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라면 자다가도 학을 떼는 두 집단   : 










당신들의 화룡점정










다음은 다섯 가지 사례를 나열할 것이다. 이 사례를 글감으로 활용하여 글쓴이가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결론을 댓글창을 통해 20자 내외로 작성하시오. 용의 몸통은 내가 그렸으니 눈깔은 당신이 그릴 차례다. 





사례 1  이 정도면 문안하죠 

한 취업포털과 아르바이트포털이 대학생과 직장인 등 성인 남녀 853명에게 맞춤법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인 남녀 78.9%는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이성을 보면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답했다. 이같은 응답은 남성(72.9%) 보다 여성(82.9%)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국어실력이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엔 대학생의 90.8%, 직장인의 82.2%가 '중요한 경쟁력'(86.0%)이라고 했다. 맞춤법이 헷갈릴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85.8%가 '포털 사이트 어학사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검색을 통해 찾는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최악의 맞춤법 실수로 꼽힌 사례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학생 672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악의 맞춤법 실수는 '감기 빨리 낳으세요'(나으세요, 28.9%)였다. 이어 2위는 '어의 없어'(어이 없어, 12.7%), 3위는 '이 정도면 문안하죠(무난하죠, 8.5%)였다. 이 밖에도 '예기(얘기)',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구지(굳이)', '곱셈추위(꽃샘추위)' 등이 있었다.






사례2   똑똑한 전교 1등만 의사 될 자격 조건 ?!

▶지난 1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게시물 중 일부.







사례 3   어느 전교 1등 의사의 국어 실력

2020년 2월, 안철수 대표는 현충원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 코로나20 극복 " 이라고 썼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해가 바뀌니 코로나19를 코로나20으로 착각한 것이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의 국제 명칭을 ‘코비드-19(COVID-19)’로 결정한 후 한글 명칭을 ‘코로나19’로 정했다. 19는 발생 연도인 2019년을 의미한다. 안 대표의 방명록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귀국 후 첫 일정으로 현충원을 찾았던 지난달 20일에는 ‘대한민국’을 ‘대한민굴’로, ‘굳건히’를 ‘굳건이’로 잘못 적었다. 2012년 10월 18일 강원 원주시 밝음신협을 찾았을 때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꿈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사례 4   의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의협은 이보다 한발 더 나갔다. 지난 2018년 9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수술실 CCTV 설치 시범 운영 정책을 비판하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여 의료인을 압박하고, 수술하는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 환자 인권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민생의 최전선에 서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공공기관, 정부기관, 국회 등의 사무실에 CCTV 설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례 5   도둑놈이 제일 싫어하는 것

지난 9일 오후 8시 20분께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한 주택가에 주차된 차량 옆에서 서성이는 한 수상한 남성의 모습이 방범용 CCTV를 모니터링하던 시 통합관제센터 근무자 눈에 들어왔다. 이 직원은 잠시 뒤 이 남성이 차량에서 물건을 훔치는 것을 목격한 뒤 곧바로 경찰에 알렸고, 이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잡힌 남성은 cctv 가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이를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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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9-05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랏돈을 들여 키운 엘리트들이 어떻게
나라를 망치고, 기득권 사수에 나서는지
2020년 여름 아주 잘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번과 5번이 뼈를 때리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9-05 14:24   좋아요 3 | URL
의협 굉장히 이기적인 대표적 집단이죠. 한방 첩약 급여화 절대 반대도 한의학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습니다. 이 새끼들은 한의학이 무슨 거대한 사기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 허준 > 드라마는 열라게 보고.... 저는 왜 한의사 단체들이 의협에 대해 쓴소리를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집단이 이기적인 게 < 문신 > 합법화도 법적으로 막았습니다. 이걸 의료 행위 범위 안에서만 합법으로 한 것이죠. 왜, 다 그것도 돈이니까. 어디 그것뿐입니까 ? 물리치료학도 의협의 반대로 병원 소속이 아닌 독립을 할 수가 없어요. 의협이 막강한 이익 집단으로 대표적인 로비 집단이어서 정치적으로 다 막습니다. 골때리는 집단이에요. 이 새끼들..

나와같다면 2020-09-06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추려고 하는 자가 범인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9-12 15:46   좋아요 0 | URL
공공의료 확대되면 국가가 의사를 북한으로 보낸다는 말을 전공의들이 철썩같이 믿고 있더군요. 또라이들..
 











