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을 향해 날아간 공




 




                                                                                                                                                                           2016년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쉽 시리즈(4강)에 오른 팀은 LA다저스와 시카고 컵스. 5차 경기, 시카고 컵스 선발 투수는 존 레스터'였다.

정확히 몇 회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저스 타자 키케 에르난데스'가 안타를 치고 1루에 진출했을 때 희한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키케 에르난데스의 리드 폭이 지나치게 넓은 데에도 불구하고 투수는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기는커녕 식은 땀을 흘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왼손 투수였다. 고교야구, 아니 사회인 야구팀 투수가 견제구를 던져도 아웃을 잡을 수 있을 만큼 키케의 리드 폭은 " 광폭 " 이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타자 키케 에른난데스는 1루와 2루 사이에서 엉덩이춤을 추듯 실룩실룩거리며 투수를 도발하고 있는 아닌가.

투수 존 레스터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는 끝내 견제구를 던지지 못했다. 투수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존 레스터 투수는 2014년에 서른 경기 넘게 선발로 뛰면서 단 한번도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진 적이 없다. 악송구에 대한 나쁜 기억과 두려움 때문에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질 생각만 하면 팔이 돌처럼 굳고 숨이 막히는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 하나를 넣고 빼는 것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핀포인트 제구력을 자랑했던 존 레스터가 말이다.  견제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존 레스터는 67경기(거의 2년 만이다) 만에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날린 적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도 악송구였다. 뉴욕 양키스 2루수 척 노블락도 존 레스터와 비슷했다. 2루나 3루 혹은 홈을 향해 공을 던질 때는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지만 1루를 향할 때에만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1루수의 글러브를 향해 공을 던졌지만 공은 공교롭게도 관중석을 향했다. 그런가 하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 소속 릭 엔키엘 투수는 어느 날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되었다. 한때 이닝 수보다 많은 197개의 삼진을 기록했던 좌완 파이어볼러였는데 포스트시즌에 들어서자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타자로 변신하여 그럭저럭 성공한 선수가 된다.

그에게 내려진 병명은 "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 이었다. 스티븐 블래스가 누구냐 하면 : 1971년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월드시리즈 우슨을 이끈 주역으로 오른손 투수였다. 1968년에는 18승을 거두었고, 1972년에는 19승이나 따냈다. 하지만 1973년에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되었다. 88이닝 동안 볼넷을 84개나 내주었으니 선수 생명을 연장할 수는 없었다. 당시에 블래스는 심리 치료까지 받았지만 원인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 블래스의 곤경 " 이후, 투수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현상을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라 부른다.

실패에 대한 나쁜 기억과 체험 그리고 그것에 따른 강박과 억압이 운동 신경을 마비시킨 결과'다. 안철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자꾸 똥볼을 던지는 투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두려워하는 존재는 문재인이다. 그것은 살리에르가 모짜르트에게 느끼는 질투심'이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보여준 안철수의 경직된 얼굴은 악송구에 대한 나쁜 기억과 두려움 때문에 마비된 투수의 팔 근육을 연상시킨다. 이겨야 한다는 결의보다 이겨야만 한다는 강박이 낳은 근육 마비'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은 월드시리즈 같은 큰 경기를 치뤄야 할 때, 그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현상이다.

안철수가 그렇다. 문재인이 잘할수록 안철수가 던진 공은 관중을 향해 날아간다. 파울볼 잡는 재미로 야구장을 찾는다지만 이런 공은 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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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1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1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08-11 17:00   좋아요 0 | URL
곰발님의 격분의 댓글이 달릴 줄은 몰랐어요. 요즘 정말 정치에 눈 안 돌리고 사느라, 제 귀에 들어오는 안철수 소식은 분노보다는 폭소 쪽이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1 17:43   좋아요 0 | URL
ㅎㅎ 전 안철수는 용서가 안됩니다..ㅎㅎㅎ

2017-08-11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1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gkim 2017-08-1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프로필사진과 재미진 글을 읽노라면 소설가 박민규가 왜? 자꾸 떠오르죠?좋은글 많이 부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2 16:35   좋아요 0 | URL
잠자리 안경 하나 구해서 쓸까요 ? ㅎㅎㅎ.. 감사합니다..

bgkim 2017-08-1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리 ㅎㅎ 그러고 보니 어느새 가을냄새가 나는듯 하군요.님! 친구신청 날래날래 받아주시라요.거저 민하구만!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2 17:23   좋아요 0 | URL
네 신청 받았습니다..

bgkim 2017-08-1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