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이 뭔지 몰랐었는데 짧은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배우의 이름때문이었다. 오다기리...뭐, 그 배우가 중심이 아니라 어? 하는 마음이긴 했지만 이 짧은 드라마가 묘하게 마음에 와 닿더라. 그래서 한꺼번에 다 봤던 기억이 있는데.

저 위에 있는 사진은 마당에 심어놓은 파,의 사진이다. 시장에서 사 온 파를 그냥 두면 시들해질 것 같아 어머니가 마당의 흙에 묻어 - 심은 것이 아니라 묻어둔 것이 맞을게다. 아무튼 그랬는데, 어머니 교통 사고 후 넉달간 방치해 뒀더니 저렇게 요상하게 생긴 것이 생겨났다. 저게 터지면 마늘이 퍼지게 되는건가? 옛날 도시촌놈들이 쌀나무를 찾았다고 비웃었더랬는데 지금 내 꼴이 딱 그 모양이 되어부렀네. 저녁을 안먹은 이 시점에서 왜 심야식당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파 이야기가 나왔을까. 라면에 파 송송 썰어넣고 마늘에 양파, 양배추까지 슝~ 넣으면 걸쭉한 야채라면이 되겠는데... 쓰읍~

 

 

류시화 시집이 나왔댄다. 정말, 몇년만일까? 그의 작품을 기다렸던 것은 아닌데 제목은 뭔가 그냥 마음에 들어와버리고 있다. 아, 근데 요즘 마음이 싸늘해지고만 있는데... 뭐라 말할수도 없고 마음이 복잡한 지금. 모든 걸 다 잊고 그냥 시 한편 읽고 잠들고 싶어지고 있다.

대신, 여전히 나는 책구경.

 

 

 

 

 

 

 

 

 

 

 

 

 

 

 

 

 

 

탐정 레이디 조지애나,는 추리소설이라 하는 것보다 '코지'라는 붙임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어쨌든 내게는 특별한 애정이 있는 책이니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읽고 싶은 책들이 많지만 내일 출근하면 또 받게 될 책 한박스때문에 조금 압박이 느껴진다. 지출비용이 너무 많아서 돈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데 자꾸 책사는데 손이 간다. 예전에 비하면 도서비용지출이 엄청 줄어들긴 했지만 뭐. 그래, 퍽퍽한 세상살이에 책이라도 있으니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해야지.

 

 

 

 

 

 

 

 

 

 

 

"사람은 성인식을 통해서 어른이 되는게 아니다. 취직을 하거나 결혼을 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건 마치 교통사고처럼 어떤 시기에 하나의 경험을 하면서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듯 어른이 되어버린다"

배를 타라,라는 책을 읽는 중이다. 우리는 그렇게 떠밀리듯 어른이 되어 버리는걸까? 하긴. 요즘 그 누군가를 보고 있노라면 '어른'이 된다는 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떠밀리듯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닐거야. 그렇게라도 어른이 된다면, 세월의 흐름속에 조금 더 여유있어지고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배려와 이해심이 많아지고 조금 더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 수 있을테지.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겐 없는 만화책... 아주 열광할만큼은 아니었지만 에반게리온의 감독이 극화했다고 해서 봤는데 애니는 그냥 재미있었다. 누군가는 만화책으로 봐야 그 섬세한 감정들을 그대로 다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근데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특별판들이 나오기 시작한걸까. 바람의 검심 특별판을 사고 싶지만 선뜻 지갑을 열수가 없... ㅠ.ㅠ

 

 

 

 

 

 

 

 

 

오늘은 여행하기 좋은 날입니다.

 

일분 일초 소중하지 않을 수 없는, 고마워하며 살기에도 모자란

이토록 사소하고 소중한,

내 생의 모든 순간.

 

눈물대신, 여행.

 

이 공기가 한 번 더 바뀌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한다.

그때가 오면, 지금 이 마음은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르므로.

