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근'은 바보'다. 띨띠리, 띨빵, 반편이, 쪼다-쉬, 빠가야로, 기봉이, 영구, 헐렁이, 개구리, 깍두기'다. 하지만 그'는 사실 알차다. 신대리 농민들이 모두 빚더미'에 시름시름 앓을 때에도 우리 만근'은 근면과 성실로 가계 빚 하나 없이 잘산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마을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는 < 마을길 풀깎기, 도랑 청소, 공동우물 청소...... 용왕제에 쓸 돼지를 산 채로 묶어서 내다가 싫다고 요동질하는 돼지에게 때때옷을 입히는 > 일도 한다. 궂은 일은 모두 도맡아서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황만근이 사라졌다. 만근이가 사라지가 그의 부재는 마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구멍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만근이가 했던 궂은 일을 하며 그를 그리워한다. " 만그이 자슥이 있었으마 내가 돈을 백만 원 준다 캐도 이런 일은 안 할 낀데, 아이구. 이 망할놈의 똥냄새, 여리가 싸놔 그런지 독하기도 하네. 이기 곡속한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겠구마. "

 

- 만그이, 어데 갔노 中 

 

 


 

 

 

 

천재와 바보

 

 

 

 

 

 

어머니'는 늘 우스갯소리로  한동네에 살던 또래 만식이' 얘기를 하신다. 이 이야기'는 그 옛날  보릿고개 시절 이야기'다.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던 시절이라 끼니 굶는 경우가 허다하다 했으니,  고기 구경'은 동네 잔치'가 아니고서는 구경하기 힘든 풍경이었다고 한다.  돼지 한 마리 잡아다가 가마솥에 우거지에 넣고 된장 풀어 한솥 끓인 괴깃국 맛이란 !  동네 잔치'가 벌어지면 동네 일꾼 만식이'는 분주하다. 장작을 패고, 물을 나르고, 잔심부름'을 하고. 가마솥에서 보글보글 연기가 피어오르면 만식이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난다고. ( 이거 tv 특종 세상에 이런 일'이 멘트처럼 들리는군. )  침이 고인다고.  아 !  침이, 고인다, 고...... 

 

이즈음 동네 사람들이 만식이를 놀린다고 한다. 동네 어른들이  만식이가 짝사랑하는 월례'를 들먹이며 ( 달밤 아래 냇가에서 훔쳐보았던 월례 젖가슴은 얼마나 뽀얗던가! ) 한 마디 한다.  " 우리 월례는 괴깃국 좋아하는 남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  우리  만식이도 괴깃국 별로 안 좋아허지. 아마. 늘 먹는 게 괴깃국이라며 ?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괴깃국이 꿀맛이지만서도.  만식이는 부자여. 누군지 몰라도 만식이에게 장가 가면  팔짜 핀 거여, 안 그려 그려 ? "   신호가  떨어지면 동네 사람 모두 다 이구동성으로 " 만식이이이이.  부자아아아아아아 ! " 큐 사인이 떨어지면 월례는 부끄러운 척을 한다. 그러면  만식이는  흘끔흘끔 월례를 보다가, 흘끔흘끔 점례를 보다가 한 그릇 퍼 담아주는 고깃국'을 일일이 사양하며 큰소리로 외친다고 한다.   

 

배부르다고. 배고프지 않다고. 뱃속 거지가 훅 들어왔다가 훅 나갔다고. 괴기 별로 안 좋아한다고. 늘 먹는 게 괴깃국이라고 ! 아. 뱃속에서는 박연폭포 같은 번개가 으르렁으르렁거리며 소리를 내는데, 괴기 생각만 하면 입에 침이 괴는 데에에에에에에..... 동네 사람들은 웃음을 참으며 만식이에게 말한다. " 그려. 글지, 암... 글구 말구. 떡집 아들이 떡 헐레벌떡 먹는 거 봤는감 ? 우린 여기서 쬐께 괴기 좀 뜯다 갈 테니께,  자넨 볼 일 다 봤으니 집에 가 있어. 이젠 뭐 할 일도 없잖혀 ! " 아, 일만 하다 쫒겨나는 만식이. 어슬렁어슬렁거리다가 뒷마당 가서 운다. 어머니는 이 즈음에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늘 듣는 얘기'지만 나도 여기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만식이를 놀리는 데 앞장섰던 월례 아버지는 박장대소를 하며 만식이 없는 마당에서 만식이 칭찬을 한다.

 

" 우리 만식이가 바보여두 동네 일은 을마나 잘하는겨. 변소깐 똥 풀 때 봐봐. 똥물 튀어도 씨익, 한 번 웃어주고 계속 똥 푸잖어 ? 여보게들, 만식이 거시기 보았는가 ? 워메. 글씨 목간에서 만식일 만났는디 글씨 만식이 거시기 그것이 미꾸린 줄 알았는디 장어여, 장어 ! 을메나 길고 튼튼한지.... 첨엔 다리가 세 개 달린 줄 알았단 말이여. 어 ?! 얼라 ! 이 사람들 보게. 농담 아니여. 만식이 지금 뒷마당에서 울고 있제 ? ㅋㅋㅋㅋ 월례야, 가서 한 그릇 넉넉하게 담아 주고 와라. 늙은 노모, 병수발 든다고 얼마나 고생이 많냐. 만식이 효자여, 효자 ! 그런 놈 읎다. "  누가 그 소리를 듣다 외친다. " 그럼 월례 만식이한테 시집 보낼껴 ? " 월례 아버지가 정색을 하며 말한다. " 떽 ! " 일동 까르르르르르르르. 참... 깔끔한 토론이다.

 

어머니는 그때를 회상하며 말하고는 했다. " 얘. 얘.  한참 있다 보면 만식이가 안 보인단다.  어디 담' 아래에서 울고 있는 게지. 배가 고파서 말이다. 얼마나 먹고 싶었겠누. 그러면 월례 고것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만식이에게 다가가 괴깃국 한 그릇 수북히 담아 갔다 주고는 했지. 어찌나 잘 먹던지. 만식이 가는 손'에는 누워 있는 엄마 몫도 챙겨서 보내고는 했단다. 지금 만식이 뭐 하나 모르겠다. 옛날에는 늘 동네바보 하나씩은 다 있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굶지 않아서 그런가 바보'가 없어 "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마음 한 켠이 짠하다. 만식이 아저씨, 잘살고 계실까 ?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만식이 아저씨가 보고 싶다.

