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자의 건강법>(아멜리 노통 지음 /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를 두달 전 쯤 읽었다.

<살인자의 건강법>은 아멜리 노통의 첫번 째 소설이다.
25살에 이 소설로 화려한 데뷔를 했단다.

만약 <살인자의 건강법>이 내가 읽은 아멜리의 첫번 째 소설이라면, 난 아마도 반해 버렸을 꺼다.

그런데....
<살인자의 건강법>은 내가 읽은 아멜리의 4번째 소설이다.
<적의 화장법>,<두려움과 떨림>,<오후 네시>.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고 어떤 기분이었냐면,
좋아하는 발라드 가수의 새로운 앨범을 기분 좋게 샀는데,
지난 앨범과 노래 제목이랑 가사만 다르고 너무 비슷비슷해서
실망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고,
여자의 생리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 스포일러 경고 : 이 소설은 추리소설 처럼 전개된다.
내용을 알면 읽는 재미를 놓칠 수 있으니,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으실 분은 더 이상 이 글을 읽지 마시라!

이 소설의 주인공 타슈는
어렸을 때 또래의 사촌 동생을 사랑한다.
소년과 소녀는 어른이 되면 꼬마 때 처럼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고,많은 것들이 변해 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년과 소녀는 사춘기를 맞이하지 않기로 선서한다.
영양가 있는 음식은 안 먹고, 잠도 거의 안 자고,
신체의 발육을 막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타슈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영원히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로 남아 있어야 하는 사촌동생 레오폴딘이 생리를 하는 것을 보고,
사랑의 이름으로 레오폴딘을 죽인다.

몇 십년이 흐른 후, 타슈는 말한다.

"끔찍한 의식이란 말이오,신화적인 삶에서 호르몬적인 삶으로,영원한 삶에서 순환적인 삶으로 넘어가는 것이니,식물적인 인간이라야 순환적인 영원에 만족할 수 있다오."(page 205)

"대개 살인자들이란 희생자의 피를 보게 마련인데, 난 피를 보기는커녕 난 레오폴딘을 죽여서 계속 되풀이될 출혈을 미리 막아주었을 뿐 아니라 그애를 원초적인 불멸의 상태,출혈 없는 불멸의 상태로 되돌려놓았잖소."(p218)

주인공 타슈가 하는 말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자의 생리를 지저분한 것, 또는 창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사면,
약사나 종업원은 생리대를 까만 비닐에 넣어준다.
왜? 생리대가 보이면 안되는 걸까? 위험한 걸까?

메사츄세스에서는 슈퍼에서 술을 사면
비치치 않는 종이 봉투에 넣어준다.
술병을 그냥 들고 다니거나, 투명한 비닐에 넣고 다니면 안된다.
차에도 술은 보이지 않게 트렁크에 넣거나, 종이 봉투에 싼 채로 뒷 좌석에 놓아야지, 뒷좌석에 맥주 박스를 그냥 얹어두면 경찰한테 걸린다. 메사츄세스 주의 법이다.

그런데.... 왜 생리대는 까만 비닐에 넣어서 주위에 남자 손님이 있나 없나 조심스레 살피면서 후다닥 사고 나와야 하는걸까?
뭐 잘못했나?

예전에 나도 그랬다.
생리대를 사는게 부끄러웠다.
생리대를 사야할 때면 여자 약사가 하는 약국이나,
여자 아르바이트가 있는 편의점,
그것도 아니면 손님이 거의 없는 데서 샀다.
누가 보는게 부끄러워서....

그런데 왜 그랬을까?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교육 받았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애들이 생리대를 사는걸 창피해 했다.
혹시라도 아는 남자애가 볼까봐 조마조마했고,
생리할 때 옷에 묻으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다.

남자들이 이런 말 하는거 들어 본 적 있을꺼다.
" 너 서서 오줌 쌀 수 있어? "

정말 한심하다.
아무리 자랑이 없어도 그렇지....
어쨌든 남자들은 그런 생물학적 특징을 자랑스러워 한다.

여자들은 생리를 한다.
생리를 하는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숨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랑스러운 거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어 여자로서의 "생물학적 자긍심"을 가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한 가정에서 자랐거나,
초경을 시작했을 때 기뻐해 주는 엄마가 없었다면...

이 땅에서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서의 정체성에 눈뜨고,
여자로서의 생물학정 자긍심을 갖는 것.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도 생리대 사러 가는 것이 부끄럽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유명호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자궁을 가졌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많은 남편들이, 남자 친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알면 사랑한다."
이 말을 누가 했지?

아는 만큼 서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 오해 없이.

수선이의 도서관

www.kleinsu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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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6-06-0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자의 건강법이 7번째 노통소설이었던 저는, 95%의 익숙함과 5%실망감을 맛봤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대표작을 나중에 읽는게 좋은 데 보통 제일 처음 읽다보니 갈수록 실망하게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