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씨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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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이름은 정화 씨'다. 뒤늦은 고백이지만 나는 정화 씨'를 좋아했다. 한 다리, 다리, 다리 건너 알게 된 사이인데 수수한 차림새와는 달리 싹싹하고 씩씩해서 좋았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 또한 나를 마음에 두는 눈치였다. 어느 날, 그녀가 내게 물었다. " 혹시..... 예술하세요 ? " 그때 나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 예......... 술 좀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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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도록 이어진 술자리. 하지만 제대로 된 고백조차 못했다. 내 수준에서 보자면 나름 부잣집 셋째 따님이라 그랬을 것이다. 손 한번 잡아보고 입술에 키스 한 번 한 게 전부'였다. 보고 싶은 정화 씨에게, 로 시작하는 편지를 수없이 썼으나 끝내 부치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요즘 그녀가 구설수에 올라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자되고 있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벤야민 말투를 흉내 내자면 환등상'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인걸은 간 데 없고 거리에는 오도방이 내는 경적 소리 빠라빠라 빠라바과 오호츠크 시밤바만 남았다.  이 모든 일이 내 탓 같아 정화 씨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 여러분이 아시는 것과는 달리, 정화 씨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 "  다음 글은 내가 사랑했던 정화 씨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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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훈 정치란 : '작고한 선왕(先王)의 유지를 받들어 다스린다'는 뜻이다. < 죽은 자 > 에게 경배를 !  북한이야말로 유훈 정치에 < 몰빵 > 하는 국가'다.  세 살 때 이미 땅크를 운전하시었고 " 세발자전거보다 땅끄가 쉬웠어열... "      다섯 살 때는  젖살 축축한 알통으로 태산 같은 바위를 던져 날아가는 벌새를 맞추신,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 지엄하신 수령 김일성 아바이 장군 동지를 어찌 받들어 모시지 않을 수 있을까.  김일성이 울산에서 빨치산 돌격대로 활동했을 때,  벌새를 잡기 위해 던진 바위가 지금은 설악산에 < 울산바위 > 라는 이름으로 꽂혀 있는 것을 보면 사실인 모양이다. < 그 > 는 대자대비한 존재다.  김일성이 남조선 아새끼들과 싸우는 대신 " 카레이서 " 나 " 메이저리거 " 가 되었다면 더 큰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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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 神 " 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를 신적 존재로 경배하는 나라는 산 자의 목숨을 경시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중세시대'는 신을 보다 높은 곳으로 격상시키기 위해서 인간을 보다 낮은 쪽으로 격하시켰던 암흑기'였다.  " 인간들이여, 쫄면 짜져 ! "  산 자는 죽은 자 때문에 고통받았다. 남한이라고 다르지 않다. 박근혜는 잃어버린 30년을 되찾고자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유훈 정치를 실천하고 있다. 평소 유훈 정치'를 들먹이는 쪽은 민주당이었다. 자칭 진보라는 인물들이 김대중 대통령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들먹이며 < 표 - 동냥 > 전략을 내세우고는 했다. " (굽신굽신) 한 표 줍쇼 ~  " 전형적인 유훈 정치'다.  꼴도 보기 싫어서 깠더니,  그들은 < 나 > 를 일베충으로 몰았다. 일베가 아니라서 일베가 아니라 했으나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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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와 현실은 달랐다. 홍시를 먹었더니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더니 칭찬을 받았던 장금이 ㅡ 서사'는 판타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한나라당이 배출한 대통령치고 제대로 된 " 인간 " 이 없었기에 본받을 만한 선왕이 아예 없었던 것. 한나라당이 배출한 선왕들'을 따라하다가는 깜빵이나 가야 했으니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 생ㅡ까기 > 전략으로 나온 것이다. 앙, 몰라 !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자 롤-모델이 생긴 것이다. 유신의 망령, 박정희는 그렇게 살아서 돌아왔다. " 유지를 받들어 다스린다(유훈 정치'의 사전적 의미) " 는 말이 얼핏 들으면 꽤 근사한 표현처럼 들린다만 곰곰 뜯어보면 꽤 무시무시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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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를 받들어 다스린다는  말은 죽은 사람이 살아서 이루지 못하고 남긴 뜻을 산 자'가  실행에 옮긴다는 것인데, 살아서 이루지 못하고 남긴 뜻이 < 한 > 인 경우는 자칫 잘못하면 복수극으로 빠지게 된다. 그 유명한 << 햄릿 >> 을 보라. 햄릿은 죽은 아버지가 살아서 이루지 못한 복수를 실행에 옮긴 복수극이 아니었냔 말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대한민국 궁궐 잔혹사를 보면 대부분 내 어미에 대한 복수이거나 내 아비에 대한 복수가 아니었던가 ?  역사(학) 는/은 거대한 책'과 같다. 시간의 기록을 언어로 압축한 것이 역사로 그 텍스트를 독해하는 과정이 사관(史觀)이다( 언어가 없던 시대에는 화석이 있었다. 화석이란 몸으로 쓰여진 언어요, 텍스트인 셈이다. 고생물학자는 역사학자와 같다. 화석은 무른 몸이 썩은 대신 뼈가 새긴 상형문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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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독해 과정'에서 발생한다.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법.  < 아 > 다르고 < 어 > 다르다 보니 동일한 기록을 가지고도 서로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고생물학자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표본을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어떤 이는 아, 아아 하고 어떤 이는 어, 어어 한다. 아아 한 사람이 어어 한 사람에게 우우하고, 마찬가지로 어어 했던 사람이 아아 했던 사람에게 애애 한다. 쉽게 말해서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구한말 일제 점령을 착한 제국주의라고 설정한 뉴라이트는 일제가 조선의 쌀을 수탈한 행위를 < 수탈 > 이 아니라 조선이 일본에 쌀을 < 수출 > 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한 주장을 한 근거는 쌀 한 가마니를 십 원 주고 구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정당당하게 돈 주고 샀다는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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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 야, 이 교과서 좌파 새끼들아 !  정정당당하게 돈 주고 샀는데 어째서 수탈이냐 ? " < 독해 > 란 맥락을 보는 행위'다. 백 가지 기록(사료) 가운데 하나만 떼어서 이해하게 되면 < 수탈 > 이 아니라 < 수출 > 이 될 수 있다. 매매 행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나무를 보지 않고 멀리서 숲을 보게 되면  맥락은 전혀 다르다. 당시 시세로 한 가마니에 백 원 하는 쌀값을 십 원 주고 가져가는 행위가 과연 공정거래'인가 ?  더군다나 당시 쌀 부족에 시달렸던 조선 사회를 감안하면 쌀 한 가마니를 십 원 주고 가져가는 것을 수출이라고 미화하는 것이 억지다. 이 행위는 공정거래에 의한 정정당당한 상거래 행위가 아니라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아이에게 십 원 주면서 빵과 우유 사오고 남은 잔돈은 가지라는 빵-셔틀 멘트'와 다르지 않다. 쌀-셔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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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교과서를 지지하는 대표적 인물이 바로 권희영'이다. 그리고 " 쌀 셔틀 " 을 " 쌀 수출 " 이라고 곡해하는 인물 또한 권희영이다. 권희영이 이야기하는 < 착한 제국주의 > 는 존재하지 않는다. < 나쁜 제국주의 > 만 있을 뿐이다. < 착한 제국주의 > 라는 표현은 마치 < 착한 연쇄살인 > 이라는 표현만큼 어, 어어어이없어요.  국정 교과서'가 검정 과정이 생략된 단 하나의 역사 텍스트'라고 했을 때 그에 따른 왜곡은 피할 수 없다. 백 가지 기록 중에 하나( " 일본 제국은 조선 쌀을 한 가마니에 십 원 주고 매입했스무니다 " )만 나열했을 때 발생하게 되는 오류는 뻔하지 않은가 ?  시장 경제 분야에 독과점 규제;라는 게 있다.  특정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엿장수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이 폐단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독과점 규제'다. 검인정 제도도 국정 교과서 제작에 따른 폐단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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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정화 씨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녀 이름은 성은 국씨요, 이름은 정화'였다. 이곳저곳에서 국정화 문제 있다, 국정화 문제 있다, 국정화 문제 있다 하니 봉천동에서 곱게 자란 사거리 주유소 사장님 셋째 딸 국정화 씨는 행실이 좋지 못한 년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내 주먹은 부르르 떨린다. 국정화 씨는 씩씩하고 싹싹한 대한민국 여성입니다. 모욕하지 맙시다.  그녀에게는 아무 문제 없다. 문제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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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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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씨에게

