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까 ?
세상(대한민국) 돌아가는 꼴을 계절에 빗대자면 겨울 3단계와 유사하다. 12월이 되면 발 동동 구르며 춥다 춥다 하지만 1월은 더 춥다. 1월이 되면 또 발 동동 구르며 춥다 춥다 하지만 1월보다 더 추운 2월이 기다리고 있다. 甲은 대입 수험생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 12월이 가장 추우니, 이번 한파만 넘기면 추위는 물러난단다. 그러니 딴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렴 ! " 아이들은 이 말을 믿고 열심히 공부한다, 대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꽃 피는 봄은 없다. 1월은 12보다 더 춥다. 꽃 피는 봄은 부잣집 도련님이나 공주님에게나 오는 계절일 뿐이다. 멘토로 유명했던 김미경은 스스로를 " 개천에서 용 난 년 " 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나는 때는 지났다. 개천에는 용 대신 이끼 벌레만 있을 뿐이다.
이끼 벌레는 대장부여서 찔러도 도망칠 생각도 않는다. 뻔뻔한 놈이 개천에 산다. 좋은 환경에서 착하게 자란 도련님과 공주님이 해맑게 공부하고 있을 시간에 당신은 바코드를 찍으며 공부 걱정(만) 한다. 스팩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주민등록등본이다. 자식 입장에서 보면 가난한 아빠보다 부자 아빠가 경쟁력이다. " 4당 5락 " 이라는 말이 있듯이, 대입 수능생 시절에는 잠을 적게 자야 성적이 오르지만, 아르바이트 일도 하고 공부를 병행하느라 잠을 적게 자는 대학생은 오히려 넉넉한 지원을 받는 도련님과 공주에게 밀린다. 당대는 항상 지옥이다. 축 쳐진 어깨로 빈 강의실에 앉아 있을 때 김난도 같은 선생이 다가와 당신에게 말할 것이다. " 힘들지 ? 아프니깐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단다. 좋은 날이 올 거야. "
아, 이토록 따듯한 말 한 마디 ! 이 추위도 곧 물러가리라.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닌다고 해서 추위가 물러날까 ? 천만에 ! 2월은 더 춥다. 본격적으로 당신은 乙이 된다. 취준생, 88만원, 인턴, 비정규직, 신입사원, 사회 초년생, 시다바리가 된다. 그리고는 깨닫게 된다. 12월은 춥지만, 1월은 더 춥고, 2월은 1월보다 더 춥다는 사실. 아프면 병원 가야 하고, 천 번 흔들리면 어른이 되기는커녕 늪지대 " 갈대 " 가 되어 만날 흔들리다가, 나이가 들고 돈도 없어 " 갈 데 " 없는 신세가 되어 결국에는 " 갈 때 " 되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 김난도의 말이 사실이라면 좋은 부모 만나 세상 풍파 없이, 흔들리지 않고, 곱게 자라서 칠순 노인이 된 사람은 어른이 아니란 소리인가 ?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어른이 된다.
한 번 흔들려도 어른이 되고, 천 번 흔들려도 어른이 된다. 이왕이면 한 번 흔들리는 게 낫지 않을까 ? 김난도 선생 말이 맞다면 자식은 " 온실 속 " 보다는 " 개똥 밭 " 에서 키워야 천 번을 흔들릴 텐데, 김난도 선생 자녀들은 개똥 밭에서 뒹굴며 흔들리고 있는지 묻고 싶다. 김미경 독설도 의미 없지만, 김난도 힐링도 의미 없다. 병신 같은 말이다. 이처럼 주인 甲 은 항상 당신에게 희망 고문을 한다. 오늘 지나면 추위는 물러날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 징징거리지말고 닥치고 열심히 공부(일)이나 하세요, 수험생 근로자 여러분 ! 김영하가 힐링 캠프에 나와 강의를 했다. 그는 다른 힐링 코치와는 달리 지금은 젊은이에게는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 방송을 보지 못했지만.... ). 역시, 김영하는 달라 ! 방청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고래와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김영하와 그 전 힐링 코치의 강연 내용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제는 그런 힐링 코치 강연에 나가서 자신을 힐링하려고 하는 청중에게 있다. 그들은 그저 성공한 타인의 말에 위로를 받고 싶을 뿐이다. 희망은 없어요, 라는 말에도 위로를 받고 희망은 있어요, 라고 말해도 위로를 받는다. 왜냐하면 강연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공한 명사의 말을 믿고 따르려고 하는 나약한 노예 근성 때문이다. 그런 강연을 듣는다고 해서 당신의 정신 건강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태도는 정신 승리는커녕 정신 박약에 가깝다. 타인의 말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봄은 없다. 스승도 없고, 멘토도 없다. 사랑은 영원할 것 같지만 뒤돌아서는 순간 쌍년이 되거나 개새끼가 될 뿐이다.
그러므로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느 말에도 열광할 필요가 없다. 커트 보네거트의 말투로 끝내겠다. " 시발... 세상이 다 그런거지 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