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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영혼을 팔면 권력을 얻고,

양심을 지키면 시련을 준다.

 

 

 

 

 

 

히틀러 정권 아래에서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철학자는 많았다. 양심을 팔면 빵을 얻을 수 있었고 영혼을 팔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그들은(학교에 남아 있는 철학자들은) 나치에 협력하면 빵과 권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쥐새끼처럼 재빨리 간파했다. 그런 식으로 교수직을 얻은 철학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그 이름을 열거하지는 않으련다. 왜냐하면 독일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상, 이들 이름을 아는 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독일 내에서 떵떵거리며 권세를 누렸으나 세계 지성인 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기껏해야 나치 정권의 나팔수 취급을 받았다. 스스로를 " 철학적 지도자 " 라며 떠벌리고 다녔던 히틀러에게는 보다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히틀러'는 " 출력이 낮아 앵앵거리는 나팔(핸드마이크) " 를 쥔 나팔수(핸드마이커 : 내가 방금 지은 신조어'다)에 만족하지 않았다. 변희재, 지만원, 조갑제 따위가 박근혜 지지 선언을 한다고 해서 " 그네 " 가 크게 기뻐할 리는 없다. 오히려 김지하의 지지 선언이 그네에게는 큰 위안이었을 것이다.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 히틀러는 칸트와 바그너 그리고 니체를 나치와 연결해 줄 동시대 철학자'를 간절히 원했다. 기회주의자였던 그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이 철학교수는 1933년 5월 1일 나치당에 입당한다.  당원번호는 3,125,894번'이었다. 그는 변희재, 지만원, 조갑제처럼 고만고만한, 앵앵거리는 < 핸드마이커 > 가 아니었다.

 

그는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호박 나이트클럽 JBL < 대형스피커 > 였다. 한번 지껄이면 세계로, 세계로, 세계로 뻗었다. 히틀러, 보기에 좋았어라. 그는 세계 철학계의 거성이었다. 슈퍼스타였다. 영혼을 팔면 권력을 얻고 양심을 지키려는 자에게는 시련을 준다고 했던가 ! 그가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얻은 것은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 자리'였다. 신임 총장이 된 그는 하켄크로이츠 깃발이 휘날리는 연단에 올랐다. 나치 제복 차림이었다. " 하일, 히틀러 ! ! ! " 그는 나치식 거수경례를 한 다음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총장이라는 자리는 대학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선생과 학생의 충성심은 오직 대학의 정신 속에 담긴 진정한 공동의 뿌리를 통해서만 깨어나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의 정신이 명백함과 탁월함, 권력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도자, 즉 총통 스스로 가장 먼저 앞서 나가야 합니다. 달리 말해서 독일이라는 국가의 운명을 통해 독일의 역사를 표현하라는 정신적 명령을 주저 없이 우리의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176쪽 )

 

 

그가 바로 마르틴 하이데거'였다 !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야기'다. 하이데거는 나치에 < 협조 > 했다기보다는 차라리 열정적으로 나치에 < 충성 > 을 바쳤다. 그가 총장이 되고 나서 한 일은 유대인 철학자를 대학에서 내쫒는 일이었다. 철저한 기회주의자였고 나치 당원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철학계의 천재였다. " 독일의 서정주 " 라고 할까 ? 이본 세라트의 << 히틀러의철학자들 >> 은 출세를 위해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철학자들을 다룬 책이다. 동시에 하이데거 같은 인간 때문에 고난을 겪었던 철학자도 다룬다. 발터 벤야민은 게슈타포를 피해 변방을 떠돌다가 " 말 한 마리를 죽이기에 충분한 " 모르핀을 삼키고 죽었다. 그가 남긴 것은 손때 묻은 낡은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반면 < 철학계의 찰리 채플린 > 이었던 아도르노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망명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곳에서조차 그는 외롭고 높고 두려웠다.  " 자신의 표현을 발리자면 아도르노는 < 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새 > 였다 ( 276쪽 ) " 그리고 또 한 명,  위대한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있었다. 그녀는 " 한때나마 사랑했던 유부남 " 의 조국인 독일을 벗어나 망명길에 올랐다.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한 때는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부남은 서른 여섯 살 교수였고, 아렌트는 겨우 열여덟 살 제자'였다. 그들은 불륜 관계'였다. 스승은 쪽지를 통해 제자와 은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시간 순으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아렌트 양! 오늘 저녁 꼭 내 연구실로 들러줘요. 내 진심을 말하고 싶어요.

 저녁에는 계획에 없던 모임이 생길 수 있어서 어찌될지 모르겠어요.... 이 쪽지는 찢어서 없애버려요. 

 내 사랑..... 일요일 밤 9시 이후에 와줘요

나의 한나 ! 이번 주 일요일 밤에 올 수 있어 ? ...... 9시쯤 ! 

당신을 향한 나의 욕망을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있어

 

열여덟 살 소녀를 사랑했던 남자는 누구일까 ? 눈치가 빠른 이라면 " 설마 ?! " 라며 도리질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하이데거'였다. 그렇다, 나치주의자 하이데거와 유대인 한나 아렌트는 연인 관계'였었다. 독일 패전 후, 나치에 동조했던 인물들은 죗값을 치뤘다. 핸드마이커'들은 규모에 걸맞게 꾀죄죄한 형벌을 받았다. 그렇다면 대형 스피커에 해당하는 하이데거는 어떻게 되었을까 ? 열혈 나치주의자'였던 하이데거도 재판을 받았다. << 나의 투쟁 >> 을 읽어봤냐는 반나치위원회의 질문에 하이데거는 " 내용이 혐오스러웠다 ! " 고 답변했다. 연합군은 그에게 명예교수직을 박탈하지는 않았다. 그에게 내린 형벌은 약간의 경제적 제재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이 작은 고통 앞에서 불만이 많았다. 그는 동료들에게(심지어 유대인 동료들에게도) 지지를 호소했다. 거대한 출력을 자랑했던 호박 나이트클럽 JBL 스피커는 이처럼 핸드마이크보다 초라한 모습으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앵앵거렸다. 유대인 동료가 받은 고통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데 말이다. 그는 끝끝내 유대인 동료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 히틀러의 철학자 >>는 제목만 놓고 보았을 때( " 맙소사, 정치와 철학'의 조합이라니 ! " ) 는 무척 따분할 것 같지만 예상 외로 쉽게 읽힌다. 오히려 소설보다 재미있다. 읽다 보면 역사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을 추천한 신간평가단에 감사하다. 예상치 못한 빅 재미를 선사한 책이다.

