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로 넘어가니 웬트워스 대령과 앤 앨리엇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숨 가쁘게 문장을 읽고 책장을 넘기기 바빴다.
오스틴의 소설은 늘 이렇구나!
초반부 아...무슨 내용인 건가?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각자 할 말을 반 페이지 넘게 뱉어 내니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 같아 정신이 없다가, 중반부쯤 들어서야 서서히 윤곽이 잡히면서 집중하게 되고, 후반부는 책장이 막 넘어간다.
수하님이 얼마 전 말씀하신 울프의 문장이랑 정말 딱 맞다.
묘한 지루함과 묘한 아름다움이 있는 오스틴의 소설!
읽을 때는 지루하지만, 다 읽고 나면 주인공들에게 스며들어 있어, 나는 또 별 다섯 무조건 선사한다. 나는야 마구 별 뿌리는 사람!
그래도 오스틴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웬트워스 대령의 결정과 고백은 조금은 예상 가능하긴 했는데, 내가 예상했었던 ‘질투‘의 대상이 완전 뒤바뀌어 있어 조금 놀랐다. 루이자를 이용하여 앤의 질투를 끄집어 내려고 했던 것으로 여겨 조금 야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훗날 루이자에겐 조금도 마음이 없었다고 친밀감이 과했던 것이라 말을 둘러대는 자기 변명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엘리엇이 앤 주위를 맴도는 것을 보고 본인이 질투를 했노라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은 조금 예뻐 보였다. 역시 질투가 사랑의 밀당이롤세!!!!
잠자냥님의 얼마 전 ‘질투‘란 주제의 리뷰를 읽었던지라, 더욱 ‘질투‘에 꽂혀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나니 프레이야님과 바람돌이님의 웬트워스 대령의 처지에 조금 공감되더란 그 말에 나 또한 조금 공감되긴 했다. 이 책은 ‘설득‘하려는 능동적인 행위가 아닌 ‘설득‘ 당한 수동적인 행위로 인해 두 사람의 분노와 섭섭함과 아쉬움 그리고 미련이 고스란히 피부에 와 닿아 나의 과거가 떠오르기도 하여 책을 덮고 나니 아스라히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설득당한 나를 원망했던 그 친구는 아직도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려는지? 에혀~ 시간이 흐른지가 언젠데, 모든 걸 잊고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주절주절 감상 기록이랑 밑줄 긋기의 내용은 너무 다르다는 걸 이제 깨달아, 몇 자 더 기록해 둔다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책에 언급된 문장들이 눈에 띈 문장들, 그리고 오스틴이 얘기하는 듯한 느낌의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다.
밀줄은 더 많이 긋긴 했지만, 여기까지!!
오스틴 작가 넘 좋아하는 거 티 내고 싶지 않으니까!



"맞습니다." 앤이 말했다. "맞는 말씀이에요. 제가 기억을 못 했네요. 그렇다면 하빌 대령님, 이제 뭐라고 말을 할까요? 변화가 외부 상황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내부에서 온 것이겠지요. 벤윅 대령의 경우엔 본성, 남자의 본성인 거죠."
"아니, 아니에요, 그건 남자의 본성이 아니지요. 지조 없이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여자의 본성이 아니라 남자의 본 - P308

성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반대라고 믿어요. 우리의 신체적 구조와 정신적 구조엔 진정한 유사성이 있다고 믿으니까요. 남자의 신체가 더 강하듯이 감정도 더 강하니. 그만큼 고된 일도 견딜수 있고 거친 풍파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남자의 감정이 더 강할지도 모르죠" 앤이 대답했다. "하지만 바로그 유추의 관점에서 보자면 여자의 감정이 더 섬세하다고 주장해도 무방하겠지요.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더 오래살지는 않잖아요. 그게 바로 제가 보는 남자들 애정의 성격이에요. 아니 그렇지 않다면 당신네에게 너무 힘든 일이겠지요. 당신들은 힘들고 궁핍하고 위험한 상황도 감당해야 하고, 항상 열심히 일하느라 고생하고 온갖 위험과 고난에 노출된 삶을 사니까요. 집과 친구, 고국을 떠나서 지내는 데다, 시간도 건강도 목숨까지도 자신의 것이라고 할수 없지요." 앤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이 모든 것에 여자같은 감정까지 더해지면 정말 너무 힘들 거예요."
"우린 절대 이 문제에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하빌 대령이말을 하려는데, 지금껏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하던 웬트워스 대령 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 그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펜이 떨어지면서 난 소리였을 뿐이지만, 앤은 그의 자리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사람에게 정신이 팔린 그가 무슨 얘길 하는지 들으려고 하다가 펜이 떨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말소리를 알아듣지는 못했을 거라고 앤은 생각했다.
"편지는 다 썼나?"
"아직 몇 줄만 더 쓰면 돼. 오 분이면 될 걸세." - P309

"아!" 앤이 열렬한 목소리로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그리고 당신 같은 남자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온당하게 대접할 수 있길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따뜻하고 신실한 감정을 하찮게 본다면 벌받을 일이겠지요. 제가 감히 진실한 애정과 절개는 오로지 여자들만의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멸받아 마땅할 겁니다. 아니, 저는 남자들이 - P311

결혼해 살면서 온갖 위대하고 선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애쓰고, 가정에서 참을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답니다. 다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상이 있는 한 그렇다는 얘기지요. 제 말은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살아 있고, 그 여자가 당신을 위해 사는 동안에 한해서라는 거예요. 제가 여자들을 위해 주장하는 특권이란 - 별로 시기할 만한 게 아니니 탐내실 필요는없어요-더이상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도, 희망이 사라져버린 뒤에도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오래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곧바로 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벅차 숨을 쉬기도힘들었다.
"당신은 선한 영혼을 가지셨군요." 하빌 대령이 다정하게 앤의 팔에 손을 얹으면서 외쳤다. "당신과는 논쟁을 할 수가 없네요. 게다가 벤윅을 생각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답니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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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5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득 엔딩 슬픕니다 ㅜ.ㅜ

다코다 존슨 주인공인 영화 설득 꼭 보세요
화면 연기 영상 모두 쵝오!^^
넷플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11-25 00:22   좋아요 1 | URL
영화도 같이 조금씩 보고 있었어요. 다코다 존슨 배우 덕에 앤 엘리엇 주인공을 가장 최고 캐릭터로 등극시켰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근데 왜 엔딩이 슬픈가요?
제가 잘못 읽은 건가?
아리쏭 하네요??

scott 2022-11-25 00:24   좋아요 1 | URL
아뇨 나무님이 읽으신거 정확 합니다

다만 작가 오스틴이 많이 아팠을 때(아마 현대의학으로 추측해 보면 신장 결석증을 앓음) 써서 기냥 제가 작가의 맘 상태에 빙의를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25 00:35   좋아요 1 | URL
아...^^;;;
연보에서 읽은 것 같긴 합니다.
<설득> 초고 때부터 건강 악화가 되었다고ㅜㅜ
그럼 설득 소설을 써 내려간 그 시간들이 병마와의 싸움이었겠군요.
또 그렇게 생각해 보면 슬플 수도 있겠어요.
전 마지막 문장이 좀 찝찝해서 왜 이렇게 끝맺었을까? 싶긴 했었어요.
역사적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으니 여지를 둔 것인가?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스콧님이 그 부분 때문에 슬프다고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슬프게 읽어야 하는 대목을 나는 너무 무덤덤하게 읽은 건가? 생각했네요^^;;;

건수하 2022-11-25 09:24   좋아요 2 | URL
스콧님 댓글을 보고 나니
확실히 <설득>에는 그 전의 작품들에 있는 유머러스함은 좀 적은 것 같습니다. 작가가 힘들어서 그랬을까요...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해 좀더 솔직하게 쓴 것 같기도 하네요.

