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수단

1.  수단 : 어른용 딸딸이 ㅡ 사탕

생활의 달인 http://myperu.blog.me/220183406446


내가 제일 싫어하는 프로그램은 << 생활의 달인 >> 이다. '화이트 칼라' 보다는 '블루'한 노동을 예찬하는 방송. 이 방송이 전달하려고 하는 점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자본주의는 귀貴와 천賤의 이분법이 적용되는 사회 구조'이다. 그래야 계급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이 귀족과 천민으로 분류되었다면,  근대 이후의 신자유주의는 갑과 을로 대체되었다. 귀족( 甲 ) 이라는 좌표는 貴한 자리를 차지하고,  천민 ( 乙 ) 은 賤한 자리를 차지한다. 乙은 甲의 심심풀이 땅콩'일 뿐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사태는 심심풀이 땅콩 취급하는 특권 계급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경우다. 사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자본주의 강령이 아니라 사회주의 강령에 속한다. 

 

마오주의'가 좋은 예이다. 모든 직업의 평준화 작업, 모든 직업의 노동자化가 마오이즘이다. 그렇다면 왜 자본주의 국가와 조직은 << 생활의 달인 >> 따위를 유포하는 것일까 ? 간단하다. 천민에게 " 딸딸이용 ㅡ 사탕 " 을 제공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을 없애려는 수단이다. 드라마도 대부분 딸딸이 ㅡ 사탕을 제공한다. 재벌은 항상 " 사랑 " 은 없고 " 탐욕 " 만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결론은 권선징악, 재벌의 몰락을 다룬다. 나쁜 계집애 나애리는 결국에는 불행에 빠지고, 하니는 행복해진다는 스토리.  하지만 당신은 드라마를 보면서 국가, 조직, 재벌이 나눠주는 딸딸이 ㅡ 사탕을 빨고 있다. 이렇게 말한다 : " 재산 때문에 형제끼리 싸우고 미워하는 것보다 차라리 돈은 없지만 마음만큼은 부자인 내가 그들보다 행복한 인간이다. 으하하하하하하. "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생각해 보자. 돈 많은 재벌은 반드시 불행할 거라고 ?!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  혜민 스님 같은 뚱딴지 같은 소리는 개나 줘라. 그런 노예 근성은 진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기 좋은 개념이다. 부자가 빈자보다 더 걱정 없이 살고, 더 행복하게 살고,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돈 없어서 마음 편한 것보다 돈 많아서 불안한 게 더 낫다. 어른용 딸딸이 ㅡ 사탕에 속지 말자.  


2. 오만 : 말 놓으라는 말

편하게 있어도 되지만 ㅣ http://blog.aladin.co.kr/749915104/7039433

 

나를 사적으로 만난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다. ( 물론,  가끔 예외는 존재한다. 대부분 그렇다는 소리다. 내가 말을 편하게 놓을 때는 오랜 시간 오래 두고 본 사이일 때이다. ) 상대방이 스무살 청년이든 아니든,  나이에 상관없이 그 사람을 완전한 인격체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처음 보았을 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쥐새끼처럼 반말 찍찍거리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 오히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상대방이 불편해서 말을 놓아라, 말을 놓아라, 말을 놓아라, 라고 말하면 이렇게 대꾸하고는 했다. 말 놓으려면 과천 경마장으로 가셔야 합니다.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불편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내 블로그에서 불거진 두 사건을 보면 두 사람 다 유사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이유로 상대방과 쉽게 말을 놓는다는 점이다. 술 한번 마신 게 인연의 전부이면서 다음날 대뜸 누나라고 하거나 친구 맺는다. A는 자기보다 10살 어린 친구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 " 친구하자. 그러니 이제부터 나에게 말 편하게 해라 ! "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쿨하며 격의 없는 자세처럼 보인다. 반면 B는 수평적 관계 지향이라는 이유로 친구를 요구한다. " 우리,  나이라는 사회적 울타리를 벗어나서 친구로 지내자 ! " 라고 하는 순간 나이에 상관없이 친근한 반말로 시작한다.   얼핏 들으면 20년 지기 같다. 그런데 서로 반말을 하면 수평적 관계가 유지될까 ? 서로 반말을 하는 게 수평적 인간 관계를 향한 출발점'이라면 같은 이유로 서로 존댓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 만약에 당신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이 친구하자며 말을 놓으라고 하면 말을 놓을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만약에 말 놓으라고 해서 말을 놓으면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A가 나이 어린 여성에게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자는 소리는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막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호칭이 누나, 동생, 친구하게 되면 예의는 실종된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가해자가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흔하게 하는 변명이 편한 사이여서 격의 없이 그랬다는 변명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A는 나이 어린 여자에게는 친구하자고 하면서 정작 나이 어린 남자에게는 그런 제안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나이 어린 남자에게는 마치 제왕처럼 군림한다.

 

 

3. 항공기 기장은 처벌해야 한다.

 

위계에 의한 강압적 복종이므로 항공기 기장에게는 죄가 없다고 항공 노조가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 그런 식으로 물타기를 한다면 히틀러의 명령을 받고 수백만 명을 죽인 아이히만'도 위계에 의한 강압적 명령 복종이기에 죄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나치 전범은 모두 무죄'다 ?!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우리는 친일파도 용서해야 한다. 항공기 기장은 조현아와 함께 처벌을 받아야 한다.


 

4. 오만과 수단

이 포스팅 제목이 " 오만과 수단 " 이어서 사람들은 " 오만과 편견 " 을 패로디한 제목으로 생각하거나, < 오만 > 을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다는 뜻으로 이해하거나, < 수단 > 을 일을 처리하여 나가는 솜씨와 꾀 정도로 오해하는 사람을 위해 덧붙인다. " 오만은 아라비아 반도 동남부에 있는 토후국으로 1970년 영국에서 독립하였다. 철, 곡물, 과실을 생산하고 석유를 수출하며, 주민은 아립 인이다. 수도는 무스카트, 면적은 21만 2380km이다. 수단은  아프리카 동북부에 있는 민주 공화국. 1956년에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 통치령에서 독립하였다. 목화, 아라비아 고무, 소금, 목재 따위가 주산물이며, 북부에는 아랍 인이 남부에는 흑인이 주로 분포하고, 주요 언어는 영어와 아라비아 어이다. 수도는 하르툼, 면적은 250만 5825km이다. ( 네이버 지식 사전에서 발췌 ) "