 

이 책을 고리타분한 인문학서로 오해할 독자를 위해서 마무리는 < 저자의 서문 > 에서 발췌한 문장으로 매조지하겠다.

 

 

이 책은 관련된 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역사적인 시대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다큐드라마 형식으로 쓰여졌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 책은 논픽션이다. 공문서에서부터 편지, 시진, 그림, 구두 기록, 설명문 같은 자료를 철저하게 조사해 사실을 바탕으로 썼으며 자료의 출처는 참고문헌 목록에 전부 밝혀두었다. 하지만 서술방식은 독자가 위험천만한 1930년대의 독일에 실제로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해 소설 속의 사건을 묘사하는 형식을 따랐음을 미리 밝혀둔다.

- 저자 서문 중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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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벽 2014-06-3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읽으면서 헐...
예전에 어떤 선생과 잡담 중에 북한 김일성 대학에선 문과에서 제일 커트라인 높은 과가 철학과라던 얘기가 떠오르네요. 그런 면에서 보면 북한이 우리보다 한 수 위.. (읭?)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4:59   좋아요 0 | URL
김일성 대학에 철학과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군요. 도대체 뭘 가르치려는 걸까요.
주체사상도 철학이라 할 수는 있겠군요. 맑스주의와 주체사상은 참말로 다른데
사람들이 맑스주의와 주체사상을 동일할 것으로 착각하더군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다르듯이 말입니다.

싸이벽 2014-06-30 15:4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북 당국에선 본문 내용처럼 주체사상에 각종 철학을 접목, 합리화하고 심화하는 걸 목적으로 하겠죠.
허나 그 중에 제대로 철학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아무리 김일성 대학이라도 대학은 대학이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7:51   좋아요 0 | URL
말이 좋아 대학이지 시부랄 놈들... 그냥 북한 고위급 정치인 자식들 가는 곳 아니겠습니까...

수다맨 2014-06-3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의 깊이가 아무리 도저해도 공적 자아의 모습이나, 사적 행실의 모습이 추레한 사람들 수두룩한 것 같습니다.
오래전 고종석이 미당의 친일 행적을 짚으면서, 문학적 재능과 춤 추는 재능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지요. 이 말을 다소 비틀자면, 철학적 재능-사실 철학에 재능이란 말을 붙이기 좀 그렇지만-과 춤 추는 재능 사이의 거리도 그다지 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석학이란 인간들 추레한 짓거리 보이는 모습을 여럿 봐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7:48   좋아요 0 | URL
하이데거의 친일, 아니 나치 행위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전 적어도 그냥 대충 적당히 협조 차원인줄 알았는데 정말 노골적이더군요. 예상 밖에이었습니다. 참 낯익은 풍경입니다. 친일파의모습과도 겹치고 말이죠. 서정주.. ㅎㅎ 정말 할 말없죠. 그가 전두환을 위해 쓴 찬양시를 읽으면 아.. 인간이 이렇게도 처참하게 영혼을 팔 수도 있구나 생각합니다. 이명박이 서울을 하나늠에게 바쳤다면, 서정주는 서울을 전두환에게 바쳤죠. 대단한 인물이었으 습니다.

AgalmA 2015-01-19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일, 친나치 책 따위 안 보고 싶은데, 또 봐야할 부분이 생기니 이거 참 이율배반적이란 말입니다? 적을 알아야 공격을 하든말든 할 거 아닙니까....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요즘 이병헌씨 카톡 문자가 다시 오버랩되면서....참 (형용사, 부사가 많이 붙는) 인간다운 거죠. 허허
하필 바로 아래 글 첫 줄이 이병헌이야;

곰곰생각하는발 2015-01-19 17:21   좋아요 0 | URL
이병헌이 어디 나옵니까 ? 찾아봐도 없네 ㅋㅋㅋㅋ.
하이데거를 빼고는 현대 철학을 이야기할 수 없죠. 하여튼 그닥 정이 가는 인간은 아니에요...
그런 걸 보면 니체야말로 정말 인간적인 철학자였죠.


AgalmA 2015-01-20 05:20   좋아요 0 | URL
아, 이 글목록 보다가 바로 아래 고병권씨에 대한 글 첫줄에 이병헌 나오는 영화얘기가 나오길래 말이죠ㅎ
니체...루 살로메 관련해 참 딱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사랑의 좌절이 여성혐오까지 가는 걸 뛰어난 철학자도 막을 수가 없구나 싶고.
머리와 겸손을 겸비한 철학자는 쉽지 않으니 그게 참 희한하단 말입니다. 꼬이지 않으면 미치던가... 왜들 그런가 싶고.

2015-01-20 0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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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목사님 ! 그때 왜 그랬어요, 네 ?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서 이병헌이 보스에게 묻는다. " 그때 왜 그랬어요 ? 말해봐요, 네에 ? "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고교 학창시절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 선생이 학생을 무시무시하게 폭행한 사건 " 이었다. 가해자는 미션스쿨'에서 성경 과목을 가르치는 교목(목사)이었고 피해자는 내 친구'였다.  전라도 허벌나게 먼 곳에서 상경한 녀석이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웠는지 3년 내내 신문을 돌렸던 친구'였다. 친구는 목사가 휘두른 주먹에 정신없이 맞아서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였다. 수업 시간에 친구가 목사에게 던진 질문이 발단이었다. " 예수님은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걱정하시며 스스로 헐벗고 굶주리셨는데, 예수님의 삶을 따른다는 목사님들은 왜 하나같이 뚱뚱한가요 ? "

 

우리는 엉뚱한 질문에 까르르 웃었다. 당시 얼굴에 기름이 번지르르르르르르했던 교목은 친구를 교단으로 불러냈다. 그의 눈동자에서 살쾡이 같은 표독스러운 눈빛이 감지되었다. " 좆됐구나, 시바 ! " 나는 웃음을 삼키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교목은 김득구가 되어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흥분한 교목이 말했다. " 내, 내내내내내내가 예수님 하면 예, 예예예예수님인 거야. 알아, 이 씹떼끼야 ! 무, 물물물론 기도하고 회계하며 고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게 목회자의 고난 ! 고행 ! 고독한 운명이지만,  이... 씹떼끼 ! 목사가 개개개개게을러서 뚱뚱한 게 아니야 ! 내, 내내내가 말하지만 기도하지 않은 자에겐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지 않아 !!!!!!!!!!!!!!!!!!!!!!!!!!!!!!!!!!!! " 뭐, 대충 이런 상황극'이었다.

