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쌍년을 지지하며 !

 

 

 

꾀죄죄한 전쟁을 선포했다. 거창한 정의 사회 실현 따위는 아니었다. " 곤조 " 와 " 깐족 " 이 발동한 까닭이다. 노무사를 찾아갔다. ( 왜냐고 묻지 마라, 내가 아는 유일한 법조인이 그 사람뿐이었으니까 ! ) 솔직히 말하자면 법률 자문을 빙자한 술판이었다. 노무사가 내게 말했다. " 아니 왜 그 자식을 고소하려고 해 ? 별일도 아니구만 ! " 맞다, 별 볼 일 없는 사건'이었다. 그 시각, 그는 블로그를 폭파하고 종적을 감췄다. 다음 날 아침, 내게 남겨진 것은 흐지부지 끝나버린 곤조와 술값과 노래방 비용이 지불된 이십만 원어치 영수증이 전부였다. 그가 블로그에 쓴 글을 바탕으로 나이를 추정하니 28~30살 사이였다. 글을 통해서 나이를 추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더군다나 남자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는 자기 스펙을 무척 자랑스러워 했고 자주 입에 올렸다. 군대에서 병장 제대했다는 점과 명문 대학원을 졸업했다는 점을 종합한 결과가 " 서른 무렵 청년 " 이었다. 그가 이룩한 공든 탑은 놀라웠다. 그 나이에 1억짜리 포르쉐 911를 몰고 다니고,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으며, 직원이 열 명 남짓한 디자인 회사 CEO이며, 대학 강단에 서는 강사이면서, 가구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 큐레이터였으며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적이 있는 기획사 대표이며 스스로 음반을 제작한 적 있는 연예인이었다. 아차, 또 하나 ! 책도 출간한 적이 있다고 자랑했다. 비대위 이준석과 손수조를 능가하는 청년이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이룩한 공든 탑 때문이 아니라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가 내뱉는 거짓말을 믿고 따르는 수많은 팬 때문이었다. 지지자들은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성공한 엘리트 청년에 대한 선망이 맹신으로 발전한 경우였다. 황우석 사태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지지자들은 내가 지랄하는 꼴에 대해 가진 것 없는 놈이 가진 것 있는 놈을 시샘한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틀렸다. 내가 그의 은밀한 사생활을 들추기 시작한 계기는 < 쌍년 > 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밤에 잠이 안 오면 포르쉐 911를 몰고 집창촌으로 향했다. 그는 몰래 성매매 여성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자기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타락한 세상을 저주하며 사진 속 성매매 여성들을 비난했다.

 

그는 사진 속 여성을 쌍년이라고 지시했다. << 택시드라이버 >> 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내뱉은 < 쌍년 > 이라는 말에는 성과 관련된 여성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사진 속 여성은 지친 얼굴이었다. 내 죽은 누이에 대한 묘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언니였으며 여동생일 것이다. 만약에 그녀의 가족이 이 사진을 본다면 ?! ( 실제로 내 이웃은 경찰서를 찾아가 그를 고발했다. 하지만 접수가 거부되었다. 초상권 침해죄는 친고죄'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

 

< 쉬운 여자 > 라고 판단되는 순간 그 여성은 < 쌍년 >이 된다. 문득 리플리 증후군 청년이 생각났다. 한국 남성은 여성의 성적 욕망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강하다. 남성 욕망은 당연한 것이 되지만 여성 욕망은 발화되는 순간 " 쌍년 " 이 된다. 뿌리 깊은 남성 우월 의식'이다. 자기 좆은 소중하지만 남의 젖은 하찮은 것이다. 그르지 마라. 내 좆이 소중하면 남의 젖도 소중한 법이다. 연애할 때는 애인의 코딱지만한 손가방 들어주면서 결혼하면 아내의 장바구니를 외면하는, 된장녀는 있지만 된장남은 존재하지 않는, 싼 년은 존재하지만 싼 놈은 존재하지 않는, 그녀가 느끼기 시작하면 쌍년으로 계급이 강등당하는, 아,아아 그런 가부장 문화야말로 개조해야 될 적폐'가 아닐까 ?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 경험이 많은 남성은 < 능력 > 있는 사람 대접을 받고, 성 경험이 많은 여성은 < 걸레 > 취급을 받는다. 쌍년이라는 말이 성적 욕망에 대해 솔직한 여성을 뜻하는 의미라면, 나는 쌍년의 은밀한 욕망을 적극 지지한다. 김민정 시인의 시 << 젖이라는 이름의 좆 >> 은 < 젖 > 과 < 좆 > 이 유사한 형태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평등을 주장한다.

