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죽겠네

 


 

 

 



                       막히면 탈난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종편의 탄생은 건강 정보'가 범람한 계기'가 됐다. 가끔 종편 오락 프로를 보면 약 파는 약장수 프로그램 같다는 느낌이 든다. 가시오, 라고 하면 가시오가피'가 불티나게 팔리고, 오시오, 하면 오시오가피가 불티나게 팔린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막히면 뚫어야 한다. 뚫어야, 산다 ! 좋은 예로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변비 때문에 죽을 수도 있으니 끙끙 앓는 것보다는 차라리 방귀 뀌고 성질내거나 똥 싸고 성질내는 놈이 건강한 놈이다. 그만큼 막히는 구석 없이, 조이는 부분은 그때그때 풀어줘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체질적으로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다 보니 내 머릿속은 항상 만성 변비'인 상태'다. 누구는 이 궁금증을 바탕으로 전구를 만들어서 억만장자가 되었는데 내 궁금증은 대부분 생뚱맞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곰곰 생각하면 " 궁금해 죽겠다 ! " 는 말은 생각'이 꽉 막혀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 변비 > 가 똥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고 괄약근 끝에서 머문다면, 생각이 날듯 날듯 날듯 날듯 날듯 하다가 날지 못하는 타조 같은 < 생각 > 은 머리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고 혓바닥 끝에서 맴돈다. 내가 진짜 궁금한 것은.... 아니다, 못 들은 것을 해달라.  궁금해 죽겠지 ?  자음 < ㄹ > 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다가,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아가고, 결국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삐친다. < 갔다ㅡ 왔다 ㅡ 갔다 > 를 반복하는 형태'다. 이런 형태를 한자에서는 갈지자형(之)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zigzag 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한글 ㄹ, 한자 之, 알파벳 z는 모두 비슷하다. 특히 ㄹ 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회귀적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 ㄹ > 은 之 보다는 回 와 더 닮았다.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한 고집'이 아니다. < ㄹ > 은 막히지 않고 순환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운동성을 강조하거나 생동하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단어에는 ㄹ 받침이 많다. 바람은 ? 솔솔 불어오고. 수학 문제는?  술술 풀리고. 강물은 ? 졸졸 흐르고. 구슬은 ? 돌돌 구른다. 반면 < ㄹ > 이 절반으로 쪼개져서 < ㄱ > 이 되면 어둡고, 무겁고, 정지된 느낌으로 순환되지 못한 채 막힌 형상이다. 뭐랄까, 거무죽죽하고 칙칙하며, 적막하고 적적한 느낌. 벌써 이 문장 안에서도 < ㄱ > 은 강박적으로 반복되지 않은가 ?  누군가 앙칼진 말방구로 " 아예 추리소설을 써라, 소설을 ! " 이라고 비아냥거린다면 회심의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 ㄱ > 은 폐쇄음'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  폐에서 나오는 공기를 일단 막았다가 그 막은 자리를 터뜨리면서 내는 소리'가 폐쇄음이다. 그러니까 ㄱ 은 " 순간의 질식 " 을 경험한 적이 있는 글자'다. ㄱ 은 숨통이 막히는 경험, 이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다크한 존재'다. < 죽다 > 라는 낱말에는 숨통이 막힌 상태를 보여준다. 이 숨통을 틔우면 ㄹ 이 된다. < 살다 > 라는 단어를 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살다'에서 < 살 - > 은 원래 움직임을 뜻하는 동사로 어떤 동작이 반복됨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산다는 것은 구르는 바위를 짊어지고 산정상을 향해 올라야 하는 시지푸스적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삶 > 과 < 사람 > 이 < 살- > 과 닮았다는 게 과연 우연일까 ?  한글을 만든 사람들은 인간이 일상의 반복'에 갇힌 존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카뮈는 << 시지프스 신화 >> 에서 구구절절 인간의 비극적 운명에 대해 말했지만 한글을 만든 사람은 < 살 - > 이라는 단 한 글자'로 그 사실을 증명했으니, 카뮈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한국인으로 귀화하지 않았을까 싶다. < 살다 > 와 < 죽다 > 라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한국인은 삶보다는 죽음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 삶과 죽음 " 을 한자로는 生死라고 하고, 영어로는 life and death 라고 하지만  한국말은 " 죽살이 " 였다. 어순이 다른 나랏말과는 다르다. 死 에 대한 강박은 다양한 흔적을 남겼다. 죽기 살기로, 죽자 사자, 죽었다 깨어나도, 죽고 못 살다, 죽을 둥 살 둥, 죽지도 살지도 못한다. 심지어는 용용 죽겠지 ?! ( 우리 민족은 장난삼아 놀리는 말에도 죽을 수 있다니, How fragile we are ! 1 )  

외세의 잦은 침략과 탐관오리의 횡포 때문에 죽지 못해 살았던 옛사람들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옛사람 생각'을 하다가 눈물 닦고 주먹 쥘 때, 문득 그들은 살다와 죽다를 반대말'이라 생각하지 않고 같은 말'로 여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 죽다 > 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 돌아가다 > 가 아닌가 ? 그러니까 " 돌아가다 " 는 gone 가 아니라 return 인 셈이다. 한국인에게 죽음은 자신이 웅크리고 있었던 태초로 돌아가는 것. 옛사람은 프로이트 이전에 이미 인간의 욕망에는 " 타나토스 " 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국 지식인들이 지식인이랍시고 유학 가서 카뮈를 연구하고 프로이트 학파를 연구했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글 구조만 제대로 파악했어도 지성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

철학을 공부하기 위한 첫걸음마는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한글부터 떼야 한다 ■



 

 

 

 

 