내가 만나고픈 그것들이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 있어준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무엇보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사실이 무조건 두려워지는 그런 날이,

그런 슬픈 날이,

언제 내게 찾아올지 알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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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4-16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다사신거에요?@.@

밭에 심어놓은 파를 보면 저렇게 동그란게 달려있더라구요.
안그래도 주말에 친정갔더니 엄마가 텃밭에 심은 파를 뽑았다고 파를 다듬어놓으라고 일 시키셔서 한 시간을 파를 다듬었거든요.저런 동그란게 다 달려 있어서 달 잘라냈어요.다듬은 파를 다 가져가라고 하셔서 들고 오긴 했는데 썰어서 냉동실로 직행해야될판이에요.헌데 아직 채썰생각않고 그대로 방치해놨네요.ㅠ
한 번씩 양파줄기도 보면 저런게 달려 있었던 것같기도 하고...그래서 자세히 안보면 밭에 심어져 있는 파나 양파나 마늘은 줄기만 보고선 구별하기 힘들더라구요.
전 아직 대파랑 마늘을 구별하기 힘들어요.
동그란게 달려 있음 파,안달려 있음 마늘!..뭐 그런식으로 구별해요.ㅋㅋ


chika 2012-04-18 18:05   좋아요 0 | URL
설마 저 책들을 다 샀을리가요... 이 중에서 당장 사는 책은 몇 권 안돼요.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사고 싶은 책들을 모아놓는 것이지요.

파는 계속 자라고 있는데 언제 요리해 먹나...싶어요. ;;;;

 

 

벚꽃만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나무도 이쁘지만 이렇게 초록이 상큼하게 어우러진 모습도 이쁘기만 하구나.

역시 봄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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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4-1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뻐요,,,

chika 2012-04-13 11:04   좋아요 0 | URL
^^

책읽는나무 2012-04-1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이쁘네요.^^
벚꽃 아닌줄 알았어요.분홍별이 달려 있는줄 알았어요.
유채꽃도 보여주세요~~~

chika 2012-04-13 11:06   좋아요 0 | URL
며칠동안 비가 많이 내려서.. 저 나무의 꽃잎이 다 떨어져버렸어요 ㅠ.ㅠ

가로수에는 아직 활짝 열렸던데, 언제 꽃구경가나... 싶긴 해요. 요즘 디카를 안갖고 다녀서 풍경사진은 잘 못찍겠더라고요 ㅠ.ㅠ
 

  • 오늘 21, 총 176544 방문

  • 숫자를 보는 순간, 앗싸아~! 했는데, 내가 숫자바보임을 깨달았다. 앞숫자 1은 바뀌려면 멀었으니 그냥 없는거려니 떼어놓고.

    76543,인 줄 알았는데 지나가버렸구만.

    아, 짜다...

     

    향 좋은 커피.

    비바람 몰아치는 오늘 같은 날, 빗방울 부딪는 유리창 너머 바람에 휘날리는 꽃나무를 쳐다보다가 커피와 책을 펼쳐놓고....

    .........

    잠이 들면 딱 좋을.

    역시 메인은 잠.

     

     

     

     

     

     

     

     

     

     

     

     

    봄은 멀었나... 싶었는데, 이렇게 활짝 피어있는 꽃을 매일 드나들면서도 몰랐었네.

    오늘 아침, 대문열다말고 쭈구려앉아찍은 봄 사진 한장.

     

     

     

     

    봄이 오는 길에 읽고 싶은 책이 나왔다.

    김제동이 어깨동무를 한다면, 좀 우스운 꼴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어깨동무'라니. 그 어감만으로도 너무 좋지 않은가. 그건 혹자에게는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고, '좌파하라'처럼 과격함의 중간쯤인 북쪽말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이슬람에 대해 내가 전혀 모르고 있고 또한 이슬람을 알면 알수록 나뿐만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한번 맘 잡고 공부를 해 보고 싶지만 너저분한 내 생활따라 내 머리속도 그러한지라....

     

    오늘도 이렇게 이 책 저 책 기웃거리고 있지만 결국 지금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는 책들은 모두 장르문학뿐이다. 책상에 쌓아 둔 '흑백'은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는데. 하긴 엊그제 구입한 책을 못읽고 있다고 한탄할 일이 아니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책은 갓 출판되었을 때 냉큼 구입해놓고 전시해두고 있을 뿐이다. 요즘 반값 할인하고 있던데. 에혀~

    하긴. 북스피어의 책들은 거의 모두 따땃한 신간일 때 구입해 두고 아직 비닐 포장을 뜯지 않은 책도 있다. 부록으로 딸려 온 시디만일도 들으면 좋으련만. 쓰읍~ 그러고보니 또 망설여진다. 장바구니를 결제할까말까.이러나저러나.아,정말이지 고민이다. 고전문학이나 인문학을 사고 싶기는 한데. 이 어쩔 수 없는 고질병................

