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즈
요헨 틸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을 통한 성장''이라는 오랜 주제를 재치있게 변주한 코믹청춘소설, 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그리고 왜 ''오즈''로의 여행인지도.

스무살 청춘 루카스가 오즈로 향한 한달동안의 여행은 아주 오래전에 스무살 청춘을 보내버린 내게도 이상한 설레임을 준다. 혼자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절대로 꿈꿀 수 없는 내겐 루카스의 모든 행동이 하나의 지침처럼 심각하게 느껴져버렸다. 그래서 더욱 공감을 느끼며, ''그래. 줄을 서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계속 되내이고.. 실수하지 않도록. 실수하지 않도록...'' 그러다 당황하면 ''목을 맬지도!''라는 심정으로 뛰어나가는 루카스의 그림자를 봐야만했다. 그런데 웃긴건 그런 모습에 민망한 느낌을 가질 줄 알았는데 은근히 재밌어하며 오히려 루카스의 돌발 행동을 기다리고 있게 된다는 것이다. 뭔가 심각해지는 분위기는 물론 '루카스의 이야기가 혹시 내 얘기?'라는 생각때문이었을 것이고 그건 책을 읽는 동안 '내 얘기가 맞구나!'라는 확신으로 변하면서 재밌고 신나는 분위기로 바뀌어 버린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이 책을 읽어보면 다~ 알게 된다.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 보게 된 새로운 경험, 영어로는 이른바 ''experience''로 가득한 열시간. 머릿속으로는 줄곧 모든 것을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본문 21쪽)
처음은 그런거였다. 우리의 소심쟁이 루카스는 온통 생각을 집중하고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도 막상 상황을 접하면 모든게 엉망으로 되어버리고 도망쳐버리는.

그래서 루카스는 오즈를 떠나버리기로 결심한다. 오즈를 떠나면 끝인데.
스무살, 아직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소심쟁이 루카스의 좌충우돌 오즈 여행기가 이것으로 끝? 설마 그럴리가 있겠는가. 첫여행을 통한 루카스의 ''experience''를 보며 슬며시 미소짓다가 ''돌아갈꺼야!''라는 외침에 설마...하며 멈칫하다가 바로 뒤에 이어지는 ''끝아님!''이라는 외침에 역시... 하면서도 안심하게 된다.
그래, 루카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거야...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계속 소심하게 머뭇거리는 루카스가 한편으로는 우당탕 거리는 개구쟁이처럼 느껴졌다. 비행기 안의 화장실 물 내리기를 하며 ''돌비 스테레오 음질의 미사일 발사''를 하는 모습, 음...음...하다 뛰어나가버리고는 밥 대신 담배를 태우는 모습,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주류판매점을 습격하듯 달려들어 Four-X를 훔쳐오는 양 사들고 뛰쳐나오는 모습들 때문이다.


루카스가 오즈에서 도로시를 만나고 어떻게 오즈를 탈출하게 되는지는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말해주지 않을 작정이다. 아, 그런데 오즈를 떠나 집으로 가는 방법은 다들 알고 있네? 발 뒤꿈치를 탁, 탁, 탁 세번 치면 되는거잖아. 뭐.. 그렇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언제 발 뒤축을 세번 맞부딪쳐야 하는지는 이 책을 읽어야 알 수 있을걸? 궁금하신 분들은 루카스를 따라 오즈를 여행해보시기를. 오즈로 가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뱀다리. 번역이 참 깔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독어도 모르고 원작의 느낌도 모르면서 이런 얘길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깔끔한 문장과 대화를 읽다보면 책의 경쾌한 문체,가 느껴지기때문에 번역하신 분의 멋진 우리말 옮김에 대해 칭찬해드리고 싶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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