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상고사, 국사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생때 나는 삼국시대를 공부하면서 신라의 부흥기를 가장 좋아했다고 기억한다. 막연하게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한반도의 통일을 이뤘고 평화로운 시대를 열었는데 문화로도 화려한 전성기를 가져왔다는 인식이 깊이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어 친구와 역사 공부를 하다가 그 친구는 고구려의 기상과 기백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했고 수업시간에 국사선생님께서도 신라의 삼국통일은 당나라의 원조로, 그러니까 말하자면 외세의 힘을 빌어 전략적으로 삼국을 통일하였고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영토가 줄어들게 된 측면도 있지 않나,라는 말씀을 하셨더랬다. 그 이야기들은 내가 그때까지 생각해왔던 우리의 역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어쩌면 어릴때부터 재밌다고 줄기차게 읽었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의 삼국시대를 바라보게 되었으니 처음 역사를 배우게 되면서 신라를 가장 좋게 생각했던 나의 인식이 그러할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선상고사를 읽는 동안에 말이다.

신채호는 조선상고사를 통해 삼국사기가 어떤 의도를 갖고 편찬이 되었고 또한 그 저자 김부식이 어떠한 거짓 사료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언급하고 있다. 아, 아니. 그렇다고 조선상고사가 삼국사기를 파헤치기 위한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짚어낼 때 삼국사기를 뒤집는 언급을 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읽어본적은 없다. 그래서 더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상고사는 원문을 그대로 읽기에는 어려울것이다. 역사의 고증에 대해서도 알아야하지만 기본적으로 1931년에 뤼순감옥에서 연재를 시작한 글이라 원문은 지금 우리가 쓰는 말과도 많이 달라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번역된 글조차 그리 쉽지 않다. 그만큼 조선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겠지. 게다가 학창시절에 중요하다며 다뤘던 내용들의 중심과도 조금 떨어져있는 것이어서 그런지 새로운 느낌으로 읽게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둘의 결혼이 회자될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 후의 백제와 신라의 전쟁에 대한 정치적인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니, 역사와 관련되는 설화들이 그저 재미있게 읽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다른 번역본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신채호가 기억에 의존해 집필을 함으로 인해 생겨난 오류를 바로잡고 '깊이읽기'라는 해설과 주석을 통해 본문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있어서 좋았다.

 

승자의 기록으로 왜곡되어진 역사적 사실들을 어떠한 관점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신채호는 "역사는 역사 자체를 위해 기록해야 하며, 사회의 객관적 흐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사실관계에 영향을 주거나 덧붙이거나 바꿔서는 안된다"(29)라 말하고 있다.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는것은 분명 좋지 않은 의도를 갖고 있고 정당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숨기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적인 기록이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고 광개토대왕을 중국의 소수민족의 부족민으로 복속시키려는 위선자들의 행태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수있을것이다.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도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일본의 식민사관을 교육받아 자신들이 정통인것처럼 역사의 기록을 왜곡되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역사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자신의 친일행적을 감추기 위해 기록을 삭제하거나 바꿔버리는 행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올바른 역사를 세울수없을 것이다.

조선상고사를 읽고나니 "지난 1천년간 역사가들이 감추고 축소한 우리 고대사의 진실을 규명하다!" 라는 말뜻이 조금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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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1-1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었나봐요~ 우와!

chika 2015-01-16 14:33   좋아요 0 | URL
어렵더라고요. 제대로 정독하는건 힘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