오동 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 밤입니다. 그동안 무탈하셨는지요. 멀리서나마 늘 당신을 응원했습니다. 이런 일로 당신에 대한 이름이 연일 뉘우스에 오르니 마음이 답답할 뿐입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국정화 씨는 문제 없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나에게 사상적 배덕자'라고 비판하더군요. 내가 말한 국정화는 그 국정화가 아닌데 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 굳게 먹고 씩씩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국정 교과서 문제도 그렇습니다. 묻지마 박빠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박정희의 공과 실은 구분해야 하는데 좌파 교과서는 온통 실'만 다룬다고 말입니다. 독재는 했지만 경제를 살렸으니 셈셈이라는 주장입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인간 있냐 ?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제가 그랬어요. " 조까 ! "  조앤 로빈슨이란 캐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가 있습니다. 최초의 여성 노벨 경제학상 유력 후보였는데 아깝게 수상하지는 못했죠. 그 분이 1965년에 논문을 하나 작성합니다. 제목이 << korea  miracle >> 입니다. 내용은 제목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조앤 로빈슨은 코리아의 놀라운 경제 성장에 대해 경이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 미군의 원조에 의지하며 쌀 지게미 먹던 시절인데 무슨 얼어죽을 경이적 경제 성장입니까.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코리아는 남한이 아니라 북한입니다. 5,60년대만 해도 북한은 경이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한 나라였던 셈입니다. 북한 주민을 보면 김정일과 김정은에게는 적대적이지만 김일성에 대한 향수는 깊게 남아 있습니다. 왜냐 ? 남한 주민이 박정희를 바라보는 시선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둘 다 경제의 기적을 이룬 독재자였던 것이죠. 독재는 했지만 경제를 살렸으니 셈셈이라고 한다면, 김일성도 독재를 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으나 경제 발전을 이룩했으니 없던 일로 해도 된다고 해야 됩니다. 내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그가 나에게 지랄을 하더군요.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빨갱이라고 말이죠. 사담이 길어졌네요. 각설하고, 저는 당신과의 날카로운 첫 키스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드(hard)하게 혀뿌리 뽑고 싶었으나 소프트하게 살짝 당신의 꽃잎 위에 내 입술을 얹었을 뿐입니다. 당신은 야들야들 떨었지요. 가을입니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이 옵니다. 긴 말 하지 않겠습니다. 국정화 씨 !  예....... 술 한 잔 합시다. 이 글 보시거든 연락 주십시오.  그때까지 몸 성히 성히 성히 잘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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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10-2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 오,오.`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8 13:08   좋아요 0 | URL
우우우 ~

samadhi(眞我) 2015-10-2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필 이름이 박정희인 우리 언니 아들친구 엄마가 생각나네요. 여자박정희씨는 참 괜찮은 사람인데 개명하고 싶어하더라구요. 개명에 적극 찬성한다고 얘기해줬죠. 이 시기엔 더욱 그러고 싶을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8 13:08   좋아요 0 | URL
제대로 피본 사례군요... 엄청 놀림 당했을 뜻. 제 조카 이름은 오창조의불입니다.
ㅎㅎㅎㅎ. 성씨가 오예요... 하튼. 개명 당연한 겁니다. 박정희라.......

수다맨 2015-10-28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제 박통이 국회에서 연설할 때 수시로 박수를 치던 새누리당 의원들 모습이 정말로 가관이더군요. 그냥 거수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북한이 유훈 통치/전제적 통치를 한다고 남측에선 자주 비난을 하지만, 대통령 앞에서 반대 의사하나 표시하지 못하고 박수 부대로 전락한 그들의 모습은 북한의 노동당 위원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8 21:10   좋아요 0 | URL
수다맨님 요즘 너무 뜸하신 거 아닙니까 ? 술한잔해야죠.. ㅎㅎㅎㅎㅎㅎㅎ 아놔.. 이상헤게 수다맨 님 보면 술 한 잔해야 된다는 강박이.... 다음에 충무로에서 함 봅시다요. 치킨 잘하는 집 있는데 한 턱 쏘겠습니다.

그나저나 전 박근혜 정권과 그 아랫사람들과 김정은과 그 아새끼들의 풍경이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yamoo 2015-10-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토론회에서 권희영이 한 발언 때문에 빡쳐서 죽을 뻔했습니다. 이넘은 논리가 없고 그냥 밀어붙이기 식이더라구요~ 토론회에서 가장 돋보였던 분은 동국대 철학과 교수였는데, 이 분의 논리적 지적은 매우 훌륭했다고 봅니다.
물론 권희영이 지적한 대로 8종 검정교과서 중 일부 책들이(교학사 제외) 수탈을 수출로 적시한 책들도 있더이다. 제가 갖고 있는 근현대사 3종의 책들 가운데 1권도 수출로 표기. 헌데 전체적인 맥락 상 권희영이 말한 좌파 경도 운운은 말도 안되는 것 같고....

