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다 놨는지,(아마도 막내동생이 지하철에서 심심해서 산 것 같다)집에 <좋은생각> 11월호가 있었다. 대충 페이지를 넘겨 보다가,이명원이 쓴 글을 발견했다.<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를 읽고,내가 "데이트 하고 싶은 남자"라 칭했던, 바로 그 이명원.이명원이 쓴 글의 제목은 '드럼'에서의 몽상 내 마음을 살짝꿍 두드린 그의 글을,내가 110% 공감하는 그의 심정을 이 공간에 옮겨 적는다.나는 독신자다.그것이 과연 나의 의지 때문인지 혹은 상황에 의해 불가피하게 주어진 것인지,가끔 나조차도 알쏭달쏭하다.30대 중반을 넘어선, 중년도 아니고 그렇다고 푸릇한 청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세월이 간혹 하중으로 느껴지는 것은,어떻게 된 것이 이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는 홀로 몽상에 잠길 공간 하나 찾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독신자도 밥을 먹고,차를 마시고,술을 마시며,몽상에 잠기건만,이 나라의 카페와 술집들은 획일적으로 두 사람 이상의 손님들에게 어울리는 떠들썩함으로 가득하다.내가 오래 전 부터 해온 생각이다.가끔은....혼자 있고 싶다.가끔은....혼자 몽상에 빠지고 싶다.가끔은....혼자서 술을 마시고 싶다.여자 혼자서 술 마시는 걸 바텐더가 부담스러워 하는 그런 공간 말고,게임하며 술 마시는 애들 때문에 떠나갈 것 같은 그런 시끄러운 술집 말고, 오랜만에 글빨 받아서 무서운 속도로 써내려 가는데 옆 테이블에서 티격태격하는 커플 때문에 신경 거슬리는 그런 카페 말고,그냥 좀 조용하고,음악도 좀 신경 써서 틀고(아예 틀지를 말든가, Bugs Top 1000 전체듣기 틀어 놓는 집이 제일 싫다),늦지도 않았는데 술 취해 떠드는 사람 없고, 얼치기 손님 들어와 마이크 성능 시험하듯 크게 떠들지 않고,쫙 빼입고 와서 묻고 답하기 놀이 하는 소개팅하는 사람들 좀 없고,인테리어에 너무 돈을 쳐발라서 왠지 더 촌스러운 그런 공간이 아닌, 혼자 있어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편안한 곳.그런 cafe 없을까?내가 백조였을 때,딱 그런 cafe를 하나 찾았었는데,그래서 거의 매일 차를 몰고 가서(백운호수 구석에 있는거라 버스나 지하철로 갈 수 없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낙서를 하고, 좀 졸기도 하다가 집에 왔다.자주 가니까 아저씨가 음악도 내 마음대로 틀고,커피도 알아서 타 마시고 하라고 했다. 참....행복했다.통유리 창으로 보이는 나무들도 참 예뻤다.농협에서 명퇴를 하고 자기가 살던 집을 개조해서 카페를 하던 아저씨. 그 카페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다. 별로 돈을 버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 같았다.무슨 Jazz 동호회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홍대 앞에 있는 Jazz house에 가서 연주를 한다고 했다. cafe에 사람이 너무 없었기 때문일까?아니면 다시 일이 하고 싶어졌을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일까? 그 아저씨는 다시 취직을 했다며,cafe 문을 닫는다는 충격 선언을 했다.그 때는 내가 우아한 백조생활을 끝내고 한참 바쁠 때라,거의 한달에 두세번 밖에 그 cafe에 못 갔기 때문에더더욱 할 말이 없었다.그렇게....그 cafe는 없어졌다.새로운 주인은 그 cafe를 철저히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형시켰다.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듯, cafe는 철저하게 주인이 결정짓는 공간이다.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매출을 더 올릴까 생각하는 여자 사장이 cafe를 운영하자, 정말 신기하게도 손님이 많아졌다.심지어 그 외딴 곳에 단체 손님까지 온다.하지만....난 이제 그 cafe에 가지 않는다.홀로 몽상에 잠길 아늑한 공간.그런 cafe 어디 없을까?