 

그날 성경 수업에서 그가 가르친 것은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 가 아니라 < 네 이웃을 샌드백처럼 쳐라 > 였다. 방과 후, 친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신문을 돌려야 했다. 내가 누군가 !  아픈 친구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친구 일을 도왔다(그가 쪽지에 적어준 주소를 바탕으로 신문을 50부 정도 돌렸다).  왜냐하면 그날이 바로 신문보급소 월급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친구가 고맙다며 짜장면'을 사줬다. 맛, 있었다 ! 헤헤. ( 지금도 나는 그 친구가 땀 흘린 대가로 사준 그 짜장면 맛을 잊지 못한다. )

 

 

그는 신앙이 깊은 신학생'이었다. 성격도 밝고 명랑했으며 순수한 영혼을 가진 베르테르였으며 부모가 상당한 부자'였다.  고르고 하얀 치아는 그가 부잣집 외아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는 동성에게는 좋은 친구였고, 이성에게는 좋은 교회 오빠였다. 결혼 정보업체 < 듀오 > 에 의하면 그는 신랑감으로써 90점이었다( 반면 나는 마이너스 1000점이었다). 그는 어느 모로 보나 모난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특별하다면 특별하다고 할까 ? 그 친구는 " 고기 " 를 과도하게 좋아했다. 점심 시간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건 일상에 가까웠다. 심지어 아침에도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했다. 나는 그런 그가 매우 이상했다. 과도한 육식 애호 식성 때문이 아니다. 그가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육식-제일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신앙심 깊은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고기를 과도하게 좋아하는 식성은 마치 진중권과 변희재를 하나로 묶은 짝패만큼 이상한 조합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는 천국에 가기 위해 기독교인이 되었지 ? - 응 !  너는 고기를 좋아해. 아니, 사랑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고기 생각하면 침이 고일 거야, 맞지 ? - 응 ! 그렇다면 너는 천국에 입주하면 안 돼 ? - 읭 ??!!   내가 내세운 논리는 간단했다. " 천국에는 고기가 없다 ! " 천국에서 소를 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소를 죽일 수는 없다. 천사가 식욕을 채우기 위해 소를 죽인다 ?! 천국 시민인 천사가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쇠망치를 들어 소 머리를 내려친다 ? 맙소사, 그런 일은 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만약 당신이 천국에서 살고 싶다면 반드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내가 말했다. " 천국이냐 고기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 "  그는 내 말을 듣고 나서 곰곰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환하게 웃었다. " 조까 !! " 천국에 입주하면 안 되는 사람은 비단 육식-제일주의자뿐만이 아니다.  철학자도 천국에 가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고병권은 << 철학자와 하녀 >>라는 에세이'에서 " 철학은 지옥에서 하는 것이다 " 라고 단언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깨달음은 천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철학이 없고 신은 철학자가 아니다.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삶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 20쪽 )

 

천국은 풍요로운 곳이다( " 다만... 고기만 없을 뿐이다, 시바 ! " ). 하지만 지옥은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배움터'다. 어마어마한 억만장자였던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을 위해서는 풍요를 버려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상속을 포기했던 인물이다. 그는 < 배부른 돼지가 되느냐 > 아니면 <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느냐 > 에서 소크라테스를 선택했다. 이 책은 철학에 대해 말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쉬운 표현으로 어렵지 않게 말한다. 그는 니체의 << 이 사람을 보라 >> 에 나오는 문장을 소개하며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요약한다. " 이 사소한 사항들은 이제껏 중요하다고 받아들여졌던 것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여기서 바로 다시 배우는 일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 104쪽 ) "

 

그 옛날, 내 친구는 교목에게 왜 그토록 맞았을까 ? 성난 들짐승의 발톱처럼 사나워진 교목은 왜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둘렀을까 ? " 목사님 ! 말해봐요, 그때 왜 그랬어요 ? " 내가 그 사건을 통해 배운 것은 "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할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 " 는 점이었다. 인간은 진실'보다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진실은 쓰고 거짓말은 달콤하다. 우리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철학은 거짓말을 싫어하고 참말을 좋아하게 만드는, 인간 교정 프로그램이다. 칸트가 떠올린 계몽된 사람이란 " 박식한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다. '감히' 따져 묻고 '감히' 알려고 하는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 "이다. 그래서 그는 " < 감히 알려고 하라 > 를 계몽의 구호로 삼았다. ( 80쪽 ) "

 

지금 생각해 보면 : 인간 샌드백이 되어 죽도록 맞았던 내 친구는 칸트가 말한 계몽된 사람'이었다. 그는 공부는 못했지만 용감했다. '감히' 따져 묻고, '감히' 알려고 했다. 반면 미션스쿨 젊은 교목은 양아치에 가까웠다. 목사가 불같이 화를 냈던 이유는 명확하다. 내 친구의 말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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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qur 2014-06-2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발님도 미션스쿨 다니셨군요. 저도 중학이 장로교 계열 미션스쿨이었죠.
거긴 학생들에게 성경 가르치던 사람이 목사가 아니라 전도사였는데, 그 인종도 폭력을 서슴없이 휘두르는 편이었습니다. 다만 뚱뚱하진 않았고 삐썩 말랐었죠. 성질 때문인지 :)

P.S. 참 육식과 채식에 대해선, 전 채식 쪽 역시 회의적입니다. '채식의 배신'이란 책을 읽은 후 인간의 먹거리 자체에 회의적이 됐달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8 11:56   좋아요 0 | URL
전 채식주의자가 아닙니다. ㅎㅎㅎ. 고기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근데 저도 한 한달 정도 고기만 먹어야 할 때가 있었는데 아, 이거 질리더라고요....

말리 2014-06-2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칸트는 "자유롭게 사고하라. 하지만 복종하라" 고 했답니다. 아직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농을 하자면 아멘이 필요했던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9 11:44   좋아요 0 | URL
아멘 ....
말리 하니 말리꽃 생각납니다. 노래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말리꽃 인가... 뭐 그런 노래가 떠오르네요..

마립간 2014-06-2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진실을 말할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 ; 삼국지의 전풍을 다시 오르게합니다.