     

     

     

     

     

     

     

     

    "모든 고통은 공포보다 더 강해요. 그게 자신의 고통인 한에는. 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고통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우는 없어요. 그게 우리의 한계예요. 그 한계 때문에 우리는 이런 국가를 가지게 된 거예요.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면, 어떤 국가나 권력도 개인을 억압할 수 없었을 거예요. 타인의 고통을 공포보다 더 강하게 느껴야만 한다는 건 그런 뜻이에요. 지금과 다른 국가를 원한다면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 것처럼 여겨야만 해요.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도 있을 거예요. 그건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고통을 보여주는 일이겠죠"

     

    우리가 지금과 다른 국가를 원한다면 타인의 고통을 자기 것처럼 여겨야 한다...............

    파라다이스,를 보니 과연 우리에게 파라다이스는, 생각이 멈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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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인 2012-03-3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쉬운대로. 176554

    chika 2012-04-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27, 총 176666 방문

    저도 그냥 아쉬운대로.... 177777이 되는 날은 또 언제나 올까, 싶네요;;
     

    아빠가 살았던 42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죠. 별들의 숫자에 비하면 그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상상해보세요. 그 빛들을 나눠서 쪼일 수 있었다면 아빠는 평생 매초당 7조 5499억 5047만 2325개의 별빛을 받으며 살았던 것이에요. 그렇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1초였을 거예요. 그렇게 대단한 1초라는 걸 알았더라면 아빠는 울지도 않았을 텐데요. 소주를 마시지도 않았을 거고, 약병을 들고 죽겠다고 아들에게 소리치지도 않았을 테죠. 아빠 인생의 1초가 그렇게 많은 빛으로 가득했다는 걸 알았더라면 말이죠.

     

     

     

    하지만 우주의 모든 별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우리를 향해 일제히 빛을 내뿜는 순간은 단 한 번뿐이에요.

    태어나서 단 한 번.

    우리가 죽을 때.

    그렇게.

    우리는 아이로 태어나 빛으로 죽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일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아빠?

     

     

     

     

     

     

    기다려,

     

    지금 너에게 달려갈게.............

     

     

    화창한 날이지만 묘한 쓸쓸함이 덥쳐오는 그런 날이다. 책을 읽다 말고 왠지 딴짓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잊고 책에만 몰두해버릴 것 같은.

     

     

     

     

     

     생각, 생각, 생각 사이에 재미있는 책들이 끼어들었다. 번역가 김석희님이 애월에 사신다니! 이 또한 놀랍지 아니한가.

    사서 재겨둔 일리아드도 못읽었는데 새로운 책은 계속 나오는구나...싶기도 하고. 작가들의 존재감도 대단하지만 역자들의 존재감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이야기인가, 동물원 이야기인가, 혹은 삶의 이야기인가.

    다윈의 동물원은 읽으려고 하는 중인데 첫 챕터부터 재미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재미있는 책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싶어지기도 하지만. 나는 책을 읽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민화, 우리 옛그림.... 그리고 여행.

    따땃해지는 날이 오고 있으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고, 알록달록 현란한 꽃들의 향연을 즐기러 가고 싶기도 하고... 뭐, 그래봐야 사무실 구석에서 일하는 척 하면서 책이나 읽고 앉았고 출퇴근길에 병원에 잠시 들러 어머니를 살펴보는 일상이 되겠지만.

     

     

     

    지금 관심이 가는 책은 이 책.

    부르키나 파소,라는 곳이 있다. 아프리카에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하였고, 그곳에서 사용하는 프랑은 우리 원화의 2.4배라고 한다. 얼마 전 그곳에 다녀오신 신부님께 아프리카에서는 콜라가 최고라는데 정말인지 여쭤봤더니 콜라, 환타가 최고라고 하셨다. 그리고 코코넛을 먹는데 아이들이 마구 달려들어 그 껍질을 서로 가지려고 싸움이 일어났는데, 식당 주인이 와서 막 뭐라고 했댄다. 특별히 잘못한건 없는데...싶었는데, 아이들이 다투는 걸 본 식당주인이 신부님 일행이 다 마시고난 코코넛 껍질을 달라고 한 얘기였고, 그걸 받은 식당 주인은 칼로 균등하게 잘라서 그곳에 있던 아이들에게 나눠줬다고 하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 코코넛을 먹어보는 것도 어렵고 관광객들이 마시고 버린 코코넛의 껍질을 긁어먹으려고 올망졸망 모여있는 애들이 많다고 한다.

