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일기 111220

 

* 동요 1 ; 제목 모름

 

 비싼 늙은 호랑이 (어흥)

 살찐 말을 물어다 놓고

 이빨이 없어 먹지를 못해

 올렸다 (짝짝), 내렸다 (짝짝)

 움찔, 움찔

 침만 닦는다.

 

 딸아이는 신이 나서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아빠는 왜 서글픈 느낌이 들까?

 

* 동요 2 ;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장난감만 사주면 그만 인가요

 예쁜 옷만 입혀주면 그만 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

 알약이랑 물약이 소용 있나요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세요

 사랑해주세요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귀찮다고 야단치면 그만 인가요

 바쁘다고 돌아서면 그만 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

 초콜릿과 놀이터가 소용 있나요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세요

 사랑해주세요

 

 지난 여름 딸아이가 부르던 동요입니다. 민해경과 김현준이 부르던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가요가 생각납니다. 이 가요를 듣던 어머니께서 뭐라고 하시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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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2-2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서글프시다는건
비싼 늙은 호랑이 = 마립간 님이시라눈? ==============3333

마립간 2011-12-20 18:06   좋아요 0 | URL
아직 이빨이 빠지지는 않아구요... 그래도 곧 그렇게 되겠지요.^^
 

 잘 지내시는가.

 

 그 곳은 지낼만한 곳인가?

 

 지난번에 글을 쓴 것이 자네를 떠나보낼 때이니 벌써 일 년이 지났구먼. 무정하다고 하지 말게나. 외국으로 이민을 간 동생과는 결혼 전 10년 동안, 전화 통화 10번도 못했으니.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일세.

 

 알고 있겠지만 자네가 남긴 글로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네. 두 권 모두 구입했지만 리뷰 묶음 책은 한 참 뒤에나 읽게 될 것일세. 200권의 책 중에서 제목을 보고 ‘읽었구나’라고 알 수 있는 책이 초등학생 시절 읽었던 <노란 방의 비밀>과 <813의 비밀> 정도이니, 그마저 줄거리나 트릭이 기억나지 않네. 몇 권이라도 읽고 자네의 리뷰를 읽으려 하네. 내가 추리소설을 읽지 않았고, 읽지 않는 책의 리뷰는 선입견을 갖을까봐 웬만하면 읽지를 않네.

 

 이전에 내가 읽은 자네의 글은 대부분이 페이퍼였네. 출간된 또 다른 한 권은 이 페이퍼를 추린 것일세. 나는 이미 블로그에서 대부분을 읽었던 글이어서 친근감도 느꼈고 옛날 생각도 새록새록 났네.

 

 지금 돌이켜 보면 2000년대 초반에 우리 모두는 제 정신이 아니었던 같아. 자네도 그렇고 플***, 진**, 평** ***님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알라딘에 남겼으니. 그런 진솔한 글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진솔하게 쓴 글을 진솔하게 느끼려면 소통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앞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

 

 옛날이야기는 그만하고, 자네가 남긴 글로 인해 몇 가지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이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하네.

 

 우선 내 가족의 무병無病함을 감사하네. 물론 자네는 스스로 어려움을 잘 이겨냈고, 자네의 가족 역시 불편함 그 이상의 어려움이 없이 지냈지만. 질병을 좋다고 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에 대해 감사하지 못한다는 것이 매우 근시안적, 협소한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하네.

 

 그리고 어려움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네. 그 어려움이 가족 중에 누가 아프던, 아니면 다른 어려움이라도 말일세. 지금은 떠난 전 직장에 상사는 한 분이 계셨네. 그 분은 우리나라 1970년대의 전통적 아버지와 같은 분이셨네. 남자는 일로써 사회에서 성공하고, 아내는 내조를 하고. 아이들은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부모는 권위가 있고. 그런데, 그 분의 아이가 질병을 갖고 있는데, 그 분도 좋은 분이고 가족을 사랑하는 분이지만 그 분의 생각에는 무언가 어색한 점이 있었네. 내가 책 <쓸모없는 것의 가치>를 그 분에게 선물로 준비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주저주저 하다가 끝내 선물조차 하지도 못했네. 그 분을 자네와 비교하니 그 분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네.

