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구판절판


누군가, 정말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이 책의 포토리뷰를 올려주기를 바랬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화사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 책이 그렇게 제대로 보여졌음 하는 바램이 있었기때문이다.

좀 전에 우울한 책을 읽었는데, 컴 옆에 있던 이 책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길래 다시 펴들었다.
아, 역시 좋구나.
타샤의 정원은 나를 꿈꾸게 한다.

그림 작업을 하고 있는 타샤.

눈 내리는 겨울,이라고 해서 정원가꾸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하얀 눈 위의 빨간 망토. 그림처럼 이쁘다.

정원일을 하는 그녀는 맨발이다. 내가 맨 첨 그녀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도 그녀의 맨발,은 눈에 화악 띄었었는데. 여전히...;;

데이지 꽃으로 화관도 만드는 그녀는 언제나 '소녀'일 것이다.

아름답고 꿈 가득한 그림을 더 많이 그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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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10-29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넘 멋지다..! 이거 사진집인가요?

chika 2006-10-2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날개님. 사진집은 아니고.. 그냥 에세이예요. 중간중간 타샤의 정원 사진이 있고, 타샤의 삽화가 담겨 있고요. 내용도 좋았어요, 저는요.
이제 '행복한 사람, 타샤'를 읽어볼까, 생각중이랍니다.

미설 2006-10-3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넘 멋진 책이네요. 정원이란 말만 들어도 설레는데...

미설 2006-10-3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366558

^^


chika 2006-10-30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네. 진짜 멋진책이예요. 멋진 숫자도 감사해요~! ^^
 
환야 - 전2권 세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어 환장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커피를 꺼내고 물을 끓이고... 아, 그런데 물을 너무 많이 넣어버렸다. 따뜻하게 마시려고 차를 끓이는 주전자에 커피를 비워넣다가 유리 밑으로 말갛게 타오르는 촛불의 빛에 넋이 나가 정신없이 물을 비워버린 것이다. 맛이 없어 그런가. 커피가 쓰다.

이 씁쓸한 커피맛은 뭔가... 좀 전에 읽은 '환야'의 느낌같기도 하다. 나만 그런 느낌이 든 것은 아니겠지. 더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꾸 백야행의 암울함이 떠올라 책의 끝을 빨리 보고 싶지 않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작품들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왜 그 사람이 범인이 되는 범죄를 저질러야 했는가, 어떤 상황이 그 사람의 삶을 그렇게 만들어버렸는가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런데 환야는 내 마음을 더 지독하게 만들어버린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녀는 도대체 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힘들어 더 마음이 가라앉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그녀에게 집착하게 된 그의 삶, 아니, 그들의 삶.

커피를 한 자 더 따라 마시는 중이다. 전혀 진하지 않은 커피맛이 쓰기만 하다. 자신에게 빠져들게 만든 그녀의 마력은 무엇이었을까?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한 여자에게 빠져들어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그녀를 위한 삶으로만 빠져든 남자,의 삶이 동정할 만한 것인지 고민해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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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찾아, 대충 짐들을 여기저기 꾸겨 넣고, 조금 한가로와 질때부터 들리기 시작했다.
들리기 보다는 느껴졌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비행기전체를 울리며 지나가는 낮으나 매우 강력한 진동, 즉 엔진진동의 좌우 언밸런스가 몸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소음의 불균형, 흐트러진 배분, 일상적이지 않은 시끄러움, 주기적으로 목이 매는듯한 컥컥댐, 양쪽 진동의 현저한 주파수 차이.
옆에 있는 아랍인도, 백인도, 바삐 왔다갔다하는 스튜어디스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 보였다.
며칠간 계속된 강행군으로 인한 컨디션의 난조인가.
점점 불쾌도가 올라가는 가운데 비행기는 늘 하듯이 급상승하고 잠시후 제 고도를 찾아 올라갔고 강한 에어컨소리에 덮힌 엔진소리와   야간비행 특유의 피곤함, 찌뿌뚱한 분위기 속에 묻혀갔다.