 오만과 수단의 A매치 축구 경기는 오만이 수단을 3 : 0 으로 이겼다.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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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1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졸업했던 모 대학교 행정학과는 몇 년 전까지 주간, 야간으로 구분지어서 신입생을 모집했어요. 저도 야간으로 입학했고, 2년 전에 야간이 사리지고 주간으로 통합했어요. 통합되기 전에 주간과 야간 학생이 서로 자주 친분을 맺고 유지하는 일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저랑 같은 학번 행정학과 주간 친구를 공모전 계기로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우린 서로 높은말을 썼어요. 그 친구랑 저는 죽이 척척 맞을 정도로 친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반말을 쓰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곰발님의 생각이 저도 비슷해요. 친한 분위기에 취해 상대방을 무시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게 될까봐 반말을 하고 싶지 않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7 16:47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새끼는 나이가 많은데 꼭 젊은 여성에게 친구하자며 말 놓으라고 합니다.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데 야자하자고 해서 야자 합니까 ? 못하죠... 결국은 자기만 야자하기 시작하면서 동네 여동생 취급합니다. 이 새끼는 늘 이런 식..... 정작 나이 어린 남자에게는 그런 제안을 한 번도 안한다는 거죠.

2014-12-17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4-12-17 17:08   좋아요 0 | URL
그런 방법으로 젊은 여자를 꼬실려고 하다니 시인이라는 직업이 아까운 사람이네요. 뜬금없이 서정윤 시인의 제자 성추행 사건이 생각 나요. 제자한테 ˝가슴이 얼마나 컸는지 만져봐도 되나요?˝라고 공손하게 물어봤다죠.

yamoo 2014-12-17 19:59   좋아요 0 | URL
대학교에서 발표수업이나 공모전 조인트를 하면서 친해지면 정말 불편한 거리가 의외로 편합니다. 서로 말 놓으면 별로 좋지 않은 거 같아요...경험상^^

yamoo 2014-12-17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싫어하는 프로는 아침마당입니다..생활의 달인은 스스로 찾아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말놓으라는 저런 사람들 꼭 있죠.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강요하고, 자기하고 2-3살 터울 위의 사람들과는 친구먹으려고 하고, 자기보다 1살이라도 어리면 꼭 형 대접 받으려고 하고....정말 진절머리 나는 사람들입니다. 나이 따지는 사람들하고는 아예 상종을 말아야 한다는 게....체득한 경험입니다..

여러모로 곰발님은 저와 성향이 많이 비슷합니다..그래서 저는 곰발님의 까는 글을 무척이나 그리워한답니다..ㅋ 이런 언어유희 말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8 01:56   좋아요 0 | URL
왜 저의 언어휴의를 깎아내리십니깡 ~ 내 언어유희는 내 삶의 등불이요. 횃불이요. .. 그렇습니다.

2014-12-17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8 0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1-03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유희도 좋고 까는 말도 좋고! 생활의 달인 ..저만. 불편한 진실로 본건 아녔군요.
그게 무슨 진기명기라고..남의 먹고 사니즘을 ..건들이나..지들이나 웃기지 ..치열하고 뜨거운게 이쪽인데..ㅎㅎ 잘읽고 갑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01-03 15:02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생활의달인보다는 극한직업` 이런 프로가 더 흥미진진하더라고요.

[그장소] 2015-01-0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극한..직업!!트라이애슬론을 직업으로 삼는 (응?)친구도...출연하라고...
아..13형제자매 의 엄마.아빠들..도 그냥..
바로 취업 되시겠네요.^^ 그런건 안되나요? 평생을 죽어야지..하면서 가늘게 길게 오래 산 분들 최장수..사러내니즘..고되잖에요..ㅋㅋㅋ
 

 

 

 

 

 

 

 

진라면에 밥 말아 드세요 !

 

 

 

 

 

 

 

         南으로 窓을 내겠오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오.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오.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金尙鎔 (김상용)-

​중학교 국어 시간에 김상용의 << 남으로 창을 내겠오 >> 라는 시를 배운 적 있다. " 왜 사냐건 웃지요 " 라는 싯구는 다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국어 선생이 자연 속에서의 관조적 자세 운운 할 때, 나는 까만 볼펜으로 < 김 > 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어서 < 감 > 으로 만들고 < 상 >에서 ㅇ 를 지워 < 사 > 를 만들고는 낄껄거리며 웃었다. 감사용 !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을 때 패전 처리용으로 활약했다는 감사용 투수. 그의 입장은 마치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 타이틀이 오르는 데 그때 영화관 문을 열고 입장하는 관객 처지와 비슷했다. 그가 당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왜 사냐건 웃지요. 그런데 나는 어린 마음에 이 시가 정말 싫었다. " 왜 사냐 ? " 고 묻는데 바보처럼 " 헤헤헤 " 라고 웃다니. 왜 이렇게 사냐는 말은 조롱을 담은 말이 아니었던가 ?

그런 말을 하는 놈에게는 하하하 대신 뺨따귀 석 대 날려야 한다.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해서 죽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관조적 자세 ?! 진라면에 밥 말아 드세요.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만들어 놓은 국가 브랜드 광고 효과를 강남 스타일 여성이 진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었다. 대한항공 조현아 공주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 땅콩 " 이 " 킹콩 " 이 된 경우'이다. 찌라시로 곤경에 처한 " 근혜 " 각하 입장에서 보면 현아 공주 사건은 물타기 좋은,  신이 내린 감사용 선물이 아니었을까 ?  대중적 관심은 찌라시에서 땅콩 갑질로 옮겨진 상태'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땅콩을 던진 행위보다 땅콩을 던진 시기가 더 좋지 않았다.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 코드 대신 상복 패션으로 언론 가이드라인에 섰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乙 입장에 선 경우이다. 수많은 카메라 후레쉬가 펑펑 터지는 순간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아이콩, 무서워라 ! "

평소 청담동 엘라스틴 실크리페어 밀크 에센스로 관리받은 블링블링한 머릿결은 업소용 알뜨랑 삼푸 린스 공용 제품'으로 관리받은 것처럼 푸석푸석해서 지푸라기 여인처럼 보였다. 검은 외투를 입고 나오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회색 목도리를 두르고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중교통 이용하는 사람들이야 출퇴근 시 거리를 걷는 시간이 많으니 목도리는 필수이겠지만,  집 앞에서 빌딩 전용 주차장까지 묻지도 따지지지도 않고 편안하게 모시는 베테랑 운전기사를 둔 그녀에게 목도리는 천민들이나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더군다나 회색 목도리라니 !  두보는 " 天夜喜雨/천야희우 " 라는 시에서 "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반가운 비는 시절을 알아 "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때를 맟추어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황순원의 << 소나기 >> 에서 내리는 소나기'도 소년 입장에서 보면 호우에 속한다.

