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봤다 ! 인터스텔라와 허니버터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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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이 영화 << 아바타 >> 를 두고 " 영화의 신기원 " 이라며 극찬을 남발했을 때, 나는 웃으면서 코 팠다. 신기원은 중2때 반 친구 이름이었다. " 2학년 4반 17번 신기원.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왕따당했던 녀석. 여전히 너는 커서도 뚱뚱하고 못생겼더라. 기원아, 잘 살고 있지 ? 이번 망년회 때 얼굴이라도 보자. 이 글 읽거든...... 꼭 연락해라. " 이 영화는 볼거리만 요란했지 알맹이는 그지 같았다. 영화평론가에게 심미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1미터 앞에 있는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시력은 갖추어야 평론가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 첫째, 이 영화는 생태학을 이야기하며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팍스 아메리카의 대리전 욕망'을 그대로 답습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
미국은 항상 타국에서 전쟁을 치뤘다. 자국 내에서 폭탄이 투하된 적은 일본이 가미가제 특공대를 이끌고 제로센 전투기로 하와이를 공격했을 때가 유일했고, 911테러는 유사 전쟁 성격을 띤 소규모 충돌이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미국은 타국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했다. 그들이 그 짓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국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아니니 마음대로 총알을 쑤시고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다. 총질하다가 엉뚱하게 지나가는 아이 7이 총에 맞아 죽으면 쿨하게 " 앗, 나의 실수 ! " 라고 하면 그만이다. 만약에 자국 내 전쟁이었다면 따발총으로 따, 다다다다다다다 하며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 << 다이하드 >> 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가 일본인이 소유한 빌딩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브루스 윌리스가 미친 놈처럼 " 나카토미 빌딩 " 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빌딩이 일본 소유였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존 맥클레인의 " 다이 하드 " 는 미국 내 일본 영토에서 싸운 것이다. 영화 << 람보 >> 도 마찬가지'다. 람보는 항상 타국에서만 총질한다. 그는 캄보디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총질로 백인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 봤냐, 아시아 놈들아. 이거시 바로 앵글로섹스 하드 바디다 ! " 뻔뻔한 짓. 그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악을 응징하러 왔노라,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약탈을 " 정의의 이름 " 으로 미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영화 << 아바타 >> 는 백인의 뻔뻔한 제국주의를 그대로 답습한다. 나비족이 사는 행성 판도라는 지구 식민지'이다. 지구인이 이곳 자원을 약탈하려고 한다. 이런 서사에 항상 등장하는 인물은 " 어 퓨 굿 맨 " 이다.
정의로운 백인이 등장하여 식민지를 약탈하려는 제국주의자와 싸운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어 퓨 굿 맨은 아름다운 원주민 여자를 차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국주의 침탈로부터 약소국을 지켜내는 중요 인물 또한 백인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영화평론가라면 겉만 보지 말고 속도 보아야 한다. 그러니까 볼거리만 보지 말고 영화 속에 감춰진 이데올로기를 파악하는 것도 영화 평론가가 갖춰야 할 실력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 사회에서 시작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 인해 비서방 국가 인민을 죽인 숫자가 무려 5000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겉으로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리석은 식민지 원주민을 각성시키고 선도하는 이 또한 제국주의자 백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정도면 북 치고, 장구 치고, 갑(깝)치고, 을 주고, 병 주고, 정 주고, 몸 주고, 약 주고, 배탈나는 꼴이다. 자화자찬이다. 이 영화가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그런 평론가는 거의 없었다. 한다는 소리가 " 영화사의 기원을 바꿀 영화 ! " 라는 신소리뿐이다. 도대체 이 영화가 영화사의 기원을 바꿀 만큼 기술적 도약이 있었던가 ? 기원을 바꿀 정도라면 비약적 발전이 있었다는 것인데 3D 기술이 카메론이 발명한 영상 기술이었나 ?
