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바로 이 맛'이야!

 

 

 

 

 

대한민국은 " 열풍 " 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다.  눈만 떴다 하면  진원지를 알 수 없는 " 열풍 " 이 분다. < 태풍 >은 적도에서 물 먹은 구름이 극지방 방향으로 올라오면서 먹었던 물을 죄다 토해 내는 " 숙취로 인한 구름의 구토 현상 " 으로 이해하면 간단하게 해결되지만,  < 열풍 > 은 딱히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기 힘들다.  실체가 없으니 신드롬 분석이라는 게 사실은 뜬구름 잡는 꼴'이다.  한때 좌파 지식인에 속했던 아무개는 당시 2002년 붉은 악마 광장 응원 열풍을 분석하면서 " 전통 마당놀이의 확대 버전 " 이라고 진단한 후 " 군사정권이 만든 밀실 문화에 대한 혐오와 반항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터져나온 현상 " 이라고 말한 적 있었는데 자신이 10년 전에 했던 말은 깡그리 잊은 듯하다.

 

요즘 그는 " 민중이 촛불 들고 광장으로 모이는 현상을 불순한 세력이 개입한 결과 " 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10년 후에 종복 좌파의 개입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렇듯 신드롬 분석은 이현령비현령이요, 어울렁더울렁'이며, 거시기가 거시기'고, 도긴개긴이다. 워터 홀릭인 태풍 씨 얘기가 나왔으니 본문과는 상관없이 잠시 고주망태 태풍 씨에 대해 짧게 언급하기로 하자.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다음과 같은 기상천외한 질문을 던졌다. " 대한민국은 왜 태풍 씨만 오냐 ? 자주 보니 질린다. 호호.  난 요즘 거친 허리케인 씨 멋지드라. 호호 마초 몸뚱이 밑에 뭉가져서 숨을 헐떡이며 신음소리 내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네.  허리케인 씨 내한 공연 오면 꼭 보러갈 거야 ! "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도 동조했다. " 맞아 ! 허리케인 씨 너무 멋있는 거 같드라. 사이클론 씨도 보고 싶지 않니 ? 태풍을 한국말로 하면  대풍大風이잖아.  대풍이 뭐야, 대풍이 ! 촌스럽게 양촌리 김회장 댁 둘째 아들 이름 같잖아. 사이클론, 이름도 얼마나 21세기적이야. 호호. 사이클론 씨'라면 치매 노인이 자신이 싼 똥을 뭉가듯이 그 몸뚱이 밑에 뭉가져서 붕가붕가 하며 싸지르고 싶다, 증말....... " 두 아낙네가 은밀하게 토해내는 섹스 판타지를 옆에서 듣고 있지나 어이가 없는 거라.  내가 말했다. " 향숙 씨 ! 허리케인은 결코 내한 공연 따위는 하지 않아. 만약에 허리케인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그것은 미국行 비행기가 궤도를 이탈해서 대한민국 인천 공항에 비상 착륙할 때나 가능한 시츄에이션이야. "

 

 


 열대성 저기압은 발생해역에 따라 명칭이 다른데 △북서태평양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하는 것을 태풍(Typhoon) △ 북대서양, 카리브해, 멕시코만, 북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하는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 인도양, 아라비아해, 뱅골만 등에서 생기는 것은 사이클론(Cyclone) △ 호주부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윌리윌리(Willy-Willy)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태풍 [Typhoon]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열풍도 다양한 분야에서 제각각 분다.  동의보감에서 우려낸 건강 식품 열풍은 계절마다 등장한다. 봄에는 가시오가피'가 만병을 다스리는 불로초로 둔갑했다가 가을에 되면 오시오가피'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대부분은 질병 공포증과 건강 염려증을 이용한 상업적 계산이 깔린 수작이다. 다음해에는 자시오가피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가시오'와 오시오 따위가 아무리 몸에 좋다 한들, 과하면 독이 되는 게 음식'이다. 동의보감 문헌이 상업적으로 악용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티븨에 나와 동의보감 한 구절 인용하고 나서 출연료 받아 챙기는 꼴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땅에는 " 불로소득 " 이라는 독초는 무성하게 자라지만 " 불로초 " 는 없,                 어요.

 

심장에 좋은 약초는 간에 나쁠 수도 있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열풍따라 건강 식품 챙겨 드시지 마시고 그냥 골고루 드시오, 그리고 잠을 푹 자시오 ! 특정 다이어트 열풍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은 토마토만 졸라 먹더니, 또 어느 해는 바나나만 졸라 먹는다. < 네가 하면 나도 한다 - 주의 > 는 나중에는 < 나도 하니 너도 해라 - 주의 > 가 된다. < I HAVE > 가 < YOU MUST > 가 된다. 자발성이 결국에는 강제성으로 변질되는 경우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고 결국에는 이상 열기를 낳는다. 좋은 예가 " 노스페이스 신드롬 " 이다. 반면 사람에 대한 열풍도 흔하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주연배우는 CF대박을 터뜨리게 되는데,

 

종종 배우들이 CF를 따기 위해 드라마를 열심히 찍는 것은 아닌가, 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화폐 가치를 놓고 봤을 때, 다른 나라에 비해 대한민국 특정 연애인에게 지급하는 광고료가 지나치게 비싼 이유는 소비자가 광고에 나온 제품 자체에 대한 우수성'보다는 그 광고를 찍은 배우에 대한 호감 때문에 제품을 " 묻지마 "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열풍에 쉽게 동조하는 것은 출판업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인기가 있다 싶으면 출판사에서 기획 상품으로 발 빠르게 내놓는 것이 바로 " 리더십 " 이다. 히딩크 열풍은 히딩크 리더십을 낳고, 이순신 열풍은 이순신 리더십을 낳는다. 한때는 박칼린 리더십이 인기를 끈 적도 있다. 티븨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합창단 지휘 몇 번 했다고 박칼린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 

 

한국인은 겉으로는 공평과 공정한 잣대를 절실히 요구하지만 한편으로는 특권과 특혜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황상민 교수가 제기한 김연아 특혜 논란에 대해 대중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경우가 좋은 예이다. 입으로는 공정 사회를 외치면서 마음 속으로는 특권인에 대한 특별 대우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왜 ? 김연아이니까 ! 스포츠 서사를 애국 서사로 이해할 때 발생하게 되는 흔한 예'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김연아, 박세리, 류현진 같은 선수는 애국심 때문에 열심히 뛰는 게 아니라 자신이 누릴 부와 명예를 위해 열심히 뛸 뿐이다. 이 열풍은 훅 들어왔다 훅 나간다. 열풍은 주로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옛것에 대한 견고한 지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 무드셀라 증후군 " 를 밑바탕으로 한 레트로 열풍'이 좋은 예이다. 무드셀라 증후군 :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고 하며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고 하는 증후군. 무드셀라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과거를 회상할 땐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현대 대중 음악을 폄하하면서 옛날 가수는 노래 실력이 뛰어났지만 요즘 아이돌 가수는 노래 실력이 형편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요즘 가수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연습생 생활을 거쳐 무대 위에 오른다. 오히려 옛날 가수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배운 측면이 있다. 현대 대중 가요의 문제점은 형편없는 노래 실력이 아니라 예술적 즉흥성이 배제된 지나친 계산에 있다. 

 

그런가 하면 < 맛 > 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무조건 과거에 고착되어 있다. 맛집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영혼 없이 내뱉는 멘트가 " 옛날 어머니 솜씨 " 다. 맛에 있어서 만큼은 옛날에 먹던 맛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당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 음식 맛을 맛본다면 ?!  아마도 당신은 A+++ 등급을 받은, 마블링이 기똥찬 한우만 먹다가 (30년 전으로 돌아가서) 평생 밭만 갈다가 늙어서 죽은 일소  :  주로 일을 시키기 위해여 기르는 소. 힘이 세고 발이 넓다. 옛날에는 소가 귀해서 일하다가 주로 늙은 소를 잡았다고 한다. 평생 풀을 먹고 일만 하다 죽었으니 비계가 섞일 리 없다. 당시 소고기는 질겼다고 한다.    의 고기를 씹으면서 질기다고 투덜댈지도 모른다. 30년 전 음식이 더 맛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그 옛날, 당신 혓바닥에 침을 고이게 만든 힘은 < 환상적인 음식 - 맛 > 이 아니라 < 제대로 먹지 못한 - 결핍 > 에 있었다고 진단하는 게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글을 매조지하기로 하자. 내가 주문을 외면 당신은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 과거로 돌아간다. 셋, 둘, 하나... 레드썬 ! 옛날에 살던 집이 보인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부엌과 연결된, 열린 쪽문 너머로 30년은 젊어진 엄마가 막내를 등에 업고 저녁을 차리느라 분주하다. 엄마....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 엄마는 당신을 보더니 말한다. " 썩을 년아, 뭘 그리 멀뚱멀뚱 본다냐. 엄니 콧잔등에 이슬 맺히는 거 안 보이냐. 바빠 죽것다.  얼릉 밥상 안 차린다냐. " 그 말에 생긋. 밥상이 차려지고, 젊은 시절의 엄마가 만든 김찌찌개 맛을 본다.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래, 이 맛이다 !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때 30년은 젊어진 엄마가 말한다. " 맛나제 ? 허벌나게 귀여운 내 새끼들, 어여 많이 먹고 쑥처럼 쑥쑥 크랑께. 세상 좋아졌어야.  마법의 가루인가 뭔가가 요로코롬 나와뿌려서 국물 맛이 끝내줘야. 맹물에 미원 뿌리면 맛이 기가 막히제... " 엄마의 뒤통수에 정신이 번쩍 든 당신은 곰곰 생각해 보니 어제 자취방에서 요리한 김치찌개와 같은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30년 전 당신이 맛 본 김치찌개 맛은 미원 맛이었다. 1956년. 미원이 출시된 이후 이 제품은 줄곧 사랑을 받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옛날 엄마 음식 솜씨는....... 