호우가 있으니 호설 好雪 이라는 단어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찾아보았으나 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농경 사회였으니 강설량보다 중요한 것은 강우량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굳이 의미 부여를 하자면 호설은 호우의 cool한 버전이요, 호우는 호설의 hot한 버전이라고 해 두자. 조현아가 언론 앞에 섰을 때도 " 호설 " 이 내렸다. 상복 패션과 회색 목도리 그리고 히마리 없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고개 숙인 창백한 얼굴애 밥풀 같은 눈이 처량하게 떨어졌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호설'이었으나 사건 후 대응책이 워낙 뻔뻔해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신파 풍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신이 한 여인을 가엽게 여겨 好雪이라는 신파 아이템을 뿌렸으나 백성은 이미 등을 돌린 상태였다. 24시간 뉴스를 틀어대는 종편 입장에서 보면 조현아 사태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 갑질 " 은 매우 잘 팔리는 상품이다. 뉴스가 파는 것은 공포, 불안, 분노 따위의 감정 상품이다. 공포, 불안, 분노가 크면 클수록 시청률과 포털 뉴스 클릭 수는 오르게 되어 있다. 뉴스는 행복을 파는 게 아니라 불행을 판다. 내가 눈여겨본 부분은 조현아 갑질을 지적하기 위해  초대한 뉴스 패널 또한 甲이라는 점이다. 무슨 연구소 소장이거나, 스팩 좋은 대학 교수 신분이다. 그들이 나와 꼰대질을 한다. 갑이 갑질에 대해 논하는 것이다. 그들이 조현아 갑질에 대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호통칠 때마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나는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을 테니, 당신은 집에 가서 진라면에 밥 말아 드세요. " 대학 교수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쳐야지 세태 진단한답시고 정치평론가 행세하며 방송국을 내 집 드나들 듯이 하면 정작 강의는 누가 할 것인가 ? 천만 원 등록금 시대에 휴강이라는 공수표만 남발하는 것 또한 갑질이 아닐까 ?

당신이야 출연료에 인지도를 높인다지만 학생 입장에서 보면 등록금이 아깝다. 내가 이전 글에서 승무원과 사무장은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기장은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자,  딴지를 거는 사람이 보이는 반응은 모두 대동소이했다. 당신이라면 보스의 명령을 무시하고 회항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애 딸린 가장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기에 이런 글은 입만 살아서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이 내뱉는 것일 뿐, 현실은 다르다. 진라면에 밥 말아 잡수쇼 ! "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철저하게 세뇌당한 노예 근성을 본다. 그들은 스스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입단속을 한다. 내가 항공기 사무장이나 기장이라 해도 항공기 기내 메뉴얼에 따라 조현아 부사장을 포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스스로 입단속을 한다는 것은 자발적 굴종'이다. 그럴 수록 < 입 > 이 살아야 한다.

현실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입마저 닫으면 북한 사회와 다를 것이 무엇일까 ? 입만 산 사람보다 더 비겁한 사람은 말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 오지랖이라면 이런 오지랖은 좋다. 왜 사냐고 묻는다면 병신처럼 웃지만 말고 당당하게 답해라. " 당신이나 집에 가서 진라면에 밥 말아 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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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아 2014-12-1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콩 무서워라..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4 14:06   좋아요 0 | URL
한때 제즐겨 쓰던 표현입니다.

수다맨 2014-12-1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현아, 이 여자 아주 신파를 연출하려고 애를 쓰더군요. 갑질할 때는 언제고 카메라 앞에 서니 비운의 여인처럼 연기하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습니다.

2014-12-16 0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6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6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6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7 0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7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4-12-17 20:00   좋아요 0 | URL
저도 봤습니다...정말 꼴떨더군요..ㅎ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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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 논란과 아이히만.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는 스승과 제자 관계였지만 곧 연인 사이로 변했다. 그의 나이 36살이었고 그녀는 겨우 18살이었다. 두 사람 간 오고가는 글 풍선(편지)을 보면 두 사람 모두 첫눈에 끌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유부남이었다. 누가 먼저 유혹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먼저 추파를 던진 것은 분명하다. 부끄러워서 그래요, 네에 ? 그렇게 시작된 밀회 ! 애인이었던 한나 아렌트는 나치 친위대가 기승을 부리자 미국으로 망명한다. 왜냐하면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정황을 살펴보면 하이데거는 한나 아렌트와의 " 밀회 " 가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했었는데 그녀가 독일을 떠나자 내심 쾌재를 불렀다. 매우 뛰어난 철학자였지만 인간성은 바닥이었다. 그가  히틀러의 나치즘에 적극 동조하며 푸라이푸르크 대학 총장이 되었을 때,  벤야민은 스위스 국경선 근처에서 자살을 선택했고 철학자이자 음악학자는 쿠르드 후버는 히틀러에 저항하다가 처형되었다. 

 

하지만 하이데커의 승승장구도 독일 패망과 함께 멈췄다. 독일 패망 후, 한나 아렌트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국제 단체의 지원금을 받아 홀로코스트를 진두지휘한 " 아이히만 " 과 인터뷰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아이히만은 어떤 인물일까 ? 유태인이었던 아렌트가 수백만 명을 죽인 아이히만을 만난다는 것은 공포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히만을 면담한 한나 아렌트는 당혹스러웠다. 자신이 생각했던 아이히만이 아니었다. 아이히만은 수줍고, 내성적이며, 친근하고, 예의 바른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였다. 그는 법정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 그는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왜 악당으로 찍혀서 법정에 서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이도 마찬가지였다. 법정에 섰던 전범자들은 아이히만과 동일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 위에서 하라고 해서 한 일입니다. 이것도 죄가 되나요 ? "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면담하고 나서 작성한 저서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 에서,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 ( 아이히만은 수백만 명의 남자, 여자, 어린이를 열정적이고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죽이라는 ) 명령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만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거라고 분명하게 기억했다 " 고 말한다. 그러니까 수백만 명을 죽인 것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지만 상부 명령을 어겼을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거란 말이다. 아렌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아이히만의 문제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았고, 그 많은 사람들은 도착자나 사디스트가 아니었으며, 무섭고도 놀라울 정도로 정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는 데 있다. 우리의 법 제도와 도덕적 판단 기준에서 볼 때 이러한 정상성은 모든 잔혹 행위를 합친 것보다 훨씬 두려운 것이다. ( 중략 ) 자신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걸 알거나 느끼지 못하게 만든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사악함에 관한 이 긴 여정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들을 요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과 생각의 의표를 찌르는 악의 평범성이란 그 무서운 교훈을.