제가 역사교과서 토론회 2개 보면서 페이퍼 쓰려고 메모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찾아보니 어디로 갔는지 안보여서 쓰는 걸 포기했습니다. 뭐, 워낙 게을러서 바로 써야 하는데 논점을 다 까묵어 보려서뤼...

근데, 아까 약국에 가서 들은 라디오에서도 어떤 새누리당 지지자 넘이 역사교과서 왜곡 운운하면서 우리 애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있다는데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다는...조만간 요기에 대해서 좀 페이퍼를 쓸 요량입니다..곰발 님 페이퍼를 보니 얼릉 써야 할 듯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8 21:07   좋아요 0 | URL
오웰의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그가 그랬죠. 이 세상에 < 착한 제국주의는 없다. 모든 제국주의는 수탈을 목적으로 한 나쁜 제국주의다 > 권희영은 착한 제국주의를 주장하죠. 조선이 수출도 하게끔 수입도 하고, 근대도 계몽하고, 고로 친일파는 나쁜 놈은 아니고, 이완용은 한순간에 계몽주의자가 되고, 이승만도 그렇고, 박정희의 혈서도 그렇고... 일제 제국주의를 단순하게 착한 제국주의라고 묶는 순간 모든 것이 다 해결됩니다. 대부분 일제 앞잡이였던 기득권이 보기에 이보다 좋을 순 없죠. 얼릉 야뮤 님의 페이퍼가 기다려집니다.

1905 2015-10-28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읽은 책중에서 일본인부부가 우리나라 일제시대를 조사한 것을 역사책으로 낸 것을 읽었는데(제목을 까 먹었어요) 그 일본인들도 수탈이란 표현을 썼는데.. 아 신발이란 욕이 절로 나오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8 21:08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권희영 발언에 뚜껑 열린 사람 많더군요. 이게 다 제때 청산을 하지 못해서 나오는 후유증 아니겠습니까. 아니 어떻게 수탈을 수출이라고 하지 ? 박근혜가 자주 사용하는 말을 빌리자면 ˝ 그런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 맞습니까 ? ˝
 

 

 

 

 

 

히든 싱어 4,  신해철 편  :  두 개의 망령

 

 

 

남해용왕 우연득병하여 아무리 약을 써도 백약이 무효라 / 이때 용왕 꿈속에 신령 나타나 토끼 간이 제약이라 일러주니 / 이말을 들은 용왕, 별주부에게 명하기를~ “ 토끼를 잡아오너라~”허니 이말 들은 별주부 말 허기를 / 난감하네~  난감하네~  난감하네 ~  난감하네  

-난감하네, 프로젝트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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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망령은 누구일까 ?  죽어서 추한 몰골이 되었으나 유명인사가 될 운명을 가진 자는 누구란 말이더냐. 내가 보기엔 햄릿의 선왕'이다. 연극 <<햄릿 >> 은 무대 위에 오를 등장인물이 모두 죽어서 어쩔 수 없이 상연이 중단된 연극이다. 오필리어 가문을 보자 : 약혼자인 오필리어가 죽고,  아버지인 플로니어스 재상도 죽고,  오도방 쇼바 높이 올리며 말 달리던 오라방 레어티즈도 죽는다. 햄릿 가문도 오필리어 가문과 마찬가지로 멸문지화'를 당한다.   아버지 선왕이 죽은 이후, 어머니인 거투르드 왕비도 죽고, (선왕의 동생이자, 어머니의 남편이며, 햄릿에게는 삼촌이자 의붓 아버지인) 클로디어스 왕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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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인공 햄릿도 죽는다.  말 그대로 혈육상잔'인 셈이다.  다 죽고 없으니 이제 < 소 > 는 누가 키울 것인가 ?   이 비극을 초래한 발단은 < 아버지 - 망령 > 이 출몰했기 때문이었다. 궁궐 밖에서 선왕으로 보이는 망령이 어슬렁거린다는 첩보를 입수한 햄릿은 망령과 대면한다. 망령이 말한다. " 이 아비는 거지가 되어 동천을 떠도는데 너는 몸 성히~ 성히~ 성히~ 성히  잘 있구나. 내 동생이자 네 삼촌인 오호츠크 시밤바가 네 어머니와 정분이 나서 나를 독살하였느니라.  오호, 츠쿠나(춥구나) ! 몸이 떨리나니,  아들아 !  하이에나의 억센 턱과 발이 되어서 억울한 내 죽음을 낱낱이 파헤쳐다오. 이제 복수는 너의 것이란다. "  ​아아, 진정 무서운 것은 (죽은 자의) 몰골이 아니라 (죽은 자가 전하는) 발화(發話)였으니,  

​

​아들 햄릿은 망령의 몰골보다 그가 전하는 말 앞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진실을 안 이상, 행동하지 않을 이 뉘 있으리. 죽은 자가 꿈에 나타나는 것도 불길한데 하물며 생시(生時)에 나타난다는 것은 !  그런데 망령'이 모두 불길한 존재만은 아니다.  즐거움을 주는 망령도 있다. << 히든 싱어 4 : 신해철 편 >> 에서 제작진은 신해철을 무대 위로 호명한다. < 그 > 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뜻하는 망령(亡靈) 신분으로 참가한다.  한자 亡이 無와 같은 뜻이니 망령은 靈의 無다. 신해철은 이 무대 위에서 부재하는 존재로서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죽은 자를 흉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문이 열리면 몸은 없고 목소리만 울려 퍼지리라. 

​

하지만 웬걸 ?   통 속에서 등장하는 사람은 죽은 자의 망령이 아니라 산 자'다.  원본보다 사본이 더 원본 같다. 우리는 산 자의 몸에 빙의된,        죽은 자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 히든 싱어 >> 는 아마추어가 기성 가수의 노래를 똑같이 흉내 내는 버라이어티 쇼'다. 방청객과 시청자는 신해철 성대모사를 똑같이 하는, 신묘에 가까운 재주에 박장대소하다가도 느닷없이 한겨울 대설大雪 에 내리는 눈처럼 펑펑 울기도 한다. 이 망령의 출몰 앞에서 몸을 부들부들 떠는 이는 아무도 없다. 어찌 되었든, 그는 죽은 자가 되어서 산 자의 무대 위에 오른 광대'다. 방송을 보다가 문득 <<히든 싱어 : 신해철 편 >> 은 한판 질펀한 < 굿 > 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징과 꽹과리, 장구가 사용되지 않는다 뿐이지

​

기타와 드럼, 신디사이저로 풍악을 울리며 춤과 노래를 즐기는 것이 영락없이 씻김굿이다. < 굿 > 은 서양과는 달리 죽은 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볼거리이지 무서운 풍경이 아니다.  죽은 자는 무당의 몸을 빌려 못다 한 말을 하고 떠난다. << 히든 싱어 >> 에 출연한 망령도 히든 싱어'의 몸을 빌려 못다 한 노래를 부른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떠나야 했으니 이렇게 다시 만나 즐겁게 놀다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는 것이다. < 그 > 가 성공한 삶을 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령이 출몰했는데도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쌓은 좋은 덕'이 아닐까 ?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망령이 햄릿의 선왕이라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망령은 박정희가 아닐까 싶다.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를 따라하는 히든 싱어'다.