 

나는 동네 바보가 이건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건희가 동네 바보'보다 더 똑똑하다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동네 바보가 이건희보다는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며, 굳이 비유를 들자면 보다 더 자연 친화적 무공해 채소'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 루스벨트였나? 정확히 모르겠다. ) "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사회입니까? " 루스벨트가 답했다. " 거리에 장애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상적인 사회입니다. " 묻고 싶다. 내 유년의 기억 속에서 떠돌던 그 많은 동네 바보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페스트처럼 가난했던 시절에 잠시 창궐했다가 사라진 선캄브리아 시대의 공룡이었을까? 편리하고 깨끗한 21세기 대한민국 환경이 동네 바보를 천연기념물로 만들어 놓았을까?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다양한 답을 마련했으나 결론은 하나다. 그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숨겨 놓은 것이다. 좋은 동네는 그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서울이, 내가 사는 동네에 바보가 어슬렁거리지 않는다면 이유는 하나'다. 동네사 살기 좋은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큐 60의 삼식이 형, 오줌싸개 동팔이, 있으면서 맨날 없다고 외치는 영구, 피규어'이면서 살아 있는 공룡인 척하는 공룡 쮸쮸, 발기하지 않는 곱추와 맵지 않은 곱추 형제, 선풍기'는 선풍기인데 선풍기는 아닌 선풍기 아줌마, 요리 보고 조리 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둘리 그리고 절뚝이, 외팔이, 맨드라미, 개망초,  앗, 사루비아 ! 모두 나와 당당히 거리를 걸어라, 라고 외치고 싶다.

 

장애인들과 동네 바보'가 거리를 자유롭게 보행할 수 있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이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과 가장 긴 대교'를 소유한 나라가 좋은 사회는 아니다. 꽃 피고 새 울면 그들이 다시 오려나 ? 기다리겠다.

 

 

 

 

 

 

-   네이버 블로그, 2009/10/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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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7-19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여러가지 잣대를 가지고 있지요. (잣대 ; 수학적으로 말하면 여러 방향의 축 axis) 누구는 가장 높은 빌당과 가장 긴 대교를 소유한 나라가 좋은 나라로 생각하고, 어떤 이는 거리에 장애인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나라로 생각하죠.

제 주위에 단호하게 자기 확신에 차서 '(남이 어떻게 살든, 사실 남이 못 살면 더 신나는 것 같기도 한데 어째거나) 혼자만(이라도) 잘 사는 것이 재미있고 (좋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분 정치인은 아닙니다.)

후흑을 몸으로 배워서 그런지 정직한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외치는데, 행동으로는 무조건적으로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고 다른 사람에게 정의, 정직, 도덕, 배려를 외치며 실천하라고 하죠. 지인은 다른 사람이 정의, 정직, 도덕, 배려로 행동해야 자신의 이익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촌평을 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9 09:30   좋아요 0 | URL
크게 나누면 성장 담론이냐 아니면 복지 담론이냐의 문제이겠지요 ? 둘 다 필요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성장 담론만 내세울 뿐, 단 한번도 복지 담론에 대한 이야기'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복지를 말하면 빨갱이가 되는 국가입니다.

풀무 2014-07-1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숭배 시스템이 사람들로부터 여유를 다 빼앗았다고 보입니다. 시스템 버그라고 판단되는 코드가 걸리적거리면 귀찮아 눈쌀부터 찌부려지게 된 세상. 울동네 부동산 아주머니 말대로 하면 "사람들이 인정머리가 없어요" -_ㅜ

작년인가 아이들이랑 본 짱구 극장판이 생각나네요. 지구의 여유물질 고갈이 지구 뿐 아니라 쌍둥이별까지 멸망시키는 사태가 초래되는.. 루스벨트 대통령은 선견지명이 있는 위인이셨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9 18:19   좋아요 0 | URL
성장 담론은 사실 재벌 담론이죠. 1%담론입니다. 이제 더이상 쥐엔피가 생활의 질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코스타리카인가요 ? 행복지수 세계 1위더군요. 쥐엔피가 8천달러인가 하더라고요. 네팔은 어떤가요 ? 무조건 복지 담론만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복지 담론 중심으로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성장 코드죠. 너무 많은 희생을 당했는데 여전히 성장 담론이라니... 끔찍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21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애인, 고아, 외국인들의 얼굴표정으로 그 사회의 건강성을 알 수 있죠. 우리나라는 참..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1 13:2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엄동 2014-07-2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당당히 거리를 활보하라!!!
곁에서 함께 외치고 싶습니다.

우습죠
내내 숨어살게 해놓고
일년에 딱 하루 있는 그들의 날엔 또. 동물원원숭이 보듯 대하는거 보면

곰곰생각하는발 2014-07-21 13:21   좋아요 0 | URL
그들이 숨쉴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줘야죠. 아직까지 방지턱 때문에 휠체어가 돌아다닐 수 없으니 참...
그거 없애는 거 뭔 놈의 그리 돈이 든다고.....
보행권을 보장해 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ㅣ 문학동네 시인선 57
윤희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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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편지를 써서 보내던 날들이 있었다. 편지를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편의점 영수증처럼 구겨서 버리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 가을비가 내리니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구나 " 라는 문장은 " 어젠 가을비가 따스하게 내렸다 " 라고 고쳐 쓰다가, 다시 " 가을비가 내렸으니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다 " 라고 수정했다. 하지만 이내 편지지를 찢고는 다시 " 비가 온다. " 라고 고쳤다. 얼마나 많은 편지를 썼는지 당신은 모른다. 사실, 그해 가을에 당신에게 보낸 편지 한 장은 노트 한 권이었다. 찢어서 버리고, 찢어서 버리고, 찢어서 버리고 남은 노트의 한 페이지'만을 당신에게 보낸 것이다. 저 사진 속 마른 가슴을 볼 때마다 오래전'에 당신에게 보냈던 편지'가 생각났다. 저 사람도 한때는 풍성한 가슴이었을 것이다. 찢고, 찢고, 찢고 남은 한 장의 가슴이리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말라비틀어진 가슴이 아니라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편지이다.

 

 

-  메모, 2011/11/29 11:30 中

사진 출처, 다이안 아버스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

 

 

 

" 새책 " 에 대한 미련이 없어서 같은 조건이라면 저렴한 " 헌책 " 을 사는 편이다. 헌책방 예찬론자는 아니다. 싸니까 사는 것이다. 헌책방이 성소/聖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구멍가게와 헌책방은 동급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집을 헌책으로 사면 시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절판된 시집이 아닌 이상은 반드시 새책을 구입한다. 시집만큼은 그렇다. 시집 한 권에 평균 7000원은 너무 박하다 싶다. 값을 두께에 따라 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천박한 자본주의적 논리다. 얇다고 해서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시인은 대부분 브래테니커 백과사전 두께의 공책에 시를 썼다 지운다, 썼다 지운다, 썼다 지운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얕디얕은 시집을 내놓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읽은 시집은 사실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남은 < 문장 >이거나 찢고, 찢고, 찢고, 찢고 남은 < 공책 > 이다.

 

소설은 헌책방 가서 사도 되지만 시집만큼은 새책을 사자. 함민복 시인, 굶지 않고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희상 시인의 시집 <<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 은 두께가 얇지만 결고 얕지 않은 시집이다. 두 번째 시집 << 소를 웃긴 꽃 >> 이후, 7년 만에 나온 시집이니 장고 끝에 내놓은 간결한 두께다. 썩지 않고 버티면 곰삭은 음식이 된다. 곰삭은 음식은 보약이 된다고 들었다. 좋은 시는 좋은 눈/目에서 나온다. 오래 보고 짧게 쓴다. " 시 쓰기의 팔 할 " 은 관찰에서 나온다. < 시인 > 이라는 낱말과 같은 뜻은 < 화가 > 다. 화가와 시인은 같은 말 ! 그들은 그리기 전( 혹은 시를 쓰기 전)에 오래 본다. 오래 보다 보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인다. 고흐가 그린 것은 빛이었다.  