소확행에 대한 시대 유감











                                                                                        

시민으로서 그는 훌륭하다. 와와 ~     에세이스트로서도 그는 훌륭하다. 와와 ~     좋은 시민이다 보니 문장가인 그가 좋은 에세이를 쓰는 것은 당연. 와와 ~     하지만 나는 소설가로서 그를 응원할 수는 없다. 여기서 " 그 " 는 무라카미 하루키'다. 우우 ~      문학적 취향이 다르다 보니 하루키 소설은 나에게는 넘사벽이다. 그놈의 자위, 그놈의 샌드위치, 그놈의 와인, 그놈의 재즈...... 그러다 보니 하루키 에세이를 읽을 때에는 와와, 했다가도 하루키 문학을 읽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우우, 하게 된다. 최종적 결론은 이렇다. 하루키 에세이는 읽되 하루키 문학은 읽지 말자 ! 


언제부터인가 " 소확행 " 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 말이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바로 하루키'다. 하루키는 작고 예쁜 빤스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는데 서랍에 빤스가 가지런히 가득 찬 모습을 보면 흐뭇한 마음이 든다며 그것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말했다. 뭐, 그럴 수 있다. 나도 책장에 가지런히 진열된 책을 보면 흐뭇한 마음이 드니까. 오케바리, 하지만 거기까지 !  언제부터인가 소확행은 "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상적 태도 " 혹은 " 현실을 인정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태도 " 따위로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여러분이 따르고 싶어 하는 하루키의 소확행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fill과는 사뭇 다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세 수입을 얻는 작가 중 한 명이 하루키'다. 그가 책 한 권 팔아서 얻는 수입은 당신이 평생 번 돈보다 많을 것이다. 인정 ?   하루키의 소확행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이상적 태도도 아니며 현실을 인정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태도도 아니다.  오히려 하루키의 소확행은 대기업 회장이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 시절이 생각나 특별식으로 개떡 하나 먹고는 감회에 젖는 이벤트 혹은 해프닝에 가깝다. 


커피 한 잔의 행복이라며 SNS에 스타벅스 사진 한 장 올려놓고는 #소확행실천, 이라며 태그를 찍는 것은 비겁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소확행 이전에 인기 트렌드로 부상했던 것이 바로 " 욜로 " 이다.  욜로가 뭔가 ?  쉽게 말해서 " 에라 모르겠다, 흥청망청 놀자 " 에 가깝다. " 니나노 " 가 " 욜로 " 로 둔갑한 것이다. 이 기획을 계획한 것은 자본이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자본가는 " 욜로 " 라는 니나노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흥청망청 놀 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는 점이다. 난관에 봉착한 자본가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욜로의 반대말인 " 소확행 " 인 것이다. 그것은 통 넓은 바지를 유행시킨 패션업자들이 다음해에는 스니키진을 유행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소확행을 자세히 살펴보면 욜로와 소확행은 반대말이 아니라 비슷한 말에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소확행이란 소비를 장려하는 수작에 불과해서 소비 저항보다는 소비 순응에 방점이 찍힌 생활 태도다.  예쁜 빤스라도 하나 더 사야지 기쁨은 배가 되고, 소확행자들의 인생템이라 할 수 있는 스타벅스 핑크 레디백은 쿠폰 17개 모아야 얻을 수 있는 " 자본적인 너무나 자본적인 상품 " 이며, 


혼술 예찬도 결국에는 맥주 한 병이라도 더 사야 #오늘도혼술소확행실천이라는 태그를 찍을 수 있게 되니 가정용 주류 판매 촉진을 위한 찬란한 상술인 셈이다(개인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소확행자들은 자발적으로 맥주 회사 홍보부의 광고 앞잡이 노릇까지 한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소확행자들은 으뜸 고객이다. 트로트 가수 박상천의 싸구려 예찬을 빌리자면 자본가에게 소확행자들은 " 고객을 향한 나의 마음은 특급 사랑이야 " ). 소확행은 자본의 환상이며 기만이고 현실을 은폐하는 면도날이다. 작고 예쁜 빤스가 당신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더 좋은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 되지는 않는다. 분명한 것은 비판 없이 자본에 순응하는 태도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자본에 저항하는 태도이다. 혼술마저 멋진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선전하는 소확행 기획자에게 혼술의 달인인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다. 막걸리 쉰내 나는 목소리로, 누런 난닝구 같이 히마리 없는 갈라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리라. " 혼술은 행복의 시작이 아니라 지옥행 급행 열차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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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9-03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확행의 ‘행’부터 정말 맞는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공감되는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20-09-04 21:07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수다맨 2020-09-04 1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술은 행복의 시작이 아니라 지옥행 급행 열차란다‘ 이 부분에 급공감합니다. 저도 혼술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건 좋게 말해야 습관이나 습벽이지 행복이랑은 거리가 먼 행동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9-04 21:07   좋아요 0 | URL
혼술이야말로 주정뱅이로 가는 지름길이죠.. ㅎㅎ
 








