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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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 책의 제목만으로도 뭔가 구수한 내음과 왁자지껄 어수선한 삶의 모습이 느껴지는 듯 하다. 이 책을 읽어보려고 책상 위에 두었을 때 누군가 내게 '참으로 뒷골목 같은 변방을 좋아하시는군요'라는 말을 했었다.

물론 내가 중심부를 좋아하기보다는 변방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두서넛의 세대를 넘어선 그 시절의 이야기가 참으로 나의 빈약한 상상을 초월하는구나..라는 거였다. 또한 역사의 흐름은 언제나 그 시대를 내세우는 영웅을 향하여 흐르고 우리는 단지 그것만을 배워왔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눈부신 하이얀 운동화가 눈길을 잡아끌 때에도 물론 때국물 흐르는 맨발도 있었을 것이고, 형형색색 찬란한 칼라 TV가 있을 때 역시 지직 거리는 흑백 TV를 모여서 보던 어느 뒷골목의 마당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것을 알면서도 어찌 허준만을 떠올리고 어사 박문수만을 떠올리고는 했었는지...

사실 변방이라는 표현을 하기는 했지만 역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같은 우리들의 뒷골목 풍경에서 시작되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왕조사 중심의 역사 교육에서 점차로 민중사 중심의 역사교육으로 이행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처럼 적나라한 생활 이야기는 여전히 낯설다. 아, 낯설다고 하는 것이 다 안좋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상상초월의 낯설음이 사라지기 위해 뒷골목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보는 낯설음은 상당히 흥미진진한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조선의 뒷골목 풍경에 대한 그 남은 이야기들을 또다시 기다리게 되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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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기대보다 실망이 컸던 책인데...
 
선생님 우리 연극해요 살아있는 교육 8
김용심 지음 / 보리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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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호회의 게시글을 읽다가 우연히 이 책의 추천글을 읽었다. 어쩌면 그냥 지나쳐버렸을지도 몰랐을 그 글을 읽고 책을 읽기까지 하게 된 것은 그즈음 내가 다니는 성당의 아이들이 했던 연극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연극은 아주 성황리에 끝났다는 말을 들었고 관람의 기회를 놓친 나에게는 앵콜공연이라는 뜻하지 않은 기회로 관람의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 처음과는 달리 진지한 연극이 갑작스레 꽁뜨화되어버렸지만-대사를 까먹고 진지함이 결여된 무대 위에서는 사적인 감정표출이 디어버리고... 그래도 나름대로 감동적이었고 재미도 있었다. 그 연극을 보고 난 후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당연히 관심을 가질만하지 않았을까?

물론 나는 학교 선생님이 아니다. 성당에서 종교교육을 하는 교리선생님일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나가며 약간의 괴리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여러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쓰여져있기때문에 나에게도 아주 유용한 책이 된다.

어릴때부터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로 이어져있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수업의 극화 활용은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부모님들조차 아이들을 성당에 기꺼이 보내려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팽개쳐둘 수는 없는 것이다.

연극이라 하면 괜히 거창하고 전문적인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이 책은 그러한 생각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해 낼 수 있으며, 아이들의 성장에 아주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음을 거짓없이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이미 익히 알고 있었던 맞벌이 부부가 두 아이를 잃은 사연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아이들의 그림이었다. 어느 신부님께서 그 이야기를 하시고 정태춘의 노래를 들려주었을 때 많은 분들이 눈문을 흘렸던 것처럼 아이들의 그림은 내게 또다시 그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하였다. 나 역시 그러해야하겠지만, 입시교육에만 찌들린 우리 아이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라도 많은 선생님들이 이러한 책을 읽고 지금의 현실에 맞게 극을 활용하고 실천하기 위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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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성혜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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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어보려 했을때엔 뭔지 모를 아주 유용한 정보가 담긴 책이려니..라는 막연한 지식의 책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을 쓴 사람은 자꾸만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다. 그래서 실망했냐고? 글쎄...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기에 실망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또 그와같은 이유때문에 이 책이 내게 많은 유용함을 주었고 '박물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였으니 기대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박물관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걸었는가, 라는 것이 아니라 내게 어떠한 말을 들려주고 있는가..이니까.

