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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평점 :
야 부 리 의 제 왕 :
짜릿짜릿한 30만 볼트의 서사
50년대 "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 " 를 좋아하다 보니 유투브에 접속해서 괴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모은 동영상을 자주 감상한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참.... 거지 같구나.
거무퉤퉤한 라텍스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살덩어리를 볼 때마다 폴리 에스테르의 살냄새가 물씬 풍겨서 어지러울 정도다. 평소에는 쩨깐해서 거들떠도 안 봤던 것들이 영화 속에서는 " 모비-딕 " 이 되어 돌아온다. 거대한 개미, 거대한 거미, 거대한 문어, 거대한 파리(인간), 거대한 바퀴(인간) 따위. 만약에 당신이 괴수의 탄생을 두고 과학적 해명을 요구한다면, 당신은 B급 영화를 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괴수(혹은 기이한 현상)에게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뿐더러 멍청한 짓이기도 하다(내가 박근혜에게 왜 그랬어요, 네에 ? _ 라고 묻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괴물이 가지고 있는 성정은 가짜 - 시늉, 흉내, 의태 따위이다).
괴수는 리얼하지 않을 때 비로소 리얼한 존재가 되는 법이다. 영화 속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노출 탓이라고 설명하면 관객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 방사선은 괴수의 어머니요, 양수(羊水)'이다. 그것은 사이비 신앙과 비슷해서 의심을 품는 순간 과학 빈티지 B급 괴수 영화를 즐길 수 없게 된다. 스티븐 킹 소설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다가 말이 안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독자는 사이비 신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킹에 대한, 그리고 H.P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예의이다. 리얼리티는 지나가는 개에게 주시라. 장편소설 << 리바이벌 >> 에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엉터리 고개가 등장한다.
나는 하, 정말 말도 안되는 장면이구나 _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속는 셈치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도 킹인데 어련하시것냐 _ 이런 마음으로. 이 고개만 넘으면 된다. 스티븐 킹은 이 소설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설정을 모두 전기 탓으로 돌린다. 마치 싸구려 B급 영화에 등장한 과학자가 이게 다 방사선 탓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노하지 말라. 번개(전기)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주식회사 한국전력의 사훈 같은, 이 엉터리를 긍정하고 나면 < 30만 볼트, 짜릿짜릿한 킹의 세계 > 를 영접하게 된다. 나는 이 야부리를 비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소설의 본질은 픽션이니까.
킹이라는 미치광이 교주의 신도로서 한마디 하자면 : 그는 공포소설뿐만 아니라 성장소설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진 작가'이다. 그는 " 성장 " 이라는 궤궤한 코드도 러블리한 야부리로 독자를 즐겁게 만들 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로서 함께 한다는 것은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