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구판절판


"마음이 놓여-. 그렇게- 자연의 엄청난 힘을 보고 있으면. 나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하찮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니까. 나는 이따금 내가 무척 대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뭐든 알 수 있으니까. 스스로 선택받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정말 싫은데."

-325쪽

"마음속에 잔뜩 숨겨져 있는 원석 말이야. 그 사람의 마음을 이루고 있는 원석. 그것만으로는 완전하지 않지. 그 사람이 그것을 꺼내 갈고닦지 않으면....... 이젠 갈고 닦거나 꺼낼 일도 없어진 원석이었던 거야"
"때문에 섣불리 과거를 들춰내거나 하면 오히려 그 사람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걸 깨닫게 된 거지"(327)

-327쪽

<농아들에게 수화를 가르치죠. 미도리 유치원은 그런 아이들을 정상인 아이들과 함께 가르칩니다. 아주 드문 일이죠>

사실 '정상'이라는 말은 마땅치 않은 표현이다. 정신이 썩은 인간이라도 사지만 멀쩡하면 '정상'이라는 얘기니까
-349쪽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어쩌면 우리는 정말로 자기 자신 안에 용을 한마리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춘, 신비한 모습의 용을 말이죠. 그 용은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함부로 움직이거나, 병들어 있거나 하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용을 믿고, 기도하는 것 정도가 아닐까요? 부디 나를 지켜주세요,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기를, 내게 무서운 재앙이 닥치지 않게 되기를, 하면서요. 그리고 일단 그 용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리는 게 고작이겠죠. 하지만 역시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가 없는거죠."
-388쪽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러기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닐까? 마음이 편치는 않은 일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밤중에 혼자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분명히"-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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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6-0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과 비현실, 합리와 불합리는 아주 잘 어우러진 형태로 공존한다. 영원히 교차할 일이 없는 철길과도 같다. 우리는 그 양쪽에 바퀴를 얹고 달리고 있다. 그래서 철저하게 현실적이어야 할 정치가가 무당에게 점을 보거나, 현실을 초월해야 할 종교가가 세금을 안 내려고 머리를 쥐어짠다. 인텔리전트 빌딩을 지으면서도 심각한 얼굴로 고사를 지낸다. 합리의 레일 쪽으로 너무 기울어지면 냉혈한이 되고, 불합리의 레일로 기울어지면 광신도가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어느 지점에선가 탈선하게 되어 있다.(72-73)

생각할거리가 많았던 책이다.

물만두 2006-06-0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니까~

비로그인 2006-06-0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말씀에 한표~!
 
안녕, 오즈
요헨 틸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을 통한 성장''이라는 오랜 주제를 재치있게 변주한 코믹청춘소설, 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그리고 왜 ''오즈''로의 여행인지도.

스무살 청춘 루카스가 오즈로 향한 한달동안의 여행은 아주 오래전에 스무살 청춘을 보내버린 내게도 이상한 설레임을 준다. 혼자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절대로 꿈꿀 수 없는 내겐 루카스의 모든 행동이 하나의 지침처럼 심각하게 느껴져버렸다. 그래서 더욱 공감을 느끼며, ''그래. 줄을 서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계속 되내이고.. 실수하지 않도록. 실수하지 않도록...'' 그러다 당황하면 ''목을 맬지도!''라는 심정으로 뛰어나가는 루카스의 그림자를 봐야만했다. 그런데 웃긴건 그런 모습에 민망한 느낌을 가질 줄 알았는데 은근히 재밌어하며 오히려 루카스의 돌발 행동을 기다리고 있게 된다는 것이다. 뭔가 심각해지는 분위기는 물론 '루카스의 이야기가 혹시 내 얘기?'라는 생각때문이었을 것이고 그건 책을 읽는 동안 '내 얘기가 맞구나!'라는 확신으로 변하면서 재밌고 신나는 분위기로 바뀌어 버린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이 책을 읽어보면 다~ 알게 된다.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 보게 된 새로운 경험, 영어로는 이른바 ''experience''로 가득한 열시간. 머릿속으로는 줄곧 모든 것을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본문 21쪽)
처음은 그런거였다. 우리의 소심쟁이 루카스는 온통 생각을 집중하고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도 막상 상황을 접하면 모든게 엉망으로 되어버리고 도망쳐버리는.

