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갖고 싶은 것을 다 갖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게다가

 

없는 것까지 갖고

할 수 없는 일도 해 낼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간단할까?

어, 아닐까?

 

 

현우는 유독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했다.

 

게다가 자기가 그린 그림,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소개하는 일도 꺼렸다.

 

이유를 물었더니 현우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보다 잘 한 애들이 많은 거 같아서 기분이 나빠."

 

자기가 그린 그림이 최고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요즘 그림책을 읽고 나면 그림을 그려 보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그림과 만들기에 머뭇거리는 현우의 망설임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내 아이에게 '없는 재주'를 심어줄 '재주'가 내게는 없다.

 

"현우야, 네가 그린 그림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 니 그림을 니가 제일 좋아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네 그림을 좋아하겠어?"

 

"엄마."

 

현우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사는 것도

 

그렇게

 

간단했으면.

 
그저 우리는

 

내 자신이,

 

피카소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리고,

 

톨스토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백남준이라고 치고 뭔가를 쌓아 올리고 붙인다면

 

 

우리의 인생은

 

정말 간단하지 않을까?

  

 

어쨌든,

여러분도 이 책을 읽고 '나만의 조랑말'을 그려 보세요!

 

 

  

<<나의 조랑말>>

수잔 제퍼스 글/그림, 김세희 옮김, 봄봄(2003)

 

나는 다른 말들이 갈기를 흩날리며 꼬리를 흔드는 것도 볼 수 있었어요.
말들은 나무 아래에 서서 우리를 보고 있었어요.
실버는 발굽을 땅에 가볍게 대면서 그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어요.
말들은 우리가 누군지 알고 싶어했어요.
나는 말들의 콧등과 앞머리에 손을 댔어요.

-본문 중에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7-06-22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형색색 이쁜 조랑말이에요..현우의 조랑말이 참 이뻐요..

보라소 2007-06-2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우한테 꼭 얘기해 줄게요. 넘, 넘, 좋아할 거예요. 고마워요!

2007-06-22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22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아이가 하늘을 나는 소를 그렸다.

그 그림을 본 아이의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너, 제 정신이니? 소는 못 날아.”

내 아이는 이 대목을 읽더니 갑자기 화를 냈다.

 “이 아빠 너무하다. 얘가 상상한 건데, 그걸 이렇게 얘기하면 어떻게 해?”

 

그리고는 내게 이렇게 반문했다.

 "엄마, 상상하는 건 좋은 거지?"

 

 

이것저것 상상해 보는 이야기를 아이와 나는 종종 만들어 본다.

 

 

"현우야, 너는 지금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됐어.-아이의 장래희망은 축구 선수예요.-사람들이 널 지금 인터뷰하려고 막 따라와. 알았지?"

 

(의기양양해진 아이, 입을 씰룩거리며 어색하게 웃어 본다.)

 

 

"(엄마, 기자가 되어 묻는다.) 이현우 선수, 어떻게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었죠?"

 

 

"축구장에서 공은 내꺼잖아요."

 

(

축구장에서 축구공은 현우 것이고,

무대에서 무대 주인은 현우라고,

아이가 축구 시합을 할 때, 혹은

유치원에서 연극을 할 때,

이렇게 말해 주곤 했거든요.

소심한 엄마와는 달리

아이는 좀 자신감을 가졌으면 해서요.

)

 

 

 

상상하는 이야기는, 생각만 해 봐도 기분이 좋다.

 

 

소가 하늘을 나는 이야기, 우스꽝스러울지 모르나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우리 모두의 욕망이 아이의 눈에 보다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그려졌다.

 

 

<<소는 못 날아>>

이 책은 아이와 상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자기의 생각을 강하게 표현해가는 걸 보고는 내심 뿌듯해졌다.

 

근데,

자꾸 따지고 든다고,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내심, 가슴이 작아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7-06-2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이 많다는건 그만큼 알아가고 있는것도 많다는것이지요.염려마세요..^^&

보라소 2007-06-2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까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인데......^^;;
 

 

 

 

(엄마, 본문을 읽어 주다.)

소새는 설질이 좀 괴팍하여 인정이 없고 야박스런 구석은 있었으나 본래 재치가 있고 부지런해서 제 앞길 하나는 넉넉히 꾸려 나가고도 남았습니다.

아이: 엄마, '괴팍하다'가 뭐야?

엄마: 음......그건, 화를 잘 내고, 화 낼 때 막, 뭘 던지는 사람을 괴팍한 사람이라고 해.

