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내 인생
주세페 쿨리키아 지음, 이현경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지나온 이십대는 온통 불안정하고 이리저리 부딪치기만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어쨌든 나는 이미 그런 이십대의 불안한 시간을 지나와버렸기 때문인지 한결 차분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 극심한 냉소적인 풍자에 통통 튕겨지며 웃기까지 하고 있다. 옛날 이야기이지만 옛날 이야기가 아닌, 십이년전에 쓰여진 이태리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자꾸만 놀랍고도 신기하기만 한 도깨비빤스의 노래를 되풀이 되풀이 되풀이 하며 듣고 있는 기분이다. - 그때쯤 우리는 학교에서 도깨비빤스라는 노래를 지겹도록 불러대면서도 재밌다고 자꾸만 불러댔었다.

 

세상은 돌고  또 돈다...

하지만 이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책은 '세상은 돌고 또 돈다, 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이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로 맺고 있다. 그 사이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놓을까. 아니, 풀어놓을 수 있을까? 내 머리속에는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아, 요것도..하며 꽉 들어차 들쑥들쑥거리며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려고 하는데 어느 한놈도 잡을 수가 없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지 못하는 나를 탓할수밖에.

저자는 '실업과 빈부의 격차 등 사회 현실을 가볍고 경쾌하게 풍자하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가 '가볍고 경쾌하게' 풍자하지 않고 송곳을 들이대며 말을 했다면, 나는 지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금도 머리 긁적이며 뭔가 불편한 맘으로 머리 박고 책을 읽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무겁지만 무겁지 않은 '너무 진지해지지 않기'에 몰표를 주고 싶다. 그런데 왜 자꾸 곱씹고 또 곱씹어볼수록 킬킬거리던 이야기들이 진지해지려고 하는걸까? 내가 작가의 의도를 벗어나버리고 있는거쟎아!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학, 취업, 이성문제뿐만이 아니라 이주노동자에 대한 생각까지. 수북하게 쌓여있는 사회문제 속에서 보호받고 있는 청.소.년을 벗어나버린 스무살 청춘은 어디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그들은 그렇게 방황하게 되는구나 라는 사실을 수능시험이 끝나고 점점 더 추워져가는 이 계절에 더 차가운 현실로 느껴지는 것이 슬플뿐이다.

'이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의 끝맺음은 딱 여기까지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고 그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는가에 따라 다음 세대의 스무살 청춘의 삶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들어가겠지.

아, 끝이 너무 암울하고 무거운 책임감에 휩싸이며 마무리하고 있는 듯 해 맘에 안든다. 잠시 머리도 식힐 겸책에 나온 10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되는 공무원 시험문제를 풀어보자.

홍합은 무엇인가?
a) 고대 로마의 병사 b) 핵무기 c) 바다의 연체동물
몽블랑 산의 정확한 높이는?
a) 80,000미터 b) 4,810미터 c) 197미터

이런것을 일반교양시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본문 137-138에서)

역시 문제가 이리 어려운것은 이태리나 우리나 문제의 '정답'이 중요한게 아니라, 문제를 풀어 채용되겠다는 '응시자'가 누군지가 훨씬 더 중요다고 말하는거겠지?

주절주절 말이 길어져버렸다. 짧고 굵게 한마디로 이 책을 말하고 싶지만 그게 어렵네. 그냥 후배들에게 '절룩거리는 스무살 청춘에 바치는 인생 이야기'라는 말을 해 주며 읽어보라고 권하겠다는 말밖에...

 

==== 필요없이 덧붙이는 말. 나는 이 책을 낭기열라 출판사를 통해 받았다. 그래서 별점이 다섯개, 인것은 아니다. 요근래들어 내가 책을 읽고 있구나 라는 느낌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면 별 다섯개를 클릭해대기 시작했고 이 책 역시 흥미롭게 쭈욱 읽게 되는 책이기에 별 다섯개. (별점에 신경쓰시는 분들이 있어서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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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12-0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별점 이거 내 필이다. 생각되면 별 5개. 내용은 좋은데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4개. ^^

산사춘 2005-12-02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스무살인 제게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chika 2005-12-0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스무살인 산사춘님 도움이 될 듯하니 꼬옥 읽어보시기를..(^^)

하루님. 그지요? 별점이야 어차피 주관적인거쟎아요. ^^

2005-12-02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2-1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는 며칠 전에 눌러놓고 망설이고 있시유.^^
 
미술에 대해 알고싶은 모든 것들 -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의 톡톡튀는 교과서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다빈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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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브란트, 놀란 눈의 자화상.

- 내가 좋아하는 자화상이다. ^^;;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유화로 자화상을 그려오라는 과제를 받았었다. 나야 대강 그려가고 말았지만, 그때 미술 선생님이 친구의 그림을 모두에게 보여주면서 '거짓말 하나 하지않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그린 훌륭한 자화상'이라 했던 칭찬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자화상은... 그래야 하는 것이라는 걸 그때 처음 배웠구나.

