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21014

 

* 초등학교 친구

 가끔 떠오르는 친구인데, 아이의 교육을 생각하다보니 그 친구 생각이 또 떠오릅니다.

 

그 친구는 (휘경)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반이었던 친구입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조영석입니다. (30년도 넘은 일이라 이름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 그때 국가에서 물자절약을 한다고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았다. 국가가 내 추억을 도둑질 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유치원을 다녔다는 것이 아주 예외적인 것과 같이, 과외를 받는다는 것 역시 예외적이었습니다. 다들 고만고만하게 공부하였고, 하지만 역시 성적 우수 학생들의 그룹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성적은 특출 났습니다. 보통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성적이 (100점 만점에) 92~94점인 반면 그 친구는 96~98점 정도였습니다. 정규분포의 연속선상에서 떨어진 점수였습니다.

 

그 친구와 하굣길에 이야기를 하면서 그 친구에게 너는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 하냐( 질문의 의미는 왜 정규분포의 연속선상에서 떨어질 정도로 성적이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의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오죽하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가 기억하고 있겠습니까.)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작년 (3학년)에는 나는 너보다도 공부를 훨씬 못했어. 중간보다 조금 더 잘했지. 올해 (4학년이) 되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나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

 

이런 친구가 2명 정도 더 떠오릅니다. 또 다른 한 친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인데, 분명히 초등학교 때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이었는데 중학교 성적은 전교 등수를 헤아릴 정도로 성적이 좋았습니다. (그 친구는 친하지 않아 이름도 모르고 얼굴만 알고 지냈는데,) 그를 아는 친구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친구가 중학교 입학하더니 갑자기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역시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얼굴만 아는)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졸업 후 2년 후에 버스 정류장에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체격도 왜소한데 일명 날나리( 깡패같은 아이)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 (외모를 상상해 보십시오.) 공부와는 담을 쌓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에 만난 그 아이의 모습은 모범생 그 자체였습니다. 이 친구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대학에 입학을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모범생의 모습을 하더니 재수하는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SJ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개인적 경험들은 ‘공부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다’라는 가치관을 갖게 되었죠.

 

초등학교 친구 조영석은 제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 후 몇 번 검색을 해 봤습니다. 공부를 잘했으니, 정치, 법조계, 의료계, 대학 교수나 과학을 연구하는 계통 등에 종사하게 된다면 검색에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까지 못 찾았습니다. - 이민을 갔을까?) 만나서 할 말도 없습니다. 그냥 소식이 궁금합니다. 11세에 입지立志를 하였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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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0-1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미 있고 재밌는 페이퍼네요.
"공부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다"
독서도 그런 것 같아요. 스스로 독서,입니다.ㅋ

마립간 2012-10-16 13:55   좋아요 0 | URL
자신의 인생 자신이 알아서 사는 것이죠. 부모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으나 그 보범을 따라 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결정이니, 보범을 보이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렵니다. (그것이 가능하지 모르겠지만.)
 

 

* 育兒日記 121014

 

* 누고 친구 ES

 육아일기 120917에 언급했던 ES에 관한 것입니다. 엄마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라서 그 소문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의 부모는 자녀 교육에 관심 많지만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는 동네는 아닙니다. (참 그 점이 마음에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고, ES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교육을 받습니다. (사교육이라고 해야 학습지 선생님의 방문 교육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 중에 미술교육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ES가 우리 딸에게 편지에 글과 함께 그림을 그려 주었는데, 그 그림이 역시 사교육에서 배운 티가 납니다. 만약 선생님이 가르쳐서 그렇게 그린 것이 아니고 스스로 그렸다면 혹시 영재 끼가...

 

이 아이는 1년 전 어린이집부터 학습을 시작했다고 하고, 2년 후 초등학교 입학과 학원 학습을 위해 옆 동네로 다음 달에 이사를 갑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교육이 이 아이에 대한 것만은 아니므로 부모를 뭐라고 하고 싶은 것이 아니고,) 아이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밝고 명랑합니다. 가끔 보는 저에게도 저를 보면 와서 웃으면서 인사합니다.

 

사교육의 부작용이 이 아이에게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초기라서 축적되지 않은 것일까? 안해의 해석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현장학습(아, 여기에도 학습이란 단어가 붙네. 예를 들면 목장 같은 곳에 방문하는 것.)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비용이 지불되겠다.)

 

평일에는 (돈을 들여) 공부하고 주말 휴일에는 (돈을 들여) 논다. 과연 ES의 부모의 전략은 지속 가능한 것일까요.