책읽는나무 2022-11-25 09:45   좋아요 2 | URL
금방 설득 영화도 다 봤네요.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은 참 아름답네요^^

어젠 다 읽고 자려고 누웠는데 오스틴의 <설득>을 써 내려갔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었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설득이 개인적인 경험담이랑 비슷한 것 같아 웬트워스의 어떤 대화가 은근 불편했었는데, 그게 갑자기 비수가 되어 눈에서 물이 조금 나오더라구요ㅋㅋㅋ
아...설득의 후유증은 좀 깊네요^^;;;

건수하 2022-11-25 09:48   좋아요 2 | URL
눈에서 물이... ^^;;

참, 저도 루이자에게 조금도 마음이 없었다는 말에는 공감이 안되더라구요. 그리고 그랬다면 그건 루이자한테 너무 한 거 아니냐며... 웬트워스 그 부분에서 마이너스였어요 :)

책읽는나무 2022-11-25 10:36   좋아요 1 | URL
남의 말 한 마디에 어떻게 마음이 흔들릴 수 있냐고 원망하며 한숨 쉬던 목소리가 평생 잊혀지지 않았었는데, 루이자 앞에서 앤 뒷담화 하던 웬트워스의 대화가 뜨끔!!!! 잊고 있었던 과거가 떠올랐었는데 수하님이 얘기하신 굉장히 현실적이다라는 말씀이 떠오르면서 오스틴 소설 중 설득을 읽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었네요ㅋㅋㅋ

루이자는 이용당한 거죠??
아니...루이자의 마음을 훔쳐 놓곤??
그런데 여친을 잃어 상심하고 있던 벤윅 대령과 갑자기 사랑의 작대기가 연결되어 놀랐네요?
오스틴 소설을 읽다 보면 한 번씩 이게 말이 돼? 싶을 정도로 갑자기 급하게 사랑의 작대기가 얼토당토 않게 연결이 되어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있어요. 오스틴 작가가 급하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그랬던 건지? 아님 그 시대 연애 풍조가 그랬던 건지? 여튼 결말부분에선 약간 바람 난 듯한 커플들이 종종 눈에 띄어요^^;;;

서니데이 2022-11-25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제인 오스틴 책이군요.
문학전집에도 들어가는 책이라서 그런지,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이 책도 표지가 괜찮네요.
다음주부터는 날씨가 추워진다고 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1-27 07:46   좋아요 1 | URL
오스틴의 소설 종류가 정말 많죠?
번역을 보고 픽을 해야 하는데 전 책 표지를 보고 선택을 하다 보니, 이것 참....^^;;;;
전 민음사보다는 개인적으로 문학동네 고전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왕이면 그 쪽을 선택하는 편인데요. 마침 책 표지도 예뻐 만족했어요^^
어제 조금 춥기 시작한 것 같았어요.
아침에 외출할 일이 있어 나갔었는데 가을 코트 입고 있어서 혼자 추워 덜덜 떨었네요ㅜㅜ
암튼 서니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바람돌이 2022-11-25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제인에어로 넘어왔습니다. 어린 시절 제인에어 걸 크러쉬 작렬! 맘에 들어요. ㅎㅎ 세상은 그래 나에게 부당한 세상이면 이렇게 싸워야지 하면서 막 응원하면서 보고 있어요. ㅎㅎ

유부만두 2022-11-26 14:00   좋아요 2 | URL
제인에어 깡다구 좋죠?! 다크 버전의 빨간 머리 앤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너무 불쌍하다가 ....얘가 사랑을 하면서 물렁해져서 좀 그랬어요. (스포 죄송합니다) 늙은이한테 왜 반하고 그러냐고요!!!!

책읽는나무 2022-11-26 15:2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제인 에어, 브론테 자매 월드로 입성하셨군요??^^
걸 크러쉬!! 딱 맞는 표현이네요?
근데 만두님 말씀처럼 에어가 어른이 되면서 성숙해지긴 했는데 너무 성숙? 사랑 앞에선 어릴 때 에어 맞나???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꼭 그 남자여야만 했는가?ㅋㅋㅋ
앗!! 계속 말하면 안되겠어요.
자꾸 스포를!!!ㅜㅜ
바람돌이님 제인 에어 다 읽으시면 우리 다시 모여 뒷담화?? 아니 아니 우아하게 감상평을 빙자한 뒷담화 합시다ㅋㅋㅋ

유부만두 2022-11-26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티 내 주세요! 오스틴을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그 불륜남 흉내내는 거 아님요)

책읽는나무 2022-11-26 15:18   좋아요 0 | URL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니??
갑자기 부부의 세계...ㅋㅋㅋ
오스틴 도장 깨기...이제 사다 놓은 책 중 <엠마>만 읽음 오스틴 사랑한다고 동네방네 소문 내겠습니다ㅋㅋㅋ
근데 <엠마> 는 두 권이네요?
바쁜데...ㅜㅜ
 

앤과 웬트워스 대령은 8 년 전만 해도 결혼까지 할 뻔한 연인관계였다. 하지만 앤의 주변 사람들의 반대로 인해 앤은 무일푼이었던 웬트워스 대령을 차버렸다.ㅜㅜ
웬트워스 대령은 앤 엘리엇이 자신의 의지가 주변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설득 당하여 자신을 매몰차게 차버렸다는 것에 크나큰 상처를 받고 8 년을 이를 갈고 살아왔던 듯 하다.
8 년만에 재회를 했는데 앤을 향해 내던진 말이 겨우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라고 말했다.
동생에게 전해 듣고 굴욕을 느낀 앤.ㅜㅜ
앤은 웬트워스 대령을 변함없는..되려 더 멋있게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나는 이 대목에서 앤에게 견딜 수 없는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이제 서서히 아침 드라마를 보는 듯한 짜릿함이 점점 끓어 오르고 있다.
아!! 내가 만약 8 년 전 헤어진 애인에게서 그런 소릴 듣게 된다면? 그리고 남남처럼 피아노 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가운 의무감으로 똘똘 뭉친 예의바름으로 자리를 양보해 받는다면?
아....나는 그 자리가 너무 불편하고, 힘들고, 굴욕적일 것 같다.
웬트워스 대령은 아내를 찾으러 뭍으로 왔다지만, 앤을 욕보이기로 작정하고 온 듯하다.
아...못난 사람!!!!
앤!!!
앤 힘을 내요. 슈퍼 파월~
내가 계속 읽어 줄게요!!!!



그러나 그 어떤 지혜를 동원해도 막을 수 없었던 또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그리 오래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었다. 머스그로브 자매가되돌아와 방문을 마치고 떠난 뒤 메리가 전한 말 덕분에, 자연스럽게그 답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앤, 나한테 그렇게도 마음을 써주던 웬트워스 대령이 언니한테는별로 친절하지 않던걸. 우리 집에 다녀가고 나서 헨리에타가 언니에대해 물었더니 ‘너무 변해서 못 알아볼 정도였다‘고 했다지 뭐야."
메리는 평소에도 언니의 감정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자신이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니!‘ 앤은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굴욕감을 말없이 삼키며 그 말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의심할 여지없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기에, 혹은 변했다 하더라도 나쁜 쪽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기에 똑같은 말로 앙갚음을 해줄 수도 없었다. 그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앤도이미 인정하고 있었고, 달리 생각할 수도 없는 사실이었다. 아니, 그녀의 젊음과 생기를 앗아간 그 세월은 그의 매력을 손상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빛나고 당당하며 남자다운 풍모를 더해주었을 뿐이었다.
앤의 눈에 그는 과거의 프레더릭 웬트워스 그대로였다.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버렸다! 이 말은 그녀의 마음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앤은 곧 그 말을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 P83

시작했다. 그 말로 인해 정신이 들었고 떨림을 가라앉혔으며 마음을다잡았으니 이제 그녀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프레더릭 웬트워스가 그런 말을 아니 그 비슷한 말을 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말이 앤의 귀에까지 들어가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앤의 얼굴이 전보다 못하게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을 물어온 순간 느낀 대로 말해버렸던 것이다. 그는 앤 엘리엣을 용서하지 못한 상태였다. 앤은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으며 그를 버리고 실망시킨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견딜 수 없었던 건, 그런 행동에서 드러난 그녀의 나약한 성격이었다. 매사에 단호하고 자신감 있는 성품의 그로서는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앤은 다른 사람의 뜻에 따라 그를 저버렸다. 그것은 도가 지나친설득의 결과였고, 나약함과 소심함의 결과였다.
그는 너무나도 열렬히 앤을 사랑했고, 그녀와 헤어진 이후로도 그녀만 한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 얼마간 궁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수 없다 해도 앤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에 대한 그녀의 영향력은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현재 그의 목표는 결혼이었다. 부자가 되어 뭍으로 돌아왔으니, 적당히 마음이 동하기만 하면 그 즉시 정착을 하리라 굳게 마음먹은 터였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자신의 냉철한 사고와 예리한 취향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빨리 사랑에 빠질 요량이었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준다면 머스그로브 가의 두 딸 중 어느 쪽이든 좋았다. 간단히 말해 누구든 붙임성 있고 젊은 여성이 나타나면 당장 마음을 줄 생각이었다. 단, 앤 엘리엇은 제외였다. 물론 이것은 그 - P84

자신만이 아는 단 하나의 예외조항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런저런 추측을 하는 누이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래요. 소피아. 바보 같은 결혼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어요. 열다섯에서 서른까지 어떤 여성이든 원하기만 하면 나를 차지할 수 있지요. 약간의 미모에다 미소 몇 번 지어주고, 해군에 대해 몇마디 칭찬만 해주면 난 이미 넘어간 상태일 겁니다. 이것저것 가릴 만큼 여자들을 만나보지 못한 뱃사람에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8?"
동생이 누이의 반박을 예상하면서 한 말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있었다. 그의 도도하게 빛나는 눈에는 자신의 까다로운 취향에 대한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좀더 진지하게 원하는 여성상을 얘기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앤 앨리엇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않았다. ‘다정다감하면서도 강인한 성품이 그가 원하는 전부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제가 원하는 여자예요." 그가 말했다. "물론 조금 모자라도 봐줄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이는 안 되죠. 이런 제가 어리석다하시면, 전 기꺼이 어리석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문제에 관해서라면 웬만한 남자보다 더 많이 생각해보았으니까요." - P85

