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븐스 섀도우
데이비드 S. 고이어.마이클 캐섯 지음, 김혜연 옮김 / 청조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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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읽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꽤 컸다. 소설과 영화는 다르겠지만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의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이 소설을 읽으려고 하니 어떤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컸었나보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이런저런 신경써야 할 일들이 자꾸 책읽기의 흐름을 방해하더니 병원에서 졸면서 읽은 부분이 많은 분량이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이야기의 전개조차 이해가 되지 않아버렸다. 그래서 앞부분만 다시 읽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어느 일부분에 대한 이해가 안되더라도 일단 한번은 그냥 훑어보는 수준이 되더라도 읽어나가보자,라는 심정으로 책장을 앞으로만 넘겼다. 그랬더니 뒷부분으로 갈수록 가속이 붙기 시작하더니 금세 다 읽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진작에 집중해서 읽어보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대부분의 SF소설이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해븐스 섀도우는 독특하게도 시대 배경이 현재 -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5년정도 뒤가 되겠지만, 그만큼 가까운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이 출판된것은 2011년인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10년 이내에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상상력은 놀랍다. 아니, 그 내용에 있어서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미래'라는 설정이 놀랍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달 탐사를 준비하던 우주탐사팀은 지구에 근접한 천체, 네오(NEO: Near Earth Object)를 탐사하기로 프로젝트를 변경한다. 네오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연을 맡은 영화배우 키아누의 이름을 따 키아누라 불리는데, 그 키아누가 단순히 지구에 근접해 지나쳐가는 유성체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라는 이야기 전개가 이 소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점차 밝혀지는 키아누의 정체와 탐사팀의 활약이 그 뒤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더욱 궁금하게 하고있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의 전개에 가속이 붙어가다가 결말부분에 가서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어 괜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었다. 그런데 도서 정보를 보니 이 책 해븐스 섀도우는 해븐스 워와 해븐스 폴로 이어지는 시리즈인 듯 한데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지만 실상은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수도 있는데, 부활도 아니고 두번째의 생명이라는 발상은 왠지 좀비를 떠올리게 해서 그리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친 부분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직은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좀 유보해놓고 싶다.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가 더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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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즐기고 보련다 -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
황안나 지음 / 예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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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흔다섯, 아직도 꿈을 꾼다는 할머니의 책이라고 들었다. 국토종단을 하고 지리산종주를 하고 산악트래킹도 하는 일흔다섯의 할머니라니. 정말 궁금했다. 사실 나는 평지를 걷는 것은 조금 느리더라도 끝까지 걸어서 따라갈수는 있지만 산 위를 올라가는 것은 숨이 차고 힘들어서 일흔의 반도 안되는 나이에 지리산 종주에 실패했었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었기에 끝까지 가고 싶었지만 함께 가던 일행이 산은 즐겁게 타야하는 것이지 이렇게 힘들게 하면서 정상을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이틀만에 하산을 결정해버렸었다. 내가 힘들어서 못간것은 그나마 감수하겠는데 나로 인해 힘든 시간을 냈던 다른 친구 역시 포기하고 하산을 해야했던 것은 지금도 두고두고 미안하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이 일흔다섯의 할머니는 도대체 어떻게 건강관리, 체력단련을 했길래 이리도 정정한 것인지.

그런데 책을 읽고보니 안나할머니는 결코 누구보다 건강해서, 누구보다 더 기력이 좋아서 그런 놀라운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함께 산행을 하는 일행에게 폐가 될까봐 다들 자는 새벽에 일어나 몇시간을 앞서 걷고 쉬엄쉬엄 걷다보면 서서히 뒤처지기 시작하지만 포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안나할머니가 가장 강조를 하는 것은 자신은 그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라는 것이다. 특별해서 특별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날마다 빠지지 않고 런닝머신을 뛰고, 흔히 노환이라 일컬어지는 질환과 지병을 앓고 있지만 몸이 아프다며 집안에만 있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아픈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할머니다.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나이와 아픈 몸을 생각해서 얌전히 집에만 있어봤더니 오히려 모든 신경이 아픈곳으로만 쏠려 하루종일 아픈 생각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젊을때는 일하느라 정신없는 시절을 보내고 일에서 손을 놓게 되었을 때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머니가 혼자 걷기 힘들어 집에만 있어야했던 1년여의 시간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싶어진다. 교통사고로 인해 수술을 여러번 하신대다가 뼈가 붙지않아 통증이 심하고, 지금 검사를 해보니 수술부위에 골수염이 생겨 더 아픈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내가 출근해버리면 혼자 집에 계시면서 얼마나 긴 시간을 괴로워하셨을까.