 

* 독서

 누고의 나이에는 뭘 해도 생애 처음입니다. 그래도 아빠로서 언제쯤 그 일이 있을까 하는 것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첫 독서입니다.

 

지난 주 10월 7일 아이가 처음으로 책을 완독했습니다. 보림출판사에서 위대한 탄생이라는 어린이 (그림책에 가까운) 동화책이 있는데, 15권 <숲속에서 살지요>와 22권 <아기곰의 가을 소풍>을 완독했습니다. 엄마가 반복적으로 읽어 주어 내용은 알고 있었고, 이전에도 한두 쪽 정도는 읽지만 힘들다고 끝까지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

 

누고야, 독서는 사회적 성공과도 관련이 있지만, 개인의 행복에서도 중요하단다.

http://www.aladin.co.kr/shop/UsedShop/wuseditemall.aspx?ISBN=892244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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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10-15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처음으로 읽어낸 책은 영원히 기억되죠. 축하드립니다.

마립간 2012-10-15 13:4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독서에 관한 로망이 있는지라.^^
 

 

* 育兒日記 121007

 

* 난감하네, 핸드폰

 지난 추석 때, 아이가 내게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오더니,

 “아빠 나 크면, 핸드폰 사줘.”

 저는 당황, 난감. ‘올 것이 왔나’라는 심정.

 “아빠가 사주려는 생각이 있기는 하는데, 네가 20살 대학생 언니만큼 크면 사줄 생각인데.”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면서,

 “아니, 지금 말고 나 크면.”

 

 아빠 생각 ; 당황 그리고 난감. 그리고 판단 보류.

 엄마 생각 ; 다른 아이들 대부분이 갖게 된다면 사줘야 되는 것 아닌가.

 

* 도서관 풍경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기는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적은 매우 드문데, 얼마 전 자유열람실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가 3번 정도 있었습니다. 도서관에는 청소년의 학과 공부를 비롯한 업무를 볼 수 있는 일반열람실이 있고,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열람실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자유열람실은 학과 공부를 금지하고 독서만 하도록 되어 있지만, 도서관 측에서는 차마 공부하는 학생을 내쫒지 못하고 일반열람실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유 열람실에서 책을 읽으려 책상에 앉았는데, 칸막이 없는 고로 먼저 앞에 자리잡은 여학생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책으로 수학 문제집, 기하문제인데, 내용으로 보아 중학교 1 또는 2학년.

 제가 3 시간 넘게 책 한권 이상을 읽는 동안 그리고 열람실을 나올 때까지, 그 여학생의 문제집 페이지는 그대로이고, 오른손에는 볼펜, 왼손으로 책 옆에 있는 핸드폰(스마트폰)으로 화면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시선은 핸드폰에 고정.

 

 어른으로서 뭐라고 해줘야 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다가 그 여학생 본인도 그러고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 싫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나왔습니다. (갈 때마다 그 여학생을 보고 에고 한숨만. 훈계를 하는 것이 옳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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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10-0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벌이 부부의 경우 초등학교에 가면 휴대폰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중학교 입학선물로 맞다고 봐요. 어차피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IT 기반 커뮤니케이션&커뮤니티 세상일 거니까요.

프레이야 2012-10-0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집 중학생도 스맛폰 때문에 걱정돼요. 전보다 더 그걸 손에서 눈에서 그걸 못 떼고 있으니 공부나 독서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ㅠ 한마디 하면 잔소리라고 할 거고ᆢ 그래도 오늘아침 한소리 했습니다. 알겠다고, 공부할 때만이라도 맡겨두라는 말에 동의하네요. 어른들도 비슷해요. 스맛폰, 참 ㅠ

마립간 2012-10-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프레야야님, 댓글 감사합니다.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할 때는 아이의 절망감을 실감하겠더라구요.

뇌과학 책에서는 핸드폰 게임, 컴퓨터 게임, 인터넷 등이 전두엽의 사용을 일부분으로 제한하고 중독의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중독의 가능성이 있는 전자 기기 제품을 접하는 나이가 초등학교 학생까지 어려졌습니다. 자기 통제가 확실하지 않은 아이들이 그 유혹을 견딜지 의문스럽습니다. 아직 2-3년의 시간이 있으니 그 동안만이라도 충분히 준비를 해야죠.

마녀고양이 2012-10-0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능한 늦게 핸펀을 사주어야 한다는 주의기는 한데,
그래도 주위 아이들과 소통이 될 정도의 나이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항상 절충이 문제인거죠.. ^^
그런데 누고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절박했나보네요... 무엇이 그리 절박했을까요?