30분 정도 비행.
이 정도 시간이면 아무리 불편한 자세에서도 숙면단계에 들어 가 있어야 되는데 더욱 더 신경이 예민해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언밸런스는 점점 심해갔다. 이젠 소리만이 아니라 몸이 우측으로 쏠리는 감마저 왔다.
여기 저기 간혹 몇개 켜져있는 독서등을 제외하고는 기내는 거의 소등되어 으스름한 어둠속에서 계속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같은 걸 느끼는 사람은 없을까? 왜 아무도 불편함을 말하지 않을까?
담요를 덮어쓰고  눈 감은 이 인간들이 정말 여기에 있기는 하는가?

조금씩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상한게 아니다. 우측 엔진소리가 확연히 틀리다. 
이제야 눈치챘다. 스튜어디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나?
비행기 우측이 매우 큰 경사로 들어 올려진다.
창밖은 완전히 빛이 없는 태초의 어둠일뿐이나 내 귓속에 있는 평행기관은 비행기가 심하게 기울져 있음을 알린다.
급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급좌선회.
아직 둘둘말린 미이라들은 아무도 깨어나질 않는다.
엔진소리가 매우 힘차졌다. 최대 파워다. 가능한 빨리 회항하고 있는 것이다.

10분쯤 후.
아주 간단 짧막한 기장멘트가 지나갔다.
기관이상으로 인접공항에 잠시 내렸다 가겠단다.
출발했던 공항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기내등이 모두 켜지고 스튜어디스들이 부산히 움직인다.
갑자기 밝아진 환경을 식사시간으로 오인한 몇몇이 두리번거린다.

좌우진동의 언밸런스는 이제 극에 달한듯하다.
우측이 점점 내려앉는다.
저 엔진이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까? 5분? 4분?
먼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멀 할수 있지? 어느 자리가 좋지? 어떤 자세?

갑자기 귀가 아파온다. 급강하 한 탓이다.
우선회. 기울어진 우측창 밖으로 불빛이 지나간다. 도시다
조금만 더 더...다 와 간다.

엔진은 이제 굉음을 내고 있다.
기를 쓰고 수평을 유지할려는 듯 창밖의 불빛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고층 빌딩하나가 날개끝을 스친다. 창을 통해 안쪽이 뚜렸이 보인다. 사무실이다.
순간 스치는 생각, 이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살아날수 있을까?

다시 급한 기장 멘트소리가 난다.
이제 착륙합니다....
멘트가 미쳐 끝나기도 전에 아래쪽에서 펑하는 소리, 랜딩기어 뚜껑이 열렸다.
순식간에 활주로로 날아 들어간다.
비행기가 이렇게 빨리 착륙을 할 수도 있구나.
하나,둘,셋,,쿵...플랩이 전부 곤두서 바람을 꽉 붙잡아 기체를 세운다.
이제는 땅이다...

경관등을 번쩍이는 몇대의 차량들이 따라온다.
여태 승객 반은 아직 자고 있다. 반은 어리둥절, 벌써 목적지에 도착한것으로 아는지 짐 챙기느라 부산하다.

비행기는 다시 이륙하지 못했다.
엔진하나가 완전히 못쓰게 되어 새엔진을 실어 와야만 한다고 하였다.
12시간 정도 후 다른 비행기가 와서 태우고 갔다.


출발전에 정비사나 특히 조종사가 그 비정상적인 소음을 못 들었을리가 없다.
그렇지만 이륙하였고 수십분동안 정상 항로 비행을 하였다.
왜? 알았지만 빼도 박을수도 없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요행을 바라고 무시했을까?
승객들은 왜 아무도 불안을 못 느꼈을까? 어렴풋이 느꼈지만 소동을 일으키고 싶진 않았을까?

