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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눈에 띈다. 책을 읽는동안 조금씩 다나카 미호가 정말 무작정 헌책방을 하꺼야, 라며 시작한 헌책방은 대책없는 시작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자신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분명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느낌은 부제를 보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이 책에 고스란히 적혀있고 그것을 제대로 느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나카 미호가 헌책방을 하게 된 이유는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 헌책방을 하겠다고 선언을 하게 된 것도 학교를 졸업하고 다닌 직장이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는 곳이라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지고 있어 직장을 관두고 새롭게 헌책방을 하려고 했을 때 자본금이 적어서 그나마 가진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헌책방을 선택하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그걸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면 삼십여년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오래전에 일본의 헌책방은 어떤 느낌일까 싶어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면서 친구의 양해를 얻어 헌책방거리를 갔었다.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 이런 비유가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헌책이 아니라 희귀본 고서를 갖춰놓은 듯한 진중한 분위기에 서둘러 나오다가 입구 구석에 놓여있던 몇개의 음반 중에 발견한 지브리애니메이션의 가사가 있는 ost 음반을 구입하고 온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는 것이 헌책방에 대한 체험의 전부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나카 미호의 헌책방인 '벌레문고'는 그런 분위기의 헌책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관광지의 한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서점인지 소품점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은 가게 분위기가 있는데다가 - 저자가 이런 이야기는 여러번 하고 있다. 화장실을 찾는다거나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잠시 봐달라는 요청을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방문 이야기는 굳이 책방이라서라기보다는 자그마하게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들의 어려움을 느껴보게 하기도 한다. 뜻하지 않게 이전을 하게 되었을 때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 연락을 못한 경우가 많은데 그 지역이 아니라 명절에만 잠시 고향방문길에 들리던 손님에게 연락을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하는데 그분이 새로 이전한 벌레문고를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괜히 내 마음이 더 좋았다.
'나의 작은 헌책방'은 삼십여년간 - 지금도 문을 닫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생각하면 삼십년이 되는 것 같은데 그 시간동안 단순히 책을 사고 팔고 하는 가게의 의미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그마한 가게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싶어, 기왕에 세를 주고 벌레문고를 하고 있다면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작은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는 것은 다나카 미호가 늘 이웃과 함께 하는 책방주인이기 때문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인들의 소소한 소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정성이 들어간 작품들을 전시하는 전시회도 한다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벌레문고'는 지역의 문화를 이끌어가고 또 문화의 중심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막연하게 언젠가 이뤄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여전히 꿈만 꾸고 있고, 다나카 미호는 삼십여년간 벌레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당장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이제 현실적으로 노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할 때이다. 그 계획서에는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보다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런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삶을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