그리고,
여학생 본인도 자신의 모습이 싫겠지 라는 말씀에는 동의, 하지만
훈계해봤자 서로 기분만 상할 뿐 바라시는 효과는 그다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는 제 의견을 덧붙입니다.

마립간 2012-10-08 15:43   좋아요 0 | URL
누고의 절망의 눈물은... 사실 저는 사줄 생각인데 하고 타협의 여지를 남겨 놓았지만, 5살 아이가 20세라는 나이를 듣고 아마 제가 사주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본인의 나이로 생각하면 안 사주는 것과 동일하겠죠.) 저는 즉시 허락하는 것이 70%정도 되는 것 같고, 타협하는 것이 20%, 금지하는 것이 10%정도인 것 같은데, 안 된다고 한 것은 아무리 떼를 써도 안되는 것을 몸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도서관의 여학생의 경우 ; 만약 긍정적 효과를 확신했다면, 훈계를 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겠죠. 부정적인 결과를 낳더라도 선한 동기로 훈계를 할 것이냐가 고민인데, 제 스타일은 제가 교직에 있을 때, 학생이나 직장의 하급자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그냥 지나쳤습니다. (하물며 여학생은 성범죄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고.^^) 그리고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만약 딸아이였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테니까요.

탄하 2012-10-0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닭똥같은 눈물까지? 귀엽네요.^^
아직 20개월 남짓한 제 조카도 저만 보면 '기차 기차.." 그럽니다(제 핸폰 화면에 기차가 있거든요).
한 번 주면 절~~대 뺏기려 하지 않고 하다가 안 되는 거 있으면 저보고 하라고 손 잡아 끌어요.
완전 자기꺼예요..ㅋ

아이들한테는 핸폰이 대단한 로망인 것같습니다.
많은 애들이 가지고 있는데 안 사주기도 그렇고, 사주자니 전자기기에 물들까봐 걱정되고...
아이가 핸폰을 잘 관리하고 심히 빠지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도 부모의 몫이겠죠? 여러모로 어렵네요.
근데, 다들 다른 애들이 가지고 있으니까 할 수 없이 사준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럼 대체 선뜻 사주는 사람들은 어디 있는건지..전 아직까지 못 만나 봤어요.

마립간 2012-10-09 08:05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로망이 있지요. 저는 초등학교 시절 타자기를 갖고 싶었고, 청소년기에는 컴퓨터를 갖고 싶었습니다. (그 때 컴퓨터는 카세트녹음기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로딩했는데, 속도, 기능이 지금 생각하면 컴퓨터도 아니죠. 그 때의 제 마음을 돌이켜 보면 이해는 갑니다만...)

제 집에는 TV가 없는데, 다들 아이가 어울릴 때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죠. 하지만 아이는 할머니집에서 TV를 보고, 할머니 집에서 TV를 보는 것보다 집에 와서 부모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여기서 자신감을 얻었는데, 핸드폰은 워낙 주위에서 사주고 실망하는 부모를 많이 봐서 아직까지는 부정적입니다.


saint236 2012-10-0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이 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사달라고는 하지 않는데 가끔 제 휴대폰을 가져다가 유투브 동영상을 봅니다. 그리고 동생과 싸우고 끝이 나죠.

마립간 2012-10-09 12: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saint236님. 위 글이 잘 쓴 글이나 심오한 의미가 있는 글이 아님에도 추천 17개(아마 추천보다는 동감의 뜻)나 주어진 것을 보면 집집마다 아이의 핸드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育兒日記 120917

 

* 이 이야기가 글로 잘 전달될지 의문입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명예를 위해 이니셜로 인물을 표현하니 더 복잡합니다.

 

* 등장인물

1) 누고, 2)누고 동갑 친구 남자 SM, 3) SM의 누나 SJ, 4) 누고 여자 친구 ES, 5) 누고 여자 친구 SY (위 5명은 같은 유치원을 다닌다.) ; 그리고 아이 보호자 3명

 

* 배경

1) SM, SJ 남매의 부모는 SM, SJ에 관하여 (옆에서 내가 보기에) 자유 방임형보다는 무관심형이다. 부모의 무관심 때문인지, 친구 관계가 누고 외에는 없어 보인다.

2) ES의 부모는 사교육형 부모다. 유치원이 끝난 후 몇 가지 사교육 때문에 평일에는 놀이터에 나오지 않는다. 이 아이는 부모에 의해 유대를 갖는 유치원 이외의 친구도 있다.