​

​불행인지 행운인지 모르겠으나 성대모사에 남다른 재주가 있어서 싱크로율이 99% 다. 그녀가 궁궐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아버지 성대모사를 할 때마다 아버지의 망령(亡靈)이 되살아나 궁궐 밖에서 아른거린다. 그런데 전혀 즐겁지가 않다. 죽은 자 신해철의 출몰에는 희노애락이 느껴지지만 박근혜가 살려낸 망령 앞에서는 회(喜)와 락(樂)은 없고 노(怒)와 애(哀)만 느껴진다. 같은 망령인데 전혀 다른 망령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의 출몰은 햄릿의 선왕을 닮았다. 이럴 때 내뱉는 유행어가 있다. “ 난감하네, 난감하네 ! ” 망령(亡靈)은 사전적 의미로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뜻하고, 두 번째는 혐오스러운 과거의 잔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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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망령에게 바라는 것은 명령을 내리는 망령이 아니다. 재미있게 놀 줄 아는 망령‘이다. 이런 망령 말이다. “ 산 자들이여 !  뛸 준비 되셨습니까아아아 ~~~~   안 놀면 미워할꺼야아아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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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2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아앙~~~~ 역시!!!! 곰발님이 이런 멋진 글 올려주실거라 기대했어요!!! 히든싱어 보면서 울컥해서 막 얘기하고 싶었는데 참았거든요.. 제 두서없는 글보다는 분명 누군가 멋지게 그를 추억할 글을, 이 애달픈 마음을 표현해줄 사람이 있을것이라고요...
마왕의 목소리 들어서 행복했고, 문이 열릴때 아무도 없고 목소리만 나오는 그 광경이 묘하게 슬퍼서 울컥했어요. 너무 드라마틱한 히든 싱어들까지 역시 마왕의 포스는 영원하더군요!!
박근혜는 박정희의 히든싱어라는 말! 너무 멋진 비유십니다^^
왜 좋은 사람은 항상 먼저 가는지.... 울컥했던 마음에 한풀이 속풀이가 좀 된듯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6 20:47   좋아요 0 | URL
그 노래가 좋은가 나쁜가는 세월 후 다시 들었을 때 촌스러운가 아닌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신해철 음악은 확실히 지금 들어도 선구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하튼, 재미있더군요. 실컷 웃다가 실컷 울다가.... 마치 굿 같았습니다.

samadhi(眞我) 2015-10-2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어버버는 애비보다 많이 멍청하다는 것이 다르네요. 악한 것은 누가 더 한지 알 수가 없지만.
저는 티비가 없어 보지 못 했지만 굿으로 이해한 것이 딱 이네요. 제가 굿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따로 공부도 안 하지만(말로만 관심) 예전에 진도 씻김굿을 보고(아마추어의 공연) 충격이 컸지요. 언젠가 진도에 가서 전수받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8 13:11   좋아요 0 | URL
실제로 보면 정말 묘해요. 빙의 되어서 무당은 죽은 엄마 목소리로 말하고 딸은 울고...
이야, 막 보는데.. 사람들은 웅성웅성.. 여기저기 눈물바다..
이걸 실제로 딱 보면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정서가... 감돌아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가방과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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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피라미드 구조'에서 " 하부는 상부를 < 지향 > 하고, 상부는 하부를 < 지양 > 한다. "    쉽게 설명하자면 : 서민층은 중산층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모방하려고 하고, 중산층은 상류층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모방하려고 한다. 반면 상류층은 자신을 모방하려는 중산층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목동 엄마의 롤모델은 강남 엄마'이지만 강남 엄마는 목동 엄마를 추종하지 않는다. 강북이 강남 스타일을 따라할 수는 있지만 강남이 강북 스타일을 따라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욕망이란 언제나 하부에서 상부를 향한다.

 

루이비통 로고 크기를 보면 계급이 보인다. ① 34폰트 로고의 루이비통 가방을 처음 구매한 사람은 사모님(상류층)이다. 사모는 이 바닥에서는 얼리 어답터(Early-adopter)에 속한다. ② 두 번째 34폰트 크기의 루이비통을 구매한 소비자는 부인(중산층)이다. 부인은 사모님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공유한다. 부인은 얼리 어답터(Early-adopter) 라기보다는 사모님 가는 길'을 발빠르게(허겁지겁) " 벤치마킹 " 한다는 측면에서  허리 어답터(Hurry-adopter)다. ③ 세 번째 34폰트 루이비통 구매자는 아줌마(서민층)이다. 아줌마의 롤모델은 부인이다.  이로써 사모, 부인, 아줌마는 모두 " 대따 큰 "  로고가 박힌 루이비통 가방을 가지게 된다.

​

사모 입장에서 보면 모든 계급이 " 대따 큰 "  루이비통 가방을 소유한다는 것은 사모와 부인을 구별할 수 있는 변별력이 사라진 꼴이다. 기분 나쁘다. 부인 입장도 마찬가지다. 부인과 아줌마를 구별할 수 있는 변별력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 저, 아줌마 아니거등여 ~ "  사모는 34폰트 루이비통 가방을 버리고 24폰트 루이비통을 구매한다. 부인도 이에 질세라 잽싸게 24폰트 가방을 구매한다. 이런 식으로 로고 폰트 크기'는 줄어들게 되어 결국에는 로고가 없는 루이비통을 구매한다. 로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방을 열면 가방 안에 로고가 박혀 있다. 9폰트 루이비통이 서로 악수를 나눌 수 있는 거리에 있을 때 알 수 있는 가방이라면, 로고 없는 루이비통은 카페 테이블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다가 명함을 꺼내기 위해 가방을 열었을 때 알 수 있는 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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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부인이 지갑을 열어 속을 보여준다는 것은 상대방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귀부은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이처럼 루이비통이 진화하는 과정을 보면 계급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로고 크기가 클수록 식별력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 14 폰트 로고 > 보다는 < 34 폰트 로고 > 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니깐 말이다. < 34폰트 로고 > 는 < 14폰트 로고 > 보다 더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하다. 서민층이 34폰트 로고가 박힌 루이비통을 선호하는 이유는 유식하게 말하자면 < 후광 효과 > 요, 무식하게 표현하자면 < 생색 내기 > 에 있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게 좋은 것이다. 비싸게 주고 산 가방이니 본전은 뽑아야 할 것 아닌가 ! 

