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의 괴로움

 

 

 

 

 

-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 내 서재 모습

 

 

제목이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저 ) 이라길래 長 : 길 장' 을 써서 長書로 지레짐작을 한 후,  長 = 多 로 이해했는데 알고 보니 藏 : 감출 장' 을 써서 藏書였다. 사전 뜻풀이에 의하면 " 책을 간직하여 둠 " 이라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 글 제목으로 '短 : 짧을 단' 을 써서 < 短書의 괴로움 > 이라 미리 정해 두었다.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가 모은 長書 30,000권에 비하면 내가 죽을 둥 살 둥 바둥거리며 모은 3,000권은 새 발의 피요, 그야말로 短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제목을 고치려다가 나름 재치 있는 언어 유희'라 생각해서 그대로 두었다.  내가 그동안 보관했던 책을 대충 셈하니 3000권 정도 되었다.  5단짜리 싸구려 책장 하나에 책을 200권 정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면 5단 책장 15개가 필요한 분량이었다. 

 

■ 30,000권을 보유했다고 고백한 다케시'도 엄격하게 말하자면 아마츄어다. 책 분량이 어마무시한 장서가'는 자신이 보유한 책이 몇 권인지도 모른다. 장서가 이노우에 히사시가 책을 기증하기 위해 책을 내놓았는데 무려 13만 권이었다. 그가 한 말이 걸작이다. " 모두 해서 몇 권이나 있는지는 나도 몰랐어요. 그냥 3만 권쯤 있지 않을까 했는데...... 비극입니다. ( 웃음 ) " 만약에 누군가가 자신을 엄청난 책을 보유한 장서가라며 보관 중인 책이 13만 2천 4백 7십 2권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보면 된다.

 

책 쌓기 신공을 펼쳐서 책장 하나에 300권을 간신히 보관한다고 해도 책장 10개가 필요한 분량이다. 하지만 내 방은 방문과 창문이 있는 벽을 각각 제외하면 앞쪽 벽과 오른쪽 벽에 책장을 4개씩, 총 8개를 붙여 놓으면 꽉 차는 공간이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책장은 총 5개였다. 보르네오산 통나무 책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사람들이 이사를 갈 때 버린 책장을 주워 왔다.  그 흔하고 흔한 싸구려 pb재질로 만든 5단짜리 책장 되시것다.   나는 어떻게 조해서든 책장 다섯 개 안에 3000권을 장서해야 했다.  이래저래 과포화 상태'였다.  꾀죄죄죄죄한 방구석에다 책 3000권을 장서한다는 것은 주제 파악도 못하고 카드를 남발한 가난한 쇼핑중독자가 처한 곤경과 비슷했다. 

 

한번은 책장 칸막이가 책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늘어지는 바람에 책이 땅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 적도 있었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을 깬 나는 책을 향해 육두문자를 써가며 질책했다. " 야, 이 새끼들아 ! 주인이 잠을 잘 때는 조용히 해라잉 ? 다음에 또 책잡히는 짓 했다가는 그때는 진짜 책 잡는 날 온다잉 ? 마지막 경고다 ! " 그때 그 소란에 대해 콩트 형식으로 쓴 글이 있다. 링크를 걸어둔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11556 : 원목과 톱밥이 서로 싸운다

 

이처럼 3000권만 돼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 이빠이 " 받아서 책으로부터 " 빠이빠이 " 를 하고 싶은데 < 장서의 괴로움 > 을 쓴 작가 오카자키 다케시'는 무려 30,000권이나 된다고 하니 그 심정은 오죽할까 ?  5단짜리 책장으로 따지자면 책장만 150개가 집구석에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책장 150개를 성인 남성 150명으로 교체해 보자. 집에 다 큰 남자가 150명 있다고 생각해 보라 ! 그가 보유한 長書(장서) 규모에 비하면 나는 말 그대로 短書(단서)'에 불과했다. 처음에 " 집에 쌓아둔 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 는 책 내용을 얼핏 들었을 때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 책을 쓴 줄 알았다. 책이 많아서 결국에는 따로 " 고양이 빌딩 " 을 지어 책을 보관했던 유명한 작가였으니 말이다.

 

출판 대국답게 일본에는 다카시나 다케시 같은 장서가가 많은 모양이다. 장서의 괴로움에 대해서는 장정일도 고충을 토로한 적 있다. 설핏 듣기로는 엄청난 분량의 책을 내다 팔았다고 ! 나도 책 - 다이어트를 감행한 적이 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고 엉뚱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돌아온 날, 방에 널브러져 나뒹구는 책을 보자 갑자기 뚜껑이 열렸다. 처음에는 헌책방에 보낼 책을 추리기 위해 데스노트를 만들려고 쉰들러 리스트를 작성하려다가 이내 포기했다. 누구는 살려주고 누구는 죽인단 말인가.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짓인가 ! 결국에는 헌책방 아저씨를 불러서 무작위로 책장 두 개를 도려냈다. 책과 함께 책장도 처분했다. 책은 먼지를 풀풀 날리며 거칠게 저항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책인감 없는 주인의 책 잡는 날에 살아남은 책은 한동안 책잡히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당시에는 책을 없앴다는 기쁨보다 책장을 없앴다는 기쁨이 컸다.  공사판에서 나뒹구는 널판때기'를 모아 톱밥 분쇄기에 넣어 본드로 떡반죽을 만든 후 프레스 기계로 압축해서 만든 것 위에 나무 무늬 장판으로 도배를 한 게 5단짜리 pb재질 책장이었다.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사람들이 이사갈 때마다 버리고 간 싸구려 5단 책장이 아닌, 진짜 나이테'가 보이는 근사한 원목으로 만든 책장'을 장만하리라. 책을 팔고 남은 돈이 생기자 나는 그 돈으로 술을 마셨다. 친구와 어울리며 노래방도 갔다. 장미빛 스카프를 불렀다, 줄리아'도 불렀다. 그리고 여자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올려세우며 " 특급 사랑이야 ~ " 를 외쳤다 ( F.O = fade out ) 

 

내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그 이후는 생각이 안난다. 눈을 뜨자 나는 내 방에 누워 있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했던가 ! 책장 두 개가 있던 자리에 장판이 눌린 자국을 보자 마음이 짠했다. 내 주머니엔 동전 몇 개와 구겨진 지폐 몇 장이 전부였다. 마치 심청이가 임당수에 몸을 던진 대가로 받은 돈으로 흥청망청 논 아비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눈물이 아.... 앞을 가렸다(는 거짓말이지만...)  " 책장이란 새끼가 그깟 책 무게도 견디지 못하고 8월 엿가락처럼 축 늘어져 ? 그게 무슨 나무'냐. "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책 70권 정도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사실을 말이다. 톱밥으로 만든 널판때기'가 10년을 버티기엔 등골이 휘어질 수밖에 없는 무게라는 사실을.

 

그 후, 책장을 다시 주섬주섬 하나 둘 얻게 되었다. 이번에도 누가 이사 갈 때 버리고 간 5단짜리 책장이었다. ( 책 판 돈으로 다시 책을 샀는지 아니면 책장을 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이제는 철이 들었는지 오리지날 나이테에 대한 미련을 버렸고 싸구려 5단 책장에게 나이테 흉내나 내는 널판때기라는 비난도 버렸다. 생각해 보라. 당신은 타인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할 용기가 있나 ?  믹서기 속 토마토처럼 갈리는 아픔을 견딘 끝에 책장으로 태어나 평생 동안 등골이 휘어지는 고통을 견디며 책을 위해 묵묵히 자기 등골을 내어준 5단 책장은 얼마나 이타적인가 !  싸구려 5단 책장이 걸어온 삶은 마치 길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기술을 배워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노숙자의 재활 의지처럼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 됐고 ! ) 지금은 간추리고 간추린 결과  대략 책 1,700권;이 여섯 개의 책장에 분산 수용되어 있다.  나는 미리 쓰는 유언장에 다음과 같이 썼다.