 

 나는 블로그에서 자네의 글을 읽을 때, 그리고 자네의 책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용기를 얻었네. 고맙네. 이 세상에 극복하지 못 할 난관이 몇 개나 될까? 설령 그런 난관과 맞닥뜨린다고 해도 희망과 용기를 갖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자네가 보여 주었네.

 

 내가 이런 글을 쓴다고 해도 자네를 온전히 공감했다고 생각지는 않네. 알다시피 나는 직업상 많은 사람과 이별을 하고 또 이별에 의해 남겨진 이들을 많이 보아 왔지만 그들을 이해할 뿐이지 공감까지는 아니었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가치판단에 ;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이 한 번도 사랑 못해 본 사람이 보다 행복하다’는 판단은 사랑의 상처를 잘 모르고 한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지. 내가 그대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나 한 걸까?

 

 예전 블로그에 글을 남길 때는 깍듯한 존댓말을 썼는데, 이렇게 하게체로 글을 쓰는 것도 정겹네 그려. 어째든 자네 글을 다시 읽을 수 있어 반가웠네.

 

 사람이란 것은 언젠가는 그 곳에서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 않나. 나중에 보세나.

 

* 밑줄긋기

p 19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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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1-12-13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어느 글을 읽으니 노인네처럼 `옛날 타령`하는 것을 질책하는 문구를 읽었는데, 그래도 옛날이 좋았지.

2011-12-14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4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2-01-1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당선을 축하드려요.ㅎ

마립간 2012-01-11 12:05   좋아요 0 | URL
stella09님, 감사합니다. 댓글브리핑보고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무슨 당선? 서재 생활 10년만에 처음 당선되었는데, 물만두님의 성탄절 선물입니다.^^

stella.K 2012-01-11 16: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물만두님은 가셔서도 우리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시네요. 그죠?^^
 

* 육아일기 111122

* 답변이 준비가 안 된 질문

- 남녀별 신체 구조 차이 (9월 말)

 딸아이가 소변을 보는 데, 변기를 갖고 끙끙 거리고 있습니다.

 누고 ; “나 서서 볼일 보고 싶은데.”
 아빠 ; ‘......’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 중)
 누고 ; “서서 볼일 보는 것이 멋있단 말이야.”
 아빠 ; ‘......’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 중)
 누고 ; “어떻게, 어떻게, 으앙~” (울어 버렸다.)
 아빠 ; ‘......’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 중)

 남자 아이들처럼 서서 볼일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는 것이 멋있어 보인답니다. 몇 주 전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여 “남녀의 신체구조가 달라서 안 돼. 정하고 싶으면 해봐, 옷 다 버릴 걸.” 이 이야기 이외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이해는 못했지만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떼를 쓰는 것입니다. 해결은 할머니한테 야단맞고 일단락되었지만, 뭐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았을까?

- 나이별 신체 구조 차이 (10월 초)

 안해 ; “누고가 많이 컸는데!”
 누고 ; “나 많이 컸지.”
 안해 ; “그럼”
 누고 ; “그런데 왜 꼭지가 안 나와?”
 아빠 ; ‘......’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 중)

* 정리 정돈과 강박적 성격

 
제가 약간은 강박적 성격이 있어 아이가 저의 강박적 성격을 닮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몇몇 에피소드에서 강박적 성격을 보여 ‘에고, 너도 아빠처럼 즐겁게 살지는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만 3세가 넘어가면서 자신이 어질러 놓은 것을 정리 정돈하는 습관을 들이려했는데, 아이가 단호하게 “정리정돈하는 것 싫어.”라고 이야기합니다.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도 정리 정돈에 관한 습관을 읽히고 있는데. 아이에게 정리정돈 습관을 훈육을 할지, 아니면 기다리는 것이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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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2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배잡고 웃으면 안 되는거죠. ㅋ