​

그것은 마치 가난한 집 아이가 시장에서 짝퉁 나이키 옷을 고를 기회가 오면 " 대따 큰 " 나이키 로고가 박힌 옷을 고르려는 심리와 같다. 교양이 넘치는 사모님이 보기에 교양이 없는 부인과 아줌마의 욕망은 뻔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사모, 부인, 아줌마의 욕망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상류층은 왜 로고가 없는 루이비통 가방을 선호하게 되었을까 ?  부인과 아줌마 입장에서 보자면 < 겉으로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루이비통 > 은 의미가 없다. 부인은 9폰트 루이비통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설령, 로고 없는 루이비통 가방을 산다한들 부인과 사모가 서로 차를 마실 기회는 거의 없지 않은가. 아줌마도 24폰트 루이비통까지가 한계'다.

​

14폰트와 24폰트는 경제적 한계와 심리적 한계가 맞물린 계급의 진입 장벽'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피라미드 구조에서 전체 50%를 차지하는 부류는 바로 한 단계 위엔 40%를 좇고, 40%는 30%를, 30%는 20%를, 20%는 상위 2%를, 상위 2%는 최상위 1%를 좇고, 1%는 0.1%를 꿈꾼다. 결국 0.1%는 0에 가까운 쪽을 좇게 된다. 아라비아 숫자 < 0 > 이 無 라고 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프로이트가 말한 바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 쾌락 원칙을 넘어서 >> 에서 "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대상은 죽음뿐 " 이라고 말한다. 시쳇말로 욕망이 지향하는 끝판왕은 無 다. 자신보다 상부를 지향하게 되면 결국 로고가 없는 루이비통 가방을 가져야 하듯이 말이다.

​

내가 오늘 소개할 영화(혹은 텍스트)는 두 편이다. 하나는 << 주홍글씨 >> 이고 다른 하나는 << 태양은 가득히 >> 다. 긴 말하지 않겠다. 욕망은 결핍이다, 상품은 결핍을 채운다, 비쌀수록 근사하다, 명품은 비싼 대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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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10-23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발 님, 한번, innovator, early adopter, early majority, late majority, laggards에 대해 이야기른 나눈 적이 있었죠.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위해 지난 번에 소개한 EBS 다큐프라임 `소비는 감정이다`의 Youtube 웹주소를 남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VsHaotbTdo&index=1&list=PLf_vppNPJQYubD_OCQqmU2pXhA99lwHbD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3 17:18   좋아요 0 | URL
저 이방송 보았습니다. 확실히 소비 행위는 감정의 결과죠. 저도 화나고 그러면 쇼핑합니다.
쇼핑하고 잔뜩 사고 들어오면 뭐가 좀 마약 같은 느낌이 들죠... ㅎㅎㅎㅎ

2015-10-23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3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5-10-2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품행제로에서 류승범이 신었던 나이키 짝퉁 ˝나이스˝ 얘기네요 ㅎㅎ
뭐니뭐니해도 택배받을 때가 제일 기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5 19:26   좋아요 0 | URL
저 옛날에 나이키 산다고 돈 받아서 짝퉁 나이키 사고 남은 돈으로 까까 먹었는데 그거 형한테 걸려서( 짝퉁 나이키라는 사실이 발각되어) 어머니한테 엄청 혼난 기적이 나네요.. ㅎㅎㅎ
 

 

 

 

 

 

 

 


 


 

 

 

 

 

 

 


 

 


 

 

 

 

 

 

1 : 나눌 수 없는 것 

 

 

 진리는 없다. 단지 주관적인 해석만 있을 뿐이다

ㅡ 니체

                                              

요즘 시쳇말로 말하자면  :  사도세자'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자식'이다. 그를 단순하게 특권층이라고 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그는 상위 20%도 아니요, 그렇다고 1% 부류도 아니며, 0.1% 부류도, 0.0001% 부류도 아니다. 그는 영조의 유일한 아들(왕후의 아들이었던 효장세자는 병으로 사망했다)이니 왕위를 계승할 사람은 그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유일 존재이자 완전체인 순혈 < 1 > 이다. 그 높고 높고 높은 0.1% 도 1 앞에서는 오징어'가 되나니, 숫자 < 1 > 앞에 모든 백분율은 무릎 꿇고 경배하여라.  유아인은 전작 << 베테랑 >> 에서 최상위 1% 인 재벌 3세'를 연기했다.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은 범(汎)SK 가문의 후손인 빠따 최철원 선생'이시었다. 그는 이 빠따 저 빠따 막 (휘두르는) 찐따였다. 

​

파업하는 노동자를 사무실로 불러내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팬 후 맷값'이라며 천만 원 쥐어준 인물.  < 1% >  부류도 이 지랄인데 하물며 절대값 < 1 > 인 경우는 말해서 무엇하랴. 공교롭게도 유아인은 올해 1%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와 1(영화 사도)을 동시에 연기한 배우가 됐다. 1%에서 1로 신분을 " 업로드 " 했으니 계급 장벽을 뚫고 왕자가 된 캐릭터라고나 할까 ?  < 사도 > 는 단순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궁궐 내 9급 공무원을 수없이 죽인 장본인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100명 넘게 죽였다고 한다. 이 숫자의 규모에 대해 가감은 있을 수 있지만  그가 무고한 백성을 홧김에 죽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가 뒤주에 갇혀 죽은 것은 비극이지만 한편으로는 죽을 짓을 했다는 생각도 든다.

​

사학자 이덕일은 사도를 어질고 총명한 인물로 당쟁의 희생양으로 주장했지만, 그렇게 어질고 총명한 인간이 사람 목숨 귀한 줄 모르고 가을 무 밑동 썰듯이 사람 모가지를 벨 수 있을까 ?   0.1%도 아닌 절대값 < 1 > 은 무한한 권력을 가진다. 권력 또한 나눌 수 없다는 점에서 숫자 1이다. < 1 > 은 치외법권의 영역이며,  말이 법이고, 내가 곧 국가'인 존재다.  < 1 > 이라는 숫자는 본디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소수'이다. 그런 환경과 밥상머리 교육이 되물림되다 보니 이기적인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시다바리들이 하나에서 백까지 시중드는 환경에서 자란 인간'이 인간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싼 똥을 날마다 혀로 맛을 보는 직책을 가진 부류도 있었다. 건강을 체크하기 위한 수단이란다.  장금이 흉내 낸다고 " 제 입에서는.... 똥냄새가 났는데, 어찌 똥냄새가 나느냐고 하시면 그냥... 똥냄새가 나서 똥냄새가 난다고 한 것이온데...... "

​

라고 말했다가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박근혜는 < 1 > 이다.  왕이라는 호칭은 대통령으로, 궁궐은 청와대로 바뀌었으나 1를 중심으로 권력이 작동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1 옆에 붙어서 이득을 보려는 0.1% 부류가 있고, 0.1% 부류에 빌붙어서 콩고물을 주워먹으려는 1%가 있으며,  1%에게 동조하는 10%가 존재한다. 그렇게 다수는 확장된다. 대한민국은 말이 좋아 민주주의 체제이지 1인 독제 공화국이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는 모두 박근혜의 입만 쳐다본다. 어미 입만 바라보는 어린 새끼 새처럼 말이다. " 분부만 내리십셔 ! " 그들은 < 완장 > 에 < 죽창 > 을 들 준비를 마친다. 토, 토토토토토 다는 놈은 종북, 친북, 빨갱이'다.  대대로 견제를 상실한 절대 권력은 썩게 마련이다.

