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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폭력 - 학교폭력 피해와 그 흔적의 나날들
이은혜 외 5명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은 폭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폭력을 당한 이들이 말하는 그 폭력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그랬을 것이다, 라는 소설이 아니라 실제했던 폭력을 끄집어 내어 글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지독하다, 라는 느낌이 들어 견디기 힘든 책이다. 실제로 잠시 멈추려다가 길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억지로 끝까지 갔다. 사실 이 책은 내게 현실적이지 않았다.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려볼 때 이런 폭력성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끈질기게 자신의 불행에 친구를 끌어들이며 폭력적 학대를 하다가 끝내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며 가해를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성인인 내게도 그건 힘든 일인데 십대의 나이에 그런 친구를 감당하는 것의 무게는 어느정도일지 가늠이 안된다.
이 책을 읽기 전, 정말 힘들다면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면 됐을텐데 왜? 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런데 학폭에 의해 아이를 먼저 보낸 엄마의 글을 읽고, 아이가 남긴 글을 읽으며 십대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협박과 위협의 두려움과 공포는 당해보지 않으면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섯개의 이야기중에 하나의 이야기만이 당사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절친이라 일컬어지는 친구의 구속과 폭력에 휘둘리거나 이유없이 왕따를 당하거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 가난의 굴레는 또 학교에서의 폭력에 노출이 되어버리고..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끔찍했지만 정말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가해자 학생들을 용서 해 달라는 당시 담임교사의 행동이었다. 어쩌면 방관자였을지도 모르는 주변인물이 어떻게 용서를 말할 수 있을까. 용서는 강요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다시 생각해봐도 답답하기만 하다. 이 끔찍한 폭력들이 왜 생겨났을까? 더 커다란 폭력으로 진행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폭력에 노출 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전혀 없었던 것일까?
그나마 이 책의 저자들은 그 모든 폭력을 견디어내고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권승민군을 빼면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말 그대로 견디어 낸 것이지 그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않겠는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그 누가 쉽게 잊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나마 이 글을 통해 이 책의 저자들이, 학교폭력에 희생된 이들이,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그 어떤 형태로든 위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래보게 된다.
여섯 개의 폭력을 여섯 개의 자책, 여섯 개의 외면, 여섯 개의 용기로 읽었다는 은유작가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남아있었고 책을 다 읽고난 후에는 그 의미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더 많은 말들이 남아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폭력은 있어서는 안되는 것임을 생각한다. 부디 가해자들은 어떤 사정과 상황이었든 자신들이 행한 일에 책임을 지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완전히 극복할수는 없겠지만 '네 잘못이 아님'을 알고 '무사히'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