덧대기

죽다'의 비속어로 쓰이는 표현은 뒤지다' 또는 뒈지다'이다. '뒈지다' 는 '두어'+'지다'가 합해져서 이루어진 말로 '두어지다'의 줄임말로 볼 수가 있다. '두어지다'에서 '두어'의 원형은 '뒷다'로 '뒷'은 뒤(하)->뒷 으로 히읗 종성체언이 변형된 것이다. (참고:釋譜詳節석보상절 6-2, 히읗 종성은 기역소리로 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뒤'가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뒤'는 방위로는 북쪽을 뜻하고, 계절로는 겨울을, 동물로는 곰을, 별로는 북두칠성을, 소리로는 우면조를, 성으로는 여성을 상징한다. 여성이나 곰으로 상징되는 '뒤'는 이 글의 앞부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땅과 연관지어 진다. 땅은 인간이 태어난 곳이며, 또 인간이 되돌아 갈 곳이기에 땅으로의 회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죽다'는 '뒤'에서 발전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 민족에게 북두칠성에 대한 별 신앙은 원시신앙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 인류학에서는 우리 민족이 북쪽의 별 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고아시아족의 원 거주지가 시베리아 부근이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별'이 쓰인 흔적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명한 산의 봉우리 가운데 비로봉이라는 봉우리를 많이 보는데, 이 비로봉이라는 말이 별의 방언형인 '빌'에서 비롯된 말이라 하겠다. 그리고, 자기의 소원대로 되기를 바라며 기도한다는 뜻의 '빌다'라는 말도 '별'에서 발전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고 온 고향 하늘 위의 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이처럼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뒤'는 시간적으로는 지나온 과거이며, 공간적으로는 두고 온 고향(시베리아 부근)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뒤지다'라고 하면 우리의 원거주지였던 곳으로 되돌아갔다는 말이 된다. 즉, 현재의 삶이 아니라 과거의 삶으로 되돌아 갔다는 말이다. 죽음을 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점에서의 삶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죽었다'의 존칭어로 쓰이는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보더라도 이상의 학설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1. 스팅의 노래 frag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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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너는 누구냐 ?



 

 

 




                           글쓰기 요령을 가르치는 책에서 바른 문장을 만들 때 접미사 < -적的 > 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글쓰기 강사는 " 가급적 " 대신 " 되도록 " 이나 " 될 수 있는 대로 " 따위로 순화해서 사용하라고 덧붙인다. " ~的 " 이 일본어식 표현법'이라는 것. 그런데 문제는 일상 대화'에서 " ~ 적 " 을 필요로 하는 표현이 굉장히 많다는 데 있다. " 그는 인간적이다 ! " 라는 말을 다른 말로 바꿀 만한 마땅한 표현이 없다. 的을 사용하지 말라고 하니 " 的 " 만 쏙 빼서 " 그는 인간이다 ! " 라고 말하면 대뜸 " 그러면 우리는 짐승이었냐 ? " 라는 앙칼진 말방구가 되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그는 순둥이다,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생각해 보면 < 인간 > 과 < 인간적 > 은 다른 의미'다 . 

 

그 차이'를 딱히 설명할 길은 없으나 < 인간 > 과 < 인간적 > 은 같은 것 같으면서도 같지 않고, 그렇다고 같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하기에는 마땅한 명분이 없었다. 바로 이 애매모호한 정체성이 내 뇌하수체를 통해 시냅스로 거쳐 전두엽을 자극했다. 전두엽에 나에게 명령한다. 주먹 꽉 쥐고 괄약근에 힘 줘라잉 ~ 적을 알아야 승리를 할 수 있는 법. 그래서 나는 너에게 묻는다. " 的, 너는 누구냐 ? " 적은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럴수록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그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만나면 밥은..... 먹고 다니냐, 라는 따스한 말 한 마디를 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덧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게 되었다.

 

입은 한여름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쩍쩍 마르고, 똥줄은 다이너마이트 심지'처럼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초조한 마음,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으리오. 밀어서 잠금 해체의 열쇠'를 제공한 이는 뜻밖에서 배우 이병헌'이었다.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어느 날,  이병헌의 카톡 내용이 내 눈에 포착된 것이다. 로, 맨, 틱, 성, 공, 적!   형사로서 쏴싸싸아아아아아아아아한 느낌이 왔다. 박하사탕을 톡하고 씹을 때 뒤통수가 밝아지는 느낌처럼 말이다. 영화 << 살인의 추억 >> 에서 송강호가 직감이라고 부르는 그 feel이 온 것이다. 아기 다리 고기 다리던 적을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다니,  이 얼마나 극적인 만남이었나.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나는 특별수사본부팀'에 마지막 전보를 쳤다. 밤 11시 53분이었다. 드,라,마,틱,성,공,적.  

 

" 로맨틱하다 " 는 "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 " 는 뜻. 곰곰 생각하면 < -的 > 은 영어의 < - tic > 과 꽤 닮았다. 이병헌은 -tic 과 -的이 (얼굴은 다르지만 한 뿌리에서 자란) 이란성 쌍둥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 roman > 이 순도 100% 로망'이라면 < romantic > 은 순도 60%쯤 되는 로망'이다. 낭만적인 구석'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이 구석은 쪼가리의 심리적 은유'다. < 성공적 > 도 마찬가지'다. 이 단어 또한 성공 100% 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병헌이 " 로맨틱 성공적 " 이라고 말한 데에는 미완성으로 남은 로맨틱과 성공적을 로망과 성공'으로 완성하자는 힘찬 결의'가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는 결국 < 로맨틱- > 에서 < 틱 > 을 제거하지 못했고, < 성공적- > 에서 < 적 > 을 떼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명사에 붙은 < -적 > 은 그 명사와 유사한 성격을 띠지만 오롯이 그 명사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안드로이드 로봇이 인간의 형상과 매우 닮았다고는 하나 결국 인간일 수는 없는 노릇'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할 수 없고 형을 형이라 할 수 없었던  홍길동 선생은 길동 아범 가계도에 편입될 수 없는 " brotherhoodtic " 이요, 혈연적 관계'이며, 불순물이었다.  이처럼 < -적 > 은 대상을 흉내, 모방, 시늉을 내거나 척하는 혹은 티를 내는 성향이 있다. 우리가 어떤 인물에 대해 " 그는 귀족적이다. " 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는 실제로 귀족도 아니면서 귀족인 척한다, 혹은 귀족인 티를 낸다는 속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간파해야 한다. " 그는 귀족이다. " 라고 하지 않고 " 그는 귀족적이다. " 라고 말하는 이유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가 귀족이 아니라는 데 있다.