이미 최초의 3D 영화는 1922년에 상영된 적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색안경 끼고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허지웅 같은 작자가 영화평론가 행세를 하는 것을 보면 그냥 신물이 넘어온다. 그는 << 마녀사냥 >> 같은 잡담 프로에 나와서 심심풀이 땅콩 같은 잡담을 " 쿨한 척 " 하며 내뱉고, 그 " 쿨한 척 ㅡ 상품 " 을 파는 장사꾼에 불과하다. 쿨하다는 거, 이젠...... 지겹다. cool은 이제 유통 기한이 지난 통조림이다. 쿨한 썩소'보다는 뜨거운 눈물이 인가나적이다. ( " 썸 " 을 탄다는 것도 섣불리 고백했다가 차여서 질질 짜지 않겠다는 이기적 속내에 불과하다. 좀 울면 어떠냐, 사내새끼가 울면 어떠냐, 사랑 때문에 울고, 차여서 울고 그러는 게 인간적인 것이다. 썸 ?! 개나 줘라 )
요즘은 << 인터스텔라 >> 열풍이 불고 있다. 천 만 스코어 동원 기간은 해마다 짧아지고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이제 관객은 여유를 가지고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땡 처리 행사장 앞에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고객처럼 군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한 나라라고 해도, 굳이 영화를 보는 문화 생활마저 경쟁할 필요가 있을까 ? 각하가 얼리버드여서 그런가 ?! 한국인 가운데 팔 할은 " 얼리아, 답터 " 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 코리아, 답답 " 하다. 대한민국에서는 << 인터스텔라 >> 가 광풍이던데 정작 다른 나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영화 속 과학 이론이 난해할 뿐만 아니라 가족 신파에 쉽게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왜 얼리아답터'가 되었을까 ? 답은 의외로 쉽다. 기업이 그렇게 세뇌시켰기 때문이다. 기업은 얼리어답터를 뭔가 세련되고, 시대를 선도하는 리더'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막대한 기업 이미지 광고가 쏟아졌다. 그리고 한국인은 세뇌당했다. 좋게 말하면 얼리아답타이고 나쁘게 말하면 " 호갱 " 이다. 기업은 당신을 " 얼리아답타 " 라고 쓰고 " 호갱 " 이라고 읽는다. << 인터스텔라 >> 와 함께 " 허니버터칩 " 이 인기란다. SNS는 허니버터칩이 장악했다. 오, 오오. 박근혜도 누리지 못한 인기를 과자 부스러기가 해낸 것이다. 어느 편의점 주인은 하루에 허니버터칩 언제 입고 되냐는 소리를 수백 번 들었다고 한다. 지금 같은 경우라면 인기가 아니라 광풍이다. 없어서 못 판다. 먹어 본 사람은 인증샷을 날리며 영광이라고 말한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이경규 라면도 한때 없어서 못 팔았다. 지금은 아무도 사 먹지 않는 라면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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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스텔라 >> 상영 버전은 세 가지'다. 70미리 화면 디지털 상영, 35미리 필름 상영, 35미리 디지털 상영. 70미리, 35미리는 영화 필름 길이를 말한다. 그러니까 70미리 영화 필름은 35미리 필름보다 2배 큰 필름이다. 크기가 크다보니 영사기로 화면을 확대했을 때 보다 더 선명하며 색이 진하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 크기를 크게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35미리 필름으로 영사한 화면은 화면 크기를 늘리는 데 제한이 따른다. 어느 정도까지는 색을 재현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범위를 넘어서면 뭉개진다. << 아라비아의 로렌스 >> 와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 가 70미리 필름으로 촬영된 이유는 보다 큰 스크린으로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사막이나 우주는 광활해야 제대로 된 웅장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70미리 화면 디지털 상영이라는 말은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 대따 큰 화면으로 보아요 ! " 라는 소리다. 대따 큰 화면으로 영사해도 컬러 발란스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 그런데 70미리 디지털과 35미리 디지털 상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말한 차이는 필름일 때 70미리 상영과 35미리 상영이 차이가 있다는 소리이니 말이다.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보면 된다. 내 눈에는 디지털 영사 방식과 필름 영사 방식이 재현하는 색은 약간 다르다. 디지털 상영은 컬러가 파스텔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고, 필름 상영은 파스텔化가 덜 진행된 색을 재현한다. 필름 상영이 보다 더 따듯한 색을 재현해요, 라고 상투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