 

 

 

 

 

 

+

옛날이나 지금이나 엄마 음식 솜씨 비결은.....  도저히 결론을 못 내리겠다. 미완성으로 글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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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ㄹ 2014-08-2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옛날 엄마 음식 솜씨는 세균 맛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0: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뉘신진 모르겠으나 저보다 한 단계 더 강력하신 분이로군요....

마립간 2014-08-26 11:40   좋아요 0 | URL
엄마의 솜씨가 세균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 ;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꽤 지명도가 있는 속설입니다. 사람의 몸에는 병균이 아닌 세균(normal flora)이 존재하고 맨손으로 음식을 만들면서 세균이 음식 속으로 들어가고 그리고 그 세균이 발효를 일으켜서 손맛(그 집안의 맛)을 낸다는 해석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2:07   좋아요 0 | URL
하긴... 옛날에는 김치맛이 모두 집집마다 달랐잖아요. 요즘은 거의 하나로 통일된 듯한데
옛날에는 집집마다 고유의 김치 맛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일견 손맛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일리있는 속설입니다.

클레랑보 2014-08-2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이버 블로그 좀 하시면 안됩니까 ? 그 맛이 그립군요

나도 하니 너도 해라 주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니체가 진단한 '습관의 도덕'이 절대적 규준으로 작용해서 하향평준화를 조성했다면,
바로 저 I have - You must가 품고 있는건 나를 (내가 동의하고 따르기로 한 것) 규준으로 타자가 평준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북한이 미얀마 같은 국가 체제에서 서로를 감시하고 언제든 고발하고 지탄할 수 있는 이웃 스파이 제도를 연상시키죠. 서로 취향을 감시하고 대세에서 거스르면 ' 넌 왜 페이스북 안해 ? 다 하는데 ( 나도 하는데 ) " 이런 저능아같은 말을 하면서도 그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사고인지 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아주 깊게 베어든 퇴폐 같습니다.
정신적 주체성과 다양한 가능성의 문화를 낙후시키는 퇴폐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0:44   좋아요 0 | URL
네이버를 다시 열라는 청원이 엄청나군요 ! 어마어마한 요구에 심적 압박을 느끼고 있어서
그 옛날 안철수가 민중의 요구에 떠밀려 정치권에 발을 들인 심정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조만간 네이버를 재오픈하다록 하겠습니다. 클레어 부인 !

이상하게 클레어 문체는 딱 보면 알겠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어째 잘 지내고 계십니까 ?
하여튼 이젠 뭔가 하나 안하면 이상한 놈 취급 받기 일쑤죠. 톡 안 하면 톡 왜 안 해 ? 대뜸 그르거든요...
참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음.... 서로 취향을 감시한다고 해서 하는 말인데 한병철의 투명 사회가 같은 말을 하더군요.


참.. 클레어 ! 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 보신 적 있수 ? 가끔 보러가시구랴. 내 소원이 미국 살면 아주 주말마다 야구장에서 사는 것이외다. 글구 보니 샌프 야구장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이 안 나네... 개인적으로 야구장 건물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클레어 님 장기인 복제 기술( 사진 기술 ) 로 샌프 야구장 전경 한 번 보여주십시요..

세이지& 2014-08-2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미료 문화..소스 문화..

본질을 왜곡시키는 미각 길들이기..

물론..가끔은 그 자극적인 중독도

체험해볼 만 합니다만..

자신도 모르게 일단 길들여지고 나면

노예가 되기 일쑤이죠..

노예가 된 이들이

멀쩡한 자유인을

되려 바보취급하기도 하구요..

문제는..그 중독에 빠져들기는 쉬워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조미료를 멀리 하시기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4:05   좋아요 0 | URL
세이지 님 오랜만입니다. 하긴 조미료도 문제이긴 하나 양념장도 문제이긴 합니다.
한국 음식은 죄다 맛이 똑같아요. 거의 같은 양념장을 쓰니깐 말이죠.
쭈꾸미 볶음 맛이나 낙지 볶음 맛이나 모두 양념장 맛.....
음식 특유의맛이 나지 않잖아요.
조미료 문화 만큼이나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게 양념장 맛입니다.

하여튼 길들여진다는 건 무서운 거라 생각합니다.
조미료 멀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가끔 조미료 친 음식 맛이 그립긴 하더라고요...

ㅎㅎ.

만화애니비평 2014-08-2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D의 아스카짜응으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4:11   좋아요 0 | URL
아스카짜응이란 무슨 신조어입니까?
만애비 님 글은 너무 오따꾸적입니다.

수다맨 2014-08-26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그 열풍이 잦아든 건 아니지만 얼마 전만 해도 '착한 맛집'이 크게 유행했던 게 생각납니다. 조미료 안 쓰고, 신선한 재료 엄선해서 사용하고, 미식가들 와서 브라보 외쳐주면 '착한 식당'으로 선정해주었죠.
그런데 막상 '착한 식당' 가본 상당소 일반인들은 밍밍하고 감칠맛 없어 못 먹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죠. 사실 이제는 맛이라는 게, 어느 정도는 일률화가 된 것 같아요. 단순히 조미료 쓰고 안 쓰고를 이제는 호오의 관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4:08   좋아요 0 | URL
저희 집이 조미료 안 쓰잖아요. 지금도 집에 미원, 다시다 이런 거 없습니다.
조미료 안 치면 일단 맛이 좀 쓰고 텁텁하죠...
쓴 맛이 납니다. 사람들은 요 맛을 잘 견디지 못하죠.
전 늘 먹던 맛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조미료에 익숙한 사람들은 쉽게 적응하기 힘듭니다.
어머니는 조미료 안 치는 게 정말 건강식이라고 말씀은 하시는데
워낙 맛이 없으니...ㅎㅎㅎㅎㅎㅎ 집에서 밥을 잘 안 먹습니다.

풀무 2014-08-2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곰곰발님 글이랑 윗분들 덧글 읽으니까 얼마전 라디오스타,에서 그 누구더라.. 일본 출신 여자 연예인이
무슨 맛집 기행 틔비 프로에서 솔직하게 맛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가 짤렸다는 에피소드 생각납니다.
그게 웃을 일 아닌데 어찌나 웃기던지.. ;;

아, 검색으로 찾아냈다요. 그 연예인이 사유리,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8:57   좋아요 0 | URL
옛날에 맛집 탐방 방송에서 속초 맛집 7을 뽑더군요.
그거 보고 정말 어이없었습니다. 아마 속초 시민 모두 어이없었을 것입니다.
베스트 7 안에 정말 속초 사람들이 생각하는 집은 딱 하나 있더군요.
그 방송 보고 이거 완전 광고로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 나온 한 집은 항상 파리만 날리는 집으로 유명한데
어느 순간 맛집이 되어 있더라고요...ㅎㅎㅎㅎ
방송에서 말하는 맛집 가운데 이렇게 광고비 내고 하는 데가 많습니다.

