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깨지는 날인것같아 기분이 안좋지만. 입다물고 있으면 본전이라도 찾는걸 괜히 말을 꺼내서 욕이나 먹게 되는 날인것같지만. 사제와 평신도의 차이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는 날이기때문에 깨지는건 당연한 결과라는 걸 떠올리며 그냥 까발려버리고 싶은. 또한번저지르고만다.내가.  

........ 글을 쓰다가 결국 지운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냥 가치가 없다는 걸 깨달은거다. 언급할 가치도 없고, 꽉 막혀있는 벽에다 대고 외치는 것도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으로 끝없이 부딪쳐보는 것인데 희망을 둘 수가 없다. 내가 교회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 건 그 가치를 헌신짝버리듯 버렸기때문이다. 

 

 

며칠 전 전태일열사의 사십주년 기념 책 '너는 나다'를 받았다. 그리고 같은 날,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발행한 빛두레의 강론글을 읽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에 대한 예의는 무엇일까.  

사제소득과 관련해 엄청난 말들이 많았고 또 엄청난 일들이 있었다. 과정이야 어떻든 그들은 하느님께 봉헌된 이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거룩함을 기대하지만... 하지만 중세교회만 타락한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제들의 사리사욕은 사라져본적이 없다,라는 생각을 확인하게 되었을뿐이다. 자신들의 소득이 연간 천만원도 아닌 백만원, 아니 크게 봐서 이백만원의 차이가 나게 줄어든다고 해도 그들의 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이백만원의 가치는 소득에 비례하다고 판단했을때. 그런데 그 줄어드는 금액을 갖고 문제삼는다. 사제생활 삼십년차가 넘는분이. 그분은 사제와 평신도를 비교하면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 비교하지 않을수가 있겠는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먹고자고싸고노는것. 다 똑같다. 그들은 성무활동을 한다고 한다면 그래 알겠다. 하지만 성무활동에는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 내가 간과하고 있었구나. 사제들은 청빈서원을 하지 않는다. 사리사욕을 채워도 되는거였다. 아니, 그건 상관하지 않는다. 인간적으로 그런 욕심이라는 것은 없애기가 쉽지 않다. 열사 전태일은 위대한 사람이었으니 별개다.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은. 자신의 것을 챙긴다면 그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시국미사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형제라고 생각해 미사 후 먹을 간식거리를 챙겨주는 엄청난 배려가 있는 반면, 자신들이 받아드는 한달 급여가 적은 것은 알면서도 그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교회업무종사자들에 대한 배려는 절대로 하지 못하는 이기심이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것을 언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깨졌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너는 나다,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습니까? 라는 물음은 나를 너무 부끄럽게하고 있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물음은 나를 아프게 한다. 욕심에 가득찬 나를 부끄럽게 하기만 할뿐, 그걸 사제들에게 되물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 있는 내가 아프다. 아니, 비겁하다.  

정말 비겁한건 이런것이다. 나는 여전히 직장을 다닐것이고, 주는 월급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누릴 것이다. 그리고 해야하는 일만 할 것이다. 해야하는 일도 하지 않는 자보다는 그나마 조금 낫다고 생각하고 마는 그런것들. 나는 비겁하게 세상을 살아가기로 하고 툭, 털어버리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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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들을때도 좋았는데, 역시 기사를 보니 책을 읽고싶어진다. 

 

 

 

출처 YES24 채널예스 | http://www.yes24.com/chyes/ChyesView.aspx?title=003004&cont=5183
 
[현장 취재][작가 강연회] 에드워드 권 “손님은 더 이상 왕이 아니다” -『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 에드워드 권
 
지난 9월13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열린, 예스24와 한겨레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책 이야기’.
『에드워드 권 에디스 카페』의 저자, 에드워드 권이 이날의 초대 손님.
셰프 에드워드가 독자들과 함께 레시피의 향연을 펼쳤다. 능수능란하게 좌중을 요리하는 셰프 에드워드와 그의 레시피에 조응하고 교감하는 동반자인 독자들.

자, 이날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이날, 폭풍강연이 작렬했고, 스타 셰프를 향한 반응도 불꽃박수와 폭죽함성, 그 자체였다. 이날 강연을 토대로, 약간의 소스를 버무려 기사를 재구성했다.


