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育兒日記 121007

 

* 난감하네, 핸드폰

 지난 추석 때, 아이가 내게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오더니,

 “아빠 나 크면, 핸드폰 사줘.”

 저는 당황, 난감. ‘올 것이 왔나’라는 심정.

 “아빠가 사주려는 생각이 있기는 하는데, 네가 20살 대학생 언니만큼 크면 사줄 생각인데.”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면서,

 “아니, 지금 말고 나 크면.”

 

 아빠 생각 ; 당황 그리고 난감. 그리고 판단 보류.

 엄마 생각 ; 다른 아이들 대부분이 갖게 된다면 사줘야 되는 것 아닌가.

 

* 도서관 풍경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기는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은 적은 매우 드문데, 얼마 전 자유열람실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가 3번 정도 있었습니다. 도서관에는 청소년의 학과 공부를 비롯한 업무를 볼 수 있는 일반열람실이 있고,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열람실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자유열람실은 학과 공부를 금지하고 독서만 하도록 되어 있지만, 도서관 측에서는 차마 공부하는 학생을 내쫒지 못하고 일반열람실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유 열람실에서 책을 읽으려 책상에 앉았는데, 칸막이 없는 고로 먼저 앞에 자리잡은 여학생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책으로 수학 문제집, 기하문제인데, 내용으로 보아 중학교 1 또는 2학년.

 제가 3 시간 넘게 책 한권 이상을 읽는 동안 그리고 열람실을 나올 때까지, 그 여학생의 문제집 페이지는 그대로이고, 오른손에는 볼펜, 왼손으로 책 옆에 있는 핸드폰(스마트폰)으로 화면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시선은 핸드폰에 고정.

 

 어른으로서 뭐라고 해줘야 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다가 그 여학생 본인도 그러고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 싫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나왔습니다. (갈 때마다 그 여학생을 보고 에고 한숨만. 훈계를 하는 것이 옳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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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10-0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벌이 부부의 경우 초등학교에 가면 휴대폰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중학교 입학선물로 맞다고 봐요. 어차피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IT 기반 커뮤니케이션&커뮤니티 세상일 거니까요.

프레이야 2012-10-0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집 중학생도 스맛폰 때문에 걱정돼요. 전보다 더 그걸 손에서 눈에서 그걸 못 떼고 있으니 공부나 독서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ㅠ 한마디 하면 잔소리라고 할 거고ᆢ 그래도 오늘아침 한소리 했습니다. 알겠다고, 공부할 때만이라도 맡겨두라는 말에 동의하네요. 어른들도 비슷해요. 스맛폰, 참 ㅠ

마립간 2012-10-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프레야야님, 댓글 감사합니다. 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할 때는 아이의 절망감을 실감하겠더라구요.

뇌과학 책에서는 핸드폰 게임, 컴퓨터 게임, 인터넷 등이 전두엽의 사용을 일부분으로 제한하고 중독의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중독의 가능성이 있는 전자 기기 제품을 접하는 나이가 초등학교 학생까지 어려졌습니다. 자기 통제가 확실하지 않은 아이들이 그 유혹을 견딜지 의문스럽습니다. 아직 2-3년의 시간이 있으니 그 동안만이라도 충분히 준비를 해야죠.

마녀고양이 2012-10-0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능한 늦게 핸펀을 사주어야 한다는 주의기는 한데,
그래도 주위 아이들과 소통이 될 정도의 나이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항상 절충이 문제인거죠.. ^^
그런데 누고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절박했나보네요... 무엇이 그리 절박했을까요?

그리고,
여학생 본인도 자신의 모습이 싫겠지 라는 말씀에는 동의, 하지만
훈계해봤자 서로 기분만 상할 뿐 바라시는 효과는 그다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는 제 의견을 덧붙입니다.

마립간 2012-10-08 15:43   좋아요 0 | URL
누고의 절망의 눈물은... 사실 저는 사줄 생각인데 하고 타협의 여지를 남겨 놓았지만, 5살 아이가 20세라는 나이를 듣고 아마 제가 사주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본인의 나이로 생각하면 안 사주는 것과 동일하겠죠.) 저는 즉시 허락하는 것이 70%정도 되는 것 같고, 타협하는 것이 20%, 금지하는 것이 10%정도인 것 같은데, 안 된다고 한 것은 아무리 떼를 써도 안되는 것을 몸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도서관의 여학생의 경우 ; 만약 긍정적 효과를 확신했다면, 훈계를 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겠죠. 부정적인 결과를 낳더라도 선한 동기로 훈계를 할 것이냐가 고민인데, 제 스타일은 제가 교직에 있을 때, 학생이나 직장의 하급자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그냥 지나쳤습니다. (하물며 여학생은 성범죄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고.^^) 그리고 약간의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만약 딸아이였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테니까요.

탄하 2012-10-0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닭똥같은 눈물까지? 귀엽네요.^^
아직 20개월 남짓한 제 조카도 저만 보면 '기차 기차.." 그럽니다(제 핸폰 화면에 기차가 있거든요).
한 번 주면 절~~대 뺏기려 하지 않고 하다가 안 되는 거 있으면 저보고 하라고 손 잡아 끌어요.
완전 자기꺼예요..ㅋ

아이들한테는 핸폰이 대단한 로망인 것같습니다.
많은 애들이 가지고 있는데 안 사주기도 그렇고, 사주자니 전자기기에 물들까봐 걱정되고...
아이가 핸폰을 잘 관리하고 심히 빠지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도 부모의 몫이겠죠? 여러모로 어렵네요.
근데, 다들 다른 애들이 가지고 있으니까 할 수 없이 사준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럼 대체 선뜻 사주는 사람들은 어디 있는건지..전 아직까지 못 만나 봤어요.

마립간 2012-10-09 08:05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로망이 있지요. 저는 초등학교 시절 타자기를 갖고 싶었고, 청소년기에는 컴퓨터를 갖고 싶었습니다. (그 때 컴퓨터는 카세트녹음기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로딩했는데, 속도, 기능이 지금 생각하면 컴퓨터도 아니죠. 그 때의 제 마음을 돌이켜 보면 이해는 갑니다만...)

제 집에는 TV가 없는데, 다들 아이가 어울릴 때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죠. 하지만 아이는 할머니집에서 TV를 보고, 할머니 집에서 TV를 보는 것보다 집에 와서 부모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여기서 자신감을 얻었는데, 핸드폰은 워낙 주위에서 사주고 실망하는 부모를 많이 봐서 아직까지는 부정적입니다.


saint236 2012-10-0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이 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사달라고는 하지 않는데 가끔 제 휴대폰을 가져다가 유투브 동영상을 봅니다. 그리고 동생과 싸우고 끝이 나죠.

마립간 2012-10-09 12: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saint236님. 위 글이 잘 쓴 글이나 심오한 의미가 있는 글이 아님에도 추천 17개(아마 추천보다는 동감의 뜻)나 주어진 것을 보면 집집마다 아이의 핸드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