 

" ...... 끝으로 책장은 제재소로 보내 책장이 아닌 장식장으로 리폼해 주십시요. 리폼 비용은 책을 판 비용으로 지불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동안 책을 위해 묵묵히 자기 등골을 내어준 놈들입니다. 여섯 놈 모두 주인에게 버려진 놈들이니 각별히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살면서 상처가 많았던 놈들이니 날카로운 쇠못 대신 둥근 나무못을 사용해 주십시요. 책을 찬양하는 놈은 수없이 봤으나 정작 책장을 찬양한 놈은 아무도 없더군요. 박근혜를 찬양하는 놈은 많으나 박근혜 때문에 고통받는 가난한 민중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현실과 다르지 않아 쓸쓸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책장에게 한마디 하렵니다.  낡은 책장이여,  다음 생은 장식장으로 태어나 가볍게 살아라. 등골 휘지 마라. 건투를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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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초록 2014-08-1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이 깊으신 분이군요, 곰곰발님. 젊은 나이에 이런 유언을 남기다니.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18:21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인간에 대한 정은 없습니다. 사물에 대한 정이 있을 뿐...
아무래도 패티시즘 같습니다. ㅎㅎ

말리 2014-08-18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이란 그림책이 있어요. 책이 현관문까지 막아버리자 구청에 가서 미련없이 집째로 기부했답니다. 도서관이 되었지요. 친구집에 얹혀 살며 매일 도서관을 다니는 행복한 삶을 살았대나. 책은 감추지 말고 공공으로 ^^. 도서관에 가면 책같지 않은 책이 너무 많아 시간 낭비할때가 많은데요. 장서가들이 개인 도서관을 열면 참 좋을것 같아요. 누구누구 도서관하면 허튼책 하나 없이 딱 골라져 있을테니까요. 전 옛날에 책 다 버리고 걍 빌려보며 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18:23   좋아요 0 | URL
도서관 가면 하도 많은 책이 있다 보니 그냥 서서 이것저것 고르다 보면 시간이 다 가더라고요. 너무 많아도 탈입니다. 옛날에 살던 집이 도서관하고 걸어서 5분 거리여서 주말에는 항상 도서관을 가고는 했어요. 책은 안 읽고 도서관 가면 죽돌이들 있는데 그들과 벤치에 앉아서 잡담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ㅎㅎㅎ

마태우스 2014-08-1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천권이라, 저는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권수네요. 전 천권을 넘긴 적이 없어요. 근데 신기한 건 저 역시 아내와 싸운 날, 처음으로 책 방출을 했다는 거죠. 님과 공통점이 있다니 반갑습니다. 간만에 들어왔더니 님의 주옥같은 글들이 저를 반겨주네요...^^감사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18:27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 님 오셨군요. 계산 편하게 하려고 3천이지, 이 숫자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수 + 헌책방에 판 책 수 를 종합해서 내린 추론이니 3천을 한번에 보관했던 적은 없습니다. 2천 넘으면 팔고 다시 넘으면 팔고 그랬습니다. 하여튼 스트레스 받고 오는 날, 책 잔뜩 있ㄴ느 거 보면 전 이상하게 화가 나더라고요. ㅎㅎㅎㅎ. 하여튼 마태우스 님과 공통점ㅁ이 있다는 게 반갑습니다. ( 잉꼬부부인 줄 알았더니 싸우시기도 하시는군요 ? ㅎㅎ )

라로 2014-08-19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튼 곰발님은 언어의 마술사! 혼자 머리 끄덕이다, 크크 웃다가 했더니 제 앞에 큐빅에 앉은 사람이(저희 사무실 큐빅이 낮아서 이마가 보여요,,ㅠㅠ 옆 사무실 큐빅은 높은데;;;ㅠㅠ) 절 넘겨다 보네요. 일이 저렇게 재밌을까? 하는 눈빛이 아니라 저 여자가 오늘 이상하네 하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18:28   좋아요 0 | URL
아니, 이게 누굽니까. 아롬 님 아니십니까, 특별 인사 올립니다 ! 아마 직장에서 웃으면 사람들이 뻘짓하느라 웃는구나 할 겁니다. 누가 요즘 직장이 재미있어서 웃나요.. ㅎㅎㅎㅎㅎㅎㅎ.

todd 2014-08-2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시니 좋은 글이 나오는가 봅니다.. ㅎㅎㅎㅎ 저는 예전에 큰맘먹고 벽 하나 크기에 맞춰 합판 책장 하나 맞췄었는데 어머니가 자꾸 책 앞 공간에 다른 잡스런 물건을 보관하시는 바람에..;; 책을 보려면 일단 그 물건을 꺼내고 봐야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ㅎㅎ 페루애님도 절대 이책만은 안판다 이런책 있으신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0:32   좋아요 0 | URL
오, 당연히 있죠 ! 엘리어트 카네티가 쓴 < 구제된 혀 > 라는 책이 있씁니다. 이거 헌책방에서 2000원인가 샀는데 이 책은 개인적으로 아끼는 책입니다. 절판된 책은 이상하게 절판된 순간 빛나는 구석이 있더군요.. ㅎㅎㅎㅎㅎ.
 

 

 

 

나는 왜 그토록 슬펐을까 ?

 

 

 

 

이웃이 전한 말을 옮긴다 : 택시를 탔다, 늙은 택시 운전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을 고아'라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고아는 아니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유일한 살붙이인 형마저 세상을 떠나 혼자가 됐다고 했다. 여자는 타자에 대한 간소한 예의와 슬픔에 대한 간결한 예우 차원에서 택시 운전사를 위로했다.

 

슬프시겠어요. - 아니요, 별로 슬프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살갑게 지내지 않으셨나 보군요 ? - 아니요, 어머니를 좋아했습니다. 인자하신 분이었지요. 하지만 슬프지는 않더군요. 산다는 거.... 고해 아닙니까. 그렇다면 세상에서 유일한 피붙이였던 형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슬프셨겠네요. - 아니요, 별로 슬프지 않았습니다. 형님과는 살갑게 지내지 않으셨나 보군요 ? - 아니요, 우린 의좋은 형제였습니다. 하지만 슬프지는 않더군요. 산다는 거.... 고해 아닙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슬프지는 않으셨겠네요 ? - 아니요, 슬펐습니다. 다른 가족과는 달리 아버지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군요 ? - 아니요, 아버지를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왜 슬퍼하셨나요 ? - 사실...... 아버지와 내가 많이 닮았거든요.

 

초상집에서 가장 크게 우는 사람은 다름 아닌 불효자인 것처럼,  늙은 택시 운전사는 늙은 아버지의 초라한 죽음에서 자신의 죽음을 본다. 자기 연민은 자기애'다. 정신과 의사가 내게 충고했다. " 지나친 자기애는 결국 자기 혐오라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 의사는 창백한 내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 볕은 아주 좋은 보약이죠. " 그가 내게 내린 처방은 산책이었다. 볕 좋은 오후, 나는 집을 나와 산책을 했다. 불현듯 내가 머물렀던 집을 바라보았다. 내가 없으니 빈집이 되었네. 안쓰러워서 산책을 멈추고 되돌아갔다. 빈집에 갇혔다. 속초에서 만났던( 본 적은 없다. 그가 살았던 방을 보았을 뿐이다. ) 병든 사내가 생각났다. 그때, 나는 그 사내 때문에 많이 슬펐다. 얼굴 본 적 없다.

 

방을 내놓은 집주인이 전한 사연이 전부였다. 불면증으로 인해 잠이 오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종종 그 집 앞에 가서 넋 놓고 있다 오고는 했다. 계약 기간이 채 끝나지 않은 빈집'에 갇힌 사내,  나는 왜 그때 그 사내에게 끌렸을까 ? 어쩌면 저 늙은 택시 운전사가 고해성사처럼 내뱉은 말 속에 정답이 있을 듯싶다.  