램브란트, 마지막 자화상.
램브란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린 것.

자화상은 죽음을 앞둔 늙은 화가의 심리상태를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램브란트는 자신을 뽐내지도 미화하지도 않았어요. 내면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한 인간의 벌거벗은 영혼을 정직하게 자화상에 기록했습니다. 흔히 램브란트의 자화상을 가리켜 '자화상의 기적'이라 부르는것도 그가 자신의 외로운 정신세계를 솔직히 드러냈기 때문입니다.(67)

윤두서, 윤두서의 자화상.


자화상을 통해 내가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를 쉴새없이 질문하며 인생의 길을 걸어가지요. 삶의여정을 충실하게 기록한 화가들의 자화상을 보면서 우리도 자신의 길을 찾아갑니다.(75)

이종빈, L씨의 꿈.

이종빈의 인물상은 한국 작가의 자부심을 보여주고 있어요. 인물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체의 비례가 맞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남자의 신체는 5등신에 불과하지요. 이종빈은 이상적인 신체가 되려면 7등신이나 8등신이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싫었어요. 그런 선입견은 서구의 신체기준에 맞춘 것이지요. 사실 평균적인 한국인이 7등신, 8등신이 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작가는 평범한 한국의 소시민이며 봉급생활자인 남성상을 창안하고 싶었어요. 굳이 나무로 인물상을 만든 것도 맹목적으로 서구의 조형기법을 받아들이는 풍토를 거부하고 싶어서입니다. 흔히 조각은 대리석이나 브론즈로 제작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작가는 평범한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재료는 소박한 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물화에는 이렇게 다양한 얘기가 새겨져 있어요. 각 시대와 나라에 따라 인물화는 각기 다른 역할을 합니다. 사진의 기능을 대신하며 시대정신을 담은 기록물, 숭배의 도구, 혹은 개인의 감정을 적은 일기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얼굴은 작은 우주요, 살아있는 역사라는 말이 있어요. 모든 얼굴은 인생의 비밀을 담고 있지요. (279-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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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알고싶은 모든 것들 -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의 톡톡튀는 교과서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다빈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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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 뭔가 전시회를 하나보다. 교과서 어쩌구 하는 것이 조금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함 봐볼까?" 라는 생각으로 펴든 책.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의 '톡톡튀는' 교과서 미술 읽기, 라는 부제가 붙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정말 '교과서'같은 느낌의 책. 그렇지만 내가 학교 다닐때 이런 교과서로 미술 공부를 했다면 나는 아마 미술시간을 엄청 좋아하고 더 열심히 그림을 그렸을지 모른다.

내가 처음 미술책을 재밌어 하기 시작한 것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 이야기'였을 것이다.  '미술'을 떠올리면 그림그리는 것, 입시와는 상관없는 것 같은 단적인 것들만 떠올리던 내게 그 책은 무척 재밌는 것이었지. 그 책을 읽은 후에 좀 더 많은 '그림'책을 봤고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아니, 친숙하다 라는 말은 뭔가 좀 부족한 표현인거 같다. 이 책을 읽는 느낌은 .. 그렇다. 딱 이런 느낌.

"자, 이리로 가까이 와봐요. 이 그림 많이 봤었죠? 느낌이 어때요? 한번 쓰윽 보고 끝내지 말고 찬찬히 살펴보세요. 많이 봤던 그림이지만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아요?"

나는 책을 읽었는데, 느낌은 이명옥 사비나라는 미술관장이 옆에서 같이 그림을 보면서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느낌이었다. 미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안성마춤인 책이 아닐까?

물론... 내게는 좀 더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 어딘지 슬쩍 지나쳐가버리는 느낌, 그러니까 흔한 말로 2% 부족한듯한 여운도 남지만 그게 대수인가. 2%가 부족한 듯 해야 내가 뭔가를 채워 완성시키는 뿌듯함이 있을터이니 더욱 좋은것인지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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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 꼴까닥 침 넘어가는 고향이야기
박형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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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다고 잘 살고 없다고 못사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아서 어머니 적 시절을 다시 생각해본다(134쪽)