마태우스 2014-08-2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베스트 글을 뽑아내는 님께 존경을 표하면서... 한가지 여쭤볼 게 있어요. 황상민이 김연아가 출석미달로 졸업자격이 없다고 했던가요? 제가 기억하기엔 교생을 엉터리로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제가 잘 모르고 드린 말씀일 수도 있으니 한번 찾아볼게요. 글구 저도 집사람하고 CF 들어오면 좋겠다, 이딴 말을 한 적이 있답니다 딱 한번, 변기세정제 CF가 들어온 적이 있긴 합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7 12:10   좋아요 0 | URL
앗 그렇습니까 ? 바로 고치겠습니다.... 제가 막 쓰는 스타일이어서...ㅎ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ㅋㅋㅋㅋㅋㅋ
변기세정제. 괜츈은 광고인데요.
뭐 술 광고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잡지 그러셨어요..ㅎㅎㅎㅎㅎ
 

 

 

 

남근기 고착 사회 

 

 

 

 

신드롬 Syndrome 이란 단어는 원래 사회학 용어가 아니라 의학 용어'다. 공통된 일련의 병적 징후를 총괄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 신드롬 " 이다. 신드롬을 다른 식으로 말하면 증후군인데,  " 증상으로서는 일괄할 수 있으나 어떤 특정한 병명을 붙이기에는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은 것을 " 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약 49,039,986명 실시간 인구 통계 수치'다 가운데 15,454,532명 2014-08-21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이 보았고, 이 기록은 진행 중이어서 제작사에서는 내심 18,000,000명'까지 욕심내는 << 명량 신드롬 >> 도 고지식하게 사전적 의미로 풀면 일련의 병적 중후'라 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관람 연령이 15세 미만이어서 영화를 볼 수 없는 미성년, 명량 개봉 시기에 도저히 휴가를 나올 수 없는 군인 및 문화 불모지에 사는 사람.

 

그리고 해외에 거주 혹은 체류 중인 인구를 빼면 " 문화 시설이 열악한 낙도 지역 사람을 제외한,  군인이나 재소자 신분이 아니면서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15세 이상 한국인 " 이라면 둘 중 하나는, 닝기미...... 명량을 보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너도 봤냐 나도 봤다 - 열풍을 분석하는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다양성 차원에서 보자면 훅 들어왔다 훅 나가는 쏠림 현상은 바람직한 문화 현상은 아니다. 대한민국만큼 " 신드롬 " 과 " 영웅 " 이 많은 나라도 없다. 한때 얼짱 신드롬'이 불더니 몸짱 신드롬, 동안 신드롬, 심지어는 황우석 신드롬과 임재범 신드롬이 휘몰아치기도 했다.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 바로, 여러분 ! 와와, 와와, 와와. 하지만 이러한 신드롬은 신드롬 같지 않은 신드롬이다.

 

반짝 인기'에 기댄 가짜 신드롬일 뿐이다. 진짜 신드롬은 " 세월호 신드롬 " 이다. 일상에서 실컷 웃다가도 세월호'라는 세월 앞에서 웃는다는 게 비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웃다가 울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러다가는 똥구멍에 털 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웃는 것도 눈치 보며 웃어야 한다는 사실에 화딱지가 난다. 요즘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이벤트'가 인기'다. 몇몇 정치인도 물벼락 쇼'에 동참했다. 루게릭병을 알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세월호 정국 앞에서 물벼락 쇼를 하며 낄낄거리는 무성이의 무성의한 양심을 보니 욕만 나온다. 똥구멍에 털이 무성하게 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 겉 > 으로는 삐까뻔쩍 " 몸집 " 을 키웠으나 < 속 > 은 텅 빈 " 빈집 " 이다. 신드롬이라는 의학적 용어로 이 글을 시작했으니 큰 몸집에 허약한 빈집 현상을 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대한민국은 남근기 고착에 빠진 사회 같다.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은 남근기(3세~6세)에 머문 상태가 한국 사회가 아닐까 ? 좋다, 지나치게 박하다 싶어 최대한 양보한다 해도 생식기(사춘기) 고착 사회를 벗어나지 못한다. 남근기 고착이니 생식기 고착이니 해서 무슨 말인가 쉽게 다가오지 않지만 알고 보면 일상에서 쉽게 하는 말이다. 덜떨어진 놈, 철딱서니없는 놈, 너는 다 큰 애가 하는 짓은, 쯔쯔쯔 !  라는 소리를 듣는 놈이 바로 남근기 고착이요, 생식기 고착에 해당된다.

 

남근 우월주의를 벗어나 이제는 남근을 보여주려고 별짓을 다하다가 발각된 지도층 사회 인사'도 있지 않은가.  발발리' 잡는 검사는 알고 보니 바바리'였다니. 그는 남근기와 생식기 사이에 놓인 미성년'이었다. 어디 그만 미성년이랴 ! 대한민국 전체가 미성숙한 사회'다. 뭐, 사실 남근기 고착 사회니 생식기 고착 사회 따위로 교양 있게 표현했지만 저잣거리 입말로 직역하자면 좆같은 사회'라는 말이다. 변명은 하지 않으련다. 좆같은 사회에 살고 있으니 나 또한 좆같은 놈이다.

 

 

 

 


드메 신드롬- 영화 <사랑니> <화엄경> <아름다운 청춘>은 모두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을 다룬 영화들. 드메신드롬은 나이차이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는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을 이르는 말로, 전문가들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혼기를 놓친 전문직 여성들이 어린남성을 찾고, 남성들은 편안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여성을 찾는 데서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초 증후군(macho syndrome)- 마초(macho)는 에스파냐어(語)로 남자를 뜻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성적 매력이 물씬 풍기는 남성을 의미하는데, 마초증후군은 이러한 남성적 기질을 지나치게 강조해 남자로 태어난 것이 마치 여자를 지배하기 위한 특권이라도 되는 듯이 행동하는 일련의 증상 또는 그러한 행태를 가리킨다.

바나나 신드롬- ‘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 라는 영어 구절의 각 단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어디에든 아무 것도 짓지 마라’는 이기주의적 의미로, 각종 환경오염 시설들을 자기가 사는 지역권 내에는 절대 설치하지 못한다는 지역 이기주의의 한 현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가차원의 원자력발전소, 핵폐기물 처리장, 광역쓰레기장 등의 설치가 주민들의 반대와 부딪쳐 여러 차례 난항을 겪었던 사실.

리마 신드롬- 인질범들이 인질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감정이입상태에까지 이르는 현상. 1996년 12월 페루반군들이 일본대사관을 점거하고 4백명을 억류하면서 시작된 인질극에서 이 말이 만들어졌다.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 리마신드롬과 반대되는 의미로,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오히려 자신들을 볼모로 잡은 범인들에게 호감과 지지를 나타내는 심리현상이다.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은행 무장강도 인질사건에서 유래됐다.

피터팬 증후군- 육체적으로는 성숙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로 남기 바라는 심리로, 1983년 미국 심리학자 댄 카일러 박사가 ‘피터팬 신드롬’ 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졸업기피증이 대표적인 피터팬증후군의 예. 요즘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자신감 부족, 무책임, 무기력증 같은 양상을 설명하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제트래그 신드롬(jet lag syndrome)- 시차로 인해 일시적으로 신체리듬에 이상이 생기는 상태. 주된 증상은 피로, 집중력, 판단력 저하, 수면 장애, 위장 장애, 두통, 불안 등이다. 이것은 본래의 신체리듬과 현지의 생활리듬이 맞지 않아 생기는 것인데, 대체로 젊은 사람이 시차 적응에 강하다. 파랑새 증후군- 정신적 성장이 정지해버린 청소년에게서 보이는 현상으로, 어머니의 과잉 보호를 받고 자란 경우에 많이 나타난다.

슈퍼우먼 증후군(superwoman syndrome)- 엘리트를 지향하는 여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레스성 증후군으로, 모든 면에서 너무 완벽해지려고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지쳐버리는 현상으로, 눈 질환, 두통, 불안감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노동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휴업급여, 장해보상 등을 받을 수 있는 업무상 재해에 이 슈퍼우먼증후군을 추가하고 있다.

피학대아 증후군(battered child syndrome)- 부모들이 3세 이하 특히 1세 이하의 유아를 무분별하게 때리거나 학대하는 것으로, 학대를 가하는 부모들은 정서적으로 미숙한 히스테리 성격자, 성적 불감증(frigidity), 공격성 성격자, 알코올중독자, 망상형의 정신분열증 환자 등이 대부분이다. 이때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정신발달장애증, 반항적 성격, 고집이 센 항문기적 고착증 등의 특징을 나타낸다.

연소 증후군(burnout syndrome)-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후군.

코르사코프 증후군(Korsakov's syndrome)- 기억력의 장애, 시간적 ·공간적인 짐작이 곤란한 짐작의식의 장애, 건망 ·작어증(作語症) 등의 여러 증세를 나타내는 증후군.