 

 

사내는 육 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동해바다와 청초호가 보이는 터에 집을 얻었다. 방 하나에 작은 거실이 딸린, 지붕 낮은 달방이었다. 집 앞 넓은 공터를 텃밭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의지'가 그를 이곳에 머물게 했다. 입주 조건은 보증금 없이 다달이 세를 내는 달방 계약이었으나 사내는 이 년치 세/貰'를 일시불로 지급했다. 그가 살아갈 날보다 많은 나날이었다.  그가 그 공터에서 처음 한 일은 돌을 고르는 일이었다. 온갖 채소를 길렀다. 하루가 다르게 밭은 푸르렀다. 내가 그 집을 보러 갔을 때, 텃밭은 온갖 풀이 웃자라 있었다. 집주인은 내게 육 개월 세를 일시불로 줄 것과 육 개월이 지나면 그때부터 다달이 세를 줄 것을 요구했다. 전세도 아니고 월세도 아니고, 그렇다고 달방 계약도 아니었다. 이상해서 캐물으니 주인은 이 집에 살았던 사내에 대해 털어놓았다. " 풀도 주인 손길 탄다는 거 아우 ? " 주인은 웃자란 풀을 보며 말했다. 사내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머문 지 반년도 되지 않아 병으로 죽었다고 했다. 내가 그 집을 갔을 때, 그 집은 아직도 그가 세를 내고 있는 기간이었다. 육 개월 일시불은 죽은 세입자 가족에게 전달할 모양이었다. 내가 그 집을 얻는다면 나는 죽은 자와 계약 잔류 기간 동안 동거를 해야 했다. 방은 아담했다. 쪽창은 해가 기우는 빛을 받아 바닥에 쏟아냈다. 붉은 기운이 돌았으나 온기는 없는 빛이었다. 망설이다가 끝내 돌아섰다. 어젯밤, 꿈에 그 집이 보였다. 텃밭은 작은 채소들이 가지런히 자라고 있었다. 텃밭을 가꾼 모양새로 보아 솜씨 좋은 농부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텃밭은 온통 돌밭이었다. 나는 그 집 앞에서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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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our 2014-08-1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타인의 삶과 정서를 경험하지 못하죠. 그런 의미에서 우린 제각각 하나의 고립된 섬들입니다. 어머니의 삶이 고달펐다를 보편적 속성과 연결시켜 말할 수 있는 것은 객관적 유추 능력이 뛰어남을 말하는 것이고, 고달픈 삶에서 벗어났으니 슬프지 않았다는 것도 역시 객관적 다른 말로 사실 어쨌든 냉정하단 말인데요 .., 그럼에도 못 벗어나는 것이 자기 연민이니, 자기애란 존재의 뿌리가 맞나봅니다. 쓸쓸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09:20   좋아요 0 | URL
즐인 님의 짧은 글 속에 참 많은 것이 담겨져 있더군요. 선문답 같았습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자살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수많은 작가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걸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다 고립된 섬이죠. 그래서 왜 그 유명한 사자성어도 있잖습니까.
섬섬옥수라고... 섬과 섬은 감옥이라는 뜻이죠. 아니면 말고요...

samadhi(眞我) 2014-08-1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남편과 감정이입, 객관적 상관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요. 내가 슬퍼서, 그저 그렇게 있을 뿐인 객관적 상관물에게 너도 슬프냐, 나도 슬프냐 하며 위로받는(?) 어쩌면 인간은 너무나 외롭고 연약한 존재가 아닐까요. 쓸쓸하지만 느낌이 좋은 단편 소설이네요. 책 언제 내시는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17:39   좋아요 0 | URL
공자였나요. 인간의 갖추어야 할 것은 " 측은지심 " 이라고 말이죠. 측은지심을 달리 말하면 내가 너가 되어 생각하는 마음 아니겠습니까. 이 사회가 점점 그런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rtour 2014-08-1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애가 강하면 인정 욕구, 타인, 타물에게 사랑받음 욕구도 크니 쉽게 우울증으로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그런데 딱히 예술가 직종에서 자살률이 높은지는 모르겠네요. 작가는 장수 직업군에 속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보니 자살률이 높은 직업군은 무직, 주부, 일용직 육체 노농
자라 나오더군요. 강하지 않을지라

rtour 2014-08-1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 어쨌든 우린 모두 타인의 사랑, 타인의 인정을 받는 의미 있는 삶을 원하고, 가난은 생의 치명적인 독소임이 분명하 겠죠..비율로 볼 때 주부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보답받지 못하는 일방 통행적 헌신에 사회적 무시,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가 약해짐,가 더해진 까닭 아닐까요? 노인, 일용직군의 자살률 높음은 가난과 무시가 주원이겠구요. 단답처리 하기엔 복잡다단한 것이 인간의 문제겠죠..어쨌건 생명은 멸종되기 전까지 유구하고 장엄하게 흘러갈 뿐이죠..타인의 죽음은 대개 무시되거나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고 그것이 생명의 본성이죠. 산사람은 살게 되어있다,로 표현되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17:3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몇몇 작가의 죽음으 크게 다가오다보니 그리 생각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장수 그룹에 속하겠습니다. 어느 대학에서 행복에 대한 조사를 한 적 있습니다.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 행복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몇몇 조건들을 조사했는데, 아마도 한국인이 생각하는 행복 조건과는 180도 달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너 가지 목록 중에 하나가 출퇴근 시간이1시간 이내일 것'이라는 조건이 나오더군요. 행복하기 위해서는 출근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출퇴근 시간이 2시간이 넘으면 행복을 못 느낀다고 합니다. 좋은 직장, 아파트장만 따위가 행복 조건이 아니었다는 거죠... 처절하게 공감했습니다. 이 단체에서 조사한 행복 조건을 종합하니 아내(남편)과 일주일에 한두 번 즐거운 섹스를 하고, 퇴근길이 30분 정도이고, 일찍 와서 동네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는 거랍니다. 요, 세 개만 대충 해결되면 행복을 느낀다고 하네요. 높은 집값 때문에 서울 내 직작인이 싼 집을 찾아 경기도로 빠진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만큼 장거리 출퇴근 사회가 된 거죠....

rtour 2014-08-1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지독한 가난만 아니라면 즐거운 삶이란 결국 좋은 관계에서 오는 듯요. 제 경험만 돌이켜봐도 ..이 사회의 경쟁 과다 시스템, 일중독 찬양 문화는 약화되어야만 하는데 말입니다..이런 시스템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한잔 기분 카..는 어렵죠. 직장 멀고 다들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고 만나봐야 너 출세? 몇 평 사니? 몰고 다니는 차 등 경쟁으로 기분 상하기 일수라. 경험상 그렇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8 15:35   좋아요 0 | URL
아파트 몇 평이니 ? 라는 질문은 학번이 어떻게 되세요 ? 와 비슷한 구석이 있죠.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속물처럼 보여서 빙 둘러 말하는.... 아파트 몇 평이니, 는 결국 너 얼마 벌었니 ? 라는 말이잖아요. 이걸 부끄럽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문화에 살고 있죠. 이웃의 비극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외면하면서 꼭 이런 알 필요 없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알고 싶어하는 그 속물 근성들....

수다맨 2014-08-1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껏 곰곰발님께서 쓰신 글 중에서 가장 아련한 느낌을 주네요. 택시 기사와 달방에 머물렀던 사내를 생각하고 나니 가슴이 무척 쓸쓸해집니다. '자기 연민은 자기애다', 참으로 맞는 말 같아요. 스스로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깊으면 깊어질수록, 자신을 애정하는 마음도 커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9 08:04   좋아요 0 | URL
택시 기사 얘길 들으니 갑자기 달방 사내가 생각납디다. 혼자 남겨진다는 거.. 참 쓸쓸한 거죠. 죽음이란 결국 혼자 남겨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가장 외로운 순간이 죽음 같습니다.

todd 2014-08-20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꾸 곱씹어 읽게되는 글이네요. 떠나게 되는 운명이 참 슬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0:33   좋아요 0 | URL
택시운전사 이야기'가 울림이 이상하게 오래가더라고요. 어떤 삶에 대한 우화 혹은 통찰처럼 보입니다.

엄동 2014-08-2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모님 돌아가실때 참 많이 울 듯 해요
원래 불효자가 그리 운다잖아요

효자는,
좋은 곳 가시라고 흐뭇하게 보낸다고들 하고.

제가 못되처먹었어요 아주
남들한텐 잘하면서. 내 부모 내 형제에겐 칼같은 잣대를 들이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5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나도 부모상 앞에서 가장 크게 울 놈이로구나...
효자야 뭐 할 도리 다 했으니 편안하겠으나
그렇지 못한 불효자는 .......