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춤이 끝나서 앤이 연주하던 자리를 비웠을때, 그가 머스그로브 자매에게 어떤 곡조를 들려준다며 그 자리에 앉았다. 앤이 무심코 그쪽으로 돌아오는데 그녀를 본 그가 곧바로 일어서며 깍듯이 예의를 차려 이렇게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여긴 당신 자리지요." 앤이 곧장 단호하게 부인하며 물러섰지만, 그는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앤은 그런 표정과 말을 더는 접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정중함과 딱딱한 예절은 그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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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22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뭘 그렇게까지.... ㅎㅎ 웬트워스 대령도 지금 어떻게 할지 모르는.... 나중에 보면 웬트워스 대령이 절망했던 부분이 나오는데 전 좀 공감이 갔어요. 설득에서는 제인 오스틴 전매 특허로 나오는 니킥을 유발하는 인간이 없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물론 앤의 아버지와 언니가 좀 얄밉긴 하지만 뭐 그정도는 참을만했어요. ^^

책읽는나무 2022-11-22 21:38   좋아요 0 | URL
웬트워스 대령 지금 앤이랑 루이자 자매들이랑 저울질 하는 것인가? 앤을 계속 지켜보며 앤 주변을 맴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 읽어봐야 겠지만, <설득>이 오스틴 소설 중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전 그동안 <노생거 수도원>이랑 노리스 이모 덕분에 <맨스필드 파크> 를 <오만과 편견>이랑 같은 순번에 놓고 있었거든요.
<설득>도 빨리 읽어 결과를 알고 싶네요^^
근데 바람돌이님 말씀 듣고 보니 <설득>에선 니킥 유발 캐릭터가 없네요? 전 한 번씩 웬트워스 대령에게 넋나간 루이자 자매가 좀 거슬리기도 하고, 늘 불평불만 많은 앤 동생 메리도 살짝 이해가 안가기도 했고, 앤 빼곤 앤의 가족들이 다 좀 이상해 보이기도 했네요ㅋㅋㅋ

유부만두 2022-11-26 14:02   좋아요 1 | URL
전 앤 동생 메리의 징징거리는 모습이 너무 미웠는데요...실은 독박 육아에 지친 엄마가 이렇지 싶었어요.

웬트워스 대령 밀당하는 거 혼자 속으론 애태운거 너무 깨소금이에요. 아 달달하다....이런게 연애소설 읽는 맛이죠.^^

책읽는나무 2022-11-26 15:01   좋아요 0 | URL
독박육아에 지쳐 앤 언니에게 불평을 늘어놓기엔 메리는 좀 이상한 성격이던데요?? 앤의 언니도 이상하고? 아빠도 이상하고??ㅋㅋ
앤의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앤은 엄마를 닮았던 거에요ㅋㅋ

웬트워스 대령!!!
결국 앤과 연결!!
전 웬트워스 대령 얄미워서 차라리 다른 멋진 남자랑 연결되길 은근 기대했었는데, 앤 주변엔 멋진 남자가 없었던 거에요. 그게 아쉬웠어요ㅜㅜ
<설득>이 가장 심장 쫄깃한 연애 소설로 읽혔습니다^^

다락방 2022-11-23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슈퍼파월~ 에서 빵터졌어요. 앤 힘을 내!
책나무 님, 넷플에서 다코타 존슨 주연의 <설득> 영화도 보셨나요? 혹시 아직 안보셨다면, 책 다 읽고 보셔요. 그 영화도 엄청 좋아요!! >.<

책읽는나무 2022-11-23 11:10   좋아요 0 | URL
책 조금 읽고, 그 부분까지 밥 먹으면서 영화 찔끔 찔끔 보고 있어요. 대부분 원작 소설 영화를 그렇게 보았네요ㅋㅋㅋ
<제인 에어>만 책 다 보고 영화로 보았구요. 오스틴 소설 영화 중에서 <설득>이 가장 재밌게 다가오네요? 다른 영화들은 공부하는 자세로 보았다면? <설득>은 자꾸 영화 뒷편을 더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이게 다 앤이 넘 사랑스러워서인 것 같아요^^
다코타 존슨 배우가 가장 잘 살려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최근에 봐서 기억이 생생해서 그런 것도 같고??
암튼 그에 비해 남자 주인공들은??ㅜㅜ 일부러 그렇게 캐스팅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의 비쥬얼입니다ㅜㅜ 일부러 여주에게 눈길을 가게 하기 위함인 걸까요? 아님 내가 동양인이라 서양 남자들의 외모에 편력이 있는 건지????ㅋㅋㅋ

건수하 2022-11-23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득>에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루함이 있다.

오늘 아침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제인 오스틴> 중의 문장입니다. 무릎을 쳤답니다 ㅎㅎ
처음 읽을 때 약간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좋았어요.

책읽는나무 2022-11-23 11:14   좋아요 1 | URL
아....울프도 그리 말했나요??ㅋㅋㅋ
일부 동감합니다^^
저도 이상하게 100 페이지 정도까지는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질 않던데 중반부 들어서면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하면서 읽기에 속도가 붙더라구요?
거기다 영화까지 곁들여 짬짬이 본다면 재미가 더 있었구요.
전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옛날 울프마저 인정하셨다니..ㅋㅋㅋㅋ
우린 우등 독서가였네요?^^;;;

물감 2022-11-23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댓글에 전적으로 동감했습니다.
뭐라 묘사하기 힘든 아름다움과 지루함의 대환장 콜라보...

책읽는나무 2022-11-23 11:17   좋아요 1 | URL
물감님도???ㅋㅋㅋ
전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중반부 넘어서면서 몰입되기 시작하고, 못된 인물들 왜 저럴까? 욕하고, 주인공에겐 분신처럼 감정 이입되어 안타까워지게 되어 다 읽고 나면 갑자기 별 셋, 넷에서 별 다섯이 되는 거에요!!
나는 그게 내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독특한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루함!!!ㅋㅋㅋ

독서괭 2022-11-23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을 내요 슈퍼 파월 ㅋㅋㅋㅋㅋ
독특한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루함이라니 ㅋㅋㅋ 뭔지 궁금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11-23 16:23   좋아요 1 | URL
오래된 유행어인데도 기억하고 계시군요?ㅋㅋㅋ
근데 괭님 오스틴 작품 안 읽으셨나요??
아...맞다!! 그때 물어보셨었죠?ㅋㅋㅋ
어떤 책을 읽어야 독특한 지루함과 독특한 아름다움을 톡톡히 느끼시려나???
아마도 벽돌책인 <맨스필드 파크>랑 <오만과 편견>이랑 <이성과 감성>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싶네요ㅋㅋㅋ
<노생거 사원>이랑 <설득>은 그나마 앞부분의 지루함이 덜한 편이랄까요? 전 이 두 권이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아직 <설득>은 완독 전이긴 합니다만^^

독서괭 2022-11-23 18:34   좋아요 1 | URL
저 오만과 편견만 읽었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11-23 20:09   좋아요 1 | URL
설득이 좋네요.
설득!
설득!
설득!

프레이야 2022-11-23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웬트워스 나중엔 이해될거예요.
남자 캐릭터들이 다들 찌질찌질 ㅎㅎ
영화도 재미있게 봤어요 설득.

책읽는나무 2022-11-23 23:14   좋아요 0 | URL
중반부쯤 읽고 있는데 웬트워스 대령 계속 앤 엘리엇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만, 영화를 조금 봤었거든요^^;;;
웬트워스 대령이 넘 못생겨서...그래서 더더 싫었나 봅니다.ㅋㅋㅋ
아니...왜 오스틴 원작 소설 영화엔 남자 배우들이 죄다 못생기고, 찌질하게 나오는 걸까요? 여배우들은 다들 이쁘고 사랑스럽던데 말입니다.
여주인공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캐스팅하는 걸까요?
매번 영화 첫 장면을 기대하고 보다가 매번 남자 주인공들을 보구선 실망 실망 대실망이에요ㅋㅋㅋ
 

코로나 격리 해제는 이제 아득한 옛날이 되었다.
그렇게 심하게 앓았다고 생각진 않았으나(독감정도?)
코로나는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그동안 잘 몰랐었는데 앓고 나니 이제 좀 피부로 팍팍 와 닿는 코로나 후유증!! 이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차츰 차츰 어제보다는 오늘이 좀 나아간달까?
그럼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낫겠지?
희망적인 마음으로 기대해 볼만하다.
대신 피로하지 않은 오늘을 살면 되겠다.