 

글 출처 : 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메디컬투데이(www.mdtoday.co.kr) 이윤원 기자 [mybint@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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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4-08-24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식강의 잘 들었습니다^^. 예전에 뭔 시험 준비할 때 공부했던 상식 한 귀퉁이네요. 전 어른되지 않을거야.를 입말로 달고다니는 피터팬증후군입니다. 그래서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늘 폐를 끼치죠. 빈대인생. 온국민이 한자리에 다 모여서 세월호 특별법 만들자고 외쳤으면 좋겠습니다. 2002 월드컵 때 온거리를 가득 메운 그 열기를, 진짜로 시급하고 중요한 일에 쏟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4 11:49   좋아요 0 | URL
빈대'라는 낱말을 들으니 갑자기 생각나는 녀석이 있네요. 그 녀석은 점심시간 때 사람들이 주문하면 왜 버튼 하나 누르면 리다이얼되는 기능 있잖습니까. 전화해서 공기밥 하나 추가요 ! 만 외쳤던...
뭐 한식 같은 경우는 공기밥 하나 있으면 밥 먹잖습니까.... 그 친구 생각나네요..

풀무 2014-08-24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물.. 나중에 명분보단 실리를 취하자는 입장 측 의견을 듣고 그 또한 전혀 틀린 얘긴 아니란 생각이 들긴 했으나.. 사실 저도 감정적으로 거부감, 황당함이 우선 고개를 쳐드는 걸 어쩔 수 없더군요. 그나저나 이런 이벤트(?)를 저한테 떠넘기듯 권하다니.. 곰발님 납쁜살람.. -_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4 11: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술 먹고 쓴 글이라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이런 건 겨울에 해야지 제맛이지, 무슨 한여름이 물벼락쑈입니까... 서쪽선 님은 겨울로 미루십시요..

풀무 2014-08-24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오늘 프로필 대문 사진.. 저 합성사진은 진짜 처음 보는 듯. 딱 좋은데 저걸로 고정하시지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4 11:48   좋아요 0 | URL
저장해 둔 합성사진이 많습니다. 틈나는대로 .......

엄동 2014-08-25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톡홀름만 알고 있었는데 무수히 많군요
이름붙이고 정의내리기 나름인듯 하지만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09:52   좋아요 0 | URL
신드롬에 대한 해석은 다 거기서 거기인 듯해요.
요즘은 명량 신드롬에 대한 해석으로 분분하더군요....
 

 

 

 

 

 

 

 

 

 

 

 

 

 

 

 


 

 

롤랑 바르트의 슬픔과

                    애도 없는 한국 사회

 

 

 

나는 지금껏 롤랑 바르트가 거대한 청소차에 치여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거대한 청소차에 치여 사망한 다른 철학자가 있었던가 ?!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창에 남겨 달라.  사실은 세탁물을 실은 작은 트럭이었다고 한다. 내가 세탁물을 실은 작은 트럭을 대형 청소차로 착각한 이유에는 아마도 " 철학자와 청소부 " 라는, 이상하지만 꽤 그럴 듯한 짝패 이미지 때문이리라.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것 가운데 잘못 알고 있는 게 하나 더 있었다.  롤랑 바르트가 교통 사고를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통 사고가 사망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교통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으나 마음 속으로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살고자 하는 의지를 접은 것이다. 날고자 하는 의지를 접은 새의 날개처럼.....

 

그러니까 롤랑 바르트의 죽음은 사고사'보다는 심리적 자살'에 가까웠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  결국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부터 쓰기 시작한 애도 ( 일기 : 1977. 10. 26  ~ 1979. 9. 15 ) 작업'은 실패로 끝났다고 봐야 맞는 소리 같다. 그는 평소에 " 글쓰기는 곧 치유다 " 라고 말했으나 아무래도 애도 일기를 쓰면서 상처받은 자신을 치유하지는 못했던 듯싶다. 애도가 실패로 끝나자 그에게 찾아온 것은 깊은 우울'이었다. 애도와 우울은 모두 대상을 잃고 슬퍼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성질'을 발견하게 된다. < 애도 > 는 떠나버린 대상을 잠시 곁에 두고 하소연하다가 결국에는 그 대상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다.

 

죽은 자를 산 자 곁'에 계속 머물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 그러니까, 그러니까 애도는 산 자가 죽은 자에게 슬픔에 대한 정성스럽게 성의를 표현하는 과정이라고 할까 ?  반면 < 우울 > 은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자기 가슴 속에 묻은 경우다. 전자는 상처를 인정하고 이별을 준비하며 결핍을 보상할 대상을 찾는다. 반면 후자는 상처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끙끙댄다. 그는 1977년 11월 24일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는다. " 내가 놀라면서 발견하는 것 - 그러니까 나의 걱정 근심( 나의 불쾌함 )은 결핍이 아니라 상처때문이라는 사실. 나의 슬픔은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무엇이 상처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그 상처는 사랑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처라는 것 ( 애도 일기, 75쪽 ) "

 

영화 << 러브레터 >> 는 죽은 자를 떠나보내지 못해 우울증에 걸린 두 명의 여자 주인공을 다룬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5773 러브레터 : 애도와 우울 ) 그들은 모두 애도에 성공하지 못한 채 우울증에 걸렸다. 한 명은 죽은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또 다른 한 명은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해 죽은 자 곁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맴돈다.  독감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놓아주지 않던 주인공은 독감으로 사경을 헤맨다. 어쩌면 그녀는 독감에 걸린 게 아니라 자신이 아버지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기침을 흉내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빙의요, 징벌에 가깝다. 그녀는 아버지가 앓던 독감에 걸려서 아버지에게 용서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들의 자기 비난이라는 것이 사실은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비난인데, 그것이 환자 자신의 자아로 돌려졌다는 것 이다. 롤랑 바르트는 애도에 실패한다. " 마망 " 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한 채 내내 그리워하지만, 사실은 나를 두고 떠난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다. 그는 마망( 엄마 ) 이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나기를 바란다.  아리랑'이라는 노래는 전형적인 우울 증상을 나타낸다.   이 비난이 결국 자신에게 돌려져서 치료를 거부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닐까 ?  그는 1977년 11월 2일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는다. " 이제 나는 안다. 나의 애도가 엉망이 되리라는 걸. ( 애도일기, 41쪽 ) " 

 

롤랑 바르트는 자신이 치뤄야 할 애도가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 비극적 결말에 이르게 되리라는 불길한 사실을 예감하고 있었다.  " 마망의 일주기 " 가 되는 1978년 10월 25일 일기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 일주기의 상징성, 그런 건 내게 없다. ( 애도 일기, 218쪽 ) " 애도가 우울과 다른 점은 우울은 슬픔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지만 애도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애도 기간은 있지만 우울 기간은 없으니 말이다. 인간은 애도 기간에 울 수 있기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오면 죄책감 없이 웃을 수도 있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에게는 " 유통 기간이 정해진 애도 " 대신 " 끝 모를 유예 " 만 남아 있을 뿐이다.

 

세월호 유가족은 애도할 기회를 상실한 채 집단 우울에 빠졌다. 한국이라는 국가와 사회는 유가족이 마음 편하게 자식을 떠나보낼 수 있게 속시원하게 울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유가족은 죽은 자가 그리워서 통곡을 한 게 아니라 너무 억울해서 통곡을 한 것이다. 억울해서 우는 것은 애도가 아니라 대타자를 향한 원망'이다. 이 원망은 고스란히 자기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화살의 촉이 되어 심장을 찌를 뿐이다. 어느 누가 대한민국를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국가 폭력의 전형적 예'이다. 딸을 잃은 김영오 씨가 단식을 한 지 40일이 지났다. 어제 그가 힘없는 손끝으로 간신히 페이스북에 올린 일기를 읽었다.

 

“심장 뛰는 게 느껴진다. 빠르게 쿵쿵… 숨은 차오르고 가슴이 답답하다. 온몸의 힘은 다빠져서 팔을 올릴 기운조차 없다. 언제까지 참고 버텨야 특별법 제정이 될 것인지…. 오늘밤은 너무 길다.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 겨우 일기를 쓴다” 

 

 

그리고 오늘 아침 김영오 씨가 병원으로 긴급 호송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피골이 상접한 그  얼굴에서 그 옛날 병상에 누워 치료를 거부한 채 죽어간 롤랑 바르트의 슬픔이 겹쳐진다. 수학여행을 떠난 딸이 왜 죽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다는 소박한 분노'가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 만큼 위험한 욕망이었을까 ?  세 끼는커녕 한 끼조차 버티지 못해서 유가족이 보는 앞에서 컵라면이나 먹던 개새끼들이 40일을 굶은 자의 허기 앞에서는 관심도 없다. 지금 한국인은 애도조차 할 수 없는 우울 사회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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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2014-08-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카뮈가 (페루애 성님이 언급하신 종류의 차에 )치인걸로 추정됩니다
첫문장 읽고 우선 덧글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2 11:07   좋아요 0 | URL
엇, 클레어 ! 아니지.. 클레어 부인. 아, 카뮈였나요 ? 아닌 거 같은데.. ㅎㅎㅎㅎㅎㅎㅎ. 아니다. 카뮈도 교통사고로 죽은 걸로 알고 있는데.... 고게 청소차였군요.. 하긴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니, 잘 지내시고 계십니까 ?

