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토피아 - 식물과 함께 살고 있나요?
카미유 술레롤 지음, 박다슬 옮김 / 스타일조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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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려하든 화려하지 않든 꽃이 피는 화초를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초록의 식물이 한가지가 아니라 다양한 농도의 초록을 담은 푸릇함으로 매혹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 비슷할 것 같았던 다육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엄청 다양한 모양과 색상으로 자라나고 꽃도 피는 것을 알게 되어 다육이를 키우는 재미도 너무 좋았다. 그런데 처음엔 좋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씩 식물이 죽어나가고 정말 쉬우기 쉽다는 다육이조차 이쁜 꽃을 피우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순간에 죽어버리는 일이 반복되자 식물을 키우지 말아야하나,라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게 되었다.

다행히 옆으로 마구 퍼지고 있는 스투키나 6개월 넘게 계속 꽃을 피어올리는 바이올렛이 있어서 위안을 삼고 있기는 하지만 동네 꽃집을 지나칠때마다 햇살에 반짝이는 다육이들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다시 키워보고 싶은 욕망이 커져간다. 이런 마음이 생기고 있을 즈음 놀랍게도 플랜토피아 책을 받았다.

 

사실 처음엔 초보자를 위한 식물키우기 책인줄만 알았는데 책의 구성은 책제목 그대로 플랜토피아, 식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화초기르기뿐만 아니라 드라이플라워 장식, 마크라메 배듭을 이용한 장식, 천연염색과 아로마, 허브티 이야기도 담겨있고 심지어 화초 기르기가 힘들면 종이오리기로 초록을 꾸며볼 수 있는 방법도 담겨있어서 정말 온통 초록의 세계가 펼쳐진다. 관심있는 부분들이 많아 당장 실현시켜 볼 수 있는 것들을해보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고 마음이 설레인다.

 

지난주 마침 아는 분이 키우고 있는 다육이들을 대량으로 분양해주셨다. 아니, 분양이라기보다는 같은 다육이들이 여러개라며 나눠줬는데 평범한 다육이들이지만 자그마한 화분의 다양함이 다육이들을 훨씬 고급스럽게 보여주고 있어서 화분의 중요성도 새삼 느꼈다. 책에도 다양한 재료와 모양의 화분활용이 나왔는데 이쁜 색감의 홍차 통도 이미 준비해있어 뿌듯했고 유리병을 매듭끈으로 묶어 장식한 아이디어는 지금 바로 해보고 싶을만큼 쉽고 색다른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중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세밀화로 벽면을 활용하는 아이디어와 식물표본으로 벽면을 꾸미는 것이다.

다양한 질감의 종이는 잡지나 폐기해도 될 책의 책장을 찢어 그 위에 마스킹 테이프로 말린 식물을 장식처럼 붙이고 그 종이들을 벽면에 이쁘게 붙여놓으면 된다. 이쁜 꽃이나 잎들을 책 사이에 넣어 납작하게 말려놓기는 해 봤는데 그것을 이렇게 보이게 장식해볼 생각은 못해봤는데 책 속의 사진을 보니 너무 이뻐서 인테리어로 활용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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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동안 즉석에서 거짓말을 지어내는 일은 내 특기였다. 열세살이 채 안 되었을 때부터 나는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면 사람들이 언제든 내게 문을 열어준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도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다들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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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 검은 그림자의 진실
나혁진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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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마주한다는 것은 아무리 고통스럽다하더라도 거짓보다는 낫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세상에 넘쳐나는 악함이 상상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과연 진실이 정답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에 알려진 박사방, 엔번방 같은 이야기들은 너무 끔찍했다. 언젠가 움베르토 에코가 자료 수집을 위해 포르노 사이트를 찾으려고 했더니 평소 스팸처럼 밀려들던 그런 영상들은 자취를 감추고 정작 포르노 사이트에는 접속도 하지 못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단순히 그 말 그대로가 아니라 정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는 뜻이아닐까 싶어진다. 엔번방에 접근하는 것이 범죄행위인 것이니.

