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 말은.....
2015시즌 : 엘지 트윈스가 상대 팀과 장군하면 멍군하고 멍군하면 장군하면서 서로 사이좋게 반타작 승패를 나누는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엘지 트윈스'가 시즌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내면 일단 < 겁 > 부터 난다. 2011 시즌의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두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나. 그때 한국 시리즈 우승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포스트 시즌'이라도 올라갔으면 ! 하지만 기대는 항상 처참하게 짓밟혔다. 포스트가 뭐야 ? 먹는 거얌 ?! 엘지는 8년 동안 단 한번도 포스트 시즌'에 도착하지 못했다. 잘해야 6위'였다. 그런데 2011년은 시작부터 뭔가 달랐다. 4월 초반이기는 하지만 5016일 만에 1위'를 탈환한 것이 아닌가 ?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엘지 팬들은 와, 와와 했다.
하지만 곧 우, 우우우우우우우우 하게 될 줄 그 누구 알았으랴. 기세 좋았던 초반 레이스'와는 달리 뒷심이 딸린 엘지는 배앓이를 하는 환자처럼 거무죽죽한 절망을 바닥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전립선 기능 저하로 인한 괄약근에 이상이 오기 시작한 때는 6월이었다. 이는 꽉 물면 되고, 주먹은 불끈 쥐면 되지만, 괄약근은 마음 먹은 대로 조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4월에 1위를 했던 엘지는 5월이 되자 2위로 떨어지고, 6월에는 3위로 추락하더니, 7월에는 4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8월에는 5위로 곤두박질치다가 결국에는 7위까지 내려갔다가 가까스로 6위로 마감했다. 포스트가 뭐야, 먹는 거얌 ?! 그때 깨달았다. 엘지 트윈스 야구판은 농한기 실비집 뒷방의 노름판과 비슷하다는 사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사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는 엘지 때문에 헛바람이 들어 하늘 위를 둥둥 떠다녔던 팬들은 스스로 바늘로 자신이 타고 있던 열기구 풍선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펑, 펑펑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열혈 올드 팬'은 절절히 깨달으며 대가리를 땅바닥에 박고 장렬히 추락사했다. 그들에게 유일한 위안거리가 있다면 시카고 컵스'였다. " 야, 9년 간 가을 야구 못한 걸 가지고 실망하기는.... 104년 동안 단 한번도 월드 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에 비하면 뭐....... " 그런데 컵스'가 뭐야, 먹는 거얌 ?! 나도 여기에 동참했다. " 에라이, 엘지 시밤바 새끼들아 ! 내 다시 너희들을 응원하면 성을 바꾸마 !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 줬다가 다시 뺐는 놈이다. " 그때부터 나는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엘에이 다저스는 한국인 선수가 많이 활동했다는 이유로, 보스톤 레드 삭스'는 빨간 양말 로고'가 귀엽다는 이유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배치된 유니폼이 근사하다는 이유로 팬이 되었다. 내 꿈은 엘에이 지역을 연고로 하는 새로운 구단을 만들어서 오클랜드 유니폼에 빨간 양말(레드 삭스)를 입히는 것이었다. 사대주의 근성이라고 욕할지는 모르겠으나 메이저리그는 코리아리그와는 차원이 달라도 너어어어어무 달랐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분업화된 팀 운용'이었다. 당시 나는 김성근 식 벌떼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만이 아니었다. 한국 프로야구 감독들은 대부분 승리를 위해서 선수들, 특히 불펜 투수들을 혹사시켰다. 마운드에서 특정 불펜 투수를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네 번 보고, 자꾸만 보게 되면
그 선수는 다음해에 팔이 고장나서 드러눕기 일쑤였다. 지난해에만 해도 잘 던지던 투수가 슬럼프에 빠지는 것이다. 구단이 선수를 잘못 관리한 탓'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팀은 선수 운용에 있어서 철저하게 등판 일정을 조율하고 관리한다. 선발이 조기 강판 당하면 2,3회를 책임지는 롱 릴리프 불펜 투수가 있고, 한 타자만을 상대하는 투수가 있는가 하면, 8회와 9회를 각각 책임지는 투수가 따로 있었다. 선수층이 두텁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배려를 한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선발 투수'가 빅이닝(1이닝에 4실점 이상 내주는 경우)을 내주는 경기'가 아니라면 승패를 떠나서 감독이 투수에게 최소한 5이닝 정도는 책임지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투수에게 5이닝은 매우 중요하다. 투수가 승리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조건 5이닝을 채워야 한다.