아니....혹
비행중간에 엔진이 말썽난건가?
그럼 그 전에 내가 느낀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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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10-28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갑자기 그때 도깨비여행에서 돌아오는 새벽 비행기안 풍경이 생각나요. 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요란번쩍하게 하늘을 가르는데 다들 잠만자고...ㅡㅡ;
첨엔 무서워죽겠다가 계속 보고 있으려니 불꽃놀이보다 더 멋있어서 잠도 안자고 봤었네요.

(근데.... 이거 후속편 있을꺼죠? ^^)

조선인 2006-10-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이 내린 거죠.

paviana 2006-10-2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벌께서 저렇게 델리케이트하시다니.....
점점 더 님이 존경스러워져요.

부리 2006-10-29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아이디어는 역시.... 그레이트마징가!
 
가자에 띄운 편지
발레리 제나티 지음, 이선주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10월
구판절판


자기가 언젠가는 천생연분을 알아볼 수 있을지, 아니 천생연분이 정말 존재하긴 하는지 궁금하다고 했어. 난 모르겠다고 대답했지. 나는 탈에게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어.

심장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뛰게 될 때, 어느 날 저녁 다른 느낌으로 잠자리에 들게 되고 잠을 이룰 수 없게 될 때, 아주 배가 고프거나 전혀 배가 고프지 않게 될 때, 다른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않게 되고 오로지 그 사람만을 생각하게 될 때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난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말해버렸어.-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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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10-2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임, 은 천국이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평화 있기를.
나임은 세상에 존재하고 있어.
 
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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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일을 하시는 가정의 막내로 자란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집구석에 박혀 혼자 놀기를 좋아했다. 아니 어쩌면 혼자 놀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겨워하지도 않고 늘 혼자였다.
이사를 자주 다니면서 조금씩 마당이 작은 집으로 옮겼지만, 어린 시절 한때 내가 살았던 마당 넓은 집을 나는 잊을수없다. 몸집이 커져버린 지금 다시 그 집을 본다면 아주 쬐끄만 마당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내 행복한 추억속의 마당은 아주 커다랗다.

타샤의 정원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자꾸만 그때 온갖 꽃이 피어나던 마당이 자꾸만 떠오른다. 나무에 별처럼 피어나던 꽃, 앤이 좋아하는 가로수길의 벚나무와는 비교가 안되지만 그래도 꽃길을 만들어 준 듯 양옆으로 가지런히 피어있던 하이얀 꽃들....

나는 너무 화려한 것은 싫어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타샤가 가꾼 정원은 엄청나게 화사하다. 색색의 꽃들이, 엄청나게 커다란 꽃잎을 활짝 펴들고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런 타샤의 정원이 너무 좋아져버리는 것이다. 엄청 게으른 나지만 타샤의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두 팔 걷어부치고 한달음에 달려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정원을 만들기 위해 타샤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것을 깨닫고 난 후 다시보는 타샤의 정원은 단순히 '화사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샤의 정원에 있는 꽃들은 모두 빛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샤의 꽃들은 자기 본연의 임무를 다 하기 위해 활짝 피어났다가 사그라든다. 그렇게 꽃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타샤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타샤에게 감자 수확은 한 해의 정점을 이루는 일로 꼽히니 멋지게 차려 입을 만한 행사다. "감자 캐는 일이 좋아요.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처럼 정말 만족스럽거든요. 삽이 감자를 찍어서 두 쪽으로 나눌 때면 진저리가 쳐지기도 하지만요"
.....
이따금 양배추 뿌리는 다 먹지 못하고 상할 때가 있지만, 잎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못먹는 이파리는 닭 모이로 주지요"
간단히 말해 그것이 타샤의 인생철학이다. 한순간도 그냥 보내지 않고, 몸짓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 나뭇잎 하나 버리지 않는 것이.(206-207)

타샤의 정원에 있는 화사한 꽃들이 그저 모양으로만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땀과 노력의 결실이기 때문에 이쁜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도 그녀의 정원에서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고 그녀와 차 한잔을 나누며 멋진 꽃을 바라보고 싶다.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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