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님, 우리의 인연이 언제부터였던가요? 제가 아는 사람 거의 없이 알라딘에서 벌쭘히 서성이고 있을 때 님이 먼저 말을 걸어 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님, 제가 치카님의 루피 그림을 보고 먼저 찾아 갔던가요? 하여간, 치카님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부담없는 친구였고,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즐거워지는 사람입니다.

치카님이 천주교 신자라는 것도 금방 알게 되었는데 저는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천주교를 믿는 사람은 어딘가 모르게 거룩하고 성스럽고 근엄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답니다. 무슨 기억이냐고요? 제가 어릴 적 사는 동네에 성당이 하나 있었는데 그 근처 아이들은 웬지 수녀님만 지나가면 그 앞에 쪼르르 달려가 '수녀님, 안녕?'하고 반드시 인사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던 겁니다. (안녕하세요,도 아니고 안녕이라니, 우습지 않습니까?) 그때 그 무채색의 수녀님 복장이 왜 그리 근엄해 보이던지요. 그리고 어쩌다 친구 따라 성당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예배가 끝난 후 어린이들을 불러놓고 좋은 말씀을 해 주신 후 '다음 주에 오늘 말씀으로 시험을 보겠다'고 하신 겁니다, 글쎄. 계속 성당을 다니던 아이들이야 그 말씀이 쉬운 얘기였을지 모르지만 저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얘기인데다, 시험이란 학교에서 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저는 그 다음 주부터 당장 성당에 발을 끊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쉽게도 저와 천주교와의 인연은 그걸로 끝이 났고(그 다음에는 기독교와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이건 다음 기회에 ㅎㅎ) 그래서 저는 천주교란 근엄하고 어딘지 모르게 학구적인 종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생각은 제가 나이 좀 먹은 후에 한 명상수련 센터에서 만난 걸걸하고 유쾌하신 수녀님 덕분에 상당히 많이 완화되었고 또 치카님이 결정적으로 그것이 선입견이라는 걸 깨우쳐 주셨죠. 항상 유쾌하고 부담없는 태도로 말입니다^^

제가 그 선입견을 깨게 된 것이 좋은 일일까요, 아닐까요? ㅎㅎ 판단은 치카님이 하시고, 어쨌든 저는 치카님이 부담없고 유쾌하면서도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 두 딸들을 항상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해송이에게 치카언니에게 그림을 선물할 기회가 왔다고 얘기하자 어제 책상에 틀어박혀서는 두 시간 동안 꼼짝도 안하더니 이런 그림을 그려서 내밀었습니다. 이걸로 그림엽서를 대신합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아주 멋지게 그린 대작인데(선인장님이 주신 스케치북에 그렸답니다), 작게 찍으니 좀 흐릿하게 보이는군요. 그래도 기쁘게 받아주실거죠?

그리고 치카님과 제가 좋아하는 노래도 한곡 선물로 올립니다.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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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13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송이 그림에 추천!^^

날개 2005-03-13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 해송이 그림에 추천~~~>.<

반딧불,, 2005-03-1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송이 그림에^^

깍두기 2005-03-1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에요, 모에요, 내가 심혈을 기울인 글하고 신경 써서 고른 노래에도 추천해줘잉~

chika 2005-03-1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 저는 모~든것에 추천이예요!! ^^
해송이 그림은 제가 프린터기로(무...물론 사무실서 모..몰래...^^;;;) 출력하는거 아시죠? ^^

숨은아이 2005-03-1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은 좋겠다. 해송이한테 선물도 받고~~~~~~~~~~~

물만두 2005-03-1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까정^^ 추천!

chika 2005-03-14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켁~!! 음악을 잊고 있었어요. 조용~한 사무실에 울려퍼지는 '봐바라~~ ' ㅎㅎㅎ

울보 2005-03-1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글 다읽다가 아무일도 못하겠어요..
님은 너무 너무 좋으시겠어요///

하루(春) 2005-03-2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바보같이(?) 치카님이 남자분인 줄 알고 있었어요. --;;; 이상하군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