그래서 루카스는 오즈를 떠나버리기로 결심한다. 오즈를 떠나면 끝인데.
스무살, 아직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소심쟁이 루카스의 좌충우돌 오즈 여행기가 이것으로 끝? 설마 그럴리가 있겠는가. 첫여행을 통한 루카스의 ''experience''를 보며 슬며시 미소짓다가 ''돌아갈꺼야!''라는 외침에 설마...하며 멈칫하다가 바로 뒤에 이어지는 ''끝아님!''이라는 외침에 역시... 하면서도 안심하게 된다.
그래, 루카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거야...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계속 소심하게 머뭇거리는 루카스가 한편으로는 우당탕 거리는 개구쟁이처럼 느껴졌다. 비행기 안의 화장실 물 내리기를 하며 ''돌비 스테레오 음질의 미사일 발사''를 하는 모습, 음...음...하다 뛰어나가버리고는 밥 대신 담배를 태우는 모습,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주류판매점을 습격하듯 달려들어 Four-X를 훔쳐오는 양 사들고 뛰쳐나오는 모습들 때문이다.


루카스가 오즈에서 도로시를 만나고 어떻게 오즈를 탈출하게 되는지는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말해주지 않을 작정이다. 아, 그런데 오즈를 떠나 집으로 가는 방법은 다들 알고 있네? 발 뒤꿈치를 탁, 탁, 탁 세번 치면 되는거잖아. 뭐.. 그렇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언제 발 뒤축을 세번 맞부딪쳐야 하는지는 이 책을 읽어야 알 수 있을걸? 궁금하신 분들은 루카스를 따라 오즈를 여행해보시기를. 오즈로 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뱀다리. 번역이 참 깔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독어도 모르고 원작의 느낌도 모르면서 이런 얘길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깔끔한 문장과 대화를 읽다보면 책의 경쾌한 문체,가 느껴지기때문에 번역하신 분의 멋진 우리말 옮김에 대해 칭찬해드리고 싶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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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
황의웅 지음 / 시공사 / 1998년 12월
품절


제목이 썩 마음에 안들어서 책 읽기를 미루고 미뤘었는데 결국은 읽었다. 작가가 언급한 7명의 감독 사진.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데자키 오사무, 오시이 마모루, 오토모 카츠히로, 카와지리 요시아키, 안노 히데아키.

7명의 감독은 모두 독특한 캐릭터와 주제를 가진 애니를 만들어냈다.

이 포토리뷰는 책의 구성을 슬며시 보여주는 것으로만 끝낼 생각이기때문에 전반적인 것을 보여주지 않고 미야자키 하야오만을 끄집어 내어 책 구성에 대해 알려 줄 생각이다. 사실... 겉표지 그림에서 저 위쪽에 동떨어진 토토로만 '사무라이'라는 이름과 좀 거리가 멀어보이지 않는가!

참, 중간에 간혹 감독의 콘티가 실려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야자키의 콘티는 없다. 그건 아마.. 도쿄의 지브리 박물관에 가서 직접 봐야 할 듯. ;;;

이 사진은 철완아톰의 콘티와 작업 중인 데자키 오사무.

꽤 괜찮은 삽화도 많이 들어가 있고, 간혹 감독과 애니에 얽힌 일화도 설명글로 소개되어 있다.

97년경, 그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고양이버스를 제작해 거리에 나타난 미야자키 팬에 대한 이야기.

미래소년 코난의 이미지 보드.

