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라면에 밥 말아 드세요 !

 

 

 

 

 

 

 

         南으로 窓을 내겠오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오.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오.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金尙鎔 (김상용)-

​중학교 국어 시간에 김상용의 << 남으로 창을 내겠오 >> 라는 시를 배운 적 있다. " 왜 사냐건 웃지요 " 라는 싯구는 다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국어 선생이 자연 속에서의 관조적 자세 운운 할 때, 나는 까만 볼펜으로 < 김 > 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어서 < 감 > 으로 만들고 < 상 >에서 ㅇ 를 지워 < 사 > 를 만들고는 낄껄거리며 웃었다. 감사용 !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을 때 패전 처리용으로 활약했다는 감사용 투수. 그의 입장은 마치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 타이틀이 오르는 데 그때 영화관 문을 열고 입장하는 관객 처지와 비슷했다. 그가 당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왜 사냐건 웃지요. 그런데 나는 어린 마음에 이 시가 정말 싫었다. " 왜 사냐 ? " 고 묻는데 바보처럼 " 헤헤헤 " 라고 웃다니. 왜 이렇게 사냐는 말은 조롱을 담은 말이 아니었던가 ?

그런 말을 하는 놈에게는 하하하 대신 뺨따귀 석 대 날려야 한다. 이 모양 이 꼴로 산다고 해서 죽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관조적 자세 ?! 진라면에 밥 말아 드세요.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만들어 놓은 국가 브랜드 광고 효과를 강남 스타일 여성이 진라면 국물에 밥 말아 먹었다. 대한항공 조현아 공주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 땅콩 " 이 " 킹콩 " 이 된 경우'이다. 찌라시로 곤경에 처한 " 근혜 " 각하 입장에서 보면 현아 공주 사건은 물타기 좋은,  신이 내린 감사용 선물이 아니었을까 ?  대중적 관심은 찌라시에서 땅콩 갑질로 옮겨진 상태'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땅콩을 던진 행위보다 땅콩을 던진 시기가 더 좋지 않았다.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 코드 대신 상복 패션으로 언론 가이드라인에 섰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乙 입장에 선 경우이다. 수많은 카메라 후레쉬가 펑펑 터지는 순간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아이콩, 무서워라 ! "

평소 청담동 엘라스틴 실크리페어 밀크 에센스로 관리받은 블링블링한 머릿결은 업소용 알뜨랑 삼푸 린스 공용 제품'으로 관리받은 것처럼 푸석푸석해서 지푸라기 여인처럼 보였다. 검은 외투를 입고 나오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회색 목도리를 두르고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중교통 이용하는 사람들이야 출퇴근 시 거리를 걷는 시간이 많으니 목도리는 필수이겠지만,  집 앞에서 빌딩 전용 주차장까지 묻지도 따지지지도 않고 편안하게 모시는 베테랑 운전기사를 둔 그녀에게 목도리는 천민들이나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더군다나 회색 목도리라니 !  두보는 " 天夜喜雨/천야희우 " 라는 시에서 "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반가운 비는 시절을 알아 "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때를 맟추어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황순원의 << 소나기 >> 에서 내리는 소나기'도 소년 입장에서 보면 호우에 속한다.

호우가 있으니 호설 好雪 이라는 단어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찾아보았으나 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농경 사회였으니 강설량보다 중요한 것은 강우량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굳이 의미 부여를 하자면 호설은 호우의 cool한 버전이요, 호우는 호설의 hot한 버전이라고 해 두자. 조현아가 언론 앞에 섰을 때도 " 호설 " 이 내렸다. 상복 패션과 회색 목도리 그리고 히마리 없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고개 숙인 창백한 얼굴애 밥풀 같은 눈이 처량하게 떨어졌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호설'이었으나 사건 후 대응책이 워낙 뻔뻔해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신파 풍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신이 한 여인을 가엽게 여겨 好雪이라는 신파 아이템을 뿌렸으나 백성은 이미 등을 돌린 상태였다. 24시간 뉴스를 틀어대는 종편 입장에서 보면 조현아 사태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 갑질 " 은 매우 잘 팔리는 상품이다. 뉴스가 파는 것은 공포, 불안, 분노 따위의 감정 상품이다. 공포, 불안, 분노가 크면 클수록 시청률과 포털 뉴스 클릭 수는 오르게 되어 있다. 뉴스는 행복을 파는 게 아니라 불행을 판다. 내가 눈여겨본 부분은 조현아 갑질을 지적하기 위해  초대한 뉴스 패널 또한 甲이라는 점이다. 무슨 연구소 소장이거나, 스팩 좋은 대학 교수 신분이다. 그들이 나와 꼰대질을 한다. 갑이 갑질에 대해 논하는 것이다. 그들이 조현아 갑질에 대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호통칠 때마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나는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을 테니, 당신은 집에 가서 진라면에 밥 말아 드세요. " 대학 교수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쳐야지 세태 진단한답시고 정치평론가 행세하며 방송국을 내 집 드나들 듯이 하면 정작 강의는 누가 할 것인가 ? 천만 원 등록금 시대에 휴강이라는 공수표만 남발하는 것 또한 갑질이 아닐까 ?

당신이야 출연료에 인지도를 높인다지만 학생 입장에서 보면 등록금이 아깝다. 내가 이전 글에서 승무원과 사무장은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기장은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자,  딴지를 거는 사람이 보이는 반응은 모두 대동소이했다. 당신이라면 보스의 명령을 무시하고 회항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애 딸린 가장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기에 이런 글은 입만 살아서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이 내뱉는 것일 뿐, 현실은 다르다. 진라면에 밥 말아 잡수쇼 ! "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철저하게 세뇌당한 노예 근성을 본다. 그들은 스스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입단속을 한다. 내가 항공기 사무장이나 기장이라 해도 항공기 기내 메뉴얼에 따라 조현아 부사장을 포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스스로 입단속을 한다는 것은 자발적 굴종'이다. 그럴 수록 < 입 > 이 살아야 한다.

현실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입마저 닫으면 북한 사회와 다를 것이 무엇일까 ? 입만 산 사람보다 더 비겁한 사람은 말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 오지랖이라면 이런 오지랖은 좋다. 왜 사냐고 묻는다면 병신처럼 웃지만 말고 당당하게 답해라. " 당신이나 집에 가서 진라면에 밥 말아 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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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아 2014-12-1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콩 무서워라..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12-14 14:06   좋아요 0 | URL
한때 제즐겨 쓰던 표현입니다.

수다맨 2014-12-16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현아, 이 여자 아주 신파를 연출하려고 애를 쓰더군요. 갑질할 때는 언제고 카메라 앞에 서니 비운의 여인처럼 연기하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습니다.

2014-12-16 0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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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14: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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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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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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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0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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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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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6: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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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4-12-17 20:00   좋아요 0 | URL
저도 봤습니다...정말 꼴떨더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