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체계들 - 일반이론의 개요 한길그레이트북스 169
니클라스 루만 지음, 이철.박여성 옮김, 노진철 감수 / 한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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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대한 책의 새로운 번역이 나온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전 버전은 쓰레기통으로.) 그럼에도 여전히 오역이 많고 오독을 초래하기도 한다. 일례로 unity와 unit를 ‘(차이)동일성‘으로 기계적으로 번역하거나 내용을 정반대로 번역하거나 등등. 개정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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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적 체계들> (2020, 한길사)이 새 역자의 참여로 재번역, 재출간되었다. 기존의 (오역으로 점철되었던) 번역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수없으나 (두 판본의 번역 비교는 관심이 아니라서), 적어도 루만의 역작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갑다. 이를 기회로 <사회적 체계들>을 다시 읽어보기로 하였다. 과연 번역이 많이 매끄러워지고, 적어도 1장을 읽는 동안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다만, 영어 번역판과 비교해서 여전히 군데군데 오역으로 보이는 부분이 남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영어 판본이 훨씬 쉽게 읽히는 면도 있고 해서, 다시 이 책을 읽는 참에 오역이나 재번역이 필요한 부분을 다른 루만 독자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하여 이 글을 적는다. 


물론 독일어 원본은 읽을 수 없어 영어 번역본과 비교했기 때문에, 영어판본이 틀렸고 한글번역이 옳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문맥상 오역으로 판단되는 부분은 [오역]으로, 오역이 아니더라도 영어본을 재번역한 것은 [번역]으로 표시한다. 틈이 나는 대로 책을 읽는 중이라, 조금씩 오류를 발견하는대로 내용을 업데이트하기로.



1장. 체계와 기능

2. 자기준거적 체계이론의 기본 개념들: 복잡성 이론과 분화 이론의 동시 추진을 위한 기획

“복잡한 체계들은 자신의 환경에 적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고유한 복잡성에 스스로 적응해야 한다. 체계들은 내적 불확실성과 불충분성으로 버텨내어야 한다.” (127)

✏️ [번역] 체계들은 내적 비개연성(internal improbabilities)과 불충분성(inadequacies)에 대처해야(cope with) 한다.


“달리 말하면, 구조들은 자신의 고유한 존재의 기초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면 자기생산적 재생산의 연결 능력을 가능케 해야 하는데, 바로 그 때문에 가능한 변화들, 가능한 학습의 영역을 제한받는다.” (135)

✏️ [번역] (자기고유 존재의 기반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기생산적 재생산의 연결성(connectivity)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구조 structures”이다. 이것은 가능한 변화나 가능한 학습 영역을 제한한다.


“이러한 통제의 쟁점화는 부분적으로 자기관찰(Selbstbeobachtung)의 강조를 통해 상쇄된다. 관찰은 이 맥락, 즉 일반 체계이론의 층위에서는 바로 구분을 다룬다는 뜻이다. [관찰] 개념은 심리적 체계의 경우에서만 의식을 전제한다” (136)

 ✏️ [오역] ‘통제'가 아니라 ‘관찰’


“개념들과 이론들을 이렇게 재배치하는 것은 과거의 사고 수단들에 비해 매우 중요한 것이며, 그래서 우리는 그 점을 특별히 자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139-140)

✏️ [오역] 과거의 사고와 분리되는 이 변화(개념과 이론의 재배치)는 매우 중요해서...


“그 생각은 관련들의 실행이 복잡성 때문에 선택들을 요구하며 그래서 그 실행이 요소들에 단순하게 추가될 수 없다는 테제로 대체된다. 관계의 실행은 요소들의가능성들의 조각에 연관되며 요소들의 자격을 부여하는 데에 기여한다.” (140)

 ✏️ [오역/번역] 그 생각은 요소들을 연결하는 과정의 실행이 복잡성 떄문에 선택을 요구하며, 그래서 그 관계가 요소들에 단순하게 추가될 수 없다는 테제로 대체된다. 그러한 선택들과 함께, 관계짓는 과정은 요소들의 가능성 중 일부를 버림으로써 그것들(요소들)에 자격을 부여한다.


“자기준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차이)동일성들에 대한 배수 구성의 요구는 '체계/환경 - 주제'를 또한 다른 방식으로 복잡하게 만든다.” (141)

✏️ [번역] 자기준거적으로 처리가능한 (차이)동일성들은 다중적으로 (multiply) 구성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체계/환경-주제를 새롭게 복잡하게 한다.