 

반면 나쁜 시는 좋은 머리/腦에서 나온다. 흘겨보고 길게 쓴다. 시인에게 있어서 명석한 두뇌는 재앙에 가깝다. 똑똑한 사람은 시인이 되지 말고 회계사가 되어야 한다. 시인 윤희상은 오래 본다. 하지만 관계에 개입하여 재단하지 않는다. 윤희상 시'가 현학에 빠지지 않는 이유'다.

 

 

여자아이는 앞으로나란히를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앞으로나란히를 해보지 못했다

많은 아이 가운데, 가장 키가 작았다

언제나 맨 앞에 섰다

 

졸업식 날 펑펑 울었다

 

-  희망 전문, 시집 '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

 

 

" 여자아이는 앞으로나란히를 해보고 싶 " 단다. 외팔'이 아니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 나는 대뜸 속으로 " 앞으로나란히 하면 되지, 바보야.  ㅋㅋㅋ " 라고 중얼거렸다. 의문은 곧 풀렸다. 키가 작아서 항상 맨 앞에 섰기에 앞으로나란히'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연'에 가서는 무안해졌다. 여자아이는 " 졸업식 날 펑펑 울었 " 단다. 내 빈정거림 때문에 여자아이가 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타인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여자아이에게는 아픈 고민이다. 또래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쑥쑥 자랐는데 여자아이는 민들레처럼 땅 냄새만 맡은 모양이다. 다 함께 열중쉬어'는 할 수 있으나 앞으로나란히'는 할 수 없는 키 작은 소녀의 성장통에 마음이 짠하다.

 

여자아이가 바라는 것은 < 독식 > 이 아니라 < 동반 > 이다. " 나란히 " 는 어느 한쪽이 뒤쳐지지 않고 모두 함께 평행한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 시인이 감추어 둔 속내가 있다. 시인은 < 승자독식사회 > 가 아닌 < 동반성장사회 > 에 대한 바람을 드러낸다. 천재 한 명보다는 고만고만한 도토리 사회'가 좋은 사회다. 연설은 명료할수록 빛나지만 시는 의미를 감출수록 빛난다. 내가 정호승의 시'를 싫어하는 이유는 보편적 서정을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데 있다. ( 군소리 하나 더 보태면 도종환 시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관념적 허세'와 도덕군자형 현학이 지나치다. 시인은 눈으로 관찰하고 심장으로 시를 써야 하는데,  정호승은 머리로 보고 뇌로 시를 쓴다.

 

윤희상 시인에게는 그러한 관념적 허세가 없다. 그는 보고 느낀 것만을 쓴다. 담담하지만 울림은 크다. 정호승 시가 중화요리'라면  윤희상 시는 오신채가 없는 사찰 음식'이다. << 남대문 상회 >> 라는 시를 보자.

 

 

여름에는

얼음을 팔고

겨울에는

석유를 판다

 

- 남대문 상회, 전문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남대문 상회는 : ㈀ 여름에는 얼음을 팔고 겨울에는 석유를 판다. ㈁ 여름에는 물을 팔고 겨울에는 불을 판다. ㈂ 여름에는 물을 팔고 겨울에는 기름을 판다. 얼핏 보면 남대문 상회는 우산을 팔면서 동시에 부채를 파는 이상한 가게처럼 보인다. 비가 오면 부채가 안 팔리고, 볕이 쨍쨍하면 우산이 안 팔리니 좋은 궁합은 아니다.  하지만 시인이 보기에 얼음과 석유는 우산과 부채처럼 서로 상반된 오브제'가 아니다. 여름에 파는 얼음은 지나치게 올라간 열기를 식혀주고 겨울에 파는 석유는 지나치게 내려간 온도를 덥힌다. 그러니까 얼음과 석유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상품이다. 석유는 낮은 것을 높게 끌어올려주고, 얼음은 지나치게 높은 것을 낮춘다.

 

내가 < 희망 > 이라는 시와 함께 < 남대문 상회 > 라는 시를 나란히 배치한 이유는 두 시가 가지고 있는 유사성에 있다. 키가 작은 여자아이는 왜 졸업식 날 펑펑 울었을까 ? "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 " 가 말이다. 여자아이가 꿈꾸는 희망은  "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회 " 다. 시인은 열외와 독주가 없는 사회를 꿈꾸면서 획일성을 경계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카이라운지에서 음식을 먹는다 멀리, 밤 풍경은

푸르다 많은 사람이 음식을 먹는다 포크로 먹는다

그 가운데, 단지, 한 사람만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다 모두 음악을 듣고 있다 갑자기,

사람이 쓰러졌다 그리고, 죽었다 여태까지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었던 사람이다 등에는

포크가 꽂혀 있다

 

- 포크와 젓가락 전문

 

시 << 포크와 젓가락 >> 은 파시즘에 대한 우화'다. 포크를 사용하는 무리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사람을 제거한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반면 << 컵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방법 >> 에서 시인은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말한다.  

 

 

옆에서 본다

위에서 본다

아래에서 본다

뒤집어서 본다

비스듬히 본다

 

- 컵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방법 전문

 

 

신중현은 노래한다. "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  그렇다. 자주 보면 못난 얼굴도 예쁜 얼굴로 보이는 법이다. << 컵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방법 >> 은 컵을 사랑하는 다섯 가지 방식'으로 고쳐도 된다. 시선의 차이(다양성)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한 말 한 번 더 하자 ! 안 한 말은 마굿간에 가서 쉬시라. 시인은 시를 꾸미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만을 서술할 뿐이다. 때론 시를 통해 내밀한 고백을 하기도 한다.

 

내가 동네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을 때

동네 밖에서 찾아온 낯선 사람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일본 여자가 사는 집이 어디냐고

아이들은 저기 기와집이라고 말했다

일본 여자는 우리 동네에서 사는 무면허 안과 의사였다

그렇다고 돌팔이 의사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멀리까지 소문난 일본 여자는 본래 간호사였다

일본 여자는 동네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을 받았다

돈은 받지 않았다

일본 여자는 조선 남자를 사랑했다

일본 여자가 사는 집은 우리집이고

열본 여자는 나의 엄마였다

 

- 일본 여자가 사는 집 전문

 

 

 

 

 

작년이었나 ? 신문기사에 윤희상 시인에 대한 짧은 소식을 접했다. 시인은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라고 고백했다는 기사였다. 그 고백이 시로 태어났다. 그는 서정적 관념을 포장하기보다는 사건과 서사를 담담하게 나열한 후, 나머지 몫은 독자에게 맡긴다. 시가 겸손해지는 순간이다. 전우익 선생의 말을 빌려 말하자.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 요즘 유행하는 " 의리 열풍 " 도 알고 보면 다 같이 먹고 살자는 뜻 아닌가 ?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54561 ㅣ 윤희상 시집, 소를 웃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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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4-07-1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본국가는 싫어도 일본인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윤희상 시인님 참 힘든 삶을 사셨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15:30   좋아요 0 | URL
시집 매우 좋습니다. 함 낭독해 보십시요....