못되처먹은거는 이미 오랜 전에 알고 있었으나
남한테 잘하면서 내 부모형제에게 칼같은 잣대로 들이대는 거
또한 잘하신 겁니다. 전 가족 로망스가 없어서
가족판타지에 대해 늘 부정적이거든요.
전 가족에게도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뽕짝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시리즈

 

 

 

 

 

4화, 빨개요

 

 

 

 

 

 

 

 

 

올해 초,  곡에 가사를 입히는 작업을 했다. 알음알음 알게 된 작곡가가 부탁을 하길래 처음에는 손사래치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다가 결국에는 작업에 참여했다. 작곡가는 내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시작부에 ㄲ, ㄸ, ㅃ, ㅆ, ㅉ 같은 된소리를 피하면 되고 가급적이면 받침이 어려운 단어는 사용하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뭐,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것만 지키면 내용은 자유란다. 그런데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된소리와 격음을 피해서 글자 수를 조절한다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작업을 넘겼는데 의외로 ok 사인이 떨어져서 당황했다. 그 사이,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 이 곡은 신인 가수'가 부르기로 했는데

 

계획이 변경되어서 실력파 가수가 부르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나가수에 출연했던 가수이니 실력과 대중성은 확보된 경우였다. " 잘하면 저작권료 받아먹게 생겼구나 ! " 일은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스튜디오 녹음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는 감감무소식이다. 음반 산업이 워낙 불경기인 데다가 10대를 겨냥한 추파춥스용 음악이 아니면 음반을 제작해서 이윤을 남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 제작을 꺼리는 모양이다. 이번 작업을 계기로 한 수 배우겠다는 자세로 인기 있는 노래 " 가사 " 에 관심을 가지고 음악을 듣게 되었다. 시장에서 생선 팔던 놈이 작사가로 직업을 갈아타겠다는 욕심은 아니다. 그냥 궁금했다.

 

자연스럽게 추파춥스用 " 소년소녀떼거지율동단 " 이 부른 노래 가사를 듣게 되었다. 오, 놀라워라 ! 평소 듣긴 들었으나 가사를 생각하며 듣지 않아서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가사를 제대로 파악하면서 들으니 닭살'이었다. 현아가 부른 < 빨개요 > 는 압권이었다. 전체 가사는 다음과 같다.

 

 

 

 

더 hot하게 레드 립스틱 좀 더 빨갛게 / 더 cool하게 더 hot하게 레드 립스틱 좀 더 빨갛게​ um~ / 새빨간 립스틱 발라도 빨개요 / 깨물어 주고 싶은 내 귀가 예술이예요

(현아's back uh)
왠만한 애들보다 잘빠진 몸매는 내겐 full option /
몸 좀 풀고 달려볼라니까 / 빨간거 그게 나니까 / (​이제 무대 위로 올라가볼까) / 날 두고 떠나지 마​ / 나 지금 너무나 외롭단 말이야 / 너만은 나를 떠나지마 / 여긴 나 하나밖에 없다고 / (나 지금 변해버릴지 몰라​)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what)​ / 빨간 건 현아 현아는(yeah) / so cool하게 더hot하게 / 레드 립스틱 좀 더 빨갛게​ /
so cool하게 더hot하게​ / 레드 립스틱 좀 더 빨갛게​ / 다 그만해 따끔하게​ / 혼내줄테니까 엉덩이 대 / (감당 안 돼) / 밤마다 say h y u n 그리고 a

 

 

죽이는 댄스 무대위 킬러​ / 콧대는 하늘을 찔러 / 긴말은 생략할게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what)​ / 빨간건 현아 현아는(yeah) / 현아는 빨개요

날 두고 떠나지마 / 나 지금 너무나 외롭단 말이야​ /
너만은 나를 떠나지마​ / 여긴 나 하나밖에 없다고 / (나 지금 변해버릴지 몰라)​
 

 

 

우선 이 노래 가사는 서사가 붕괴되었다. 앞 문장과 뒤에 오는 문장 간 개연성이 없다. 섹시한 입술 얘기하다가 느닷없이 깨물어 주고 싶은 " 내 귀가 예술 " 이란다. 그리고는 원숭이 어쩌구저쩌구하다가 혼내준다며 엉덩이 대란다. 신나게 떠들다가도 느닷없이 외롭다 한다. " 횡설 " 과 " 수설 " 이 얽힌다. 이 분열적 서사는 전형적 정신분열증 환자가 사용하는 서사 구조와 유사하다. 가사만 보면 전형적인 조울성 장애'다. 이 노래 절정은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 빨간 건 현아 / 현아는 ( yeah ) / 현아는 빨개요 " 다. 이 후렴구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 동요 가사'대로 한다면 빨간 건 사과인데 이 노래에서는 빨간 건 현아'가 된다.

 

같은 이유로 " 사과는 맛있어 " 라는 가사 자리에 " 현아는 맛있어 ! " 가 자리 잡는다. 물론 이 노래에서는 검열을 의식해서 " 맛있어 ! " 라는 부분은 생략했지만, 대중이 지워진 욕망을 복원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현아는 맛있어 ?! 맛있으면, 뭐.. 뭐, 어쩌라고 ?  현아가 가지고 있는 터질 듯한 육감적 몸은 식욕과 성욕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상품이다.  말 그대로 비싼 " 몸값 " 이다.  현아는 자기 몸값이 비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상품화된 < 현아 - 소프트 바디 > 가 < 남성 - 하드 바디 > 를 살살 녹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건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것은 마치 < 원조 >  와 < 장충동 왕족발 > 사이에 할머니 이름을 삽입한 족발집 간판과 동일한 노림수'다. 

 

하지만 PPL이 지나치면 염불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관심 있다는 군소리를 듣게 된다. 섹스'라는 코드를 끼워서 상품을 " 판매 "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 강매 " 를 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현아의 < 빨개요 > 라는 노래는 섹스 코드를 내세워서 상품을 소비자에게 강매하는 인상을 준다. 꼰대처럼 섹스 어필에 대해 비판할 생각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가전 상품이 아니라 공포와 섹스를 이용한 상품이니까.  아니라고 ? 정말 그렇다니까 !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  하물며 대중 욕망에 편승해야 하는 연예 오락 사업에서 섹스 코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요, 세 말 하면 입 아프다.  노래 잘하는 가수가 섹스 어필도 가능하다면, 그것은 제구력 좋은 투수가 강속구마저 보유한 것과 같다.

 

지만 지나치게 노골적인 섹스 어필 강요와 PPL 노출은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정글 사회에서 강속구만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지금 당장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투수를 살펴보면 된다. 강속구 투수들이 수두룩하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빠른 공만 던져서는 좋은 투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 메이저리그로 승격하지 못한 ) 마이너리그'는 증명한다. 대체로 빠른 공과 함께 좋은 변화구 한두 개 정도는 던질 줄 알아야 좋은 투수가 될 자격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섹시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현아는 이효리를 잇는 차세대 섹시 디바로 자리했다. 하지만 현아의 세 번째 미니앨범은 지나치게 " 섹시 " 만을 강조한다.

 

여자 가수에게 " 섹시함 " 은 훌륭한 무기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힘을 빼고 던질 수 있는 좋은 변화구가 없으면 오래 사랑받기는 힘들다. 현아는 좋은 가수지만 이번 미니 앨범은 실패했다. 마돈나는 늘 파격적 무대를 선보였지만 항상 자기 목소리( 메시지 ) 를 담으려고 노력했던 디바였다. 약간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마돈나는 섹시한 디바였지만 동시에 희노애락이 느껴지는 디바이기도 했다. 현아에게는 뭇 남성을 후,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육체를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여성으로써의 자기 목소리는 실종되었다. 그녀 노래에는 메시지는 없고 마사지'만 있다. 쇼윈도우에 걸린 예쁜 인형 같다. 노래는 현아가 부르지만 사실 남성이 부르는 것과 같다.

 

자기 목소리로 말하는 발성, 현아가 마돈나에게 배워야 할 부분이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현아 씨, 잘못하다가는 원숭이 되는 거예요 ? " 아무래도 나는 추파춥스 노래 가사'보다는 트로트 가사를 써야 할 것 같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현아 팬이다. 좋은 노래 가사는 태평양을 건너 / 대서양을 건너 / 인도양을 건너 / 시대를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 띄운다. " 박상철이 부릅니다. 무조건 ! " 좋은 사랑, 슬픈 사랑, 운명적 사랑, 눈먼 사랑, 지독한 사랑, 잔인한 사랑, 사랑, 사랑, 사랑, 그 많은 사랑 중에 도대체 특급 사랑이란 어떤 사랑일까 ? 한 남자의 순애보를 다룬 슬픈 노래 가사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

 

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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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8-1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너무도 적절한 분석과 비유!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지나치게 섹스어필에만 의존하는 건 자멸의 길이라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4 23:49   좋아요 0 | URL
제가 현아 팬입니다만... 이번에 너무 나간 거 같아요. 현아는 맛있어.. 이런 엉뚱한 가사는 뭡니까...
이건 리믹스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마돈나는 항상 자기 목소리를 담았잖아요. 그게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현아도 뭐 아직 팔팔한 나이이니 대성할 가수라 생각됩니다만.... 제작자의 농간에 쉽게 굴복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마립간 2014-08-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아에게 뭇 남성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냐요. 안목이 없어 대성할 재목을 알지 못했군요. (어느 음악 평론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더걸스 연습생 시절부터 재목이었다고.) 영화 명량과 같은 시장 장악 현상만 눈에 띱니다. 현아가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제 대답은 '잘 못하고 있은 것이죠.' 단지 망하지 않았을 뿐.