마립간님, 제 느낌으로는 마립간님께서 성 부분에 더욱 쑥쓰러워하시는거 같은걸요.
아이가 알아채지 않을까, 그래서 자신의 성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어쩌지 하는 너무 과도한 우려를 했습니다. 그냥, 여자들은 어른이 되면 꼭지가 나와 라고 설명해주시면 될거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누고가 요즘 성별에 관심이 생겼군요. 대체 누굴보고 서서 볼일 보는게 멋지다고 생각했을지 궁금합니다, 아마 아빠 아닐까요? ^^

정리 정돈 습관은,,, 흐흐,,,,

마립간 2011-11-22 12:28   좋아요 0 | URL
저는 남녀에 관해, 그리고 시간에 따른 신체의 변화에 대해 아이가 '그렇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아이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 어른과 언니(자신보다 연령이 높은 아동을 통칭), 자신, 그리고 아기(자신보다 연령이 낮은 아이)까지 구분을 함에도 어딘지 모르게 이해가 부족한 것 같은데, 정확히 아이가 모르는 부분을 제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11-22 19:55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인지의 문제가 아니고, 정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누고는 아빠가 무지무지 좋은거 같아요~

BRINY 2011-11-2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나이때의 자연스러운 현상 아닐까요?

마립간 2011-11-23 07:36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런데 부모로서 자꾸 무엇을 주거나 가르쳐야 된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는 것 같아요.

키치 2011-11-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아빠를 많이 좋아하나봐요 ^^

마립간 2011-11-23 07:38   좋아요 0 | URL
주위의 어느 아버지보다 부녀관계가 좋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면서도 안나 프로이드처럼 아버지의 관계가 아이의 성장에 장애가 되지 않아 걱정도 합니다. (저에 걱정유전자의 활성도가 높습니다.) 처음 인사를 나누네요. 블랙라빗님.

조선인 2011-11-2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남자건 여자건 서서 오줌누는 것보다 앉아서 볼 일 보는 게 더 깔끔합니다. 옆지기도 앉아서 소변누는 모범(?)을 보여줬습니다. -.-;;
2. 키가 엄마만큼 커지면 가슴도 나오고 예쁜 속옷도 입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면 됩니다. ㅋㅋ
3. 한참 놀고 있을 때 정리정돈하면서 놀아라~는 완전 불가능입니다. 놀 때는 확실하게 마구마구 어지르면서 놀아야죠. 대신 집안일하는 시간이라는 걸 정해둘 필요는 있다고 봐요. 우리집의 경우는 엄마 아빠가 식사준비할 동안엔 아이들은 자기 놀던 걸 치운다든지, 저녁 먹고 다같이 청소하는 시간을 가진다든지 뭐 이런 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누고보다도... 고민하는 아빠가 더 귀엽네요. =3=3=3

마립간 2011-11-23 15:12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가내두루평안하시죠. 세상이 하 어수선해서 말이죠.
3번 문제 ; 저도 하나 놀고나서 정리하라고 하지는 않고, 보통 잠자리 들기 전에 정리하라고 합니다. 게다가 정리할 분량이 많으니, 저나 안해가 도와주기도 합니다. 최소한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정리하는 것이 옳다는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은데... ; 아이가 저를 닮아서 강박적이라면 제가 훈육을 하지 않더라고 정리정돈을 할 것이니 어렸을 때 부터 압력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이죠. 그러나 아이가 저의 성격을 닮지 않았다면 훈육을 통해 습관을 갖게 해 주고 싶구요. ; 그런데 아이가 저를 어느 정도 닮았는지 알수가 있어아죠.