풀무 2014-07-17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시부터 꽂히네요.
이런 시들 참 좋아합니다. 이런저런 진술을 담담하게 쓴 거 같은데 행간에 골이 깊은..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15:57   좋아요 0 | URL
담백해서 참 좋습니다. 역시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젠 자극적인 것보다는 담백한 맛에 끌린다고나 할까요...

엄동 2014-07-1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퇴근전,
들르길 잘했네요

시들 좋습니다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20: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언제 술 한 잔 합시다...

곰곰손 2014-07-1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는 윤희상 시인이 참 좋다.
너랑 별로 안친할 때 윤시인님의 소를 웃긴 꽃,이라는 시를 너의 글을 통해 알았는데
그 시를 읽고 진짜 나.. 기분이 너무 통쾌한게.. 이제껏 무슨 분함 억울함..다 가시면서
그저 기분이막 좋아지는거라..

너의 시,도 참 좋아한다.
네 시 토대로 그릴 작품 그리느라
난 이제 융심리학 책을 들춰봐야함. (제기랄!!!!)

ㅎㅎㅎㅎ

건배다 곰발아~ㅋㅋ
어째 오늘은 니생각 마이나네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8 05:08   좋아요 0 | URL
일어나니 비가 오네, 좋네.....
그른데 그 작품은 언제 마무리되냐 ? 감감무소식 아니야 !!
어째 진척이 없냐. 그거 연재되는 순간 넌 바로 일본 만화계의 거성으로 우뚝 솟아서
엔에이치케이 9시 뉴스에 나올 것이다. 한획을 그을 것이야....

술은 너무많이 마시지 말고.... 맥주 보다는 압생트 이런 게 낫다.
한국은 압생트 안 팔지만 일본은 팔지 않을까?

고흐가 즐겨 마시던 술 아니냐...

2014-07-18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8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이름은초록 2014-07-1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알라디너가된 초록입니다. 곰곰발님의 글은 게릴라성 폭우맛 환타같습니다. 여름의 맛, 사계절의 에너지가 응축되어 분출된 힘처럼. 추천에 힘입어 윤희상의 시집을 읽어보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8 15:37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 신입신고식'을 모르시는군요 ? 여기 전통이니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각 이웃들에게 책 한 권씩 선물하시고, 호텔 하나 잡아서 부풰~ 를 쏘셔야 합니다. ( 배터지게 먹어볼랍니다 ) 그게 여기 알라딘 전통 신고식입니다.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그나저나 돈 나갈 일만 있군요.....

라로 2014-07-1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8 19:31   좋아요 0 | URL
아, 아롬 님 !!!!!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반갑습니다 ! ㅠㅠ

lmicah 2014-07-1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하시는...분이세요?... 후덜덜합니다. 거장 김윤식 평론가의 뺨따구를 (물론 사견입니다만;;;)
저는 시, 이쪽도 문외한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를 아무리 외우려 해도 입에 붙지 않아요.
페이퍼의 시에 대한 내용보다 제목을 보고 생각의 나래를 펼쳤어요. 전우익 선생님 책 읽다가 비슷하게 살고 계셨던 권정생 선생님 알게 되고 그분 책 읽으며 참 많은 것을 깨달았었거든요. 두 분다 고인이시라는 게 안타깝네요. 혼자서 잘사는 것에 골몰하고 그것에 시대정신이 되었지요. 부정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족쇄처럼 말이죠. 이런 울적한 기분에 다다르면 한 잔하며 시를 읽고 싶은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에 대해서는 까막눈, 문외한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8 19:31   좋아요 0 | URL
시장에서 어물전이란 생선가게를 하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김윤식 평론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명원 논쟁에서 나타났듯이 표절을 시인하지 않는 태도는 무척 나쁘더군요. 인생의 얼룩이지 싶습니다. 정치권력 못지 않게 비열하고 치사한 곳이 문단 권력이라고 들었습니다. 정치가 못지 않다고 하더군요. 강준만의 < 문학권력 > 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는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lmicah님께서 읽으셔도 무척 재미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시를 외워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를 왜 왜우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시 형식을 빌린 압축된 소설 행태로 이해하고 시를 접하면 쉽다란 생각이 듭니다. 하여튼 < 문학 권력 > 이라는 책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수다맨 2014-07-18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희상이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 곰곰발님께서 이렇게 말씀 하시니 꼭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도 좋았지만, 리뷰 제목만 보고 전우익 선생님 떠올라서 몹시 반가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남삼현이라 불렸던 전우익, 권정생, 이오덕 선생 모두 돌아가셨네요. 이오덕 선생에 대해서 저 역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글이나 품성이나 대쪽같던 양반들 돌아가시고 나니 왠지 허전하긴 합니다. 우리네 사는 곳이 더욱더 아사리판이 되었다는 느낌도 들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9 09:31   좋아요 1 | URL
위에서도 언급했듯 저는 정호승 같은 시'는 아주 질색입니다. 가르치려고 들잖아요. "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 이런 구절 들으면 닭살이 돋습니다. 같은 이유로 고은 시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대평가된 시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도서 주문 목록

 

 

토요일에 책을 주문( 확인해 보니 일요일에 주문장을 작성했다 ) 했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혹시나 하고 구멍가게로 갔다.  구멍가게'가 동네 주민 택배 보관소가 된 지는 이미 오래였다.  택배 때문에 귀찮을 만도 하지만 주인은 항상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내게 온 택배는 없었다. 빈손으로 나오기 민망해서 맥주 2병과 딱딱하게 언 얼음과자 비비빅 열 개를 샀다. 집에 오자마자 < 봉다리만보면잘띠네 씨 > 는 내 손에 쥐어진 검은 비닐 봉투를 보고는 흥분해서 마당을 뛰어다녔다. 포장지를 뜯어 봉다리 씨 입에 비비빅을 물리자 개는 털을 곤두세우고는 이내 달아났다. " 개노무 색휘, 비비빅 앞에서는 애비 에미도 읎냐 ! " 이번에 내가 주문한 책은 대부분 이웃들이 적극 추천한 책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A 씨는 이승우의 << 식물들의 사생활 >> 을 추천했다.