​

이번에도 권력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수많은 백분율은 박근혜 가문을 위해 용비어천가를 바칠 모양이다. 문제는 용비어천가가 역사 교과서라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교과서가 뉴라이트 논조를 대부분 수용할 것이란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뉴라이트 역사관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 착한 제국주의 > 다. 그런데 이 말은 " 착한 연쇄살인범 " 이라는 표현과 다를 것이 없다. 이 세상에 착한 제국주의는 없다. 나쁜 제국주의'만 있다. 독단에서 오는 오류가 아니다. 제국주의의 본질은 침략과 자원 강탈이다. 니체는 말했다. " 진리는 없다. 단지 주관적인 해석만 있을뿐이다. " 여기서 니체의 말을 왜곡하면 안 된다. 이 말을 다른 식으로 풀어서 해석하면 " 진리는 하나다. 하지만 해석은 다양하다 " 이다.

​

역사도 마찬가지'다. < 역사 > 는 하나의 팩트'를 가지고 있지만 그 팩트에 접근하는 해석은 다양하다. 검인증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보다 건강한 구조'다. 앤디 워홀의 실크 프린트 작품 중에 < 1보다 30'이 낫다 > 란 제목이 있다. 국정 교과서 1권보다는 다양한 검인증 교과서 30권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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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2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주제와 재미있는 말씀을 해주시는데 오늘은 다소 사도가 끼이신듯..합니다.ㅎㅎㅎ
크게 놓고보자면 아닌말은 아니나..사도세자를 탓하잔것인지..박근혜의 정권을 말하자함인지 교과를 말하고자 함인지...전부 오징어라고 말하고 싶으신겐지
모르겠나이다.
우매하여...하하하..
해물잡탕을 끓이신 듯...좋은재료로...끝맛이 영 개운칠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어쩌면 좋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1 13:56   좋아요 1 | URL
마태우스 님의 돌려까기를 시도했으나 보통의 내공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엉망이 된 듯하옵니다.
그냥 모두까지-전략이라 생각하시면... ㅋㅋㅋㅋㅋ

[그장소] 2015-10-21 14:00   좋아요 0 | URL
애교로 때우시깁니까?^^ㅋ
그럼 맨입으로 아니되옵니다!~^^a
곰곰 생각하니...또 아닌 것도 아닌듯도 하고
너무 햇갈려 말입니다~ㅋㅋㅋ
곰곰님 꺼꾸로 매달려 3분간 벌칙 푸하핫!
그럼 문이 열릴까..나?!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1 14:31   좋아요 1 | URL
데구르르... 데구르르... 벌떡 !

[그장소] 2015-10-2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서방만 오시면...되는걸로~~^^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1 16:14   좋아요 1 | URL
만경루 가서 모시고 오겠습니다.

stella.K 2015-10-21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도에게 그런 전적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말대로 정말 뒤주에서 뒈져도 할 말은 없어보이는 듯도
합니다. 그런데 이덕일은 어쩌자고 사도를 그처럼 어질고 착한 사람으로 평했을까요?
그런 사료는 어디 나와 있나요?

베테랑이 최 선생을 모티프로 했군요. 아직도 안 본지라...ㅠ

박 언니는 왜 하필 이럴 때 역사 교과서를,,,다른데 쓸 때도 많은데 예비비를 긴급 투입할만큼
중대사안인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여태까지 현재의 교과서로도 공부 잘하고 졸업했구만.

오늘은 브릿지가 약한 듯 하옵니다.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1 16:17   좋아요 1 | URL
한중록에 보면 막 100명 넘게 사람을 죽였다라고 나오는 구절이 있따고 하네요. ( 전 안 읽었음.. )

이덕일이 내세우는 것은 한중록이 홍씨 가문을 위해 사도를 미치광이로 몰았다는 거죠.
사도가 죽일 놈이 되어야 자기 가문이 화를 입지 않을 테니깐 말이죠. 사도가 미치광이가 아니었는데
죽였다면 장차 홍씨 가문의 앞날은 너무 뻔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팩트는 승정원 일기에 보면
사도가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실 영조가 정조를 와에 올리면서
사도에 대한 안 좋은 사료를 왕창 삭제햇는데도 그 자료가 있는 것을 보면... 이덕일의 논리는 좀 엉터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samadhi(眞我) 2015-10-21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다렸어요. 제가 아직 학부생이라면 열심히 반대시위를 했을 텐데요. 저희과를 자칭 사악한 사학과 라 불렀지요.
ㄹ혜의 오랜 숙원이었던 게지요. 애비의 유지를 받들어. 거짓말같은 일들이,˝현대˝사회에서 일어나기도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1 16:19   좋아요 0 | URL
100년은 후퇴한 거 같죠 ? 그냥 미친 세상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느 새끼는 보니까. 이 새끼는 꽤 또라이인데 국정이냐 검정이냐를 놓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건 어느 것이 더 합당하냐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런 논리 펴는 놈들이 대부분 일베들임....

samadhi(眞我) 2015-10-21 16:21   좋아요 0 | URL
얼마나 무식한지. 그러니까 이를테면 ˝자유˝ 를 가지고 이게 필요한지 아닌지 찬반투표라도 하자는 얘기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1 16: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오, 아주 적절한 비유입니다.