코로나 직후, 다리가 후들거려 계단을 내려갈 수 없는 체력에 깜짝 놀란 후, 보름 넘게 쉬었던 독보적 걷기를 죽어라고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랭킹 천 위 그 속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웃음이 났다.
하지만
체력은 잠깐 잃었지만, 득을 본 것도 있어 나쁘지 않은 11 월이다.
침대에 가만 앉아 19세기 고전 소설을 제법 몰입독서를 했었던 것이다. 언젠간 읽긴 읽어야 하는데 좀처럼 손이 가지 않던 민음사나 문학동네등 고전 소설 시리즈는 계속 내겐 부담이었었다. 특히나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들 소설은 읽어야 하는데...마음만 굴뚝였었는데, 다미여 책 덕분에 의무감으로나마 책을 넘길 수 있었고, 코로나 약 기운에 힘 입어 몽롱한 상태로 계속 책장이 넘어가고 있어 신 나서 읽었다.
이게 웬일인가????
나 스스로도 놀라며 읽었었는데, 이웃 북플친 몇 분들도 계속 놀라주셨다. 그러게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바깥 활동을 강제 거부당하여 집 안에 갇혀 있었다는 점,
약 기운으로 비몽사몽간이어 벽돌책이라 힘들다는 고통마저 진통성분으로 해결되었다는 점,
그 중 가장 큰 주요 원인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눈 앞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너무나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보니
악역 인물들의 대화 하나 하나에 분개했고,
주인공이 겪게 되는 핍박과 고난, 그리고 차별 대우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다 보니, 꼭 아침 드라마 보는 형세가 되어 버려, 코로나 기간에 고전 소설을 제법 읽은 듯하여 완독 권 수를 보고 조금 아니 많이 놀랐다.
이렇게 행복하게 책을 읽는 시기는 다시 오지 않을 듯하다.
재확진 된다면 모를까??
앗!!! 말이 씨가 되더라! 취소 취소 퉤퉤퉤!!
다시 아프고 싶진 않다.ㅜㅜ

이젠 산책을 하고 와도 다리도 좀 덜 아프고,
아팠을 때보다 귀도 잘 들리는 듯하여 남이 내 욕 하는 소리도 잘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머리도 멍~하니 무거웠고, 귀울림이 심해서 소리가 잘 안들려 답답했었는데 이젠 깨끗하게 잘 들리는 듯 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젠 엄마 욕 하지 말라고 엄마 소머즈 귀가 되었다고 해도 애들은 소머즈를 모른다.ㅜㅜ
비건은 아니지만, 환경 생각한다고 그동안 플렉시테리언 하려고 노력은 했다만, 몸이 처지고 힘드니 비건이고, 플렉시테리언이고 나발이고 안되겠다, 나부터 살고 보자!싶어 며칠 고기를 연달아 먹었더니 기운이 난다. 역시 고기가 진리인가?
예전에 <비거니즘 만화> 책 읽고 쓴 리뷰 적립금 3 만 원을 받았었는데, 먹튀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곤 했었는데, 다시 반납해야 할까? 싶게 과하게 육식 섭취 중이다.
어제도...^^
(건강 되찾음 다시 플렉시테리언 하겠습니다.)
대신 아이들은 고기 먹을 수 있어 좋아 죽는다.

며칠 전 아들과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데 눈같은 물이 내렸다.
풍경을 찍다 보니 예뻐 아들더러 사진을 찍어 달랬더니 똥손 아들!!! 내가 보이는 둥, 마는 둥ㅜㅜ
저 사진도 뚱한 아들에게 몇 번을 애원하 듯 부탁하여
얻어 낸 몇 장 안되는 사진인데...사진첩 보다가 어이 없어서!!ㅜㅜ
그래도 귀한 사진이라고 애써 마음 달랜다.

한 달 뒤에 눈이 오길 바라는 기원 사진 정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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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1-21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이 저렇게나 왔다구요. 아니 여기랑 거기가 다른 나라였나요 우와 !! 코로나 후유증이 무섭네요. 당분간 잘 드시고 기운 내세요. 갇힌 여인들과 비슷한 처지로 오히려 득이 된 것도 있으니 다행입니다. 질병과 독서와 글쓰기. 책나무님이어쩐지 19세기 여성 같아요. 다미여. ~^^

책읽는나무 2022-11-21 10:44   좋아요 1 | URL
아!!!
저는 계절도 계절이고, 사진상 자세히 보면 물이라는 걸 알아보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눈이라고 눈속임했는데...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눈같은 물이라구요ㅋㅋㅋ

요즘 다시 밖으로 쏘다니기 시작하니까 확실히 독서 진도가 더뎌지네요?? 집중이 잘 안되구요?? 분명 머리가 멍~ 한 기분은 한결 나아졌는데도 말이죠??
희한하죠??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ㅋㅋㅋ
다시 19세기 여성들마냥 방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면 또 다시 독서에 막 열을 가할 수 있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ㅋㅋㅋ
그저 허벅지 꼬집으면서 책 읽곤 있는데 읽다가 계속 자더라구요ㅜㅜ
책 읽다 자는 것도 일종의 후유증이겠죠?ㅋㅋㅋㅋ
암튼 프레이야님은 절대 절대 코로나 걸리시면 안됩니다. 조심하세요^^

scott 2022-11-21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눈 내리는 장면을 함께 본 나무님과 아드님 대박 행운의 기운이 가득 ^^프레이야님 말씀 처럼 제철 음식 많이 드시고 기운 차리시길 바랍니다! 나무님ㅇ이 셀렉트하신 굿즈 안보이니 허전 허전 ^^

책읽는나무 2022-11-21 10:51   좋아요 0 | URL
앗!!! 스콧님마저!!!!ㅋㅋㅋ
눈이 아니고 물이에요ㅜㅜ
혼란을 가중시켜 죄송합니다ㅜㅜ
인공폭포를 만들어 놓은 공간이 있어 그 안에 들어가 밖을 보니까 흘러 내리는 물이 꼭 눈처럼 보여.....ㅜㅜ
11 월 그것도 남쪽 나라에 저렇게 함박눈이 올 확률은?? 아마도 280 년만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하겠죠?ㅋㅋㅋ
아들은....ㅜㅜ
암튼 늘 기원해주셔 감사드려요^^
코로나에 신경 쓸 일들이 연달아 터지고, 연말도 곧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이 예전처럼 막 업되질 않네요.
책 사는 것도 흥미를 잃으니, 굿즈도 거들떠 보지 않게 되고...ㅜㅜ
나중에 기운 차려 기분도 예전처럼 업 되면 굿즈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아윌비백!!!!!!👍

거리의화가 2022-11-2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저도 한동안 계속 몽롱했던 기억이 나네요. 마침 집에 계시면서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만나셔서 더 감정 이입이 되셨을 것 같기도 합니다.
참! 아드님 시험은 무사히 잘 치르셨는지요. 수능날만 생각하면 한참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울렁증이 올라오더군요. 트라우마인건지...
나무님 잘 챙겨드시고 무사히 회복하셔요!

책읽는나무 2022-11-22 09:29   좋아요 0 | URL
정신이 들어 다 나았구나? 싶다가도 다음 날은 또 좀 개운치 않고, 또 다음 날은 괜찮은 것 같고?? 참 이상하네요?ㅋㅋㅋ
코로나 이 녀석 무섭네요?
암튼 그래도 이 녀석 덕분에 19세기 여성 작기들 소설 읽은 이 때는 앞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네요^^
아들 녀석은 시험을 그닥 잘 친 것 같진 않아 아마도 다시 복학하러 가야지 싶네요ㅜㅜ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어 재수 해보련다~2 년이나 했었는데 결국!!!ㅜㅜ
녀석에게도 트라우마로 남겠네요ㅋㅋ
그래서 요즘 아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볼 생각 중이네요.
걱정해주셔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2-11-21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눈이 내렸군요?! 라고 달려고 하다가 다시 보니 물이군요. ㅋㅋㅋㅋㅋ
첫눈은커녕 올 11월은 기온이 아직도 9월 또는 10월 같아요........
서울이 이 지경이니 남쪽 지방은 더하겠지요?
그나저나 격리 해제 축하...해야 하는 거 맞죠? ㅎㅎㅎㅎ
고기 드시고 후유증 잘 피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11-22 09:36   좋아요 0 | URL
눈이라고 썼더니 다들 진짜 눈으로 착각하셔서....안되겠어서 물로 수정했습니다ㅋㅋㅋ
꼭 눈 같죠?? 물 속에 가려져 두 번째 사진 속엔 저도 있는데 다 가려져 버렸네요??? 다들 저도 못 보신 듯 하네요. 아들이 똥손이라..ㅜㅜ
근데 요즘 왜 이렇게 덥나요? 주말에도 넘 더워서 혼 났네요. ㅜㅜ 외투를 계속 벗게 되더라구요. 원래 추위 많이 타는 저인데두요^^;;;
격리 해제되어 좋긴 합니다만, 갇혀 있을 때만큼 책이 막 재밌진 않아, 이게 웬일이래???? 그러고 있네요ㅋㅋㅋ
고기 값 올랐어도 고기 먹어야겠어요.
잠자냥님도 1 인 1 닭 계속 유지하셔야 합니다^^

공쟝쟝 2022-11-21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다는 글인데 왜 웃음이 나죠? 저도 코로나때 ㅋㅋㅋㅋ 아픈 김에 책읽자 그러면서 정희진 내처 읽으며 앓으면서 히죽거렸던 게 기억나요 ㅋㅋㅋ 그와중에 글도 겁나 쓰고 막 ㅋㅋㅋㅋㅋ
후유증 관리 잘하셔야해여.. ㅠㅠㅠ!! 나아도 나은 게 아닌데, 바보 똥멍충이 공쟝쟝은 나았나? 하면서 부지런떨고… 또? 나았나? 하면서 무리하가닼ㅋㅋ 안직도 침맞으면서 지낸답니다 ㅠㅠㅠ (슬픔ㅋㅋㅋ)
추워지니까 더 신경쓰셔야하구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ㅋㅋ 관절에 안좋아여!!!