후끈... 저는 김희애나 이영애 등을, 가수 중에는 김윤아나 이은미 등을 고르겠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김추자는 가수로서는 잘 모르겠고 노래는 지금도 후끈하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4:07   좋아요 0 | URL
기획사 기획으로 만든 현아 이미지 아닙니까. 자기 목소리가 없이 그저 기획사에서 꾸며주는 인형 같이 앉아 있습니다. 돈은 벌겠으나 아티스트가 되기는 역부족 같습니다.

저도 김추자의 카리스마에 압도된 적 있습니다. 그 사람은 좀 외계인 같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선 가수라고나 할까요....참, 이번에 앨범 냈지요 ? 김추차 님..
반응이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마립간 2014-08-16 08:46   좋아요 0 | URL
한국일보 '실험적 음악으로 돌아온 예은, 그녀의 생존법' http://www.hankookilbo.com/v/cdf35efba0db4043895ad8144d5d8ae2

이 영화 평론가의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관련된 인터넷 기사가 있어 소개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6 10:14   좋아요 0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핫펠트로 활동하더라고요. 뮤직뱅크인가 하여튼 무대 선보이길래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첫느낌은 가수로써의 예은이 아니라 작가로써의 예은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핫펠트의 과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 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만화애니비평 2014-08-1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차라리 이런 영상보다는 포르노 보는 게 낳다고 생각합니다.
은밀한 포장 속에 각종 관음증에 바나나 위에 타는 것은..결국...
이런 스타일은 결국 계속 (문화적, 정신적) 자위하도록 만드기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4:09   좋아요 0 | URL
섹시 컨셉이 나쁜 건 아닌데. 그냥 개나 소나 다 섹시 컨셉이어서
무조건 노래 안주에 엉덩이 흔드는 거 다 같이 보여주니 식상합니다.

amd780501 2014-08-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코드를 놓치셨군녀. (빨게요=빨께요) / 나탈야 다녀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6:00   좋아요 0 | URL
역시 저질 코드는 살아있군요.ㅎㅎ. 이거 직장 옮기더니 너무 무심한 거 아닙니까.
그 방송국도 장난 아니게 일 시킨다고 하던데....
글구 보니 현아 자주 보겠네요 ? 보면 싸인 좀 받아주십시요..

amd780501 2014-08-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세 AOA에 꽂혀있습니다. 방송국 직원이라고 별거 없습니다. 연출이나 작가 한테 좀 굽신데야 싸인 씨디라도 하나 얻지 영양가 없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7:13   좋아요 0 | URL
하긴... 나탈야 님 스타일이긴 함. 난 처음 걔 무대 보았을 때 소녀 시대 몇 명이 아파서 무대 안 나온 줄 알았습니다. 차별성이 업씀....


전 < 오렌지 카라멜 > 팬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이죠....

오 ! 렌지 ! 오 ! 렌지 ! 오 ( 오 ! ) 오 ( 오 ! ) 오렌지 카라멜 파이팅 ~

노이에자이트 2014-08-15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아와 AOA의 팬입니다.으하하하...

아...그리고 레이나가 산이와 함께 부른 <한여름밤의 꿀>이 좋더군요.가사를 중시하는 곰발 님 취향에 들어맞을 겁니다.레이나 목소리가 좋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9:17   좋아요 0 | URL
저도 현아 팬입니다. 사생팬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몇 안 되는 가수입니다. 제 취향은 sm 계열 음악은 아니고 yg계열 쪽 음악이 쫗더군요.. ㅎㅎ. 지디, 태양 정도급 실력이면 먹고들어가는 실력 아니겠습니까. 산이도 좋아합니다. 당연히 한여름밤의 꿀' 좋아합니다..ㅎㅎㅎ 제가 오렌지카라멜 팬이잖습니까..ㅎㅎㅎㅎ 오렌지에게서는 이상하게 삐급 서정'이 읽힙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8-15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 김밥 스시 나오는 뮤직 비디오...그런데 엄숙주의자들이 그거 가지고 되게 뭐라고 시비 걸던데요...죽자고 달려드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곰발 님은 유이나 나나보단 레이나나 리지 쪽 취향인 듯하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5 19:44   좋아요 0 | URL
미친새끼들이죠... 스시가 왜색 문화라면 피자 먹을 때 한국에서만 내놓는다는 피클은 자랑스러운 한국 전통입니까 ? 음식 문화 가지고 국가 색을 논하는 놈만큼 병신같은 것도 없죠. 그런 식으로 따지면 라면은 왜 먹습니까. 라면도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고, 불고기도 일본에서 들여온 문화입니다. 돈까스도 일본에서 시작된 음식 아닙니까... 그냥 맛있으면 장땡이지, 스시 문화 가지고 왜색 어쩌구저쩌구하는 게 우습습니다...


유이 빼고는 다 좋습니다.. ㅎㅎ. 다름 뮤비에는 과테말라 의상 입고 노래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렌지야말로 코스튬 문화를 적극 끌어들인 그룹 아니겠습니까...


saint236 2014-08-1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까지 뮤비를 보는 것도 힘듭니다. 사상 검증 해봐야겠어요. 저렇게 빨갱이라고 하다니...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노래를 만들까요? 이건 츄파츕스에 대한 모독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10:11   좋아요 0 | URL
세월호 유가족에게 불순 세력 개입 운운하던 정치가를 보며 정말 이 나라 좆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보기엔 이 나라는 정말 최악입니다.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빨갱이 하나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니....

samadhi(眞我) 2014-08-1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사가 이럴 줄이야. 요즘 노래 가사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다가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를 가슴시리게 하던, "시"여야 할 노랫말이 어쩜 이렇게까지 저속해졌는지. 물질만능의 세태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어떻게?? 시가 사라진 세상. 깜깜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7 17:43   좋아요 0 | URL
요즘 노래는 가사가 잘 안들려서 생각없이 그냥 스치듯이 들었는데 요즘은 가사에 집중해서 들으니 확실히 느낌이 반감됩니다. 노골적이라고나 할까요. 전 섹스 어필 문화가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하나, 이건 정도가 지나치게 상업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현아 저 노래는 여성의 주체적 욕망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남성 프로듀서가 남성 욕망을 여성 가수에 빙의되어 내뱉는 말 같아 아쉽습니다.

엄동 2014-08-2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만 들어도 참 많은 단어,행위,사물(읭?)등이 연상되더라구요.

뮤비도 보면서 들어보고는 싶은데
지금 제 뒤가 트인 상태라..

아. 저희 회사건물에 화재가 나서
임시로 이전했어요. 나참

발화지점인 옆사무실은 홀랑 탔고.
그나마 우리쪽은 타진 않았는데. 화재로 인한 매연은
하이고 장난아니더라구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57   좋아요 0 | URL
이 새끼들 영악해서 머리를 좀 썼더라고요.
빨개요 : 펠라티오 연상케 함, 빨가벗다를 연상케 함,


+

ㅎㅎㅎㅎ 웃으면 안 되는데 아니 불이 어떻게 났길래.....
신나셨겠어요 ? 출근했는데 막 불나고.. 전 이런 거 보면 오히려 막 신나고 그러더라고요..
소풍간 기분이잖아요. 임시 건물에서 일을 하면 말입니ㅏ.
이거 너무 무책임한 발언인가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희 집도 불 나서 집 한 채 홀라당 말아먹은 적 있습니다.
화재에서 정작 주인공은 불이 아니라 연기더라고요.
이 연기는 아무리 냄새를 제거해도 굉장히 오래 갑니다.

불난 얘기 좀 자세히 해보세요..