지옥과 천국의 이야기가 ; 제 글 '사필귀정'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http://blog.aladin.co.kr/maripkahn/4940847

저는 감히 생각하고, 용감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부류죠. ; 이것도 많이 피고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9 12:08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부류입니다. 감히 생각은 해보겠는데 행동하지는 못해서 가끔 정말 절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 박근혜는 달콤한 거짓말을 매우 좋아하는 인간입니다.

수다맨 2014-06-2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병권의 글이 좋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습니다. 곰곰발님 방금 인용해주신 글만 보아도, 과도한 수식이나 거창한 개념에 의존하지 않고 핵심만 딱 집어서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복잡하게 얘기하지 않으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09:48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대중을 위한 책이기에 깊이 읽기보다는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이런 책을 두고 왜 깊이가 없냐고 말하면 넌센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병권은 확실히 요점을 파악해서 쉽께 끄집어내는 기술이 좋은 저술가 같습니다. 쉽게 말해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저항하라 ! 입니다. 요걸 과격하지 않게 부드럽게 말하네요...

엄동 2014-06-3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학창시절에
현실적이지만 흔한 경험을 하셨군요

나름 고급진 일식집에 간적이 있었는데
목사로 보이는(맞은편 뚱뚱한 아줌마에게 자매님 소리를 연발) 나이자신 양반께서
접대해주시는 아주머의 서비스가 맘에 안들었는지
막판에 이년"이라는 호칭을 쓰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모두는 아니겠지만 하나같이" 그런 부류들.
원데이투데이 겪습니까.


부끄럽지만
불의를 보거나 진실을 말해야할 때.
존재감없이 빽스텝을 밟는 사람입니다. 전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4:01   좋아요 1 | URL
흔한 경험이지요.
모든 목사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목사가 그렇다는 측면에서
목사는 피를 빨아먹는 흡혈입니다. 예수님이 재림한다면 제일 먼저 목사를 칠 것이고
아마도..... 80% 정도는 사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기독교인입니다. 예수가 저의 우상입니다 !!!!


백스텝은 그나마 양호하군요. 전 도망칩니다. 부끄럽습니다.

불량사모 2014-07-05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목사사모입니다.
이일이 세상에 보탬이 될 일인줄 알고 들어섰는데..
난도질을 당해 마땅한 이시대의 목사라는 직책이 너무나 가엾습니다.
개척교회를 못 면하고 있어서 직구로 욕들을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은것이 천만다행이나
이런 감동의글을 읽고 눈에 습도를 조정하고있는 저 자신을 보며 뭐냐...싶습니다.

목사를 판단할수있고 기독교인이라고 말할수 있는 모든이들에게 먼저 고개숙여 죄송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공로는 형편없으나 평생을 예수의 이름을 빌어 인생을 소비한 사람으로 그냥 죄송합니다.
그 다음에,기독교인이 아니고 목사를 판단하는 모든이들에게 또한 고개숙여 심히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댓글 쓰는중에 예수로 인해 인생이 달라져 성인되는 숫자를 온 인류역사에 겨우 144000으로
정하신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또 하나의 이단 탄생^^)..
우리 인생들이 얼마나 변화가 어렵고 변질되기 쉬운 존재인지 새삼 생각합니다.
나도 지금 이순간 말씀에 의지하여 변질되고 있지는 않는지..문득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곰곰발님의 맛깔스런 문장에 잠시 깊이 감동하여 생전에 안하던 짓을 해봤습니다.



저는 불끈거리는듯하나 늘 작은건도 불발에 그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7-05 15: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이 글이 불편하셨을 수도 있는데 그리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전 교회는 안 다니지만 꾸준히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예수가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십시요, 건투를 빕니다 ! 불량사모님 !!!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0-14 14:59   좋아요 0 | URL
아침부터 좋은 칭찬 감사합니다 ^^
 

 

 

 

 

 

 

 

 

 

 

 

 

 

 

 

 

 

 

 

 

 

 


 

 

 

 

 

 

매미와 붉은 악마

 

 

 

 

 

 

월드컵 시즌이라 축구에 대한 책 2권이 출간되었다. 신간평가단 도서로 추천할 생각이다. 축구란 무엇일까 ? 이 자리에서 고백하련다. 나는 축구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기껏해야 월드컵 경기 할 때나 본다. 그렇다고 새벽에 일어나 월드컵 중계를 챙겨 보는 것도 아니다. 동시간대에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경기와 월드컵 결승 경기 중계가 서로 겹친다면 일말의 주저없이 야구를 선택하는 쪽이다. 두 말 하지 않으련다. 나는 축구보다는 야구가 좋다. 관중 동원수'만 가지고 평가하자면 한국 축구는 국민 스포츠이기는커녕 비인기 종목'에 가깝다.  의아해 할 필요 없다. K리그 축구 경기 관객수와 한국 프로야구 관객수를 비교하면 답은 나온다.  국내 프로 축구 평균 관중수가 고작 7000명 남짓'이다. 대규모 야외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야구와 축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실내 경기장을 갖춘 국내 프로 배구 평균 관중수가 3000 ~ 4000명이고,

 

프로 농구 관중수가 4000~ 5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프로 축구 평균 관중수가 고작 7000명 정도라는 것은 초라한 성적이다. 한국인은 철저하게 국내 축구를 외면했다. 관심이 없다 보니 국내 리그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지상파 방송사도 별로 없다. 스포츠 방송 시청률'을 놓고 보면 축구 중계 방송 시청률( 국내 클럽대항전 )은 다른 스포츠 종목 시청률에 비하면 애국가 시청률 수준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월드컵 시즌'만 되면 축구장 한번 간 적 없는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광장으로 모인다. " 붉은 악마 티셔츠 준비하셔셔셔여여여 ? 뿔 달린 소품도 준비하셔셔셔셔 !  " 이기면 < 파우스트 > 처럼 영혼이라도 팔 자세로 기뻐하고, 지면 < 베르테르 > 처럼 슬픔에 젖어서 박연폭포 같은 눈물을 흘린다. 

 

2002년 올림픽 때 한국 지식인 사회는 붉은 악마 응원 문화를 " 민주적 열망이 투영된 광장 문화의 빛나는 얼 " 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지만 내가 보기에 붉은 악마 응원단'은 " 한철에만 반짝하는 양극성장애 " 환자 같았다. 축구는 내셔널리즘이 강한 스포츠로 대리전 양상을 띤다. 축구는 곧 국가'요, 선수는 병사'이며, 승리는 승전'이다. 한국인이 국내 클럽 축구 대항전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에 국가 대항전만 되면 흥분하는 이유는 축구가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내셔널리즘 성격이 강한 스포츠로 인식하는 데 있다. 나는 모든 스포츠를 개인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 이해하기 때문에 " 국가 승리 " 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다는 애국적 으름장과 응원단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마케팅'에 동참하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순수를 믿지 않는다.