뒤늦은 안부









 



영화 << 벌새 >> 를 보는 내내 옛 친구'가 생각났다. 소녀의 성장담을 담은 영화에서 주둥이가 거무퉤퉤한 사내새끼를 떠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연상이었으나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중2 소녀의 성장담보다는 연락이 끊긴 옛 친구의 후일담이 궁금했다.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창백한 녀석이었다. 영화 모임을 통해서 만난 친구였는데 소심하고 띨띨해서 나한테 구박을 많이 받은 친구였다. 이런 표현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이 표현보다 더 정확한 문장으로 그 친구를 묘사한다는 게 불가능해서 여러분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계집애 같은 친구였다. 그 친구가 서울대 음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서울대생도 띨띨한 친구가 있구나. 어느 날, 그 친구가 초대장을 내게 줬는데 피아노 연주회였다. 그 연주회에서 나는 그 띨띨한 친구가 무대 위에서 멋지게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묘한 배신감이 들었다. 조롱박 들고 밥 구걸하는 각설이인 줄 알았는데 백마 탄 왕자'였어라. 아마도 그때 내가 그에게서 느꼈던 것은 계급적 열등감이었을 것이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내가 그 친구를 구박하는 일은 줄어들었고, 그만큼 사이도 서먹서먹해졌다. 우리 사이는 구박을 주고 구박을 받을 때 케미'가 터지는 관계였던 것이다. 관계가 다시 복원된 계기는 그 친구가 음악사를 전공한다며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고 난 후'였다.  친구는 일기를 쓰듯 내게 편지를 보냈고 나도 성심 성의껏 답장을 보냈다.  처음에 편지는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학문에 대한 결의로 채워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편지가 내게는 연애편지로 읽혔다. 그 친구가 나에게 보내는 그리움은 남자끼리의 우정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나는 점점 그 편지들이 부담스러웠고 그 친구에게 답장을 보내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어영부영 소식이 끊겼고 그후의 일은 모른다. 우린 각자의 길을 갔을 뿐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알음알음 연락을 취해 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 너 아직 모르고 있었구나 ? 그 친구, 서른이 되기 전에 사고로 죽었어. 교통사고였지, 아마...... "  친구의 뒤늦은 부고에 뒤늦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어딘지 부자연스러워서 한숨만 깊게 쉬었다. 오늘 선우정아의 < 그러려니 > 를 듣다가 네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다 보니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난다는 가사가 가슴에 사무치는구나. ○○아, 이렇게 뒤늦은 안부를 너에게 보낸다. 늦은 답장이어서 미안하다. 잘 지내니, 잘 지내겠지 ? 