아이히만은 뿔 달리고 꼬리 달린 악마, 잔인한 사디스티, 정신병자, 또라이, 그지새끼, 시부랄 탱탱, 흡혈귀, 곱등이, 아아 저토록 무서운 새끼'라는 조사 결과를 기대했던 대중은 분노했다. 아이히만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니깐 말이다. 이 말은 곧 평범한 당신도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녀는 악의 본질을 꿰뚫었다. 악은 평범한 얼굴로 나타난다. 겉과 속이 다르다. ( 유명한 인권운동가였던 고은태 교수는 정당토론회에서 만난 20대 여성에게 " 세번 째 발가락을 빨고 싶다 " 고 해서 성추문 사건에 연루된 적도 있다. 왜 하필 세 번째 발가락이었을까 ? 인권 운동가였던 그는 정작 인권을 유린했다.  이런 인간을 인권을 미끼로 여성을 낚는다. )  나는 < 평범함 > 이란 표현을 < 단순함 > 이라고 바꾸고 싶다. 악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위에서 하라고 하면 하는 거다. 대한민국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까라면 까야 한다.

청기 올리라고 하면 청기 올리고, 백기 내리라고 하면 백기 내리고, 청기 올리지 말고 백기 내려, 라고 말하면 어린 년이 반말한다고 불끈 하지 말고 청기 올리지 말고 백기 내려야 한다. 만약에 청기 내리고 백기 올리면 마카다미아 총알(땅콩)이 당신의 빛나는 견장을 저격할 것이다. fire ~~~  여기에는 윤리적 갈등과 도덕적 책무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대한민국 운영 시스템은 상부 기관이 내린 " 조작 " 에 가담하는 놈은 승진을 하지만 거부하면 " 조직 " 에서 쫒겨나는 기형적 구조로 고착되었다. 청기 올리라고 할 때 청기 내린 것에 대한 앙갚음이다. 대한항공 땅콩 리턴 논란을 말하기 전에 한 가지 사례를 더 언급하기로 하자 !  스탠리 밀그램이 진행한 복종 실험은 명령이라는 이유로 아무 가책 없이 범죄를 실천하는 초라한 인간을 보여준다. 실험 대상자들은 아이히만'처럼 명령을 내린 사람이 범죄자이지 명령에 따른 행위는 범죄가 아니라고 변명한다.

그렇다면 원숭이도 인간과 동일한 행동 패턴을 보일까 ? 버튼을 누르면 맛있는 바나나가 나온다. 하지만 바나나를 얻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유리문 건너 동료 원숭이는 전기 충격을 받아 고통스러워한다. 이 모습을 실험실 원숭이는 목격하게 된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붉은털 원숭이는  15일 동안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타자의 고통에 대한 측은지심과 침이 고이는 허기는 날마다 충돌했지만 붉은털 원숭이는 측은지심을 선택했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 인간은 원숭이보다 못한 존재'다. 최근 마카다미아 땅콩 때문에 난리가 났다. 대한민국에 박근혜 공주가 있다면, 대한항공에는 조현아 공주가 있다. 그녀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회항하도록 지시했다. 땅콩으로 시작된 사건은 결국 킹콩처럼 커졌다. 조현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논란은 핵심을 벗어났다. 조현아 공주가 불쌍하다는 게 아니다. 항공기 기장에 대한 비판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항공기 회항이 참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권위자의 명령에 단 한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명령에 따랐다. 그것은 마치 위에서 하라고 하니까 하는 논리요, 명령을 하니까 450볼트 버튼을 누르는 스탠리 밀그램 실험자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언론은 기장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한항공 노조 사내 게시판에는 익명의 기장과 부기장들이 온통 사주에 대한 비판만 할 뿐, 어처구니없는 명령에 아무 대꾸도 없이 따른 기장의 태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가재는 게 편인 것일까 ? 승무원은 피해자다. 사무장도 피해자다. 하지만 항공기 기장은 가해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피해자도 아니다. 그도 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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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12-13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현아 부사장의 초췌함 ; 코디를 잘못했는지 연기력이 부족한 것이지, 평생 초췌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초췌하기보다 어색한 모습.

항공기 기장 ; 가치판단이 어렵네요. `영혼 없는 공무원`의 연장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영혼이 없는 사람에게 `영혼이 있어야 돼.`라고 하거나 `영혼을 가져`라고 말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3 15:37   좋아요 1 | URL
아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초의 乙을 경험했을 겁니다. 늘 당당하던 그녀가 아주 쫄아서 목소리가 떨리더군요. 뭐, 한번 경험했다고 바귈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포스트잇 2014-12-13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감합니다. 직장에서 가해지는 폭언, 폭력을 감내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놀라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서류 등을 집어던지거나 머리를 내리치거나 하는 모습을 드라마나 광고 등에서 종종 봅니다. 그 앞에서 마치 어린 아이처럼 당하고 있는 어른을 보는 건 보는 사람에게까지 가하는 모욕이고 폭력 아닙니까? 당연히 그 정돈 참아야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러고 살고 있다는 겁니까? 아프니까 직딩이라 이겁니까? 버텨라, 미생, 이런 겁니까?
이 나라가 학교에서부터 군대로 그것도 모자라 직장에서까지, 참고, 적응하고, 어떻게든 버티는 걸 강요하는 한 여전히 이 모양 이꼴일 것 같습니다. 아, ...아침부터 열받네요. 곰곰발님, 오랫만입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3 15:40   좋아요 1 | URL
이런 글 쓰면 항상 이런 댓글이 달리죠.


˝ 입만 살아서... 네가 저 사람이라고 하면 반항하겠냐 ? 집에 애 딸리고 직장 짤릴 생각해 봐라. ˝

물론 나도 직접 당하면 그 사람들처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이 시궁창이라면 입이라도 살아서 자꾸 거렇게 지적을 해야 미래에는 하나둘 나아지지 않을까요 ? 현실적으로는 반항 못하지 라고 한다고 해서 그냥 노예처럼만 살아라, 글도 쓰지 말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자발적 노예 근성이죠.