 

박세리는 출세를 위해 양말을 벗었을 뿐이고, 김연아는 꿈을 위해 돌았을 뿐이고,  박찬호와 류현진 또한 부와 명예를 위해 공을 던졌을 뿐이다. 그들은 < 애국자 > 라기보다는 그저 성실하고 실력 있는 < 운동선수 > 일 뿐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축구선수 박주영이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후 인터뷰를 한 적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군 면제'라는 목표를 위해서 선수들이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 "  말실수인가 ? 아니다, 솔직한 속내'다. 그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메달을 따면 군 면제'가 이루어지니 한국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동기 부여'가 뚜렸했기에, 좆빠지게 뛰었고, 결국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박주영의 솔직한 인터뷰는 나중에 낙인으로 작용했다.

 

그가 국가 대항전 경기'에서 부진할 때마다 사람들은 < 대한민국을 위해서... > 가 아니라 < 군 면제를 받기 위해서... > 열심히 뛰었다는 박주영이 한 말을 기억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제사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나 관심 있는, 사리사욕에 눈 먼 놈이라는 비난이다.  한국인이 듣고 싶었던 말은 " 애국심 " 이지 " 사적 욕망 " 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에게 묻고 싶다. 운동선수가 독립운동가냐고 말이다.  오, 불쌍한 박주영 ! 나는 영동대로 한복판에서 두 팔 벌려 외치리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아아아아아 ~ 나는 축구'가 따분한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 11명의 축구선수 " 를 " 11척의 거북선 " 으로 생각하는 대리전 양상은 불편하다. 리우 데 자네이로'는 명량 해협이 아니다. 거북이처럼 뛰다가는 욕 먹기 딱이다. 콩트는 콩트일 뿐이고,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매미의 생애주기는 소수로 이루어져 있다. 3, 5, 7, 13, 17년마다 지상으로 나와 열흘(혹은 길게는 한달) 남짓 신나게 울다가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3년 주기 매미, 7년 주기 매미, 17년 주기 매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깐 매미는 소수를 좋아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

 

 

이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수학이론에 따르면, 이 매미들의 생애 주기는 매미들이 출현하는 때에 맞춰 나타나 양껏 매미들을 포식하는 그들의 천적과 관련이 있다. 생애 주기가 ‘소수’인 매미는 ‘합성수’ 주기의 매미보다 포식자를 만날 확률이 훨씬 낮다. 말하자면 소수 생애 주기를 지닌 매미들이 살아남고 합성수 주기 매미들은 도태될 확률이 높다. 예컨대 100년 동안 생애 주기 7년인 매미와 생애 주기 6년인 포식자가 같은 해에 마주칠 확률은, 7의 배수와 6의 배수가 만나는 42년째와 84년째 단 두 번뿐이다. 그러나 생애 주기 8년인 매미와 6년 주기의 포식자는 24년마다 마주치며, 생애 주기가 9년인 매미들은 6년 주기의 포식자들과 18년마다 마주친다. 결국 오랜 세월 동안 매미들은 포식자들과 마주치는 확률을 낮추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고 거기서 진 쪽은 도태당했다.

 

- 한겨레 2012.6.29일 기사 내용에서 발췌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했던가 ? 그렇다면 매미도 한때'다. 4년마다 나와서 열흘 남짓 울다가 사라지는 붉은 악마를 볼 때마다 매미가 생각난다. 2003년 미 코네티컷주에 출몰해서 1조 마리의 알을 까고 죽은 17년 주기 매미는 죽은 듯이 지내다가 2020년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테고, 4년 주기 붉은 악마 매미'도 심드렁하게 일상을 조용히 보내다가, 국내 클럽 경기에는 관심도 없다가 2018년 6월이 오면 슬슬 깨어나 시끄럽게 울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매미는 나무에 매달려 울고, 붉은 악마 응원단은 광장에서 베르테르처럼 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대기업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붉은 악마 응원단이여, 이젠 흩어져라 ! 그냥 동네 닭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닭다리나 뜯으며 소박하게 대한민국을 응원하자. 어설픈 훌리건 흉내는 이제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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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6-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야구보다 축구를 좋아합니다. (좋아하지만 하지도 보지도 않습니다만.) 축구의 매력은 1) 전쟁을 대신한 스포츠라는 것, 2) 달리기와 같은 기본 기술이 주된 기술이라는 것.

축구를 보지 않게된 계기가 언젠가 차범근이 선수로 뛴 아시아 예선전에서 3패를 한 후입니다. (중앙선만 넘으면 공을 빼꼈었죠.) 정말 베르테르처럼 처참했죠.

메뚜기 한철은 논할 것도 없고 ; 내셔날리즘과 분리할 수 없는 축구 - 부도덕하다고 해야 할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6 12:52   좋아요 0 | URL
저도 축구 좋아합니다. 월드컵 경기 네이버 다시 보기로 꼬박꼬박 다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서포터즈가 아닌 붉은악마 응원단이 싫습니다. 전 국가 대항전보다는 클럽대항전이 재미있더군요. 다국적 팀 경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애국심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게 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죠.

엄동 2014-06-2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축구에 그닥 관심이 없어요.
축구란 스포츠 자체에 대해서도 무지하지요
그래도 우리나라가 잘해주었다. 이겼다.란 소릴 들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긴 해요 ㅋ

그치만
전국민이 들고 일어나 열광하는 붉은 앙마가 되지 않음
비애국자 취급받는 이 상황은 정말 별로예요

"그냥 동네 닭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닭다리나 뜯으며 소박하게 대한민국을 응원하자."란 말에
공감! 백퍼!!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6 17:30   좋아요 0 | URL
새벽 5시에 경기하는데 저녁 8시부터 교통 통제한다고 하는데 미친 거 아닙니까... 한번 버릇 잘못 길들여났더니 요즘 막나갑니다. 월드컵 경기는 그냥 동네 호프집에서 빔 틀어놓고 닭다리 뜯으면서 몇몇과 관람하는 게 최고입니닷. 나는 왜 거리 응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봄밤 2014-06-2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미와 소수에서 눈이 커집니다. 축구요, 잘 모르겠습니다. 전혀 보질 않으니.,열한대의 거북선이라는 비유는 정말이지, 이보다 적절할 수 없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09:50   좋아요 0 | URL
매미 소수 관계 재미있죠 ? 무척 재미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죠. 이 녀석들이 도대체 어떻게 안 것일까 ? 인간은 소수를 이해하기 위해서 몇 천 년ㅇㄹ을 걸쳐 발견한 건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완전체입니다. 미물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거죠.... 만약에 벌레 따위를 퇴화된 것으로 인식한다면 그건 인간의 오만이 ㅏ 아닐가 싶습니다.