이 노래를 처음 쓴 건 아마 2014년의 어느 밤이었다. 첫 구절의 테마가 문득 떠올랐고 이 테마는 한동안 마치 망령처럼 날 사로잡았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 역시 괜히 센치했던 어느 날 밤, 피곤에 쩔은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피아노를 녹음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건 1절까지만의 테마였는데 이상하게도 끝까지 쭉 연주하게 되었다. 고백컨대 본인의 아르페지오 패턴의 연주는 그리 훌륭한 편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주는 말 그대로 '더듬더듬' 진행되었지만 신기하게도 멈추지 않았고 결국 그 한 호흡에 이 곡을 완성하게 되었다. 곡이 끝나는 마지막 한 음을 누를 때의 기분은 너무나 아름다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얼떨떨한 기분에서 채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모니터링을 했는데 연주의 기술적인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고 후에 편곡 작업을 하면서도 이때 녹음했던 피아노를 최대한 살리게 되었다. 그것은 매우 당연하게도 그 연주만이 그 순간의 감정을 가장 오롯이 담고 있었기에, 이후 말끔한 연주로 새로 녹음을 해봐도 그때의 그 감정을 온전히 되살릴 수 없던 탓이다. 편곡 과정에서는 다양한 공간이 느껴지는 소리를 표현하려고 했다. 자연히 피아노가 중심이 되었고 중간중간 감정의 고조에 따라 신쓰(Synth) 계열의 악기들을 넣었다. 입체적이면서 드라마가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고 싶어, 중심이 되는 피아노에도 공간감의 변화를 다양하게 주었다. 마치 피아노를 문으로 타고 과거와 현재를, 안과 바깥을 오가는 듯 말이다. 처음으로 영어 버젼도 함께 만들어 싣게 되었다. 이는 사실 작년 몇 차례의 유럽 공연의 영향이 있기도 했다. 영어 버젼을 만들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니들앤젬(Needle&Gem)의 에릭. 지난해 함께 유럽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고 그의 감성이 이 노래와 잘 어울린다 느낀 까닭이다. 또 영어 가사로도 본래의 내용이 최대한 그대로 담겼으면 했는데 에릭이 정말 잘 표현해주었다. 에릭이 캐나다에 있었기 때문에 메일과 메신저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영어 가사를 완성했고 정규 2집부터 대부분의 작업을 함께 한 엔지니어 BA Wheeler의 디렉팅 하에서 레코딩을 진행했다. 미세한 감정선과 역시 미세한 차이의 발음을 함께 신경 쓰느라 쉽지 않았던 작업이었다. 무엇보다도 언어가 달라지자 거의 같은 내용임에도 음악적인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편곡을 통해 이런 차이를 표현하려고 했다. 그 결과 영어 버젼은 다른 악기 트랙 없이 피아노로만 진행하고 보컬도 공간계 이펙터를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정말 슬픈 노래이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에 슬프다. 어른이 되어갈 수록 일상적인 슬픔은 삭히게 된다.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유난 떨지 않아야 하는 게 미덕으로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곡은 슬픔에 겨워 마음껏 고조되지 않는다. 더 터질 것 같다가도 사그라들고, 목소리에 울음이 묻는가 싶으면 곧 지운다. 엔딩부에 쏟아지듯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감정의 고조를 표현하지만 이조차도 곧 다시 잠잠하게 '그러려니...'라는 읊조림으로 삼켜지는 것이다. 미련이 없다는 말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받아들인다는 뜻일 거다. 각자의 삶은 갈 수록 복잡하고 바빠지고, 더 이상 어릴 때처럼 긴 고민 없이 '우리 다시 자주 만나서 놀자!' 라고 할 수 없으니까. 그저 그러려니. 잘 살겠지. 설령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누군가라 하더라도 이따금씩 그의 삶이 안녕하기를 빌곤 한다. 관계는 변해도 추억은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p.s. 엔딩부에 한 번 들리는 아이들 소리는 옛날에 살던 아파트 베란다에서 녹음한 소리다. 아마도 여름 언저리였는데 방에 있는 베란다 창문을 다 열어두고 멍하니 있다가 늦은 오후 즈음 동네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소리와 두부 장수의 종소리가 메아리치며 아련하게 들려오는데 그 순간 어떤 향수에 젖었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 마이크를 바깥 쪽으로 대고 녹음 버튼을 눌러놓은 채 하늘이 노을로 물들기 시작할 때까지 과거 생각에 하염없이 잠겨있었다. 그때 녹음한 그 소리들이 문득 떠올라 이 노래의 한 부분이 되었다.

-글: 선우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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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려니 영어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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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기 위해서 도망가자는 말  :











갔다가 오겠다는 흔한 다짐








   







내가 제일 징그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미취학 아동이 짙은 화장을 하고 섹시 댄스를 추는 장면이다. 가끔 티븨 오락 방송에서 댄스 신동이라며 롤리타 코스튬플레이어를 소개할 때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채널을 돌리게 된다.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 이 모든 것은 어른의 몫. 아이가 탁성으로 트로트를 부르는 장면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 


노래방 가면 트로트나 부르는 늙다리 아저씨 주제에 트로트를 폄훼하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비난할지라도, 트로트는 음악적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후진 장르이다. 트로트는 라시도미파의 단조 5음계와 도레미솔라의 장조 5음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음폭이 제한적인 장르라는 점에서 확장성이 없다. 트로트가 다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들리는 이유이다. 대한민국에서 때 아닌 트로트 열풍이 부는 것은 대한민국 문화가 퇴행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트로트의 대책 없는 낙관과 긍정은 치가 떨릴 정도로 후졌다.  박상천의 << 무조건 >> 이란 노래는 무한 긍정의 화신'이다.  