 

만약에 그가 실제로 귀족이라면 " 귀족적 " 이라는 말은 모독에 가까운 소리'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자. 우리가 어떤 대상을 향해 " 인간적 " 이라고 말하는 속내에는 속으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됨됨이가 훌륭한 척( 혹은 티)을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누군가 당신에게 인간적이라며 귓바람 불며 달달한 알랑방귀를 뀌면 환희의 휘파람 대신 분노의 주먹을 날릴 필요가 있다. 시간 날 때마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주변사람들로부터 " 인간적 " 이라거나 " 인간성 " 이 좋다는 소리를 과하게 듣는 사람은 의심을 해보는 것이 좋다. 정치가가 가장 인간적일 때는 선거 때이다. 누군가는 이완구가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흘린 눈물을 인간적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 눈물이 역겨웠다. 싸구려 신파극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 ?!

 

자연스럽게 웃는 것보다 쉬운 연기가 바로 눈물 연기'다. 하늘 높은 관직에 있던 정치가들이 선거 때만 되면 스스럼없이 시장 상인들과 노숙자와 함께 한마음이 되는 풍경은 꽤나(?) 인간적이었다. 또한 사기꾼은 사기 행각이 발각되기 전까지는 인간성 좋고, 매너 좋고, 친절한 인간인 척하거나 그런 인간인 티를 내는 법이다. 그렇기에 나는 인간적인 인간'은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된다. 사실 인간이라는 동물에게서 배울 것은 그닥 많지 않다. 그건 그렇고, 적을 쫓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고급 정보'다. 잠시 고민하다가 함께 나누기 위해 정보를 공유한다. < -的 > 은 반드시 한자로 구성된 명사 뒤에만 쓰일 수 있다. < 인간적이다 > 라는 표현은 가능하지만 < 사람적이다 > 라는 표현은 쓸 수 없으니까. 이 정도면 나는 관대하다. 휴머니스틱humanistic 성공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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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비평 2015-04-2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적이다 보단 사람(의)적이다가 옳을듯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8 04:12   좋아요 0 | URL
만애비 님 정점 언어유희`에 맛을 들이신 듯...

돌궐 2015-04-27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맥락에서 `마음적으로`란 말도 어색한 표현인데, 참 많이들 쓰시죠.
이수열, <우리말 바로쓰기>에 보면 `-적`의 쓰임에 대해 다양한 예들을 들고 있는데요,
적을 안써도 되는 경우도 분명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쓴다고 해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문장의 분위기나 흐름에 따라 글쓴이가 선택하면 되는 것이죠.
참고하시라고 아래에 내용을 옮겨 봅니다. 옛날에 썼던 초록에서 복사했습니다.^^

(1) 마음적
중국어에서는 `~적`이 체언을 속격과 형용사형, 부사형으로 표현하는 데 필요한 형태소지만, 우리말에는 관형격 조사 `의`가 있고 용언의 관형사형, 부사형 활용어미가 풍부하므로 `문학적, 예술적 가치`, `국제적 문제`, `적극적이다`, `공적으로` 등 `~적`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개념어말고는, 모두 우리말의 고유한 조사와 활용어미를 올바르게 써서 품위 있게 표현해야 한다.

(2) 합목적적, 유목적적
교육을 연구한다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로 `합목적적 행동`, `유목적적 활동` 등으로 표현한다. `합목적적`은 `목적에 맞는`으로, `유목적적`은 `뚜렷한 목적이 있는`이라고 하면 된다.

(3) 그 밖의 아무렇게나 쓰는 다양한 보기
* 전국적으로 비가 내립니다.
→ 전국에 / 전국에 걸쳐

* 개성적인 문장
→ 개성 있는 / 개성이 드러난 / 개성을 드러낸

* 자의적으로 행동한다.
→ 자의로 / 제 마음대로

* 점차적으로 변한다.
→ 점차 / 점점 / 천천히

*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 연속해서 / 연속 / 잇따라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8 04:12   좋아요 0 | URL
이런 댓글 만나면 뭐라.... 로또 맞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수열 님 이름 들으니 문득 제 블로그 이웃 중 한분이 생각납니다.
이분이 기자이신데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뭔가 하고 보니 이수열 님이 보내신 것인데
문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을 빨간 펜으로 수정한......

그래서 제가 그거 잘 보관하라고 했습니다.
이수열 그 분이 그분 맞죠 ?

붉은돼지 2015-04-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곰발님은 정말 글을 맛깔스럽게 쓰시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적`은 반드시 한자 명사 뒤에만 쓰인다고 하셨는데....
위 돌궐님 말씀마따나 `마음적으로`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마음적으로` 라는 말이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거기에 ˝~다가˝를 붙이면 금상첨화
무식한 인간이 유식한 척 하는 듯한 그 어감, 세상을 아래로 보는 듯한 그 느낌...
어쨋든 어색한 듯 하지만 웃기고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8 04:10   좋아요 0 | URL
사전에 올라온 수많은 적`을 살펴보니
연속적, 점차적, 개성적, 성공적 따위는 관형사로 인정을 해서 사전에 삽입되어 있는데
마음적은 없네요. ㅋㅋㅋㅋ 우리가 흔히 쓰는 잘못된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전 찾아보니 심적`은 있네요.

cyrus 2015-04-27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하면 이제 이산타의 `너 로맨틱 성공적`이 떠올려요. 문제의 카톡이 공개되면서 이산타는 대중의 적이 되었죠.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8 05:15   좋아요 0 | URL
로맨틱 성공적`이 있군요. 마, 맞다맞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얼릉 본문에 삽입하겠습니다. 아, 로맨틱 성공적을 왜 몰랐지 ? 수정하고 나니 글이 찰지네요..ㅎㅎ

오쌩 2015-04-28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상관은 없지만,
저는 일본식 표현이라고 쓰지말라는 조언들에 대해 반항하고 싶어요ㅎ
영어표현이나 단어들을 보면 불어나 독어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다고 배척하지 않아요.
스페인 포루투갈어 이태리어 역시 서로 견련관계로 섞이고 이를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랑 역사적으로 밀접한관계에 일본에 영향을 받는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저는 여러가지 언어의 표현방식이 뒤섞이게 될때 또다른 문체와 감각적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8 04:07   좋아요 0 | URL
그래서 가끔 한자로 구성한 한글 낱말`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보면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것을 언어 오염으로 인식하지 말고 풍부한 어휘를 늘려준다는 측면에서 보면 언어의 발전에 도움이 될 터인데 마치... 보면 때려잡자 한자 단어... 뭐, 이런 느낌입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오뎅`으로 불러도 된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원조에 대한 예의 아니겠스비까.
태권도 보십시오. 원조에 대한 예의로 다른 나라 사람 모두 차렷, 쉬어.. 이런 구호로 부르잖습니까.