asnever 2014-08-2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며칠 전부터 세월호가 언급되는 기사에는 댓글부대병균들이 창궐을 하더군요..
정말 욕스러운 세월입니다. 빨리 이 나라를 떠나서 멀리서 그나마 그리움섞인 시선으로 쳐다보면 좀 나을라나...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06   좋아요 0 | URL
댓글 읽으면서 대한민국 참 많이 아프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몸은 컸는데 마음은 자라지 않은, 그게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다맨 2014-08-2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도와 우울에 대한 정의가 인상에 남습니다.
김영오 씨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얘기 듣고 오늘따라 밥이 당기지 않더군요. 그냥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아직까지 별다른 것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그저 '진실'을 제대로 밝히라는 건데, 대체 청와대나 국회에 앉아 있는 인간들은 뭐하는 종자들인지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08   좋아요 0 | URL
프로이트 이론이 많이 까이기도 하는데 라는 논문은 왜 프로이트가 위대한 사상가인가를 보여주는 짧은 논문입니다. 전 자주 프로이트 책을 자주 봅니다. 볼 때마다 신기한 구석이 있습니다.

rtour 2014-08-2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도는 노란 리본 달고 합동 분양소 가서 절한 것으로 끝난 거죠, 이럴 거라 예상했듯이. 정작 부족한 것은 공동체의식, 상호 책임감 아닌가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10   좋아요 0 | URL
누군가 그런 글을 쓴 적 있어요. 노란 리본 달고 분양소 가는 것은 좋은데 그것만으로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다했다며 외면하게 될까봐 부담스럽다, 라는 글이었는데 정말 공감이 가는 글이드건요. 즐인 님 말씀처럼 공동체의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공동체의식'이란 결국 다른 식으로 말하면 오래 지속적으로 지켜본다는 것이잖아요.

말리 2014-08-2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남편이 뉴스에서 김영오씨를 보더니, 가슴이 뛰고 혈압이 올라 머리가 아프다며 늘어지더군요. 저는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마음만 아팠어요. 기억이란 잊기 위한 것이란 말도 있더군요. 기억을 억압하면 무의식속에서 계속 돌아오기 때문에, 유령처럼. 그 유명한 억압된것은 돌아온다, 겠죠. 애도와 우울의 관계도 그런것 같아요. 진정 세월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규명과 기억을 통해 제대로 애도하고 , 떠나게 해야 할텐데 말이죠. 누구보다 빨리 끝내고 싶은 분들이 유가족일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12   좋아요 0 | URL
전 김영오 씨 볼 때마다 한 끼 해결하려고 체육관에서 컵라면 먹던 놈 생각이 자주 나더군요. 한 끼 허기도 참지 못해서 발광을 하는 놈들이 이토록 한 사람의 곡기 끊음'을 외면할 수 있는지 ...... 혈압 자주 오르게 됩니다. 이게 무슨 국가 전복입니까 ? 참.......

풀무 2014-08-2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도와 우울의 비교는 정말.. 오소리 입말사전 편찬자 아니곤 나올 수 없는 포스 아닌가 합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13   좋아요 0 | URL
새벽 님도 함.. 이참에 프로이트 도전해 보십시요. 범성론 때문에 욕 참 많이 먹는 위인이지만, 사실 그가 쓴 글 가운데 재미있는게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라로 2014-08-2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상담을 받을 때 그러더라구요. 우리가 슬프거나 우울을 느끼거나 또는 화가 나거나 하는 모든 이유가 바로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롤랑바르트는 상처를 받았는데 그 상처를 아무도 위로해 주지 못한 것이죠....세월호 가족들도...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18   좋아요 0 | URL
아마도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결국 자신도 죽게 되리라는 것을, 그런 불길한 예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도 일기'를 써서 치유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 스스로가 자기는 글을 쓰면서 상처를 치료한다고 누누이 말하고는 했거든요. 그런데 글쓰기조차 그 상처를 치료할 수 없었던 모양이에요. 가뜩이나 우울한 한국 사회에서 이 우울한 일기를 읽는데 참.... 이거 견디기 힘든 구석이 있더군요. 제게는 김영오 씨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단식 일기'가 이상하게 애도 일기'처럼 읽혀서 짠했습니다. 이건 한 개인이 40일을 굶어가면서 해야 할 사안이 아니잖습니까.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인데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몸은 성장했으나 정신은 남근기에 고착된 정신병적 증후라 생각됩니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그냥 저는 대한민국 좆같습니다. 애국심이고 나발이고 다 떠나서 그냥 좆같은 국가 같습니다.

행인 2014-08-2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댓글 보셨나요? 정말 무서운 사회에 살고있구나, 싶었습니다. 광기가 느껴지더군요.. 차라리 댓글 부대였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4 11:51   좋아요 0 | URL
댓글 보면 정말 미친 사회 같죠 ? 어느 누가 보상금 더 뜯어내기 위해서 40일 단식을 하겠습니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헛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

samadhi(眞我) 2014-08-24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집단우울증이 걸려서 전국민이 정신과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예요. 그런데 치료는 커녕, 아파하는 국민을 범죄자 취급을 하니, 우울이 더 깊어질 수밖에요.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내 죄인양, 미안해하고, 자책하게 되고. "공감" 능력이 없는 싸이코패스 정치가들에게서 무얼 바라겠습니까. 우리끼리라도 손잡고 똘똘 뭉쳐서 뒤집어 엎어야 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4 11:52   좋아요 0 | URL
집단우을증에 걸린 것 같습니다. 웃다가 내가 왜 웃지 ? 그러다가 아니 웃는 것도 마음대로 못 웃나 ? 왜 웃을 수 있는 자유도 주지 않는거지 ? 이게 무슨 나라냐.. 이런 생각도 들고요.... 이젠 항쟁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8-2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혹한 말이나, 저는 세월호가 침몰하던 시기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구조될꺼야 하는 희망을 품으나, 저는 시체라도 건지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시체 건지는 것도 다행인 것을 지나, 생사람 시체 만들지 않는 것도 다행일겁니다. 나라가 참.....

라이트노벨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정의라는 것은 악을 질투하기 때문에 나온다고요.
유가족의 배상금만 보이는 인간들은 가족중 누군가 죽어 자기도 타고 싶다는 욕망에 의해 질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6 14:10   좋아요 0 | URL
정답이군요. 글구, 아니 피해를 보았으면 보상을 해주는데 지극히 당연한 겁니다. 1억을 받든, 10억을 받든, 20억을 받든 그것은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배 아파서 그런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배가 아픈 놈은 참 나쁜 놈이죠. 역지사지가 되어 봐야 정신 차릴 겁니다.

노래하는 달팽이 2014-09-13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대체 이 나라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9-13 16:48   좋아요 0 | URL
혹시 너와 카페의 달팽이 님?!
늘 사람들과 모여 술을 마시다 보니 ( 주로 경기도 이쪽에서많아 살다 보니) 너와는 진짜 멀더군요.
천상 나 혼자 있을 때 얼굴이나 보러 가야겠다 하고 생각하다가.. 계속 미루게 되네요....ㅎㅎㅎ

그냥 이 나라는 망한 나라 같습니다. 전 희망은 0% 라고 생각합니다.
 

 

 

 

 

 

 

 

 

 

 

 

 


 

 

 

 

이몽룡은 변 사또'보다 백 배'는 비열하다

 

 

 

<< 춘향뎐 >> 에서 가장 뻔뻔한 인물은 변학도'가 아니다. 변학도보다 더 뻔뻔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암행어사 이몽룡 되시것어요.  16살에 춘향이를 만났다고는 하나,  이미 그 전부터 현대판 룸살롱인 기방을 출입하며 음주와 성매매를 자연스럽게 하시었으니 지금이었다면 < 세태 보고 : 지도층 자녀들의 탈선 이대로 좋은가 ? > 라는 기획 취재에 음성 변조된 목소리와 모자이크 처리된 얼굴'로 등장했을 이력'이다. 이몽룡이 들락날락거린 곳이 고을 사또와 같은 세도가들이 드나들던 물 좋은 룸살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몽룡 집안이 얼마나 빵빵한 가문이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니나 달라, 그는 한양에 살다가 남원 부사로 발령받아 내려온 세도가 아들이었다.

 

노력 없이도 선택 받는 존재요, 놀고 먹어도 굶어 죽을 걱정이 없는 지도층 양반 가문 아들이 바로 이몽룡이다. 그 지도층 자녀의 남원 기방 출입기'가 < 춘향전' > 이다. 사실 변 사또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당시 기생이란 신분은 관아 소속이었다. 타관 벼슬아치들이 방문하면 기생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그들이 해야 할 임무였다. 그러니깐 변학도'가 수청을 들라, 고 했을 때 춘향이가 거절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직무 유기다. 그 시대 눈높이로 보자면 수청'은 자연스러운 요구였던 셈이다. 그런데 사랑에 눈이 먼 춘향은 수청 대신 숙청'을 받기로 모진 결심을 한다.  한 마디로 목숨 걸고 사랑한 것이다. 아, 업고 놀자던 그 말 ! 변성기가 채 지나지 않은 목소리와 솜털 같은 수염 그리고 여드름은 얼마나 멋있었나 !