책읽는나무 2022-11-22 09:47   좋아요 1 | URL
웃으면 복이 와요ㅋㅋㅋ
코로나 힘들긴 한데 몽롱한 상태에서 책도 막 읽어지고, 글도 막 써지고...바보 상태인데도 겁 없이 용감하게 뭐든 막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던 것 같아요^^
공쟝님도 그 시절 생각나는군요!!ㅋㅋ
코로나 겪고 있다는 알라디너님들 글이 계속 올라와서, 많이 아프진 않은가 보다?? 여겼었는데 그게 그런 게 아녔던 거에요ㅋㅋㅋ
코로나 후유증 참 독하네요?
저도 지금 이젠 나았구나? 매일 매일 속는 기분이랄까요? 남편은 아예 몸살을 다시 해서 또 약 먹고 있어요.
아프면서 계속 강해지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구요. 공쟝님 계속 아프다는 말이 코로나 후유증인 거였군요?
홍삼이든 뭐든 몸에 좋은 건 다 챙겨 드세요. 저도 고기도 먹고 밥을 좀 억지로 많이 먹으니까 좀 낫더라구요. 굶거나 부실하게 먹음 또 컨디션이 떨어지는 듯도 하구요. 다시 먹기 시작하니까 빠졌던 살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고, 배도 다시 원상복구 되었고...그래도 몸 아픈 것보다 나은 거다!! 그런 생각으로 바꾸었어요ㅋㅋㅋ
공쟝님도 잘 챙겨 드시고, 허리도 무리하지 마시고,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말구요.
확실히 앉아 있는 자세를 덜하니까 좀 나은 것도 같더라구요^^;;;

페넬로페 2022-11-21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를 앓으니 한가지 좋은 점은 있더라고요
1주일 동안 푹 쉬기!
저는 정말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잠 안와도 드러누워 계속 자기도 했고, 책도 읽고요.
책나무님!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어서 회복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11-22 09:52   좋아요 1 | URL
그죠?? 강제 외출금지 당하니까 방에서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일주일동안 먹고, 자고, 읽고...^^;;;
만약 병원에서 일주일 있었다면 남이 해주는 밥 먹으면서 책을 더 많이 읽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요즘 조금 미각이 돌아오는 것 같아 막 먹고 있어요. 입맛이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죠ㅜㅜ
그런데 페넬로페님 말씀이 맞네요?
회복되면 회복된다!!!!!!
배가 원상복귀 된 것 같아 몸무게 달아보니까ㅋㅋㅋㅋ
오호....정답이었어요.
어제 그 문장 다시 되뇌었어요.
회복되면 회복된다!!ㅋㅋㅋ

바람돌이 2022-11-22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보적의 랭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건 걸음수도 아니요. 읽은 채 권수도 아니요. 바로 밑줄긋기의 갯수입니다. ^^
두번째 사진 아무리 눈 크게 뜨고 봐도 나무님이 안보여. 민이가 사진 천재가 아닌가 생각중입니다. 있는 엄마도 자연속에 녹아들게 연출하는..... ^^
저는 코로나 걸렸을 때 의외로 아프지도 않은데 책은 또 별로 안 읽히더라구요. 나무님 빨리 고기 많이 드시고 열심히 운동도 하시고 체력 풀충전으로 돌아오세요. ^^

책읽는나무 2022-11-23 11:26   좋아요 0 | URL
밑줄긋기 그죠????
제가 봐도 밑줄긋기 그것이 효자란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ㅋㅋㅋ
예전에 밑줄긋기 귀찮아서 한 달에 10개 안팎으로 했더니 잘 나오던 순위가 저 밖으로 밀려나 있어 응?? 하면서 그 다음 달엔 가열차게 걸었는데도 몇 백위 그렇게 나와서 그냥 그런가보다. 싶어 여성주의 책 읽으면서 밑줄긋기 안 할 수가 없어 그날 그날 밑줄 긋기 시작했더니 우와~ 100 위 안에 든 적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천 위 안에 들기 힘들어 보름을 쉬어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여성주의 소설이랑 다미여 밑줄 몇 개 긋고 있었는데 900 위 안에 등극!!!ㅋㅋㅋ

저 안보이죠??ㅋㅋㅋ
똥손 아들 아니...이게 뭐냐? 잔소리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알라딘에 올리기 좋은 사진이구나? 싶어 올려 봤습니다. 역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ㅋㅋㅋ 이럴 땐 똥손도 도움이 되네요^^
요즘 제가 회복된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책에 집중도 안되고, 계속 바쁜 건지? 시간도 금방 지나가고..ㅜㅜ
다미여 책 완독하고 싶을 땐 다시 방에 갇히고 싶단 생각도 듭니다. 대신 다시 아파야 하니까 그건 또 싫고ㅋㅋㅋ
암튼 얼른 강철 인간이 되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유니와책친구들 2022-11-23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코로나 후유증으로 좀 고생하셨군요…ㅠㅠ 그나마 우리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 읽을 수 있어서 격리 기간이 크게 지루하지 않다는 게 다행이긴 한 것 같아요.^^;; 남은 연말은 더더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요~!

책읽는나무 2022-11-23 11:30   좋아요 0 | URL
코로나 후유증은 좀 남아 있어 문제긴 한데, 많이 아프지만 않다면 방에 오롯이 들어 앉아 책만 읽을 수 있었던 시간들은 참 귀한 시간이었단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몸이 상하는 건...다른 독감보다 회복이 더디다는 건 조금 아쉽네요^^
유니 이모님도 코로나 안 걸리게, 그리고 후유증 같은 건 아예 없도록 조심하세요.
담주부터 추워진다는데 감기도 조심하시구요^^

독서괭 2022-11-23 15: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취소취소 퉤퉤퉤 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책 잘 읽혀도 재감염은 사양이지요^^;;
그런데 저 사진에 책나무님에 계신다고요..? 숨은 그림찾기인가@ㅁ@ 아무튼 진짜 눈처럼 보여서 예쁩니다^^

책읽는나무 2022-11-23 16:28   좋아요 1 | URL
맞아요..재감염은 좀 거시기한데, 아!! 다미여랑 관련 소설 빨리 완독하려면???????
모르겠네요ㅋㅋㅋ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근데 제가 진짜 안보이나요???
아....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건가요??ㅋㅋㅋ
아들 똥손이라 구박했는데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똥손이 아녔던가요?ㅋㅋ
저도 물이 꼭 함박눈처럼 보여 남쪽나라에도 이렇게 대박 눈이 내려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전 지금 눈사람 만드는 방법을 다 까먹었거든요. 큰일 났네요ㅜㅜ

scott 2022-11-23 17:46   좋아요 1 | URL
나무님 혹쉬 두손 🙌번쩍 들고 계신분 ?
두번째 사진에서 보여요
제눈에 나무님 살이 빠져서
헬쓱🙊

책읽는나무 2022-11-23 20:08   좋아요 1 | URL
아...맞아요!!
보이나요?
마스크 끼고, 모자까지 써서 얼굴이 잘 안보여서 헬쓱해 보이나 봅니다ㅋㅋㅋ

희선 2022-11-24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로 아플 때도 책을 많이 보셨군요 다른 거 안 해도 되니 책을 볼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아파도 조금 편하게 지내셨겠습니다 책읽는나무 님은 집안 일 이것저것 하시느라 바쁠 텐데, 그런 거 잠시 쉬었겠네요 그래도 다시는 아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제 눈이 올 때가 됐는데, 소식이 없군요 겨울이 더 가까운 때인데... 책읽는나무 님 잘 드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1-24 21:07   좋아요 0 | URL
집 아니 방에 종일 갇혀 있다 보니 정말 책 읽는 것밖에 할 일이 없더라구요^^
덕분에 소설 많이 읽었네요. 그것도 고전 소설을요!!!
훗날 그 소설 제목을 듣게 된다면 이 코로나 앓던 시간이 생각날 듯 합니다.
실도 있지만 득도 있네요ㅋㅋㅋ
담주부터 또 추워진다죠?
희선님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서문을 거쳐 <1장- 여왕의 거울> 편까지 읽었다.
긴 서문에서도 좋은 글귀들이 많아 밑줄도 긋고, 또 어김없이 고무되었었다.(늘 여성주의 책을 딱 펼쳐 서문만 읽으면 조금 흥분하고, 가슴 두근거리며, 고무된다. 커피를 마셔서 그런 것인가? 의심도 든다만, 다른 책들 서문에선 그렇지 않은 적 더 많았다는 걸 상기해 볼 적엔, 카페인 영향이 아니었다고 치자.)
그런데 제때 기록을 하지 않으니, 서문의 내용도 가물가물.
그래서 1장을 읽자마자 일단, 여전히 두서없지만 기록해야겠다 싶어 또 쓴다.^^

1장에서 딱 눈에 띄는 ‘펜은 음경이다‘ 이 문장으로 처음엔 좀 웃었다. 왜냐하면 너무 비약적이고, 얼토당토 않은, 그래서 살짝 자격지심으로 비춰지는 문장으로 비유된 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왜 굳이 그렇게 보아야만 하는 것일까?
펜이 왜???
펜을 왜???
어이없어 하며 읽었는데,
읽다 보니 웃음기는 곧 사라지게 되고,
좁은 이마엔 가로 주름, 양미간엔 세로 주름골이 깊어졌다.
충분히 설득 될 수 있고, 일리있어 보이는 문장들이 차례 차례 기다리고 있었다.