3) SY는 누고와 비슷한 처지이나 SY의 동생이나 사촌과 어울리면서 놀이터에서 노는 것은 제한적이다.

4) 형제가 없는 누고는 친구와 놀고 싶어 놀이터에 자주 가나며 여기서 주로 만나게 되는 아이는 SM과 SJ이다. ; 누고, SM, SJ 세명은 놀이터를 지키는 삼총사라 불린다.

5) SJ는 누고보다 2살 위라 삼총사의 대장, 리더의 역할을 한다.

 

* 사건

 토요일 누고는 놀이터에 친구 또는 언니와 놀기 위해 나갔다. 잠시 기다리니 SJ, SM 남매가 나타났다. 세 명이서 잘 놀고 있는데, SY가 나타났다. 이 때 SJ는 누고를 독점하기 위해 SY를 배제하려고 장소를 옮기거나 같은 장소에 있어도 SY를 배제할 수 있는 놀이를 하려 한다. (SY는 SY의 엄마의 시야를 벗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장소나 놀이에 제한을 받는다.)

 

 그런데 이날따라 누고는 SJ의 강압에 가까운 지시를 무시하고 SY와 어울렸다. SJ는 누고에게 자신과 놀 것인지, 아니면 말 것인지 선택을 강요했다. 누고가 (SY와 놀려 했는지) SJ의 선택을 주저하면서 약간의 거부 의사를 했다. 그 순간 SJ는 SY의 손을 끌고 가면서 누고에게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다. 졸지에 누고는 따돌림을 받게 된 것이다.

 

 누고는 이 상황에서 아빠인 나에게로 왔다. 나는 누고에게 “세상살이에 가장 힘든 것이 사람 사귀는 일이야.”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여기서 나는 정확한 가치판단과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개입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고 지켜보기만 했다. 이 상황을 중재하려고 애쓰신 분은 SY의 엄마다. 언니가 동생들을 놓고, 무겁게 윽박지르면 되겠냐, 다 같이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둥. 그럼에도 SJ의 고집은 지속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문제의 상황은 ES가 나타나면서 반전되었다. 누고는 ES와 놀 수 있게 되었고, SY도 동갑인 누고, ES와 어울리려 하였다. 게다가 누고의 아빠인 나, SY의 엄마, ES의 엄마까지 나타나니, 오히려 동떨어진 느낌은 SJ가 받게 되었다. (예전에 SJ가 ES를 때린 적도 있다고 하여) ES의 엄마는 SJ를 경계하였다.

 

 이 상황에서 처음의 SY의 엄마의 중재안처럼 5명은 어울려 놀았는데, 정말 어색한 동거동락이었다.

 

* 이번 사건의 근원적 원인은 언급하기가 민망하고 중간 원인을 보면, SM과 SJ의 행동반경은 아파트 단지 전체를 아우른다. (찻길을 건너기도 한다.) 그리고 놀이기구의 꼭대기에 올라가는 등, 어른이 보기에 위험에 보일 수 있는 행동을 한다. 반면 SY, ES는 놀이터를 벗어날 수 없고, 추락의 위험이 있는 놀이 등은 불가능하다. 누고는 양쪽 다 가능하다.

 

* 누고가 주로 놀이터에서 자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SM, SJ이고 SJ는 누고를 독점하려는 상황 ; 저는 이 상황에서 개입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혹시 이 상황에 대해 도움말 주실 분,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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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9-1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우 니편네편 들기가 무척이나 어렵거든요. 저 같으면 애들 데리고 가게가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주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겠어요. 아이스크림 먹는 동안 아이들이 사이좋게 조금 놀거든요. 놀다가 서서히 틀어지기 시작하면 집으로 고고씽~ 크면 편 가르기 더해요. 요즘 애들은 자기의 의사를 뚜렷히 구분해서, 자기들이 싫은 애면 안 놀려고 하거든요. 울 딸이 자주 어울리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저의 딸아이랑 3학년때 친한 애를 싫어해요. 그래도 딸아이에게 같이 놀아야 한다고 계속 해서 말하고 있어요. 자칫하면 왕따 문제가 걸려서 언제나 조심해야 하더라구요.