    아프리카.

    한국전쟁때 파병까지 할만큼 잘 살던 이디오피아,를 먼저 연상하기는 힘든 곳. 기아, 난민, 내전, 블러드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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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하:세기말의보헤미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무하 : 세기말의 보헤미안 - 새롭게 만나는 아르누보의 정수
    장우진 지음 / 미술문화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 기억이 있는 그림들, 화려한 꽃장식과 온라인 게임의 판타지 왕국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인물들의 그림들을 보면서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기말의 보헤미안 무하'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역시 언젠가 한번은 들어 본 이름인데 누구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내 눈에 익숙한 그림들을 마구 넘겨보게 되어서야 비로소 백여년 전에 무하라는 화가가 살았었고 그의 그림은 그 어느 누구의 그림보다 친숙하게 우리의 일상에 퍼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별다른 의식이 없었던 나에게 '알폰소 무하'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해 주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의 그림을 미술 서적에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책의 삽화나 잡지의 표지, 우편엽서나 달력, 포스터나 광고문구에서 쉽게 볼 수 있기에 그 가치를 귀하게 생각해본적도 없다. 더구나 나는 그의 그림들이 모두 상상과 판타지의 이미지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그림들은 모델들을 그린 것이고, 아르누보의 무하양식이라고 해도 무색할만큼 그 자신의 특징적인 표현기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피카소의 어릴 적 스케치를 보면서 그의 천재성이 이미 드러난 그림이다,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책에 실려있는 무하의 8살에 그린 예수 그림 또한 무하의 그림에 대한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은 19세기 말의 예술사적 흐름과 시대의 배경을 먼저 설명하고 무하의 탄생과 성장배경,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나름 동시대의 예술가들에 대한 책과 미술서적은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무하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무하의 많은 작품들이 예술작품으로서 감상을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광고나 포스터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상업적인 작품활동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 작품의 가치를 일상적인 생활용품처럼 생각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무하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무하의 그림과 판타지 온라인 게임 속 여왕의 캐릭터를 비슷한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화적인 표현과 상업적이고 화려하고 장식적인 그림만 알고 있는 것으로 끝냈다면 말이다.

    북디자이너로서의 무하 작품인 '하얀 코끼리에 대한 추억' '트리폴리의 공주 일제'의 삽화나 프리메이슨과 같은 이단활동으로 이교적인 분위기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그의 '르 파테:주기도문' 같은 작품은 단순한 삽화만의 의미를 뛰어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무하가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이다. 그것은 인간이란 비탄과 괴로움 속에 사는 불안정한 존재일지라도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에게 언제나 보호받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이 작품을 통해 무하는 진정한 철학적 사색가로 인정받게 되었고 [르 파테]는 무하의 예술적, 철학적, 종교적 이상을 보여주는 가장 의미 있는 작품"(153)이다.

     

    무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고향인 체코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알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그가 이뤄내고자 했던 <슬라브 서사시>의 준비작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슬라브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이 연작에 무하는 자신의 민족과 조국에 대한 자긍심은 물론이요, 범슬라브인에 대한 애정을 녹여 낸다"(140)

    민족과 조국의 근원을 찾고, 계속성의 유지를 위해 역사적인 과거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 말 그대로 살아온 무하의 <슬라브 서사시>는 드디어 1928년 그의 조국에 기증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1936년부터 인류 보편의 문제를 담고자 시작한 3부작 이성의 시대, 지혜의 시대, 사랑의 시대는 2차대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몰린 무하의 죽음으로 인해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이 3부작은 그의 생애를 이끌어 왔던 박애적이고 낙천적인 신념을 담아내고 있다. 이성과 사랑의 힘이 예지에 의해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더욱 고양된 인간으로의 길을 이끄는 '세계의 위대한 혼'은 빛나는 여성의 모습을 하고 우리 모든 인류를 끌어안는다"(259)

     

    이처럼 나는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폰소 무하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조금 더 알게 되었다. 그의 장식적인 그림들은 한세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그의 그림들은 단순히 장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나 보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화가'라는 말은 무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무하를 표현하는 정확한 한 문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많은 이들이 알폰소 무하라는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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