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야 - 전2권 세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어 환장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커피를 꺼내고 물을 끓이고... 아, 그런데 물을 너무 많이 넣어버렸다. 따뜻하게 마시려고 차를 끓이는 주전자에 커피를 비워넣다가 유리 밑으로 말갛게 타오르는 촛불의 빛에 넋이 나가 정신없이 물을 비워버린 것이다. 맛이 없어 그런가. 커피가 쓰다.
이 씁쓸한 커피맛은 뭔가... 좀 전에 읽은 '환야'의 느낌같기도 하다. 나만 그런 느낌이 든 것은 아니겠지. 더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꾸 백야행의 암울함이 떠올라 책의 끝을 빨리 보고 싶지 않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의 작품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작품들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왜 그 사람이 범인이 되는 범죄를 저질러야 했는가, 어떤 상황이 그 사람의 삶을 그렇게 만들어버렸는가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런데 환야는 내 마음을 더 지독하게 만들어버린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녀는 도대체 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힘들어 더 마음이 가라앉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그녀에게 집착하게 된 그의 삶, 아니, 그들의 삶.
커피를 한 자 더 따라 마시는 중이다. 전혀 진하지 않은 커피맛이 쓰기만 하다. 자신에게 빠져들게 만든 그녀의 마력은 무엇이었을까?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한 여자에게 빠져들어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그녀를 위한 삶으로만 빠져든 남자,의 삶이 동정할 만한 것인지 고민해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