마립간 2012-09-18 08:01   좋아요 0 | URL
일의 진행은 기억의집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되었어요. ES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사오면서 먹을 때는 화기애애했는데, 다 먹고 나니 놀이의 격차는 어쩔 수 없드라고요. 5명 중에서 시간도 되었고 해서 제가 딸아이를 데리고 먼저 귀가했고, 나머지 4명이 조금 더 놀았을텐데 아마 금방 헤어졌을꺼예요. 처음부터 누고가 없었다면, 4명이 어울려 놀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겠죠.

야클 2012-09-1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년쯤이면 겪을 수 있는 케이스군요. 어렵습니다.... -_-;;

마립간 2012-09-18 08:02   좋아요 0 | URL
5명 아이들 사이에 문제는 있는데, 딱히 누구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훈계로 교정할 상황도 아니고... 그랬습니다.^^

순오기 2012-09-17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어떻게 하는게 현명할지...애 셋을 다 키운 저도 난감하네요.^^
어른이 매번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도 좋을 듯...

2012-09-17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2-09-18 08:05   좋아요 0 | URL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것을 갖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부모로서 딱히 친구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니, 딸아이가 알아서 선택하게 해야죠.

조선인 2012-09-18 09:08   좋아요 0 | URL
저도 순오기님 말씀에 한표. 개입하지 말고 놔두세요. 심각한 폭력이나 지속적인 왕따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아이들끼리 갈등을 겪어보고 아이들끼리 화해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립간 2012-09-18 17:07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제가 어리버리해서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군요.^^
 

 

* 育兒日記 120618

 

* 호연지기浩然之氣

 지난 토요일 안해와 딸아이 둘이서 자동차로 어디를 다녀왔습니다.

 아이가 자동차를 보더니,

 

누고 “차가 너무 더러워. 세차를 해야겠어.”

안해 “미안해, 엄마가 바빠서 세차를 못했어.”

누고 “바빠서 못했어? 세차하는데 힘들 텐데, 이참에 새 차로 바꾸지.”

 

 집에 돌아온 안해에게 이 이야기를 듣는 마립간

 ‘쫌(좀)생원같은 마립간에게서 어떻게 저런 호방한 딸내미가 태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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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6-1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아들인지 딸인지 헛갈린다니까요....
진짜 호방한 따님이예요. 큭큭.

마립간 2012-06-18 14:17   좋아요 0 | URL
종종 나와 같은 모습에 미소짓고, 가끔 나와 다른 모습에 놀라고, 그렇습니다.^^

책읽는나무 2012-06-1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제목이랑 일맥상통 한다고 봐야겠죠?
엄마를 생각하는 착한 딸이에요.
부러울 따름이에요.^^

마립간 2012-06-18 14:17   좋아요 0 | URL
안해는 딸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글샘 2012-06-1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연지기의 끝이 어디까지 갈지... 기대됩니다. ㅎㅎ
아~ 이뻐 죽겠을 때네요~ ^^
많이 안아 주세요~ ㅋ

마립간 2012-06-19 08:0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글샘님.
글샘님의 서재에는 자주 방문하는데, 오랫만에 인사를 나누네요.

반딧불,, 2012-06-1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가 좋을 땝니다..
정말 눈에 선하네요.

마립간 2012-06-19 08:06   좋아요 0 | URL
아이를 보면서 좋기는 한데, 저도 안해도 체력이 부족한 것을 느낍니다.

탄하 2012-06-2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휴가때는 따님의 호연지기를 받을어 새 차로 다녀오시길 기대해 봅니다.
청소도 자주해 줘야 겠네요. 집이 더러워지면 새 집 사자고 할 것 같은 기세!
따님이 똑!소리 나네요. 귀여운걸요?^^

마립간 2012-06-20 08:18   좋아요 0 | URL
집바꾸자는 소리는 아직 안했는데요. ㅋㅋ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엄마보고 밥하라고 하고 자기는 다시 자기, 이불에서 냄새난다고 이불 빨래 시키기 (그리고 한다는 이야기 ; 빨래는 세탁기가 하지 엄마가 해. 만 2세때 남긴 명언입니다.), 먼지 있다고 청소시키기. 시어머니 역할은 혼자서 다합니다.

순오기 2012-06-2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대단한 따님이군요!ㅋㅋ
바로 위 댓글을 보니 정말 '똑!'소리나는 딸인 듯~~~ ^^

마립간 2012-06-21 07:53   좋아요 0 | URL
아이가 유독 엄마한테만 모질게 굴죠. 직장인인 엄마와 전업주부인 친구 엄마가 자꾸 비교되나 봐요.

내 아이를 봐도, 아이의 친구를 봐도, 아이의 겉모습 이상으로 성장해 있는데, 어른들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되면서 놀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