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세계사 3 : 서양 미술편 - 알고 나면 꼭 써먹고 싶어지는 역사 잡학 사전 B급 세계사 3
피지영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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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면 꼭 '써먹고 싶어지는' 역사잡학사전 B급 세계사 세번째 이야기 '서양미술편'이다. 제목에서부터 비급 세계사임을 표방하고 있는데 일반 상식이면서도 뭔가 좀 톡 튀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대화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이야기지만 흥미를 갖고 대화를 끌어갈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이 담겨있다. 더구나 미술을 좋아한다면 - 아니, 그렇다면 좀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도 하고 그림 도판도 깔끔하게 담겨있어서 좋았다. 


풍경화가 안토니오 카날레토의 이름은 낯설지만 근대유럽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그랜드투어 - 그냥 쉽게 유럽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행다녀 온 인증을 그림으로 한다는 것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말로 합성사진처럼 배경사진을 미리 다 그려놓고 인물의 모습만 바꿔그리는 것으로 엄청난 제작주문을 받았다고 하니 그는 화가라기보다는 사업가로서 더 유능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이처럼 역사적 시대배경과 그림과의 관련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브뤼헬의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유독 그림의 주제에 따른 주인공은 구석에 위치해있고 당대 사람들의 모습이 더 정교하게 묘사되어있음으로 인해 미시사 역사 연구에 아주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에피소드를 말하기도 한다. 다른 책들을 통해 알고 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지만 서양미술의 예술적인 관점으로서만이 아니라 그림이 표현해내는 여러가지의 느낌들을 다양하게 바라보게 해 주고 있다.


때로는 제목 자체에 너무 흥미를 끌기 위한 과장이 있다는 느낌도 받곤 하지만 - 유명한 미술관에 걸려있는 고흐의 해바라기가 복제품이라거나 아동성추행범, 벽지보다 못한 미술작품, 짝다리를 짚어야... 같은 소제목들은 처음 접했을 때 이게 뭔가 싶지만 글을 읽다보면 아무리 B급을 표방하더라도 좀 자극적인 제목을 넣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것 역시 가볍게 글을 읽어보기에는 흥미로울 수 있고 그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쏠리게 만들 수 있는 자극이 될수도 있는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고흐의 해바라기 복제품은 '레플리카'라고 칭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모조품이 아니라 고흐가 자신의 그림을 모방하여 또 다른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한다고 한다. 고흐가 밀레의 그림이나 우키요에를 복제하여 그렸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솔직히 자신의 해바라기 그림을 보면서 또 다른 해바라기를 완성했다는 것을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고 있어도 복제품이라기보다는 그냥 고흐의 해바라기일뿐인지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따라 관심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루벤스가 그렸다는 한복을 입은 남자의 초상인데, 이 그림이 경매에 나온 것이 1983년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오래전에 알려진 그림이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은데 언급하는 정도로 끝이 나 좀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루벤스의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기적'이란 그림에 나온 조선복식의 남자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어쩌면 앞으로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그림이나 자료가 나오면서 서양 역사 속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가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보게 되기도 한다.


"미술 왕초보 대환영"이라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미술에 대해, 미술사에 대해,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으니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미술과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욱 좋은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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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글냥글 책방 - 책 팔아 고양이 모시고 삽니다
김화수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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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는 책 팔아 버는 돈으로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집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책방'에 더 집중을 하고 있어서 이 책이 조금 아쉽다. 책 파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이야기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건 핑계일뿐이고 정말 아쉬운 것은 딱 하나다. 왜 모시고 사는 고양이님들의 사진이 하나도 없는 것인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사람은 현재를 산다. 햇빛이 드는 창가에 누워 곤히 잠든 고양이를 지켜보는 순간, 누워서 책을 읽는 내 곁으로 토독토독 달려오는 고양이의 발소리를 듣는 순간,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을 때 갸르릉하는 소리로 화답받는 순간, 서로 두 눈을 마주보고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순간, 그 모든 순간에 집중하며 아무런 기대 없이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261)