당신을 향한 나으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여 ~    참, 할 말을 잊게 만드는 무한 긍정 마인드'다. " 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 언제든지 달려갈게 /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 언제든지 달려갈게 " 라는 대목에서는 대리운전 회사 주제곡처럼 들린다. 시바, 아무리 사랑의 노예라도 해도 근로기준법은 지킵시다. 트로트에서 제일 한심한 부문은 가사'다. 너무 상투적이고 천박해서 멜로디가 훌륭해도 감흥은 절반으로 줄어들기 일쑤다. 정말 좋은 가사는 긍정을 강조하기 위해 부정을 섞는 기술이다( 혹은 부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긍정(성)을 강조하는 기술). 


조용필이 << 그 겨울의 찻집 >> 에서 "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고 했을 때 이 감정의 모순은 지극히 아름답다. 그리고 이문세가 << 옛사랑 >> 에서 "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 라고 느닷없이 딴지를 놓을 때 우리는 그 사랑의 순도를 읽을 수 있다. 지겹다는 고백에는 절절하게 그립다는 속내를 품는다. 이런 문장의 가사야말로 품격을 한 단계 높인다. 선우정아의 노래 << 도망가자 >> 는 이 기술이 매우 탁월하다.  노래하는 여자는 번아웃된 애인에게 도망가자 _ 라고 제안한다. " 도망가자 " 라는 말이 책임을 회피하기에 좋은 현실 도피성 넋두리에 불과하지만 


" 도망가자 " 라는 말은 후술되는 " 돌아오자 " 라는 상반된 말 때문에 빛이 난다. 지금은 도망가되 " 실컷 웃고 돌아오자 " 고, 그렇게 " 씩씩하게 " 돌아오자고 말한다. 이 노래에서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 도망가자 " 가 아니라 " 돌아오자 " 이다. 이 노래를 듣다가 늦가을 겨울 초입에 내리는 소설(小雪)처럼 눈물이 찔끔 났다.  집을 나설 때마다 현관문 앞에서 나는 혼자 빈집을 지킬 늙은 개에게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 갔다 올게 ! "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버릇처럼 내뱉은 인사말이었으나 키우던 개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는 그 인사마저 건넬 수가 없다. 


갔다가 때가 되면 돌아오겠다는 흔한 다짐. 그 어떤 희망의 온기......



▶ 오겠다는 다짐도 없이 갑자기 먼길 갔던, 4000번의 산책을 나와 함께 동행한 내가 사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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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스위스 2020-08-31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동이 섹시댄스추는거 좋다고 시키고하는 것들 너무 볼썽사납고 뭐가 그게 신기한 구경거리인지 모르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8-31 16:4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전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북깨비 2020-08-31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댕댕이닷! 😍 🐶!! 시댁 댕댕이들 🐶 대신 돌봐 드리다가 얼마전에 다시 데려다 드렸는데 처음 한 주간은 몸이 편안해서 좋더니 이제 피곤이 가시고 나니 집이 텅 빈 것 같습니다. ㅠㅠ 아예 몰랐더라면 모를까 한번 개들의 사랑을 받아보니 자꾸 생각나서 아마 몇년 이내에 저희도 한마리 입양을 할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8-31 16:41   좋아요 1 | URL
입양하세요. 삶이 달라집니다..

수이 2020-08-31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우정아 좋죠? 곰곰발님 요즘 계속 선우정아 노래 페이퍼에 올리시더라구요. 페친이 링크 걸면서 선우정아 노래 담아왔던데 곰곰발님 페이퍼 짜잔.

곰곰생각하는발 2020-08-31 16:39   좋아요 0 | URL
선우정아는 독보적 원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봄처녀 >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8-31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펄럭이군요... 눈이 내리는 겨울 곰곰발님을 버려두고 눈을 맞았던 녀석.
.. 예전 페이퍼에 피를 쏟았던 펄럭이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8-31 17:37   좋아요 1 | URL
아마도 ˝ 벼락이 ˝ 라는 고양이와 헷갈리셨나 봅니다. 벼락이는 눈 오는 추운 날에 죽었죠. 제가 산에 묻었습니다. 내가 키우던 개는 ˝ 펄럭이 ˝ 이고 가을비 많이 내리는 밤에 죽었습니다.. 아직도 잘 잊지를 못하겠습니다..
 
육식의 성정치 - 여혐 문화와 남성성 신화를 넘어 페미니즘 - 채식주의 비판 이론을 향해 이매진 컨텍스트 68
캐럴 J. 아담스 지음, 류현 옮김 / 이매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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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리  털    나  고    지  금  까  지    :










아내의 맛










                                                                                               머리털 나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티븨 방송 프로그램 제목 가운데 최악의 제목 한 편을 뽑으라고 한다면 1초의 주저도 없이 티븨 조선의 << 아내의 맛 >> 을 뽑겠다. 


