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짜리 언어 수업을 진행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학습자들이 배워야 할 어휘가 아무리 많아도
여덟 개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시간 동안,
8개의 새로운 단어를 활용해서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한 사람씩 단어를 열 번씩 읽어 보기
2.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단어 하나씩 읽어 보기
3. 연습장 하나 가득 단어 쓰기(암기 위주의 교육 방법에서 주로 사용하던 방법)
4. 30분 뒤에 쪽지 시험 본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각자 공부하게 하기
위의 어떠한 방법으로도 배우는 사람들의 지루함을 떨쳐버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많지 않은 어휘와 문형을 머리에 쏙쏙 들어가게 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 속에서 배워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돈'과 관련된 표현과 문형을 제대로 배우려면
은행에 가야 하고,
상거래 활동을 익히려면 수퍼에 가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의미 있는 단어를 실제 생활 속에서 배우자는 명목으로
배우려고 할 때마다 은행에 마트에 찜질방에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그렇게 굴러가는 우리의 하루는 정신 없기만 하지는 않을까요?
그래서 대안으로 만든 것은,
교재나 자료를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을 구성하는 일입니다.
꼭 필요한 어휘와 문법을
우리 생활 속의 이야기
혹은
재미있게 꾸며낸 이야기 속에서 배우는 것이지요.
그러한 의미에서,
저는 <<팥죽 할멈과 호랑이>>라는 전래동화를 좋아합니다.
한국의 전래동화에서는 으레 옛 말투와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어휘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읽을 때 여간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러한 점이 오히려 맛깔스러운 양념정도로만 생각되게 해 주는
<<팥죽 할멈과 호랑이>>는 좋은 학습 자료라고 생각해요.
1. 의성어, 의태어가 많아 이해가 쉽고(데굴데굴, 대롱대롱, 등등)
2. 말이 여러 번 반복되어 표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할멈, 할멈 왜 울어? 등등),
3. 간접화법 연습, 즉 남의 말을 듣고 말 옮기기-뒷담화와는 차별화된^^-(호랑이가 잡아먹는다고 해서 운다, 등등)
본문 내용의 일부를 함께 감상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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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울고 있으니까
달걀이 대굴대굴 굴러 와서 물었어.
"할멈, 할멈, 왜 울우?"
"이 팥죽을 먹고 나면, 호랑이가 잡아먹는대서 운다."
"나 팥죽 한 그릇 주면, 못 잡아먹게 하지."
할머니는 달걀에게 팥죽 한 그릇을 퍼 주었어.
달걀은 팥죽을 다 먹고는
아궁이로 들어가 재 속에 폭 파묻혔지.
......
할머니가 또 울고 있으니까
맷돌이 데굴데굴 굴러와서 물었어.
"할멈, 할멈, 왜 울우?"
"이 팥죽을 다 먹고 나면, 호랑이가 잡아먹는대서 운다."
"나 팥죽 한 그릇 주면, 못 잡아먹게 하지."
할머니는 맷돌에게 팥죽 한 그릇을 퍼 주었어.
맷돌은 팥죽을 다 먹고는
부엌문 위에 대롱대롱 매달렸지.
- <<팥죽 할멈과 호랑이>> 운미숙 그림, 조호상 글, 웅진닷컴(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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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조금 쉽게 풀어 봤어요.
동화 책의 내용이 가끔은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휘들이 난무하는 관계로,
내용을 이해했는지 점검할 때에는 책의 내용을 보다 쉬운 말로 풀어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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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우니까 알밤이 데굴데굴 굴러 와서 할머니에게 왜 우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팥죽을 먹고 나면 호랑이가 자기를 잡아먹을 거라고 했습니다.
알밤은 팥죽을 주면 할머니를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알밤은 팥죽을 먹은 후에 불 속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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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은 우리의 일상을 서서히 바꿉니다.
반복을 하다 보면 정말 어느 새 자기의 것이 되어 버리잖아요.
정말 당연한 얘기를 제가 계속 하고 있죠?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를 계속 하면 애들이 싫어해요.
애들이 싫어하는 말, 다음과 같은 말이 아닐까요?
"밥을 많이 먹어야 키가 크지."
"공부 열심히 해."
"똑바로 앉아."
반복과 명령이 만나면 애들이 싫어해요.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마치 저에게
"이제 둘째 낳아야지."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죠.
반복과 이야기가 만날 때,
반복이 우리 하루 속에서 은근슬쩍 똬리를 틀 때,
우리는 진정 변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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