“구조는 차이 경험으로 이동하기만 하며, 그 경험들은 그 자체로 정보를 가능케 하지만, 그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결정하지는 않는다.” (144)

 ✏️ [번역] 구조는 그 안에서 무엇이 발생할지 결정하지 않고도 정보를 가능하게 하는 차이 경험을 시작(enter into)할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체계들의 복잡성을 꿰뚫어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 뿐만 아니라, 논리의 이유에서 그러하다.” (144)

 ✏️ [오역] 이것은 체계들의 복잡성을 꿰뚫어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not because..., but...) 논리의 이유에서 그러하다.



3. 자기준거적 시간 개념의 여러 측면들

“그러나 원래 시간 자체는 (그리고 그 때문에, 나중에 보게 되듯이 현재는) 모호하게 주어져 있으며, 비가역성들을 보다 높은 질서의 비가역성들로 옮기고, 그리고 역으로 비가역성들을 둘러싸기 위해 공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147)

✏️ [번역] 시간자체(그리고 현재)는 원래 모호한 방식으로 주어져 있으며, 비가역성이 더 고차원의 비가역성으로 변환하거나 또는 그 역으로 전환할 여지를 남긴다.


"이것은 복잡성과 자기준거라는 주소지로 향한다!”" (148)

✏️ [번역] 이것은 직접적으로 복잡성과 자기준거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선택 과정의 재귀성(Reflexivität des Selektionsprozesses)을 통해 일어난다.” (149)

 ✏️ [번역] ‘재귀성’을 ‘성찰성’으로 바꿔야 할 듯. 영어 판본에서는 reflexivity로 번역되어 있다. (재귀성은 통상 recursiveness로 번역). 이어지는 내용상으로도 ‘성찰성’이 더 맞는것 같다. 재귀성이라면 자신의 요소, 작동 등을 어떤 식으로든 다시 이용해서 후속 작동을 이어가는 것일텐데, 이 문맥에서는 기존의 구조, 과정들을 훑어본 (관찰한) 후 그에 기반해서 (또는 그에 제한받아서) 후속 작동을 이어간다는 내용이어서.


“구조들은 시간을 비가역적인 상태로 붙잡고 있다.” (150)

 ✏️ [오역] “구조들은 시간의 가역성을 포착한다” (Structures capture the reversibility of time). 이는 확실한 오류인데, 내용상 구조는 가역적인 것으로, 과정은 비가역적인 것으로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능한 요소들의 총체를 이렇게 선택 강화의 형식들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환경의 조건에서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다루어질 수는 없다. 그것은 단지 차이 도식으로서만 기능한다. 즉 구조들과 관련해서는 순응적인 사건들과 일탈적인 사건들을, 과정들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사건들과 불확실한 사건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151)

✏️ [번역] 그렇지만 모든 가능한 요소들이 선별성(selectivity)을 강화하는 형식 안에 포함될 수 없다. 환경조건들 때문이다. 그들을 포함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단지 차이도식으로서만 기능한다. .... 과정들과 관련해서는 개연적인 (probable) 사건들과 비개연적인 (improbable) 사건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확실한/불확실한”은 확실히 “개연적인/비개연적인"으로 번역해야 좋을텐데, 개연성과 비개연성의 문제는 루만 이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특히 이중우연성의 문제에서 깊이 다루어지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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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끝내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다소 생겨서 그동안 밀려있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슬라보예 지젝의 <팬데믹>은 어제 부터 읽기 시작, 진행 중. 아즈마 히로키의 <철학의 태도>는 짧은 대담집이라 어제 밤, 잠들기 전 뒤척거리다 다 읽었다. 

포스트모던 사회의 문화 현상은 작품이 아니라 ‘작품 소비자의 행위’를 시야에 넣을 때 핵심에 다가갈 수 있다.


소비자의 행위와 상호작용을 함께 연구할 것, 컨텐츠가 아닌 메커니즘이나 맥락(context)을 연구하라는 주문. 

무엇보다, 쓸모없는 잡담, 정보를 통한 우연한 마주침(저자는 이를 ‘관광적 태도’라 부른다)을 강조하며, 그를 통한 창조와 사유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권한다. 

철학은 쓸모 없어 보이는 곳에 존재한다.

논문을 쓰기 위해 철저히 정보, 지식에 집중한 텍스트 읽기에 지쳐가고 있는 지금, 나에게 시의적절한 지적이다. 