아이: 엄마 같은 사람?

엄마: ......

아이: 엄마, 엄마는 원래 오십 점인데, 아까 성질 내서 지금 몇 점인 줄 알아?

엄마: 몇 점이야?

아이: 29점. 조심해. 1점이 되는 수가 있어.

(엄마, 본문을 다시 읽어 주다.)

딱한 건 왕치였습니다.

파리 한 마리 건드릴 힘도 없는 약질이라서 매일 놀고 먹었습니다. 놀고 먹으면서도 뱃속은 커서, 먹기는 남 배나 먹었습니다. 그것도 염치 아닌 노릇인데, 속이 없고 성질까지 불량했습니다.

아이:  불량이 뭐야?

엄마: 바르지 못 한 거. 불량 학생, 하면 좋지 않은 학생을 말해.

(아이가 혹시 나를 '불량 엄마'라 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한다.)

아이: 뭐해? 계속 읽어.

**************

 <<태평천하>> <<레디메이드 인생>> 등 우리가 국어 교과서를 통해 공부했던 채만식의 우화입니다.

인물의 성격, 그에 걸맞는 행동과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에요.

아이들과 성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좋은 작품이죠.

조심하세요!

엄마가 희생양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저처럼요.

 

 

 



이 글은 테마카페에 등록된 테마입니다.
테마는 '먼댓글(트랙백)'이나 '댓글'을 이용하여, 하나의 주제(테마)를 놓고 여럿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테마카페 바로가기 >>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7-06-2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여워요..29점 엄마나 1점으로 내려갈지도 모른다고 으름장 놓는 아이나..ㅋㅋ

2007-06-20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라소 2007-06-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우리 아이한테 자주 듣는 소리는 바로 이거예요. "엄마, 성질 좀 내지마." 그럼 전 애한테 이렇게 말하죠. "엄마가 너무 성질을 안 내면 머리 아파."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아이는 또 제게 이럽니다. "그래도 좀 죽여."

향기로운 2007-06-2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라소님...정말 아이가 너무 귀엽습니다^^

보라소 2007-06-22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우리 애는 너무 바른 말을 해서 좀 섬뜩할 때가 있어요^^[나는 레고 작가입니다]라는 페이퍼 글에서도 말했지만 가끔 우리 아이의 직언에 제가 무안해질 때도 있어요^^;;;
 

 

올해 일곱 살인 아이는, 작년부터 돈을 셈하기 시작했다.

셈이 빠르다기보다는, 돈에 너무 일찍 눈을 뜬 건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가 주로 키우는 아이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아이는 할머니 친구들을 비롯한 동네 어른들을 만날 때마다 한두 푼씩 돈 받는 재미를 쏠쏠 키워가고 있었다. 게다가 문방구에서 파는 고가의 장난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돈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심지어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나 돈벼락 맞고 싶어."

그 말은 내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돈에 일찍 눈을 뜬 아이를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1. 어른들이 준 돈 천 원 이상은 무조건 통장에 저금한다. - 그렇게 통장에 저금한 돈은 나중에 대학 등록금으로 쓴다.

2. 빨래 널기, 빨래 개기, 등의 집안일을 할 때에는 300원, 세차를 도울 시 500원을 받는다.

3. 딱지를 비롯한 장난감을 살 때엔 집안일을 해서 모은 돈을 쓴다.

4. 피아노 같이 비싼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피아노 저금통을 만들어 틈틈이 돈을 그 안에 넣는다.

5. 고가의 장난감은 생일날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한다.

6. 동전이 많아지면 조금씩 "월드비전 빵 저금통"에 돈을 넣는다.

 

갈수록 규칙이 늘어나는데, 규칙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고,

일단, 아이에게

"누가 준 돈은 가짜 돈이고, 자기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진짜 돈이야. 그러니까 누가 준 돈은 금방 없어지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오래오래 남아 있는 거야."

아이에게 이 말을 세뇌시키고 있던 차에, 이 책을 발견했다.

 

 

돈이 열리는 나무에 게걸스럽게 붙어 피폐해지는 인간 군상, 돈이 열리는 나무를 버드나무처럼 그냥 보살펴 주기만 하는 정원의 주인. 가짜 돈을  향해 욕심을 품었을 때 구질구질해지는 어른들의 모습이 이 책에 나와 있다.