하여튼 싸이로 시작해서 땅콩으로 끝나는 글러벌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cyrus 2014-12-13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었던 <공감하는 능력>에서 나온 내용인데 공감을 방해하는 요인들 중 하나가 ‘권력’입니다. 이 책을 지난주에 읽기 시작했는데 마침 땅콩리턴 사건이 나오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4 09:01   좋아요 0 | URL
한번 읽어봐야 겠군요. 맞습니다. 권력은 일종의 장벽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차단합니다.

iforte 2014-12-13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속이 후련해집니다, 곰발님 글을 읽고. `대책없이 미친...`류의 쪽글들만 보다가 말이죠. 덧붙이자면, 기장도 문제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기장의 위치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기업 시스템의 문제기도 하겠죠. 조직내 결정권자의 권한이 수시로 침해당하는 조직 시스템에 익숙한 탓 아니겠습니까? 직급에 불문하고 담당자의 결정권한을 존중해주는 문화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말이죠. 그러니 앞장서서 총대를 매려는 용기있는 상식이, 상식있는 용기가 나올수 없는거겠다 싶어요. 말씀하신대로 권력에 기계적으로 복종하는 시스템으로 짜여진 환경에 무섭게 적응한 인간인걸요.

그나저나 예로드신 붉은털 원숭이 실험은 가히 충격이네요. 그런 실험을 며칠도 아니고 15일이나 강행했다는 점에서 이미 인간이 원숭이만 못하다는 느낌적 느낌이.. 슬프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4 09:03   좋아요 0 | URL
마침. 이런 글을 제 블로그에 쓴 적 있어 여기에 옮깁니다.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만들어놓은 국가 브랜드 광고 효과를 강남 스타일 여성이 진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었다. 대한항공 조현아 공주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 땅콩 ˝ 이 ˝ 킹콩 ˝ 이 된 경우`이다.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 코드 대신 상복 패션으로 언론 가이드라인에 섰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乙 입장에 선 경우이다. 수많은 카메라 후레쉬가 펑펑 터지는 순간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아이콩, 무서워라 ! ˝ 평소 청담동 엘라스틴 실크리페어 밀크 에센스로 관리받은 머릿결은 알뜨랑 삼푸 린스 공용 제품 ( 업소용 ) 으로 관리받은 것처럼 푸석푸석해서 지푸라기 여인처럼 보였다. 검은 외투를 입고 나오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회색 목도리를 두르고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중교통 이용하는 사람들이야 출퇴근 시 거리를 걷는 시간이 많으니 목도리는 필수이겠지만, 내 집처럼 편안하게 모시는 베테랑 운전기사를 둔 그녀에게 목도리는 천민들이나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더군다나 회색 목도리라니. 두보는 ˝ 天夜喜雨/천야희우 ˝ 라는 시에서 ˝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반가운 비는 시절을 알아 ˝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때를 맟추어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황순원의 << 소나기 >> 에서 내리는 소나기`도 소년 입장에서 보면 호우에 속한다. 호우가 있으니 호설 好雪 이라는 단어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찾아보았으나 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농경 사회였으니 강설량보다 중요한 것은 강우량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굳이 의미 부여를 하자면 호설은 호우의 cool한 버전이라고 하자.



조현아가 언론 앞에 섰을 때도 ˝ 호설 ˝ 이 내렸다. 상복 패션과 회색 목도리 그리고 히마리 없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고개 숙인 창백한 얼굴애 밥풀 같은 눈이 떨어졌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호설`이었으나 사건 후 대응책이 워낙 뻔뻔해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신파 풍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신이 한 여인을 가엽게 여겨 好雪이라는 신파 아이템을 뿌렸으나 백성은 찌라시라며 거부한 것이다. 24시간 뉴스를 틀어대는 종편 입장에서 보면 조현아 사태는 좋은 뉴스`다. ˝ 갑질 ˝ 은 매우 잘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내가 눈여겨본 부분은 조현아 갑질을 지적하기 위해 초대한 뉴스 패널 또한 甲이라는 점이다. 무슨 연구소 소장이거나, 스팩 좋은 대학 교수 신분이다. 갑이 갑질에 대해 논하는 것이다. 그들이 조현아 갑질에 대해 목에 핏대 세우며 호통을 칠 때마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 진라면에 밥 말아 드세요. ˝ 말리는 시어머니보다 때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내가 이전 글 : http://myperu.blog.me/220208573751 에서 승무원과 사무장은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기장은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자 딴지를 거는 사람이 보이는 반응은 모두 비슷하다. 당신이라면 보스의 명령을 무시하고 회항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애 딸린 가장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기에 이런 글은 입만 살아서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이 내뱉는 것일 뿐, 현실은 다르다. 진라면에 밥 말아 잡수쇼 ! ˝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철저하게 세뇌당한 노예 근성을 본다. 그들은 스스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입단속을 한다. 내가 항공기 사무장이나 기장이라 해도 항공기 기내 메뉴얼에 따라 조현아 부사장을 포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스스로 입 단속을 한다는 것은 더 가증스럽다. 그럴 수록 < 입 > 이 살아야 한다. 현실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입마저 닫으면 북한사회와 다를 것이 무엇일까 ?



입만 산 사람보다 더 비겁한 사람은 말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 오지랖이라면 이런 오지랖은 좋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나 진라면에 밥 말아 먹어라. 왜 사냐고 묻는다면 웃지만 말고 답해라.



iforte 2014-12-14 10:16   좋아요 0 | URL
어흐흑... 감동 감동. 제 하찮은 댓글에 길게 답글 달아주시고. 긴 하루 보내고 서재글 열어보고는 밀려오는 폭풍 감동에 하루의 노곤함이 다 녹아내리네요. 넵. 저도 기장이 피해자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습니다. 기장이 왜 피해자입니까? 자기 할 의무를 내팽개친 사람인데요. 기장님 입장에서야 억울하다 하시겠지만, 어쨌든 주어진 의무와 권한은 다하지 못한점에서 비난받아도 할말이 없는 사람이지요. 다만 저는, 그러한 비겁자들을 양산하게끔 돌아가는 우리나라의 기업, 조직 시스템이 문제라는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담당자가 책임지고 일하고, 그 권한이 비전문가/비관련자의 권위에 눌려서는 안되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조직제도가 뿌리내려있는가, 뭐 그런 관점입니다. 조직문화가 변화했으면 바랄뿐입니다.

