶이 투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너희들은 왜 진작 날 도와주지 않았니?"

"네가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덩치 큰 세 녀석이 덤비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니?"

"네 물통을 놈들 대가리에 던져버리든지, 손톱으로 얼굴을 온통 할퀴어놓든지, 불알을 발로 걷어차든지, 그도 저도 안 되면, 고함을 치고, 울부짖기라도 해야지. 아니면 아예 달아났다가 나중에 다시 오든가."   (p.67)


누가 때리면 더하게 갚아줘야 하고, 누가 도와주면 그만큼은 돌려줘야 하는 기준을 가지고, 남이 뭘 하든 참견하지 않으며 가족마저 거리낌없이 이용하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는 이 아이들은 그렇게 하나의 전쟁 동안 살아남았다.


클라우스는 국경을 넘었고, 루카스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타인의 증거>는 루카스의 이야기이다. 그저 살아남기만 했을 뿐 외로움과 괴로움이 점철된 영혼을 어찌할 수 없었던 두 아이들 중 한 아이. 루카스는 이 곳에서 형제가 아닌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페테르를 만나고, 클라라를 만나고, 야스민과 마티아스를 만나 상처를 주고 받고 위안을 주고 받으며 그렇게 말이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무엇이고, 불행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으며, 살아있다 해서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내밀지 못한 손은 내밀지 못한 게 아니라 내밀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변할 수 없었던 것은 변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나만 상처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고, 모두가 불행해졌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 스쳐 지나가고 남은 것은 그들이 쓴 노트-원고 뿐이다.


<50년간의 고독>에 앞서 클라우스는 돌아왔다. 하지만 클라우스를 클라우스라고 확인해 줄 공식적인 서류는 없다. 한 몸 같았던 형제 루카스는 이제 없다. 한 곳에 남았던 루카스는 떠났던 클라우스를 확인해 주지 못했다. 이웃들은 이미 죽었거나 떠났거나 클라우스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렸다. 루카스는 누구이고, 클라우스는 누구인가. 정말 루카스가 남았고, 클라우스가 떠난 것이었을까? 하나였던 둘이, 둘이 되었다가 다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지극히 차갑고 습하고 잔인했다. 


진정한 '나'는 누구이며 어디 있는 걸까? '나'라는 존재는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한다. 어쩌면 자기 자신조차 '나'를 모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동안 '나'는 '나'라는 존재를 끊임없이 알고자 하고,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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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3-07-28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얼마전에 읽었어요. 그때의 여운이 다시 또 올라오네요ㅎㅎ

꼬마요정 2023-07-28 23:24   좋아요 1 | URL
이 책 좀 충격이었어요 ㅎㅎ 작년에 읽었는데, 그 때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해서 리뷰를 못 쓰다가 얼마 전에 다시 꺼내보고 이제야 쓰게 되었네요. 작가가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23-07-28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꽤 오래 전에 읽었는데… 그 때 작가가 여자인 줄 몰랐어요. 최근에 보통의 책읽기 읽다가 저자가 여자인 걸 알았는데.. 성별이 중요한 거 아니지만 작가가 나중에 습득한 언어로 썼다는 게 알고 완전 놀랐습니다. 그때 읽었을 때 전 묘한 반감이 있었는데(아마 반전이 저에게는 역효과였던 것으로 어렴풋히 기억나요)2차 습득 언어로 이런 작품을 썼다고 생각하니 그리고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니 이 작품을 다시 읽고 재해석 하고 싶더라고요!

꼬마요정 2023-07-28 23:28   좋아요 0 | URL
정말 놀라웠어요. 저는 <문맹>을 먼저 읽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읽고 정말 충격이었어요. 제 어린시절도 떠오르고...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한국어로도 못 쓰는데 그녀는 심지어 2차 습득 언어로 이렇게 쓰다니.. 어쩌면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글이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고통을 글로 승화시키는 건 정말 멋지기도 하지만 아프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