 

춘향전 내용 모르면 간첩이기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바로 클라이막스로 가자. " 고약한 년, 지금 당장 저 년 목을 쳐라 ! " 라고 변 사또가 고함을 치는 순간,  때마침 이몽룡과 졸개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 어사출또'요 ! "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몽룡은 얼굴을 부채로 가린 채 고개를 숙인 춘향 앞에 등장한다. 그는 자기 정체를 숨긴 채 생글생글 웃으며 춘향이에게 유도 신문' 을 한다.  대중에게 각인된 이 장면은 대충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 허어, 네가 기생 주제에 한 남자에 푹 빠져서 변 사또의 수청을 거절했다는 그 기생이더냐 ? 변학도 저 놈이야 악랄한 탐관오리'이니 그렇다고 치자. 내 변 사또를 혼내줬으니 오늘 밤은 내 수청을 들거라 ! 기생 주제에 어사 수청마처 거절하면 어찌 되는 줄 아느냐 ? 호호호호호...  "

 

내가 << 춘향전 >> 에서 문제 삼는 장면이 바로 이 부분이다. 어사가 된 몽룡은 모진 고초로 인해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춘향을 보며 측은한 마음을 품다가 이내 흔한 한국 남자의 속내를 드러낸다. 죽기로 결심한 춘향을 다시 한번 시험하기로 한 것이다. 누군가는 " 해학 " 으로 이해할 부분을 " 해악 " 으로 이해한다고 군소리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명문가 패밀리가 되기 위한 자격 심사 비스무리하다. 그가 던진 질문은 성 윤리 테스트 같다. 이몽룡은 변 사또보다 백 배는 비열하다.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한 여인에게 한다는 게 고작 청문회 놀이'더냐 ? 왜 갑자기 이몽룡은 춘향이 품고 있는 속내가 궁금해진 것일까 ? 만약에 춘향이가 수청을 들겠다고 말한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되었을까.  

 

이몽룡이 춘향 속내를 떠볼 때, 춘향이가 " yes " 라고 말하는 순간 춘향은 모든 것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춘향이가 옥살이에 지쳐서 어사가 내린 청을 허락했다면 어떻게 될까 ? " 이 몸, 사악한 변 사또에게 줄 수는 없으나, 고결하고, 고결하고, 고결하신 어사 나으리시라면 기꺼이 수청을 들겠나이다. 긴긴 옥살이 다시 할 생각에 앞이 캄캄하니, 오늘 밤 어사 나으리를 향해 빗장처럼 걸린 비단 옷고름 풀어드리지요. 목욕재계하겠사오니 아랫것을 시켜 창포 달인 물을 받아주시옵소서. 오늘, 화끈하게 놀아 보아yo ~ o, yeah !  "  사건이 그렇게 흘렀다면, 외간 남자와 화끈하게 놀자는 춘향의 말에 이몽룡은 여전히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생글생글 웃을 수 있을까 ?

 

아니면 얼굴을 가린 부채를 거두고는 정색을 하며 " 어이 없어, 증말 ! 너, 낯설다. 되게 낯설다. " 라고 화를 낼까. 설령,  춘향이가 당차게 어사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도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 춘향전, 그 후 >> 은 이몽룡에게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지만 춘향이에게는 해피엔드일 가능성이 더 높다. 기생은 절대로 정실부인이 될 수 없는 법. 기껏해야 첩이요, 첩이 낳은 자식 또한 기껏해야 서자가 되어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해 호부호형을 허해 달라고 발악을 할 뿐이다. 이래저래 이몽룡은 참... 뻔뻔하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로 수청을 거부한 애인에게 한다는 짓이 고작 정절을 시험하기 위한 몰래카메라' 였던 것이었나 ?  

 

고전 << 춘향전 >> 을 현대판 막장 드라마인 << 사랑과 전쟁 >> 스타일로 각색해 보자. 남편 이몽룡은 아내 춘향을 테스트하고 싶어 한다. 그가 짠 각본은 스타킹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강도 행세를 하며 아내를 겁탈하려는 계획이다. 아내는 과연 목숨 걸고 자신의 정절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  이 막장 드라마 제목을 << 위기의 여자 >> 라고 하자. 내가 보기엔 << 위기의 여자 >> 서사와 << 춘향전 >> 서사는 도토리 키재기'다. 둘 다 막장이라는 소리'다. 이몽룡이 나쁜 자식인 이유는 자신은 춘향이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정작 자신을 향한 춘향이의 사랑을 시험한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사랑을 시험한다는 것은 이미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니 이 말은 곧 사랑에 균열이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몽룡은 춘향이를 적어도 온몸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자신은 춘향이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춘향이에게는 절대 사랑을 강요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 사랑을 시험하는 게 나쁜 행동인가 ? > 라는 질문이 반드시 < 사랑을 시험하는 것은 나쁜 행동 > 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질문을 던지는 자 스스로 상대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상대로부터 절대 사랑을 확인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간보는 행위는 나쁘다.  그리고 이몽룡은 개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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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손 2014-08-2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너랑 같은 생각. 사랑을 시험한다는 게..
흠.. 바람직하게 들리진 않네.. 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껴보고 체험한, 혹은 타인에게서 느끼고 발견한 사랑은
뭐 어쩌구 시험하네마네 하기 전에 이미 그 순간부터 완전하게 존재하는 감정이어서
그런 자연발생적인 완전한 감정을 시험하고말고 할 건 무어며
또 그게 고의로 만든다고 만들어질 성질의 것도 아니고.
연애라는 관계에 있어 시험은 얼마든지 필요하지만, 사랑 그 감정을 시험한다는 건...
글쎄 잘 모르겠음. 천년은 변하지 않아야 사랑이다,고 말씀하시지만
사랑을 그렇게 시간의 영원성으로 정의내리고자 하는 발상은..
100년도 살까말까하는 우리네 인간들에게 사랑은 논하지도 말란 거나 같은, 그..그런??(아이고~마립간님 태클 아닙니다요 ^^;;;)

마립간 2014-08-21 14:16   좋아요 0 | URL
저에게 태클 거셔도 됩니다. 곰곰발님도 밝히셨지만 저는 곰곰발님의 생각에 반대하기보다 생각의 정리가 안 된 상태죠. 사랑을 시험하는 행위가 부정적인 것만은 틀림없음니다만, 부정적이라면 어떤 잣대로 평가했기 때문이냐라는 문제와 어느 정도 부정적이냐라는 문제에서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글에서 오타도 교정합니다. 숙청宿請인가 수청守廳인가 했는데, 수청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2 21:51   좋아요 0 | URL
곰곰손 : 글구보면 난 누굴 사귀면서 밀당 비스무리한 걸 해본 적도 없네.
밀당도 나름 재미가 있을 테지만, 말 그대로 밀당을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고
사랑을 시험하는 것은 사랑이 완성된 다음 그 사랑을 시험하는 것이니
본질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
곰곰손, 너도 이젠 그냥 알라딘으로 돌아와라... 너가 있는 거긴 너무 불편하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2 21:53   좋아요 0 | URL
쿨한 마립간 님 ! ㅎㅎㅎㅎㅎ. 전 마립간 님의 과학적 호기심을 알기에
마립간 님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곰곰손 2014-08-22 23: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내가 보기에 곰발,

넌 밀당을 무진장 하는 사내이다.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20   좋아요 0 | URL
허어, 곰곰손 이 녀석 ! 밀면은 알아도 밀당은 모른다..

레베랑스 2014-08-2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근데 위에 곰곰손님? 그럼 곰곰발님과는 어떤 관계? ^^
사랑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
근데 전 이 작품에서 수줍은 듯 하게 시작되는 동양적 사랑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2 21:48   좋아요 0 | URL
곰곰손은 제 여자친구입니다 !

아니 레베랑스 님이 갑자기 사강처럼 사랑에 대해 불신을 하시다니요...
제가 보기엔 레베랑스 님은 사랑이 가득찬 분이십니다.

책읽는여름 2014-08-2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레베랑스님처럼 곰곰시리즈님 관계 궁금^^
2. 파격적인 결론 신선! 근데 뭐 춘향이도 보통은 아니었던듯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2 21:49   좋아요 0 | URL
곰곰손은 제 여자친구입니다 !

원전을 보면 ( 읽진 않았지만... 읽은 사람들에 의하면 ) 출세욕을 간직한 요부였다는 말도 있더군요..