어흐흑... 폭풍감동 받고 좀 있다 잠자리에 들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4 10:27   좋아요 0 | URL
이거 그냥 제 블로그에서 긁은 글입니다.. ㅎㅎㅎㅎ
마자요. 포르테 님 지적이 옳습니다. 그런 것이 당연화되는 조직 문화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요.

비로그인 2014-12-1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글읽는 재미가 꿀맛입니다. 곰발님 블로그도 자주 가야겠네요. 그나저나 땅콩 하나가 시스템의 부조리를 응축한 하나의 상징물이 되었다는것이 반가운것은 왜일까요? 연말 회식자리에 모인 다양한 지위의 직장인들이 땅콩그릇을 앞에두고 무슨생각들을 할지...정말 기대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5 09:38   좋아요 0 | URL
땅콩 얕잡아봤다가 큰코 다친 경우죠, 뭐... ㅎㅎㅎㅎㅎ

Antikim 2014-12-15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규정대로 회항해서 부사장을 경찰에 넘긴 후 뉴스에 나면, 시청자들이 ˝당연한 거 아냐?˝라고 반응하는 나라에 살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7 03:25   좋아요 0 | URL
그런 날이 올까요 ? 제 목숨 걸고 도박합니다.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임...

고양이라디오 2022-03-22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털원숭이 실험 충격적이네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오늘 읽고 싶어지네요^^
 

 

 

 

 

봄이 올까 ?

 

 

세상(대한민국) 돌아가는 꼴을 계절에 빗대자면 겨울 3단계와 유사1하다. 12월이 되면 발 동동 구르며 춥다 춥다 하지만 1월은 더 춥다. 1월이 되면 또 발 동동 구르며 춥다 춥다 하지만 1월보다 더 추운 2월이 기다리고 있다. 甲은 대입 수험생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 12월이 가장 추우니, 이번 한파만 넘기면 추위는 물러난단다. 그러니 딴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렴 ! " 아이들은 이 말을 믿고 열심히 공부한다, 대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꽃 피는 봄은 없다. 1월은 12보다 더 춥다. 꽃 피는 봄은 부잣집 도련님이나 공주님에게나 오는 계절일 뿐이다. 멘토로 유명했던 김미경은 스스로를 " 개천에서 용 난 년 " 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나는 때는 지났다. 개천에는 용 대신 이끼 벌레만 있을 뿐이다.

 

이끼 벌레는 대장부여서 찔러도 도망칠 생각도 않는다. 뻔뻔한 놈이 개천에 산다. 좋은 환경에서 착하게 자란 도련님과 공주님이 해맑게 공부하고 있을 시간에 당신은 바코드를 찍으며 공부 걱정(만) 한다. 스팩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주민등록등본이다. 자식 입장에서 보면 가난한 아빠보다 부자 아빠가 경쟁력이다. " 4당 5락2 " 이라는 말이 있듯이, 대입 수능생 시절에는 잠을 적게 자야 성적이 오르지만, 아르바이트 일도 하고 공부를 병행하느라 잠을 적게 자는 대학생은 오히려 넉넉한 지원을 받는 도련님과 공주에게 밀린다. 당대는 항상 지옥이다. 축 쳐진 어깨로 빈 강의실에 앉아 있을 때 김난도 같은 선생이 다가와 당신에게 말할 것이다. " 힘들지 ? 아프니깐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단다. 좋은 날이 올 거야. "

 

아, 이토록 따듯한 말 한 마디 ! 이 추위도 곧 물러가리라.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추위가 물러날까 ? 천만에 ! 2월은 더 춥다. 본격적으로 당신은 乙이 된다. 취준생, 88만원, 인턴, 비정규직, 신입사원, 사회 초년생, 시다바리가 된다. 그리고는 깨닫게 된다. 12월은 춥지만, 1월은 더 춥고, 2월은 1월보다 더 춥다는 사실. 아프면 병원 가야 하고, 천 번 흔들리면 어른이 되기는커녕 늪지대 " 갈대 " 가 되어 만날 흔들리다가, 나이가 들고 돈도 없어 " 갈  데 " 없는 신세가 되어 결국에는  " 갈 때 " 되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 김난도의 말이 사실이라면 좋은 부모 만나 세상 풍파 없이, 흔들리지 않고,  곱게 자라서  칠순 노인이 된 사람은 어른이 아니란 소리인가 ?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어른이 된다.

 

 한 번 흔들려도 어른이 되고, 천 번 흔들려도 어른이 된다. 이왕이면 한 번 흔들리는 게 낫지 않을까 ? 김난도 선생 말이 맞다면 자식은 " 온실 속 " 보다는 " 개똥 밭 " 에서 키워야 천 번을 흔들릴 텐데, 김난도 선생 자녀들은 개똥 밭에서 뒹굴며 흔들리고 있는지 묻고 싶다. 김미경 독설도 의미 없지만, 김난도 힐링도 의미 없다. 병신 같은 말이다. 이처럼 주인 甲 은 항상 당신에게 희망 고문을 한다. 오늘 지나면 추위는 물러날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 징징거리지말고 닥치고 열심히 공부(일)이나 하세요, 수험생 근로자 여러분 ! 김영하가 힐링 캠프에 나와 강의를 했다. 그는 다른 힐링 코치와는 달리 지금은 젊은이에게는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 역시, 김영하는 달라 ! 방청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고래와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김영하와 그 전 힐링 코치의 강연 내용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제는 그런 힐링 코치 강연에 나가서 자신을 힐링하려고 하는 청중에게 있다. 그들은 그저 성공한 타인의 말에 위로를 받고 싶을 뿐이다. 희망은 없어요, 라는 말에도 위로를 받고 희망은 있어요, 라고 말해도 위로를 받는다. 왜냐하면 강연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공한 명사의 말을 믿고 따르려고 하는 나약한 노예 근성 때문이다. 그런 강연을 듣는다고 해서 당신의 정신 건강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태도는 정신 승리는커녕 정신 박약에 가깝다. 타인의 말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봄은 없다. 스승도 없고, 멘토도 없다. 사랑은 영원할 것 같지만 뒤돌아서는 순간 쌍년이 되거나 개새끼가 될 뿐이다.

