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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친구들 1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평점 :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
※ 이 리뷰는 출판사 제공으로 << 용감한 친구들1 >> " 만 " 읽고 쓴 글입니다
햄버거를 파는 맥도날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 너비아니 호떡 " 파는 회사가 전세계를 호턱, 호턱(호령)하는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반미 시위'가 벌어지면 제일 먼저 시위대의 표적이 되는 곳이 나이키 매장과 맥도날드 매장이 아니던가. 햄버거 하나가 만리장성과 철의 장막을 뚫고 전세계를 점령했으니 혀는 칼보다 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맥도날드는 맛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이나, 러시아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이나, 과테말라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이나, 중국에서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맛이나 모두 대동소이'하다는 말이다. 감자 튀김은 어디에서 팔든 정확히 똑같은 시간에 조리되고 햄버거 패티 두께와 맛도 일정하다.
그래서 해외 여행 시 낯선 음식 때문에 배앓이 경험이 있는 배낭꾼'에게 맥도날드 매장'은 반가운 장소'다. 당신이 페루 여행 중 김밥천국을 발견했다고 생각해 보라. 혹은 암스텔담'에 있는 원조 장충동 왕족발집 ?! 사람들은 이익을 보는 기쁨보다 손해를 보는 슬픔을 2배정도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 상태를 손실 회피 편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100달러를 벌고 뒷면이 나오면 50달러를 잃는 게임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이 게임을 선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심리적으로 이익(100달러)보다 손실(50달러)을 더 크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각하처럼 셈법이 존나 밝은 사람이라면 기대 이익이 더 크다는 이유로 이 게임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손실 회피 편향 심리 때문에 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가 " 손실 회피 편향 " 이라며 배운 말투를 흉내 내서 그렇지 쉽게 말하자면 " 밑지더라도 그렇게는 못 팔겠다 ㅡ 정신 " 이다. 해외 여행 내내 배앓이로 고생한 여행객'이 맥도날드 매장을 보면 반기는 이유는 세계 어느 곳을 가나 맥도날드 햄버거 맛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새것 공포증neopobia를 동반한 손실 회피 편향이 작동한 결과처럼 보인다. 낯선 음식보다는 익숙한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다. 익숙한 음식'이란 결국 안전한 음식이며 예상 가능한 맛이다. 그러니 손해 보는 선택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배낭꾼은 음식 앞에서 모험 대신 안전을 선택한다. 뇌는 진보적일 수 있으나 혀는 대부분 보수적'이다.
독자가 베스트셀러 소설에 몰리는 현상도 위와 같은 심리가 작동한다. 익숙한 것에 대한 선호와 손실 회피 심리'가 얽힌 결과'다. 나에게 줄리언 반스 소설은 제법 익숙한 음식에 해당된다. <<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 과 << 내 말 좀 들어봐 >> 에서 아, 했고, << 플로베르의 앵무새 >> 에서 오오, 했으며, << 10과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 와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에서 와와와, 했다. 줄리언 반스 소설은, 평소 내가 선호하는 맛이었다. 줄리언 반스가 내놓은 요리는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식품 영양의 질'이 뛰어났다. 야구에 빗대서 설명하자면 그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들쑥날쑥한 투수가 아니라 지더라도 항상 6회 이상 3점 이하의 성적을 내는 투수라고나 할까 ? 그는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데 모두 성공한 요리사'였다.
16년 동안 " 맛있으면 장땡 ㅡ 정신 " 으로 살아온, 성인의 몸에 초등학생의 혀를 달고 태어난 나로서는 이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요. 헤헤. 암,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더군다나 이 소설은 그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 맥도날드 메뉴'로 치자면 줄리언 반스와 아서 코난 도일의 만남은 " (빅)맥 런치 세트 " 다. 맥, 런치 세트.... 맛, 있어요. 줄리언 반스의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 << 용감한 친구들 1 >> 또한 구성이 독특한 구석이 있다. 원제는 << Arthur & George >> 로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라는 실존 인물을 재구성한 소설'인데 마지막 책장에 실릴 법한 연보'를 문학적으로 풀어쓴 느낌이 든다.
사전적 의미로 : 사람이 한평생 동안 지낸 일을 연월순(年月順)으로 간략하게 적은 기록인 연보年譜, 그러니까 본문이 아닌 부록에 해당되는 코난 도일 연보와 조지 에들리 연보'를 문학으로 끌어올려 교차 편집 형식으로 소설을 구성했다.그래서 아서와 조지, 두 사람의 평전을 읽는 느낌을 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쪽으로 쏠린 모험담이 아니라 두 사람이 동등한 입장과 조건'에서 만든 콜라보레이션 작품 같다. 저자인 줄리안 반스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소설 << 용감한 친구들 1권 >> 은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의 유년 시절과 성장 과정을 교차 편집 형식으로 빠르게 나열해서, 마치 한 화면에 이중 분할된 장면 두 개를 목격하는 경험을 준다. 일종의 " 멀티 동시 시청 기능 " 인 셈이다.
줄리언 반스는 동시간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두 인물의 일대기'를 병렬로 나열해서 나중에 서로 겹치게 될 때 얻게 되는 효과'를 염두에 둔다. 이러한 플롯을 굳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 따로 또 같이 ㅡ 플롯 " 이라고 할까 ? << 용감한 친구들 1 권 >> 이 " 따로 " 에 해당된다면, << 용감한 친구들 2권 >> 은 " 또 같이 " 에 해당될 것'이다. 아서가 외향성을 대표하는 서구적 인물이라면 조지는 내향성을 대표하는 동양적 인물이다. 이 둘이 만나 협업을 이루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 출간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신간 리뷰를 쓸 때 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1권만 읽은 상태'라 앞으로 펼쳐질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 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에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권을 덮고 나면 당장 2권을 읽고 싶다는 충동이 들 만큼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 맛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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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는 올바른 답이 아니요, 임을 알고 있지만,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주저한다. 31쪽
평소 한유주 번역을 읽다 보면 혀가 약간씩 헛도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름다운, 지속의 순간들 ). 나사 구멍이 헐거워져서 나사가 헛도는 느낌 ?! " 조지는 아니요, 라고 답해야 올바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주저한다 " 고 번역하면 될 것을 굳이 저렇게 번역투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 ? 처음 저 문장을 읽었을 때 " ~ 요, " 가 연결 어미'인 줄 알았다. 시작이 꼬이다 보니 " 임 " 은 말 그대로 사모하는 사람'으로 착각했다.
■ 아서는 순간 곰곰히 생각했다. 36쪽 : 곰곰이
■ 조지는 뭔가를 흉내내는 교도관이 당황스러웠다. 301쪽 : 흉내 ∨ 내는
덧
http://blog.aladin.co.kr/749915104/6853860 : 베이커 거리의 사냥개
http://blog.aladin.co.kr/749915104/6875657 : (셜록 홈즈 전집)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난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50672 : 셜록 홈즈와 프로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