안나할머니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좀 더 나이를 먹게 되면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퇴원하시면 어머니 모시고 내 욕심을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라는 추억을 위한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잘 까먹고, 정신없는 할머니처럼 외출을 할 때 신발을 짝짝이로 신어 나가고, 냄비는 밥 먹듯이 태워먹고, 미사가 끝나고 미사포를 그대로 쓰고 길을 걷다가 바람에 날린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미사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건망증에 덜렁대는 안나할머니가 어느 누구보다 유쾌하고 즐거워보이는 것은 그 모든 일을 부끄럽다며 감추려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모자란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러한 모습을 사랑하는 당당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일흔다섯 할머니의 도보여행기는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해서 책을 집어 들었다가 그녀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이어져서 내가 생각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라는 것때문에 실망스러운 마음에 어쩔까 망설이다가 조금 더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에 부제처럼 '75세 도보여행가의 유쾌한 삶의 방식'이 눈에 띈다. 정말 그녀의 유쾌한 삶의 방식은 배우고 본받을만한 것이다. 나도 그처럼 유쾌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그건 지금부터라도 나의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녀처럼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일단은 즐거운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싶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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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17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멋있어요 즐기고 보련다..글을 읽으며 부모님생각을 하게되네요 죄송스럽고 이 책사서 전해드려야겠어요 이제 그만 자식 걱정 놔버리시구 인생 즐기시며 사시라구 말씀 꼭 드리면서요ㅎ
 
조선상고사, 국사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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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때 나는 삼국시대를 공부하면서 신라의 부흥기를 가장 좋아했다고 기억한다. 막연하게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한반도의 통일을 이뤘고 평화로운 시대를 열었는데 문화로도 화려한 전성기를 가져왔다는 인식이 깊이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어 친구와 역사 공부를 하다가 그 친구는 고구려의 기상과 기백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했고 수업시간에 국사선생님께서도 신라의 삼국통일은 당나라의 원조로, 그러니까 말하자면 외세의 힘을 빌어 전략적으로 삼국을 통일하였고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영토가 줄어들게 된 측면도 있지 않나,라는 말씀을 하셨더랬다. 그 이야기들은 내가 그때까지 생각해왔던 우리의 역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어쩌면 어릴때부터 재밌다고 줄기차게 읽었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의 삼국시대를 바라보게 되었으니 처음 역사를 배우게 되면서 신라를 가장 좋게 생각했던 나의 인식이 그러할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선상고사를 읽는 동안에 말이다.

신채호는 조선상고사를 통해 삼국사기가 어떤 의도를 갖고 편찬이 되었고 또한 그 저자 김부식이 어떠한 거짓 사료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언급하고 있다. 아, 아니. 그렇다고 조선상고사가 삼국사기를 파헤치기 위한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짚어낼 때 삼국사기를 뒤집는 언급을 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읽어본적은 없다. 그래서 더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상고사는 원문을 그대로 읽기에는 어려울것이다. 역사의 고증에 대해서도 알아야하지만 기본적으로 1931년에 뤼순감옥에서 연재를 시작한 글이라 원문은 지금 우리가 쓰는 말과도 많이 달라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번역된 글조차 그리 쉽지 않다. 그만큼 조선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겠지. 게다가 학창시절에 중요하다며 다뤘던 내용들의 중심과도 조금 떨어져있는 것이어서 그런지 새로운 느낌으로 읽게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둘의 결혼이 회자될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후의 백제와 신라의 전쟁에 대한 정치적인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니, 역사와 관련되는 설화들이 그저 재미있게 읽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다른 번역본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신채호가 기억에 의존해 집필을 함으로 인해 생겨난 오류를 바로잡고 '깊이읽기'라는 해설과 주석을 통해 본문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있어서 좋았다.

 

승자의 기록으로 왜곡되어진 역사적 사실들을 어떠한 관점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신채호는 "역사는 역사 자체를 위해 기록해야 하며, 사회의 객관적 흐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사실관계에 영향을 주거나 덧붙이거나 바꿔서는 안된다"(29)라 말하고 있다.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는것은 분명 좋지 않은 의도를 갖고 있고 정당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숨기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인 기록이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고 광개토대왕을 중국의 소수민족의 부족민으로 복속시키려는 위선자들의 행태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수있을것이다.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도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일본의 식민사관을 교육받아 자신들이 정통인것처럼 역사의 기록을 왜곡되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역사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자신의 친일행적을 감추기 위해 기록을 삭제하거나 바꿔버리는 행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올바른 역사를 세울수없을 것이다.

조선상고사를 읽고나니 "지난 1천년간 역사가들이 감추고 축소한 우리 고대사의 진실을 규명하다!" 라는 말뜻이 조금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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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1-1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었나봐요~ 우와!

chika 2015-01-16 14:33   좋아요 0 | URL
어렵더라고요. 제대로 정독하는건 힘들었어요
 
세상을 바꾼다, 인권 30
휴먼 라이츠 나우 지음, 김영환 옮김 / 동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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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다, 인권 30]을 읽고 들었던 생각들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물론 내용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 글을 읽고 기분이 좋아질리가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라 반문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다.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일본의 인권 단체에서 쓴 글을 그대로 번역하는 수준에서 옮겼을 뿐이다. 일본의 인권 단체가 쓴 글이라 해도 일본과 우리의 인권 상황이 전혀 다르다거나 지금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과 폭력들이 다른 내용으로 기술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어느정도 우리 상황에 맞는 글이나 자료가 첨부되어 있으리라 기대를 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들은 인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전혀 생소한 이야기들보다 언젠가 한번은 들어봤고 한번쯤은 분노해보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인가 작은 실천을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행해보기도 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그리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글을 읽으면서도 그저 술렁술렁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려니, 나는 인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스스로에게 여러 물음을 던지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인권에 대한 접근을 그저 지식으로만 받아들인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은 이미 한번쯤은 들어본 것이고 전세계의 인권 상황이 어떻다는 것을 대강이라도 알고 있다는 생각속에 그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세상을 바꿔 나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내가 행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나 사례들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책에 대한 평가는 하면서 말이다.