다만 문법적 틀에서 일본식 표현법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쓰면 충분히 아름다운 문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플 라이프
허안화 감독, 유덕화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3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혀(舌)를 말하다                                               


 

한동안 안 먹었으면 아예 먹지 마. 몸에 좋은 것도 아닌데

ㅡ 심플라이프, 허안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은 " 바닥 " 이라는 낱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가 문득 바닥'이라는 단어가 생각난 것이다. 내가 시장 바닥에서 일한 지도 어언 2년. 나는 바닥을 생각하다가 박형준 시인이 떠올랐다. 시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에는 바닥'이라는 낱말이 유독 많이 나온다. 시 전문이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창문으로 때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방바닥에서 잤다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 때까지

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퍼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이 詩에서 < 맨바닥 > 대신 < 바닥 > 에서 사랑을 나눴다거나, < 맨방바닥 > 대신 < 방 > 에 꽃무늬 요가 퍼지다 라고 했다면, 이 시가 보여주는 처량한 서정'은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 맨방바닥 >  은 변변한 세간살이 하나 없는 텅 빈 < 방 > 을 여러 번 강조한 결과'다. 가난한 방을 강조하기 위해 방바닥'을 선택했던 시인은 성에 차지 않는지 맨방바닥'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담담하게 " 사랑해. " 라고 고백했다가 다시 " 너무 사랑해 ! " 라고 말했다가 성에 안 찼는지 다시 " 너무너무 사랑해 !!! " 라고 고백하는 꼴이다. 이렇듯 < 맨- > 이라는 접두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시적 화자의 경제적 빈곤을 강조한다. < 맨- > 이 사전적 의미로 " 다른 것은 없다 " 는 뜻이라면, < 밑- > 은 보다 낮은 곳을 강조한다. 바닥보다 더 낮은 곳이 밑바닥이다.  

두 단어 모두 결핍'에 대해 말하지만 그 결핍에 다다르는 서정은 사뭇 다르다. 전자는 경제성에 방점을 찍는다면 후자는 정치성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다가 내 잡념은 흘러흘러 손바닥, 발바닥에 이르게 되었고 결국에는 혓바닥'까지 오게 되었으니, 손등 아래가 손바닥이고, 발등 아래가 발바닥이니 혓바닥은 혀 아래 부분이겠구나.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혓바닥은 " 혀의 윗면 " 이란다. 시바, 쓴웃음이 나왔다. 한글 체계는, 역시......    일관성이 없어 !  여기까지는 좋았다. 나는 점점 문학적 상상에서 인문학적 상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자, 에헤라 쿵 에헤라 쿵 ! 저쪽으로 노를 저어봅시다. 진보가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이고 보수가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고 유지하려는 자세'라고 한다면,

신체 부위 가운데 혀는 상당히 보수적이라 할 수 있다. < 혀 > 가 새로운 것을 추구한답시고 날마다 새로운 식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먹다가는 죽기 딱'이다. 대부분의 식물은 독소를 가지고 있어서 옛사람들은 먹어도 되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구별하였다. 이름에 < 참 - > 이 들어가는 것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다. " 참-" 이라는 접두사가 " 먹을 수 있는 "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참나리는 식용이 가능하지만 개나리를 잘못 먹으면 배앓이를 할 수 있다. 참나무도 마찬가지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물참나무 따위에서 열리는 열매를 통틀어서 도토리'라고 하는데 도토리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지 않은가. 참나무'라는 낱말은 이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는 먹어도 좋소, 라는 옛 사람의 메시지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늘 먹던 것만, 늘 먹던 것만, 늘 먹던 것만, 늘 먹던 것만, 늘 먹던 것만 × 100  을 먹게 된다. 음식 맛'이란 당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었던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은 결과 얻게 된 중독'이다. 그렇게 본다면 맛이 있기 때문에 그 요리를 자주 먹는다기보다는 그 요리를 자주 먹었기 때문에 맛있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세계 악취 음식인 쿠사야(말린 생선. 일본), 취두부(삭힌 두부, 중국), 키비악(바다표범 뱃속에서 삭힌 쇠오리. 그린란드), 에피쿠어(3년 간 숙성시킨 치즈. 뉴질랜드), 삭힌홍어(대한민국), 스르스트뢰밍(삭힌 청어. 스웨덴)를 처음 먹어본 사람은 입에 침이 고이기는커녕 헛구역질이 나서 침을 뱉기 일쑤'다. 이런 음식은 자주 먹어야 비로소 그 맛을 알 수 있다.

혓바닥이 이처럼 보수적이다 보니 음식 문화'도 국수주의 성향을 띠는 것일까 ?  한국인에게 < 김치 > 는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한 때'부터 시작해서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밖으로는 민주 번영에 이바지하던 때'까지 이어져온 위대한 유산'이기에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김치 없이는 못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선전하지만,  글쎄.... 요즘 아이들이 과연 김치 없인 못살까 ? 웃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김치를 싫어한다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지만 김치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당대에 유행했던 언어도 시간이 지나면 사어'가 되듯이 음식도 같은 운명에 처한다. 김치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김치'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 야채 절임 " 이다. 