 

한때 한국소설을 졸라 읽다가 짜증나서 읽지 않게 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마른 장작에 불을 피울 생각이었다. 장르 소설 위주로 읽는 것도 이젠 지쳤다. 사실 나는 문창과 교수를 하면서 여러 문학상에 얼굴을 들이미는 소설가나 시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거칠게 말하자면 학을 뗐다.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궤적을 그리며 똑같은 이력서를 작성했다. 소설이나 시를 발표해서 등단을 하고, 여기저기 문학상을 기웃거리다가 하나 걸리면 상을 타고 곧이어 문창과 교수로 직행했다. 문학상 수상 작가와 문창과 교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은밀한 관계처럼 보였다. 마치 그들이 노린 최종 목표가 문창과 교수직을 얻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문학상은 교수 라이센스를 위한 스펙이었나 ?  

 

그러다 보니 그들은 독자보다는 심사위원(비평가)에게 잘보이기 위한 글을 썼다. 쉽게 쓰기보다는 어렵게 썼다. 왜냐하면 심사위원은 쉬운 서사'보다는 난해한 서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가 정말 쓰기 힘든 영화평은 고다르나 타르코프스키 영화가 아니라 심형래의 << 디워 >> 같은 영화다. 이런 작품은 쇼트 바이 쇼트 분석보다는 40자평 하나 남기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외면하는 게 최상이다. 문학 비평도 마찬가지'다. 결국 한국 소설을 읽는 독자는 감소했고, 작가가 소설만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졌다. 그러다 보니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작가를 탓할 일은 아니지만 문단 전체를 놓고 보면 이러한 현상은 위기'다.

 

만약에 위기가 아닌 때가 어디 있었는가, 라고 되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만....  어떤 이는 시를 쓰는 시인이면서 동시에 문학평론가이면서, 문창과 교수이면서,  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을 겸하기도 했다. 1타 4피'였다. 북 치고 노래하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방귀 뀌고 성내고, 혼자서도 잘한다. 문학판에도 승자 독식이 작용하는 것이다. 정신이 제대로 박혔다면 혼자서 다 해먹는 짓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문학상은 이제 서로 끼리끼리 돌려막는 신용카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악취 속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작가는 있게 마련이다. 편혜영과 천운영에 대한 평가는 과장된 면이 있고, 하성란과 김애란은 단편은 뛰어나지만 장편만 쓰면 죽을 쓴다. 이제 믿을 사람은 이승우 밖에 없는가 ?  그 기대를 가지고 읽어보련다.

 

<<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 는 B가 적극 추천한 작품이다. " 근래 읽어본 소설집 중 최고다 " 라는 평가를 내린 후 " 인간에 대한 그 어떤 환상도 없이 담백하게 써내려갔다 " 고 평가했다. 그는 나와 독서 취향이 꽤나 비슷해서 이 작품에 기대가 크다. ( 실례가 될려나 ?! 스티븐 킹 소설 목록을 제대로 구비한 독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  ) 내가 한국 소설에 질려버린 이유는 엄마는 만병통치약이고 아빠는 항상 무능하거나 폭력적인 인물로만 그려지는 가족 치유 판타지 때문이었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집단적 트라우마 속에 개인을 함몰시키는 철 지난 " 눈물의 떼창 " 은 쓰레기통에 버릴 때가 되었다. 가족주의가 촌스럽게 발전하면 국가주의가 된다. 이명박 정권이 신경숙의 << 엄마를 부탁해 >> 열풍 시기에 깃발을 달고 출범해서 << 7번 방의 선물 >> 열풍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현상이다. 부도덕한 집단일수록 가족과 국가를 호명한다.

 

윤희상 시인의 시집 << 이미, 서로 알고 있는 것처럼 >> 은 추천을 받은 작품이 아니라 내가 고른 시집이다. << 소를 웃긴 꽃 >> 이후에 나온 새 시집이니 7년 만이다. 알음알음 알게 된 시인인데 전작에서 보여준 " 간결한 미학 " 이 돋보이는 시를 선보였던 작가였다.

 

 

변두리 다방에 가서 앉는다. 종업원 아가씨는

두 잔의 커피를 가지고 와서 옆에 앉는다. 그 무렵부터

여자는 옷을 벗기 시작한다. 내게는 쉽게 벗는 것

처럼 보인다. 벗은 몸에는 여러 개의 못들이 박혀

있다. 들여다보면 못의 머리에는 남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반쯤 덜 박힌 못이

있다. 때로는 속옷이 걸려서 찢어진다고

그런다.

 

                                         

                                            윤희상 ㅣ 못 이야기, 시집 고인돌과 함께 놀았다.

 

 

그의 시는 A4 용지에 한글 9폰트 크기로 깨알 같이 써내려간 후 지우기 작업을 통해 한 줄'만 남긴 결과처럼 보인다. 시인은 변두리 다방 종업원 아가씨'의 사연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 몸에 박힌 못'을 보여준다. 윤희상 시는 간결한 선과 의외의 일성'이 돋보인다. 기대되는 시집이다.

 

 

 

나머지 작품은 5만 원 구매 범위에 맞추기 위해서 이리저리 짜맞추기를 해서 반값 할인하는 책으로 꾸몄다. 그런데 다 헛것이 되었다. 알고 보니 나는 주문장은 작성했지만 막상 최종 구매 버튼을 누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사실도 모르고 오지 않을 택배'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다시 주문장을 제출했다. 5만 원 범위를 맞추기 위해서 몇몇은 빼고 스티븐 킹 소설 << 닥터 슬립 >> 을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C가 추천한 신동호 시집 << 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 >> 는 빠졌다.  << 닥터 슬립 >> 이 샤이닝 이후' 를 다룬 속편이라고 하니 기대된다. 킹은 킹이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킹의 후기작(최근작)은 공포를 버리고 성장통을 다루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노인이 된 킹은 이제 너그러워졌다. << 조이랜드 >> 에서 킹은 트라우마 대신 추억에 집중한다. << 닥터 슬립 >> 도 이 과정 속에 있는 작품처럼 보인다.

 

 

 

 

+

아, 이제 자야겠다. 요즘은( 일주일 정도 됐다 ! )  밤 8시에 자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데, 내게는 이 리듬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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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2014-07-1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타르꼽스끼... 정말 질리도록 보고 있네요. 정작 타르꼽스끼는 자기가 다닌 학교를 싫어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필수코스입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5 22:17   좋아요 0 | URL
잉여킹 님이시군요. 킹 님, 영화 전공이시죠 ? 뭐, 러시아 영화과에서 타르콥스키 안 배우면 뭘 배웁니까...ㅎㅎㅎㅎ러시아가 영화과로 명망을 얻은 이유도 사실 타르코프스키'라는 거성 때문 아니겠습니까. 어서 학업 마치고 나오셔서 흥행영화 함 만드십셔. 시나리오 쓸 때 저도 낑겨 주세요.... 잔인한 걸로 한번 갑시다... 아, 그나저나 잠이 달아났네요. 이거 8시에 잠 올 때 잤어야 하는데..... 졸피뎀 하나 먹고 자야겠습니다. 개새끼들, 언제부터 졸피뎀이 마약이 된 거야......