 

상처,는 평범한 여대생이 실종된 사건에서 시작된다. 이진호는 범인 검거를 위해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아내가 딸과 둘이 놀이공원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딸이 죽음에 이르자 형사직을 그만뒀다. 그후 알콜중독에 빠져 살고 있던 그에게 선배 형사인 백과장이 대학생 딸이 가출하고 실종되었는데 찾아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우연히 포르노 동영상에 딸인 은애의 모습이 찍혀있다는 것을 안 백과장은 공개적인 수사를 꺼려하며 개인적으로 이진호에게 딸의 수배를 의뢰한 것이다. 그렇게 이진호는 은애의 행방을 찾아 대학교의 친구들을 찾아가고 동영상에 찍힌 화면을 분석하여 찾아낸 장소에서 잠복을 하고 있었는데...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것은 없겠지만 이야기는 반전이라는 느낌보다는 비현실적인 하드보일드같은 느낌이 들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기분이 가라앉을수밖에 없었다. 사실 작가의 말대로 2년전에 이 소설을 대했다면 훨씬 더 강한 느낌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최근에 낱낱이 밝혀진 엔번방의 이야기는 그 실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성착취와 성폭력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끔찍함이 떠오르니...

 

"이미 나는 그전의 수사에서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했었던전과가 있었다. 포르노 동영상이라는 눈에 보이는 자극적인 증거에만 몰두해 정작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지인을 곁에 두었는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고 있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의 선입견은 모두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한때 세상에 존재했던 은애라는 여자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도록하자."(159)

 

사실 상처,라는 제목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 문장을 읽으며 왜 상처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언제나 성과 관련된 범죄에서 가해자가 처벌을 받아야하는데 사회에서는 오히려 피해자가 매장당하고 2차 피해까지 받게 되는 것이 현실임을 생각한다면 한때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 과정을 없애버리거나 그 과정을 단죄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젊었을 때는 누구나 잘못을 해. 그 잘못을 통해서 성장하는 거고.....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고 잘 살았겠지"(290)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지만 그걸 다 풀어놓고 싶지는 않다. 내가 많은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그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어설프게 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몸에, 누군가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흉터를 남긴다"라는 문장을 다시 되내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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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는 그전의 수사에서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했었던전과가 있었다. 포르노 동영상이라는 눈에 보이는 자극적인증거에만 몰두해 정작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지인을 곁에 두었는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고 있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동안의 선입견은 모두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한때 세상에 존재했던 은애라는 여자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도록하자.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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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
조성관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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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자주, 많이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쉽게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실제로 여행을 가는 것이 안되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방구석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나 역시 방구석 여행의 한 방편으로 여행서를 찾기 시작했다. 아니, 물론 예전에도 여행 에세이는 많이 읽었지만 '언젠가 유럽'은 말 그대로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여행을 갈 수 있으리라는 미래의 희망을 갖고 펜과 노트를 준비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그런 책은 아니었다. 유럽의 멋진 풍경이나 건축물같은 문화유산만 생각했었는데 그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을 찾아 떠나는 여행서가 아니었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이제 진리처럼 되어버렸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의 6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각 도시에서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이야기로 시작하여 그 도시가 갖는 역사적인 의의와 시대,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들이어서 다만 상상으로 유럽의 도시를 걸어본다. 오래 전 예술가들과 지성인들이 거닐었던 거리를 걸어보는 느낌은 어떨까.

특히 베를린에서의 느낌은 다를 것 같다. 책이나 방송을 통해서만 봤던 홀로코스트의 기념물 기둥을 돌아보는 느낌은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던 천사의 시선과 많이 다를까 싶기도 하고.

언젠가 런던에 가면 베이커 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파리에 가면 예술가들이 드나들었다는 까페에서 차 한잔을 마셔볼 생각은 해봤지만 정작 그들의 사상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정말 느리게 여행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오래전에 가족여행을 가면서 신부님을 통해 성지순례를 갔을 때 관광지보다는 성지를 둘러보며 단체여행이었다면 가보지 못했을 곳에서 천천히 순례자와 같은 마음으로 여행을 했었는데 그 기억이 정말 좋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문화예술 여행으로,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둘러보며 여행을 하기 위한 도움책으로 좋은 책이다. -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하는 만큼 여행전에 더 많은 것을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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