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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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세상,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있지만 현실감있게 느껴보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게 했다.
나는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고 지금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학생이었던 때, 박노해 시인의 ''이불을 꿰매며''라는 시를 읽고 뭔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가졌었다. 노동자로 살아가며 온갖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고 노동자의 해방을 위해 싸웠지만 결국 집안에서는 자신 역시 가부장으로서 아내의 노동을 당연시 여기고 있었음을 반성하며 한땀 한땀 각성의 바늘을 찌르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내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의 희생이라는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몇년 전, 한때 논란이 심했던 빈민체험에서 한 체험자가 밥값도 없는 상황에서의 사치품 구입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을때. 나 역시 순간적으로 먹고 살 돈도 없는데 왠 사치품을? 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생계만을 유지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은 사치품이 되어 누릴 수 있는 사람이 구분되어지는 것이었단 말인가?

대한민국인권의 현주소라는 부제가 붙은 ''길에서 만난 세상''은 나를 다시 한번 더 부끄럽게 하였다. 나는 정말 먹먹하고 서글픈 세상에 놀랬지만, 그 이상으로 나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했다.
어떤 어려움과 슬픔, 괴로움과 고달픔이 있어도,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라고 여겨왔었는데 그것은 내가 배부르고 사치를 누리고 있으면서, ''힘들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거야''라는 입발린 소리만 하고 있던 것임을 깨달으며 반성한다. 내가 사는 세상, 이 아닌 ''그들''의 세상을 향해 진정한 이해와 사랑은 없이 그저 잘될꺼야, 만 되내이고 있는 바보로봇이었음을 반성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뭔가 바뀌는 것이 있을까. 나는 정말 싫다.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다운가''라고 자조하게 되는 이런 책을 읽는 것이 힘들다. 거짓이어도 한가닥 희망을 잡고 살아갈 수 있는 감상적인 내가 훨씬 나았을지 모른다는 생각 역시 배부른 녀석의 헛소리, 가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이지 이런 책은 이제 더이상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것이 아니다. 이런 책을 읽지 않는다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외면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알고있다. 다행스럽게도 말이지. 그래서 나는 간절히 바란다.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싶지 않다, 는 마음보다 더 간절히 이런 아픈 세상이 빨리 사라지기를.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수 있기를. 그래서 희망을 버리고 절망스럽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일이 없기를.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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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5-2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을 꿰매며 오랫만에 들어보는 제목이네요. 저 역시 학생때였지요. 이 시를 처음 본게... 그 때 그 충격은 지금도 간혹 떠올려진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게 슬픈 현실이지요. 좋은 책 소개받고 갑니다.

반딧불,, 2006-05-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단락에 추천..백만개..

chika 2006-05-2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도 그 시에서 강한 느낌을 받으셨었군요? 왠지 반갑다는 생각도 들어버려요. ^^ (슬픈 현실이지만 바뀔 수 있다, 는 희망은 끝까지 갔으면 좋겠네요)

반딧불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