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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평점 :
땅콩 회항 논란과 아이히만.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는 스승과 제자 관계였지만 곧 연인 사이로 변했다. 그의 나이 36살이었고 그녀는 겨우 18살이었다. 두 사람 간 오고가는 글 풍선(편지)을 보면 두 사람 모두 첫눈에 끌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유부남이었다. 누가 먼저 유혹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먼저 추파를 던진 것은 분명하다. 부끄러워서 그래요, 네에 ? 그렇게 시작된 밀회 ! 애인이었던 한나 아렌트는 나치 친위대가 기승을 부리자 미국으로 망명한다. 왜냐하면 한나 아렌트는 유태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정황을 살펴보면 하이데거는 한나 아렌트와의 " 밀회 " 가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했었는데 그녀가 독일을 떠나자 내심 쾌재를 불렀다. 매우 뛰어난 철학자였지만 인간성은 바닥이었다. 그가 히틀러의 나치즘에 적극 동조하며 푸라이푸르크 대학 총장이 되었을 때, 벤야민은 스위스 국경선 근처에서 자살을 선택했고 철학자이자 음악학자는 쿠르드 후버는 히틀러에 저항하다가 처형되었다.
하지만 하이데커의 승승장구도 독일 패망과 함께 멈췄다. 독일 패망 후, 한나 아렌트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국제 단체의 지원금을 받아 홀로코스트를 진두지휘한 " 아이히만 " 과 인터뷰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아이히만은 어떤 인물일까 ? 유태인이었던 아렌트가 수백만 명을 죽인 아이히만을 만난다는 것은 공포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히만을 면담한 한나 아렌트는 당혹스러웠다. 자신이 생각했던 아이히만이 아니었다. 아이히만은 수줍고, 내성적이며, 친근하고, 예의 바른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였다. 그는 법정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 그는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왜 악당으로 찍혀서 법정에 서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이도 마찬가지였다. 법정에 섰던 전범자들은 아이히만과 동일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 위에서 하라고 해서 한 일입니다. 이것도 죄가 되나요 ? "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을 면담하고 나서 작성한 저서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 에서,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 ( 아이히만은 수백만 명의 남자, 여자, 어린이를 열정적이고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죽이라는 ) 명령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만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거라고 분명하게 기억했다 " 고 말한다. 그러니까 수백만 명을 죽인 것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지만 상부 명령을 어겼을 때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거란 말이다. 아렌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아이히만의 문제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았고, 그 많은 사람들은 도착자나 사디스트가 아니었으며, 무섭고도 놀라울 정도로 정상이었고, 지금도 그렇다는 데 있다. 우리의 법 제도와 도덕적 판단 기준에서 볼 때 이러한 정상성은 모든 잔혹 행위를 합친 것보다 훨씬 두려운 것이다. ( 중략 ) 자신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걸 알거나 느끼지 못하게 만든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사악함에 관한 이 긴 여정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들을 요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과 생각의 의표를 찌르는 악의 평범성이란 그 무서운 교훈을.
아이히만은 뿔 달리고 꼬리 달린 악마, 잔인한 사디스티, 정신병자, 또라이, 그지새끼, 시부랄 탱탱, 흡혈귀, 곱등이, 아아 저토록 무서운 새끼'라는 조사 결과를 기대했던 대중은 분노했다. 아이히만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니깐 말이다. 이 말은 곧 평범한 당신도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녀는 악의 본질을 꿰뚫었다. 악은 평범한 얼굴로 나타난다. 겉과 속이 다르다. ( 유명한 인권운동가였던 고은태 교수는 정당토론회에서 만난 20대 여성에게 " 세번 째 발가락을 빨고 싶다 " 고 해서 성추문 사건에 연루된 적도 있다. 왜 하필 세 번째 발가락이었을까 ? 인권 운동가였던 그는 정작 인권을 유린했다. 이런 인간을 인권을 미끼로 여성을 낚는다. ) 나는 < 평범함 > 이란 표현을 < 단순함 > 이라고 바꾸고 싶다. 악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위에서 하라고 하면 하는 거다. 대한민국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까라면 까야 한다.
청기 올리라고 하면 청기 올리고, 백기 내리라고 하면 백기 내리고, 청기 올리지 말고 백기 내려, 라고 말하면 어린 년이 반말한다고 불끈 하지 말고 청기 올리지 말고 백기 내려야 한다. 만약에 청기 내리고 백기 올리면 마카다미아 총알(땅콩)이 당신의 빛나는 견장을 저격할 것이다. fire ~~~ 여기에는 윤리적 갈등과 도덕적 책무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대한민국 운영 시스템은 상부 기관이 내린 " 조작 " 에 가담하는 놈은 승진을 하지만 거부하면 " 조직 " 에서 쫒겨나는 기형적 구조로 고착되었다. 청기 올리라고 할 때 청기 내린 것에 대한 앙갚음이다. 대한항공 땅콩 리턴 논란을 말하기 전에 한 가지 사례를 더 언급하기로 하자 ! 스탠리 밀그램이 진행한 복종 실험은 명령이라는 이유로 아무 가책 없이 범죄를 실천하는 초라한 인간을 보여준다. 실험 대상자들은 아이히만'처럼 명령을 내린 사람이 범죄자이지 명령에 따른 행위는 범죄가 아니라고 변명한다.
그렇다면 원숭이도 인간과 동일한 행동 패턴을 보일까 ? 버튼을 누르면 맛있는 바나나가 나온다. 하지만 바나나를 얻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유리문 건너 동료 원숭이는 전기 충격을 받아 고통스러워한다. 이 모습을 실험실 원숭이는 목격하게 된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붉은털 원숭이는 15일 동안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타자의 고통에 대한 측은지심과 침이 고이는 허기는 날마다 충돌했지만 붉은털 원숭이는 측은지심을 선택했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 인간은 원숭이보다 못한 존재'다. 최근 마카다미아 땅콩 때문에 난리가 났다. 대한민국에 박근혜 공주가 있다면, 대한항공에는 조현아 공주가 있다. 그녀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회항하도록 지시했다. 땅콩으로 시작된 사건은 결국 킹콩처럼 커졌다. 조현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논란은 핵심을 벗어났다. 조현아 공주가 불쌍하다는 게 아니다. 항공기 기장에 대한 비판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항공기 회항이 참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권위자의 명령에 단 한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명령에 따랐다. 그것은 마치 위에서 하라고 하니까 하는 논리요, 명령을 하니까 450볼트 버튼을 누르는 스탠리 밀그램 실험자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언론은 기장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한항공 노조 사내 게시판에는 익명의 기장과 부기장들이 온통 사주에 대한 비판만 할 뿐, 어처구니없는 명령에 아무 대꾸도 없이 따른 기장의 태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가재는 게 편인 것일까 ? 승무원은 피해자다. 사무장도 피해자다. 하지만 항공기 기장은 가해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피해자도 아니다. 그도 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