봄밤 2014-06-30 10:33   좋아요 0 | URL
벌레 말씀하시니 서민 마태우스 님 기생충 같은 이야기가 생각나요ㅎㅎ 기생충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는 책이겠더라고요 여전히 무섭기는 하지만 하하.
그렇지요, 저마다 완전한 모습이지요. 사람이 벌레에게 놀라는 것처럼 벌레도 비명이 있다면 세상에 소리가 가득찼겠지요. 매미, 땅속에서 꿈꾸는 듯한 시간을 우리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거라는 거. 위안이 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30 14:00   좋아요 0 | URL
이번에 기생이란 책이 나오더군요. 요거 추천 도서로 밀어볼 생각입니다.
유투브에 보면 이비에스 다큐 치고 기생 치면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존나 재미있어요. 이 다큐 존나 재미있으니 꼭 보시기 바랍니다.
 
여자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

 

 

수색 [ 水色驛 ]    :  은평구 증산동 223-27번지에 있는 지하철 6호선 역 이름이다. 이 지역은 한강 하류로 수색'이란 동명에 따라 지하철 개통 때 역 이름을 붙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크누트 함순 소설 << 굶주림 >> 을 읽는다. 이 책은 알라디너 수다맨 님(이하 존칭 생략)이 선물한 책이다. 우리는 허름한 종로3가 고깃집에서 낮술이라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가 불쑥 책을 내밀었다. " 읽어보세요. 찰스 부코스키가 << 여자들 >> 에서 크누트 함순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였다고 말했잖아요 ! "  그는 내게 동의를 구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 여자들 >에서 찰스 부코스키가 그런 말을 했던가 ?!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의뭉스럽게 웃었다. 이 웃음은 " 나도 알고 있어, 짜샤 ! " 이런 메시지'였다. 우리는 문학판에 대해서 쪼잔한 " 뒤따마 " 를 쉴 새 없이 날렸다. 생각해 보니 지난번 술자리에서도 했던 험담'이었다. 1차에서 끝날 분위기는 아니었다.

 

2차는 근처 호프집으로 향했다. 2차는 김연수 작가도 참석했다. 술이 얼추 들어가자 내 앞에 앉은 수다맨이 자꾸 김연수로 보였던 까닭이다(실제로 그는 김연수 작가와 많이 닮았다). 술자리에서 오고간 말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때 나는 피곤했고 꽤 취했으니깐 말이다. 한때 술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주량이었으나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우리는 각자 막차를 타고 헤어졌다. 지금 나는 찰스 부코스키 소설 << 여자들 >> 을 읽고 있다. << 굶주림 >> 을 읽다가 수다맨이 했던 말이 자꾸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읽던 책(굶주림)을 덮고 << 여자들 >> 이란 책을 펼쳐 치나스키가 말했다는 " 크누트 함순이 최고 ! " 라는 구절을 찾기 시작했다.

 

확인 절차만 끝나면 덮을 생각이었다. " 이 노인이 도대체 어느 구석에다 그 문장을 싸지른 거야 ? " 노란 색연필로 밑줄 친 부분을 중심으로 페이지를 넘기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었다.

 

 

리디아는 종이에 그리기 시작했다. " 자, 이게 여자 보지예요. 여기 당신이 모르는 게 있을 거야. 음핵. 느끼는 데가 여기거든요. 보다시피 음핵은 숨어 있어. 그렇지만 가끔 나오지. 분홍색이고 아주 민감해요. 숨어 있을 때도 있을 테니까 찾아야 해. 그저 혀끝으로 건드리기만 하면 돼요 ( 30쪽)

 

 

나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리디아, 아.... 리디아 !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새록새록 났다. 어느덧, 나는 " 문장 찾기 " 따위를 멈추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수다맨이 지적한 문장은 95쪽에 박혀 있었다. " 그녀는 이태리에서의 헉슬리와 로렌스 이야기를 했다. 무슨 똥 같은 소린가. 나는 크누트 함순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였다고 말했다. 그녀가 나를 보더니 내가 그 사람 이름을 알고 있다는 데 경탄하며 동의했다. (95쪽) " 찰스 부코스키의 분신 치나스키는 크누트 함순이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찰스 부코스키도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작가'다. 부코스키에게 경배를 ! 하급 노동자 출신으로 술고래이자 섹스중독자였던 찰스 부코스키는 내게 작은 위안을 준 작가'다.

 

그는 그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녀에게나 어울릴 법한,  " 백혈병 " 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술을 퍼마시고도 간은 멀쩡했던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 스스로를 우아하며 고상한 독자'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안 읽는 것이 좋다. " 본격 성애 소설 " 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문학적 정제 작업을 거치게 마련인데, 찰스 부크스키 소설에는 그런 게 없다. 무슨 말인가 하면 " 촉촉하고 검은 동굴 " 이라는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냥 보지, 자지, 털, 똥구멍 따위가 페이지마다 등장한다. << 여자들 >> 은 그 정점에 위치한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온통 섹스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성애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부코스키 소설에서 섹스 판타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섹스는 낭만적이지 않다. 후끈 달아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슬프다. 그가 " 천한 여자일수록 더 좋다. 그렇지만 여자들, 좋은 여자들만 보면 겁이 났다(109쪽) " 라고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이상하게 울컥하게 만든다. 문학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문학은 위대하지도 않고 천박하지도 않다. 내가 정성일이라는 영화평론가를 혐오하는 까닭은 그가 가지고 있는 고상한 열정 때문이다. 그는 영화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현대 예술은 실패했다. 