엄동 2014-08-25 17:0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 냄새가 장난아니더라구요

휴가 떠나기 전날, 화재가 났어요
하필 저희 바로 옆 호실 -_-

오래된 건물을 한달 반동안 리모델링 하고
건물수리업체에서 떡을 돌린 시각이 오전11시반인데.
약 한시간 뒤에 화재가 난거죠ㅋ
다행히 점심시간 직후여서 사무실을 비우긴 했지만
큰일날 뻔 했어요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serial=86442

기사를 떠들어보니 나오네요 후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고의로 저지른 방화 사건이었군요. 맙소사, 이거 점심 시간에 나가셔서 그렇지 타이밍이 잘못되었다가는 아수라장이 될 뻔했습니다. 다행이군요. 한편으로는 휴가 떠나기 전날 발생해서 그나마 다행이군요. 골치 아픈 건 화재가 끝난 다음이잖아요. ㅎㅎㅎ. 하여튼 천만다행이십니다. 그나저나 엄동 님 변호사는 아니시겠죠 ? 제가 그동안 변호사를 하도 까서 변호사시라면 사과 말씀 드립니다.

엄동 2014-08-26 16:1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다행히 아닙니다.

미운털 안박히는거죠?

저도 경멸합니다.

그 부류들 중 일부 아니 대다수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7:16   좋아요 0 | URL
으하하, 다행이군요. 변호사 새끼들.....

이동윤 2014-09-03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래가 좋다 안좋다 떠나서 노래가 야하다는 이유로 잘못됫다고말하는건 좀말이안되죠
외국유명팝스타들이 부르는 노래의표현보다는 양반인것같은데 그런 노래에비해 이 노래는 별로지만 그건 음악적인부분이고 음악적인부분이마음에안들어서 그걸욕하는거면 그냥잇겟지만 야하다고 비난하는거엔 문제가잇네요
어린애들이 보기에안좋다고 욕하는것도 어이가없죠
뮤비에는 이미 19금딱지가 있고 안보면 되는거죠.
음악방송에 나온다 노래를 틀면 나온다 그런건 어린이들이 접할 수도 있다
그런건 방송에서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않는 것에 대한 잘못이죠.
심지어 연령제한이 없다면 가사라도 야하지않게 바꿔서 나온다던가 해야겟죠
그것또한 방송계의 문제고
요즘 인터넷 조금만하면 그런거 다 찾아 본다. 그냥 인터넷검색만해도 볼수있다.
이것도 인터넷검색이 제대로 수위조절이안되는거에대한 문제고, 어떻게 찾아서 보는거는 연령제한을 무시하고 몰래 본 잘못이죠. 야한거 다운받아보듯이
그런 조치는 취해지는게 더 좋다는 생각은 저도 들지만 단지 노래가 야하다는 이유로 노래와 가수 소속사를 욕하는건
좀아닌거같아요.
성은 개방적인게 건강한사횐데
노래가 야하긴하지만 현아나 소속사가 잘못한건하나도없음 창작의자유고 표현의자유
그걸 듣고싶지않다면 안들으면 되는거 그런 음악을 트는 곳이잇다면 가서 꺼달라고하는게 맞겟죠. 아무편견없이보면 그냥 야한 컨셉의 노래 그게끝.
거기다대고 야하다 어떻다 xx같다 라고 비난한다면 그들을 두번 죽이는거고 또 이런 분위기와 비난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접하고 성에대해 더조심스럽고 폐쇄적으로 자라는계기를마련할수도잇겟네요 남녀칠세부동석할것도아닌데;; 조금만 넓게보면 지구의 다른곳에서는 아무렇지도않게 지나갈수잇는일이고 별일아닙니다. 자꾸왈가왈부하는게 이런이슈를더불러일으키고 더 왈가왈부하게되죠 그건 서양이나 다른나라고
지금의우리나라정서에는맞지않는다고 욕할거라면 우리는 언제쯤 개방적인 사회가될가요
언제쯤 국력이강해지고 언제쯤 경제가 그들처럼 발전할가요 갑자기 왠경제냐 국력이냐 할수도잇는데 같은얘깁니다. 외국의다른것은배우려하지않으면서 국력이나 경제력은 비슷해지려고한다는게 웃긴얘기죠
뭐든지개방적인사회가 그렇지않은사회보다 좀더발전이잇다고합니다. 그건 과거의 역사와 지금의역사를비교하면알겟죠 어느나라든 어느분야든

곰곰생각하는발 2014-09-04 12:03   좋아요 0 | URL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 뽕짝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시리즈

 

 

 

 

 

3화, 장미빛 스카프 : 세 시에 벨이 울리면......

 

 

 

 

 

 

 

 

내 노래방 18번은 장미빛 스카프'였다.  그러니깐 나는 노래방'에서 첫 곡으로 늘 이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 또한 mr. 방긋'에게서 배웠다. 겉보기에는 새련돼 보이는 여피족( 깍쟁이 )처럼 생긴 미스터 방긋'은 생긴 것과는 달리 모르는 트로트'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트롯 마니아'였던 아버지를 따라 부르다 보니 어느새 " 뽕필 " 을 터득했다. 미스터 방긋 아버지'가 말했다고 한다. " 더 이상, 너에게 가르칠 게 없구나. 뽕짝은 저잣거리 노래가 아니라 시대 정신'이니라. " 반면 히피족'처럼 생긴 미스터 우울 씨'( 나 ) 는 생긴 것과는 달리 고음불가'였다. 미스터 방긋에 내게 말했다. " 노래를 못하면 트로트를 배우도록 해 ! 사회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니깐 말이야, 친구.

 

몇몇 스킬만 터득하면 다양한 곡을 습득할 수 있어...... " 그날 이후로 나는 곰 쓸개을 먹고 바늘 방석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는 쓸개 저녁에는 바늘, 아침에는 쓸개 저녁에는 바늘, 아침에는 쓸개 저녁에는 바늘....... 어느 날, 미스터 방긋이 말했다. " 이보게, 미스터 우울  씨 ! 더 이상, 자네에게 가르칠 게 없네...... " 나는 그 길로 산을 내려와 서울역 굴다리 교차로 쌍쌍 노래방으로 향했다. 떨리는 손끝으로 번호를 입력하자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뽕 맞은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프게 ! 스승의 말이 생각났다. " 내가 왜 이럴까 / 오지 않을 사람을 / 어디선가 웃으면서 / 와 줄 것만 같은데 / 차라리 그 사람을 / 만나지 않았던들 / 이 고통 이 괴로움 / 나에겐 없을 걸...... "

 

노래가 끝나자 빵빠레와 함께 태진아 노래방 전속 여성 성우가 내게 외쳤다. " 와우 ! 어디서 쫌 놀아보셨군요 ? " 점수는 98점이었다. 주먹 불끈 쥐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 이후, 장미빛 스카프만 불렀다. 노래방에 가서 한 곡도 뽑지 않은 채 손사래만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어도 한 곡 정도는 영업 차원에서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생긴 것'은 모던 락'인데 알고보니 뽕짝이네, 라며 놀려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 장미빛 스카프로 다시 태어났다 ! 자신감이 붙자 다른 곡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노래방 삼각편대가 " 장미빛 스카프 - 줄리아 - 비내리는 고모령 " 이었다. 메이저리그 야구 구단 다저스에 커쇼 - 그레인키 - 류현진'이라는 특급 무기가 있다면, 내게는 장 - 줄 - 비'가 있었다.

 

회사 단합 대회가 있던 날, 흥청망청 취한 동료와 함께 룸살롱'을 찾았다. 회사 법인카드를 가진 김 팀장이 아가씨를 불렀다. 술 마시고 여자와 놀기 좋아해서 풍각쟁이'라고 불리는 직장 상사'였다. 나는 여성 파트너가 필요없다며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김 팀장은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내 파트너는 키가 크고 마른 아가씨였다. 여자는 잘 웃지 않았다. 동료들은 무대에 나가 파트너와 춤을 추면서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누가 큰 소리로 " 어이, 곰곰발 ! 노래 한 곡 해 !! " 라고 외쳤다. 나는 노래방 책을 펼쳐 <장미빛 스카프 > 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이 노래는 등록이 안 된 모양이었다. 내가 당황해서 이러저리 책을 넘기자 파트너가 속삭였다. " 무슨 노래 찾는데 그래요 ? "

 

내가 장미빛 스카프'라고 말하자, 파트너는 태진아 노래방 책을 펼치지도 않은 채 28번을 눌러 곡을 예약했다.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옛 애인이 이 노래를 좋아했어요. 노래방 가면 항상 처음 부르는 노래가 이 노래였죠. 그래서 이 노래 번호를 자연스럽게 외우게 되었네요. " 쓸쓸한 목소리였다. 나는 파트너에게 옛 남자와는 어떻게 되었는지 묻고 싶었으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묻지 못했다. 그녀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노래와 건배가 몇 순 돌고 나자 내 차례가 왔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뽕 맞은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프게 ! 스승의 말이 생각났다.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셋, 둘, 하나 ! " 내가 왜 이럴까 / 오지 않을 사람을....... " 내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취해서 각자 파트너와 뒹굴었으니까.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 내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내 파트너였다. 그녀는 테이블에 앉아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묻지 않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또한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리라. 룸살롱 파티는 새벽이 되어서야 끝났다. 김 팀장이 내게 다가와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 어이, 곰곰발 ! 자네 아주 고고해 ! 여자 끼고 술 마시는 게 역겹지 ? 남들 다 여자 끼고 노는데 혼자서 술 마시면 기분 좋나 ? " 내 파트너는 부르지 않았다 ?!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내내 키 크고 마른 여자와 함께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김 팀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김 팀장은 내 파트너를 부르지 않았다. 룸살롱 주인에게 물어보니, 주인은 어렵게 말을 했다.