살리미 2015-10-2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1>과 <1%>의 차이 정말 엄청나군요. 요즘 최고존엄 1 때문에 아주 돌아버리겠어요. 유아인은 보기에 많이 흡족하기라도 했지만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10-22 13:41   좋아요 0 | URL
인간은 < ~ % > 에서 숫자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80%에 속하는 인간은 50%부류 내로 진입하려고 하죠. 쉽게 말해서 하층민은 중산층이 되려고 하고.... 50%에서 상위 30%로, 30%에서 10%, 1%, 0.1%......
최종 목적은 자신의 주체에서 %를 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완전체 1이 되기 위한.. 권력의 최종 핵심은 단독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지엄하신 남조선 최고존엄 땜시 불행하시죠 ? ㅎㅎㅎㅎㅎ
 
일방통행로 - 사유의 유격전을 위한 현대의 교본
발터 벤야민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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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이 신경숙에게 :

 


 

“ 샛길로 빠지지 말고 일방통행로, OK ? ”

 

 

 

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 차라리 청량리로 떠날까요

- 설운도, 나침반 가사 中 

 

​

​

​ 

ㅡ 포토몽타주, 존 하츠필드

 

비극은 < 책 > 을 읽을 때 노란 색연필로 밑줄을 긋는 버릇‘에서 시작되었다. 밑줄을 긋다 보니 책은 반드시 사서 읽게 되었다. 버릇을 고쳐 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한 것. 문제는 “ 섹시한 문장 ” 을 만났을 때 발생하게 된다. 밑줄을 긋지 않고서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아... 시바, 저 황홀하고 탱탱한 문장 ! 홍길동’이 아버지와 형에게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해 억울해 하는, 하.......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때부터 안달이 나기 시작한다. 하, < 하 > 고 싶은데 < 하 > 지 못하는 심정 ! 나는 벌거벗은 애인의 침대 속으로 진격하고 싶은데 애인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접근 금지를 선포한 상황. “ 자기야, 오늘 밤 내 몸에 털 끝 하나라도 건드려봐 ? ”

 

그때부터 손이 간질거리기 시작한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애써 참고 책장을 넘겨 보지만 똥 싸고 나서 밑 안 닦고 나온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 이내 다짐하게 된다. 쩨쩨하게 살아도 밑은 닦고 살자 ! 결국, 도서관에서 읽은 책 가운데 밑줄을 긋고 싶어 안달이 났던 책을 다시 사서 밑줄을 그었다.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침을 바른다는 행위. 하, < 하 > 지 못해서 안달이 났는데 < 하 > 고 나니 < 아 > 좋은 느낌. 바로....... 이 맛이제 ~ 뭐랄까 ? 개가 전봇대 아래 영역 표시를 하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할까. 이 버릇을 버리지 못하다 보니 책만 늘어나 내 방은 < 책책산중 > 이 되었다. 이사 갈 때마다 인상이 구겨지는 짐꾼 눈치를 보는 것도 지쳤다. 그러다 문득, << 밑줄 >> 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밑줄, 그것이 알고 싶은 것이다.

 

< 밑줄 > 이란 독자가 저자에게 보내는 좋아요, 공감, 엄지 이모티콘‘이다. 내게는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을수록 좋은 책이다. 만약에 책 한 권에서 밑줄을 그은 문장만 오려서 이어붙인다면 분량이 몇 페이지나 될까 ? (그럭저럭 읽을 만한 책이라는 가정에서) 책 분량이 평균 300페이지’라고 했을 때 내가 그은 밑줄은 대략 3페이지 정도 되지 않을까 ? 마음에 쏙 드는 책은 10페이지 정도 뽑을 것이다. 예를 들면 : 롤랑 바르트의 << 사랑의 단상 >> , 미셀 푸코의 << 감시와 처벌 >> , 파스칼 키냐르의 << 섹스와 공포 >> , 김훈의 << 칼의 노래 >> 같은 경우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 독서란 3페이지의 알맹이를 위해서 300페이지를 읽어야 하는 비효율적인 두뇌 활동. 우우, 하지 마시라.

 

한쪽 벽에 산성처럼 쌓여가는 책을 볼 때마다 밑줄 그은 문장만 도려낸 후, 두께가 나가는 무지 노트에 이어붙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밑줄 친 문장을 도려내고 남은 책은 중고 장터에다 팔리라). 일종의 “ 독서 써머리 노트 ” 라고나 할까 ? 써머리 노트 한 권에 수천 권에서 뽑아낸 밑줄 그은 문장이 있는 것이다. 이 상상을 실천한 작가가 있다. 바로 발터 벤야민이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는 그가 도서관에서 밑줄 친 문장들로 구성된, 저자와의 합의 없이 무단 도용된, 저작권 소송 전문 변호사가 좋아할 만한 책이다. 누군가 벤야민에게 무인도에 표류할 경우 들고 갈 책 10권을 뽑으라고 한다면 그는 당연히 << 아케이드 프로젝트 >> 1권만 선택할 것이다. “ 무인도에 표류하는 비상 사태를 대비해서 미리 책 한 권 만들었수다. ”

 

발터 벤야민은 << 일방통행로 >> 에서 현학에 빠진 책에 대해 조롱 섞인 글을 내놓는다.


 

서술하는 내내 질질 끌면서 요설에 가까울 정도로 원래 구상에 대한 설명을 끼워 넣을 것

각각의 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말고도 더 이상 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개념들을 위한 용어를 도입할 것.

본문에서 어렵게 이루어진 개념 구별도 해당 부분의 주석에서는 다시 애매하게 할 것.

일반적인 의미로만 다루어지고 있는 개념들에 대해서도 예를 들 것. 예를 들어 기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모든 종류의 기계를 일일이 열거할 것.

어떤 대상에 대해 모든 것이 선험적으로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더라도 풍부한 예를 들어 확증할 것.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관계들도 말로 상술할 것. 예를 들어 계통수로 표시하는 대신 모든 혈연관계를 열거하고 묘사할 것.

복수의 논적이 동일한 논거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하나하나 따로따로 반론할 것.

 

교재, 대저(大著)의 원리들 또는 두꺼운 책의 집필 요령 中

 

 

나는 그가 내놓은 집필 요령에 밑줄을 쫘악 ~ 그으며 미친년처럼 웃었다. 그것은 내가 발터 벤야민에게 보내는 짱좋아요, 공감백배, 엄지두개, 환호작약, 육성응원(불!꽃!한!화!), 속시원타(속 시원합니다) - 메시지‘였다. 그도 나처럼 < 서둘러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상아탑 꼰대 문장 스타일 > 에 질려버린 모양이다. 특히 계통수 그림으로 설명하면 될 것을 말로 30페이지를 잡아먹고 시작하는 슨상님 책에는 밑줄은커녕 등짝을 한 대 차 주고 싶었다. 제임스 조이스 선생, 보고 있나 ? 그가 보기에 저런 책(혹은 저자)은 “ 괜히 젠 체하기만 하며 일반적인 제스처만 취하고 마는 저서(혹은 저자) ” 다. << 일방통행로 >> 는 곳곳에서 주류 학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또한 이 책은 철학자로서의 발터 벤야민’뿐만 아니라 문학가로서의 발터 벤야민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일방통행로 >> 는 보들레르가 쓴 < 파리의 우울 > 이요, 스피노자가 다시 고쳐 쓴 < 에티카 유머집 > 같다. 다음과 같은 문장은 어떤가 ? 지금부터 당신은 산문의 정수를 보게 된다.