 

작가들에게는 문제가 있다. 작가는 자기 글이 출판되어 많이 팔리면 자기가 위대한 사람인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중간 정도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아주 조금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지 않고 자가 출판할 돈도 없으면, 자기가 진정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위대함이라고는 거의 없다. 존재가 너무도 미미해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가장 최악의 작가는 자신감은 철철 넘치되 자기 의심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어쨌든 작가들은 피해야 할 존재고 나는 그들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당최 가능하지가 않았다. 작가들은 일종의 형제애, 어떤 친교를 원했다. 그런 감정 중 어느 것도 글쓰기와 관련이 없고 타자 치는 데 도움이 안 됐다. (199쪽)

 

 

사실 이 리뷰 제목은 " 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수색... " 이 아니라 " 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섹스... " 였다. 온통 섹스 이야기뿐이니 이 책에 어울리는 리뷰 제목으로는 손색이 없다. 제목을 작성하고 나서 낮게 읊조렸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그런데 어느 순간 섹스, 섹, 스섹, 스섹, 스섹, 스섹, 수색, 수색, 수색이 되었다. 하아, 이것 참 ! 수박수박수박'을 연속적으로 발음하면 나중에 박수박수박수가 되는 꼴이다. 지하철 6호선에는 수색역이 있다. 물 수(水) 빛 색(色) 이다. 물빛, 속초에 있을 때 한 여자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 여자는 오지 않았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644930 : << 팩토텀 >> 치나스키, 놀이하는 인간.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4583 : << 우체국 >> 이 세상 모든 똥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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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 2014-06-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This is 페루애. 이것이 바로 페루애님의 글이군요.

3년전 리즈 시절의 필력을 보게되어 즐겁게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13:4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언제 호수집에서 한잔 합시다..

수다맨 2014-06-22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드 같은 이들을 제하면 부코스키 소설만큼 섹스 얘기 많이 나오는 소설도 드문데, 이게 조금도 음란하지가 않고 오히려 슬퍼요. 섹스를 하면 할수록 욕구가 채워지는 게 아니라 더욱더 고독의 늪으로 빠진다고 해얄까요....
이런 터프하고, 겉멋 없고, 비타협적이고, 반노동주의적인 작가는 아마 둘도 없을 겁니다. 한국은 아직도 문학적 고상이 남아서 그런지 노벨상 작가는 우대해도, 셀린느나 부코스키 같은 작가에 대해선 냉연한 태도를 보이죠. 이게 참 문젭니다. 저는 김연수의 모든 소설들을 준다고 해도 부코스키 "여자들"과 바꾸지 않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14:05   좋아요 0 | URL
아니 어떠게 김연수와 부코스키를 비교합니까. ㅎㅎㅎㅎ김연수에게는 영광이겠으나 부코스키 팬들에게는 경멸입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그냥 인용문만 찾을까 하고 읽다가 읽다 보니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시 읽었네요. 역시 부코스키'란 생각이 듭니다.

르미에르 2014-06-2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색역 잘 알죠.
한때 은평구 살았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21:33   좋아요 0 | URL
수색은 막상 물이 없어요. 저도 은평구에서 자랐습니다. 반갑군요..

수다맨 2014-06-2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이 켄 로치의 "스위트 16"에 관한 평을 썼던 적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제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 글이 정성일이 썼던 글 중에서 무척 쉬웠던 것 같아요. 본인이 켄 로치 팬클럽의 회원(?!)이라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고, 그에 대한 비판적 의견(영화적 기교가 없고 새로운 미학과 우리가 알지 못한 세계를 보여주지도 않는다)도 물론 있었죠.
그런데 정성일의 그 쉬운 글을 보면서 느낀 게, 이런 평론가들은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고 복잡한 작품들을 만나야, 자기가 아는 지식들을 동원해서 꿈보다 해몽이 화사한(?) 글을 쓰거든요. 오히려 말하고자 하는 바가 강하고 명확한 작품을 만나면, 자기가 할 말이 없어서 쩔쩔매는 꼴이라고 해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21:43   좋아요 0 | URL
제가 늘 하는 소리가 평론가들은 데이빗 린치 영화를 분석할 때는 쉽게 작업하지만 디워 같은 영화를 분석할 때는 애를 먹습니다. 할 말이 없거등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을 써야 그럴싸하고, 그걸 또 영화 감독이나 소설가가 이용하기도 합니다. 내가 보기엔 정성일이야말로 속물근성의 전형처럼 보입니다. 인명사전식으로 주구장창 서양 철학자 이름을 나열합니다. 복수는나의힘에서 보여준 그 나열은 전설이 되었습니다만.... ㅎㅎ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6-2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색수색 섹스섹스 오덕오덕!!!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21:44   좋아요 0 | URL
댓글 내용이 불분명하군요... ㅎㅎㅎ

todd 2014-06-2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의 몸이나 섹스라는 것에 어떠한 판타지가 끼어들지 않을때 야하게 느껴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더라구요. ㅎㅎ 이 책 재미있을거 같네요~~ 얼마전에 님포매니악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남성 성기가 아주 클로즈업으로 나열되는데..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4 12:25   좋아요 0 | URL
저도 로망스'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하나도 야하지 않더란 말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성기 노출 따위가 아니란 거죠.
무엇을 보여주는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감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한말 사진 보니 그때 우리 조상들은 가슴을 다 드러내놓고 거리를 다녔더라고요.......

행인 1 2014-06-24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로 얼른 돌아오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5 01:14   좋아요 0 | URL
허어,,, 술 한 잔 사시면 돌아가리다 1.

행인 2 2014-06-2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이버로 얼릉 돌아오시욧! 2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5 01:15   좋아요 0 | URL
허어,,, 술 한 잔 사시면 돌아가리다 2.

봄밤 2014-06-2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잘 모르고 지나쳤었는데 말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6 12:09   좋아요 0 | URL
찾아보려다가 아예 읽기 모드로 바꾸면 안 됩니다...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매미와 함께 피어싱'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깊고 어두운 구석이 있었다. 청순가련한 여자이기보다는 스모키 화장과 피어싱이 잘 어울리는 팜므파탈에 가까웠다. 매력 있는 여자였다. 손창섭의 단편 << 인간 동물원 초(抄) >> 를 읽어보라고 한 이도 그녀'였다.  어느 날. 그녀는 툭, 지나가는 말을 내게 던졌다. " 매미는 5년 동안 땅속에 살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고작 열흘 남짓 살다 죽잖아요 ? 매미는 땅속에 있을 때가 행복했을까요 ? 아니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가 행복했을까요 ? "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또래끼리 사소한 논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 짧고 굵게 : 빛나는 태양 아래서 죽느냐 > 아니면 < 길고 가늘게 : 어둠 속에서 사느냐 > 가운데 어느 삶이 더 가치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곰곰 생각하다가 땅속에서 산다고 해서 불행한 삶은 아닐 거라고 두리뭉실하게 말했다. 성의 없는 답변이었다. 성의가 없었다, 라기 보다는 대답이 궁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과학 에세이 모음집 << 힘내라, 브론토사우르스 >> 에 삽입된 " 밝게 빛나는 커다란 땅반딧불 애벌레 " 라는 긴 제목을 단 에세이를 읽다가 문득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그 질문이 생각났다. 