사무아 2014-08-2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사랑을 시험하는 행위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곰곰발님이 이를 춘향전을 예로 들어 설명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
여전히 곰곰발님의 글은 쉽고 재밌게 읽히네요.
잘 읽고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10:21   좋아요 0 | URL
전 춘향전을 재벌2세의 철없는 러브스토리라 생각합니다. ㅎㅎ
자주 오십시요. 여기 좀 불편하죠 ? 네이버에 비하면 ? ㅎㅎㅎㅎ.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선생님, 더 이상 일기를 못 쓸 것 같아요. "

 

 

 

 

 

 

1977년 10월 25일, 앙리에트 벵제는 세상을 떠난다. 그녀 나이 여든네 살이었다. 롤랑 바르트는 1977년 10월 26일부터 메모지에다 그날그날 단상을 적는다. 남자는 날마다 한 여자를 애도한다. 그가 애도하는 대상은 바로 어머니다. 앙리에트 벵제는 롤랑 바르트의 어머니'다. 이 쪽지 글을 모은 책이 << 애도일기 >> 다. << 애도 일기 >> 는 정확히 말하자면 " 일기 " 라는 형식을 빌려 죽은 어머니를 애도했다기보다는 " 메모 " 라는 형식을 빌려 죽은 어머니를 애도했다고 보아야 한다. 손바닥만한 낱장에 단상을 적었으니 말이다. 읽다 보면 기분이 장마철 창문에 걸린 커튼처럼 눅눅하다. 손에 힘을 주어 짜면 책에서 소금기 먹은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만 같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 죽은 자를 애도한다는 것, 산 자가 죽은 자를 잊지 못해 한숨을 글로 적는다는 것, 더군다나 죽은 어머니를 애도하는 아들이 쓴 글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로서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 이 책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 내용이 짧고 종이 여백은 길다 " 는 지적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를 패로디한 문장인가 ? 날짜별 일기가 대부분 내용이 짧아 페이지 여백이 많다 보니 당연히 페이지 수는 늘어날 테고, 늘어난 페이지는 곧 책값 인상으로 이어지니 소비자인 그가 보기에는 이 여백은 출판사가 부리는 " 꼼수 "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만약에 날짜별로 " 페이지 나눔 " 을 하지 않고 " 칸 나눔 " 으로 내려쓰기를 해서 여백 없이 빡빡하게 책을 구성했다면

 

나는 오히려 그 사실에 대해 불평이 담긴 100자평을 남겼을 것이다. " 닝기미, 그깟 종이값 하나 아끼겠다고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짓입니까 ?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확 펼칩시다 ! " << 애도 일기 >> 에서 여백은 쉼표와 같다.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신파 영화에서 엔딩 크레딧'을 길게 끄는 것은 관객을 위한 배려'다. 눈물을 닦을 시간이 필요하니깐 말이다. 건방지게 말하자면 세상에 존재하는 일기장은 " 딱 " 두 부류로 나뉜다. 날짜가 바뀌면 다음 페이지에 일기를 적는 페이지 나눔 형식과 페이지를 나누지 않고 아래 칸에 내려쓰기 형식. 선택은 개인 취향에 따라 자유이나 여백이 없는 일기장은 일기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기록장( 혹은 가계부?!) 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  

 

그런 식으로 일기를 쓰는 사람은 롤랑 바르트보다는 이명박에 가까운 째째한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 ( 이 인간이 일기를 썼을 것 같지는 않지만... ) 일기와 기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기 속 " 여백 " 과 " 짧은 글 " 은 다른 형식의 글쓰기와는 다르다. 일기장에 남긴 여백은 글을 쓰지 않아서 생긴 공간이 아니라 글씨가 보이지 않은 연필심으로 쓴 결과일 뿐이다. 일기장 속 여백은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짧은 글도 마찬가지'다. 일기에서 짧은 글은 ( 적을 내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 너무 복잡한 심경이어서 그 심란한 마음을 글로 길게 풀어쓸 힘이 없을 때이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이 일기에 " 오늘은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다 " 라고 짧게 썼을 때, 우리는 그날 이순신이 느꼈을 복잡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롤랑 바르트의 << 애도 일기 >> 에서 가장 격렬했던 날은 1978년 6월 12일에 쓴 매우 짧은 일기였다. " 격렬한 슬픔의 습격. 울다 " 사람은 기분이 좋으면 말과 글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격렬한 슬픔 앞에서는 말과 글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우울과 애도로 인해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비단 " 웃음 " 만이 아니다. " 표현(표정)을 잃어버리는 것 " 이야말로 우울과 애도가 가지고 있는 뼈아픈 본질'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롤랑 바르트는 우울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다. 전매특허가 된 롤랑 바르트식 짧은 단상'는 어쩌면 우울한 기질이 만든 필연적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일본 문화를 다룬 에세이 << 기호의 제국 >> 에서 롤랑 바르트가 " 하이쿠 " 에 대해 관심을 보인 이유는

 

하이쿠 형식이 " 간결성이 완벽성을 보장하며 단순함이 심오함을 입증해주는 인상 ( 의미로의 침입, 91쪽 ) " 에 있다. 돌이켜보면 롤랑 바르트가 쓴 글은 묘하게 하이쿠와 닮은 구석이 있다. 그에게 있어 하이쿠는 생략과 부재 그리고 무의미가 만들어 낸 것은 풍부한 주석과 명징한 주체성 그리고 선명한 의미이다. 짧지만 강렬하다는 면에서 하이쿠와 푼크툼은 닮았다. 이 주장에 대해 믿지 못하겠거든 변명 따위는 하지 않겠다. 대신 바쇼의 하이쿠 하나 소개하련다.

 

인생은 순간

믿지 못하겠거든

번개를 보게

 

내가 아는 사람은 어릴 때 일기를 열심히 썼다고 한다. 그가 전한 성장통'은 다음과 같다  :  아이는 일기를 열심히 썼다. 선생님은 빨간 색연필로 일기장에 꼬박꼬박 답글을 달았다. 일기를 바르게 쓰는 요령이 아닌 소소한 일상에 대한 찬양에 대하여 ! "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었구나 ? 어이쿠, 얼음과자 많이 먹으면 배탈나요. ^^ " 아이는 선생님이 쓴 답글'을 보고 다시 일기'를 썼다. 아이는 선생님이 자기에게만 들려주는 귀엣말이 좋았던 것이다. 아이는 선생님에게 더 많은 사랑받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일기를 썼다. 날이 지날수록 내용은 점점 길어졌지만 선생님은 늘 한결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일기장을 펼쳐 놓고 오랫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다.

 

그리고는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대신 " 선생님에게 ..... " 로 시작하는 편지'를 일기장에 썼다.

 

 

사랑하는 샘 !

미안해요.  이젠 일기를 더 이상 쓰지 못할 것 같아요. 저에게도 사춘기가 오려나봐요...... 

 

 

나는 이 짧은 사연 속에 일기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사춘기가 다가오자 아이는 더 이상 샘에게 관심을 받기 위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일기'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밀을 간직하는 순간 사춘기는 시작되는 것이니깐 말이다. 샘은 어떤 답글을 남겼을까 ?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오늘도 비가 온다. 볕을 보지 못한 창가 커튼이 눅눅하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45773 ㅣ 러브레터 : 애도와 우울

 

 

 

 

덧대기

 

 

 

 

 

 

 

 

 

 

 

내 손금이다. 손금에 그려진 꽃은 벗꽃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 벽화 그림 제목은 " 굿나잇 " 이었다. 도배를 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 4B연필로 그렸다. 색을 입히기로 결심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사방 벽( 심지어 천장까지도! ) 을 모두 그림으로 채울 생각이었으나 그것마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옛 애인은 이 그림 제목을 무척 싫어했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 집에 이사를 온 사람은 이 그림을 보고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오자마자 새로 도배를 했다고 ! 집주인이 내게 전화를 해 도배 비용을 요구했으나 나는,  생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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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 2014-08-2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년 시절 슬픈 맛이 무언지 몰라
높다란 누대에 오르길 좋아했지요
높다란 누대에 오르고 올라
새 노래 짓겠다며 일부러 슬픔을 짜냈지요

이제 슬픈 맛 알 것 같기에
말하려다 삼키고
말하려다 그만두고
아 서늘해서 좋은 가을이라 했지요


그나저나 길이 남을 벽화에 도배를 하다니.. 제가 가서 벗겨내 복구해야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0:51   좋아요 0 | URL
웃긴 짓이었죠. 길이 보전했으면 아마 300억은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도배를 하다니... 근데

저 위의 글은 시입니까 ?