펜은 음경이어 그 펜이 적어 나가는 글과 문장들이 모여 한 권의 창조물(시나 소설등)이 생산되면 그것은 곧 자식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그럴 수 있지! 예술가들이 본인의 머리에서 고통스럽게 짜내어 다듬어진 창조물과 예술품들을 모두 다 자신들이 잉태시킨 자식같다고들 공공연하게 지금도 쓰이고 있는 말들이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헌데 무엇이 문제인고 하니, 그 시절 남성 작가들이 피력했던 것은 펜은 음경이기에 남성들만이 자식을 잉태할 수 있는 영역(소설이든 작품을 쓸 수 있는 영역)이라고 규정짓고, 여성들은 아둔하여 글을 쓰면서 창조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속박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까 그 음경이란 펜은 여성은 쥘 수 없는 물건이었으며, 남성들만이 가질 수 있는 신성한 물건으로 간주한 것이다.
아둔하고 불결하고, 괴물같은 존재의 여성들은 그 흔한 펜을 쥐며 본인의 생각들을 드러내 쓴 글은 일부러 폄하시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식 생산은 여성은 할 수 없고, 남성만이 자식 생산을 할 수 있다는 말인데....자궁이 없는 남성들의 젠체하는 밑도 끝도 없는 논리가 정석으로 통했던 그 시기를 상상하면 명치 끝이 답답해 오는데, 그 시절 똑똑한 여성들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이런 말 하는 것도 이젠 입이 아플 뿐이다.

작품의 통일성이나 완전성의 계보의 연결은 저자-작품, 처음-중간-끝 또는 텍스트-의미, 독자-해석 등에 의해 유지된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상이 계승, 부권, 위계질서의 이미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교육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교육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사고를 하며, 그 사고가 확장되어 인격이 형성된다.
가부장적 부권으로 점철된 위계질서로 똘똘 뭉친 문학적 부권 은유를 통한 글들을 읽고, 세뇌된 사람들의 눈과 머리는 절로 여성은 ‘건방지고‘, ‘주제넘고‘, ‘구제불능이고‘, ‘결함‘으로 가득 찬 사람의 종 그러니까 절로 괴물적인 신화로 인식되어 버렸다.
그렇게 옷에 스며들 듯, 사람들의 뇌속으로, 무비판적으로 스며들어, 여성의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 버린, 그래서 무의식중으로 받아들이는 인격으로 갖춰진 것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갖춰지지 않은 ‘0 (제로)‘이 여성이란다.

신화 속 여성의 이미지와 백설공주 이야기도 좀 흥미로웠다.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고 읽어 온 이야기들이어 뭔가 이상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도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잘 몰랐었는데 책에선 속 시원하게 비평하며 풀어주어 이해가 잘 간다.

릴리스(아담의 첫 부인) 신화 이야기에서는 아담과 동등하다고 판단한 릴리스는 복종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달아나버렸다. 신의 사자인 천사가 너의 악마 자식 100 명을 죽여버리겠노라~ 협박했으나, 릴리스는 징벌을 선택할지라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걸 두고 릴리스의 저항은 가부장적 문화에서 있을 수 없는 행위, 아주 건방진 위험한 행위로 간주하여 자식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무정한 여성으로 무시무시한 틀에 가두었다.
그리하여 최초의 여성 혁명가일 수 있었던 릴리스는 큰 죄악을 저지른 그저 자기 주장만 강했던 여성으로 남성의 펜으로 묘사되어 기록으로 남겨졌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릴리스, 이브가 있었다면 릴리스는 그 중 최초의 여성 혁명가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백설공주 편에서도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이 많아 신선했다.
백설공주는 젊은 여성이고, 새엄마는 나이 든 여성으로 등장시켜 두 여성을 대립시킨다. 거울 속 목소리는 왕 즉, 가부장 아버지(남성)인 것이다. 아버지는 순수하고 어리고 예쁜 백설공주를 이뻐한다. 이유는 순종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엄마는 시기심 많고, 탐욕스럽고, 자기 불만으로 똘똘 뭉친 욕망 덩어리로 묘사하는데 실은 자기 주장이 강하여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 여성이어 거울의 목소리로 새엄마를 계속 이간질하고 조종하여 둘을 대립시켜 새엄마를 파멸시켜 버린다.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잠깐 졸도한 백설공주는 유리관 속에 눕히게 되는데, 그 형상을 하나의 전시품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독이 든 사과를 뱉어내어 목숨을 건진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의 하녀 역할을 줄곧 했었던 상황을 벗어나 왕비가 되어 성으로 들어가게 되어 해피엔딩의 서사로 대미를 장식하지만, 백설공주는 자기 목소리가 없는 순종적인 여성이기에 가부장 성으로 끌려 들어가 결국 죽을 때까지...ㅜㅜ
아!! 그렇게 슬프게 끝나는 동화가 백설공주 이야기였던 것이다.ㅜㅜ

이렇게까지 가학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들을 끝도 없이 만들어 내고, 고통을 주려는 행위들을 보다 보면,
어쩌면 보부아르의 말이 맞는지도 모를 일이라고 보아진다.
˝남자가 여성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육체적 우발성에 대한 남성 자신의 공포˝
꿰뚫어 본 보부아르의 통찰력에 공감될 수밖에 없다.

꽤 두꺼운 두께의 책이라, 무척 겁을 먹고 읽기 시작한 책이건만,
꽤나 재밌다.
갈 길은 멀지만, 천천히 하지만, 빨리 읽어야 한다.







 ‘시란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다‘라고 정의하는 모방 미학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해 필립 시드니, 셰익스피어, 벤 존슨으로 이어진다. 이 정의가 의미하는 바는, 시인이란 작은 신처럼 또 다른 우주, 즉 (실재의 그림자를 실제로 붙잡아두는 것처럼 보이는) 우주의 거울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상상하는 또는 통합하는 힘‘이라는 콜리지 - P76

의 낭만주의적 개념도 ‘무한한 나라는 존재의 영원한 창조 행위‘를 반향하는 남성의 생식력에 대한 것이다. 음경을 연상시키는 러스킨의 ‘관통하는 상상력‘은 ‘소유권 획득을 위한 기능‘이며 새로운 경험의 싹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올릴 요량으로 뿌리를 붙잡아 베어 취하려는 ‘관통하는 […] 마음의 혀‘다.  - P77

마지막으로, ‘소유권‘이나 소유 개념이 부권 은유 안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은 이 복잡한 은유의 또 다른 의미를 밝혀준다.
저자/아버지가 작품과 독자의 관심을 소유한 자라면, 그는 (자기 머리에서 나온 자식들, 종이에 잉크로 구체화시키고 천과 가죽으로 ‘장정한‘) 작품의 백성이라고 할 인물, 장면, 사건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문인‘은 저자이기에, 신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이자 주인 또는 지배자이며 소유자다. 서구 사회가 그 용어를이해하는 방식에 따르자면 그는 정신적 유형의 가부장이다. - P79

오스틴식의 새침 떠는 아이러니는 부족하지만 핀치가 보인 격렬한 저항은 홉킨스가 캐넌 딕슨에게보낸 편지에서 언급한 문학적 부권 은유의 핵심을 찌른다. ‘펜을 드는 여자‘는 건방지고 ‘주제넘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구제 불능인 존재다. 어떤 미덕도 그녀의 건방진 ‘결함‘을 메울 수없다. 그녀는 자연이 내리그은 경계선을 괴물처럼 횡단해버렸기 때문이다. - P80

‘문학이란 여성의 일이 아닙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문학에서의 부권 은유는 (사회학적으로도 생리학적으로도 불가능하기에) 여성이 문학에 관여할 수 있없음을 암시한다.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문학 권력과 끈끈하게 연관되어 있는 반면,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19세기 사상가 오토 바이닝어의 표현에 의하면) ‘여성‘ 문학 권력이 없기에 ‘존재론적 실재를 [남성과] 공유하지 못한다‘는 사고로 이어진다.
부권/창조성 은유가 나타내는 암시는 또 있다. 여성은 문학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관능의 대상으로서 남성의 행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바이닝어와 사우디의 편지에 공히 드러나는) 생각이다. 앤핀치의 또 다른 시 한 편은 숱한 문학이론들에 숨겨진 가정을 탐색한다.  - P81