 

 

인간 존재의 여러 측면 중에서, 성장과 발생이라는 생명 주기보다 더 기본적인 것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을 찬미하지만, 서양인들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을 덜 발달한 불완전한 성인으로 간주한다. 성인보다 작고 연약하고 무지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인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고, 어린 시절은 위를 향한 경로일 뿐이다. ( 360쪽 )

 

 

 

그 짦음은 성충에게만 따라다니는 속성일 뿐 그보다 훨씬 오래 사는 애벌레 역시 전체 생명 주기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17년을 사는 매미는 어떤가 ? 매미의 애벌레가 영광스러운 며칠을 끈기 있게 기다리며 오랜 기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은 아니다. 애벌레는 지하에서 활동적인 삶을 영위한다. 물론 그중에는 긴 수면기도있지만, 여러 차례 허물을 벗으며 왕성하게 성장하는 기간도 포함된다. (366쪽)

 

 

17년 매미'는 말 그대로 17년 동안 땅속에서 굼벵이로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 매미 성충으로써 열흘 남짓 살다가 죽는다. 무엇보다도 곤충류에 속하는 매미가 개나 고양이 같은 포유류'보다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런데 17년 매미에 대한 놀라움'은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다.  그것은 곤충이 17년이나 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상에서 열흘 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17년이라는 " 지난한 세월 " 에 놀라고,  10일이라는 " 허무한 세월 " 에도 놀라게 된다. 전자는 굼벵이에 방점을 찍은 것이고, 후자는 매미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만약에 당신이라면 어느 쪽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

  

아마도 그녀는 굼벵이'보다는 매미'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젊었을 때에는 불꽃처럼 살다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生을 동경하게 되는 법이니까 ! 어느 날, 그녀는 날카로운 " 무엇 " 으로 온몸을 자해했다. 살은 부풀어올랐고, 핏방울이 맺혔다. 음각으로 판 상처는 공교롭게도 양각으로 이루어진 흉터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그 무수한 상처를 보며 안도했다. 그 상처는 죽음에 대한 욕망보다는 생에 대한 의지'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녀에게 논리정연한 대답을 했을 것이다. 굼벵이의 최종 목표는 매미'가 아니라고, 굼벵이는 매미에 비해 덜 발달한 존재가 아니라고, 날개는 진화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고.

 

날개를 가진다는 것이 진화의 최종 목표라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조류보다 덜 진화한 존재'가 된다.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 반드시 날개가 필요하지는 않다. " 매미는 날개를 얻기 위해, 독수리도 아니면서, 17년 동안 땅속에서 " 독수공방 " 했을까 ? 17년 매미는 개나 고양이보다 오래 사는 곤충이다. 그러므로 열흘 살다가 죽는다, 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매미는 17년을 살았다. 매미가 완전체'라면 굼벵이도 완전체'다. 스모키 화장과 피어싱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었다. 나는 그녀가 쓴 우울한 문장을 매우 좋아했다. 좋은 작가'가 되리라 믿는다.

 

" 힘내라, 팜므파탈이여 ! " 검은 터널은 끝에 가서야 환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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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6-21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벌레의 삶도 삶의 일부라는 걸 예전엔 전혀 인지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젠 오히려 애벌레에게 더 공감을 하게 된다는건 나의 젊음도 스러져간다는 걸까요 ㅎㅎㅎ

그것의 삶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건 그렇게까지 두루뭉실한 대답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09:26   좋아요 0 | URL
저도 항상 매미와 굼벵이를 따로 따로 구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미는 열흘 밖에 못사는 녀석이라며 안타까워하고는했습니단ㄷ.ㄷ
생각해 보니 곤충치고는 정말 장수하는 짐승 아닙니까. 17년을 살다니...

마립간 2014-06-21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굼벵이의 목표가 매미라면, 삶의 목표는 죽음이죠. 이런 시각이 어떤 이에게는 굼벵이와 삶을 긍정하게 만들고, 어떤 이에게는 굼벵이와 삶을 부정하게 만듭니다.

동양에서는 태어나자마자 1살입니다. 0이라는 숫자개념이 없어 만들어진 오류이지만, 어머니의 뱃속의 1년을 삶으로 인정하지 않은 오류와 상쇄되어 ; 어머니 뱃속에서 1년을 살고 나오는 개념으로 재해석될 수 있게 되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09:28   좋아요 0 | URL
그르네요.... 굼벵이 목표가 매미'라면 결국 죽음에 목적이네요.
0이라는 숫자는 알고 보니 인도에서 나왔더라고요. 반면 서양은 0이라는 숫자를 끝끝내 반대하다가
결국 받아들였다라고 하더군요... 근데 태어나자마자 1살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 뱃속에 있는 것을 포함하니깐 말이죠..

곰곰손 2014-06-21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음각으로 판 상처는 공교롭게도 양각으로 이루어진 흉터가 되었다. ]



아바보ㅡ
이런 문장은 대략 너밖에못쓴다는ㅡ

짜증난다ㅡ ㅎㅎ

넘좋아서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09:29   좋아요 0 | URL
허어, 낮부끄럽게 이게 무슨 칭찬이냐.... 근데 문장이 나쁘지는 않네..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6-2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즐거운 주말 되세용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2 09:29   좋아요 0 | URL
뜬금없이 갑자기 웬 인사입니까..ㅎㅎ 만애비 님도 ....

엄동 2014-06-2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말 좋아해요
터널은 끝에 가서야 환해진다는.

..
그치만
인생도 때론
매미의 그것과 비슷하죠

아 환해진지 얼마다 됐다고
다시 터널 속으로 진입합니까. 허무하게

곰곰생각하는발 2014-06-24 12:26   좋아요 0 | URL
엄동 님 오랜만이군요. 교통사고 후 별탈 없으십니까 ?
앞으로 비만 오면 허리가 쑤실 겁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터널은 끝에 가서야 한해진다는 말은 최승자 시에서 읽었습니다.
갑자기 최승자 시인 괜찮은지 궁금하네요.
현대 시인 중 독보적 자리를 갖는 분이기도 한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