아침에는 일찍 잠에서 깨는 바람에 새로 책 한 권을 더 읽기 시작. 미치코 가쿠타니(Michiko Kakutani)의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The Death of Truth).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비평가이자 NY Times 서평가 답게 ‘글빨’이 좋다. 원문이 궁금해져 영어 원서로도 주문해 놓았다. 

저자는 트럼프 집권 시대, post-truth 시대에 대한 직설적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에두르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 힘차고 좋다. 저자는 이 시대를 이렇게 표현한다.

사실에 대한 무관심, 이성을 대신한 감성, 좀먹은 언어

그러나 트럼프라는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현상으로 본질을 가리지 말것을 당부한다. 

트럼프라는 인물의 어릿광대 같은 면 때문에, 그가 진실과 법 원칙을 공격하고 우리 제도 및 디지털 방식의 소통이 가진 취약성을 노출시킬 때 생겨날 대단히 심각한 결과를 보지 못하고 놓쳐서는 안된다. 만약 일부 대중이 진실에 무관심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 그리고 점점 더 당파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는 방식과 관련한 시스템의 문제가 없었더라면, 거짓말을 하고 기만적인 사업행위를 한 이력이 선거운동 기간에 이미 폭로된 후보가 이렇듯 대중의 지지를 얻었을 것 같지는 않다.

즉, 트럼프는 이미 전조가 보이는 문제적인 대중의 정보 추구/소비 성향과 맞물린 진실불감증에 촉매제가 되었을 지언정, 그 원인은 아니라는 얘기. 

저코비는 <미국의 비이성 시대>에서 이런 쇠퇴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정보 오락 프로그램 중독”, 종교 근본주의의 지속적인 영향, “지성주의를 전통적인 미국인의 가치관과 불화하는 진보주의와 동일시 하는 대중의 시각”, “기본 능력 뿐 아니라 그 능력의 기초를 이루는 논리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제도 등이 쇠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COVID19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청소용소독제를 먹으면 어떻겠냐고 대국민 브리핑에서 말하는 대통령이나, 그 보도 후 실제로 전국에서 소독제를 먹고 죽거나 병원으로 실려온 환자가 스무명 남짓이나 되었다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그리고는 ‘농담’이었다고 일소하는, 제 말에도 책임지지 못하는 대통령이다. 나도 할 수 있다. "트럼프가 사실은 입원이 시급한 일급 정신병자인데, 누가 풀어놨니? — 아님 말고.” 가상의 비유를 해보려 했는데… 논리상 오류일지도.)

저자는 트럼프의 정치를 ‘공포와 분열’의 정치라 한다. 상대 선거 후보인 바이든을 가리켜 ‘좌파’라 공공연히 비난하는 트럼프의 언행은 과연 분열과 공포를 먹고 자라는 괴물을 방불케 한다. 저자는 미국의 건국자들이 만든 헌법 구성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합리적 체계에 기초한 사실을 들어 트럼프의 괴물성을 묘사한다. 

알렉산더 해밀턴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어느날 “사생활에 절조가 없”고 “성격이 대담한” 사람이 나타나 “인기의 목마에 올라타서” “당대 광신자들의 온갖 터무니 없는 소리에 동조하며 아부해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고 “상황을 혼란에 빠뜨려 그 폭풍에 편승해 회오리 바람을 이끌’”지도 모를 가능성을 막기 위함이었다.”

저자는 이어 킹 박사와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인용하며 말한다. 

진보는 자동적이지도 불가피하지도 않”아서 지속적인 헌신과 투장이 필요하다”


아직 1장 밖에 읽지 못했지만 벌써 마음이 침울해진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정치가. 그로인해 점점 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분열되어 서로를 불신하고, 무시하거나 증오하는 사람들. 그런 비극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과거의 참담한 역사를 빌어서 더 염려스럽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암울한 예측.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하는 비극. 작금에 내가, 우리가 할수있는 일은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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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체계이론 2 한길그레이트북스 87
니클라스 루만 지음, 박여성 옮김 / 한길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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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번역이 엉망이라 도저히 읽을 수 없다. 오역은 기본, 용어선택도 이해를 어렵게한다. 출판사는 새로운 번역자를 구해서 다시 출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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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체계이론 1 한길그레이트북스 86
니클라스 루만 지음, 박여성 옮김 / 한길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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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번역이 엉망이라 도저히 읽을 수 없다. 오역은 기본, 용어선택도 이해를 어렵게한다. 출판사는 새로운 번역자를 구해서 다시 출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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