한국에서만 발달한 위대한 음식 문화 유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다가는 " 새우깡 " 마저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떼쓸 판이다. 미안하돠, 새우깡은 일본 과자'가 원조다. 한국인은 일본 사람들이 " 김치 " 를 " 기무치 " 라고 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한국 사회는 한국인에게 " 오뎅()  " 을 " 어묵 " 으로 부르라고 강요한다. 오뎅을 오뎅이라고 했다가는 " 쪽바리 ! " 라는 소릴 듣기 쉽다. 한국인이 " 오뎅 " 을 " 어묵 " 으로 부르기를 강요하는 데에는 " 오뎅 " 이 일본 요리'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 색깔을 은폐하기 위해서 한국인은 오뎅을 어묵'이라고 부른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 셈이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데, 우리... 음식 문화 가지고 국뽕 놀이'는 하지 맙시다.

김치는 김치이고, 오뎅은 오뎅일 뿐이다. 맛있으면 장땡이다. 독도 문제로 싸우더라도 음식 문제'로 싸우지는 맙시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는 소리다. 놀라 자빠질 일이지만 : 사실 인간의 혀(입맛)은 수많은 짐승 가운데 쥐'와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 인간이 좋아하는 음식은 대부분 쥐도 좋아한다는 사실 앞에서 무릎 탁, 치고 아, 해야 한다. 사람과 쥐는 모두 달콤한 먹이에 대한 맛을 좋아하는 쪽으로 진화했고, 쓴 음식물과 신 음식물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냐하면 그런 음식물에는 독소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쥐가 김치'를 맛있게 먹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뿐이 아니다. 사람과 쥐'는 새것 공포증(NEOPHOBIA)이라는 적응이 다른 짐승에 비해 발달했다.

말 그대로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 반응을 뜻한다. 어린아이'들은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한 거부 반을을 자주 드러내는데 쿠키를 본 적도 없고 먹어본 적도 없는 아이들은 거무퉤퉤하고 딱딱한 쿠키 앞에서 인상을 찡그릴 것이 분명하다. 쥐도 마찬가지'다. 평소 의심이 많은 쥐는 먹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먹이'는 아주 소량만 맛을 본다. 음식에 독소가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약에 어떤 먹이'가 몸을 아프게 했다면 다시는 그 음식을 먹지 않는다. 영리한 전략인 셈이다. 사람도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특정 음식을 먹고 크게 탈이 난 적이 있는 사람은 커서도 그 음식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인다. 음식물 혐오'는 특히 임신한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입덧이 대표적 경우'다.

입덧에 대한 여러 가설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가설은 < 입덧 > 이 임신 기간 동안 기형 유발 물질'을 체내에 흡수하지 못하게 하려는 반응이라는 주장이다. 임신한 여자가 거부감을 느끼는 음식은 독소가 많이 함유된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첫 3개월 동안 입덧을 경험하지 않은 여자는 입덧을 경험한 여자보다 자연 유산할 확률이 3배가 높다는 통계가 있다. 입덧은 주로 곡류 음식'보다는 피비린내나는 육류 음식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데 임신한 여자가 곡류보다 육류에 대해 크게 거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고깃덩어리에 병원균과 기생충이 많다는 데 있다. 임신 초기에는 이러한 독소가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기에 몸이 반응하는 대로 먹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달달한 것에 대한 유혹이 유독 강하게 작용한다. 열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분이 부족하면 몸은 재빨리 철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혓바닥에 신호를 보낸다. 뜻하지 않은 결과지만 캄캄한 허공에 배를 띄워 노櫓 를 젓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잡설을 늘어놓다 보니 마무리는 근사하게 매조지하고 싶었으나 마땅히 떠오르는 글감이 없다가 문득 < 舌 > 이라는 한자를 바라보다가 소 혓바닥 요리'가 생각났다.   < 舌 > 이라는 한자에서 干 : 방패 간'을 牛 : 소 우'로 착각해서 순간 소 혓바닥이 생각났다. 착각에서 비롯된 연상 작용인 셈이다    허안화 감독이 연출한 << 심플라이프 >> 에는 영화 프로듀서인 유덕화가 입주 가정부'에게 소 혓바닥 요리'를 먹고 싶다고 투덜대는 장면이 나온다. 늙은 가정부는 유덕화 집안에서 4대째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말이 가정부이지 가족'이나 다름없다. 늙은 가정부는 투덜대는 유덕화를 달래며 어릴 때 소 혓바닥 요리를 먹고 나서 크게 배앓이를 했기에 그 요리를 먹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늙은 가정부가 중풍으로 쓰러진다. 그는 고용주로써 최선을 다하기 위해 그녀를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비용을 지불한다. 이제 혼자가 된 집주인. 그는 가정부가 했던 " 집안일 " 을 하면서 깨닫게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공간이 없다는 사실, 집에 들인 가장 좋은 인테리어'는 사람이라는 사실. 늙은 가정부가 자신을 돌보았듯이, 이제 사내는 중풍으로 쓰러진 가정부를 돌보기 시작한다.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관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말이다. 그녀는 유덕화의 보살핌 아래에서 서서히 죽어간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추천한다.

 

 

낮은 자세로 담담하게 삶을 성찰하는 카메라'가 일품이다. 그 집에 있어서 가장 좋은 인테리어 소품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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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5-04-2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연상은 언제 보아도 흥미롭습니다.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환유적 글쓰기라고 해야 할까요. 박형준의 시에서 시작한 글이 어느새 심플 라이프로까지 이어졌네요. 보진 않았지만, 이 영화는 묵묵한 헌신과 존엄한 죽음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같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6 14:31   좋아요 0 | URL
일부러 좀 다르게 보자 그런 정신으로다가...
다 비스비스하게 이해하면 재미없잖습니까...
참.. 이 영화 꽤 좋습니다. 국제시장 류의 신파와는 비교를 할 수 없습니다.
시간 되시면 보십시오. 허안화 이 감독 참... 좋은 감독이에요.. 홍콩의 오즈`라고나 할까요 ?ㅎㅎ

2015-04-27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8 0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4-28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누 갉아먹던 쥐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8 05:16   좋아요 0 | URL
그건, 그러니깐.. 음... 그게... 비누 맛있습니다. 안 먹어보셨군요 ? ㅎㅎㅎ