20점 차이'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후 팀이 이겼다고 해도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선발 투수는 승리를 챙길 수 없다. 다음 승계 투수가 공 하나를 던지고 승리를 챙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투수에게 < 5 > 라는 숫자'가 중요한 이유다. 이에 반해 한국 야구는 선발 투수가 잘 던지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5이닝 이전에 교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 프로야구 감독은 3대 2로 경기를 이기고 있어도, 혹은 3대 2로 경기를 지고 있어도 4회나 5회에 위기가 닥치면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밤바들.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잘 던지고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하니 승리를 날린 채 패전 투수가 될 운명에 처한다. 이런 수작에 능한 감독이 김기태'다.
그는 2대1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위기에 봉착하면 4,5회에 선발 투수를 바꿀 위인이다. 이처럼 선발 투수가 6,7회를 책임지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니 불펜이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감독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전날 잘 던졌던 놈만 갖다 쓴다.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싶으면 계속 기용하게 되고 팔은 과부하에 걸리게 된다. 2007년 이후의 기록을 살펴보면 연간 70 이닝 이상 또는 70 경기 이상 나온 중간 계투는 거의 대부분이 다음해 성적이 폭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것도 모르고 야구팬들은 야유만 보낸다. 선발은 5일에 한 번씩 욕을 먹는다지만 불펜은 날마다 욕을 먹는다. 모든 포지션 가운데 불펜 투수가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 그 이상'이다. 대한민국이 실적 위주 사회'이다 보니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돌리는 것 또한 무책임한 소리가 아닌가 싶다. 두산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2위로 시즌을 마감해도 한국 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되는 사례도 있다. 메이저리그 코니 맥 감독이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팀에서 50년 동안 감독 생활을 했다는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감독들이 단기 성과'에 눈 불알이며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내 코가 석 자인데 선수 미래를 위한 배려 ? 퍽유 머겅, 퍽유 두 번 머겅 ! 2011 시즌 엘지'가 그랬다.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다 보니 6월이 오자 부상자가 속출하게 되었다. 그동안 이 악물고 괄약근 꽉 조이던 팀은 드디어 풀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뻔했다. 부상자가 많은 팀'치고 성적 좋은 팀은 없다.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 텍사스 레인져스 " 가 2014시즌을 " 텍사스 매일졌어 " 로 둔갑할 줄 누구 알았나. 이게 다 부상자가 많기에 발생한 일이다(개인적으로 텍사스 레인져스는 부시 때문에 정이 안 간다. 텍사스 레인져스, 매일 졌으면 좋겠다). 요즘 한화 이글스 팀 불펜 투수인 권혁 선수를 볼 때마다 그의 팔이 무사한지 궁금하다. 50구 이상은 기본이다. 어느 때는 7,8,9회를 책임지기도 했다. 야신 김성근 감독에게 묻고 싶다. 권혁은 롱 릴리프 불펜 투수인가, 미들 릴리프 불펜 투수인가, 셋업맨인가, 아니면 클로저'인가 ? 한국 야구가 타고투저'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펜 운용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한화처럼 불펜을 운용하다가는 2011년 엘지 꼴이 나기 딱이다.
한화를 싫어해서도, 김성근을 미워해서도 아니다. 충청도의 아들인 내가 " 마리화나 매일졌슈 " 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