스윗매직 2012-01-0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립간님 히히 넘 귀여우시잖아요
1. 저는 서서싸봤습니다. 다리를 타고 줄줄 흘렀을 때의 뜨듯한 느낌이 아직 기억나는데..
여러번 연습해봤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연구도 해보고 ㅋㅋ 해보게 하시는건 어때요 ?
한국은 바닥에 하수구 구멍이 있으니 바닥에 좀 흐르더라도 씻어내리면 끝이잖아요^^
2. 더 크면 된다고 이야기 해주겠습니다. 이 참에 나이별 그림 (인체 프로포션이 설명이된
그림을 찾아보면 될듯)도 보여주고 그림도 같이 그려볼것같아요.
3. 유안이도 정리정돈을 시키고있어요. 일단은 유안이가 정리정돈 하기 쉽게 그림+글씨로
수납장 정리를 해 놓고 정리정돈 하면 원하는 장난감을 빨리 찾을 수 있다며 설득합니다
장난감이 점점더 늘어나서 한달에 한번은 수납장 정리와 라벨링을 다시 합니다.유안
이랑 같이요 ^^ 장난감 정리 하기 싫다고 단호하게 이야기 하면 같이 하자고 하거나
결국은 혼자 하기도 하는데...-_-;; 제 주변을 제가 잘 정리하는 모범을 보이면
그냥 할거 같았는지 저는 마립간님 같은 고민을 해보지를 않았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 육아일기 110919

* 애어른 만들기?

 
예화 1) 작년 겨울, 누고가 아이답게 튀김닭(치킨)을 좋아합니다. 저는 한 달에 한번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보다 자주 사달라고 조르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네가 잘 몰라서 그렇지, 네가 치킨을 좋아하는 것은 치킨에 단맛이 있기 때문이야. 이 단맛에 길들여지면 더 강한 단맛을 원하게 되고 나중에 뚱뚱하게 되지. 네가 엄마나 다른 사람과 함께 치킨을 먹는 것까지 참견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치킨을 사줌으로써 네가 비만하게 되는데 일조할 생각은 없다. 아빠는 한 달에 한번이상으로 치킨을 사주지 않을 것이야.”

 예화 2) 올 봄이었는데, 안해가 미용실에 갔고 누고와 저는 그곳에서 볼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미용실에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그 중에 사탕도 있었습니다. 누고가 사탕을 한 두 개 먹고 이후 제 눈치를 보면서 더 몇 개 먹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먹고 싶으면 더 먹으라고 하면서 “아빠는 네가 사탕 먹는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어. 사탕은 충치도 생기지만 단맛에 길들어지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 아빠의 강제보다 자율적인 것이 옳다고 생각하거든.” (그 이야기를 들은 미용실 직원이 웃었습니다. 아마 만 3세도 안된 아이에게 ‘자제, 단맛에 길들어지다. 비만’ 등의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우스웠을 것입니다.)

 예화 3) YW네 집에서. 안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누고가 YW이하고 노느라고 집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늦도록 남에 집에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아빠가 말하더라고 누고에게 전해 주세요.”
 안해와 함께 있던 YW 어머니와 YW 이모 모두 배꼽잡고 웃었다고 합니다. (4살짜리가 무슨 예의?)

* 어린아이가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를 일부러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치킨을 자제했으면 하는 이유를 아이의 수준에 맞춰서 설명할 수 없는 제 무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있겠지요. 하지만 허용하면 안 될 것을 허용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고, 그렇다고 윽박지면서 강압하기도 싫습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어른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되는 데까지 설명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기대하는 효과는 언젠가는 (아마 초등학교 들어갈 때 아니면 그 이후라도) 단맛, 비만, 자율, 예의를 이해할 것이고, 그때는 아마 아빠가 자신을 존중해 주었다고 생각하면서 자존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실용적인 이유인데, 예화 1, 2, 3, 모두 아빠의 권고를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단어 하나, 하나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빠의 태도와 분위기로 판단된 직관이 ‘아빠 말이 옳다, 또는 받아 들여야겠다’는 근거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부작용이 없을 것 같은 여행, 칭찬, 반성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반성의 부작용은 페이퍼로 올린 적이 없지만.) 위와 같은 교육 방식도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합니다. 단편적으로 누군가에게서 “애가 애다워야지, 애를 어른으로 만들려고?”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일찍 문자를 가르치는 것이 인지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위와 같은 방식 꼭 좋은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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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멋진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두번째 예화에서 말이죠, 일단 먹고 싶으면 먹으라 하시고,
“아빠는 네가 사탕 먹는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어. 사탕은 충치도 생기지만 단맛에 길들어지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 아빠의 강제보다 자율적인 것이 옳다고 생각하거든.”
라고 말씀하시는 부분은 자율성보다는 이중 구속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아이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헤맬 수 있다는거죠. 차라리
명확하게 제한 사항을 말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이건 단지 제 의견이랍니다.