조앤 디디온이 말했듯이 ‘글쓰기란 공격이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하나의 강제이며 [・・・] 누군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을 침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존재의 탄력성은 문학에 몰입함으로써 촉진된다‘는 리오 베르사니의 주장에 견주어보면 디디온의 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수많은 여성 문인들의 ‘가장 사적인 공간‘을 침략해온 남성의 구성물을 철저하게 연구하려면 수백 페이지가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뛰어난 책들이 이 연구에 바쳐졌다. - P99

릴리스 이야기가 암시하는 바는 가부장적 문화에서 여성의 말과 여성의 ‘주제넘음‘ (남성 지배에 대한분노에 찬 저항)은 불가분하게 뒤엉켜 있으며 필연적으로 악마적이라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물론 심지어 성경의 반半신적인 공동체 연대기에서도 배제당한 릴리스는 여성이 자신을 자리매김하고자 할 때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보여준다. 실로 끔찍한 대가다. ‘달아났기 때문에, 그리고 명명하는 행위에 암시된 문학의 권위를 감히 강탈하려 했기 때문에, 릴리스는 복수(아이 살해)에 갇히고 이로써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고통으로) 더욱더 고통스러워지는 저주를 받았다. 게다가 이 혁명이 오로지 한 여성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녀의 무력함과 소외를 강조해준다. 왜냐하면 릴리스의 저항은 거부와 떠남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사탄처럼 적극적이라고 하기에는 고작 도망쳐 달아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 P123

우리는 오로라 리나 메리 엘리자베스 콜리지 같은 여성 작가들이 남성 텍스트의 감옥에서 여성의 펜으로 탈출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그 출발점에서 자신을 ‘천사-여자‘와 ‘괴물-여자‘
로 번갈아가며 정의하는 모습을 목도할 것이다. 우리는 또 백설 공주나 사악한 여왕처럼, 이들의 초기 욕망이 양가적임을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은 가부장제의 유리관속에서 숨 막히게  - P136

끼는 코르셋으로 자기 자신을 옴짝달싹 못 하게 조이거나, 거울밖으로 나와 불같은 죽음의 춤을 추어 스스로를 파괴하라고 유혹받는다. 그러나 천사와 괴물이라는 한 쌍의 이미지가 제시하는 걸림돌이 가로놓여 있었어도, 그리고 작가가 되고 싶은 열망과 불모성에 대한 공포로 고통을 받았어도, 여성 작가들은 작품을 산출했다. 18세기 말까지 여성들은 글만 쓴 것이 아니라 (이것이 이 책 전반에서 우리가 보게 된 가장 중요한 현상인데)가부장적인 이미지와 인습을 근본적으로 수정한 허구의 세계를 품고 있었다. 그리하여 앤 핀치와 앤 엘리엇부터 에밀리 브론테와 에밀리 디킨슨에 이르는 자부심 강한 여성들이 남성 작가의 텍스트라는 유리 관에서 나와 여왕의 거울을 폭파했을 때, 오래전 침묵 속에 추었던 죽음의 춤은 승리의 춤, 언어를 향한 춤,
권위의 춤이 되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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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19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 세기 전 책을 맘껏 읽을 방도 없었고 권리도 없었죠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가상의 인물 셰익스피어의 여동생 주디스의 불행한 삶 처럼
그렇게 사는게 운명인 줄 알았다니,,,,

책읽는나무 2022-11-20 22:45   좋아요 1 | URL
자기 만의 방, 자기 만의 책도 없어 권리도 없었던....그래서 쓰지도 못했던...ㅜㅜ
나는 그 시절에 태어나 살았다면?
어떻게 살아갔을까? 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려니~~했을지?
아님 울분에 차 있었을지?
솔직히 어떤 심정으로 살았을까? 19세기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의문이 일기도 하구요ㅜㅜ

바람돌이 2022-11-19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나무님마저 이제 읽기 시작하셨군요. 저 너무 느긋하게 있는가 싶어서 갑자기 이래선 안되겟다 주먹 불끈 쥐게 됩니다. ㅎㅎ 이러다가 여러분들 다 읽고 나중에 저 혼자 뒷북치겟다 싶어서 안되겟어요. 저도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해야 하겟습니다. 그래서 모든 분들이 한 마디씩 하는 저 펜은 음경이다를 제 눈으로 확인하고야 말겠습니다. ㅎㅎ

아 그리고 나무님 글 읽다보니 생각나는 시가 있네요. 우리나라 시죠.
제가 엄청나게 싫어하는 송강 정철이라는 인물이 쓴 시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하는 시 말이죠.

우리나라로 오면 이놈의 남자놈들이 애까지 지가 낳았다고 난리야.... ㅠ.ㅠ

책읽는나무 2022-11-20 22:56   좋아요 1 | URL
네...결국 저도!!!!ㅋㅋㅋ
근데 전 읽기 시작한지 좀 됐던 듯 합니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넘 늦게 시작하면 아마도 다 못읽지 싶어서 부랴부랴 시작만이라도 하자! 싶어 조금 읽었는데 저 ‘펜은 음경이다‘ 저 문장에 꽂혀서 뭔말이래?? 웃긴다??? 하며 읽다 보니 어느새 1 장을 다 읽어버린 거에요!!!!ㅋㅋ
관련도서를 안 읽고 이 책을 읽음 절대 책장이 안넘어가는 줄 알았었는데 그것도 아니더군요??
오스틴은 ‘설득‘을 안 읽었는데, ‘설득‘책 내용이 또 제법 나와서 앗차~ 싶어 오스틴 책 잡았다가, 다른 책 잡았다가 혼자 난리 부르스입니다.ㅜㅜ
바람돌이님 다미여 책 읽음 술술 진도 빼실 듯 합니다. 왠지 그리 느껴집니다^^

송강 정철 아저씨!!
저 시 읊어 주시니 이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헌데 아버님이 나를 낳으셨다니???
아....어머님은 애만 키울 수 있는 탁아소 어머님이 되는 거였군요??
그 시절 우리 나라나, 물 건너 나라나 난립니다.
얼마전 히잡 쓰지 않겠다던 여성들에게 무차별 폭행과 총기를 쏜 뉴스를 보면서 아....ㅜㅜ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이런 상황.
예나 지금이나....ㅜㅜ

독서괭 2022-11-23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펜은 음경 ㅎㅎ 전에도 이 비유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저도 오잉? 했었는데 이 책 보니 이해가 될 것 같더라고요^^ 저도 백설공주 이야기 흥미로웠습니다.
책나무님 시작하셨으니 쭉쭉 달려가시겠네요. 함께 파이팅해요^^

책읽는나무 2022-11-23 16:19   좋아요 1 | URL
전 다른 분들 리뷰와 페이퍼에서 늘상 접하다 내가 직접 읽으니...처음엔 왜 그렇게 웃기던지???ㅋㅋㅋ
근데 계속 비유를 나열하니 오호??? 하며 공감이 되었네요.^^;;;;
이건 바로 넘어갔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제가 이렇게 쉬운 사람이라서...ㅋㅋㅋ
백설공주 이야기 정말 흥미롭더군요. 옛날 동화 이야기를 이렇게 섹슈얼리티 차별로 풀어낸 책이 나온다면 한 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눈이 번쩍@.@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구나?하면서 오호!!!! 하며 읽었네요^^
생각보다 흥미로워 막 읽어나가고 싶은데 자꾸 책장이 넘어갈수록 안 읽은 책들과 작가들이 나오니...ㅜㅜ
그냥 대충 읽고 넘기기도 찜찜하고...어떡할까? 고민하니 진도가 생각보다 더뎌지기도 하구요.
암튼 12 월까지 관련 도서 읽을 수 있는데까지 도장깨기 하면서 달려봐야죠^^
모두 모두 그리고 괭알천재님도 파이팅입니다!!^^
 