가만 보자.. 이 글을 쓰신 분이...... 58년생이시네. 이렇게 맛깔스럽게 글을 쓰시다니 도대체 뭐하는 분이여? 하며 책을 읽다 말고 저자 약력을 다시 살펴본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과 표현은 쩍쩍 달라붙는다. 다만 아쉬운것은 내가 좀 더 오래 살았거나 남도의 구수한 맛을 느껴봤다면 이 책을 '책'이라 하지 않고 맛난 음식이라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밭농사나 바닷가음식 이야기는 내게 낯선 것이지만, 구들장에 엎디어 고구마 쪄 먹고, 동네를 도는 아이스께끼 장수에게 얼음을 얻어 먹는 이야기들도 다 낯선 것들이지만 그에 따라 줄줄이 이어지는 어렴풋한 나의 어릴적 풍경은 충분히 재미있다. 그러다 머릿니만큼의 공통점이라도 나올라치면 괜히 좋아서 히히덕거리며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메주덩이에 붙어 미처 으깨어지지 못한 콩알을 손가락으로 띠어 먹는 재미나 추운 겨울에 김치쪽 손으로 집어먹으며 고구마를 먹던 것을 떠올리다보면 저절로 내 입에 침이 고여버린다. 아, 이렇게 얘기하니 또 살살 군침이 도는 것이....

그나저나 책을 한참 맛나게 읽다가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기에도 찬찬히 말뜻이 뭔가, 생각해보고 자그맣게 써놓은 풀이를 보며 읽어야 하는 이 책을 좀 더 어린 세대가 읽게 되면 어떤 느낌이 날까. 음식의 맛도 못느끼고 우리말글의 맛도 못느끼는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맘이 아리다.
내가 아장거리며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만해도 여름철이면 집 옥상에 올라가 돗자리펴고 누워 밤하늘을 이불삼아 잠들곤 했었다. 간혹 별똥별을 발견한 오빠가 '아이스크림' 소원을 빌어 그 덕에 나도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기억도 난다. 지금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유난히 반짝이는 인공위성에 밤하늘의 멋이 사라져버렸다. 그 밤하늘의 정겨운 추억은 영영 과거의 일이 되어버릴 것인가? 아쉽다, 는 말로 지나쳐가기엔 마음이 너무 허하다.

그래서 그런가. 부모님이나 내 윗세대의 분들이 읽으면 정말 맛나게 읽힐 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좀 더 어린 세대에서 읽으며 감칠맛을 느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이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가마솥 콩물 줄줄이 흘러 넘치던 겨울, 날이 선득선득 해지는 겨울, 쭈꾸미 철 지나기 전에 한번 모태본다고 하는 변산과는 달리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어떨까. 내 기억에야 겨우내 따뜻한 아랫목에서 손가락 끝이 노오랗게 물들어가도록 귤껍질 까먹으며 놀던 기억이 전부이긴 하지만.

이번 겨울엔 동무들에게 그런 얘길 해볼까?
"혼디모영 귤 까먹으멍 지꺼지게 놀아봅주" (함께 모여 귤 까 먹으면서 재밌게 놀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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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11-23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맛깔스러워요... ㅎㅎ 프란체님..

chika 2005-11-2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감사함다, 라 쓰고보니 ㅎㅎ (평소에도 프란체라고 불리우는지라 아무 의심없이 넘겼는데 여기선 제가 '치카'였군요! ^^;;;;)

2005-11-25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가 슬픔에 잠길때
눈물 흘리는 건
다른 또 하나
하나가 맘이 시려울 때
오직 필요한 건
또 하나의 눈빛

하나가 손이 시려울 때
오직 필요한 건
또 하나의입김
하나가 기쁨에 넘칠 때
웃음 짓는 것도
다른 또 하나


빛이 없으면 사라지는
그림자로는 모자라
내가 부르는
너의 이름은
단 하나
나의 불씨
우리의 소중한 만남을
기억하는 의미로
서로의 가슴속에 심은
소나무 한 그루
우리 모습
세월 따라 가을 빛으로 변해가도
언제까지나 길이
푸르리라.

 

'소나무'라는 노래예요. 테잎으로만 몇번 들어봐서 노래는 잘 모르지만, 가끔 흥얼거리곤 하는 노래지요.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하여튼 맘이 좀 거시기(^^;)할 때 '하나가 슬픔에 잠길 때 눈물 흘리는 건 다른 또 하나'라고 살짝 내뱉으면 갑자기 위로받는 마음이 되어버리는거예요. 분명 눈물 흘리는 다른 또 '하나'의 존재가 있는거 같아서 말이지요. 저는, 그렇다는 거예요.

그리고말이지요... 우리가 부르는 성가에 그런 노래가 있어요.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내 아는 동생이 수녀원에 들어가기 전에 노래를 녹음하고 가까운 몇몇에게 선물하고 갔는데 그 노래 듣다가 청승맞게 울었다지요... 神의 존재를 믿든 믿지 않든 이 말은 위로가 될거라 생각해요. 마음 한구석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자꾸 치밀어 올라와요. 이 노랫말을 마음으로, 입으로 되내이다보면말예요.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온전히 위로가 될 수 없고, 온전히 하나가 될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마음이 무너지는 당신을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다는 건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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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2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