프레이야 2015-05-01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게 보았던 영화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 두 문장도 공감하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1 13:14   좋아요 0 | URL
네. 감성팔이 영화가 넘쳐나서 짜증났ㄴ느데 이 영화는 참.... 섬세하게 감성을 조율하더군요.
감동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2015시즌 :  엘지 트윈스가 상대 팀과 장군하면 멍군하고 멍군하면 장군하면서 서로 사이좋게 반타작 승패를 나누는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엘지 트윈스'가 시즌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내면 일단 < 겁 > 부터 난다. 2011 시즌의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두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나. 그때 한국 시리즈 우승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포스트 시즌'이라도 올라갔으면 ! 하지만 기대는 항상 처참하게 짓밟혔다. 포스트가 뭐야 ? 먹는 거얌 ?! 엘지는 8년 동안 단 한번도 포스트 시즌'에 도착하지 못했다. 잘해야 6위'였다. 그런데 2011년은 시작부터 뭔가 달랐다. 4월 초반이기는 하지만 5016일 만에 1위'를 탈환한 것이 아닌가 ?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엘지 팬들은 와, 와와 했다.

하지만 곧 우, 우우우우우우우우 하게 될 줄 그 누구 알았으랴. 기세 좋았던 초반 레이스'와는 달리 뒷심이 딸린 엘지는 배앓이를 하는 환자처럼 거무죽죽한 절망을 바닥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전립선 기능 저하로 인한 괄약근에 이상이 오기 시작한 때는 6월이었다. 이는 꽉 물면 되고, 주먹은 불끈 쥐면 되지만, 괄약근은 마음 먹은 대로 조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4월에 1위를 했던 엘지는 5월이 되자 2위로 떨어지고, 6월에는 3위로 추락하더니, 7월에는 4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8월에는 5위로 곤두박질치다가 결국에는 7위까지 내려갔다가 가까스로 6위로 마감했다. 포스트가 뭐야, 먹는 거얌 ?! 그때 깨달았다. 엘지 트윈스 야구판은 농한기 실비집 뒷방의 노름판과 비슷하다는 사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사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는 엘지 때문에 헛바람이 들어 하늘 위를 둥둥 떠다녔던 팬들은 스스로 바늘로 자신이 타고 있던 열기구 풍선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펑, 펑펑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열혈 올드 팬'은 절절히 깨달으며 대가리를 땅바닥에 박고 장렬히 추락사했다. 그들에게 유일한 위안거리가 있다면 시카고 컵스'였다. " 야, 9년 간 가을 야구 못한 걸 가지고 실망하기는.... 104년 동안 단 한번도 월드 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에 비하면 뭐.......  "  그런데 컵스'가 뭐야, 먹는 거얌 ?!  나도 여기에 동참했다. " 에라이, 엘지 시밤바 새끼들아 ! 내 다시 너희들을 응원하면 성을 바꾸마 !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 줬다가 다시 뺐는 놈이다. " 그때부터 나는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엘에이 다저스는 한국인 선수가 많이 활동했다는 이유로, 보스톤 레드 삭스'는 빨간 양말 로고'가 귀엽다는 이유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배치된 유니폼이 근사하다는 이유로 팬이 되었다. 내 꿈은 엘에이 지역을 연고로 하는 새로운 구단을 만들어서 오클랜드 유니폼에 빨간 양말(레드 삭스)를 입히는 것이었다. 사대주의 근성이라고 욕할지는 모르겠으나 메이저리그는 코리아리그와는 차원이 달라도 너어어어어무 달랐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분업화된 팀 운용'이었다. 당시 나는 김성근 식 벌떼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만이 아니었다. 한국 프로야구 감독들은 대부분 승리를 위해서 선수들, 특히 불펜 투수들을 혹사시켰다. 마운드에서 특정 불펜 투수를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네 번 보고, 자꾸만 보게 되면

그 선수는 다음해에 팔이 고장나서 드러눕기 일쑤였다. 지난해에만 해도 잘 던지던 투수가 슬럼프에 빠지는 것이다. 구단이 선수를 잘못 관리한 탓'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팀은 선수 운용에 있어서 철저하게 등판 일정을 조율하고 관리한다. 선발이 조기 강판 당하면 2,3회를 책임지는 롱 릴리프 불펜 투수가 있고, 한 타자만을 상대하는 투수가 있는가 하면, 8회와 9회를 각각 책임지는 투수가 따로 있었다. 선수층이 두텁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배려를 한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선발 투수'가 빅이닝(1이닝에 4실점 이상 내주는 경우)을 내주는 경기'가 아니라면 승패를 떠나서 감독이 투수에게 최소한 5이닝 정도는 책임지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투수에게 5이닝은 매우 중요하다. 투수가 승리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조건 5이닝을 채워야 한다. 

20점 차이'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후 팀이 이겼다고 해도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선발 투수는 승리를 챙길 수 없다. 다음 승계 투수가 공 하나를 던지고 승리를 챙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투수에게 < 5 > 라는 숫자'가 중요한 이유다. 이에 반해 한국 야구는 선발 투수가 잘 던지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5이닝 이전에 교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 프로야구 감독은 3대 2로 경기를 이기고 있어도, 혹은 3대 2로 경기를 지고 있어도 4회나 5회에 위기가 닥치면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밤바들.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잘 던지고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하니 승리를 날린 채 패전 투수가 될 운명에 처한다. 이런 수작에 능한 감독이 김기태'다.