책을 읽는 동안에도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이 - 아니, 사실 나는 고양이를 보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가까이에서 만지거나 고양이들이 달려와 엉겨붙는 것은 무서워한다. 그래서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과는 늘 대치상태로 가만히 선 자세로 눈싸움을 하듯이 바라본다. 언젠가 눈을 깜빡이는 것이 고양이식 인사라는 글을 읽고 이제는 가만히 쳐다보며 엄청나게 눈을 깜빡거리는데 내 기분탓인가, 가끔 어이없는 표정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고양이들의 뒷모습만 보게 될 때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집 마당을 거쳐가는 고양이들이 생각나서 좀 흥미로웠다. 대부분 고양이도로라도 된 것처럼 현관앞을 여유롭게 지나치는 고양이들인데 여름철에 문을 열어두면 힐끔거리며 지나치는 녀석들도 있고 이번 여름에는 방충망에 매달려 야옹거리며 긁어대다가 앞으로 다가가면 도망가는 녀석도 생겼다. 그리고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문을 나서는데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저 앞에서 강아지마냥 앉아서 나를 - 내 생각에는 내가 아니라 내 손에 든 음식물통을 - 쳐다보고 있는것이다. 스트로폼 박스에 넣어서 파헤치지 못하게 막아둬도 다 헤짚어놓고 기어이 꽁꽁 싸매어놓은 닭뼈를 끄집어 내기도 하고 한밤중에 소름끼치는 아이울음소리같은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작년에는 마당에 휠체어를 둔 곳이 따뜻하고 박스들이 놓여있어 좋아보였는지 새끼고양이들을 그곳에서 키운 녀석때문에 한밤중에 박스를 벅벅 긁어대는 소리에 한동안 도둑일까봐 놀랬던 기억도 있다. 

마당이 있는 공간에서 길냥이들에게 사료를 주고, 외출냥을 위해 마당을 산책하기도 하는 이야기들이, 고양이를 키우지도 않는 내 경험과 비슷한 것이 너무 많아 사실 좀 놀랍기도 하고 새롭게 고양이들의 습성을 배우기도 하면서 글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며 사랑을 쏟고 아픈 반려동물을 위한 치료비 등의 어마어마한 비용 역시 생각이상으로 많이 드는데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서 반려동물을 키울때는 심사숙고해야한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가끔 반려묘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그와 같은 품종의 똑같은 생김새를 가진 고양이를 구입하려고 했던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까지 풀어놓으며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과 상황들을 통해 처음으로 이별을 겪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읽을때도 좋았다. 

고양이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냥 한 가족의 삶의 모습을 그려낸 글이라고 해도 좋은 것 같다. 책방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 기대했는데, 기대와 다르지만 어쩌면 또 그래서 더 좋았던 책이었다. 냥이들의 사진이 없는 것 빼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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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1-10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 넘나 귀욤귀욤~~

chika 2021-11-11 11:30   좋아요 2 | URL
그림도 귀여운데 실물사진은 또 얼마나 귀여울까 싶습니다! ^^

쎄인트 2021-12-09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chika 2021-12-10 06: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thkang1001 2021-12-09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hika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chika 2021-12-10 06:1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 2021-12-09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chika 2021-12-10 06:1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새파랑 2021-12-10 0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hika님 저도 축하드려요 ^^

chika 2021-12-10 06:20   좋아요 1 | URL
아이쿠, 고맙습니다 ^^

잭와일드 2021-12-09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chika 2021-12-10 06:2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내 인생에서 가장 무기력했을 때 고양이를 만났고 나의 쓸모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이후 고양이는 내 삶의 완충지대가 되어갔다. 거칠거칠 뾰족뾰족해지고 싶을 때 고양이를 바라보면 나도르게 보들보들 말랑말랑해져 버렸다. 삶이 훨씬 부드럽고 순해지면서 세상을 향한 나의 마음 또한 너그러워졌다. 259
- P259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사람은 현재를 산다. 햇빛이 드는 창가에 누워 곤히 잠든 고양이를 지켜보는 순간, 누워서 책을 읽는 내 곁으로 토독토독 달려오는 고양이의 발소리를 듣는 순간,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을 때 갸르릉하는 소리로 화답받는 순간, 서로 두 눈을 마주보고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순간. 그 모든 순간에 집중하며 아무런 기대 없이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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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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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장 감독관들에게 나무들이 나이가 많아 시신을 발견하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물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세상을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구나."(186)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는 법의식물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로 근무하면서 경찰에 협조하며 식물을 통해 범죄현장을 조사하거나 시신이 유기된 장소를 찾는 일을 한다. - 물론 현재는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지 않고 전문법의식물학자로서 강연 등을 하며 지낸다고하지만.