킬리만자로 2014-07-15 22:2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ㅎ 잔인한거라면 페루애님 환영입니다. ㅋㅋㅋㅋ 그러게 말이에요 잡으라는 암페타민은 입건유예 시키면서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5 22:25   좋아요 0 | URL
이 시발놈들, 언제부터 졸피젬이 마약이 됐습니까 !!!! 이거 그냥 수면제'예요. 가장 흔한 수면제 아닙니까. 불면증으로 고생한 사람은 대부분 요거 애용했을걸요. 아마 가가호호 뒤지면 한 700만 명 정도 마약 소지죄로 잡힐 겁니다.

킬리만자로 2014-07-15 22:3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곧 타이레놀도 마약으로 지정될 기세네요. 정말 마약청정국답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5 22:42   좋아요 0 | URL
나중에는 바카스도 마약으로... ㅎㅎㅎㅎ

풀무 2014-07-15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르콥스키의 영화, 반값 할인하는군요! 이런 최고의 정보를.. 흑흑. 고맙습니다.

풀무 2014-07-15 23:01   좋아요 0 | URL
이런. 주문하려다 보니 새로운 서재가 생겨버린 듯.. 서재 없앤지 꽤 됐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6 05:36   좋아요 0 | URL
축하드립니다. 서쪽성님 ! 요새 폭탄 세일이 한창입니다. 막 80% 세일하기도 합니다.
꼭 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이러다가 출판사 전체가 부도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곰곰손 2014-07-16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웃의아이죽인, <--요거는 여기번역본으로 나도 살라고. B추천은 무조건 사고봄(왕신뢰!)
근데 8시자고 4시일어나는녀석이 왜 한밤중에 답글질이냐ㅡㅎㅎㅎㅎ
네가 이른 밤에 자고 이른 아침에 인난다니.. 이제 너도 사람깉이 사는구나ㅡ(짝짝짝짝!!)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6 05:41   좋아요 0 | URL
어젠 11시에 잤다. 요즘은 그냥 저녁 먹으면 잠이 온다. 오늘도 4시가 되니 눈이 떠지더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어 !! 요즘은 4시반만되도 밖에 환해서 마당에 나가 시집 한 권 읽으면서 여유를...일찍 일어나니 좋네...

글지? 비'가 추천한 책은 다 읽을 만하다라고..... 고래가 빛난다인가.. 뭐 그 책도 굉장히 좋았거등....

곰곰손 2014-07-16 06:3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바보야~ ㅎㅎㅎㅎ 고래가 아니라 모든것은 빛난다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에 마당에서 시집한권이라니.. 완전 신선문인 가틈 -_-)b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6 08:58   좋아요 0 | URL
ㅎㅎ........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 섞인 것 같다. 3초 건망증이야. 이젠 조카 이름도 생각 안 나서 한참 생각을 했다니깐... 이거 병이다. 병. 심각한 병이야.

푸르푸르 2014-07-1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너무 모범적으로 살고 계신거 아니우
주무시기 전에 평일 술 한잔 합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6 19:28   좋아요 0 | URL
9시에 잠을 자는데 그 전에 저녁 먹으면서 소주 한 병씩 까고 잡니다. 아주 좋습니다.
4시에 일어나면 정말 시간에 여유가 대빵입니다. 한번 바꿔 보세요.. 패턴을.....

2014-07-16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6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르푸르 2014-07-1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9시에 보통 퇴근을 합니다 일어나는 건 6시에 일어나구요
생활을 바꾸려면 우선 직장을 때려쳐야 할 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6 19:56   좋아요 0 | URL
음... 그럼 출근을 12시에 하십시요 !

푸르푸르 2014-07-1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이번주 금요일 닭이나 같이 드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6 21:20   좋아요 0 | URL
닭?! 흠흠 땡기는군요. 누가누가 나옵니까. 종로 아니면 홍대에서 만납시다요. 전 멤버들 소집입니까.

CREBBP 2014-07-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묻는건데요. 문학상이란게 문학상 주위를 기웃거려야 받는건가요?그게 어떤 건지 궁금해서요. 출판된 작품들 중에서 심사위원들이 상의 취지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거 아니구요?

그리고 교수들 뽑을 때 스펙에 일반 교수들이 논문 요구하는 것처럼 예술 쪽은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은 사람들이 점수를 많이 받는 게 객관적이라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이론 쪽이라면 논문으로 점수를 매기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05:03   좋아요 0 | URL
모 평론가가 시상식 때 풍경을 글로 쓴 적 있습니다. guiness님 질문에 가장 합당한 답변 같아 대신 옮깁니다. 시상식에 가면 문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상 받은 사람을 축하해 주기 위해 ?! 아니랍니다. 시상식이 끝나면 문인들은 수상자 축하는커녕 심사위원 찾아가 눈도장을 찍는다고 합니다. 90도 인사하면서 말이죠. 모 평론가는 그 풍경을 보고 나서 다시는 시상식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다짐을,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문단의 문제점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몇 권 추천해 드립니다. 강준만 < 문학권력 > 권성우 < 비평과 권력 > 김명인 < 환멸의 문학, 배반의 민주주의 > 홍기돈 < 문학권력 논쟁, 이후 > ... 이명원의 < 타는 혀 > 도 좋습니다.
 

 

 

 

고양이를 기다리며 

 

 

 

 

 

 

 

 

내 가족은 " 화목 " 한 가정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 원수 " 같은 가족 관계도 아니었다. 그 흔한 " 가훈 " 이나 " 가족회의 " 를 한 기억이 없다. < 화목 > 보다는 < 월하 > 의 하숙집 모드'였다. 주말만 되면 ●●●권사님 형제자매들은 꼴뚜기처럼 씩씩하게 두 발로 대문을 박차고 나갔다가 새벽에 오징어가 되어서 흐느적흐느적 집에 기어들어 왔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시라. 화목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가정 불화로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무덤덤한 가족이었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동요는 << 개굴개굴 개구리 >> 였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찬양하는 삶이 최고라고 생각하셨지만 불초자는 개굴개굴 울면서 개구리 코스프레를 하는 대신 을지로 한복판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고래 코스프레를 했다. 인간은 두 종류다. 개구리파와 고래파 !

 

목청 좋은 개구리가 되기를 원하셨지만 고래가 된 아들을 용서하십시요. 어머니, 미안함돠 ! 나는 예수를 사랑했지만 하느님을 그닥 존경하지 않았고, 기도는 숭고한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찬양은 촌스러운 자기PR처럼 느껴졌다. 어머니를 제외하면 나머지 가족은 교회를 다니다 말다 다니다 말다 하다가 결국 다니지 않게 되었다.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가족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배덕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암묵적 동의'가 된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여름 휴가철만 되면 온가족이 모여서 가족 여행을 떠나는 것이 연중행사처럼 되었다. 김보성이 십 년 동안 으리으리으리'를 외쳤다면, 내 가족은 몇 년 동안 산과 계곡에서 화목화목화목금토를 외쳤다.