그는 2대1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위기에 봉착하면 4,5회에 선발 투수를 바꿀 위인이다. 이처럼 선발 투수가 6,7회를 책임지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니 불펜이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감독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전날 잘 던졌던 놈만 갖다 쓴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싶으면 계속 기용하게 되고 팔은 과부하에 걸리게 된다. 2007년 이후의 기록을 살펴보면 연간 70 이닝 이상 또는 70 경기 이상 나온 중간 계투는 거의 대부분이 다음해 성적이 폭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것도 모르고 야구팬들은 야유만 보낸다. 선발은 5일에 한 번씩 욕을 먹는다지만 불펜은 날마다 욕을 먹는다. 모든 포지션 가운데 불펜 투수가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 그 이상'이다. 대한민국이 실적 위주 사회'이다 보니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돌리는 것 또한 무책임한 소리가 아닌가 싶다. 두산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2위로 시즌을 마감해도 한국 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되는 사례도 있다. 메이저리그 코니 맥 감독이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팀에서 50년 동안 감독 생활을 했다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감독들이 단기 성과'에 눈 불알이며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내 코가 석 자인데 선수 미래를 위한 배려 ? 퍽유 머겅, 퍽유 두 번 머겅 ! 2011 시즌 엘지'가 그랬다.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다 보니 6월이 오자 부상자가 속출하게 되었다. 그동안 이 악물고 괄약근 꽉 조이던 팀은 드디어 풀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뻔했다. 부상자가 많은 팀'치고 성적 좋은 팀은 없다.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 텍사스 레인져스 " 가 2014시즌을 " 텍사스 매일졌어 " 로 둔갑할 줄 누구 알았나. 이게 다 부상자가 많기에 발생한 일이다(개인적으로 텍사스 레인져스는 부시 때문에 정이 안 간다. 텍사스 레인져스,  매일 졌으면 좋겠다). 요즘 한화 이글스 팀 불펜 투수인 권혁 선수를 볼 때마다 그의 팔이 무사한지 궁금하다. 50구 이상은 기본이다. 어느 때는 7,8,9회를 책임지기도 했다. 야신 김성근 감독에게 묻고 싶다. 권혁은 롱 릴리프 불펜 투수인가, 미들 릴리프 불펜 투수인가, 셋업맨인가, 아니면 클로저'인가 ? 한국 야구가 타고투저'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펜 운용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한화처럼 불펜을 운용하다가는 2011년 엘지 꼴이 나기 딱이다.

한화를 싫어해서도, 김성근을 미워해서도 아니다. 충청도의 아들인 내가 " 마리화나 매일졌슈 " 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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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2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맛깔스럽게 글을 씁니다. 야구 칼럼을 연재하면 박동희 못지 않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야구팬들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해주는 야구 관련 글을 만나기가 드물어요.

야구감독는 국대 축구감독 다음으로 극한직업이에요. 선수 교체 타이밍 놓쳐서 이긴 게임을 시원하게 말아버리면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하잖아요. 스트레스가 엄청날겁니다. 팀 분위기를 추스려야하고, 구단주의 눈치도 봐야하니까요. 정신적 압박감이 누구보다도 심합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십여년 전에 롯데 자이언츠의 김명성 감독이 시즌 도중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5 05:34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하여튼... 한국은 뭘 해도 다 힘이 들죠. 특히 축구 국대는 정말 어마어마한 압력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습니다. 하긴 축구 대표감독은 어디서나 목숨 내놓고 해야 할 직무가 아닌가 싶어요. 그나마 한국에서는 경기에 졌다고 죽이지는 않잖아요.. ㅎㅎㅎ

2015-04-27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8 0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8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용감한 친구들 1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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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




※ 이 리뷰는 출판사 제공으로 << 용감한 친구들1 >> " 만 " 읽고 쓴 글입니다


햄버거를 파는 맥도날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 너비아니 호떡 " 파는 회사가 전세계를 호턱, 호턱(호령)하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반미 시위'가 벌어지면 제일 먼저 시위대의 표적이 되는 곳이 나이키 매장과 맥도날드 매장이 아니던가. 햄버거 하나가 만리장성과 철의 장막을 뚫고 전세계를 점령했으니 혀는 칼보다 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맥도날드는 맛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이나, 러시아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이나, 과테말라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이나, 중국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이나 모두 대동소이'하다는 말이다. 감자 튀김은 어디에서 팔든 정확히 똑같은 시간에 조리되고 햄버거 패티 두께와 맛도 일정하다.

 

그래서 해외 여행 시 낯선 음식 때문에 배앓이 경험이 있는 배낭꾼'에게 맥도날드 매장'은 반가운 장소'다. 당신이 페루 여행 중 김밥천국을 발견했다고 생각해 보라. 혹은 암스텔담'에 있는 원조 장충동 왕족발집 ?! 사람들은 이익을 보는 기쁨보다 손해를 보는 슬픔을 2배정도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 상태를 손실 회피 편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벌고 뒷면이 나오면 50달러를 잃는 게임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이 게임을 선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심리적으로 이익(100달러)보다 손실(50달러)을 더 크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각하처럼 셈법이 존나  밝은 사람이라면 기대 이익이 더 크다는 이유로 이 게임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손실 회피 편향 심리 때문에 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가 " 손실 회피 편향 " 이라며 배운 말투를 흉내 내서 그렇지 쉽게 말하자면 " 밑지더라도 그렇게는 못 팔겠다 ㅡ 정신 " 이다. 해외 여행 내내 배앓이로 고생한 여행객'이 맥도날드 매장을 보면 반기는 이유는 세계 어느 곳을 가나 맥도날드 햄버거 맛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새것 공포증neopobia를 동반한 손실 회피 편향이 작동한 결과처럼 보인다. 낯선 음식보다는 익숙한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다. 익숙한 음식'이란 결국 안전한 음식이며 예상 가능한 맛이다. 그러니 손해 보는 선택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배낭꾼은 음식 앞에서 모험 대신 안전을 선택한다. 뇌는 진보적일 수 있으나 혀는 대부분 보수적'이다.

독자가 베스트셀러 소설에 몰리는 현상도 위와 같은 심리가 작동한다. 익숙한 것에 대한 선호와 손실 회피 심리'가 얽힌 결과'다. 나에게 줄리언 반스 소설은 제법 익숙한 음식에 해당된다. <<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 과 << 내 말 좀 들어봐 >> 에서 아, 했고,  << 플로베르의 앵무새 >> 에서 오오, 했으며,  << 10과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 와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에서 와와와, 했다. 줄리언 반스 소설은,  평소 내가 선호하는 맛이었다. 줄리언 반스가 내놓은 요리는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식품 영양의 질'이 뛰어났다. 야구에 빗대서 설명하자면 그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들쑥날쑥한 투수가 아니라 지더라도 항상 6회 이상 3점 이하의 성적을 내는 투수라고나 할까 ? 그는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데 모두 성공한 요리사'였다. 

