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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그토록 유명한 상실의 시대를 읽어보지 못했다. (아마 그 책을 읽고자 했을 때 나의 나이가 어렸기때문에 누군가 하루키 소설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성교장면때문에 말렸었던 것 같다. ) 이래저래 하다보니 1Q84가 나의 첫 하루키 소설이 되었다.
시간적 제약때문에 이렇게 대작을 읽기에는 부담이 컸다. 일과 육아 후 체력이 남은 날 밤 어렵게 시간을 쪼개서 읽기때문에 나의 읽기는 느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덧붙여 나는 결말까지 끝기지 않는 흐름을 좋아한다. 느리고 천천히 읽더라고 중간에 멈춤이 있으면 그대로 놓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1권과 2권을 거의 출간과 동시에 구입하고도 읽지 않고 기다렸다. 드디어 3권이 나왔지만 시간이 따라주지 않았다. 3권이 2010년 출간되었지만 2011년부터 작년까지 나는 너무 바빴다(새로운 직장생활 그리고 태어난 아이에 대한 육아 등 ). 그 사이 꾸역꾸역 단 권의 장편소설은 많이 읽었지만 왠지 부담스러운 두께와 권 수였다. 올해 여름방학에 오랜만에 찾아 온 평소보다 긴 여유에 드디어 1q84의 첫문장을 읽었다. 3권을 모두 다 읽기까지 꼬박 3달이 걸렸다. 1,2권은 그나마 상상하고, 읽고, 감정을 대입하며 읽었던 거 같다. 3권으로 접어들어 남은 페이지가 점점 적어지면서 급격히 힘이 빠지고 읽기가 힘들었다.
너무 오랜시간 책꽂이에 남겨두고 애면달면 기다렸던 탓일까?
그가 펼쳐놓은 독특한 세계(달이 두 개인)는 읽는 내내 나로 하여금 달을 바라보게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단 한가지만 확실한 채로... 그리고 그 외의 모든 것은 그대로의 궁금증을 내버려둔 상태로 끝나버린 이야기가 너무 아쉬웠다. 권 당 결코 만만치 않은 쪽수를 가지고 펼쳐진 - 달이 두개인 세계, 공기번데기, 리틀피플의 이야기가...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목소리와 목소리를 따르는 자들의 삶은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의구심만 가득 남긴 채로 그냥 흩어지는 구름처럼 흘러간다니.. 어이가 없다고나 할까.
그가 펼친 단 하나의 결론은 아오마메와 덴고의 세상 무엇보다 단단한 연결 관계가 이뤄진다. 라는 것.
작가가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결론이 그거 하나라면.. 그 결론에 와닿기위해 아오마메는 청부살인자로서 정신적으로는 외롭지만 육체적으로는 그다지 외롭지 않은 삶을 살아오고, 덴고 역시 공기번데기의 고스트라이터로서 수수께끼 같은 후카다 에리코와 만나게 된 것일까..그 결과 하나를 위해 그렇게도 신비로운 달이 두개인 세계는 그렇게 장황하게 펼쳐졌지만 둘이 만나 뜻을 이루자마자 돗자리 접듯이 휙휙 접어 가방속에 처넣은 느낌이랄까. 쪽수의 압박에 이야기를 끝낼 수 밖에 없었다면 지나치게 흐름을 끊는 성교장면과 책속에 책을 소개하는 장면(고양이마을 책을 제외하고). 작가 본인의 만족감을 위한 것 같은(?) 잦은 클래식 음악의 향연 등등을 줄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것들이 특별히 이야기의 흐름을 못 따라갈 만큼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이루어지고 둘이 다시 달이 하나인 세계로 돌아가고 원하는 바를 이뤘으니, 더이상 공기번데기든, 우시카와의 입에서 나온 리틀피플이든,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관심없어진 신비로운 소녀 후카에리든, 끝까지 왜 한마디 말도없이 문 앞만 지키고 있던 포니테일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고 끝내버리면.. 이건 작가로서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뭐..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 속 후카에리처럼 유성처럼 반짝하고 후속작이 없는 작가도 아니고, 일본문학의 대표작가로서 노벨상에도 거론 될 정도의 인물이니 만큼 이런식의 결론은 내가 그동안 너무 추리소설만 읽어 댄 통에 결국 범인은 너! 이유는 무엇! 하는 시원한 결말의 소설만 읽어서 작가가 다의적으로 품어놓은 여러 비유적인 세계와 이야기를 도통 이해 못하는 짧은 식견의 독서쟁이라서 이렇게 불만만 늘어놓는 거겠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취향이 맞지 않아 무라카미 하루키는 당분간 안녕 할 참..그래도 후쿠스케 머리를 한 우시카와와 강인한 게이 다마루는 꽤 흥미로운 인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