톰과 매기 남매의 유년시절이 주가 되는 조지 엘리엇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 권이다.
읽으면서 늘 분통터진 부분이 바로 톰과 매기 남매의 차별적 시선이었다. 매기는 똑똑하다못해 영재기가 있는 소녀였지만, 톰은 매기보다 훨씬 덜 똑똑한데도 장남이라고 늘 매기보다 더한 대접을 받고, 교육도 받고(매기는 뒤늦게 여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얼마간 다니긴 했다만) 교육면에서도 살짝 특수 개인과외 비슷한 특별 교육까지 받았지만 실력면에서는 집에서 독서만 했던, 매기보다 실력이 모자란 듯해 보인다.
그런데 톰과 매기의 엄마 그리고 그 이모들은 남아선호사상에 빠져 무조건 톰이 우선이고, 매기는 그저 사고치는 천방지축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안타까웠다.
매기는 머리숱이 많은 아이였던지, 특히나 엄마한테 단정하게 머리 관리를 하지 못한다고 지청구를 듣곤 했는데,
매기는 무언가 화가 나서 그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머리를 자르겠다고 동생이 얘길하면 분명 부모님께 혼이 날 것이란 걸 알면서도 교활하게 동생을 부추기는 오빠 톰!!!
못났다. 못났어!!!!
그래도 매기에겐 그녀를 아껴주고 매기편을 들어주는 아빠가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런데 여성 작가들의 고전 소설 속 장면에선 어머니가 되려 애들을 쥐 잡듯이 잡고, 차별도 심하고, 딸들을 구속하거나 아님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고 이미 결정짓고, 나 몰라라~ 방치하기 일쑤다. 그리고 어떻게든 좋은 집안(돈 많은 집안)에 시집만 잘 보내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여성으로 등장하는데, 반면 아버지는 좀 온화한 경우가 많다. 그게 좀 의아스럽네?
가부장 아버지의 모습이 보기 싫어, 어머니에게 그렇게 권력을 부여하고, 롤모델? 같은 아버지, 즉 갖고 싶고 바라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일부러 그런 설정을 한 것일까???
아니면, 어머니 윗 세대는 더욱 교육을 받지 못한 억압된 세상 속에서 당연히 그렇게 부모에게 교육을 받아버려 내 자식도 그렇게 또 키워야 하는 의무감에게 사로 잡혀 내 자식은 나처럼 키우지 않으리라!! 그런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인 건가?
문득 이런 저런 생각들이 계속 맴돈다.
그래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이 한없이 속물처럼 비춰져 조금 답답하다.







"아니, 매기, 야단맞으려고!" 톰이 큰 소리로 외쳤다.
"더 이상 자르지 않는 게 좋을걸"
싹둑! 톰이 말하는 동안 다시 큰 가위 소리가 났다.
그는 그 일을 재미있게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매기의 모습이 아주 우스꽝스러워질 테니 말이다.
"자, 오빠, 뒷머리 좀 잘라줘." 매기는 자신의 대담함에 흥분해서 벌인 일을 끝내고 싶어 했다.
"야단맞을 거야, 알지." 톰이 고개를 끄덕이며 훈계조로 말하고는, 가위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
"걱정 마, 서두르라니까!" 매기는 발을 가볍게 굴렀다.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검은 머리숱은 무척 많았다. 조랑말의 갈기를 자르는 금단의 즐거움을 이미 맛본 소년에게 이보다 더한 유혹이 있을까. 나는 어지간히 뻣뻣한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를 때의 만족감을 아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다. 유쾌하게 싹둑 잘리는 소리가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이렇게 뒷머리카락이 마룻바닥에 무겁게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들쭉날쭉고르지 않게 잘려 있었지만, 매기는 마치 숲 속에서 나와 시야가 탁 트인 들판에 들어선 것처럼, 거칠 것 없는 해방감을 느끼며 서 있었다.
"오, 매기." 톰은 그녀 주위를 뛰어다니면서 제 무릎을 치며 웃었다. "야 너 엄청 이상해 보여! 거울 좀 들여다봐. 우리가 학교에서 호두 껍데기 던지며 놀렸던 바보 같아"
매기는 예기치 못했던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주로 자기를 괴롭히던 머리카락과 그것 때문에 듣던 귀찮은 잔소리 - P108

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아주 단호한 이런 행동으로 어머니와 이모들에게 승리를 거둘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녀는 자기 머리를 예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사람들이 자기를 영리한 소녀라 생각하고 흠잡지 않기만 바랐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제 톰이 그녀를 비웃으면서 바보 같다고 하자, 그 문제는 전혀 새로운 측면을 갖게 되었다. 매기는 거울을 들여다 보았고,
톰은 여전히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매기의 상기된 뺨이 창백해졌고, 입술이 조금 떨렸다.
"오, 매기, 곧 밥 먹으러 내려가야 할텐데, 맙소사!" 톰이 말했다.
"비웃지 마." 매기는 격렬하게 말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눈물을 왈칵 쏟으며 발을 구르더니 톰을 밀쳐버렸다.
"성미도 고약하군! 그럼 뭐 때문에 잘랐니? 난 내려갈거야. 저녁 식사 시작하는 냄새가 나는데." 톰이 말했다.
톰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가여운 매기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절망하게 내버려두었다. 이런 생각은 그녀의 어린 영혼이 거의 날마다 경험하던 것이다. 매기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난 뒤 분명히 깨달았다.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며, 전보다 머리카락에 관해 잔소리를 더 많이 듣고 머리카락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매기는 격한 감정에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자른 행동에서 나온 결과뿐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하는 것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모든 것을 세세히 과장해서 - P109

알 수 있었다. 톰은 결코 매기처럼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는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할지 고집도 훨씬 세고 융통성도 없었지만, 어머니가 그를 말썽꾸러기라고 꾸러기라고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면, 톰은 그 실수를 불가피한 것이라 옹호하고 방관했다. 즉 그는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그가 문에 채찍질을 해서 아버지의 말채찍 끈을 끊어버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문의 돌쩌귀에 걸린 채찍이 잘못이었다. 톰 털리버가 문을 채찍으로 때리는 모든 소년들의 행동이 정당화될거라 확신했으며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기는 거울 앞에 서서 울며 이런 생각을 했다. 톰과 루시, 식사시중을 드는 케지아, 그리고 아마 아빠와 이모부들까지 나를 보고 웃을 텐데, 저녁 먹으러 아래층에 내려가 이모들의 매서운 눈초리와 심한 말을 어떻게 견딜까. 톰이 나를 보고 웃었다면 당연히 모든 사람이 웃을 텐데. 다만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었다면 톰과 루시랑 앉아서 살구 푸딩과 커스터드를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녀는 도살당한 양 떼들 사이에 엎드려 통곡하는 아이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널려 있는 가운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절망하며 앉아 있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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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8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11-17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샀어요!! 꺅!! >.<

책읽는나무 2022-11-17 15:13   좋아요 0 | URL
사셨어요? 꺅꺅!! 👏👏👏
근데 전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는 중입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7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시대에는 여자아이가 교육을 받아봤자 쓸데가 없는 시대 아닌가요? 그러니까 제인 오스틴 소설에서도 부단히 나오듯이 결국 종착역은 결혼! 아마 그러니까 저 시대 어머니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모정은 딸을 부잣집으로 시집 보내는 것일듯합니다. 저 대학갈때도 그런 집 많았어요. 딸래미 대학 뭐하러 보내냐는..... ㅎㅎ

책읽는나무 2022-11-17 16:12   좋아요 1 | URL
맞아요!!!!ㅜㅜ
그래도 하나같이 똑같은 엄마의 모습이라니??
보통 그런 대접을 받고 컸기 때문에 내 딸은 그렇게 키우지 않으련다~라는 엄마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싶었었는데....ㅜㅜ
우리 어린 시절만해도 맞네요. 딸보다는 아들이 우선!! 그런 시대였었죠ㅜㅜ
저는 오빠가 없어 좀 다행였는데 오빠 있는 친구네 놀러가서 깜놀했었던 기억이 좀 있었네요.
남동생을 더 예뻐하던 집도 있어 설움받던 친구도 있었고...ㅜㅜ

독서괭 2022-11-18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재밌을 것 같아요. 오히려 여성의 삶이라는 게 어떤지 잘 아는 엄마들이 더 가혹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빠에 대한 로망의 반영이지 않을까 하는 말씀도 오! 그렇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책읽는나무 2022-11-18 17:43   좋아요 1 | URL
읽다 보면 시대상의 차이를 인식해야 하는데도 고걸 까먹고, 어? 왜 그렇지? 했다가....19세기였었지? 또 끼워맞춰 생각해봤다가...이 생각, 저 생각 그저 내식대로만 생각하게 되네요^^
저도 괭님 말씀처럼 암만봐도 엄마들이 더 왜 가혹했어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특히 <글 쓰는 딸들>이란 책에서도 보부아르의 엄마나 뒤라스의 엄마도 참 이해가 안됐었거든요.
그러고보면 그 시절 우리네 엄마들도 엄청나게 고지식하게 딸을 키웠겠죠??
참, 힘든 세상이었겠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2 권은 1 권만큼 진도가 안나가네요.
오빠 톰이 쓰러져 가는 집안 일으킨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매기는 갑자기 연애??? 음...예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지는 것 같아 그런 것 같아요ㅜㅜ
그래도 읽어야 할 책이 줄을 서서 빨리 읽어야 하는데....^^;;;;;;;;

희선 2022-11-19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기가 더 잘하는데 남자아이여서 톰을 더 대접하는... 옛날 한국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부모가 반대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 사람도 있겠지요 그렇게 산 사람 힘들었겠지만, 하고 싶은 걸 해서 좋았겠습니다 힘들어도 뭔가 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한 시대도 있었겠네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1-19 07:38   좋아요 1 | URL
제 눈엔 오빠보다 능력이 더 있어 보이는데 교육도 제대로 못받고, 톰 아들이 우선시되다 보니 매기가 기량도 못펼지고, 계속 톰 오빠 눈치만 보고 사는 여자로 자라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ㅜㅜ
옛 시절엔 그런 여성들이 대다수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