 

그러므로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느 말에도 열광할 필요가 없다. 커트 보네거트의 말투로 끝내겠다. " 시발... 세상이 다 그런거지 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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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12-12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승전결의 흥망성쇠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일정 부분에서 순환을 봅니다. 그러니까 겨울 후에는 봄이 올 가능성이 높죠. 그러나 여기에서의 결結은 파국 catastrophe, 망국亡國을 의미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2 23:0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결국은 망국이군요. 어째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재벌 세습, 족벌 시스템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봄은 올 것 같지가 않아요. 지금 현재로서는 겨울왕국인 듯..

마립간 2014-12-13 08:33   좋아요 0 | URL
구한말하고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 안 하세요.

세도정치와 같은 재벌족벌, 정권에 연연하는 정치권, 양극화와 서민들의 피폐, 형식적인 과거제도를 통한 세습과 뒤거래에 의한 대학입학, 직업 세습, 정권의 철도에 대한 결정 등, 그 당시에 계급이 있었다면 지금 계층이라고 부르는 계급이 있죠.

2014-12-12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2 23:07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타인 의존성이라고나 할까요. 사람들은 항상 이런 힐링 캥프 같은 곳에서 위로를 받으려고 합니다. 을이면 을이 연대해서 서로 위로하고 힘을 주는 것에는 관심도 없어요. 꼭 성공한 자의 말에 위로를 받으려고 합니다. 계급 연대 의식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비로그인 2014-12-1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아주 쓰고 맛없는 보약같습니다. 이런글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2 23:0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더욱 쓰고 맛없는 보약이 되겠습니다.

cyrus 2014-12-12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우면 어떻게든 몸의 온도를 높이게 움직여야 해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부둥켜안거나 다함께 장작과 부싯돌을 구해서 불을 피운다면 체온을 높일 수 있어요. 그런데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건네주는 따뜻한 옷만 원하는 것 같아요. 분명 자신들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세상의 차디찬 추위에 온몸을 벌벌 떠는 사람들이 있는데도요.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따뜻한 옷이 필요해요. 저는 몸과 마음이 추워도, 추위를 덜어줄 것 같은 힐링에 관심이 없어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추운 세상 속에서 스스로 마음을 단련할 수 있는 법을 터득해야 된다고 봐요. 제가 아직 단련의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나름 노력하는 중입니다. 한파 같은 세상 속에서 내 마음을 스스로 단련하기 어려워도, 정자를 만들어주는 가운데 주머니가 단련되어서 만족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2 23:1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제가 힐링 캠프, 강단 문화를 혐오하는 이유는 갑이 나와서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말하며 을을 가르치려는 서사 때문이 아니라 성공한 자의 말에만 매달리려는 을의 태도 때문입니다. 계급의식이 부족한 겁니다. 노동자는 노동자와 단결하여 서로 귀 기울이고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데는 관심도 없습니다. 그러니 정작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웃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성공한 자의 위로만 들으려고 합니다. 강사보다는 청중이 문제인 거죠.
 

 

 

 

 

 

 

 

 

 

 

 

 

 

 

 

 

 

 

 


 

 

 

 

 

 

 

 

아, 봤다 ! 인터스텔라와 허니버터칩


 

 


평론가들이 영화 << 아바타 >> 를 두고 " 영화의 신기원 " 이라며 극찬을 남발했을 때,  나는 웃으면서 코 팠다.  신기원은 중2때 반 친구 이름이었다. "  2학년 4반 17번 신기원.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왕따당했던 녀석. 여전히 너는 커서도 뚱뚱하고 못생겼더라. 기원아, 잘 살고 있지 ? 이번 망년회 때 얼굴이라도 보자. 이 글 읽거든......  꼭 연락해라. " 이 영화는 볼거리만 요란했지 알맹이는 그지 같았다. 영화평론가에게 심미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1미터 앞에 있는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시력은 갖추어야 평론가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 첫째, 이 영화는 생태학을 이야기하며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팍스 아메리카의 대리전 욕망'을 그대로 답습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

미국은 항상 타국에서 전쟁을 치뤘다. 자국 내에서 폭탄이 투하된 적은 일본이 가미가제 특공대를 이끌고 제로센 전투기로 하와이를 공격했을 때가 유일했고, 911테러는 유사 전쟁 성격을 띤 소규모 충돌이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미국은 타국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했다. 그들이 그 짓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국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아니니 마음대로 총알을 쑤시고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다. 총질하다가 엉뚱하게 지나가는 아이 7이 총에 맞아 죽으면  쿨하게 " 앗, 나의 실수 ! " 라고 하면 그만이다. 만약에 자국 내 전쟁이었다면 따발총으로 따, 다다다다다다다 하며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 << 다이하드 >> 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일본인이 소유한 빌딩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브루스 윌리스가 미친 놈처럼 " 나카토미 빌딩 " 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빌딩이 일본 소유였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존 맥클레인의 " 다이 하드 " 는 미국 내 일본 영토에서 싸운 것이다. 영화 << 람보 >> 도 마찬가지'다. 람보는 항상 타국에서만 총질한다. 그는 캄보디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총질로 백인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 봤냐, 아시아 놈들아. 이거시 바로 앵글로섹스 하드 바디다 !  "   뻔뻔한 짓. 그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악을 응징하러 왔노라,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약탈을 " 정의의 이름 " 으로 미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영화 << 아바타 >> 는 백인의 뻔뻔한 제국주의를 그대로 답습한다. ​나비족이 사는 행성 판도라는 지구 식민지'이다. 지구인이 이곳 자원을 약탈하려고 한다. 이런 서사에 항상 등장하는 인물은 " 어 퓨 굿 맨 " 이다.

정의로운 백인이 등장하여 식민지를 약탈하려는 제국주의자와 싸운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어 퓨 굿 맨은 아름다운 원주민 여자를 차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국주의 침탈로부터 약소국을 지켜내는 중요 인물 또한 백인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영화평론가라면 겉만 보지 말고 속도 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볼거리만 보지 말고 영화 속에 감춰진 이데올로기를 파악하는 것도 영화 평론가가 갖춰야 할 실력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 사회에서 시작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 인해 비서방 국가 인민을 죽인 숫자가 무려 5000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리석은 식민지 원주민을 각성시키고 선도하는 이 또한 제국주의자 백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정도면 북 치고, 장구 치고, 갑(깝)치고, 을 주고, 병 주고, 정 주고, 몸 주고, 약 주고, 배탈나는 꼴이다. 자화자찬이다. 이 영화가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그런 평론가는 거의 없었다. 한다는 소리가 " 영화사의 기원을 바꿀 영화 ! " 라는 신소리뿐이다. 도대체 이 영화가 영화사의 기원을 바꿀 만큼 기술적 도약이 있었던가 ? 기원을 바꿀 정도라면 비약적 발전이 있었다는 것인데 3D 기술이 카메론이 발명한 영상 기술이었나 ?