“당신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당신의 주방으로 들어선다.
하얀 셰프복을 입고 앞치마를 두르며 열정을 불태울 준비를 한다.
첫 번째 손님의 주문이 들어오면 이제 당신을 위한 시간이 시작된다.
1초 단위로 달라지는 맛을 눈과 코와 손끝으로 느끼며 당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간다.…
당신은 예술을 창조하는 요. 리. 사. 다.”(p.16)


그렇다. 나는 에드워드 권이다. 나는 요리사다. 나를 둘러싼 말도 많지만, 나는 내 요리로 평가받는 요리사다. 미국, 두바이 등 다른 나라에도 있어봤지만, 한국의 코스요리는 지나치게 비싼 감이 있다. 요리사는 분명 주방에서 예술을 창조하는 일이지만, 그 창조된 예술이 그렇게까지 비싸야할 이유는 없다.

2년여 전, 강남의 어느 레스토랑을 갔다. 코스요리가 1인분에 20만원이었다. 재료나 분위기를 따져 봐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러운 이 가격에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만한 만족도를 제공했다면 모르겠으나,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결심했다. 거품을 빼자.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요리를 제공하자.

‘에디스 카페’가 그렇고, ‘더 스파이스’가 그런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입맛에 거품이 껴선 안 된다. 가격 거품은 요리를 지나치게 높은 곳으로 올려다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이자 법관이었던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마.” 요리에, 입맛에 거품이 낀다면,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가 없다. 거품 낀 음식을 먹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없다. 거품이 실체를 가린다.

“에디스 카페는 좋은 식재료를 통해 주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곳이다. 신선하고 고급스런 서양요리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이 에디스 카페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다. 그리고 에드워드 권의 약속이다.”(p.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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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주고 싶어요
알리스 브리에르 아케 지음, 김현좌 옮김, 셀리아 쇼프레 그림 / 봄봄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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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주고 싶어요'라고 아주 작은 아이가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를 위한 아주 작은 아이의 사랑스러운 마음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아주 작은 아이는 엄마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엄마의 마음처럼 커다랗고 어둠속에서도 밝은 빛이 되어주며 엄마를 포근히 감싸 안아서 행복으로 가득 채워 줄 그런 아주 멋진 선물을요."

작은 아이는 그저 평범한 아이입니다. 작은 아이가 특별해서 엄마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찾는것은 아니지요.

작은 아이는 정말 아주 작은 아이지요?

그렇지만 사랑하는 엄마에게 가장 멋진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커다랗습니다.

그래서 어떤 선물을 드릴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저 멀리 하늘에 있는 달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작은 아이는 하늘의 달을 따기에는 너무나 작았고, 아빠와 친척들에게, 이웃들에게 하늘에 손이 닿을 수 있게 자신을 올려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들 모두는 기꺼이 작은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지만 작은 아이는 도움을 받은 모두와 달을 나눠줘야만 한다는 것에 화가 나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혼자 달을 차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떠난답니다. 그렇게 세계의 여러곳을 여행하며 다닌 작은 아이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작은 아이가 엄마에게 드린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작은아이를 도와주려고 한 이웃들의 마음은 어떤것이었을까요?

엄마가 기뻐한 작은아이의 선물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하나뿐인 엄마를 위한 사랑의 선물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봅니다.
이 책을 찬찬히 읽다보면 달보다도 더 빛나는 모두의 마음이 보입니다.
이 아름다운 색채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함께 보실래요?
놀라운 선물을 발견하시게 될 거예요,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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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한정판이 싫단말이야

 

 

 

 자켓사진은 역시 첫번째가 더 나아;;;;

 

내가 알라딘에서 상품광고문자를 수신하는 것으로 설정했던가,는 광고문자가 들어올때마다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날마다 잊고 지냈는데, 그건 일단 잠시 후 확인하기로 하고. 