마립간 2011-09-19 14:09   좋아요 0 | URL
이 문제를 먼저 고민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입니다. 아이의 교육과 관련된 사람이 저와 안해, 그리고 어머니(누고의 친할머니), 이렇게 세 사람입니다. 안해와 저와도 교육가치관에 차이가 있지만 어머니께서 아이를 돌봐주시는데, 제가 어머니께 책 좀 읽었다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이 우습더라구요. 그렇다고 제 가치관을 바꿀 수도 없는 것이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결과적으로 자신의 방식으로 아이에게 훈계한다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와 같은 환경(경우에 따라 부모, 조모가 상반된 입장을 갖은 것)이 아이에게 이중구속의 효과를 갖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예화2의 경우 제 입장을 표명했다고 생각했지만, 마녀고양이님의 글을 읽으니 제 입장 자체가 명확하지 않았네요. 지금 돌이켜 보니 허락을 했는지, 금지를 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 (ㄲㄷ) 이중구속(二重拘束) ; 병리적인 일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개념 중 하나. 예컨대 어머니가 아이에 대해서 무언가를 하도록 말하고,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는 듯한 몸짓을 하면 아이는 이중으로 구속된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상태.

마립간 2011-09-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뭐라고 했었나? ; 더 이상 먹지 마라. 하지만 아빠의 강제가 있기 전에 자제했으면 좋겠다. vs 먹어도 좋다. 그러나 자제했으면 좋겠다.
전자가 좋은 것이죠?

마녀고양이 2011-09-19 16:06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전자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누고가 괜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

순오기 2011-09-20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나 육아에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알아듣는 말로 설명하면 더 좋겠지만...존중받는다는 느낌은 어려도 알 것 같아요.
아이랑 같이 그림책을 많이 보면 눈높이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마립간 2011-09-20 12:45   좋아요 0 | URL
저도 정답이 없는 곳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인성과 가치관을 바로 세워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고민을 합니다.

sweetmagic 2012-01-03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탕에 노출을 늦게 시키는 것이 좋을거 같아 노출을 최대한 늦추고 있어요,
할로윈 이후에 사탕을 알게되긴 했지만 하나이상 먹으면 안 되는 줄 알아요. 아직 그래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ㅎㅎㅎ. 저는 먹어도 좋다. 하지만 다음 사탕은 내일 아침까지 자제했으면 좋겠다가 좋을거 같아요.

마립간 2012-01-03 10:24   좋아요 0 | URL
sweetmagic님 잘 지내고 계시죠. 새해에도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유안이의 모습은 페이스북을 통해 가끔 보고 있습니다.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있고, 다양하기도 해서 육아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오답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 육아일기 110917

* 누고의 고민

 
(우리나라 나이로 4세인) 누고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3개의 반으로 되어 있고, 누고가 속한 반에는 8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3월에 처음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SM이라는 친구의 이름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아이와 제일 친하게 지내는 아이로 생각했는데, 여름부터는 SM이 싫다고 합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SM이 터프가이로 과격한 면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후로 누고와 친하게 지내는 아이는 SI, JW, YW, MJ 등 이름을 더 자주 언급하였습니다. SI이 어머님은 누고가 SI를 자주 위로해 준다고 하여 손수 만드신 머리핀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YW이 어머님은 YW가 집에서 누고이야기만하다고 하셨고 며칠 전에는 YW집에서 한나절을 놀기도 했습니다.