풀무 2014-08-20 10:53   좋아요 0 | URL
예. 송나라 누가 지은 시였는데.. 머리에서 시인은 잊고 내용만 남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0:59   좋아요 0 | URL
오호, 저 시 읽으니 갑자기 호우시절'이라는 문구가 생각나네요.
이백이었나 두보였나 ? ㅎㅎ...

대부분 시인은 기억이 나는데 시를 외우지 못하는데
거꾸로시군요..ㅎㅎㅎㅎㅎㅎ.

풀무 2014-08-20 11:01   좋아요 0 | URL
이백이나 두보였으면 제가 기억을 했을텐데! :)

레베랑스 2014-08-20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페루애님 글은 최고에요^^
일기를 즐겨쓰던 과거의 제 모습이 오버랩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11:00   좋아요 0 | URL
안나 님 오셨구랴... 전, 일기를 쓰지는 않았네요.일기 쓰는 게 참 힘들었는데 말이죠.
아직도 일기장 가지고 게십니까 ?

엄동 2014-08-2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직접 그리신겁니까?
그림 실력도 수준끕"이시군요! (투떰즈 업)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나이들수록
어머니의 사소한 질문을 과대한 관심으로 확대해석하고
단답이나 짜증섞인 대답으로 일관하는 제 스스로가 참 징합니다.

그때마다 제 어머니 가슴도 눅눅해지셨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47   좋아요 0 | URL
실망이군요. 뜨리썸즈업도 아니고......
ㅎㅎㅎ.

저도 격하게 공감합니다. 원래 엄동 님만 아니라 인간이 대부분
가까운 사람에게는 짜증내면서 먼 사람에게는 친절한 거 아니겠습니까.
토닥토다가... ㅌㅎ덕,, ㅌㅎ토토

토닥토닥...

말리 2014-08-20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랑 바르트. 작년에 처음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에서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보았어요. 우울은 애도를 충분히 하지 못한자가 앓는병이라죠. 세월호 유가족들도 진상규명을 통해 자식들을 제대로 애도하고 그래야 떠나 보낼수 있을텐데. 그게 안되면 우울에서 벗어날 수 없게되겠죠. 규명이 되어도 벗어나기 힘든것을. 번거로운 장례절차를 저는 싫어하지만 한편으론 그 슬픔의 절차를 통해 애도를 마침으로써 망자의 기억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란 생각을해요. 바르트는 결국 자살했던 것 같은데. 찾아봐야겠네요.

말리 2014-08-2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살은 아닌데 작은 교통사고후 치료를 심리적으로 거부하고 죽었다네요. 그의 애도가 실패했음 보여준 것이라고요. 그는 우울 속에 갇혀 애도작업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53   좋아요 0 | URL
오, 그런가요 ?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 바르트 걸작은 어머니가 죽고 난 후 그러니까 애도일기까 쓰여진 시기에 많이 나왔습니다. 가장 열정적으로 일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그 결핍을 채우지는 못했었던것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정의하면 애도는 울어서 속시원하게 다 비운 상태라면, 우울은 울지도 않아서 속을 비우지 못한 상태, 안에 고인 상태'라고 말하고 싶군요. 애도는 전세계 문화에서 다 있는 것 아닙니까. 애도를 거쳐야..
참 제가 러브레터라는 글을 쓴 적 있는데 거기에 애도와 우울에 대해 쓴 글이 있습니다.

본문에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삽하나 2014-08-2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에 와서 곰발님 글 읽어서 너무 좋아요. 덧글 달아주신 거 보고 냉큼 달려왔어요.
이명박에서 커피 뿜었습니다 ㅋ 집 앞 도서관을 검색하니까 요 책이 있네요. 내일은 도서관 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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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생선가게 하세요? 정말? 증말?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41   좋아요 0 | URL
뭐, 서로 주고받자는 셈법이군요 ! ㅎㅎㅎㅎ. 하도 안 오길래 제가 일부러 찾아가서 어깃장 부리고 왔습니다.
참... 오늘 일은 잘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티나 직접 보니 예쁘던가요 ?
전 이 양반 목소리가 정말 궁금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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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가문의 가업이랍니다. 생선 열심히 팔아서 한길그레이트북 원없이 샀으면 좋겠습니다.

rendevous 2014-08-20 21:01   좋아요 0 | URL
한길 그레이트 북 ^^ 책장에 딱 한 칸 한길 그레이트 북으로 채웠는데(그마저도 멀리서 보면 비슷한 동서문화사 월드북이라 콜라보로 이뤄낸 성과지만) 저도 이제 그레이트 북 모아서 그레이트한 독서가가 되려고요 ㅎㅎ 문학은... 도서관에서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1:05   좋아요 0 | URL
마자요. 소설은 구디 사서 읽을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문학 발전을 위해서라면 사서 읽어야 하겠으나 내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저도 한번 읽은 소설은 거의 다 다시는 안 읽습니다. 반면 평론집,사회학, 철학 인문학 서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다시 펼칠 날이 오더라고요... 글을 쓰기 위한 참고자료라도 말이죠.
그레이트북 책 한 칸 채우려면 한 100만 원 들잖아요. 엄두가 안 남...

삽하나 2014-08-20 23:15   좋아요 0 | URL
크리스티나 생얼에다 안경쓰고, 머리 정돈 하나도 안 하고 와서 처음에 누군가 했어요 ㅋㅋ
목소리는... 음... 영어만 해서 그런지 방송에서처럼 괴상하지 않았어요 ㅋㅋㅋ 부드럽던데요 ㅋㅋ

면접은 잘 봤습니다만, 월급이 예전에 비하면 절반 조금 넘는데다,
주말에도 나와야 할 때도 있다고 해서 조금 망설여지기는 합니다 ㅠㅠ

종종 오겠다고 하고 매번 이렇게 흔적을 남겨 주셔야 겨우 찾아 오네요 ㅋㅋㅋ
그래도 항상 저는 곰발님의 열혈 팬이라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오오오오 //ㅅ //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1 09:02   좋아요 0 | URL
크리스티나... 후후, 목소리 함 들어보고 싶네요. 성대모사하기 참 쉬운 목소리를 가졌거든요.
행복의 조건을 연구한 팀이 있습니다.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근(퇴근)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면 아무리 좋은 회사라고 해도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이 2,3번 아내 혹은 남편과 섹스를 한다.
주말에는 야구나 보면서 동네 친구들과 가볍게 맥주를 마신다.

요거 세 개더라고요. 이거 보면서 한국인은 정말 지지리도 불행한 사람들이다,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페이'는 날 잡아서 은행이나 털어 보충합시다.



2014-08-20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0:39   좋아요 0 | URL
오, 함돈균 재미있는 평론가로군요 ? 저도 읽었는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아니 그 어려운 걸, 요로코롬 쉽게 풀어내다니.. 허허......
이번 기회에 함돈균 평론집이나 함 볼까요. 함돈균...

rendevous 2014-08-20 20:59   좋아요 0 | URL
만약에 사신다면 예외들 말고 얼굴 없는 비평으로... 예외들은 창비에서 어차피 비평집 안 팔리니까 인쇄비만 회수하자는 전략으로 아싸리 비싸게 팔아서요...(정가 2만원에 할인가 1.8만원 ... 황현산 평론가 잘 표현된 불행처럼 7-800페이지면 수긍하겠는데 300쪽 남짓이라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0 21:02   좋아요 0 | URL
하긴 수요가 없으니 비싸게 팔더군요. 그리고 사실 재미도 더럽게 없잖아요. 전 평론가들이 대중적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짜증납니다. 하긴 뭐 책 팔려고 글 쓰는 것도 아니고, 교수 고과 평가 때문에 쓴 글들이니 굳이 대중 입맛에 맞출 필요도 없고.... 얼굴 없는 비평 함 찾아보게/ㅅ습니다....

근데 잘 표현된 불행. 이 어떻습니까 ? 저 이거 읽을까 말까 고민하고 그랬는데 말이죠.. 얼릉 말씀해 주십시요..

rendevous 2014-08-23 13:21   좋아요 0 | URL
처음에 황현산 특유의 문체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익숙해지니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저명한 불문학자시고, 본인의 잎으로도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건 프랑스 저서를 번역하고, 거기에 주석을 붙이시는 작업이라 했었는데... 프랑스 문체로 쓴 한국 비평서? 느낌?! 2012년인가 그때 대산문학상도 수상하셨더라고요. 이광호, 김인환, 정과리 ~ 대산문학상 꽤 신빙성이 있어서 비평집 찾아서 읽어보려고요~

레베랑스 2014-08-2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20살 좀 넘은 어느날 일기장을 죄다 없애 버렸어요.
그래야 살겠더라고요..그걸 볼 용기가 없었어요~지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8-23 08:13   좋아요 0 | URL
진짜 일기를 쓰셨군요. 가짜 일기를 쓰면 다시 읽을 때 후회, 상처 그런 건 없잖아요.
아까운 분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