16년 동안 " 맛있으면 장땡 ㅡ 정신 " 으로 살아온,  성인의 몸에 초등학생의 혀를 달고 태어난 나로서는 이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요. 헤헤. 암,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더군다나 이 소설은  그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  맥도날드 메뉴'로 치자면 줄리언 반스와 아서 코난 도일의 만남은 " (빅)맥 런치 세트 " 다. 맥,    런치 세트.... 맛, 있어요.  줄리언 반스의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 << 용감한 친구들 1 >>  또한 구성이 독특한 구석이 있다.  원제는 << Arthur & George >> 로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라는 실존 인물을  재구성한 소설'인데  마지막 책장에 실릴 법한 연보'를 문학적으로 풀어쓴 느낌이 든다.

사전적 의미로 : 사람이 한평생 동안 지낸 일을 연월순(年月順)으로 간략하게 적은 기록인 연보年譜, 그러니까 본문이 아닌 부록에 해당되는 코난 도일 연보와 조지 에들리 연보'를 문학으로 끌어올려 교차 편집 형식으로 소설을 구성했다.그래서 아서와 조지, 두 사람의 평전을 읽는 느낌을 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쪽으로 쏠린 모험담이 아니라 두 사람이 동등한 입장과 조건'에서 만든 콜라보레이션 작품 같다. 저자인 줄리안 반스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소설 << 용감한 친구들 1권 >> 은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의 유년 시절과 성장 과정을 교차 편집 형식으로 빠르게 나열해서,  마치 한 화면에 이중 분할된 장면 두 개를 목격하는 경험을 준다. 일종의 " 멀티 동시 시청 기능 " 인 셈이다. 

줄리언 반스는 동시간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두 인물의 일대기'를 병렬로 나열해서 나중에 서로 겹치게 될 때 얻게 되는 효과'를 염두에 둔다. 이러한 플롯을 굳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 따로 또 같이 ㅡ 플롯 " 이라고 할까 ?  << 용감한 친구들 1 권 >> 이 " 따로 " 에 해당된다면,  << 용감한 친구들 2권 >> 은 " 또 같이 " 에 해당될 것'이다. 아서가 외향성을 대표하는 서구적 인물이라면 조지는 내향성을 대표하는 동양적 인물이다. 이 둘이 만나 협업을 이루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 출간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신간 리뷰를 쓸 때 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1권만 읽은 상태'라 앞으로 펼쳐질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 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에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권을 덮고 나면 당장 2권을 읽고 싶다는 충동이 들 만큼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 맛있다 !

 

 

 

 

+

■  조지는 올바른 답이 아니요, 임을 알고 있지만,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주저한다. 31쪽

평소 한유주 번역을 읽다 보면 혀가 약간씩 헛도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름다운, 지속의 순간들 ).  나사 구멍이 헐거워져서 나사가 헛도는 느낌 ?!  " 조지는 아니요, 라고 답해야 올바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주저한다 " 고 번역하면 될 것을 굳이 저렇게 번역투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 ? 처음 저 문장을 읽었을 때 " ~ 요, " 가 연결 어미'인 줄 알았다. 시작이 꼬이다 보니 " 임 " 은 말 그대로 사모하는 사람'으로 착각했다.

 

■  아서는 순간 곰곰히 생각했다. 36쪽 : 곰곰이

 

■  조지는 뭔가를 흉내내는 교도관이 당황스러웠다. 301쪽 : 흉내 ∨ 내는

 

 

 

 

 

 

 

 

http://blog.aladin.co.kr/749915104/6853860  : 베이커 거리의 사냥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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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0672  : 셜록 홈즈와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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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4-2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 책을 벌써 다 읽으셨다닛! 대단해요.
전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렇군요. 손실 회피 편향!
근데 비유가 거시기 합니다.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3 22:10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빨리 읽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베스트셀러에 몰리는 이유는 손실 회피 편형이 아니겠습니까 ?
검증된거니 손해는 안 보겠지.. 하는 마음 작동.

포스트잇 2015-04-2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권 1/3쯤 남겨두고 있네요. 영 속도가 안 나는 소설이네요. ..조지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하는 게 이어지는데 .. 거기서 진도가 안나가더라고요...초반은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3 22:08   좋아요 0 | URL
2권에서 본격적으로 포텐 터지는 구조입니다. 원래 추리 형식`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개인적으로 코난 도일에 흥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cyrus 2015-04-23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줄리언 반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도서목록집을 확인한 적이 있었어요. 몇 년 전에 나온 거라 조금은 오래됐지만,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모든 책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에요. 원래 열린책들에서 줄리언 반스의 소설들을 펴낸 적이 있었잖아요. 알고 보니 열린책들 출판사도 이 책을 출간할 계획이 있었더군요. 무슨 사연이 있는지 잘 모르지만 다산책방이 반스의 신작소설을 펴내고 있는 상항이 열린책들 입장에서는 무척 배가 아플 일이겠어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반스를 읽는 독자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3 22:13   좋아요 0 | URL
10과1/2장으로 세계 역사.... 이 책으로 시작해 보세요.
매우 뛰어납니다. 재미도 있고, 포스트모던한 현대 소설경향도 있고...
뜩히 스톼일 면에서도 뛰어나고.....
플로베르앵무새, 10과1/2 추천합니다.

글쎄말이에요. 저도 반스는 꾸준히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어서 그려려니했는데
요즘은 다산책방이 잡았네요. 인지도 보면 반스 노벨상 함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키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반스가 언급 안 되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수다맨 2015-04-2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한유주가 번역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딘지 껄끄럽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분이 약간은 난해 소설을 써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문학적인 문장을 쓰려고 한다는 인상을 저도 받은 기억이 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24 11:10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 오랜만이로군요. 허허....
한유주 소설이 난해하죠. 무슨 심보로 난해하게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제 취향은 아니고
번역이라도 좀 잘했으면 합니다. 전 왜 한유주 씨가 번역을 하려고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