어제 New를 붙인 jyj의 새편집앨범이 예약판매된다는 메시지가 왔다. 앨범 나오기 전에 들어본 노래가 좋아서 어쩔까 하다가 리믹스버전은 한정판에만 실리게 될 것이고 음원도 내지 않을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혹해서(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을 한 사람은 동방신기의 광팬이었구나, 싶다. 미리 알았더라면 한정판을 구입하려고 하지는 않았을터 ㅠ.ㅠ) 앨범 구매를 했더랬다. ....... 사실 노래말고 다른것들은 관심밖이어서(사...사진이라도 멋있었으면 그나마 위안이었겠지만 솔직히 그들의 사진은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단말이다 orz) 땅을 치며 한탄을 하다가 그냥 무한반복재생으로 음악이나 들었다. 

그런데말이다. 새로운 노래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반판에 리믹스 버전 두곡을 집어넣고 새편집앨범으로 내놨는데 그 가격이 또한 만만치않다. 앨범제작과 홍보에 들어간 비용을 빼고 이익금도 수억 남겨보겠다는 뜻일까? 

에쎔이 이들의 앨범제작을 방해하고 홍보도 방해하고 - 성균관스캔들의 OST 역시 국내제작이 어려웠다던가 머라나, 아무튼 그렇게 하는 대형기획사의 횡포도 만만찮고 그에 맞서는 이들의 고가의 음반판매도 역시 만만찮다.  

그래서 왜! 하며 음반을 다시 살펴보니... 그놈의 가사집이 문제다. 예전에는 음반의 가사집은 말 그대로 가사집일뿐이었는데 요즘은 앨범에 들어가는 포켓용 화보집에 가사가 끼어들어간 형태가 되었다. 얘네들의 이번 앨범 사진 맘에 안드는데 그거 빼고 음반값이나 좀 낮춰주면, 기꺼이 시디 한장 더 사줄 수 있는데. 넘버링한정판의 시디는 말 그대로 소장용이라고 생각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걸 끄집어 내어 다 해체한 다음 꼴랑 남게 된 시디 한장은 음반가게 쥔장에게 얻은 빈케이스에다 넣고 어디선가 다운받은 자켓사진을 질좋은 종이에 출력해서 하나 끼워놓기도 했지만, 이번에 나온 앨범에 새로운 노래 한두곡이라거나 그게 안되면 음반가격이라도 좀 낮췄더라면 정말 두고두고 들어보게 기꺼이 시디 한장 더 사줄 수 있는데.  

 

바빠서 왔다갔다하느라 글쓰는것도 쉽지 않지만 두시간넘에 이창을 닫지 못하는 미련은... 노래를 만드는 이들의 수고로움에 대한 가격을 매겨 좀 더 싸게!를 외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단지 월급쟁이인 소시민으로서 불법다운로드를 행하지 않고 좋은 노래는 음반을 사서 듣겠다는 작은 소망을 실현시킬 수 있게 해 달라는 뭐 그런 말이... 

 

그래도 뭐... 이들의 음반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은 추천하고 싶기도 하다. 이 앨범은 내 취향이니까말이다. 어, 말이 이상해. 내 취향인데 왜 타인에게 추천을?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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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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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교양과 상식으로 한국미술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과 미술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입문서'로 씌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 밑줄을 치며 공부하는 한국미술사가 아니라 소파에 기대어 편안히 독서할 수 있는 한국미술사에 더 중점을 두고 썼다는 이야기이다.
그말을 믿고 그닥 교양과 상식이 많지는 않지만 조금은 편하게 책을 펴들수 있었다. 하지만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읽는다면 빨리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과 달리 너무 오래 들고다녀서 이 묵직한 책의 제본이 뚝 반으로 갈라져버리지 않을까 싶은 괜한 걱정이 앞서기도 할만큼 진중하게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입문서라고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미술사의 이해에는 많은 예비지식이 필요한 것이며, 한국미술사의 통사通史이기 때문에 미술사관의 이해없이는 책을 술술 읽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렵기만 한것은 아니다. 깊이 들어갈 수 없다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즐기자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미술사를 기술하는 첫번째 책으로 한국의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와 발해까지의 미술사를 기술하고 있다.
학창시절에 국사시간에 듣는 여러이야기를 재밌어해서 국사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덕분에 친숙한 역사이야기와 역사적 유물들의 도판이 낯설지 않아 그나마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며 조금은 여유롭게 책장을 넘기며 즐거운 교양 강의를 듣는 듯 책읽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막상 한국미술사 강의에 대한 정리를 해 보려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진다. 역시 이 책은 강의록 정리노트가 아니라 도판그림을 보면서 유홍준교수의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직접 책을 읽어봐야한다는 말밖에는 할말이 없다.