 

이미 최초의 3D 영화는 1922년에 상영된 적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색안경 끼고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허지웅 같은 작자가 영화평론가 행세를 하는 것을 보면 그냥 신물이 넘어온다. 그는 << 마녀사냥 >> 같은 잡담 프로에 나와서 심심풀이 땅콩 같은 잡담을 " 쿨한 척 " 하며 내뱉고, 그 " 쿨한 척 ㅡ 상품 " 을 파는 장사꾼에 불과하다. 쿨하다는 거, 이젠...... 지겹다. cool은 이제 유통 기한이 지난 통조림이다. 쿨한 썩소'보다는 뜨거운 눈물이 인가나적이다. ( " 썸 " 을 탄다는 것도 섣불리 고백했다가 차여서 질질 짜지 않겠다는 이기적 속내에 불과하다. 좀 울면 어떠냐, 사내새끼가 울면 어떠냐, 사랑 때문에 울고, 차여서 울고 그러는 게 인간적인 것이다. 썸 ?! 개나 줘라 )

 

요즘은 << 인터스텔라 >> 열풍이 불고 있다. 천 만 스코어 동원 기간은 해마다 짧아지고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이제 관객은 여유를 가지고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땡 처리 행사장 앞에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고객처럼 군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한 나라라고 해도, 굳이 영화를 보는 문화 생활마저 경쟁할 필요가 있을까 ? 각하가 얼리버드여서 그런가 ?! 한국인 가운데 팔 할은 " 얼리아, 답터 " 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 코리아, 답답 " 하다. 대한민국에서는 << 인터스텔라 >> 가 광풍이던데  정작 다른 나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영화 속 과학 이론이 난해할 뿐만 아니라 가족 신파에 쉽게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왜 얼리아답터'가 되었을까 ? 답은 의외로 쉽다. 기업이 그렇게 세뇌시켰기 때문이다. 기업은 얼리어답터를 뭔가 세련되고, 시대를 선도하는 리더'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막대한 기업 이미지 광고가 쏟아졌다. 그리고 한국인은 세뇌당했다.  좋게 말하면 얼리아답타이고 나쁘게 말하면 " 호갱 " 이다. 기업은 당신을 " 얼리아답타 " 라고 쓰고 " 호갱 " 이라고 읽는다. << 인터스텔라 >> 와 함께 " 허니버터칩 " 이 인기란다. SNS는 허니버터칩이 장악했다. 오, 오오. 박근혜도 누리지 못한 인기를 과자 부스러기가 해낸 것이다. 어느 편의점 주인은 하루에 허니버터칩 언제 입고 되냐는 소리를 수백 번 들었다고 한다. 지금 같은 경우라면 인기가 아니라 광풍이다. 없어서 못 판다. 먹어 본 사람은 인증샷을 날리며 영광이라고 말한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이경규 라면도 한때 없어서 못 팔았다. 지금은 아무도 사 먹지 않는 라면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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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스텔라 >> 상영 버전은 세 가지'다. 70미리 화면 디지털 상영, 35미리 필름 상영, 35미리 디지털 상영. 70미리, 35미리는 영화 필름 길이를 말한다. 그러니까 70미리 영화 필름은 35미리 필름보다 2배 큰 필름이다. 크기가 크다보니 영사기로 화면을 확대했을 때 보다 더 선명하며 색이 진하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 크기를 크게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35미리 필름으로 영사한 화면은 화면 크기를 늘리는 데 제한이 따른다. 어느 정도까지는 색을 재현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범위를 넘어서면 뭉개진다. << 아라비아의 로렌스 >> 와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 가 70미리 필름으로 촬영된 이유는 보다 큰 스크린으로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사막이나 우주는 광활해야 제대로 된 웅장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70미리 화면 디지털 상영이라는 말은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 대따 큰 화면으로 보아요 ! " 라는 소리다. 대따 큰 화면으로 영사해도 컬러 발란스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 그런데 70미리 디지털과 35미리 디지털 상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말한 차이는 필름일 때 70미리 상영과 35미리 상영이 차이가 있다는 소리이니 말이다.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보면 된다. 내 눈에는 디지털 영사 방식과 필름 영사 방식이 재현하는 색은 약간 다르다. 디지털 상영은 컬러가 파스텔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고, 필름 상영은 파스텔化가 덜 진행된 색을 재현한다. 필름 상영이 보다 더 따듯한 색을 재현해요, 라고 상투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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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11-2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경험으로 백인영웅주의의 최초는 `쾌걸 조로`였습니다. 영웅도 백인, 악당도 백인, 어리버리 황인종들. 그 다음은 `인디아나 존스`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는 아직 보지 했지만, 기회가 닿는대로 보려합니다. 과학적 지식과 영화 줄거리가 용액과 같은 상태인지 불균질 혼합물인지 궁금해서요.

저는 래거드입니다. (핸드폰도 전화통화만) ; innovator 2.5%, early adaptor 13.5%, early majority 34%, late majority 34%, laggard 16%

곰곰생각하는발 2014-11-28 15:58   좋아요 0 | URL
하긴... 황인종은 그저 어리버리하기만 하죠. 성적 매력도 없고, 벌벌 떨기만 하고....
반면 백인은 좋고, 악당은 힘도 쎄고.... ㅎㅎㅎㅎㅎㅎㅎ
아주 그냥.. ㅎㅎㅎ.

저는 레거드도 아닙니다. 핸드폰이 없습니다.

rimza 2014-11-3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낚여 보러들어왔다 한 방 먹었어요.
근데 시원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1-30 15:53   좋아요 0 | URL
낙씨가 전문입니다.

[그장소] 2015-01-03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눈감고..봤다에 한표! ㅎㅎㅎ
음악 감상용 버전...한스짐머

곰곰생각하는발 2015-01-03 15:01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영화 안 봤습니다.. ㅎㅎㅎㅎㅎ

[그장소] 2015-01-03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저보다 한수위..인정합니다!
한수만..?!...^^,
저도 눈을 감고 열을 세어보아,ㅆ- 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