아직 일곱 살의 아이가 그 내용을 깊이 이해하기에는 어렵지만,

엄마와의 이야기가 있으면 충분히 깊이를 더해 갈 책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도 아래와 같은 좋은 책을 쓴 사라 스튜어트의 글이라 믿음이 간다.

 

 

    

 

"장난감을 사도 사도 계속 사고 싶어."
"그래, 엄마도 책을 사도 사도 계속 사고 싶어."

"정말? 엄마도 나랑 똑같아?"

자신의 욕심을 죽이려고만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내 안의 욕심을 바로 보는 연습이, 아이도 나도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다시 한 번 <<도서관>>을 읽었다.

책을 사도 사도 끝을 보지 못했던 주인공이 마침내 도서관을 만들어 사람들과 책을 나눴다는 그 이야기를.

욕심을 키웠다 잠재웠다 하면,

어느새 우리의 욕심은 누군가와 나눠갖는 마음으로 별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렇게 요술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06-18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라소 2007-06-1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 님께도 좋은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돈, 진짜 중요한데^^
 

1.
우리 아이가 다섯 살 때였을 거예요.

사다리 연극 놀이에서 노숙자, 거지, 부랑자, 뭐 그런 주제로 활동을 한 적이 있었어요.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노숙자의 개념을-물론 그 단어를 정확하게 말하지는 않았더라도-비교적

제대로 알고 있었대요.

 

그런데, 우리 아이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신호대기로 버스가 잠시 멈췄을 때였죠.

 

그 때 건널목을 건너지 않고 길바닥에 앉아있는 한 아저씨가 있었어요.

 

'이 때다!'

 

지금이야말로 '노숙자'라는 단어를 알려 줄 수 있는 가르칠만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지?"

 

길고 덥수룩한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기는 그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현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담배 피우는 사람."

 

나는 그 사람의 후즐그레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아이에게는 그 남자의 입에서 용가리처럼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가 먼저 보였나 봅니다.

 

나는 그날,

 

노숙자라는 말을 가르치지 못했죠.

 



 

2.

 

길을 가는데 어떤 아빠가 아들을 심하게 야단치는 장면을 아이와 나는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애를 키우다 보면,

 

교양이고 나발이고 다 없어질 때가 부지기수지만,

 

내가 애한테 쏟아부을 때는 의식하지 못하다가도 다른 부모가 이성을 잃고 자기 자식을 대하는 것을 볼

 

때면,

 

'어머, 저 엄마 너무 무식하다.'라고 말해 버리곤 합니다.

 

어쨌든, 신고 있던 슬리퍼를 들고 제 아들의 면상을 내리치려는 그 아버지의 모습이 제게는

 

몰상식,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현우에게 물었죠.

 

"저 아빠 너무 나쁘다. 니 생각은 어때?"

 

"나도 저 아빠가 나쁘다고 생각해."

 

간만에 아이가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해 줘 내심 흡족해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저 아빠가 왜 나쁘다고 생각해?"

 

"봐봐. 저 아빠는 한 손에 담배를 들고 있잖아. 애하고 얘기할 때 저렇게 담배를 들고 있으면,

 

애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지거든. 근데, 애들은 담배 피우면 안 되잖아."

 

 

3.

 

아이와 길을 가다 보면,

 

담배 피우는 어른과 청소년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담배를 한 모금 빨고 팔 아래로 담배를 내리면,

 

불이 붙어 있고 연기를 내뿜는 담배는 딱 우리 아이들 얼굴 쪽으로 내려 옵니다.

 

그런 섬뜩한 순간을 여러 번 겪었지요.

 

아이들에게 금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준다면,

 

나라면,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게 되는 것이니까요.

 

4.

 

아이들을 대상으로 출판한 금연 관련 동화를 읽어 보았습니다.

 

꽤 유명한 아동문학가가 쓴 글이라는데,

 

저는 그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금.연.하.자!"고 목청껏 외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자기에게 피해를 주는 '담배 피우는 거리의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해 줘야 하는지,

 

그 싸가지 없는 어른들을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의 눈높이로 내려온 담배꽁초를 생각하며 써 줘야 한다고 봅니다.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목적성이 강한 글은

 

아이들에게 역효과를 줍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문제를 이해하기 전에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불타는 사명감으로 무장했을 때,

 

우리 어른들은 최고로 유치해집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유치 찬란한 책들이 담배 연기처럼 퍼져 있습니다.

 

담배 연기로부터, 담배 연기와 같은 책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