잘 알지 못했던 때에 우연히 파리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을 가게 되었을때, 모나리자가 있다는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때에도 위대한 작품을 정신없이 쳐다보는 그 와중에도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스케치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내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저 친구들 그림을 구경나온 것처럼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며 놀고 있는 꼬맹이들의 모습만큼이나....

그때 생각했던 것은 왜 우리에겐 이런 곳이 없을까, 미술관, 박물관을 친구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내 환경이 참으로 싫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우연한 여행기회에 또 다시 박물관에 가 보면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고 했고, 조카애가 흥미를 갖고 재밌어할 만한 이야기들을 담아 얘기를 해 주기도 했었다. 사실 일곱살 꼬맹이에게 위대한 화가의 그림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봤을 때,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닥 큰 감동이 밀려올 것 같지는 않았기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와는 또 다른 생각들이 밀려왔다. 내가 사는 이곳에도 소장품은 별거 없지만 국립박물관이 하나 있고, 민속자연사 박물관, 교육 박물관...민속촌도 있다.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고자 했을까. 단지 나와는 동떨어진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고만 지나친것은 아닌가....?

지금까지 나와는 상관없었던  별개의 전시장이 내게로 다가서는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박물관이 그에게 말을 거는대로 대화를 나누었듯이 나 또한 내 이야기를 갖고 박물관과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다. 나는 박물관에게 먼저 어떤 이야기를 건넬까...?

책의 뒤에 부록처럼 세계 여러곳의 박물관 홈페이지 주소가 나와있다.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둘러볼 생각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의 숨결을 느껴보기 위해 가방을 둘러메고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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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르세 미술관에 모나리자 없는데...루브르 아닌가여? 전 오르새 미술관이 개인적으로 더 좋았는데..

chika 2004-05-0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리뷰 써볼까.. 생각났을 때 마구 자판을 두들기는 편이라 생각없이 타이핑 되는게 있네요~ ^^
저도 오르세 미술관이 좋았던 거 같아요... 익숙한 그림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그곳이 덜 붐볐거던요~ ㅋㅋ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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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에코의 책은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데... 그런데 왜 자꾸 나는 그의 책을 사려고 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의 원제는 '거짓말과 아이러니 사이'라고 한다. 아, 기호학자다운 이름짓기구나.. 생각하면서도 솔직히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모르고, 역자의 말처럼 텍스트 분석의 대상이 되는 원작품과 그에 간련된 글들은 접하기도 어렵고 솔직히 그런 것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그런데 왜 난 이책을 읽었지?, 라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을 100%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기엔 또 역시 뭔가 껄끄럽다....그러면 이해한 것이 뭐냐고? 그건...
음.. 에코가 말한 거짓말과 아이러니 사이..가 이걸 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지금 괜히 흉내니기 말장난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이 책을 다시 펴보게 되면 나는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다. 말도 안되는 리뷰를 쓰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사실, 이건 지독히 나 자신만을 위한 독서후기일뿐이기에 .....
에코의 책에는 텍스트의 애매모호함에 대한 허를 찌르는 유머가 들어있는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말이지. 이런걸 아이러니..라고 하던가? 자꾸만 에코의 책은 내 수준을 넘어서는 어려운 것이기에 다시는 읽지 않는다, 하면서도 자꾸 그의 책에 습관처럼 손을 뻗치게 되는 것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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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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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가치는 멋있다고 표현될 수 있는 것 너머에 있다. 건축은 우리의 가치관을, 우리의 사고구조를 우리가 사는 방법을 통하여 보여주는 인간 정신의 표현이다>

책을 주욱~ 읽어나가고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다달은 맺음말이다.

웅장한 건물을 보면 웅장한가보다, 멋들어진 건물을 보면 멋있는건가 보다, 아 이건 아름다운 건물인가보다...아니 어쩌면 나는 건축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내린 평가의 말을 통해 건물을 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의 책들은 역사적 가치나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건물들에 대해 서술한것이 많기에 우리의 일상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건물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이 맘에 들기 시작했다.

또한 이 책은 건축물이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감상을 위한 예술품도 아니며, 생활에 필요한 공간만을 만들어내는 경제적 구조물도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는 것으로도 내게는 무척 가치있는 책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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