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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을 타고 퇴근했다.
가끔 바쁘지 않을 때는, 시청역에서 사당역까지 2호선을 타고 삥 둘러 온다.책도 읽을 겸.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성대리님은 언제 그렇게 책을 읽으세요? 책 읽을 시간이 있어요?"
대부분 대답 대신 그냥 머쓱하게 웃고 넘어간다. 대답을 하자면....
1.출퇴근길에 읽는다. 차를 팔고 나서 부터, 책을 훨씬 많이 읽게된다. 책을 더 많이 사게 되고, CD를 거의 안 사게 된다. 혼자 음악 들을 시간은 이제 거의 없다. 2. 누구를 기다릴 때 읽는다. 항상 책을 가지고 다녀야 가능하다.
뭐...이 정도 밖에 없다. 그런데....사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누구를 기다리는 시간, 하루의 짜투리 시간을 세어 보면 어마어마하다.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면, 이 시간 동안 행복한 독서를 할 수 있다.
오늘 지하철에서 혼자 커다란 목소리로 떠드는 아저씨를 봤다. 내가 시청역에서 탔을 때 부터 이미 그 아저씨의 목소리가 라디오 방송 처럼 울러 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지 알았다. 그렇게 횡설수설 떠드는 아저씨들 치고, 욕설도 적었고 말하는 내용도 멀쩡했기 때문이다.
" 작가들이 말이야, 그러면 안된다구. 어쩌구 저쩌구.... ....... 개새끼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작가들"이란 말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혼자 떠드는 아저씨들 쳐다 보다가 눈 마주 치면 정말 골치 아프다. 그래서 아무도 그렇게 혼자 떠드는 사람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는다.
흘깃 쳐다보니 그 아저씨는 제조업체들의 공장에서 주로 입는 작업복 잠바에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 외모도 깔끔한게 퇴근하는 사람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아저씨의 억양 없고, 강약 없는,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작가들"이 수 없이 반복되는 그 수신인 없는 연설은 2호선이 빙빙 돌듯이 빙빙 돌고 있었다. 내가 사당역에 내릴 때도 그 아저씨는 계속 떠들고 있었다.
사당역에 내리면서 생각했다. 저 아저씨의 목적지는 어딜까? 내려야 할 곳이 있긴 있을까?
어쩌면 그 아저씨는 선릉역, 삼성역, 구의역, 동대문운동장역,다시 시청역까지 빙빙 돌며 계속 떠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떠들기에 2호선은 참 경제적인 공간이다. 계속 빙빙 돌면서 새로운 청취자들이 등장하고, 지하철이 빙빙 도는 속도에 맞추어 자신의 강의 테이프도 계속 "Auto Reverse"를 시키면 되니까... 오늘은 몇 바퀴 돌았는지도 쉽게 알 수 있고, 갈아탈 필요도 없고....
지금은 어딘가 내렸을까? 설마 아직도 그렇게 혼자 떠들고 있는건 아닐까?
도대체 그 아저씨의 목적지는 어딜까? 내려야 할 곳이 있긴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