루팡 3세 시리즈 중 '카리오스트로의 성' 영화 포스터.

미야자키 히로인의 뿌리라 일컬어지는 보라빛 별의 공주.
진정한 의미로 미야자키 히로인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라나.
나우시카, 메이, 마리 허드슨, 키키.....

미야자키가 '아키츠 사부로'라는 펜네임으로 발표했던 '사막의 주민' 컷

작가는 감독의 표면적인 것 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사상과 의식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작품속에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 나름대로의 분석을 하고 알기쉽게, 정말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고 있다.

포토리뷰는 단면적인 부분만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은 그 몇배이상의 깊이와 값어치가 있다...

연대별로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끝에는 주요작품을 이미지와 함께 간략히 설명해주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2000년에 쇄를 거듭하기는 했지만, 작가가 이 글을 쓴 시점은 98년이라 그 이후의 작품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미야자키의 작품은 원령공주가 끝이다. 이 책이 나온지도 머잖아 십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또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어찌 변하였을까,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별볼일없어지진 않는다.
아니메를 잘 모르는 내가 읽기에도 무난하고, 아니메를 잘 아는 그 누군가 읽기에도 무난한 - 그러니까 쉽기도 하면서 깊이가 있는 책이기때문에 지금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무...물론 이것으로 만족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이야기책이 나온다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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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6-05-28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인의 사무라이라길래 @,,@ 뭔가 해서 들어왔더니, 원색도판이 많아서 읽기에 즐거울 것 같아요. 전 애니는 잘 모르지만 짱구하고 이누야샤는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참,, 우리애가 치카님 서재 이미지를 보더니 "루피"라고 가르쳐 주던데요.^^;;

chika 2006-05-2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루피는 TV에서도 방영되고 그래서 아이들이 잘 알것같아요. '원피스'라는 만화의 주인공이지요^^
 
안녕, 오즈
요헨 틸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5월
절판


나도 내 안에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도 꼭 떨쳐버리고 싶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지독한 수줍음!-18쪽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예전부터 낯선 사람들을 대할 때면 이처럼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나 자신에 신물이 나서 뭔가 꼭 조치를 취하고 싶다. 이상한 건 예전에 다니던 중고등학교나 지금 다니는 대학교에서 어떤 공적인 일을 할 때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해야 하니까, 피할 길이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에 부대낄 수밖에 없고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아주 멀리 가버리자고 결심한 것이다. 나는 사자 머리를 한 양철 허수아비다. 그러니까 오즈로 가야한다.-19-20쪽

나는 이름을 야자수에 새기거나 화장실 벽에 쓰지도 못했다. 멍청한 짓이란 건 알지만 뭔가를 남기고 싶다. 남들 보라고 하는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케언스에서 여행을 '첫 경험' 하면서 잃어버린 나의 '여행 순결'을 기념하기 위해서. 물론 그것과의 이별을 슬퍼하진 않을 것이다. 잃어버릴 순결은 아직 얼마든지 있으니까. 순결을 용기만큼이나 쉽게 잃어버릴 수 있다면 내 문제는 반으로 줄었을 텐데. 순결은 무지다. 그리고 나는 무식한 채로 죽고 싶지 않다.-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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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5-2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오즈.
'여행을 통한 성장'이라는 오랜 주제를 재치있게 변주한 코믹청춘소설, 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그리고 왜 '오즈'로의 여행인지도.
안녕, 오즈.... 상큼, 은 아니고 다른 표현이...하며 책을 봤는데 '경쾌한 문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정말 소심쟁이, 수줍음쟁이 루카스의 오즈 여행기는 깔끔하고 경쾌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번역표현이 정말 맘에 든다. 독어도 모르고 원작의 느낌도 모르면서 이런 얘길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깔끔한 문장과 대화를 읽다보면 책의 경쾌한 문체,가 느껴지기때문에 번역하신 분이 꼼꼼히 잘 옮겼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 쓰다보니 책에 대한 느낌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네. 댓글로 쓰기엔 길고 리뷰로 쓰기엔 짧은. ;;;;;

해적오리 2006-05-2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야하지?

chika 2006-05-2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정말 야한거면 사립학교 아이들은 포르노 ㅜㅡ,,,,,, /꾸웩!