 

" 손님들이 종종 3번 룸에서 유령을 보고는 한답니다. 키 크고 마른 아가씨 아니었습니까 ? 네, 네네. 그렇군요. 향숙이라는 아이였지요. 3년 전에 죽었습니다. 떠나간 남자를 그리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디다. 손님, 혹시 장미빛 스카프'라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나요 ? 아하, 그렇군요. 저희 룸 노래방 기기에는 그 노래가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노래를 부른 손님들이 향숙이를 보았다는 소리가 많아서 그 노래를 뺏거든요. "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주인에게 향숙이를 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그는 매우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 손님 ! 3일 후, 새벽 3시에 전화벨이 울릴 겁니다. 절대 그 전화를 받으시면 안 됩니다. 받는 순간....... "

 

 ■

 

핸드폰 벨 소리에 잠을 깼다. 탁상 시계를 보니 3시였다. 내가 왜 이럴까.... 오지 않을 사람을... 어디선가 웃으면서....  어두운 방 안에서 실로폰 연주를 바탕으로 한 장미빛 스카프'가 흘러나왔다. 올 것이 온 것이다. 우연히 거리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한동안 열심히 블로그를 하던, 속초에서 질질 짜던, 하지만 지금은 소식이 끓긴, 페루가 고향이라던 한 남자에 대해 !  그래, 나 장미빛 스카프 부르는 남자'다.  눈 감고,  제대로 느끼면서 부르는,  그런 남자다. 벨은 계속 울렸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 더 이상, 벨은 울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잠옷 바람으로 문을 열었다. 검은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 아따, 방에 있었구마 ! 전화 왜 안 받으슈 ? 알라딘에서 택배왔시유 ! 트로트 정치학 맞쥬 ? 여기 싸인 부탁혀유.  지금 시간이 오후 3시인디 아직까정 자고 있슈 ? 커텐 좀 젖히쇼. 으메, 팔자 좋네...... "

 

.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오늘날의 21세기 한국을 관통하는 음악 장르인 트로트의 미학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진지하게 고찰한다. 이 책은 '뽕짝'이라는 비하와 일본 엔카의 아류라는 폄하 속에서 오늘날의 트로트가 있기까지 트로트의 형성, 성숙, 지역화, 전통화의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살펴보았다.
저자는 지난 1980년대 '뽕짝논쟁'에서 정작 트로트 음악의 생산자와 수용자가 소외된 점을 지적한다. 당시 기성문화에 저항적이었던 젊은이들과, 민족주의적 지식인들의 비난으로 트로트 음악이 일제강점기가 남긴 부끄러움으로 매도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엔카의 아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미국의 록이나 한국의 트로트가 자연스럽게 장르로 자리 잡으며 통용된 데 비해, 일본의 엔카는 국가적 개입을 통해 만들어진 전통가요 장르라는 점이다. 한국 근대사와 맥을 같이한 트로트의 정치학이 담겨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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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8-1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세시 너무 일찍 깼거나 아직 잠들지 못한 시각. 무의미했던 그 시각이 곰발님 글을 접한후 특별해졌어요 만취해서 폰을 분실했는데 새로 바꾼 폰에 힘좀 줬더니 폰댓글도 편리하네요 한잔하며 읽는글도 한문장한문장 백미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22:17   좋아요 0 | URL
새벽 세 시'가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이더군요. 제 경험에 의하면 말입니다. 세 시가 가장 어두운 시간입니다. 폰에 힘을 주시다니..... 이젠 뭐 폰 하나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세상이니깐 말이죠.
한잔하시면서 글 읽는 것 좋죠. 가끔 부작용도 있어요. 열받는 글 보면 폭발하게 됩니다. 조심해야 해요..ㅎㅎ

엄동 2014-08-1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지같은 엘지는 오늘도 졌네요 폭망ㅠ
이차로 물회집왔어요 좋네요
일차도 차고넘쳤지만 그래도 좋아요


수정" 버튼을 누르니 줄바꾸기가 되네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22:55   좋아요 0 | URL
사실 전... 엘지에 대해 별로 미련은 없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4위 팀이 승률 4위가 되어서 가을 야구하는 거 원하지 않습니다. 엘지 뿐만 아니라 다른 4위넘보는 팀도 말이죠. 쪽팔리잖아요. 승율 반타작도 못하면서 무슨 가을 야구입니까. 올해는 그냥 1,2,3등만 가을 야구했으면 합니다.

2차로 물회'라... 정말 신의 한 수로군요. 여름엔 2차로 물회가 정말 좋거든요... 신의 한 수임....
 

 

 

 

 

 

 

 

 

" 뽕짝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 시리즈

 

 

 

 

 

2화,  줄리엣이 아니라 줄리아

 

 

 

 

잘생긴 친구'가 있었다. 웃을 때 양쪽 보조개'가 들어가는 친구였다. 치명적 매력은 또 있었다. 눈 밑에는 초승달형 실리콘을 넣은 듯한 애교살이 유난히 발달했는데 그 친구가 < 아 > 도 아니고 < 어 > 도 아닌 < 애 > 매모호한 눈웃음을 흘리면 또래 여자아이들은 물론이고 누나에서 이모마저 흥분하게 만들었다. 방긋 웃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식당을 가면 서비스 안주가 한가득이었다. 이 친구 덕이다. 나이트클럽에 가도 부킹이 잘됐다. 방긋 웃는 친구 얼굴 때문이다. 같이 우르르 물려다니던 우리들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 남자 새끼가 얼굴로 먹고 사나, 시바 ! " 우리가 이 친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말빨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말빨은 이성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는 데리다를 들먹이고, 나는 삼류 공포영화 감독 계보'를 들먹이니 좋아할 턱이 없는 것이다. 변두리 쌍쌍 나이트클럽에 드나드는 낭자에게 한다는 소리가 피가 낭자한 영화 얘기라니 ! 하지만 엉망이 된 분위기는 미스터 방긋이 " 방긋 ! " 웃으면 해결되었다. 그가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하얗고 고른 치아'는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선사했다. 데리다를 닮은 친구와 나는 그 친구 앞에서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다. 심판이 보지 않는다면 수아레스 핵이빨로 등짝을 물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는 화풀이를 미스터 방긋'에게 쏟아내며 조롱하고는 했다. 사내새끼가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봐야 한다, 앎에 대한 열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등등. 하지만 미스터 방긋은 이런 잔소리에도 여전히 방긋 ! " 야, 넌 왜 맨날 방긋 웃냐. 눈웃음 살살 치지 말라고 ! 이 세상 모든 예술 작품 속에 방긋 웃는 표정은 없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방긋 웃더냐 ? 예수가 방긋 웃으면 간지는 거기서 끝이야. 사내라면 자고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이마에 川 자를 그려야 한다. 네가 화류계 기생이냐 ? 모든 이에게 웃음을 팔게 ? " 내 말에 친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방긋 ! 사실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얼굴만이 아니었다. 착했다.