 누고와 산책을 하던 중 누고에게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누고가
 “SM이 그러는데, 반 아이들이 모두 나를 싫어한대.”
 저는 “보자, 너 JW하고 친하지?”
 “응”
 “그리고 YW하고도 친하지?”
 “응”
 “SI하고 잘 지내잖아?”
 “응”
 “그러면 SM은 누구하고 친하는데?”
 “SM이는 YJ하고 친해.”
 “누고야, 모든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옳은 것이야. 그런데, 모든 사람과 똑 같이 친하게 지낼 수는 없어. 그리고 SM이가 이야기한, 반 아이들 모두가 너를 싫어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잖아. 그러니 실망할 필요도 없고 네가 최선을 다 했으면 마음에 담아둘 필요가 없어.”

 아이가 아빠의 말을 듣고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2-3일 뒤에 다시 엄마한테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엄마는 특별한 조언이 없었고, 제가 같이 이야기를 다시 해 주었습니다. (더 나은 조언이 있었을까요?)

*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맞는 이야기지만 (박쥐) 저는 오히려 어른과 같이 대우해야 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면이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짜논리> 14. 교묘한 편견 ; 자기동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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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네살인데, 어른과 같이 대우하면
사물을 통합적으로 인지하는 부분이 완전 떨어져서 제대로 이해가 될까요?
에이, 저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하지만 답변은 무척 좋으신데요, 어른과 같은 대우로 말씀하신거 같지 않아요~ ^^

마립간 2011-09-19 12:2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최선의 답변이었을까요?

마녀고양이 2011-09-19 13:29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라면

누고가 속상했구나..
먼저 다독이고
그담에 하셨던 말씀을 누고에게 했을거 같습니다만,
이론으로는 그렇고 실제로는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

마립간 2011-09-19 14:57   좋아요 0 | URL
제가 마녀고양이님께 물은 취지는 아이의 다독임보다 철학적 가치관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친구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상황의 설명 -> 상대의 감정 수용 -> 청유형 나의 의견 제시 -> 허락/불허 표시)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쓸때는 이런 단계로 진행을 하는데, 위의 예화에서는 그냥 고민하는 정도라 바로 제 의견 제시로 넘어갔던 경우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9-19 16:10   좋아요 0 | URL
저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요,
그리고 제가 모든 사람을 좋아하거나 사랑할 자신도 없기 때문에요..

친구 일부 포기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그런데 저는 읽으면서
SM이란 아이가 왜 저렇게 이야기했을까 하는 부분하구요, 누고가 어머님께도 다시 여쭤봤다는 사실에서 해답이 아닌 다른 것을 원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마립간 2011-09-19 16:27   좋아요 0 | URL
안해가 SM을 보았는데, 뭔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라고 하고 SM은 YJ와 친하고 나머지 6명은 따로 친합니다. 4살짜리 모임에 분당이 생긴 것이죠. 아이와 안해 이야기만 들어볼 때 SM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그날도 SI를 주먹으로 처서 얼굴에 멍이 들게 했습니다.), 첩보를 한 쪽에서만 받으니 정확한 것은 알 수 없고, 담임 선생님도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하십니다. 속내를 알 수가 있어야죠.

마녀고양이 2011-09-20 21:46   좋아요 0 | URL
하기사 SM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도 없고
제가 논할 바는 아닌거 같아요. 그런데 누고는 왜 아빠에게 듣고
엄마에게 또 고민을 털어놨을까 하는 점은 역시 궁금해지네요.
마립간님두 그렇지 않으셨어요?

누고는 아무래도 SM은 잘못했다, 널 좋아하는 아이는 많다, 네가 최고다 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듣고 싶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그런데 아이의 맘 헤아리기, 너무 어려워요.. 사실. ^^

2011-09-1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처럼 대하며 말하면 아이가 일부 알아듣지 못해도 그냥 그 태도만으로도 아이에게 좋은 영향이 될 것 같아요.^^

마립간 2011-09-19 12:19   좋아요 0 | URL
섬님, 처음 인사를 나눕니다. 위 페이퍼 '육아일기 110919'에도 썼지만 좋은 영향만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