해적오리 2006-05-24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읽은 야한 책이어신디...
나의 기준이 넘 엄격한가?
헌디 언니는 영성 서적만 읽을 거 닮은디 책 읽는 종류가 꽤 다양해얘..

chika 2006-05-2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티서 잡식성을 빼면 남는게 없댄허난~ ;;;;

산사춘 2006-05-2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기열라에서 책이 또 나왔군요! 무엇보다도 야하다니 더 끌리는구만요.

chika 2006-05-2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꼭 읽고 리뷰 올려주세요! 아주 멋진 리뷰가 나올 것 같아요 ^^
 
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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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세상,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있지만 현실감있게 느껴보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게 했다.
나는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고 지금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학생이었던 때, 박노해 시인의 ''이불을 꿰매며''라는 시를 읽고 뭔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가졌었다. 노동자로 살아가며 온갖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고 노동자의 해방을 위해 싸웠지만 결국 집안에서는 자신 역시 가부장으로서 아내의 노동을 당연시 여기고 있었음을 반성하며 한땀 한땀 각성의 바늘을 찌르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내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의 희생이라는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몇년 전, 한때 논란이 심했던 빈민체험에서 한 체험자가 밥값도 없는 상황에서의 사치품 구입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을때. 나 역시 순간적으로 먹고 살 돈도 없는데 왠 사치품을? 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생계만을 유지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은 사치품이 되어 누릴 수 있는 사람이 구분되어지는 것이었단 말인가?

대한민국인권의 현주소라는 부제가 붙은 ''길에서 만난 세상''은 나를 다시 한번 더 부끄럽게 하였다. 나는 정말 먹먹하고 서글픈 세상에 놀랬지만, 그 이상으로 나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했다.
어떤 어려움과 슬픔, 괴로움과 고달픔이 있어도,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라고 여겨왔었는데 그것은 내가 배부르고 사치를 누리고 있으면서, ''힘들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거야''라는 입발린 소리만 하고 있던 것임을 깨달으며 반성한다. 내가 사는 세상, 이 아닌 ''그들''의 세상을 향해 진정한 이해와 사랑은 없이 그저 잘될꺼야, 만 되내이고 있는 바보로봇이었음을 반성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뭔가 바뀌는 것이 있을까. 나는 정말 싫다.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다운가''라고 자조하게 되는 이런 책을 읽는 것이 힘들다. 거짓이어도 한가닥 희망을 잡고 살아갈 수 있는 감상적인 내가 훨씬 나았을지 모른다는 생각 역시 배부른 녀석의 헛소리, 가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이지 이런 책은 이제 더이상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것이 아니다. 이런 책을 읽지 않는다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외면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알고있다. 다행스럽게도 말이지. 그래서 나는 간절히 바란다.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싶지 않다, 는 마음보다 더 간절히 이런 아픈 세상이 빨리 사라지기를.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수 있기를. 그래서 희망을 버리고 절망스럽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일이 없기를.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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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5-2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을 꿰매며 오랫만에 들어보는 제목이네요. 저 역시 학생때였지요. 이 시를 처음 본게... 그 때 그 충격은 지금도 간혹 떠올려진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게 슬픈 현실이지요. 좋은 책 소개받고 갑니다.

반딧불,, 2006-05-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단락에 추천..백만개..

chika 2006-05-2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도 그 시에서 강한 느낌을 받으셨었군요? 왠지 반갑다는 생각도 들어버려요. ^^ (슬픈 현실이지만 바뀔 수 있다, 는 희망은 끝까지 갔으면 좋겠네요)

반딧불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