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과 그리고 05
- 다락방 님께
보통의 수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수학에 관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 저는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권합니다. 그러나 다락방 님에게 수학 도서에 관한 조언을 하면, 책으로 <용의자 X의 헌신>,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권합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소설이지만, ‘이들(수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글을 쓸까?’라는 궁금증에 비교적 답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수학에 관한 직접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책으로 <나머지 반은 어떻게 생각할까>을 추천합니다. 내용이 얕지 않지만, 수식 없이 ‘추론’의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수학의 핵심은 추론입니다. 추론에 더해 일반인들에게는 이해가 필요하고, 수학자에게 창의성이 필요하지만요.
‘왜 내게는 수학을 잘할 수 있는 직관이 없고 그리하여 추론과 이해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하고 말이지요.’에 답변에 앞서 다락방 님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고, 알라딘 마을에서 인기 서재가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제가 수학에 강점이 있다면 글짓기에 약점이 있습니다. 제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제 약점의 해소, 즉 글짓기를 잘 하는 방법으로 ‘다독多讀/多聞, 다색多索/多商量, 다작多作’을 이야기합니다. 마찬가지로 수학을 잘 하려면, 수학을 자주 접하고, 수학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많이 풀어보는 것입니다.
다락방 님이 하신 말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로드맵을 제시하면 (6년 후쯤 딸아이의 로드맵이 되겠지요.), 1) 먼저 초등학교 5~6학년 수학 문제집을 풀어보십시오. (만약 풀지 못한다면 수학의 기초부터 이해가 없는 것이겠지만, 댓글로 미뤄보아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 그 다음에는 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입니다. 중학교 문제집은 잘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때 핵심은 초등학교 수학에서 중학교 수학문제로 어떻게 확대 되었는가를 추론하는 것입니다. 3) 중학교 문제를 쉽게 푼 다음에 고등학교 수학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고, 중학생이 특목고를 위해 준비하는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입니다. 이들 문제는 좀 어려운데, 그 이유가 한 문제에서 다양한 능력을 요구합니다.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이해가 필요하고 제시된 자료를 통해 추론이 필요하고, 여기에서 내려진 결론으로 암기된 공식을 연상해야 하고, 계산에서 틀리지 말아야 하고 제한된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므로 숙달이 필요합니다. 영재고나 과학고를 위한 수학문제는 여기에 창의력까지 요구하는 문제가 있어 더 어렵고, 민사고 정도를 준비하는 문제들이 적당합니다. 이들 문제를 푸는 것을 제안하는 것은 수학 지식의 습득이 아니고 집중력과 지구력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집중력이 유지된 상태의 지구력입니다. 어떤 문제는 (참고 자료를 찾아가면 푸셔도 됩니다.) 문제를 푸는데 하루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성공하신다면 저와 같은 수학 선호자가 되는 것입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창의성인데, 이것을 기르는 방법으로 이미 푼 문제에 대해 또 다른 해법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올 댓 피타고라스>라는 책에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한 증명 394가지 언급되었는데, 수학 지식만 놓고 본다면 단 한 가지 증명만 있어도 됩니다. 실례로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수학에 대해 아버지에게 질문을 하였는데, 그 아이의 아버지는 그 문제를 고등학교 지식으로 풀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고등학교의 수학지식이 없으니, 대화가 진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아버지에게는 그 문제에 관해 유연성이 없고 창의성도 없던 것이죠.
- 마지막 글
자녀의 수학 시험공부를 수학 공부로 전환을 시도하거나 혹시 자신이 수학 공부를 새로 시작한 분에게 조언을 드리면 ; <몰입>이나 <공부하는 힘>에서 언급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 deliberate practice’에 해당하는 수학을 먼저 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수학 공부가 잘 안 될 때, 비만과 달리기와 관계를 떠올리시기를 바란다. (달리기는 시작이 어렵고 무리하게 운동하면 부상만 입는다.)
누구나 재능을 다르게 가지고 태어난다. 자신이 수학에 대해 어려워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수학을 쉽게, 쉽게 해결해 나가면 부러워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가지를 깊게 생각하는 습관 때문에 주위를 잘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수학자(하디였나?)가 일반 대중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말을 했다. 수학자들의 눈치 없음과 생활 Q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 이해해 달라고. 우리나라에서 (실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사회적 성공을 하려면 수학에 대한 이해보다, 무리짓기/줄서기에 노력하는 것이 맞다. 수학에 조예를 갖게 된다는 것은 갈매기 조다단이 되는 것이다. 여우보다 고슴도치가 되는 것이다.
어느 알라디너는 스스로 (내 판단에) 수학적 사고를 함에도 그것이 수학적 사고인지 잘 인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계속해서 지적질을 했었다. 나의 다섯 편의 글을 통해 수학에 대한 오해를 풀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