아마도 이 제목은 내가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 여전히 최악의 방송 프로그램 제목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조강지처라는 사자성어가 술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해결한 아내라는 뜻이니 아내의 맛이란 " 막걸리 쉰내 " 라는 뜻일까 ?  시바,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조선 방송국 놈들아.  놀라운 점은 이 외설스러운 제목이 방심위 심의를 무사히 통과한 제목이라는 것이다. 티븨 조선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 아내 " 는 어떤 맛이니 ?  사지선다형으로 답하라. ① 된장찌개 맛 ② 김치찌개 맛 ③ 삼겹살 맛 ④ 돼지껍데기 맛....... 


우리가 이 지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티븨 조선 방송 제작진은 < 여성 > 이라는 대상을 맛의 기호로 전환하여 " 여성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 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에 대해 " 성욕을 식욕화 " 해서 표현했다. 여자를 먹다, 맛없게 생겼다, 저년 맛있겠다 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그것은 일종의 동종 식인 선망이자 육식 행위인 셈이다. 만약에 제작진이 대상을 " 아내 " 대신 " 남편 " 으로 설정했다면 << 남편의 맛 >> 이라는 타이틀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먹진 제목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 두둥. 남자의 향기 !!!


섹스를 고기 섭식으로 이해하는 남성의 사고방식으로 보자면  :  페니스는 나이프이자 포크'이다. 그리고 삽입 섹스 행위는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고 포크로 고깃덩어리를 찍는 행위다. 여성보다 남성이 육식에 대한 식탐이 과도하게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육식 문화는 남성의 욕망이 투영된 흔적이다. 옛날만 해도 고기는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제삿날이 되어야 비계 한 점 얻어먹을 수 있었는데 제사 문화라는 것이 여성이 배제된 남성 조상-들'에게 바치는 음식을 음복하는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육식은 철저하게 남성을 위한 레시피'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기는 곧 정력이다. 


고기는 남성 지배의 상징이자 이 지배를 찬양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어쩌면 페미니스트 중에서 유독 채식주의자가 많은 이유도 육식에 내포된 남성 폭력에 대한 저항 때문이 아닐까 ?  사실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고기(MEAT)이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시체(CORPSE)이기도 하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축산업이 햄버거 한 개에 들어간 소고기 패티 한장을 생산하기 위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자동차가 67KM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같다고 한다. 자연생태계에서 지구가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00년인데 비해 인간이 지구의 온도 1도를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100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속도는 가파르게 지구의 온도를 올리고 있다. 이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육식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육식을 포기하는 일은 식도락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옛날에는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라는 속담이 있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무엇을 먹느냐는 곧 정치적인 문제'다. 









+


비장애인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도시'라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장애인도 생활하기에 편한 도시'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편리한 도시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장애인은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는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든 이유는 장애인이 살기 힘든 도시라는 의미이다. 반대로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도시는 비장애인도 생활하기에 좋은 도시'일 수밖에 없다. 소수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인간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남성이 행복한 나라'라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여성도 행복한 나라'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이 행복한 나라는 남성도 행복한 나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 남성보다는 여성, 인간의 권리보다는 동물권, 어른보다는 아이의 행복추구권이다. 그들의 행복추구권을 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 조금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것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의사가 행복한 나라와 환자가 행복한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 의사의 행복추구권은 환자의 생명권보다 소중할 리 없다. 생명권은 어떤 식으로든 행복권보다 앞선다. 불의보다 불이익에만 눈깔이 뒤집어지는 쓸개 같은 대한의협의 총파업을 보면서 그들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좋겠다. 시바. 오래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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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8-30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내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은 없는데 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는지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더군요. 조선일보 사주(들)의 삶의 양태와 실제 취향이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방심위가 저따위 제목을 허가해 줄은 몰랐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8-31 13:1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방송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제목만 봐도 너무 뻔해서..

가넷 2020-08-30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최익이긴 합니다. 아내의 맛이라니;;; 한끼줍쇼와 함께 이제까지 본 예능중 최악이라 생각했어요.

볼때마다 중학교 시절에 제법 노는 애들이 내뱉는 말들이 생각났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8-31 13: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한끼줍쇼 보고 토나오는 줄.... 광고 하나 따면 몇 억 버는 놈들이 서민의 집 찾아다니며 한 끼 줍쇼 _ 라고 구걸하는 컨셉 보고 기절할 뻔. 너무 뻔뻔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