 

㉠“ 길 초입에 문이 하나 있다. 그녀가 이사 간 후 이 문의 아치형 입구는 그때부터 청력을 잃은 귓바퀴처럼 내 앞에 서 있다(중국 도자기 공예품 中) ”

㉡ “ 생각은 영감을 죽이고 문체는 생각을 속박하며 집필은 문체에 보수를 지불한다(벽보 부착 금지 中) ”

㉢ “ 여름에는 뚱뚱한 사람들이 눈에 잘 띄지만 겨울에는 마른 사람들이 눈에 잘 띈다,..... 시선은 인간의 찌꺼기다(안경점 中)”

㉣ “ 책과 매춘부는 진열될 때 등을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13번지 中) ”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이 떠오른 인물은 아도르노나 숄렘이 아닌, < 신경숙과 비평가들 > 이었다. 그는 << 세놓음 >> 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보들이나 비평의 쇠퇴를 애석해한다. 비평의 명맥이 끊어진 지 이미 오래인데도 말이다. 비평이란 정확하게 거리를 두는 문제이다. 비평이 본래 있어야 할 곳은 원근법적 조망과 전체적 조망이 중요한 세계, 특정한 관점을 취하는 것이 아직도 가능한 세계이다. 그런데 지금 온갖 사물들이 너무 긴박하게 인간 사회를 짓누르며 다가오고 있다. 편견 없는, 자유로운 시선 같은 것은 거짓말이 되었다(135쪽)

 

 

 

신경숙과 발터 벤야민의 공통점은 필사(筆寫)를 필사(必死)적으로 했다는 점이다. 벤야민이 도서관에서 원본을 필사한 사본을 엮은 책이 << 아케이드 프로젝트 >> 이니 말이다. 신경숙이 자신이 갈고닦은 수련법으로 < 필사 > 를 예찬했듯이, 발터 벤야민도 < 필사 > 를 예찬했다. “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길의 지배력을 알며,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에게는 그저 쭉 펼쳐져 있는 평야에 불과한 지형들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마치 병사들을 전선에 배치하는 지휘관의 호령처럼 원경들, 전망대, 숲 속의 공터, 굽이굽이 길목마다 펼쳐진 멋진 조망을 불러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베껴 쓴 텍스트만이 그것에 몰두한 사람의 영혼에게 호령할 수 있 ” 다고 말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 가는 길이 달랐다. 신경숙은 필사를 연마해서 < 우국 > 을 내놓았고, 발터 벤야민은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를 내놓았다.

 

한쪽은 샛길로 빠진 반면 다른 한쪽은 일방통행로로 정직하게 달린 것이다. << 아케이드 프로젝트 >> 를 읽다 보면 그가 도서관에서 베낀 문장 아래 강박적일 만큼 촘촘하게 기록된 출처에 질리게 된다. 그는 짧은 문장을 인용할 때도 저자, 책 제목, 쪽을 기록했다. 반면 신경숙은 문장을 그대로 베꼈지만 그 어디에도 저자와 제목과 쪽을 기록한 흔적이 없다. 벤야민에게 < 비평 > 이란 “ 정확하게 거리를 두는 문제 ” 이다. 그런 점에서 신경숙을 두고 감싼 문동과 창비는 “ 거리를 두는 행위 ” 에 실패했다. 주례사와 정실 비평이 주범이다. 주례사/정실 비평은 계통수를 그림으로 설명하는 대신 지적 허세가 가득 담긴 만연체로 비평문을 남발했다. 부드러운 칭찬과 시적 미문은 비평가의 목적이 되면 안 된다.

 

비평가의 손에 쥐어져야 할 것은 자양강장제 < 박카스 > 가 아니라 “ 정신들의 투쟁 속에서 번뜩이는 < 칼 > 이다. ” 발터 벤야민이 쓴 << 비평가의 테크닉에 관한 13개의 테제 >> 에 나오는 문장이다. 벤야민이 불로장생하여 신경숙 논란에 대해 20자 논평을 한다면 무슨 말을 남길까. 이런 코멘트가 아니었을까 ?

 

“ 샛길로 빠지지 말고 일방통행로, 오케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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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17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벤야민과 프루스트.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극세사’ 정신을 좋아합니다. 조이스도 그런 성향이 있긴 한데, 내용이 너무 현학적이라서 재미가 없어요. 어떤 사람은 프루스트의 소설이 지루하다고 말하는데,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안 읽어보고 하는 소리입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7 10:46   좋아요 0 | URL
극세사 정신.. ㅎㅎㅎㅎ 아주 좋은 표현이군요.
극세사 정신 하면 뭐... 많죠. ㅎㅎ 도스토예프스키도 한몫하려나요?
저.. 진짜 왠만한 지루한 소설 다 읽는데 율리시스는 제가 워낙 아는 게 없어서
무슨 말 하는지 몽롱하더군요..

수다맨 2015-10-1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케이트 프로젝트를 사두고 여적지 읽고 있지 않답니다. 한동안 바빠서 그랬는지, 책이 손에 안 잡히더라구요. 솔직히 요즘 나오는 책들이 열에 열 다 이면지 묶음처럼 느껴지더군요. 그 와중에 벤야민의 한 구절을 여기서 읽으니,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한국에는 이런 비평가가 없는 것 같아요. 지식을 모으는 능력은 다들 절륜해 보이는데 지혜나 강단을 가진 사람은 드물어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7 12:32   좋아요 0 | URL
책 구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씁니다. 전 처음에 어디가 인용문이고 어디가 작가 코멘트인지 몰라서 엄청 헷갈려했는데 우선 책 읽기 전에 책이 구성된 구조를 파악해야 이해하기 빠릅니다. 본문 들어가기 전에 아케이드 개론서부터 하나 읽고 나서 읽으면 빠른 이해가 가능합니다.

우선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토 몽타주 기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사진과 사진을 조합해서 작가의 주장을 부각시키는 것이 몽타주 기법입니다. 요 기법을 하츠필드가 대표적이죠. 일종의 희화화죠. 그는 몽타주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텍스트를 삽입합니다. 사진에 문자를 삽입하는 방식.... 아케이드돠 이 몽타주 기법과 매우 유사합니다.

실제로 벤야민은 사진 이미지를 엄청나게 모았다고 하죠 ?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쓸려고 말이비낟. 유감스럽게도 이 묶음은 모두 소실되었습니다.

yamoo 2015-10-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인용하신 부분을 보니 엔날에 읽는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 부분에 밑줄을 쳐놓았던 기억이...박스로 인용해 주신 글들 대부분 저도 줄친 부분인 듯합니다.

사이러스 님의 극세사 정신이란 표현이 와 닿네요! 아주 좋은 표현이라 종종 써먹을 거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0-18 13:08   좋아요 0 | URL
아케이드와 번갈아가며 읽고 있습니다. ( 물론 이 책은 다 읽었습니다만... )
이제 슬슬 베를린 어린 시절 읽을 때가 온 것 같군요.


저도 극세사 정신이란 말이 좋아서 종종 그 표현을 훔칠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