'미술사의 입문서는 박물관 관람과 현장 답사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존의 미술사에서는 잘 다루지 않은 고고학 분야와 산성, 비석의 금석문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4)라는 말처럼 지금까지 내가 그리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읽었던 책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깊이있는 내용이 담겨있고 또한 풍부한 자료의 도판과 사진들이 있어 눈을 즐겁게 할뿐만 아니라 직접 박물관으로 찾아가거나 유물과 유적이 있는 곳으로 현장답사를 가보고 싶은 마음에 괜히 들떠버렸다. 생각해보면 이 책의 탄생배경에 대한 설명에서 한국미술사에 대한 책이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의 현실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었는데도 한국미술사 강의가 너무 신선하다고 흥분하고 있었으니 내가 책을 제대로 읽기는 한건가 싶지만. 

미술사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과 이해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평범한 일반인으로서 이 책을 읽는동안 나는 도판에 실려있는 각 작품들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저 멍하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청동기시대의 굽다리잔의 소박함이 좋고, 청동허리띠장식의 아름다움이 좋고 신라가야시대의 도기에서 손잡이 달린 잔은 지금 내가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머그컵보다 훨씬 더 세련미를 담고 있어 놀랍다. 무덤의 벽화나 금세공장식들 기와장식과 석탑, 그리고 불상들...이미 그 아름다움에 대해 놀라기는 했었지만 그 아름다움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난 후에는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물론 어쩔수없이 책의 도판만을 쳐다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직접 보기 위해 우선 박물관에라도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인지 혼자 책읽으면서도 개인소장,이라 설명되어있는 글을 읽는순간 박물관에 기증하세요!를 크게 외치기도 했다. 들리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귀면와 역시 삼국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고구려 귀면은 선이 굵고 인상이 강하며, 백제 귀면은 부드럽고 우아하다. 신라와 통일신라의 귀면은 화려한 자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미감의 차이는 도기, 불상 등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런 특징은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인물 무늬에도 나타난다. 미륵사터에서 출토된 인물무늬와당은 온화한 노인 모습이고, 신라의 인물무늬와당은 얼굴에 가는 미소가 살아있다. 
세계 문화사의 시각에서 보면 그 민족의 고유한 정서는 고대국가를 경험하면서 세련되어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고대국가를 거친 민족과 그렇지 않은 민족사이에는 민족적 정체성에 차이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고대국가를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세 나라로 경험했기 때문에 다양한 고전적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와당에서 명확히 보여주는 고구려의 강인함, 백제의 우아함, 신라의 화려함은 우리 역사 속에서 이룩한 한민족 고유의 고전적 미적 가치인 것이다." (233-235)  

우리의 미술사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의 내용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황룡사구층탑의 민족사적 시각에서 바라 본 의의에 대한 설명이 있다. 선덕여왕이 황룡사 구층탑을 세우면서 각 층마다 물리칠 대상을 열거하였는데 거기에는 고구려, 백제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삼국의 전쟁은 민족 안에서의 다툼이었다는 의식을 담고 있으며 신라의 통일은 민족사적 통일이었다는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것(280)이라는 설명은 건축물의 의의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역사인식과 사회, 문화, 종교를 통틀어 바라볼 수 있어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바라볼 수 있어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야 막 한국미술사 강의 첫째권을 끝냈는데 벌써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1년에 한 권씩, 3년동안 집필계획을 세웠는데 그걸 어찌 기다리나 싶어진다. 다음권이 나올때까지 나는 우리의 선사시대부터 삼국과 발해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미술사를 다시 읽어보며 그 시간을 좀 줄여봐야겠다. 그리고 미술사의 이해에는 많은 예비지식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미술사를 좀 더 깊이 이해해보기 위해 예비지식을 쌓는 시간으로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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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11-0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그림이 있는 책을 좋아하죠. 미술책도 좋아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 번도 깊이 있게 본 적이 없는 듯..
언제쯤 저는 여유있게 미술관의 어느 그림 앞에 오래동안 앉아 사색을 즐길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