책을 뒤적여볼때마다 그 부끄러움이 계속 올라온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하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정도로만 생각하며 이에 자료를 덧붙인다면 더 좋겠구나 라는 지식적인 측면에서만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

알고 알리는 것부터 시작하여 내가 할 수 있는 행동 실천을 고민해보는 과정에서 누가 더 훌륭하고 누가 더 많은 일을 하고 가치있는 것인지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깨닫게 되는 그 순간부터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여전히 한국의 시민단체나 인권단체에서 우리의 사회환경에 더 이해하기 쉬운 인권관련 책이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좀 더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기 위한 한가지 방법으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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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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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이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중섭과 조양규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글을 마쳤다는 아쉬움은 내게는 더욱 더 큰 아쉬움이기 때문이다. 조양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중섭은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고 그의 기구한 삶과 그림들은 이미 유명해졌기에 뭐가 아쉬울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가 살았던 코딱지만한 방을 보고, 그가 그렸던 그림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중섭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과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이 무척이나 듣고 싶다.

그런데 지금 이 책에 실려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한꼭지한꼭지씩 신중하게 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내 느낌을 글로 표현하려고 하니 막막해진다. 스폰지처럼 스며드는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쥐어짜버린것처럼 금세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저자는 유독 개념을 중시하는 작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개념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규정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개념안에 담겨있는 근본적인 의미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월북작가 이쾌대와 입양인 작가 미희는 저마다 다른 이유에서 '우리'의 범주에서 배제되어왔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쾌대와 미희를 불러온 의도는 그들을 포함한 새로운 '우리 개념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란 무엇이며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폭넓고 깊은 대화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고 했는데, 이미 이 책을 다 읽은 나는 과연 그러한 물음을 마음에 품고 답을 찾아가고 있게 된 것일까?

 

언젠가 라디오를 듣다가 문득 영어로 된 케이팝은 엄밀한 의미에서 케이팝일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됐다. 한국말이 서툴고 오히려 영어가 편한 가수들, 그리고 처음부터 영어로 만들어진 노랫말을 부르고 있는 가수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그리 의문을 갖지 않았으면서 왜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한국노래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을까. 아무튼 뜬금없는 궁금증에 라디오 진행을 하던 그 누군가는 영어로 된 노래지만 엄연히 케이팝이라고 확신어린 답을 해 줬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물음에 이어지는 물음과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 실려있는 대부분의 그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신육복과 부록에서 언급하고 있는 홍성담을 빼고는 내가 알지 못하는 작가들과 그림이다. 홍성담의 작품은 얼마전 미술관에 갔다가 특별전을 하고 있는 작품들 사이에 커다랗게 걸렸있는 실물을 처음으로 봤는데 역시 작품은 책을 통한 것이 아니라 직접 봐야한다는 것을 느끼며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 안에 담겨있는 의미에 대해 '사람이 아름다웠다'라는 부록글을 보니 좀 더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이다.

신윤복의 그림들에 대해서는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가 상영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도대체 신윤복을 여자로 등장시킨댄다!'라는 어이없는 외침을 들은 기억뿐 작가가 왜 그리 표현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나 신윤복이라는 화가에 대해, 그의 작품에 대해 좀 더 깊이 느껴보고자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그만큼 신윤복이라는 화가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져간다.

이미 알고 있던 작가와 작품에 대해 좀 더 깊고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 정연두, 윤석남, 이쾌대, 미희=나탈리 르무안, 송현숙에 대해서는 그저 스폰지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좀 더 보고 싶다는 여운이 생겨난다.

저자가 바란대로 폭넓고 깊은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발견을 가능케 하고 시야를 넓히게 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새로운 발견을 통해 우리 미술에 대해 시야를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음은 확신한다. 지금 이 책에 다 이야기하지 못한 이들을 더하여 나의 조선미술 순례 두번째 권이 나오기를 희망하듯이 우리 미술에 대해 더 깊이 관심을 갖고 그들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또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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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5-01-1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는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 온전히 공감하기가 어려웠던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글에 대한 집중도도 살짝 떨어졌던것 같고요.

chika 2015-01-10 12:06   좋아요 1 | URL
오히려 서양미술순례는 그런 느낌이 적었거든요. 디아스포라에 공감할수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는데, 조선미술 순례는 오히려 `우리`미술이란 느낌이면서도 생소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