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하늘을 나는 소를 그렸다.
그 그림을 본 아이의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너, 제 정신이니? 소는 못 날아.”
내 아이는 이 대목을 읽더니 갑자기 화를 냈다.
“이 아빠 너무하다. 얘가 상상한 건데, 그걸 이렇게 얘기하면 어떻게 해?”
그리고는 내게 이렇게 반문했다.
"엄마, 상상하는 건 좋은 거지?"
이것저것 상상해 보는 이야기를 아이와 나는 종종 만들어 본다.
"현우야, 너는 지금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됐어.-아이의 장래희망은 축구 선수예요.-사람들이 널 지금 인터뷰하려고 막 따라와. 알았지?"
(의기양양해진 아이, 입을 씰룩거리며 어색하게 웃어 본다.)
"(엄마, 기자가 되어 묻는다.) 이현우 선수, 어떻게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었죠?"
"축구장에서 공은 내꺼잖아요."
(
축구장에서 축구공은 현우 것이고,
무대에서 무대 주인은 현우라고,
아이가 축구 시합을 할 때, 혹은
유치원에서 연극을 할 때,
이렇게 말해 주곤 했거든요.
소심한 엄마와는 달리
아이는 좀 자신감을 가졌으면 해서요.
)
상상하는 이야기는, 생각만 해 봐도 기분이 좋다.
소가 하늘을 나는 이야기, 우스꽝스러울지 모르나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우리 모두의 욕망이 아이의 눈에 보다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그려졌다.
<<소는 못 날아>>
이 책은 아이와 상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자기의 생각을 강하게 표현해가는 걸 보고는 내심 뿌듯해졌다.
근데,
자꾸 따지고 든다고,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내심, 가슴이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