 

 

 

 

젖이라는 이름의 좆
                      

                                                 김민정


네게 좆이 있다면

내겐 젖이 있다
그러니 과시하지 마라
유치하다면
시작은 다 너로부터 비롯함이니

 

어쨌거나 우리 쥐면 한 손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빨면 한 입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썰면 한 접시라는 공통점

 

섹스를 나눈 뒤
등을 맞대고 잠든 우리
저마다의 심장을 향해 도넛처럼
완전 도-우-넛처럼 잔뜩 오그라들 때
거기 침대 위 큼지막하게 던져진

 

두 짝의 가슴
두 짝의 불알

 

어머 착해 

 

 

 

 

둘 다 한 입이요, 한 손이요, 한 접시'이다. 도토리 키재기'다. 사실 이 자리를 통해 고백하지만 나 또한 쌍년'이라는 말을 쓰고는 했다. 깊이 반성한다. 내가 아닌, 남의 글에서 그 표현을 읽으니 추하더라. 그나 나나 도토리 키재기'다. 괴테가 말했다. " 언젠가 여성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언젠가 여성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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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2 12: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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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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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2 15: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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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3 18: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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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1 2014-07-1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 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 시절 곰발님은 전투력이 200% 만땅이었는데 그립습니다.

toqur 2014-07-1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 좋군요..
젖,과 좆,을 가만 생각해 볼 때 확실히 젖,에 비해 좆,이 이기적이라는..
좆,보다 더 풍요로운 성품을 지닌 강한 것은 젖,인데
다만 그 이유로 되려 젖,달린 것들보다 좆,달린 것들이 가동성 등 여러 모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도 뻔뻔스레 고마움을 모르죵..

마태우스 2014-07-13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존경합니다. 지식이 깊은 분들 중 마초인 분도 제법 되던데, 님의 이 글은 역시 스승님이구나,라는 감탄이 나오게 됩니다. 더 열심히 따르겠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1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락여성을 무시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性女로서 聖女다겠죠. 여성부 몇몇 인간들이 권력에 몸과 영혼을 파는 것보다
깔끔하지 않습니까?

정혁 2014-07-1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엠제이가 이젠 추억의 이름이 되었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네요.

증오와 미움도 없앤 시간의 힘에 경탄합니다.

2014-07-14 15: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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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1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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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7-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기억으론 여성이 아니라 '여성적'이라 기억하고 있는데 아무렴 ^^ 라캉도 그렇고 얘기 들어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우월한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 '젖'에 대해 기억 나는 인상적인 구절은 브레히트의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에 나오는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와 한강 작가가 아마 <채식주의자>에 썼던 구절로 기억하는데 '나는 젖가슴이 좋다. 아무 것도 파괴하지 않는...' 비스무레한 구절이 있는데 젖이 좆보다 미학적으로 훨씬 훌륭한 것 같고요... 최근에 시 낭독회에서 김민정 시인 본 적 있는데 뭔가 당당하고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는 매력적인 분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시를 잘 못 쓰시고 계시다는데... '쌍년'의 귀환을 고대하며!)
남성들은 여성적인 것을 발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듯...(유교 사상의 잘못된 부분을 답습하고 있는 파시스트들에 대향해서!)

2016-01-22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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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2 19: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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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2 1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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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2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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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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