 

열명 남짓한 가족이 우르르 몰려다닌다고 생각해 보라. 나는 가족 단체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고, 삶의 목표가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단체 가족 여행은 늘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올해, 누이가 야심차게 준비한 곳은 중국여행이었다. 가족은 떠났고 나는 봉다리만보면잘띠네 씨와 함께 남았다. 북경'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3일 전이었다. 무더운 밤에 잠이 안 와서 맥주를 사러 밖으로 나왔다. 밤 골목에는 사람 대신 고양이들이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나는 고양이들이 꽤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가까이 다가가면 고양이는 경계를 하며 도망쳤다. 곁을 허락하지 않는 길 고양이를 볼 때마다 매력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바로 내 앞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구멍가게 앞이어서 고양이는 환한 불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양이들이 주로 담 아래 모퉁이나 차 밑에 숨어 있는 반면, 이 고양이는 사람을 경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일까 ? 잠시 그런 생각도 했지만 이내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양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몰골로 힘없이 걷고 있었다. 병든 고양이였다.  고양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고양이는 날렵하게 피하지 못하고 약간 거리를 두며 물러났다. 물러났다기보다는 몸을 웅크린 채 그 자리에 있었다.  도망칠 힘도 없는 듯 보였다. 몸이 쇠약해져서 방어와 경계 본능을 상실한 것이다. 고양이에게 속삭였다. " 잠시만 기다려라, 내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마 ! "

 

나는 후다닥 가게 안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샀다.  마음이 급했다. 고양이가 떠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앞선 손님이 물건을 잔뜩 사는 바람에 나는 계산대 앞에서 꽤 기다려야 했다. 다급한 마음에 밖을 보니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고양이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고양이는 저 멀리 힘없이 어두운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 소세지 하나를 건내자 녀석은 먹이를 물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는데 자꾸 그 고양이 생각이 났다. 가족 없는 텅 빈 집에 홀로 술을 마시니 서글퍼졌다.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풍요로운 도시'에도 누군가는 굶어서 죽는 존재가 있고, 집 없이 떠도는 생이 있구나.......

 

유대교와 축구의 공통점은 전쟁도 불사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월드컵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이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폭격했다. 이스라엘 군은 최첨탄 공격 무기로 무방비 도시인 민간인 지역을 공격했다. 명백한 민간인 학살이었다. 죄없는 선량한 사람들이 죽었다.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 지구촌 사람들이 " 축구에 정신이 팔리는 시간 " 을 이용한 것이다. 전술은 제대로 먹혔다. 사람들은 축구 경기를 보며 웃고 울었지만 정작 팔레스타인 학살에 대해서는 울지 않았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에 설치된 PPL 광고 가운데 빈도수가 가장 높았던  입간판 광고는 HYUNDAE였다. 월드컵 입간판 광고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에서 현대 기업은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한 노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천 년 동안 자신이 터를 잡고 살았던 곳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내쫒기 위해 강제로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을 철거하고 있다.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아이들이 자랄 때마다 눈금으로 표시했던 높은 기둥이 무너져 내릴 때, 노인 또한 억장이 무너졌으리라. 자랑스러운 현대 로고가 박힌 굴삭기를 보는 순간 월드컵 경기장 입간판에서 점멸하는 현대 로고'가 생각났다. 묘한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월드컵 축구를 보며 열광하고 있는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학살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은 불행을 필요로 한다.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천국에는 행복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날, 나는 같은 시간에 밤 골목을 서성거렸으나 그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 ? 늦은 밤, 나가볼 생각이다.

 

 

 

 

 

+

 

 

 

 

 

 

이스라엘 병사 2명이 팔레스타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있다. 폭행당한 이는 15살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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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4-07-1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날 이스라엘의 유태인들은 나치로부터 받은 역사적 상처를 깡그리 망각하고 있는 존재들처럼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5 13:29   좋아요 0 | URL


홀로코스트 산업이란 책이 있습니다. 그걸 보면 유대인 학살 신화가 굉장히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rendevous 2014-07-15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야민 <폭력 비판을 위하여>에 관한 글들 읽고 있었는데 '폭력'이란 기표로 붙잡아둘 수 없는 무엇을 보니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박노해 시인 생각도 나고...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5 10:35   좋아요 0 | URL
흠흠... 벤야민 전집이군요. 혹시 << 공포의 변증법 >> 읽어보셨습니까. 윤스리 님이 매우 좋아할 타입의 비평서입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적극 추천 !!!!!!! (저도 아직 안 읽었습니다만.. ㅎㅎ )

rendevous 2014-07-15 23:52   좋아요 0 | URL
재밌을 것 같아요 ^^ 책 추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성윤석 시인의 <멍게> 시집 추천드립니다. 페루애 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 예감이 ^^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6 08:55   좋아요 0 | URL
멍게 혹시... 영화 또하나의 가족에 나온 그것인가요

lmicah 2014-07-1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글 정말 잘 쓰시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유쾌하고 진지하네요. 알라딘에는 정말 고수들이 많으시네요^^
종종 찾아뵐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6 19:29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닙니다. 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종종 찾지 마시고 자주 찾아주십시요....

lmicah 2014-07-16 21:38   좋아요 0 | URL
저는 삼십발의 피 입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05:04   좋아요 0 | URL
뭐 .. 그럼 결국 서로 오십발 백발이네요.. ㅎㅎㅎ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7-17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시르와 왈츠를 취야겠군여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15:31   좋아요 0 | URL
이 영화 보셨습니까 ? 부천영화제 할 때 < 렛미인 > 과 함께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이었죠...

만화애니비평 2014-07-17 16:19   좋아요 0 | URL
네 보고 리뷰도 적었지요.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르던 작품입니다.
마지막에 민간인들을 대학살한 장면에서 예수님이 과연 이 것을 원했을까? 라는 생각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17 16:24   좋아요 0 | URL
이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언론에서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교전'이라고 말하더군요.
교전이란 서로 병력을 가지고 전쟁을 치룬다, 아닙니까.
팔레스타인 ( 어린이 포함 ) 220명이 사망할 때 이스라엘은 단 한 명도 사망자가 없습니다.
이게 교전입니까 ? 무기 없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쳐들어가 아이들 죽여놓고 이게 교전입니까....
이건 그냥 학살이죠. 언론이 자꾸 교전 교전 하면 안 됩니다. 명백한 학살'입니다. 아, 열받네....
 

 

 

 

 

 

 

 

 

 

 

 

 

 

 

 

 


 

 

 

 

대한민국 쌍년을 지지하며 !