 

의리도 강했다. 더군다나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돈도 잘 썼다. 자크 데리다'를 이야기했던 놈은 자기가 돈을 쓸 때는 생색 내기를 좋아했다. 성질도 고약했고, 그리 좋은 친구는 아니었다.  반면 이 친구는 술자리에서 먼저 자리를 떠나더라도 미리 술값을 계산하고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미스터 방긋'에게서 배운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화를 하는 기술이었다. 대화란 강의'가 아니었다. 나는 친구에게서 한쪽에서 따발총처럼 쏟아내는 것이 좋은 입담은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   미스터 방긋'은 우리랑 대화를 하거나 여자와 대화를 할 때 말보다는 추임새를 적재적소에 잘 넣었다.  " 그렇죠 ? 아, 아아 맞다. 맞아 !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하, 그래서 그런가 보다. 우와, 공감 백 개 ! "

 

그는 여자가 무슨 말을 하면 대부분 그 말에 맞짱구를 치며 즐겁게 대화 속으로 스며들었다. 반면 데리다와 나는 일방통행로였다. 누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인상을 썼다. 사실 상대방이 끼어들 공간도 없었다. 듣보잡에 가까운 로이드 카우프만 영화나 웨스 크레이븐 초기 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깐 말이다. 아마도 상대방은 내 불알을 걷어차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미스터 방긋을 통해서 배운 것은 말을 잘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자세'가 이성으로부터 호감을 얻을 기회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이성뿐만 아니라 모든 대화의 기본 자세였다. 지루하거나 틀리더라도 말을 가로채서 말꼬리를 자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있다는 자세'다.

 

그 이후, 나는 대화를 나눌 때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차례가 오면 말을 하지만 길게 하지는 않는 쪽을 택했다. 미스터 방긋에게서 배운 두 번째는 바로 이용복 노래 < 줄리아 > 였다. 어느 날 이 친구는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10월에 핀 코스모스처럼 흐드러지게 불렀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물어보니 자기 아버지가 운전할 때 늘 듣던 노래라는 것이다. 이용복 핫 골든 베스트 테이프' 속에 이 노래가 있어서 아버지 차를 탈 때마다 듣는다고 말했다. 나는 이 노래를 듣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친구들에게는 라디오헤드나 모비 혹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말은 했으나 사실은 뽕짝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미스터 방긋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뽕 맞은 표정으로 열창했다. 조인성이 영화에서 땡벌을 불러도 멋있듯이 이 친구 또한 아름다웠다. 나는 이 노래 도입부를 좋아했다. 자꾸 부르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 백 번 넘게 부르다 보니 지독한 음치인 나도 어느 정도 잘 부른다는 소릴 듣게 되었다. 다 이 친구 덕이었다. 이 친구는 모든 걸 잘했던 친구였다. 노래도 수준급이었고, 얼굴도 잘생겼으며, 모든 여성으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아서 도대체 몇 명의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착한 품성을 지녔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인간형이었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미스터 방긋을 " 무조건 " 좋아했다. 더군다나 이 친구 생애주기 가계도는 평균 90세를 자랑했다.

 

수명이 짧은 내 집안 생애주기 가계도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 데리다와 ) 나는 이 친구를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내 우울한 얼굴에 심한 열등감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는 미스터 방긋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보고 나서야 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린 그 친구가 김태희 급 외모를 가진 여성과 결혼할 줄 알았다. 여자에게 워낙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장에서 본 신부 모습은 내가 결혼식장에서 보아온 수많은 신부 중에서 가장 못생긴 외모였다. 아, 기분 좋았다 ! 미녀와 야수가 아니라 미남과 추녀였다. 세상은 공평하구나 ! 내 열등감은 비로소 사라졌다 -

 

라고 말할 줄 알았나 ? 아니다. 처음엔 나도 그런 줄 알았다. 내 친구는 정말 착한 놈이어서 외모를 중시하기보다는 예쁜 마음씨를 본 것이구나,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신부 집안은 그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자였고, 신부는 외동딸이었다. 신부 측 부모는 작은 주유소를 몇 개 운영한다고.  자크 데리다와 나는 똥 씹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뒷풀이 장소는 예식장 근처 단란주점을 빌렸다. 미스터 방긋은 무대에 올라 줄리아'를 열창했다. 와와 !  다음 차례는 나였다. 나는 두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우 !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졌다. 예상했던 반응이어서 당황하지는 않았다. 내가 부른 노래는 라디오헤드의 " creep " 이었다. 

 

걱정하지 않는다. 미스터 방긋이 있으니깐. 그가 남진처럼 환한 웃음을 짓자 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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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외국어는 발음이 아니라 내용이다. 맞는 말이죠. 근데, 어디 들어 줄 만한 내용을 갖춘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발음이라도 좋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마찬가지죠. 말빨로 여자 꼬시기 힘들죠. 근데, 잘 들어주기?? 나한테 말할고 싶은 욕구를 가진 여성이 있어야 말이죠. 나? 얼마든지 들어 줄 준비 되어 있죠. 적어도 여자 말이라면, 근데 못생긴 여자도 나한텐 별 말 안합디다.

결론? 그러니 님께서 말빨이라도 키우려 하신 건 잘~ 한 행동였단 얘기죠. 최선이란 얘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4:59   좋아요 0 | URL
비유가 아주 뛰어나십니다. 발음이 아니라 내용인데,
실제로는 내용보다는 발음이라는 말씀이죠 ?
말빨도 성격이 긍정적이어야 통하는 기술인데,
전 성적 자체가 우울해서 이것도 실력이 안 늘더군요...

마립간 2014-08-1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지 알려주지 않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의 영어 연설, 대화를 들려줄 때 ; 우리나라 사람이 평가하면 발음을 듣고 영어를 못한다고 하고, 영어권 사람들은 문장을 보고 영어를 잘 한다고 판단한다고 합니다. - 영어 실력이 안 되어 발음으로 판단하는 우리나라 사람을 탓하기도 뭐하고...

곰곰발님의 지인은 이성과의 대화에서 데리다를 언급하시는군요. 저는 '제논의 역설'이나 '소피 제르맹'의 에피소드를 언급하는데,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도 없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5: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데리다보다는 차라리 제논의 역설이 그나마 대중적이기는 합니다..
제 취향은 좀 마이너'적이어서 취향공유가 참 힘듭니다.
그렇다고 태극기 휘날리며 말하기 시작하면 뒷골이 아프기 시작하고.....

엄동 2014-08-1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 방긋 ㅋㅋ
맞아요 대화를 주도하는 건
언변의 마술이 아니라 경청과 적절한 리액션이죠

때때로
내뱉는 입과 사고하는 머리의 속도가 달라서
버벅대곤 했었는데.. 돌이켜보니 쑥쓰럽군요ㅎㅎ

저 일주일 휴가받아 알뜰하게 놀고 왔습니다.
단비같은 글들 보니, (얼마나 됐다고) 방갑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5:45   좋아요 0 | URL
이거 언젠가 네이버에 썼던 글입니다. 요즘 그냥 긁어다가 붙이는 일만 하고 있습니다.
책도 안 읽히고......
가끔 그런 소외감 있잖아요. 신나게 애기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그새 아이폰 화면 들여다보고 있을 때
민망함...ㅎㅎㅎㅎ.

휴가 다녀오셔서 그동안 뜸했군요. 먼곳으로 다녀오셨나 봅니다그려....

노이에자이트 2014-08-1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복 씨 노래는 번안곡도 많고 빠다 냄새가 좀 나서 그 당시 젊은이들이 좋아했죠.그런데 줄리아는 그 후렴 "줄리아 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뽑는 대목이 굉장히 어려운데...그걸 잘 불렀다니 웃음 미남의 가창력이 상당했나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3 17:33   좋아요 0 | URL
전 이용복 씨 선그라스 끼고 나오길래 선그라스를 참 좋아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시각장애를가지고 계셨더군요. 몰랐습니다. 글구보면 옛날에는 다 번안곡이었나 봅니다.

수다맨 2014-08-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복이 푸에트리코의 맹인 가수 호세 펠리치아노를 무척 흠모했지요. 아무래도 동병상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용복이 호세 펠리치아노의 노래를 다수 번안했는데 그 중에서 케세라ㅡ이 노래는 송창식하고 조용필도 자기 나름대로 번안해서 불렀지요ㅡ란 노래가 제가 느끼기에 일품인 것 같습니다.
이용복씨 노래가 따라부르기 의외로 어려운데 목청이 좋으신 친구분이 있었군요. 새삼 부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14 16:55   좋아요 0 | URL
d 아니... 수다맨 님이 어떻게 이용복을...... ㅎㅎ
옛날 노래 보면 다 번안곡이 많더군요. 저작권료는 지불했나 모르겠군요. 당연히 지불하지 않았겠지만....
케세라'라는 노래를 검색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