망자를 기억하고 망자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구체적인 범죄사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식물학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고 있다. 아니 저자의 전문 영역이 아닌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구체적인 방식을 이해할수는 없지만 나무를 잘라내어 대패질을 한 대패날의 불규칙성과 목재의 불규칙한 면이 일치하여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는 - 내가 이해한바로는 이런 내용이었는데, 이런 내용들은 과정의 과학적인 합리성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결과로 넘어가는 결론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놀랍기만 하다. 

"나무는 그 안에 역사를 기록하죠. 매년 있었던 폭풍, 가뭄, 홍수의 흔적은 물론이고 사람이 손을 댄 흔적들도 모두 충실하게 보존합니다. 나무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나무를 위조하거나 만들어 낼 수는 없죠"(118)


저자가 경험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파트너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여성의 경우 첫번째는 합의하에 행위가 이뤄졌기에 DNA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두번째는 폭행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숲속으로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꽃가루와 균류포자의 증거제출로 가해자의 자백을 받은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과학수사는 날로 진화되고 발전하고 있으며 법의식물학 역시 오랜 시간동안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패의 경험은 남는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실패,라는 것은 망자의 시신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식물의 생장을 통해 수사상 시신이 유기된 장소라 판단이 되어도 그곳의 식물이 훼손된 적이 없다면 그곳에서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의미가 되며 범죄자의 자백으로 역시나 시신이 유기된 곳은 그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것은 법의식물학자로서의 증명일뿐 시신을 못찾는다는 것은 역시나 안타까운 일인것이다. 


영국의 디지털 기록보관소는 없으며 전통방식으로 식물 표본실을 이용해 식물 조각을 식별한다고 하는데 영국의 식물표본 보관의 현실과 예산의 문제 등등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다. 문득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지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식물 표본을 단지 나뭇잎 말린 조각 정도로만 이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조금은 뜨끔해지기도 하고.

아무튼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는 범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법의환경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여러 의미에서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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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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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이름 피라네시는 18세기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 조반니 바티스타 피라네시에서 따온 듯하다. 그는 16점으로 구성된 '감옥'을 판화로 발표했다고 하는데 지하에 있는 이 감옥들을 보면 계단과 기계장치가 두드러진다. 감옥이라서 그런지 좀 무시무시해 보이는 공간이다"(354)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 '피라네시'라는 이름의 의미였는데 책의 말미에 옮긴이의 설명이 있다. 아마도 피라네시의 의미를 먼저 알았다면 이 소설에서 말하는 '세계'를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피라네시는 '집'에 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집'이 아니라 신의 존재라거나 살아있는 유기체같은 느낌의 '집'을 의미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집은 신전처럼 조각상이 세워져있고 기둥과 홀이 있으며 그 공간 구성을 알 수 없을만큼 복잡한 미로로 구성되어있다. 세상 종말의 느낌처럼 살아있는 것은 피라네시와 죽어서 뼈가 되어버린 13명과 나머지 사람, 그리고 피라네시와 나머지 사람을 위협하는 악의 존재 16이 있다. 물론 16의 존재는 실존으로 마주친 것이 아니라 그저 말로만 들었을뿐이지만.

또한 집이라 불리는 신전은 때로 홍수로 물이 넘쳐나기도 하며 바닥에는 바닷물이 흐르고 있어서 해조나 물고기로 식량을 조달한다. 

피라네시는 날마다 기록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날짜가 아니라 알바트로스가 미로로 들어온 날부터 시작하여 첫째날, 둘째날...식으로 기록이 넘어가고 있어서 도무지 어느 시대쯤의 이야기인지 짐작하기도 힘들다. 


이렇게 피라네시의 이야기는 문명이 있었으나 먼 미래의 어느 날 바다가 육지를 뒤덮고 세상은 그렇게 달라져있다...는 전제로 시작되는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며 글을 읽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흐름으로 꺾여버린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버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는 건 바로 그런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피곤하지 않았다면 밤을 새며 읽었겠지만 졸면서 읽으려니 내용이 뒤섞이는 느낌이라 아침에 일어나면서 바로 책을 펼쳐들었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전체 흐름이 파악되는 구조지만 그걸 깨닫게 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던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피라네시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게 되는 순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는다면 미로의 구조는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며 이 소설은 훨씬 더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굳이 말하자면 재난 영화가 아니라 한편의 스릴러를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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