 

 

 

꾀죄죄한 전쟁을 선포했다. 거창한 정의 사회 실현 따위는 아니었다. " 곤조 " 와 " 깐족 " 이 발동한 까닭이다. 노무사를 찾아갔다. ( 왜냐고 묻지 마라, 내가 아는 유일한 법조인이 그 사람뿐이었으니까 ! ) 솔직히 말하자면 법률 자문을 빙자한 술판이었다. 노무사가 내게 말했다. " 아니 왜 그 자식을 고소하려고 해 ? 별일도 아니구만 ! " 맞다, 별 볼 일 없는 사건'이었다. 그 시각, 그는 블로그를 폭파하고 종적을 감췄다. 다음 날 아침, 내게 남겨진 것은 흐지부지 끝나버린 곤조와 술값과 노래방 비용이 지불된 이십만 원어치 영수증이 전부였다. 그가 블로그에 쓴 글을 바탕으로 나이를 추정하니 28~30살 사이였다. 글을 통해서 나이를 추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더군다나 남자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는 자기 스펙을 무척 자랑스러워 했고 자주 입에 올렸다. 군대에서 병장 제대했다는 점과 명문 대학원을 졸업했다는 점을 종합한 결과가 " 서른 무렵 청년 " 이었다. 그가 이룩한 공든 탑은 놀라웠다. 그 나이에 1억짜리 포르쉐 911를 몰고 다니고,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으며, 직원이 열 명 남짓한 디자인 회사 CEO이며, 대학 강단에 서는 강사이면서, 가구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 큐레이터였으며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적이 있는 기획사 대표이며 스스로 음반을 제작한 적 있는 연예인이었다. 아차, 또 하나 ! 책도 출간한 적이 있다고 자랑했다. 비대위 이준석과 손수조를 능가하는 청년이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이룩한 공든 탑 때문이 아니라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가 내뱉는 거짓말을 믿고 따르는 수많은 팬 때문이었다. 지지자들은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성공한 엘리트 청년에 대한 선망이 맹신으로 발전한 경우였다. 황우석 사태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지지자들은 내가 지랄하는 꼴에 대해 가진 것 없는 놈이 가진 것 있는 놈을 시샘한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틀렸다. 내가 그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추기 시작한 계기는 < 쌍년 > 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밤에 잠이 안 오면 포르쉐 911를 몰고 집창촌으로 향했다. 그는 몰래 성매매 여성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자기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타락한 세상을 저주하며 사진 속 성매매 여성들을 비난했다.

 

그는 사진 속 여성을 쌍년이라고 지시했다. << 택시드라이버 >> 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내뱉은 < 쌍년 > 이라는 말에는 성과 관련된 여성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사진 속 여성은 지친 얼굴이었다. 내 죽은 누이에 대한 묘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언니였으며 여동생일 것이다. 만약에 그녀의 가족이 이 사진을 본다면 ?! ( 실제로 내 이웃은 경찰서를 찾아가 그를 고발했다. 하지만 접수가 거부되었다. 초상권 침해죄는 친고죄'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

 

< 쉬운 여자 > 라고 판단되는 순간 그 여성은 < 쌍년 >이 된다. 문득 리플리 증후군 청년이 생각났다. 한국 남성은 여성의 성적 욕망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강하다. 남성 욕망은 당연한 것이 되지만 여성 욕망은 발화되는 순간 " 쌍년 " 이 된다. 뿌리 깊은 남성 우월 의식'이다. 자기 좆은 소중하지만 남의 젖은 하찮은 것이다. 그르지 마라. 내 좆이 소중하면 남의 젖도 소중한 법이다. 연애할 때는 애인의 코딱지만한 손가방 들어주면서 결혼하면 아내의 장바구니를 외면하는, 된장녀는 있지만 된장남은 존재하지 않는, 싼 년은 존재하지만 싼 놈은 존재하지 않는, 그녀가 느끼기 시작하면 쌍년으로 계급이 강등당하는, 아,아아 그런 가부장 문화야말로 개조해야 될 적폐'가 아닐까 ?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 경험이 많은 남성은 < 능력 > 있는 사람 대접을 받고, 성 경험이 많은 여성은 < 걸레 > 취급을 받는다. 쌍년이라는 말이 성적 욕망에 대해 솔직한 여성을 뜻하는 의미라면, 나는 쌍년의 은밀한 욕망을 적극 지지한다. 김민정 시인의 시 << 젖이라는 이름의 좆 >> 은 < 젖 > 과 < 좆 > 이 유사한 형태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평등을 주장한다.

 

 

 

 

젖이라는 이름의 좆
                      

                                                 김민정


네게 좆이 있다면

내겐 젖이 있다
그러니 과시하지 마라
유치하다면
시작은 다 너로부터 비롯함이니

 

어쨌거나 우리 쥐면 한 손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빨면 한 입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썰면 한 접시라는 공통점

 

섹스를 나눈 뒤
등을 맞대고 잠든 우리
저마다의 심장을 향해 도넛처럼
완전 도-우-넛처럼 잔뜩 오그라들 때
거기 침대 위 큼지막하게 던져진

 

두 짝의 가슴
두 짝의 불알

 

어머 착해 

 

 

 

 

둘 다 한 입이요, 한 손이요, 한 접시'이다. 도토리 키재기'다. 사실 이 자리를 통해 고백하지만 나 또한 쌍년'이라는 말을 쓰고는 했다. 깊이 반성한다. 내가 아닌, 남의 글에서 그 표현을 읽으니 추하더라. 그나 나나 도토리 키재기'다. 괴테가 말했다. " 언젠가 여성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언젠가 여성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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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2 1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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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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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2 15: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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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3 18: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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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1 2014-07-1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 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 시절 곰발님은 전투력이 200% 만땅이었는데 그립습니다.

toqur 2014-07-1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 좋군요..
젖,과 좆,을 가만 생각해 볼 때 확실히 젖,에 비해 좆,이 이기적이라는..
좆,보다 더 풍요로운 성품을 지닌 강한 것은 젖,인데
다만 그 이유로 되려 젖,달린 것들보다 좆,달린 것들이 가동성 등 여러 모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도 뻔뻔스레 고마움을 모르죵..

마태우스 2014-07-13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존경합니다. 지식이 깊은 분들 중 마초인 분도 제법 되던데, 님의 이 글은 역시 스승님이구나,라는 감탄이 나오게 됩니다. 더 열심히 따르겠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1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락여성을 무시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性女로서 聖女다겠죠. 여성부 몇몇 인간들이 권력에 몸과 영혼을 파는 것보다
깔끔하지 않습니까?

정혁 2014-07-1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엠제이가 이젠 추억의 이름이 되었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네요.

증오와 미움도 없앤 시간의 힘에 경탄합니다.

2014-07-14 15: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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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1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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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7-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으론 여성이 아니라 '여성적'이라 기억하고 있는데 아무렴 ^^ 라캉도 그렇고 얘기 들어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우월한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 '젖'에 대해 기억 나는 인상적인 구절은 브레히트의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 나오는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와 한강 작가가 아마 <채식주의자>에 썼던 구절로 기억하는데 '나는 젖가슴이 좋다. 아무 것도 파괴하지 않는...' 비스무레한 구절이 있는데 젖이 좆보다 미학적으로 훨씬 훌륭한 것 같고요... 최근에 시 낭독회에서 김민정 시인 본 적 있는데 뭔가 당당하고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는 매력적인 분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시를 잘 못 쓰시고 계시다는데... '쌍년'의 귀환을 고대하며!)
남성들은 여성적인 것을 발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듯...(유교 사상의 잘못된 부분을 답습하고 있는 파시스트들에 대향해서!)

2016-01-22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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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2 19: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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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2 1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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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2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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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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